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목필2025-02-21 11:22:34
영화 서브스턴스
욕망에 의해 게걸스럽게 해체된 살점의 우화
거부할 수 없는 괴랄한 함정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유명 여배우지만 50대에 접어들며 흘러가는 세월을 막지 못한 퇴물 배우가 된다. 생일을 맞이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지만 거울 속 주름지고 더는 탱탱하지 못한 가슴을 보자 우울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고정이었던 쇼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얼굴이 붙어 있던 광고판이 찢겨 나가는 걸 보는 순간 사고까지 당해 최악의 생일을 맞이한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자신의 꼴이 처첨한 엘리자베스는 좌절감에 눈물을 터뜨린다. 그때, 한 젊은 남자 의사가 그녀의 척추를 꼼꼼히 살피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잔뜩 지친 채 노란 코트를 입고 거리로 나온 엘리자베스는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그가 몰래 남긴 무언가를 발견한다.
THE SUBSTANCE
iT CHANGED MY LiFE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색상과 사운드를 통해 ‘욕망’을 드러낸다. 수위도 굉장히 높고, 관객이 불쾌함을 느낄 지점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말 그대로 절정에 치닿는다. 등장하는 색은 크게 빨강, 파랑, 노랑으로 나뉘는데 엘리자베스뿐만 아니라 하비와 투자자들, 대중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곳인 방송국(제작사)과 광고판을 대부분 붉은 색감이다. 하비의 옷도 주황색 계열이나 붉은 옷이 많고,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를 찾으러 갈 때 들고 있는 가방도 붉은 색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노른자 같은 코트와 새빨간 가방.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색감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엘리자베스의 나은 버전인 ‘수’의 색은 분홍색이다. 엘리자베스와 방송국의 새빨간 욕망 비슷하지만, 비교적 덜 노골적이고 싱그러워 보인다. 마치 엘리자베스의 욕망까지 젊어진 듯 훨씬 생기 있고 당돌한 수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색감이다.
그와 대비되는 파란색은 엘리자베스가 공허와 허망함을 느끼는 집에 많이 등장한다. 수로 살아갈 때는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는 집이, 다시 원형으로 돌아오면 아주 차가운 물 속처럼 시리도록 푸르다. 당당한 수는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젊은 몸을 즐기는 반면 자존감도, 자신감도 떨어진 엘리자베스는 그저 지난 영광을 그리워하며 불도 채 다 켜지 않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낮에는 청소하는 사람들이나 TV를 피해 화장실만큼 하얀 벽 뒤로 숨을 뿐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가 만족스런 숨을 뱉으며 침대로 뛰어들 때의 색도 푸른 계열인 것이다. 다만 엘리자베스의 파란색이 원색이라면, 수가 누운 침대의 파란색은 훨씬 짙어 남색에 가깝다. 이는 외로움이나 공허가 아닌 젊음과 명예에 대한 수의 강렬한 소유욕에 더 가깝다.
화장실과 서브스턴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하얗다. 현실에서도 화장실은 매일 무언가를 만들고 없애는 공간이다. 배설물도 그렇고, 묵은 때를 씻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곳엔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만이 존재한다. 마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여 선택에 변명의 여지가 없게 만든 공간처럼 느껴진다.
잔인한 장면만큼 불쾌감을 자아는 인물이 있다. 방송국 대표인 ‘하비’이다.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에 나오는 스트릭랜드처럼 볼일을 보고 손을 닦지 않을 뿐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새우를 더럽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인물이다. 그의 입안에서 처참하게 으스러지는 새우의 살점을 보며, 엘리자베스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면 하비가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운 것은 새우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껍데기만 남은 채 그 앞에 쌓인 새우 머리는 엘리자베스‘들’을 연상캐한다.
