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0 12:13:18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배우 최민식, 차기작은 드라마 <맨 끝줄 소년>으로 긍정 검토 중
천만영화 <파묘>로 돌풍을 일으켰던 배우 최민식의 차기작이 정해졌습니다.
후안 마요르 작가가 집필한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의 출연 제의를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연극으로 소개되었던 <맨 끝줄 소년>은 소설가로 실패하고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오와 그의 제자 이강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랑스 영화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인 더 하우스> 역시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알려져 과연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제작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편,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영화 <인어공주>를 각색한 장명우 작가가 대본을 맡고,
<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해 촬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총 6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며, 편성 플랫폼은 현재 미정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내 생중계로 만난다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3일(월) 오전 9시 채널 OCN에서 국내 TV 독점 생중계되며,
TVING 내 OCN 채널 라이브로도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중계는 통역사 안현모,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진행할 예정이며 영화감독 이경미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스트> 감독, 브래디 코베 차기작 공개
<브루탈리스트>으로 브래디 코베 감독이 최근 팟캐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전했습니다.
주로 1970년대에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150년에 걸친 내용을 다룬다고 설명하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며, 매우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되어 기대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신비주의와 제가 매료된 여러 가지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라 말했습니다.
한편,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곽선영X권유리X이설X기소유,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 개봉일 확정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완성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받은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이
오는 3월 12일 극장 개봉을 확정하고 스페셜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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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_씨네랩_결산보고서.zip
안녕하세요.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입니다. ?
오늘은 여러분께 2021년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를 가져왔어요!
아직 씨네랩을 모르시는 분들도, 씨네랩 유저분들도
씨네랩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2021년은 씨네랩이 생겨난 년도여서 더 애틋한 1년이었어요.
그럼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 보러 GO ✌?
1월 1일 씨네랩 1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3월 1일 씨네랩 베타 서비스 오픈
4월 22일 씨네랩 크리에이터 인증서 발급
6월 22일~ 영화 <웬디>로 시작하여 약 16개의 영화 시사회 크리에이터 초청 진행
7월 15일 씨네랩 2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10월 5일 씨네-뉴스 구독 서비스 시작
10월 29일 씨네랩 정식 론칭
11월 1일 영화 동아리 대항전 및 3차 크리에이터 체결
12월 14일~ 씨네랩 연구원 이벤트 진행 중
와~ 여러분들께 영화, 콘텐츠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하고 친근하게 정보를 전달드리기 위하여
씨네랩이 2021년도 열심히 달려왔는데요.
씨네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이벤트를 통하여 여러분께 다가갈 예정이니,
2022년의 씨네랩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씨네랩의 꽃이자 씨네랩의 원동력인 약 200명의 크리에이터분들의
활약도 보러 가실까요?
씨네랩 최다 업로드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민드레' 님 입니다!
무려 250개의 콘텐츠를 업로드 해주어 씨네랩을 꽉 채워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
씨네랩 좋아요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Reviewer_IN'님 입니다!
항상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주시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게시물의 주인공입니다.
씨네랩 한줄평론가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JW' 님 입니다!
씨네랩에는 [필름라이브러리] - [한줄평] 기능이 있는데요.
그 기능을 정말 잘 활용하신 분입니다!
가끔 저도 이분의 한줄평을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
씨네랩 유튜버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영화보는건데'님 입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 분들 중에는 다양한 영화 유튜버분들이 계시는데요.
가장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해주시는 '영화보는건데'님이 상을 가져가셨어요!
이 외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2021년의 씨네랩을 채워주셨어요!
다음으로는 씨네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상을 준비했는데요.
바로 보러가실까요?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에서 연출,영상미,연기,OST,스토리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영화는 총~~~ 9편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신분들은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 Filte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다음은 씨네랩에는 항상 NEW 예고편이 업로드 되는데,
그 중에서도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예고편은
<보스 베이비 2> 파이널 예고편인데요.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
2021년 씨네랩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2022년에도 씨네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제발~)
그럼 새해 복 미리 많이 받으시고,
2021년 씨네랩 연말 결산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안녕~ ?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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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 2> 전 세계 박스오피스 접수하러 등장!
