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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2025-02-22 00:22:43

크기의 진실

영화 <추락의 해부>

 두 여자가 대화한다. 학생 인터뷰어와 작가 인터뷰이. 작가는 자꾸 인터뷰 내용에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학생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인터뷰가 채 끝나기 전, 시끄러운 음악이 들린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 음악은 작가의 남편이 튼 것이다. 작가는 또 저런다며 한숨을 내쉬고, 인터뷰를 급하게 끝낸다. 쿵쿵거리는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움직이는 각자를 잡아내는 카메라. 그리고 작가의 남편이 죽는다. 남편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재판이 시작된다. 쟁점은 작가가 남편을 죽였는가.

 

 『추락의 해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크기를 활용한다. 크게,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요소에서 크기 대비를 잘 관찰할 수 있다. 먼저, 시각적 크기를 살펴보자. 감독은 의도적으로 클로즈업 쇼트와 롱 쇼트를 번갈아 사용하며 사실의 증거와 진실의 구성 사이를 유려하게 오간다.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은 아주 가까이에서 촬영하여 눈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가 하면, 떨어진 남편의 모습이나 설원의 풍경을 아주 멀리서 촬영하여 전체를 조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적 크기는 영화가 취하는 진실에 대한 태도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영화에서 표현된 시각적 크기는 한 규칙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사실은 롱 쇼트로, 진실은 클로즈업 쇼트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사실진실의 차이를 먼저 규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증거라면, ‘진실은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숨은 의미라고 규정할 수 있다. , 사실은 현상을 포착하는 것이라면, 진실은 그것들을 조합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추락의 해부는 사실보다는 진실에 집중한다. , 분절된 과거들이나 발견한 증거가 아니라, 각 인물이 알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기억과 상상에서 진실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롱 쇼트와 클로즈업 쇼트를 대비적으로 이용하며 관객이 사실보다는 진실에 관심을 가지도록 의도한다.

 

 롱 쇼트는 대상보다는 배경을, 대상의 세세한 움직임보다는 큰 이동을 포착하는데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은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 용이하다. 롱 쇼트가 가장 흥미롭게 이용된 장면은 남편의 죽음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여타 법정 드라마와 달리, 플래시백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설명하는 두 상반된 가설만은 플래시백으로 표현한다. 이때, 롱 쇼트를 이용하여 남편이 죽는 과정을 아주 멀리서, 부감으로 포착하며 그 사건의 전말을 관조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부감으로 표현한 시퀀스를 통해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검사와 부검의에 의해 남편의 죽음을 설명하는 과정이, 인물의 감정과 의미는 거세하고 그 움직임만 포착하는, ‘사실을 찾아내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보여준다.

 

 특히, 이 장면에서 미니어처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스케일의 화면을 마치 롱 쇼트인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재판에서 인형처럼 이용되고 있는 인물들의 처지와, 그들과 어떠한 감정적 연결 없이 관조하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상기한다. 게다가 서로 상충된 두 설명을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또한 비슷한 분량으로 시각화하여 무엇이 사실인지조차 모호하게 한다.

 

 즉, 영화는 롱 쇼트를 통해 진실이 거세된 사실의 무상함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때 아주 무미건조한 목소리, 이미지와 상충되는 사운드를 오버랩하여, 관객이 제시된 사실들을 믿을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실이 과연 모든 것을 드러내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든다. 많은 시각 정보를 담는 롱 쇼트가 오히려 사실의 부분만을 보여줄 뿐이다.

 

 클로즈업 쇼트는 특정 인물 혹은 사물이 강조한다. 특히,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경우에는 눈의 미세한 움직임 등 아주 작은 움직임조차 포착한다. 그리고 이렇게 포착하는 이미지는 인물의 감정으로부터 기인한 변화들이다. 특히,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이 사진을 가까이 들여다 보는 장면은, 아들의 볼 수 없는 눈 자체가 카메라가 되어, 자신과 사진을 클로즈업하며, 사실의 증거를 넘어 진실의 구성으로 이어지는 클로즈업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생각에 잠긴 인물의 모습,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의 모습 등을 아주 가까이서 면밀히 뜯어보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전말보다는 인물에게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궁금하게 만들고, 추리하게 한다. , 서사의 중심이 인물이 스스로 구성하는 진실로 옮겨지는 것이다.