수의 욕심으로 인해 둘은 완전히 균형을 잃는다. 관절이 완전히 뒤틀리고 급속도로 늙어버린 엘리자베스는 하비가 준 프랑스 요리책을 보며 난잡하게 요리한다. 칠면조 안으로 손을 욱여 넣고 내장을 뽑으며 토크쇼에 나온 수를 향해 저주와 비난을 퍼붓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꼭 동화에 나오는 마녀같다. 기괴하게 뒤틀린 다리와 잔뜩 빠진 머리, 툭 튀어나올 정도로 굽은 등은 어딘가 익숙하다. 이전의 건강함마저 잃은 그녀는 차마 잠들어 있는 수를 헤코지하진 못하고 다른 살덩어리들을 폭행한다. 음식은 먹으면 피와 살이 되어 육신을 이룬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몸을 거부하듯 폭력적으로 요리하며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결국, 괴물처럼 변한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종료를 선택한다. 그러나 수가 죽을 거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둘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젊고 건강한 몸의 수는 엘리자베스를 무참하게 죽이고 새해 전야 쇼에 나가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다. 그녀를 위해 준비된 파란 드레스는 신데렐라의 드레스와 흡사하다. 원형인 엘리자베스가 죽자, 수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치아와 손톱이 빠지고 귀가 떨어지며 천천히 몸이 해체된다. 호박 마차도, 요정 대모도 없는 수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1회 사용 후 폐기해야 했던 서브스턴스 약물 뿐이다. 악착같이 달려 화장실로 뛰어간 수는 남은 서브스턴스를 주입하며 ‘더 나은 나’를 태어나게 한다.
유리병에 담긴 매혹적인 초록색 약물. 먹으면 죽는 독사과처럼 위험한 걸 알면서도 자꾸 원하게 되는 이 약물은 지독한 함정이다. 1회 사용 후 폐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남는 양,‘REMEMBER YOU ARE ONE’이라고 계속 강조하면서 막상 종료했더니 완전히 둘로 나뉘어지는 것, 그리고 결코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증거이다.
괴물이 된 수와 엘리자베스는 푸른 드레스를 입고 모두가 고대한 새해 전야 쇼장으로 향한다. 그토록 원했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선 ‘몬스터 엘리자베스 수’는 자신의 젊은 몸과 섹스 어필을 원했던 관객들을 위해 엉뚱한 곳에서 가슴을 뱉는다. 그리고 팔이 뜯어지자 터진 피 분수를 모두에게 선사한다. 거리로 나온 몬스터 엘리자베스 수의 몸은 천천히 무너지고 뜯어진다. 잔뜩 뒤틀린 등에 힘겹게 붙어 있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지난 영광의 자리로 힘겹게 기어가 쏟아지는 별을 감상한다. 그 주변으로 영화 내내 인서트 컷으로 등장했던 야자수가 보인다. 마치 네가 여기로 돌아올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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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액션의 바이블, 존멘(John-men)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매트릭스, 1999-2003>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표류하고 잊히는 배우가 되어가던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은 "하나의 조직을 쓸어버리는 전직 킬러"의 내용을 담은 여느 영화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그 이유에 "애완견(정확하게 사별한 아내가 남긴!)"이었지만 귀여운(?) 동기와 다르게 담아낸 액션은 2010년대를 대표할 만큼 큰 파급력을 남겼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떠나 모든 속편들이 그렇듯이 <존 윅>도 숫자를 더할수록 몸집이 커졌지만 평가와 반응은 날로 갈수록 뜨겁기만 하다!전작에서 "최고 회의"와 싸우기로 한 "존 윅"은 최고 회의가 앞세운 "그라몽 후작"과의 대결을 결정한다.
이에 "그라몽 후작"은 "존 윅"의 오랜 동료였던 "케인"을 앞세운다.
고민도 잠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에 "존"은 거침없이 총을 드는데...1. 나도 움직이고 있네?
앞서 말했듯이 (사별한 아내가 남긴) 애완견과 자동차를 시작으로 <존 윅>은 간단한 시놉과 어마어마한 액션을 주 볼거리로 내세운 영화다.
108분이라는 분량에서도 보듯이 머리를 비우는 목적을 둔 작품이나 2편을 시작으로 등장한 "최고 회의"의 존재로 세계관이 넓혀지기 시작한다.
2편의 분량이 122분, 3편이 131분, 그리고 이번 <존 윅 4>가 169분이니 점점 높아만 가는 숫자는 기획부터 정교한 게 아님을 자백한다.
그럼에도, 갈수록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엔 <존 윅>은 이야기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결국, 사람들이 <존 윅>의 관람을 택하는 이유는 "액션"에 있다.
<존 윅>이 나오기 전의 모든 액션 영화들의 패턴을 기억하자면, 카메라를 전부 보여주기보단 부분만을 보여줘 "핸드헬드"와 초점을 흘려낸다.
나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줘 액션의 박진감을 낸다고는 하나 이는 관객들의 멀미(?) 혹은 어지러움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시점을 둬 모든 행동을 보여주는 <존 윅>에겐 "멀미"는 없겠지만 문제는 멋이 없어지고 만다!영화와 드라마 혹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에 있어 "감정 이입"은 "몰입"을 의미하고, 액션이 주된 작품에서 "몰입"을 어떻게 나타날까?