2017년 개봉한 액션 코미디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의 후속작인 <킬러의 보디가드 2>가 북미 박스오피스 차트 1위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가 이번 주 북미에서 개봉하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스오피스 1위 달성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국내 2021년 6월 23일에 개봉 예정인데, 조우진 주연의 영화 <발신제한>을 제외한다면 딱히 경쟁작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그리고 셀마 헤이엑이 주연을 맡은 <킬러의 보디가드 2>는 16일에 개봉하여 오는 23일까지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몇 안 되는 극장 개봉작 중 하나로서, 이 영화는 영화 사업이 코로나 침체기에서 회복됨에 따라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대형 스크린에서 공개된 첫 코미디 작품인데요. 이는, 슈퍼 히어로와 서스펜스 스릴러의 인기로 인해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기에, 이번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후속작은 1편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의 제작비는 5천만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고, 1편은 6천9백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됐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가 북미 박스오피스 티켓 판매 2,100만 달러로 시작하여, 북미 박스오피스 최종 7,500만 달러, 그리고 전 세계 1억 7,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다소 부족한 흥행 성과와 함께 극장 개봉을 마친 이력이 있기에, 줄어든 예산에 대한 문제점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과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가 유럽 전역을 위기로 몰아넣는 미치광이들의 사악한 음모를 없애기 위해 다시 뭉치게 된다는 줄거리로,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엑)까지 합세한다는 차별점을 담고 있습니다.
개봉 예정작인 <킬러의 보디가드 2>를 제외하고,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은 <인 더 하이츠>와 <피터 래빗 2>가 이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영화 모두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HBO Max에서도 관람 가능한 <인 더 하이츠>는 총 1,14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피터 래빗 2>는 1,01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극장 시장과 액션 코미디 장르의 귀한! 과연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인 더 하이츠>와 <피터 래빗 2>를 넘어서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 1위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도 6월 23일 개봉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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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 | 폐허 위에 클리셰로 쌓은 애환과 사명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재 현장, 교통사고, 자살 소동 등 끊이지 않는 사건 현장에서 하나의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119 구조대 반장 '정진섭'(곽도원)과 그의 팀원들. 여느 때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그들 앞에 신입 소방관 '최철웅'(주원)이 등장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구조 대원에게 답답함과 애정이 반씩 담긴 질타를 날리며 다시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섭과 철웅, 그리고 그의 팀에 돌연 위기가 닥친다. 한 화재 현장에서 철웅의 실수로 인해 선배 '안효종'(오대환)이 등 전체에 화상을 입은 것. 여기에 더해 진섭의 절친한 후배이자 철웅의 가장 친한 동네 형인 '신용태'(김민재)도 무리해서 어린아이를 구하려다가 현장에서 사망한다. 이에 진섭과 철웅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그들 간의 갈등의 불씨도 커지기 시작한다.
뻔한데, 다르다
실화를 다루는 작품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린다. 영화적 재미 대신 실화의 힘을 선택하기 쉽다. 영화화해도 되겠다고 판단되는 실화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 이처럼 쉬운 길을 걷는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누가 죽고 살 지 뻔한 클리셰의 향연. 운과 우연에 의존한 전개. 대부분의 캐릭터가 기억나지 않는 평면적인 묘사. 사건의 사회적 함의보다는 일차원적인 감정 분출에 집중한 각색까지.
곽택 감독의 신작인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소방관>은 홍제동 방화 사건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사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 클리셰로 가득하다. 누가 사망할지, 각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누가 방화범이고 피해자인지 등을 영화 시작 10분 안에 전부 알 수 있다. 각 소방관의 개인사, 가족사를 부각하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신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소방관>은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마냥 뻔하지는 않다. 신파는 많지만, 일반적인 한국 영화의 신파와는 결이 다르다. 모든 캐릭터가 스트레오 타입이지만, 최소한의 생동감은 있다. 이유가 있다. 주인공이 아닌 구조대원 전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골고루 돌리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다. 그 결과 <소방관>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고, 마냥 실화에만 의존한 신파극이라는 오명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클리셰 범벅
겉보기에 <소방관>은 특별할 게 없다. 한국 영화 특유의 클리셰로 가득하다. 주인공 최철웅의 서사만 보더라도 예측가능한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군대를 전역한 후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방관이 되기 전부터 어머니와도 알고 지낼 정도로 각별한 형 신용태의 권유로. 하지만 함께 출동한 화재 현장에서 용태가 사망하고, 철웅은 PTSD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재난 영화 등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상이다.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사실상의 주인공인 정진섭은 하필이면 소방관 근무 마지막 날에 홍제동 화재를 진압하다가 건물에 깔려 사망한다. 아빠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아들, 은퇴한 남편과 함께 운영할 치킨집을 막 오픈한 아내를 남겨둔 채로. 철웅의 선배 구조대원인 안효종도 마찬가지다. 그는 곧 매제가 될 후배 '송기철'(이준혁)과 그의 아이를 임신한 여동생을 남겨둔 채로 사망한다. 가족관계가 나오자마자 예측가능한 결말이다.
