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3-01 15:40:53
메시지가 옥천 허브에 간선 하차 되었습니다
영화 [미키 17]리뷰
이 글은 영화 [미키17]과 원작인 소설 [미키7]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론부터 말하겠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안타깝게도 목적지인 내게 오지 않고 엉뚱하게 옥천 허브에 가 있다는 것도. 말해야겠다.
영화 타이틀이 나오기 전 까지의 시퀀스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원작보다 더 어두운 분위기로 컨셉을 잡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마자.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감독 특유의 코미디적인 요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장면들은 꽤 희귀한데다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원작에서 이름을 개자식으로 바꾸어도 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베르토(참고 1)를 티모(스티븐 연)로 바꾸어 연출한 것에서는 조금 의아했지만. 아마도 같은 “처지”출신의 친구들이 직업적인 차이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변주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뭐 그러려니 했다. 마샬 부부를 아예 대놓고 용산 부부가 생각나게 할 정도로 풍자하면서 그 모습 또한 극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쓰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것들이 해놓은 짓거리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니)에서도 아마 말하려는 것이 명확하니, 그 두 사람이 ”그런 꼬라지“로 존재하는구나. 를 느낄수도 있었다.
원작자도, 그리고 봉준호 감독도. 영화로 만든다면 무조건 들어가게 할 것이라 말했다는 바이러스 실험 장면도 좋았다(참고2). 원작에서처럼 나샤의 존재로 인해 그 애틋함도 잘 살린데다 익스펜더블의 삶을 살고 있는 미키들의 실상을 정말 우울하고도 잔인하게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
어떻게 보면 아주 기본적인 틀은 원작과 엄청 크게 다르지는 않다(?)단지 그 대비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감독이 설정에서 조금 더 매만졌다 정도로 느끼게 하거나. 그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으니까. 물론 앞부분에서.
안타깝게도 내가 느낀 영화의 문제점들은 이 원작부분을 제외한 곳에서 시작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제점은 감독이 원작에 끌린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 영화, 그리고 원작에는 감독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미키 17]은 설국열차처럼 자원이 한정된 공간에서설국 열차와 기생충에 등장하는 지도층(부유층)의 우월의식 때문에 아무 계획이 없는 송강호 가족 같은(?) 미키들이 뛰고 구르다가 괴물인줄 알았던 옥자 덕에 목숨을 구하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금방이라도 따끈한 양갱이 나올 것 같은 용광로(?)까지 나온다!!)
그렇다.
감독이 해왔던 전작들의 거의 모든 세계관이 다 담겨 있는데 웅장하다고 느껴지기는 커녕 산만하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바람에, 안그래도 식량 배급이 여유롭지 않은 미키17의 살이 더 빠질 것만 같이 혼란스럽고 진빠지게 만든다. 원작에서 느꼈을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감독이 해답으로 내어 놓은 영화 중반부의 변주는 그 어떤 감흥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게다가 초반부에 진지 노선을 타겠다고 꿋꿋하게 선언을 해 버린 탓에. 미키의 얼빠진 표정은 이제 웃음을 짓게 만들지도 못한다.

중반부가 만들어 낸 설정으로 메시지를 주는 것에 급급하려다보니, 정작 강조되었어야 할 “나는 누구인가”는 먼 발치에서 미키 18과 나샤를 쳐다보는 미키 17마냥 발만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른채 덩그러니 놓여져 있게 된다. 후반부가 되어서야 잊고 나온 가스렌지 불 처럼 아맞다! 모드가 되어 미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본질이 많이 흐려져 있다.
원작에서의 미키는 돈도, 쥐뿔도.게다가 가오도 없는 밑바닥 인생이지만.영화에서 묘사한 테세우스의 배에서 부서지면서도 계속 살아남은 벽돌 한 조각 같은, 자신의 정신(영혼)을 지키기 위해서 잘난 친구 베르토보다도 더 확실하게 목적을 쟁취하려 애썼다.
그러나 미키 17은 그 마지막 남은 영광마저도 여자친구 나샤로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층에 위탁해버리는 양상을 보인다. 베짱좋게 마샬과 반물질 버블로 딜을 치던 그의 모습도 볼 수 없고, 싹퉁바가지 베르토의 눈탱이에 주먹을 꽂는 모습도 볼 수 없다. 미키는 여전히 조금은 쭈글쭈글하고, 비실비실한 채로 이제 자신을 옥죄던 것이 없어졌다고 웃지만. 그 행복은 그가 온전히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언제든 변질될 수 있는 불안감을 안은 것 처럼 보인다.
분명 내게 오기로 약속된 메시지이건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얽혀 언제 내게 올 지 도통 알 수 없다는 옥천 허브에 갖혀버린 것 처럼.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다른 것들에 둘러쌓여 찾아내기 힘들어진 채 여전히 나를 기다리게만 하고 있는 기분이다.
참고 1. 원작에서 베르토는 모든 것에 만능이면서 신체적으로도 우월한 존재로 나온다. 미키가 그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베르토는 미키들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샹놈임.
참고 2. 영화화 된다는 말이 돌자마자 출판된 개정판에는 원작자와 감독의 대담이 함께 실려있는데, 두 사람 모두 바이러스 실험 관련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14장(기억이 맞다면)을 넣을것이라 했다고 한다. 나도 그랬어. 왜냐면 어떤 바이러스인지 나도 알고 싶었거든(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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