그건,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을 따라 하고 있는 손과 발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존 윅>의 액션이 바로 이에 속한다!
권총의 파지법부터 "연필"까지 <존 윅>의 모든 액션들은 따라 하고픈 마음보다 행동에 앞서고 만다.
이번 4편의 액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2. 몸에 비해, 마이크 웍은 여전히...
이제는 온전히, 그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성룡"의 <취권>은 아파하는 리액션으로 신기원을 만들었다.
이처럼 <존 윅>에서 보여주는 그의 액션은 멋지기도 하면서,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총알을 다 떨어진 총을 상대에게 집어던지는 현실적인 모습에 묘한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케인"의 설정부터 "자토이치(맹인검객)"을 연상시켜 어설퍼 보이는 행동과 달리 살벌한 행동들은 묘한 "갭모에"를 일으켜 깊은 인상을 남긴다.이외에도 "파리 개선문"을 비롯해 "222 계단"까지 시퀀스로 펼치는 액션들은 이번 4편의 기나긴 러닝타임을 깜빡하게 만들 만큼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 간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결말이 정해졌다 한들 "존 윅"이라는 캐릭터와 싸워야 하는 동기가 있어야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나 이번 4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몸짓에 비해 입씨름은 영 약하기만 하다.이번 영화에서 상대역과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케인"과 "그라몽 후작"만 하더라도, 인질로 "딸"이 잡혔거나 위협하는 단조로운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트위너"로 나오는 "노바디"만 하더라도 "존 윅"의 정체성과 같은 애완견에 대한 사고 관념을 재확인할 뿐이다. - 어찌 보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캐스팅일까?
결국, 엔딩에서 보여준 장면 또한 쾌감보다는 쿠키와 함께 넓혀지는 세계관만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있다!
· tmi. 2 - 당초 4편은 5편과 함께 제작되었으나 현재, 5편에 대한 제작은 보류 중이다.
· tmi. 3 - 공개 예정 중인 <발레리나>는 본편 3편과 4편 사이의 "인터퀄"이며, 드라마 <콘티넨탈>은 "윈스턴"의 젊었을 적 시절을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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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작 발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드디어 2022년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대로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예상을 빗나간 수상 후보작 선정도 여럿 눈에 띕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OTT작품들의 작품상 후보 선정, <돈 룩 업>이 대표적이구요,
인디영화 <코다>의 작품상 후보 선정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약진입니다.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습니다.
<기생충> 이후 또 한번 아시아 영화 감독의 놀라운 성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영화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많~~이 예상해봅니다.
그럼 주요 부문 수상 후보작은 톺아보도록 할게요! :)
작품상
1. <파워 오브 도그>
2. <드라이브 마이 카>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듄>
5. <코다>
6. <킹 리처드>
7. <리코리쉬 피자>
8. <나이트메어 앨리>
9. <벨파스트>
10. <돈 룩 업>
▶너무 쟁쟁한 후보군들이 많지만 조심스레 <파워 오브 도그>의 수상을 예상해봅니다.
감독상
1.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2.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3. <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4.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 작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너무나 많은 극찬을 받은 작품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남우주연상
1. <비잉 더 리카르도> (하비에르 바르뎀)
2.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3.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4.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5. <킹 리처드> (윌 스미스)
▶ 앤드류 가필드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역대급 인생연기로 극찬 받으면서,
조금 더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3. <페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즈)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 가장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장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네요.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2. <코다> (트로이 코처)
3.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4. <비잉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과 제시 플레먼스가 같은 작품에서 가장 큰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역시 흐름이 코디 스밋 맥피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여우조연상
1. <잃어버린 딸> (제시 버클리)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벨파스트> (주디 덴치)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킹 리처드> (안저뉴 엘리스)
▶ 여우조연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대결로 보입니다.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떠오르는 신예 배우를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수상이 예상되네요.
각색상
1. <코다>
2. <드라이브 마이 카>
3. <듄>
4. <잃어버린 딸>
5. <파워 오브 도그>
▶ <드라이브 마이 카>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데요.
그래서 충분히 <드라이브 마이 카>의 수상 가능성도 크다고 짐작됩니다. <듄> VS <파워 오브 도그> VS <드라이브 마이 카>의 대결로 보입니다.
각본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킹 리차드>
4. <리코리쉬 피자>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 돈 룩 업>과 <리코리쉬 피자>의 대결로 예상됩니다. 각본상도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촬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파워 오브 도그>
4. <맥베스의 비극>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프로덕션의 힘, 촬영상 부문인데요. 아무래도 2021년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듄>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해봅니다.