주인공 따로, 중심인물 따로
그러나 <소방관>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과 중심인물이 다르다는 것.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최철웅이다. 카메라는 그의 시점에서 소방관의 일상을 비춘다. 그런데 정작 그는 러닝 타임 내내 주인공다운, 영웅적인 활약을 거의 못한다. 사고 치고, 덤벙대고, 혼자 괴로워하고, 막말하기 바쁘다. PTSD를 떨치지 못해 구조 대원 복귀도 망설인다. 거칠게 말해서 이보다 찌질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관객들은 소방관들의 내면을 깊이 살펴볼 수 있다. 관객에게 신입 구조 대원인 최철웅은 소방관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돕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첫 등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이등병처럼 곧장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서 실수를 남발하고, 선배들에게 온갖 꾸지람을 들으면서 소방관들의 일상과 업무에 녹아든다. 이때 관객은 최철웅의 눈을 통해 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주인공의 눈을 통해 다른 대원들을 살피면서 관객들은 그들이 소방관으로서 지닌 고민과 책임감에 서서히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정진섭은 그중에서도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무장한 채 불길 속에 뛰어드는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요구조자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아끼는 동료도, 자기 목숨마저도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진섭의 주변을 보면 소방관이 견뎌야 하는 딜레마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의 아내는 생명보험에도 가입 못하는 그를 걱정하면서도 원망하고, 아들도 아버지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같이 시간을 못 보내서 미워한다. 그는 가족을 이해하면서도 쉽사리 일을 포기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이는 진섭이 철웅을 미워하는 듯 챙기는 이유다. 그가 보기에 철웅은 이 딜레마를 버텨낼 준비가 안 된 햇병아리이니까.
과한데, 억지스럽지 않은
진섭 외의 다른 소방관들도 비슷하다. 곧 가족이 될 효종과 기철이 서로 구조대원을 그만두고 행정직에 지원하라고 떠미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 집에 구조대원이 둘이나 있으면 다른 가족들이 편히 잘 수 없다는 공감대가 무겁지 않게 새어 나온다. 이처럼 자칫 철웅에게만 쏠릴 법한 분량을 적절히 조정한 덕분에 각 캐릭터에게는 예상보다 더 많은 분량이 분배되고, 그들의 삶과 고뇌는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긴장감 가득한 화재 진압 장면은 진정성을 더해준다. 극 중 화재 시퀀스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초반부와 후반부에 하나씩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 시퀀스만으로도 소방관이 감내해야 할 위험은 명확히 전달된다. 소방관의 시점에서 화재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드문 경험을 세밀히 묘사한 덕분이다. 갑자기 무너지는 계단과 벽, 폭발하는 가스통, 급격히 줄어드는 산소량 등은 관객들의 두려움을 극대화하기 충분하다.
그 덕분에 <소방관>의 신파는 과할지언정, 억지스럽지 않다. 눈물은 흘려도, 눈물을 짜내는 장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일상 속 소방관의 사명감과 그들의 애환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담담한 연출 덕분에 <소방관>의 신파는 더 인상적이다. 소방관이 사망하는 순간을 슬로 모션을 길게 끄는 식의 연출은 없다. 그저 필요한 장면만 담백하게 전달한다. 자연히 결말을 장식하는 철웅의 오열도 작위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 엔딩 크레디트도 전형적이라는 인상이 옅다. <소방관>은 여러 실화 기반 작품처럼 실제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막으로 부연 설명을 말미에 덧붙인다. 사실 이러한 마무리는 사건 자체를 조명하는 효과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를 감추려는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노력과 사투를 깊이 있게 묘사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부족한 디테일과 불운
다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우선 홍제동 화재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 이후를 다루면 어땠을까 싶다. <소방관>은 결국 소방관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익 메시지에 힘을 주는 영화다.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렵거나, 사비로 보호 장비 등을 갖추는 묘사가 반복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사건 이후 소방관 처우 개선 과정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게 소방관의 헌신과 희생을 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자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화재 상황을 묘사할 때는 필연적으로 주변 환경의 소음이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또 소방관들도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기 때문에 대사가 전달되는데 한계가 명확한다. 따라서 전투 시퀀스에만 자막을 삽입한 <한산: 용의 출현>이나 <노량: 죽음의 바다>처럼 화재 진압 장면만이라도 자막을 통해 대사를 보여주는 게 관객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싶은 측면이 있다.
