CINELAB2025-02-11 14: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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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 암살 스릴러 <파탈> 각본/연출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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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예측하지 못한, 차마 예상치 못한
마스터즈 | 호텔 The Hotel 왕 샤오슈아이
한 영화제의 성격 혹은 비전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를 고른다면 어떤 섹션의 영화를 봐야 할까? 물론 개폐막작과 주요 경쟁 섹션을 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자,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대한 생각이 정립된 ‘마스터즈’를 꼽는다.
12편의 영화들로 구성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스 섹션 영화들 중 눈에 띈 작품은 왕 샤오슈아이의 <호텔>과 아다치 마사오의 <레볼루션 +1>. 둘은 코로나19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피격 사건과 같은 시의성 높은 소재를 다루며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가치관, 세계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 중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은 왕 샤오슈아이의 <호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태국 치앙마이의 한 호텔에 갇히게 된 관광객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맞게 되는, 된다는 이 영화의 로그라인으로 예측 또는 내심 기대한 바는 코로나라는 예측 불가한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 혹은 그 속에서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본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작품에서 다루는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영화 말미에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다.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은 챕터 구성과 흑백 화면의 4:3 화면비가 호텔에 갇혀 멈췄지만, 멈추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제작자들이 실제로 그 장소에 갇힌 채로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것 같은 즉흥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예측하지 못한, 차마 예상치 못한’ 결말은 차치하고 고립된 호텔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물들간의 관계 맺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 변화들을 때론 관망하듯, 때론 개입하듯 생동감 있는 시각적 시선이 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이지 않나 싶다.
에디터. 민병채
<호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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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사 버전 혼혈왕자?
난 자타공인 해리포터 시리즈 덕후다. 나를 잘 아는 모든 인간은 내가 해덕인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빠짐없이 영화관에서 관람해왔다. 사실 신동사 시리즈는 기존 해리포터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설렘을 선사할 뿐이라 내용이 기가막히게 재미있다기 보다는 신동사를 챙겨봄으로써 해리포터를 너무 사랑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추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영화, 신동범<신비한 동물 사전과 덤블도어의 비밀>에 대해서 크나큰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타는 쳐줄 것이란 기대는 했었다. 뭐, 해리포터 시리즈던 스핀오프던 언제나 나의 마법세계에 대한 환상은 충족시켜줬었고, 내용은 드라마틱하게 재미있진 않더라도 아직 해리포터 세계관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안정감은 아직 나의 동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말하자면, 마치 혼혈 왕자를 봤을 때의 허망함이었달까.
1. 무엇을 위한 반전인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관계는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암시? 아니, 대놓고 드러내는 그들의 관계는 참 대단한 장치인 것 같지만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영화의 시작부터 드러내는 관계인만큼 반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이들의 관계성이 없으면 영화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셈이니,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 관계성 때문에 영화가 특별해지는 대단한 새로움은 없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꾸준히 긴장감을 주고자 했지만 정작 관객이었던 나는 영화를 통해 지루함을 느꼈다. 있을 거 다 있는 영화에서 왜 지루함을 느꼈던 걸까? 이 영화에는 덕질할 만한 배우(예를 들면, 칼럼 터너, 에디 레드메인 등등)이 있었고, 판타지 영화라면 응당 있어야 할 쫓고 쫓기는 신 등도 있었는데도 왜 영화가 기존의 시리즈물보다 재미가 없었던 걸까?