의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크루엘라>
4. <시라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편집상
1. <듄>
2. <킹 리처드>
3. <파워 오브 도그>
4. <돈 룩 업>
5. <틱, 틱...붐!>
분장상
1. <크루엘라>
2. <듄>
3. <타미 페이의 눈>
4. <커밍 투 아메리카>
5. <하우스 오브 구찌>
미술상
1. <나이트메어 앨리>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맥베스의 비극>
음향상
1. <벨파스트>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악상
1. <돈 룩 업>
2. <듄>
3. <엔칸토: 마법의 세계>
4. <페러렐 마더스>
5. <파워 오브 도그>
주제가상
1. <킹 리처드>
2. <엔칸토: 마법의 세계>
3. <벨파스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포 굿 데이즈>
시각효과상
1. <듄>
2. <프리 가이>
3.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장편 애니메이션상
1. <엔칸토: 마법의 세계>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3. <루카>
4.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5.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장편 다큐멘터리상
1. <중국몽>
2. <아티카>
3. <나의 집은 어디인가>
4.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5.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쏘다>
국제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덴마크)
3. <신의 손> (이탈리아)
4. <교실 안의 야크> (부탄)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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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인데요.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2관왕에 올랐습니다. :)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 발표 콘텐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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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프로, 사랑은 바보'인 여성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 영화에서 굳이, 어떻게든 이야기할 거리를 찾는다면 주인공 재연의 캐릭터 설정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광고 업계에서 감독으로 일하는 이십 대 후반의 여성 재연은 현장에서는 냉철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일터에서 재연의 권위는 그녀의 프로다운 태도와 능력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사랑에서의 재연은 정반대다. 촬영장에서와는 다른 표정으로 남자 친구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계속 ‘을’처럼 군다. 고압적인 예비 시모에게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남자 친구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 위해 제주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별과 사랑 이야기를 만나며, 마음을 ‘분리’하고 ‘수거’할 필요성을 깨달아간다.
주변에 재연 같은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학업, 취업 등의 영역에서는 철두철미하고 능숙한데 유독 애정 문제에서만큼은 답답할 정도로 바보가 되는 이성애자 여성 친구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는 건가 싶어 놀랐던 기억…. 나는 종종 ‘일과 사랑’에 대한 그녀들의 불일치에 어안이 벙벙해지곤 했다. 친구들 나름대로는 이래저래 만나 봐도 ‘그놈이 그놈이더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고, 내가 알지 못한 매력을 나름대로 찾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종종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바보 같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깎아 먹는 상황에 좌절했고, 언젠가부터는 이해를 ‘포기’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의 사랑과 욕망을 투명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라 자위하면서.
이는 아마도 남성과 여성이 가진 사회적 자원이 다른 방식으로 평가되는 것이 애정의 대상을 고르는 개개인의 무의식에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혹은 불평등한 젠더 권력의 격차가 개개인의 친밀성 실천을 특정한 방식으로 주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과 사랑’의 아찔한 불일치는 현실에서 똑똑한 이성애자 여성을 절망케 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일과 사랑 사이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자신의 감정을 다시 사용할 만한 것과 버려야 할 것(분리수거)으로 추리는 재연의 이야기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작위성이 극대화된 여러 캐릭터다. 재연은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러 사랑, 이별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연이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사랑관을 갖는 것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어 보인다. 재연의 답답한 사랑에는 사회적 맥락이라도 있는데, 다른 캐릭터들의 사랑은 내실 없는 자극으로만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애인에게 매달 300만 원씩 용돈을 주고 헤어진 후에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믿는 남자, 뷰티 인플루언서지만 연애는 해보지 못한 여자, 능력주의와 성과주의에 기반해 교수 퇴출을 요구했으나 해당 교수가 연인의 어머니란 걸 알고 다시 복직 운동을 벌이는 남학생,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게 화를 내면서도 그녀가 임신 중지를 선택하자 화를 내는 남성……. 이들 캐릭터에게는 깊이 있고 내밀한 일상적 친밀성 경험에 대한 탐색이 근본적으로 부재한다. 이들의 사연은 작위의 퍼즐로만 존재하는 듯하다. 재연이 이들에게서 감정을 분리수거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 내용은 고작 ‘그래도 내가 저 사람들보다는 낫네’ 정도일 것만 같다. 재연을 위해서는 친밀성과 사랑, 감정에 관한 근본적인 재탐색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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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탈 큐레이션
<애프터 양>을 여러 차례 보았다. 얼핏 잔잔해 보이는 이야기가 마음에 뭉클함을 남겼고, 릴리 슈슈의 흔적도 반가웠으며, 영화의 소리들을를 듣는 것도 즐거웠지만... 결국 여러 차례 볼 때마다 들었던 수많은 생각들은 한 가지 질문으로 모여들었다. "기록의 큐레이션을 기억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결국 "양은 누구인가?" 로 이어졌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양'과 한 일가족의 이야기다. 영화는 먼 미래의 언젠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시적이고 웅장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세계는 아니다. 현재 '문화권' 혹은 '인종'이라고 구분되는 것들이 생활 곳곳에 아무렇게나 섞여 있어, 양의 가족도 백인 남성 제이크와 흑인 여성 카이라 두 부부가 중국계 아이 미카를 입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 속에도 다양한 문화권의 특징들이 묻어난다. 특히 이 가족의 삶에는 차(茶)에 관심이 많은 제이크의 영향인지 특히나 '동양적'인 것들이 많이 어우러져 있다.