 

 또한, 아주 제한된 것들만을 보여주기에, 관객은 시각 외의 정보를 요구한다. 숨소리, 목소리와 어조 등 청각 정보에 귀 기울이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장면에서 청각 정보의 내용보다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인물이 하는 대화의 구체적인 단어, 내용 보다는 그들의 목소리의 높낮이, 말과 말 사이의 쉼 등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또한, 사실보다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클로즈업 쇼트를 통해 자극되는 다른 감각은 구체적인 사실의 단순한 나열 너머의 분위기, 감정, 관점 등이 훨씬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그리고 앞도적으로 롱 쇼트보다 클로즈업을 많이 쓰며, 심지어는 전반적으로 다른 영화에 비해 인물을 가까이서 담으며, 감독은 사실보다 진실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시각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청각으로도 확장된다. 첫 장면에서부터 강렬한 음악은 큰 소리로 인물의 대화에 끼어들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영화에서 큰 소리는 두 가지의 역할을 한다. 하나는 방해이고, 다른 하나는 표출이다. 큰 소리는 음악, 대화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종종 다른 사람 또는 상대와의 대화를 방해한다. 이로 인해 소통에서 단절이 발생하고, 이 요소들은 오해를 만든다. 충분한 정보가 부재하게 됨으로써, 그 뒤에 숨은 의미가 가려지는 것이다. 또한, 큰 소리는 발화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거나,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왜곡하는 계기가 된다. 남편은 자신의 불만을 큰 음악 소리나 목소리로 표출하고, 아내는 자신의 불만을 또 다른 큰 소리로 표현한다이것이 폭발하는 장면이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다. 반면, 아들은 부모의 다툼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 자신이 구성한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표출하고, 실험을 통해 그것이 부정되었을 때, 자신이 구성한 진실을 의심하고 왜곡하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아주 작은 소리를 통해, 인물의 진심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인물인 엄마와 아들은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소리로 말한다. 혼잣말이나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만, 심지어는 음소거를 통해서, 진심을 드러내고, 자신의 진실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아들이 개를 통해 실험하는 장면과 자신만의 진실을 선택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또한 너무 개인적이고, 때로는 고요해서 그것들은 외려 왜곡되고 무시되며 방해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들과 엄마의 대화가 차단되고, 아들 혼자 방에 들어가고,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기를 요청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불통이 표현된다. 하지만 시끄러운 첫 시퀀스와 대비되며 끝나는 고요한 마지막 시퀀스는 소리가 거세되고 아들의 심리이자 아빠의 분신으로써 역할하는 개와 함께, 잠에 드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들의 소음과 고요에 의한 불통이, 적요에 의한 소통으로 변한다. 말로써 이어지던 단절이, 행동으로서 연결된 것이다.

 

 법정에서 검사는 아내가 쓴 소설의 일부를 인용한다. 주인공은 20장과 300장의 대립을 강조하고, 소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이는 남편과 표절 문제로 싸울 때도 드러난다. 영화는 끊임없이 크기를 대비하며, 진실의 부분과 전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탐구한다. 영화는 이렇게 크기의 대비를 통해 사실의 모호함과 진실의 개별성을 직시하게 한다. 이를 통해, 과연 전체는 부분의 집합에 불과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진실은 구성됨을 아들과 그를 관찰하는 카메라의 거리, 아들을 둘러싼 소리의 크기로 표현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이 느끼는 시각적 비합리와 청각적 모순성을 통해 영화는 진실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작성자 .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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