혹시 영화의 세계관, 해리포터의 세계관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이제는 지루해진 것일까? 내가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이제는 졸업해야할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영화가 너무 뻔했던 것일까? 뭐랄까,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으로 이 시나리오가 가진 답답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몸부림이 이 영화를 더 뻔한 시나리오로 남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원인은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가 서로를 공격할 수 없는 일종의 변명거리를 만들어내 영화상에서 관객들이 보고싶어할 만한 두 캐릭터의 경계구분이 확실한 대립 구도가 모호해진 데에 있다고 본다. 즉, 대립해야할 캐릭터가 대립을 주저하니, 그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플롯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를 갈수록 덤블도어파 사람들은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데에 실패한다. 오히려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죽였던 사슴을 되살려 민중들이 자신을 신봉하도록 선동하는 데에 이용할 생각은 덤블도어의 교란으로 생각한 것이라기보단 그저 처음부터 자신이 계획한 쇼의 함정에 자신이 빠진 것 뿐 아닌가. 그런 플롯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2. 이 영화는 혼혈왕자 포지션인 걸까?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기존 해리포터 시리즈의 혼혈 왕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혼혈왕자를 봤을 때를 회고해보자면, 뭔가 뜬금없이 스네이프가 혼혈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었고, 관람 당시에는 그 사실이 꽤나 중요한 반전인 것 같긴 한데, 너무 흐지부지하게 영화가 끝나서 해리포터의 아류작이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다 끝나고 나자, 이 혼혈왕자 편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꼭 관람해야 하는 필수 영화가 되었다. 이 편을 보지 않고서 해리포터의 수많은 떡밥들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관람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시즌이 다 끝나고 나서야 작가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잇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신동덤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 영화이지만 추후 제작될 신동사 시리즈에서 이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이 다음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큰 그림으로 쓰려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지금은 지루하고, 뜬금없지만 그런 흐지부지함이 추후에 어떤 키로 작용할지 모르는 게 해리포터 사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조금 더 두고보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 실망했다고 다음 영화까지 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 대 서사시 시리즈에 진심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칼럼터너 배우의 분량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한 몫 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 만큼 그 인물들이 다음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서 이번 영화에 대한 평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영화에서는 크리덴스의 역할과 주인공의 역할이 조금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뉴트 스캐맨더와 티나 골드스틴보다는 덤블도어의 사연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을 잘 살린다면, 이 영화 시리즈에 팬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관객들에게는 기존 캐릭터들이 소외되면서까지 새로운 자극을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법 세계는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영화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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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감독의 고민을 엿보는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씨네랩의 영화크리에이터로 <공드리의 솔루션북(The Book of Solutions)>의 시사회에 초대받았다. 영화는 프랑스 영화감독 미셀 공드리가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아카데미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터널 선샤인: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출연>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공드리 감독의 영화답게 창의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전개는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으로 시작한다. 마크는 제작자가 스토리가 없다고 비난하는 말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으면 나온다고 응수한다. 비용을 중시하며 시간을 돈으로 여기고 일정기간 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제작자들은 감독의 말에 좌절한다. 제작자가 내놓은 솔루션은 감독을 영화에서 아예 배제시키고 찍어놓은 영화를 적당히 편집하여 빠른 시간 내에 극장에 올리는 거다.
마크의 솔루션인 플랜 B도 극단적이다. 제작자들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터치가 담긴 영화를 고수하기 위해 자료를 통째로 들고 탈출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찾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어가며 하나씩 실행한다.
마크의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머코드. 세상이 인정하는 천재 감독도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가까운 사람이 보기에도 무슨 일을 벌일지 종잡을 수 없고 못 말리는 감독의 기행. 마크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겪는 제작자와의 갈등, 창작의 어려움, 관객의 평가 등을 어떻게 마주하고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 요소. 유머와 드라마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함께 영화를 본 아내는 스필버그의 영화 <파벨만스>의 프랑스판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을 공개하여 관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할까 극도로 두려워하는 마크의 마음에서 공드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감독이 겪는 불안을 엿볼 수 있다. 영화와 감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인 이유다. 한 편의 영화가 나오기까지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의 창작물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될 터이다.