이에 더해 영화 개봉도 밀리게 한 주연 배우 이슈도 안타깝다. 상술했듯이 곽도원이 연기한 정진섭은 주원이 연기한 최철웅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다. 소방관들이 어떤 생각으로 자기 직업을 대하는지가 주로 곽도원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 그의 목소리로 되새겨지는 소방관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또 주인공이라기에는 매력이 부족한 철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도 정진섭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해당 배우가 물의를 빚다 보니 영화의 메시지나 연출 의도가 어쩔 수 없이 곡해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고, 자연히 완성도를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뻔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의외의 울림과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방관>은 분명 불운한 작품이다.
Acceptable 무난함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다큐멘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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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 베이커' 가 들려 주는 공허한 마음의 재즈
가을 영화 하면, 어쩐지 제목부터 가을인부터 떠오른다. 포스터 부터 가을 풍경을 보여주겠다 작정한 <뉴욕의 가을>이나, 우리나라의 아름 다운 가을 풍경을 담고 있는 <가을로> 쓸쓸한 감성으로 가득 찬 <만추> 그리고 <시월애> (시월(10월)이 아니라 시(時)월(越)이지만) 쌀쌀한 날씨가 시작될 무렵 <시월애>나 <만추>를 떠올리는 이유는 영화의 장면보다 음악 때문이기도 한데, 서정적이고 차분한 선율이 가을의 감성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을 음악으로 떠올려보면, 여름이 신나고 통통 튀는 음표로 가득 차 있었다면, 가을은 조금 눅진한 느낌의 재즈 아닐까.
쳇 베이커의 음악과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는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보고 싶은 영화고, 듣고 싶은 음악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고 했는데, 청춘의 음색을 지닌 그의 음악에서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가 베어 있는 듯 하다.
아마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쳇 베이커의 음악은 한 두곡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에단호크의 아련하고 섬세한 눈빛으로 쳇베이커의 어두운 시절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1966년 이탈리아 교도소에 있던 쳇 베이커를 영화제작자가 꺼내주면서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마약을 끊지 못하던 그는 마약상에게 심하게 맞고 앞니를 모두 잃고 나서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그 무렵 제인과 사랑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반겨주는 어머니와 다르게, 트럼펫 연주자 였던 아버지는 집안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그에게 그만 포기하라고 하는데… 쳇은 제인에게 약물을 끊기로 약속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쳇은 틀니를 끼고 피를 뱉어내며 트럼펫을 연습한다. 어쩌면 트럼펫은 삶의 이유가 된 건지도 모른다. 오디션을 보지만, 계속 탈락하게 되고 불안감 속에서 게으른 천재였던 그가 성실히 애쓰는 모습에 조금씩 회복하고, 작은 무대 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쳇은 전성기 시절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바인 버드랜드 무대에 다시 설 기회를 얻게 되는데…제인 없이 공연하게 된 불안감에 결국 마지막에 그는 나쁜 선택을 하고 만다. 영화는 내내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외롭고 불안하지만, 영혼을 버려, 나를 부서야 했을까? 그의 짙고 깊은 음악과 대조되는 삶을 떠올린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위해 약물에 의지해 온 그, 약에 기운으로 연주하는 그의 음악은 완벽했지만, 그 안은 비어 있다.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즈인 거야. 텅 빈 채로 올라가지 말란 소리야.”
"정교함이 떨어져인지 소리에 개성이 생겼어. 예전의 쳇 같지만 더 깊어."
치밀하고 정교하고 완벽 사람이 되기 보다, 개성있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다고.