이 독특한 가족은 미카가 뿌리를 잘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중국계(로 인지할 수 있는 외양의) 안드로이드 '양'을 데려왔다. 미카는 양을 오빠라는 단어(哥哥)로 부르고 둘 사이에는 유대가 점점 쌓여 간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양이 작동을 멈춘다. 이 영화는 양을 수리하기 위한 여정으로 시작되어, 양의 내부에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면서 양의 메모리를 들춰보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양은 3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매일 남겼다. 사람이 일기를 쓰는 행위와 비슷하되, 3초라는 제한적 시간은 결국 양의 렌즈에 비추어진 모든 영상 중 큐레이션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뜻이 된다. 어떠한 기준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양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어쩐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추억을 엿보는 기분이 드는, 애틋하고 뭉클한 영상들이 지나간다.
우드 소재와 초록 식물이 가득함에도 어쩐지 생명의 기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인간들의 집에 비해, 양의 기억 속 장면들이 오히려 생동감 있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벽에서 튀는 햇살, 널려 있는 빨래, 축복처럼 흩어지는 나뭇잎, 빙글빙글 춤추는 아이, 그리고 릴리 슈슈의 흔적. 더없이 '인간적'인 '기억'이,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기록'에서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양의 메모리 뱅크는 숲의 형태로 시각화된다. 기록의 숲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일이 내 눈에는 마치 애도의 여정처럼 보였다. 수목장 형태의 납골당을 거닐며 그의 기억을 하나씩 함께 들추어 보는 것만 같은 기분. 다시 말해, 양의 메모리는 인간인 나의 눈에 기억으로 투사되어 들어왔다는 뜻이다.
기억의 큐레이션을 기억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나는 여기에 결국 YES를 택했다. 어디까지가 '인간적'인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결국 나는 이런 안드로이드를 만난다면 인간으로 인지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대답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의 메모리 뱅크는 그 자체로는 그저 '기록'이겠지만, 기억을 가진 주체의 눈에 비추어 보이는 한, 기록의 큐레이션은 기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 없이는 챗GPT가 오천 번쯤 업그레이드된다 해도 기록의 큐레이션에 머무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제이크가 좋아하는 차와도 닮은 점이 있다. (손님이 별로 없는) 차 가게를 운영하는 제이크에게, 한 손님이 찾아와 '차 가루 tea crystal'는 없는지 묻는다. 결국 손님은 만족하지 못한 채로 가게를 떠났지만, 그 질문은 제이크에게 남아서 제이크를 이후로 차 가루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내려 보고 양과도 대화를 나눈다.
찻잎의 블렌딩도 결국은 큐레이션이 아닌가. 말린 잎 가루 하나하나가 모여 한 잔 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일정한 취향을 가진 양의 기록도 기억으로 보일 수밖에.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 속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춤을 추어야 하는 세상을 산다. 놀이를 빙자하고 있지만 이들이 추는 춤에는 무시무시한 전투의 도구들이 이름으로 붙어 있으며, 동작을 틀린 가족의 탈락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한, VR 차단이라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지만 자유롭게 몸을 흔들 수도 없는 세계, 어쩌면 이들이 사는 세계가 그토록 건조해 보이는 데에는 이 장면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의 세계는 건조하고 딱딱한 틀에 잡혀 있는 반면에, 안드로이드 양의 기억에는 생명의 온기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거기에는 인간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릴리 슈슈로 대표되는, 과거 어느 동시대 함께 쭉쭉 마셨던 취향이.