시원한 극장이 그리운 무더운 날씨.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추어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를 보며 즐기는 일도 꽤 괜찮게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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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삼중의 부정이 쌓은 군상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도윤재’, 전직 경찰청장의 손자 ‘박규범’, 한음 국제중학교 교사의 아들 ‘정이든’, 그리고 변호사 ‘강호창(설경구)'의 아들 ‘강한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이 사실을 한사코 거부하며 자신의 권력과 지식, 영향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그러나 검우의 담임교사인 ‘송정욱(천우희)'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네 아버지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건우 엄마(문소리)'는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상을 알려달라며 수사를 의뢰한다. 이렇게 세상의 이목이 한음 국제중학교로 향하자, 자신의 아들들을 지키기 위해 대오를 이루었던 네 아버지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살아남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펼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한국 사회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범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범죄 유형이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통해서도 그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 <인간수업>이나 근래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소년심판>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때 많은 경우 미디어에서 학교 폭력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관점, 가해자의 시점, 혹은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와 같은 완전한 제삼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작 후 5년 만에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신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다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호숫가에 몸을 던져야만 했던 명문 국제중학교 학생도 아니고, 그 학생의 편지에 이름이 적힌 4명의 얼굴도 아니고, 그들을 지켜봤던 교사나 판사의 얼굴도 아닌, 가해자들의 보호자의 얼굴들에 주목한다. 자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부모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고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민낯을 그려낸다. 그들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과정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담으면서 명확한 사실과 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려 하는 그 태도야말로 모든 문제점의 근원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삼중의 '부정'을 끌고 온다. 우선 첫 번째는 아들이, 손자가 학교 폭력을 자행했을 리 없다는 부정(否定)이다. 의식불명 상태인 건우가 발견되고, 담임교사인 정욱이 건우의 편지를 읽어주며 학교 폭력이 그 원인이라 밝히자 학교에 모인 아버지들은 격렬하게 반발한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상이 아이들이 미래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 확실해질수록, 그들이 부정하는 대상은 더 많아진다. 정욱의 증언과 편지 내용을 부정한 그들은 건우의 핸드폰에 존재하는 증거도 부정한다. 괴롭힘 당하는 건우를 목격한 '남지호(노정의)'의 기억도 부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부정의 욕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분출되기에, 잘못된 선택임이 분명할지언정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는 아버지들의 태도는 결과 지상주의가 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아들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을 뿐, 종국에는 착하고 좋은 학생이 될 것이라고 우긴다. 이는 이로운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그 과정과 방식에 있어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 삼지 않으면 된다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산업화와 개발 성장 시대의 분위기와 진리가 낳은 악행이나 다름없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음 국제중학교가 결과 지상주의의 또 다른 양상인 성적 지상주의로 팽배한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작중 학교의 모습은 상당히 작위적이고 또 이질적이다. 거대한 소용돌이 모습을 한 나선형 계단과 초호화 인테리어부터 장식된 교내와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대형 아치 기둥의 외형, 그리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은 부자연스럽다. 이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교육열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엮인 교장과 부모, 정교사 채용을 사이에 둔 학교장과 교사의 권력과 상생 구조를 낳고, 결과적으로 참된 의미의 교육이 아닌, 성적 지상주의로 향하고 있음을, 학교의 구조에 심대한 문제가 있음을 직관적으로 내보인다. 곧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회적 현실의 단면, 그로 인한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현실을 부정하려는 사회적 특권 의식들의 욕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정(否定)으로 가득한 초반부는 이제 국면이 전환되면서 부정(不正)한 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사투에 돌입한다. 사건의 진상을 수면 아래로 내리려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우의 죽음과 담임교사의 폭로로 인해 이제 경찰이 학교 폭력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한 편인 줄 알았던 네 명의 가해자와 그들의 아버지들은 제각기 생존을 위한 사투를 펼친다. 함께 입을 맞추었던 계획은 무산되고,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다고 비난하면서 가해자의 자리를 서로에게 떠넘긴다.
이는 가해자의 시점에서 범죄를 다룰 때 가능한 피카레스크의 묘미를 한껏 이끌어낸다. 사실 학교 폭력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진상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대목이 존재한다. 네 명의 가해자 중 진짜 주동자가 누구이며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누구인지, 가해자 편에 있는 한결과 피해자인 건우의 관계 등은 익숙한 클리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건에 적극 개입하지 않은 듯 보이는 한결과 아빠 호창이 가해자 그룹 안에서의 희생자로 낙점받으면서 가해자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수싸움은 예측 가능한 전개에 서스펜스를 더해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진흙탕 싸움은 모든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 반전의 충격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평범한 신파극의 여지도 없애버린다. 한결과 호창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었다가 유대관계를 단숨에 끊어버리면서 그 어떤 선인도 없이 악인들로 가득한 피카레스크 장르의 쾌감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영화는 단순히 네 명의 가해자들이 서로 누가 더 부정한 짓을 저질렀는지 따지는 것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큰 분량을 주지는 않지만 언론이 건우의 죽음을 다루는 양태를 분명히 포착하고 있다. 재판이 끝나고 법원 입구에서 호창이 건우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제 언론의 관심은 비통하게 아들의 영정을 들고 선 건우 엄마도, 약속받은 정교사직을 내던지고 양심 고백한 교사도 아니다. 아들을 희생양 삼으려는 부정한 악인들을 직접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변호를 맡은 변호사 아빠가 최고의 관심거리다. 무죄를 얻어낸 호창이 건우 엄마에게 인사를 건넬 때, 진짜 가해자를 찾지 못한 피해자는 다시 절망에 빠진다. 이렇게 영화는 언론이 피해자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고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렇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작게는 영화 속 언론, 크게는 언론이 만든 이슈에만 반응하며 사건의 본질에 관심 갖지 않는 대중들, 더 나아가서는 관객까지도 현실에서 그러한 악인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피카레스크 장르를 완성하는 구성원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버지들의 얼굴이다.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건우를 그 어떤 환자보다도 살리려고 했던 '윤재 아버지(오달수)'의 얼굴. 핏발 선 눈과 떨리는 목소리, 언제라도 터져 나올 울음을 참으며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던 호창의 얼굴. 부정(父情)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얼굴은 뜨거우면서도 한없이 냉혹하고 두껍다. 자신들이 꿈꾼 아들, 원하는 아들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역경을 딛고 더 단단해진, 또 애틋해진 부자 관계를 유지할 따름이다. 절벽 사이로, 호수 아래로 사라진 진실이 파고들 틈은 없다.