영화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잘하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었던 쳇의 마음과, 그를 사랑하 던 사람의 진심어린 조언이 담긴 마음을 생각하며
이 가을 쳇 베이커의 재즈를 들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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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과 철의 균열로 눈이 먼 모두에 쏟아지는 빛살
철과 철의 균열로 눈이 먼 모두에 쏟아지는 빛살
빛과 철 Black Light | 2020 | 배종대 | 109분
※스포일러 없는 영화 〈빛과 철〉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희주에게 이년 만의 귀향은 나름의 용기였을 것이다. 다른 기억으로 덮일 때까지 참 오래도 배회했던 시간일 터. 이제는 그때의 사건을 기억할 동료도, 흔적도 남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망각의 과정이었으므로. 하지만 영남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남편이 죽인 그 남자와 함께. 희주가 그렇게 잊고자 했지만 너무도 손쉽게 살아난 그 날의 기억이듯, 영남 역시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지닌 채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죽은, 그리고 죽은 것과 다름없는 남자를 데리고 끔찍했던 과거와 마주한다.
영화 〈빛과 철〉은 교통사고로 서로의 가족을 잃은 세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사고의 가해자인 희주의 남편은 사망했고, 피해자인 영남의 남편은 이년 째 식물인간 상태다. 희주는 과거의 사고 후 다시 돌아온 일터인 공장에서 그곳 영양사로 일하는 영남을 만난다. 영남의 남편이 다녔던 직장이기도 한 공장 주변에 거처를 옮기고 근처 병원에서 간호하는 영남과 딸 은영은 무너진 삶을 힘겹게 살아간다. 어떻게든 없던 일로 만들고 싶던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에 은영은 깊은 파동을 남긴다. 은영은 사고에 감춰진 비밀을 털어놓고, 희주는 자신도 몰랐던 사실들을 확인해 가며 감정의 파고는 거칠어진다.
〈빛과 철〉에서 배우는 영화가 정렬해 놓은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반적으로 날카로우며 거대한 주제의식과 사회비판에 놓인 배우는 그 상황을 따라가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표현한다. 그리고 극을 이끄는 세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그 에너지를 추동력으로 영화의 주제를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셋은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 채 감정을 주고받는데, 그 신경전은 여전히 남은 죄책감과 책임으로 어그러진 자신의 삶을 애써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과 같다. 영화는 한 꺼풀씩 벗겨지는 새로운 사실들로 관객에게 진상을 알려준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주체인 희주는 영화에서 관객의 입장처럼 진실을 알아가며 혼란을 겪는다. 그에 비해 영남은 모든 사실을 그저 못 본 척 지나가 버리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주체할 수 없는 무게에 휘청이며, 종국에 이르러 그 역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며 내면의 고초를 겪는다. 두 사람이 몰려오는 사건들을 앞장서서 맞서는 쪽이라면, 은영은 이야기의 발화를 이끌고 둘에게 화두를 던진다. 인물이 구조를 쫓는 영화에서 전자는 때로 영화의 진행을 위한 방향타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작위적인 선택지는 한계이자 필연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그중에서도 〈빛과 철〉의 은영의 행동은 석연치 않은 데가 있다.
메인 플롯인 교통사고의 진실에 대해 연관된 사람들은 각자가 저지른 이기심과 묵인으로 사태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그렇다고 사건의 모든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악역’이 그들 중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영화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하고도 부끄러운 죄책감의 배후에 자리 잡은 거대한 시스템과 공권력을 지목한다. 영화의 전반에 걸쳐 옅게, 하지만 강력하게 퍼진 이 존재는 ‘은색 철’로 상징되는 비정한 구조로, 그 안에서 스러지는 인간의 본심을 끄집어내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우리 주변의 범인 간에 싸움을 부추긴다. 이후 그를 대변했던 인물이 심경의 변화를 겪는 장면이 나오지만, 여전히 책임지지 않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영화는 철과 철로 이루어진 구조물에 갇혀 운명을 내맡긴 인간의 삶에 주목한다. 비슷한 주제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저항과 투쟁의 장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 감독은 누구나 느낄 만한 거리에 일차적 책임에 있는 시스템을 늘 세워두고 상기시킨다.