안드로이드는 분명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인간처럼 투사되어 보일 수는 있다. 몸과 시선을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토록 감정을 이입하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도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의외로 취향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예술을 무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규정하는 것들, 이를테면 우리의 성별, 인종, 소속, 지나온 이력들은 우리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이따금 우리와 타인 사이에 경계의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취향만큼은 경계의 벽을 세우지 않는다. 인종이 같고 소속이 같은 누군가보다, 취향이 같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더 '나와 잘 통한다'고 느낀다. 다른 차이들이 좀 있어도 다시 보게 되고, 한 번 더 귀를 기울여 듣고 싶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하고 편집한 코고나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이 영화에는 미국 사회에 사는 '아시안'으로서의 생각들도 묻어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동아시아에서 온 여자'로 보일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시선에서 아시아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걷어낼 수가 없다.
(오래도록 할리우드 아시아계 캐릭터의 외형 클리셰였던) 부분 탈색 헤어스타일이나, 중국계 캐릭터가 무슨 드레싱 만들듯 가벼운 손길로 고추장을 만들고 있는 점, 한 캐릭터가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아역 배우들이 계속 바뀌는데 쌍꺼풀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캐스팅... 같은 것들을 만약 백인 감독이 했다면, 같잖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혀를 찼을 것이다. 편안하게 개량된 동양식 옷차림조차도 그래 보였을 것 같다. 혹시나 더 비하의 의미가 있지는 않은지, 거대한 아시아를 손쉽게 뭉개버리는 무지한 시선이 있다면 나는 그 영화를 좋다고 말하기 싫으니까, 가자미눈 뜨고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감독이 아시아계 디아스포라 당사자이기도 할 뿐 아니라, 그 경계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있는 양의 맑은 눈빛을 보게 한다. 계속해서 구분 짓고 선을 긋는 세상에서, 경계를 넘어서는 취향의 조각을 모아, 부드럽게 통합되고 이어지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만의 차 가루tea crystal를 큐레이션하여, 향긋한 한 잔을 블렌딩해 나누어 마시고 싶어진다.
양은 무(無)가 없다면 유(有)도 없다고 했다. 양의 외형은 멈추었지만, 형태 없는 양의 기억, 미카와 양이 함께한 시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스산하지만 자꾸 돌아보게 되는 멜로디로 남아 버린 릴리 슈슈 또한 버추얼 아티스트였다. 여러 차례 보았던 <애프터 양>을 이제는 덮는다. 당분간은 망막이 아닌 기억에 소중히 묻어 두고 싶은 영화를, 차 향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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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결국 다시 혼자가 될 것이란걸 알기 때문에
업보. 불교에서 쓰는 말이다. 선악의 행업을 말미암아 삼은 과보를 뜻한다. 이 업보의 주체는 상황마다 다르다. 인간관계에 정답이란 없으니 당연하다. 내가 업보를 돌려받을 수도 있고 타인이 누군가에게 줬던 상처를 내가 입힐 수도 있다. 불교를 정의하는 또 다른 가치관이 있다. 윤회다. 생명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내가 지금 태어났다고 한 건 언제쯤 죽는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또 나는 다른 무언가로 태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좋은 일 나쁜 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금 하품을 크게 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업보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크게 준 상처의 대가를 돌려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가정을 계속해서 곱씹다 보면 인생이 허무해진다. 공감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이겨내도 막상 같은 시련이 덮치면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는 일인데. 이러다 내가 받은 상처가 세상의 기준에 끼지 못한 게 된다면 참 외롭지 않을까. 이 감정이 내가 단 1마디도 반박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런 거겠지.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상대를 모욕할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나 역시 어떤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주변인들에게 더 감사해야 한다는 걸. 갑자기 나더러 화려하다고 했던 내 스승 중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연락할 일은 없어 마음으로만 그분의 행복을 기원한다. 나는 내가 성공했던 일들보다 훨씬 더 초라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에 휘둘리는 인간이기도 하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아무것도 없는 영화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눠진다. 한국의 인기 여배우가 유명 영화감독과 불륜설이 난다. 국내 여론은 당연히 난리가 나고 베를린으로 도피한다. 그리고 아는 언니랑 대화를 나눈다. 1부 끝. 2부는 여배우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불륜이 났던 남자 감독과 만난다. 2부 끝. 이 영화는 줄거리만 단출한 게 아니다. 영화의 화법도 조용하다. 플롯이랄 게 없다. 조명도 제대로 안 된 것 같고. 인물 갑자기 튀어나오고. 대화도 사실 의미가 없다. 난 왕가위를 좋아한다. 왕가위 영화의 핵심은 때깔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왕가위의 감성과는 전혀 딴판이다. 왕가위는 스트릿룩으로 멋을 뽐낸 사람쯤 된다면 (이 영화에서의) 홍상수는 맨투맨에 슬랙스만 입었는데 신발이 짚신인 사람이다. 난 난해한 옷차림인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비춰서 과연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없다. 이 사람이 말하고 싶은 건 없다. 2021년 오늘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 알았다. 이 사람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딱히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혼자 밤 해변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독은 어떤 감정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쓴 걸까? 난 외로움과 후회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영희가 유일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은 해변이다. 그녀는 애인을 좀 많이 신경 쓴다. 친한 언니에게도 애인 이야기를 한다. 지인들과 술 먹을 때도 애인 생각을 한다. 해변에서도 애인의 얼굴을 그린다. 