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최목필2025-02-21 11:22:34

영화 서브스턴스

욕망에 의해 게걸스럽게 해체된 살점의 우화

 

 

 

 

거부할 수 없는 괴랄한 함정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유명 여배우지만 50대에 접어들며 흘러가는 세월을 막지 못한 퇴물 배우가 된다. 생일을 맞이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지만 거울 속 주름지고 더는 탱탱하지 못한 가슴을 보자 우울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고정이었던 쇼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얼굴이 붙어 있던 광고판이 찢겨 나가는 걸 보는 순간 사고까지 당해 최악의 생일을 맞이한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자신의 꼴이 처첨한 엘리자베스는 좌절감에 눈물을 터뜨린다. 그때, 한 젊은 남자 의사가 그녀의 척추를 꼼꼼히 살피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잔뜩 지친 채 노란 코트를 입고 거리로 나온 엘리자베스는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그가 몰래 남긴 무언가를 발견한다.

 

 

 

THE SUBSTANCE

 

iT CHANGED MY LiFE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색상과 사운드를 통해 ‘욕망’을 드러낸다. 수위도 굉장히 높고, 관객이 불쾌함을 느낄 지점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말 그대로 절정에 치닿는다. 등장하는 색은 크게 빨강, 파랑, 노랑으로 나뉘는데 엘리자베스뿐만 아니라 하비와 투자자들, 대중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곳인 방송국(제작사)과 광고판을 대부분 붉은 색감이다. 하비의 옷도 주황색 계열이나 붉은 옷이 많고,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를 찾으러 갈 때 들고 있는 가방도 붉은 색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노른자 같은 코트와 새빨간 가방.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색감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엘리자베스의 나은 버전인 ‘수’의 색은 분홍색이다. 엘리자베스와 방송국의 새빨간 욕망 비슷하지만, 비교적 덜 노골적이고 싱그러워 보인다. 마치 엘리자베스의 욕망까지 젊어진 듯 훨씬 생기 있고 당돌한 수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색감이다.

 

그와 대비되는 파란색은 엘리자베스가 공허와 허망함을 느끼는 집에 많이 등장한다. 수로 살아갈 때는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는 집이, 다시 원형으로 돌아오면 아주 차가운 물 속처럼 시리도록 푸르다. 당당한 수는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젊은 몸을 즐기는 반면 자존감도, 자신감도 떨어진 엘리자베스는 그저 지난 영광을 그리워하며 불도 채 다 켜지 않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낮에는 청소하는 사람들이나 TV를 피해 화장실만큼 하얀 벽 뒤로 숨을 뿐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가 만족스런 숨을 뱉으며 침대로 뛰어들 때의 색도 푸른 계열인 것이다. 다만 엘리자베스의 파란색이 원색이라면, 수가 누운 침대의 파란색은 훨씬 짙어 남색에 가깝다. 이는 외로움이나 공허가 아닌 젊음과 명예에 대한 수의 강렬한 소유욕에 더 가깝다.

 

화장실과 서브스턴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하얗다. 현실에서도 화장실은 매일 무언가를 만들고 없애는 공간이다. 배설물도 그렇고, 묵은 때를 씻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곳엔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만이 존재한다. 마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여 선택에 변명의 여지가 없게 만든 공간처럼 느껴진다.

 

 

 

잔인한 장면만큼 불쾌감을 자아는 인물이 있다. 방송국 대표인 ‘하비’이다.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에 나오는 스트릭랜드처럼 볼일을 보고 손을 닦지 않을 뿐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새우를 더럽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인물이다. 그의 입안에서 처참하게 으스러지는 새우의 살점을 보며, 엘리자베스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면 하비가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운 것은 새우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껍데기만 남은 채 그 앞에 쌓인 새우 머리는 엘리자베스‘들’을 연상캐한다.

 

수의 욕심으로 인해 둘은 완전히 균형을 잃는다. 관절이 완전히 뒤틀리고 급속도로 늙어버린 엘리자베스는 하비가 준 프랑스 요리책을 보며 난잡하게 요리한다. 칠면조 안으로 손을 욱여 넣고 내장을 뽑으며 토크쇼에 나온 수를 향해 저주와 비난을 퍼붓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꼭 동화에 나오는 마녀같다. 기괴하게 뒤틀린 다리와 잔뜩 빠진 머리, 툭 튀어나올 정도로 굽은 등은 어딘가 익숙하다. 이전의 건강함마저 잃은 그녀는 차마 잠들어 있는 수를 헤코지하진 못하고 다른 살덩어리들을 폭행한다. 음식은 먹으면 피와 살이 되어 육신을 이룬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몸을 거부하듯 폭력적으로 요리하며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결국, 괴물처럼 변한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종료를 선택한다. 그러나 수가 죽을 거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둘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젊고 건강한 몸의 수는 엘리자베스를 무참하게 죽이고 새해 전야 쇼에 나가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다. 그녀를 위해 준비된 파란 드레스는 신데렐라의 드레스와 흡사하다. 원형인 엘리자베스가 죽자, 수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치아와 손톱이 빠지고 귀가 떨어지며 천천히 몸이 해체된다. 호박 마차도, 요정 대모도 없는 수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1회 사용 후 폐기해야 했던 서브스턴스 약물 뿐이다. 악착같이 달려 화장실로 뛰어간 수는 남은 서브스턴스를 주입하며 ‘더 나은 나’를 태어나게 한다.

 

유리병에 담긴 매혹적인 초록색 약물. 먹으면 죽는 독사과처럼 위험한 걸 알면서도 자꾸 원하게 되는 이 약물은 지독한 함정이다. 1회 사용 후 폐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남는 양,‘REMEMBER YOU ARE ONE’이라고 계속 강조하면서 막상 종료했더니 완전히 둘로 나뉘어지는 것, 그리고 결코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증거이다.

 

 

괴물이 된 수와 엘리자베스는 푸른 드레스를 입고 모두가 고대한 새해 전야 쇼장으로 향한다. 그토록 원했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선 ‘몬스터 엘리자베스 수’는 자신의 젊은 몸과 섹스 어필을 원했던 관객들을 위해 엉뚱한 곳에서 가슴을 뱉는다. 그리고 팔이 뜯어지자 터진 피 분수를 모두에게 선사한다. 거리로 나온 몬스터 엘리자베스 수의 몸은 천천히 무너지고 뜯어진다. 잔뜩 뒤틀린 등에 힘겹게 붙어 있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지난 영광의 자리로 힘겹게 기어가 쏟아지는 별을 감상한다. 그 주변으로 영화 내내 인서트 컷으로 등장했던 야자수가 보인다. 마치 네가 여기로 돌아올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작성자 . 최목필

출처 . https://brunch.co.kr/@choiboin/15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