메시지의 부각만으로 사회가 변하지 않듯, 결국 조각나 버린 파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풀어가야 한다. 그 해답을 비추고 있는 영화의 제목은 은영이 쥐고 있다. 그의 존재란 〈빛과 철〉의 주제의식을 상징한다. 진실의 목격자인 은영은 어른들이 감추고 외면한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끊임없이 기억한다. 그 방법이란 즉각적이고 간명해서 관객이 보기에 이질감이 들 만하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사람만 죽어가는 이 상황에 다른 선택이란 없어 보인다. 누군가는 억울해하고, 누군가는 도망가지만, 각자의 작은 행동이 인과로 엮여 만들어진 지금의 현실에 책임질 사람은 없다, 게다가 정작 책임질 존재는 사라진 채 고통받는 이들만 남는다. 그래서 은영은 문을 열고, 눈을 마주치고, 입을 연다. 다만 그 화살을 사람에게 향하지도 않는다. 단지 있는 그대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인간만이 지닌 연민과 공감으로 서로를 대하라고 제안한다.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화신으로서 제 할 일을 다 하는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현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후반의 어떤 장면 이후 은영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로 봐도 무방해 보이기까지 한다.
중반까지 영화를 관람했다면 영남의 남편이 현재 상황까지 이르게 된 이유가, 실은 철과 철의 만남이 아닌 철과 철의 분열이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은 금속의 부딪침이지만, 운전하는 사람과 사람의 충돌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든 누군가와 마주치고 충돌한다.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자리를 조용히 벗어나는 시스템에 관심조차 가지지 못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발단이 된 사건이란 우리와는 낯선 금속의 분화가 일으켰음을 알아채는 것만이 우리의 어깨에 얹어 놓은 감정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는 방법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날카롭게 내리쬐는 햇살은 누군가에게는 참회와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고, 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힘을 준다. 그것이 오직 사람에게만 비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내버려 두고 분열하는 대신 직시하고 연대하라는 마음가짐으로 이해해보려 한다. 내가 든 칼이 사람을 향하지 않고 더 커다란 쪽을 겨눌 때, 또 다른 희생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는 아무리 어두운 밤길에도 눈앞의 여린 것을 위해 기꺼이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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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게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 어쩌다 살아있지?'라는 생각이다. 내 삶에 있는 여러 페널티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이 노예 생활이었다. 주말에 극장도 맘 편히 못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선 넘었다. 빨리 이 400여 일이 지나야 나도 직장이란 걸 가져 주말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신체적인 문제가 있다. 이 쪽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강박증이다. 지금도 글 쓰다 말고 손톱을 바싹 깎았다. 또 지금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홀렸기 때문이다. 매주 한 편을 안 봐서 두 번 글을 쓰지 않으면 그 다음주가 굉장히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씌었다. 물론 이게 재밌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들이 단순히 재미로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열 받으면 온 몸이 간지러운 두드러기. 요즘 자주 그러는 건망증. 신기할 정도의 이해능력. 뭔가 부족한 사회성. 흥분하면 아무 말 대잔치하는 화법까지. 또 지울 수 없는 후회가 남아있다. 나라는 인간을 감당하기엔 단점이 많은 게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막 우울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냥 내가 뭔가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랑 상관없이 가끔은 세상이 날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되는 건 없고. 노력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고. 어쩌다 오늘같이 나태한 내가 싫고. 사랑도 우정도 추억도 기쁨도 새롭게 시작하기엔 멀리 온 오늘. 우울하진 않아도 마음이 답답하니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살뿐이다. 난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따뜻함은 뭘까? 이런 회의감이 참 지긋지긋도 하다. 잘 안다. 다들 이렇다는 걸. 그래서 이렇게 글로 쓰는 게 사실 조심스럽기도 하다. 읽는 사람에게 어두운 이야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쩐지 내 삶의 이유를 찾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 역시 최고의 해답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역시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주 어디쯤에 사는 춘희 씨를 만나보자.