그러다가 해변에서 잔다.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에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그냥 그녀는 그러고 만다. 아무 일 없는 듯이. 시간이 지나 그녀의 그리움이 어떻게 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2부를 보자. 바다에서 지인들끼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다. 근데 이건 꿈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2부가 끝났다. 영화 안에서 사랑하는 애인을 만났던 건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다. 모든 게 꿈이었다. 결국 그녀는 혼자서 길을 걷는다. 영화의 시작은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었는데 끝은 혼자다. 갈등의 해결? 그런 것 없다. 주인공의 해피엔딩? 없다. 새드엔딩? 당연히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 상황은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외로움이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그런 막연함이 외로움이라 생각한다. 영희는 혼자서 소리친다.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냐고 주변인들에게 묻는다. 근데 이게 꿈이다. 내가 진짜 나쁜 년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 마저도 혼자만의 착각으로 끝났다. 그뿐일까? 영희의 애인인 감독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본인만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다. 결과적으로 비행기 타고 13시간이나 걸리는 베를린에서 남자를 생각했던 것이 헛수고로 돌아가버렸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그리움은 꿈으로 매몰됐다. 남는 게 없는 셈이다. 이게 홍상수가 말하고 싶었던 감정이다. 외로움이다. 우리는 초입 10분 만에 이 영화가 이러다가 끝날 거란 걸 알고 있다. 감독이 홍상수니까. 근데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 해변을 보는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다. 어차피 세상에 나를 공감할 수 없는 건 나밖에 없단 걸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엔 이유가 없다. 그냥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가장 외로워진다. 그리고 그게 내가 만든 이유 때문이란 걸 알면 걷잡을 수 없이 후회가 커진다. 바닷가에 홀로 누워서 잠을 자고 싶다. 그냥 멍하니 시간만 지나면 좋을 테니까. 좌절과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 그러니까 나 포함한 모든 이들이 어려움이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다. 아무것도 없을 땐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마지막 엔딩신 바로 전까지를 보니 아마 홍상수 감독도 그런 것 같다. 외로우니까. 이 모든 게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나 보다.
근데 마지막 엔딩신을 보자. 영희는 일어나서 똑바로 걷는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단 걸, 다 의미가 없어서 외로워하고 있단 걸 아는데도 앞을 보며 걸어간다. 외롭다는 뜻이다. 근데 1부에서 남자 등에 업혀 가던 모습이 아니었다. 2부는 혼자서 걷는다. 이제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난 이 영화의 그녀 모습에게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외롭지 않은가 보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씩씩해졌나 보다. 영희는 후회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후회는 어차피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떠나가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진다. 타인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서 용서를 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영희는 이 모든 게 허상임을 알고도 이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앞으로만 걷는다. 난 이런 그녀의 모습이 우리의 삶에서 후회가 작동한 후의 방식과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나라는 인간이 비호감 덩어리라 멀어질 수밖에 없던 모순적인 순간들. 뭐 그런 순간이 우리의 일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걸 벗어나지 못하면 후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막상 그걸 세상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그냥 방 안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나. 우리는 걸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세상에게 상처를 주고도 앞으로 걷는다는 건 받은 이들의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는 셈일 테니까. 현실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홍상수는 부인에게 큰 상처를 줬다. 사실 어찌 보면 질이 안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이런 자기의 모습을 영희에 투영해 우리의 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 알아. 아무도 날 이해할 수 없단 걸. 그리고 내 애인도 이해할 수 없겠지. 내가 누리던 인기 영희의 주변인처럼 다 꿈처럼 사라지겠지. 사랑도 언젠가 실패할 테고. 그럼에도 영희는 벌떡 일어나서 앞으로 걸었다. 외로움과 후회를 보여줘도 사실 자기는 선택지가 없단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 홍상수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하다. 사실 어쩔 수 없다. 내가 잘못한 일에 내가 외로움을 느끼던 타인이 나에게 가한 이기심이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게 인생사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이 모순이고 후회 속에 갇혀 나를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 셈이다. 나도 외롭고 후회한다고. 이게 내가 느낀 감정들이라는 걸 보여줬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는 바도 없이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을 완벽하게 비유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는 루틴의 반복 속에 산다. 반복되는 일상 속 비호감 덩어리인 나. 이 세상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때의 나만 있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꿈같아서 즐거웠던 시간은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 그러면 어때. 이 세상은 모순덩어리다. 내가 보이는 것들이 타인은 눈치 못 채는 순간의 연속이다. 타인과 교감하는 순간까지 심지어 꿈같이 사라질 때가 부지기수다. 이건 결국 후회나 외로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잠에서 깨어난 영희처럼 앞에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을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다. 