무조건적이고 또 무성찰적인 부성애는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과 대조하면 적잖이 흥미롭다. 영화 속 모든 사건은 아버지-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들만이 진상에 접근할 수 있고, 그들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진다. 건우와 건우 어머니, 또 옥정과 건우 어머니 같은 어머니-아들, 어머니-딸의 관계는 희생자, 피해자, 혹은 침묵하는 방관자로만 등장한다. 이 대목은 언뜻 보기에 철저히 남성 서사에 집중한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부정의 성격을 고려하면 도리어 그러한 남성 서사를 꼬집는 역할을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오히려 아버지들의 반성 없는 모습이 아들에게 대를 이어 잘못된 가치관과 인생관을 심어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결과 지상주의기 성적 지상주의로 이어지는 사회 시스템 내에서는 건우의 죽음과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작에서 중요한 축을 맡아야 할 두 여성 캐릭터가 단지 대조를 위한 수단 내지는 거울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건우 엄마와 정욱은 군상극의 전개에 있어서 기능적으로 빠져서는 안 되는 선인으로서 제 몫을 다해낸다. 깊은 슬픔에 빠진 엄마의 한을 토해내는 문소리의 존재감은 독보적이고, 사회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공고한 아버지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천우희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다만 두 캐릭터의 몫이 거기까지라는 것이 문제다. 사건에 종속되어서 사건의 새로운 국면과 진행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영화는 두 캐릭터의 온전한 서사를 풀어놓을 공간까지 가해자들에게 넘겨준다.
또한 연출의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명백히 갈릴 지점이 있다. 작중 학교 폭력 가해 장면은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피해자를 발가 벗겨 놓고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장면, 학생의 목에 목줄을 걸어 놓고 칼로 위협하는 것, 수영장에서 물고문을 시키는 모습과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득하다. 핸드폰 화면을 통해 전해지기에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이는 사회비판 영화로서 학교 폭력의 잔혹함과 위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보이지 않는 연출로 비판받기에 충분한 선택이기도 했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처럼 적나라한 연출이 건우의 고통을 전하는 방법으로는 지나치게 과하지 않은가 하는 윤리적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중간중간 김지훈 감독 특유의 유머가 삽입된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압력밥솥의 김을 빼려는 듯 하나, 그 유머와 농담으로 인해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와 흐름이 순간 흐트러지는 것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훈 감독의 <타워>, < 7광구 >, <싱크홀>까지 연이어 혹평을 받던 차에 명확한 문제의식과 메시지, 그리고 장르적 재미로 무장한 <니 부모 얼굴이 알고 싶다>는 그 혹평을 당분간은 잊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관객까지 참여할 때 완성되는 직설적인 피카레스크의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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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은 킥, 영화는 후킹!
음식에서 킥(kick)은 기본적인 맛에 자극을 더해주면서 전체적인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영화에서 후킹(hooking)은 초반에 관객의 관심을 강하게 끌어들이는것을 의미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킥'이 중요하고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후킹'이 중요하죠.
오늘은 킥과 후킹 모두를 잡은 맛도리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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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버스로 표현한 무한한 가능성
우리는 일상을 지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한다. 과거의 행동이나 모습, 현재의 행동이나 모습, 미래의 모습 같은 것들을 생각하며 때론 후회도 하고 또 잘 되었다는 생각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들이 늘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다. 특히나 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때, 그것을 선택한 나의 모습과 선택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과 머릿속에 그려지는 선택 이후 바로 그 순간의 모습이 결정된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마다 그런 크고 작은 결정을 하면서 지나간다.