지갑은 얇아도 마음은 따뜻해
1998년, IMF가 직격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어느 날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10대 소녀 춘희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 집에 들어오는 춘희. 일행은 전부 검은색 옷을 입었다. 아마 친척 집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 같다. 어디에서 잘까? 대화하는 친척들. 어느 방이 좋겠어. 어느 곳이 괜찮아. 이야기를 하다가, 한 방으로 낙찰이 됐다. 그 방은 다락방이다. 책상도 있고 옷장도 있고 이런 구성이 아니다. 사람이 딱 눕기만 가능한 그런 곳이다. 남의 집 더부살이가 속이 편할 리가 없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춘희. 땀 흘렸던 자국을 없애라고 꾸중 듣기 일쑤다. 거의 침낭 수준의 방에서 숙식하는 것도 모자라 신체적인 콤플렉스까지 춘희의 10대는 영 편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교우관계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폴카 댄스도 혼자. 노래방도 혼자. 놀이공원도 혼자. 언제나 혼자였던 춘희. 어머니, 아버지는 왠지 안 계시고, 집에서도 그렇게 환영받지 못한다. 아까 썼듯 다한증까지 있던 춘희. 심지어 학교 선생님까지 춘희의 손에 있는 땀에 질겁해 거리를 둔다. 춘희에게 혼자는 낯선 것이 아니다. 늘 그랬으니까. 아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춘희는 어른이 됐다. 여전히 그 집에서 숙식하는 춘희. 왠지 외삼촌 가족은 집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춘희는 뚜렷한 직장이 없다. 집에서 혼자 마늘을 열심히 까 외사촌의 가게에 납품하는 것으로 돈을 모으는 모습이 제시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한증 수술을 하기 위해 돈도 꼬박꼬박 모았던 춘희. 여러모로 괴로웠던 10대 생활을 뒤로하고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는 듯한 그녀다. 춘희는 정도 많다. 지나가던 노숙자에게 선물 받은 건강신발도 주기도 하고, 심리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난 말더듬이 남자에게 '말을 잘하시네요'라며 빙긋이 웃어 보이기도 한다. 삶은 어렵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춘희. 춘희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 같다. 외로웠던 유년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해주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춘희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춘희 씨는 뭔가 다른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새롭게 시작된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삶에게 바치는 따뜻한 손 하나
그러니까. 다들 그럴 때 있지 않나. 이 세상의 불행이 나에게 다 몰빵 된 것 같은 기분. 마음대로 되는 건 없고. 난 과연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고. 사실 혼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세상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러면 항상 분기점이 되는 트라우마로 기억이 향한다. 시간을 돌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같은 곳에서 나를 자학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 지점에 관한 작품이다. 이유와 목적을 찾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나에게 그 원인을 묻는다. 멍청한 놈. 네가 그런건 다 그 시기 때문이야.
그런데 사실 삶의 의미나 목적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는 의미가 있었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목표 좋다. 나도 이 글 써서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 또 좋은 곳에 취업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잘 살고 싶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잘 안다. 만약 내가 원하는게 이뤄졌다 치자. 소집해제를 하면 자취를 해야 한다. 그럼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겪어야 할 일이 있다. 내 뒤에서 글을 쓰고 있는 부모님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이런 부정적인 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게 환기가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난 지금도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뭘 이루건 내 안에 부정적 에피소드가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토록 잘 써왔다고 자부했던 내 인생의 역전극의 엔딩이 어찌 됐건 아무 의미 없을 거 같다. 그렇게 삶이 어두워지는 게 아무렇지 않게 성격이 변한다. 그런데. 인생이 엔딩으로 끝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해피엔딩으로 삶이 끝나서가 아닐 것이다. 엔딩이 나면 일단 인생이 없는데, 그게 과연 중요할까? 아닐 것이다. 난 말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만난 여자가 내가 달변가라고 칭찬했다. 그럼 행복한 거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에 닳고 닳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유는 수천 가지인데, 행복한 건 그 단 한 가지면 된다. 영화는 이런 행복의 과정을 반복되는 자기혐오 속에 내던진다. 내가 불행했던 이유를 어린 시절의 나에게서 찾는 것에 대해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밝은 삶도, 어두운 삶도 괜찮으니 이제 자기 학대는 그만두라는 땀 가득한 손을 건넨다. 어차피 우리에겐 많은 빛이 남아 있다는 말과 함께.