회의감이 가득한 게 우리의 삶이라고 한들 홍상수는 이 감정 속에서도 자기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닌 감독이다. 홍상수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나도 그에게 설득당해버렸다. 처음엔 양홍원의 <오보에>를 리뷰하려고 시작했던 글이 점점 길어졌다. 굉장히 중요한 기획서를 써서 모 교수님에게 내야 하는데 한 3시간 동안 이 글만 썼다. 이제는 해변에서 혼자 배회하지 않아야 할 텐데. 공부도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7월 말의 밤이 조용히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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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드디어 4월이 시작이 되었네요.4월 한 달도 모두 건강한 한 달이 되시기를 바라며,4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모비우스>의 개봉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모비우스> (NEW)▶ 저번 주에 예상했던 것처럼 모비우스가 주말 관객수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모비우스>는 마블의 첫 번째 안티 히어로 무비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또한 DC에서 조커 역을 맡았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를 높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0만 44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1만 2036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 수요일인 6일에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앰뷸런스>가 개봉해,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동료인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흡혈 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모비우스’는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그러던 중 ‘모비우스’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그의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얻게 되는데…2. <뜨거운 피> (▼1)
▶ <모비우스>의 등장으로 <뜨거운 피>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3월 넷째 주와 저번 주의 주말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약 3분의 1일 줄었는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5만 13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2만 809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1)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개봉한 지 약 4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안정적으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만 45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1만 208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4회 예측 이벤트는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한 주 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모비우스>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과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모비우스>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13세 미만 남성(200,000명)과 20대 후반 남성층(196,573명)이었습니다.
또한 <모비우스>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모비우스>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주술회전0> (▼1)
▶ 3월 넷째 주에 순위가 올라갔다가 다시 하락하게 된 <극장판 주술회전0>
주말 관객 수를 참고해 어림잡았을 때, <극장판 주술회전0>은 누적 관객 수 6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6721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6만 78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5. <배니싱: 미제사건> (NEW)
▶ <배니싱: 미제사건>은 동일한 날에 개봉한 <모비우스>에 비해 성적이 낮게 나왔는데요. 이 영화는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352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706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4월 둘째 주 주말에는 <배니싱: 미제사건>이 5위권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모비우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갔고, RRR이 5위권 밖으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언차티드>는 2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모비우스>는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39,100,000 (한화 약 47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모비우스> 3910만 달러 (누적 3910만 달러)2. <로스트 시티> 1480만 달러 (누적 5458만 달러)3. <더 배트맨> 1080만 달러 (누적 3억 4900 달러)4. <언차티드> 360만 달러 (누적 1억 3891만 달러)5. <극장판 주술회전0> 197만 달러 (누적 2969만 달러)...씨네픽의 4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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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던 날] 리뷰:주제가 쉽게 와닿지 않았던 영화, 다소 장황했고 지루했다.
#내가죽던날#김혜수#이정은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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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큐!! 극장판 / 쓰레기장의 결전 / 많이 보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 쇼요와 켄마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끝나고 제대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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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티저 예고편
모두가 행복한 사랑을 바라는 ‘아카리’(하마베 미나미)와
한 발 뒤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유나’(후쿠모토 리코).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둘.
고등학교 첫 학기가 시작되고
‘아카리’와 ‘유나’에게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
“너도 내 마음과 같을까…?”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가는 길
열일곱, 우리들의 성장형 청춘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