그런 생각과 상상의 중심에는 현재가 있다. 우리가 결정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지난 이후, 그것이 실패든 성공이든 어떤 결과를 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는 각자의 마음속에 아쉬움이나 뿌듯함 같은 감정을 심어놓는다. 만약 현재가 초라하다면 그동안 겪었던 많은 실패의 순간들을 후회하면서 지내게 될 것이다. 현재가 성공한 모습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결정을 하고 좋은 현재를 살고 있어도 그것에 다 만족하기는 어렵다. 현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들, 감내해야 할 쓰디쓴 일들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우리 주변에 자리한다. 아마도 인생은 그런 쓴 삶의 모습도 감내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기발하게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에블린(양자경)은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고 변변치 않게 보이는 남편(키 호이 콴)과 딸(스테파니 수)을 책임지고 있다. 화면에 첫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지쳐있고 웃음기가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지 않아 보이고, 딸과의 관계도 나빠 보인다. 남편은 아내 몰래 이혼 서류를 준비하고 있고, 레즈비언인 딸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정식으로 소개하고 연인관계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에블린 주변의 상황은 쓰디쓴 현재인 것 같아 보인다.
에블린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그는 경제적인 문제도 위태로운 상황이고, 가족인 남편과 딸과도 쉽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에블린은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 있는 상태다. 여기에 몸이 불편한 자신의 아버지까지 에블린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에블린이 짊어진 짐은 그가 느끼는 현재를 더욱더 우울하게 만든다. 세무조사 때문에 세무서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는 기묘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무척 이상하지만 모든 것이 에블린 자신과 관련이 있다.
세무서에 같이 방문한 남편에게 다른 차원의 우주에 속한 남편이 들어가고 그의 몸을 이용해 에블린에게 말을 건다. 그는 다양한 우주에는 수많은 에블린이 있고, 완전한 악의 존재가 각 우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에블린도 그런 차원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도 활용하고 쿵후도 배워 이상한 존재들과 대결해 나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에블린은 수많은 다른 에블린과 접속하고 그 삶을 본다. 지금의 남편과 헤어진 에블린, 쿵후를 배운 에블린, 가수가 된 에블린 등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주된 자신의 삶을 보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이어폰과 간단한 시각효과로 차원을 넘나드는 에블린의 모습을 무척 실감 나게 보여준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표현한 멀티버스
영화에서는 에블린이 보는 다른 우주의 다양한 자신의 모습과 각각의 일생을 멀티버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보여준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다른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 지금의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의 모습 같이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건 나 자신이 가졌던 수많은 가능성들이고, 현재 이후의 미래에도 수많은 가능성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과 다른 나의 모습은 수만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에블린이 보는 수많은 자신들의 모습은 다양한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한 가능성들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잠깐잠깐 보이는 다른 우주의 모습은 에블린의 일이나 가족의 위치만 다를 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남편과 헤어진 에블린의 모습은 근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회한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탁소 주인 에블린은 그 모든 가능성을 보면서 자기 자신 그리고 남편과 딸의 다양한 모습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 영화가 훌륭한 건, 그런 에블린이 될 수 있었던 다양한 가능성들을 현실로 끌어와 액션과 코미디로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멀티버스를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절대악의 존재를 막아내려는 에블린의 시도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긴장감이 넘친다. 여기에 아주 철학적인 문제도 같이 던진다. 인생의 의미와 가족의 의미 같은 무척 심오한 이야기까지 끌어오면서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영화에서 에블린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 그리고 딸의 관계도 무척 중요하다. 영화는 중반까지 남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후반부에는 딸과의 관계로 이야기를 전환한다. 이 영화의 빌런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한 딸은 모든 우주에서 엄마 에블린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딸은 엄마에게 도망치길 원하고 더 나아가 모든 자신과 엄마를 파괴하길 원한다. 마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영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이야기에서 결국 주도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하는 건 바로 에블린이다. 에블린은 그 모든 가능성 한가운데서 현재를 어떤 식으로 봐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꿰뚫는다. 영화는 분명 액션 장르의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무척 섬세한 드라마가 속을 꽉 채우고 있다.
양자경의 훌륭한 연기와 따뜻한 드라마
에블린 역할을 맡은 배우 양자경은 그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얼굴을 모두 다 보여주고 있다. 쿵후를 잘하는 에블린부터 노래를 잘하는 에블린,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와 아내의 얼굴을 모두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이 영화 안에서 가장 큰 에너지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고 관객의 감정까지 이끌어내면서 완벽하게 이 영화를 에블린과 양자경의 영화로 만들고 있다.
영화는 다양한 가능성의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의 선택들과 미래에 해야 할 선택들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현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미래에 어떤 일이 있든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 조금 초라하더라도 지금의 내 모습과 곁에 있는 존재들이 바로 나 자신을 만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에 접속하느라 멍하니 상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영화는 깨어나서 지금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무척 기발하면서 완성도도 높고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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