말 더듬이 주황
두 주인공의 인물 설정이 좋았다. 특히 쓰고 싶은 건 홍상표 배우가 맡은 주황이다. 주황은 유물에서 문지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잘 사는 집안 아들이 아니었던 남자. 주황 역시 어떤 트라우마를 안고 말을 더듬게 됐다. 이 더듬는다는 단점이 갖는 탄력이 좋았다. 사람이 갖고 있는 다른 단점이야 수 없이 많다. 예를 들어 키가 작거나, 피부가 안 좋거나 등등. 단순히 말더듬이가 아닌 다른 것을 보여줘도 큰 전개에는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말더듬이로 설정한 건 여주인공과 유사점이 있다. 말더듬이가 되면 불편한 게 뭘까?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듯한 세상에 씩씩하게 살아가는 춘희와 공통점을 갖는다. 이를 기점으로 설정 하나로 인한 각본의 탄력이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여주인공 춘희의 따스함, 주황의 지난했던 삶, 특정 집단에게 받았던 상처, 코미디 요소, 후반부 클라이맥스까지 내용의 전개가 부드러웠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도 말더듬이라는 설정이 탁월했지만, 이 영화에서 이 인물이 좋았던 건 그냥 매력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이었다. 주황은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으니 사람 만날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 덕에 엄청 소심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행동은 확실히 진심이다. 캐릭터 자체가 이런 순박함이 보였다. 그 덕에 행동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남았다. 극의 전개상 춘희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지만 주황 캐릭터의 서사도 궁금할 정도였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갔을 법한
일단 첫 번째. 인물 직업 중에 '영화감독' 있다. 이거 아마 자기를 투영해서 만든 캐릭터일 것이다. 그리고 주황이 수문장으로 있는 '경기전'은 감독이 지금 살고 있는 전주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또 HOT나 폴카 댄스 같은 요소도 왠지 최진영 감독이 마음에 들었던 소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춘희의 코디가 맘에 들었다. 텍스트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데, 빨간색을 활용한 느낌이 '이 사람은 꾸밀 줄 안다'는 느낌이 들기 충분하다. 그리고 일부 대사에서 감독이 왠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넣은 게 아닐까 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분이 영화를 보시면서 '이 부분은 그런 거 같다'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엔딩에 나오는 음악도 감독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영화가 좋긴 했지만
영화 좋았다. 엔딩까지 보고 나서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단점이 없지는 않다. 좋은 작품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드는 기시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 보는데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쉽고 재밌게 잘 짜인 영화라 삶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손난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영화계의 국밥들
이 영화하면 기억에 남는게 관객들이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이후 극장에 사람이 많은 경우를 처음 봤다. 그런데 배우들이 통통 튀고 사랑스러웠다. 어린 춘희 역을 맡았던 박혜진 배우가 기억에 남았다. 물론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주인공 역을 잘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 위에서도 썼듯 홍상표 배우도 연기가 좋았다. 내가 제주 사람이라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분인지는 몰랐다. 연기를 사랑해서 하는 느낌? 또 강진아 배우도 역할에 맞는 온화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런 독립영화에 자주 나오시고 상영관도 많이 잡혀서 볼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여러분 ^_^
세상을 이겨내는 모든 춘희씨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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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레그스] 끝장리뷰 | 답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있다 | 클린턴과 백악관 상징 | 제목 분석 | TV, 뱀 해석 | 가족 파괴
(영화 [롱레그스](2024)는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롱레그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이미지와 사운드
Chapter 2 클린턴과 백악관, 제목 분석, 가족 파괴
00:00 롱레그스
01:43 이미지와 사운드
03:11 TV 상징
05:01 이미지 뱀
06:13 클린턴과 백악관
07:35 제목 분석
09:58 별점 및 한 줄 평
10: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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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루엘라> 화려한 반격 영상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우여곡절 런던에 오게 된 나, 에스텔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운명처럼 만났고
나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 했어
도둑질이 지겹게 느껴질 때쯤,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됐어
거리를 떠돌았지만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거든
근데 이게 뭐야, 옷에는 손도 못 대보고 하루 종일 바닥 청소라니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이 나타났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난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되었지
꿈을 이룰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세상에 남작 부인이 ‘그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난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어
잘가, 에스텔라
난 이제 크루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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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무명지배: 대환장 특수임무> 예고편
시내에 있는 휴대폰 가게에서 총기 강탈 사건이 벌어지고 그 범인들은 가기라는 여자의 집에 침입하여 몸을 숨긴다.
평소 죽고 싶던 가기는 죽이고 나가라며 범인들을 협박한다.
예전 경찰을 도우며 살아가다 한 번의 사고로 몰락한 마선용은 경찰의 도움이 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게 된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서산 대교에서 조직폭력배와 학생들 간에 패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총기를 찾으러 갔다가 구급차에 실리게 되고, 그곳에서 총기 강도 사건의 범인들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