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2025-03-02 22:48:35
<미키 17> 봉준호의 자화상, 영화적 선언
반복되는 알레고리, 복제의 미학을 말하다
Bong Joon Ho · <Mickey 17>(2005) · 137min
"나를 왜 구해준거야?“ 마마크리퍼 에게 묻는 복제인간 미키. 눈보라치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우리가 아무 이유없이 반짝하고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는 블랙스톤이 실린 트럭에 나란히 타고 본부로 복귀한다) 그냥 돌덩이일 뿐인 블랙스톤에 위대한 업적을 새기려는 마샬처럼. 이렇듯 인간이라는 무의미한 생체기계안에 의미를 새기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다.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 시작하는가, 출생하는 순간 시작하는가, 아니면 그 사이 어느 시점에서 시작하는가…,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과 북극의 이누이트 집단에 따르면, 인간의 생명은 이름이 지어진 뒤에야 시작한다.’(호모데우스 p.271)
일관된 메세지를 담는 봉준호의 영화들. 미키가 계속 죽고 다시 태어나도 자기 자신의 기억을 유지하는 것 처럼 봉준호의 영화도 계속 새로워지지만 본질은 유지되는 것은, 복제인간 미키라는 설정으로 하여금 <미키17>을 그의 자전적 영화로 집대성하기 위해서다.
”너도 나랑 같은 사람이라는 거지“ 라는 마샬의 냉소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미키18’은 머뭇거리지만, 끝내 다른 미키들과는 달리 자폭하며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다. 어쩌면 <미키17>에서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가진 ‘미키18’의 희생은 이 영화가 대중성과 특유의 메세지 전달방식간의 충돌을 의식한 설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미키17>이 그의 8번째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작인 [미키7]의 제목을 10번 더 죽여 <미키17>로 변경한 것에 대해 봉준호는 “미키를 7번 죽이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 답하였는데, 은유적 거리감을 두며 동시에 그의 영화적 생명력과 지속성을 강조한 일종의 영화적 선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영화가 기대된다)
가만히 보고있자면, <미키17>에서는 거슬릴정도로 카메라에 대한 직,간접적 은유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차에서 누른 빨간버튼, 동그랗게 고인 피(그리고 소스), 자폭버튼같은 것들은 마치 카메라의 빨간 녹화버튼 처럼 보인다.
영화 속 자동차 안의 5살 미키는 그의 인생에서 빨간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봉준호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로 한 것 이다. 그 순간, 아름다운 햇살과 따스한 어머니의 품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부조리한 사회와 기괴한 생체기계들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감상주의와 이데올로기로의 탈피다. 먹음직한 식탁 위, 크리퍼의 꼬리를 갈아 만든 선홍빛 소스의 달콤한 맛을 치우고 우리 앞에 남은 것은 익히지 않은 날것의 배양육 스테이크라는 것 이다.
영화가 아닌 실재는 어떤 모양인가?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극장에 앉은 지금은 영화를 통해서다. 전기톱으로 신체를 자르는 스너프필름은 32k카메라로 선명히 담으려는 티모와는 다르게 본부 밖을 향하는 감시카메라는 놀라우리만치 흐릿하며 좋지 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설계된 본부 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온전하고 바르게 보고 있는 걸까?
인류가 갈고닦아 온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은 괴물 크리퍼와 대화까지 가능한 통역기를 발명할 수 있었다. 비록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말이다. 과학자 도로시가 개발한 이 통역기는 봉준호가 제시하는 과학윤리의 방향성이 아닐까.
이미 폐허가 되가고 있는 지구를 떠나 니플하임으로 향하는 광막하고 무한한 우주를 떠도는 인류는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행복한 세상을 꿈꾸기 위해 우리는 우주선을 만들었던 것 이다. 영화는, 빠르게 목적지로 도달하기 위해 거슬리는 것들은 모두 거세해야 하는 것 만이 과연 정답일까 하는 질문을 고스란히 남긴다. 성공적인 테라포밍 후 그 뒤엔? 또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새로운 우주선을 개발하는 무한한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미키는 모든 소동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으스스한 꿈을 꾼다. 바닥과 일파 마샬의 손바닥 위 동그랗게 고이는 붉은 선혈, 스스로 재프린팅 되는 마샬의 몸. 빨간 점, 즉 피가 강조되는 이유는 왜일까. 기계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 사이의 모호한 경계. 인간의 자아와 경계를 넘어서서 위협을 가하는 미래에 대한 공포일까. 더 이상 AI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 의 기계장치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죽어가는, 그저 복제인간일 뿐인 미키를 품에 껴안고 진심으로 슬퍼하는 ’나샤‘처럼, 과거에 사라져간, 앞으로 태어날,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세상 모든 익스펜더블을 위해, 크리퍼와의 공존을 위해, 인류를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키17>은 사랑영화인 것이다.
‘희망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매끄러운 공이 평평한 바닥을 굴러가듯(장르적 쾌감) 부드럽진 않아도 네모난 기계가 울퉁불퉁한 계단을 올라가듯 (영화 내 잠깐동안 후경에 이 모습이 실제로 보인다) 기계처럼 정교하게 잘 짜여진 이 영화는, 대중의 시선과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봉준호의 강렬한 소신과 따듯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Relative contents
-
- 10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칸 영화제측에서 경쟁부문으로 초청했으나 스코세이지 감독이 다른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비경쟁 부문 초청을 요구한 작품 <플라워 킬링 문>이 개봉한다고 합니다. 세계 거장 마틴스콜세이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가 만나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10월 3주차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실까요?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드라마 | 미국 | 206분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등
개봉: 202310.19.
배급: 롯데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CINE PICK!
데이비드 그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 영화로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와 스콜세지의 만남으로 개봉전부터 제작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은 영화입니다.
엑소시스트: 믿는 자
The Exorcist: Believer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호러 | 미국 | 111분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엘렌 버스틴, 레슬리 오덤 주니어, 앤 도드, 라파엘 스바지 등
개봉: 2023.10.1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한날한시에 동시에 사라졌던 앤젤라와 캐서린. 기억이 전부 사라진 채 상처투성이 몸으로 돌아온 두 아이는 이상증세를 보이며 날이 갈수록 섬뜩하게 변해간다. 마침내 두 아이의 몸을 동시에 차지한 악마가 존재를 드러내고, 한 명을 살리면 한 명이 죽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는데… 신이 너한테 장난을 쳤네 극한의 공포와 대면할 자, 누구인가
CINE PICK!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엑소시스트: 믿는자>는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첫 번째 리부트 작품. 오리지널 1973년작에서 이어지는 50주년 속편이자 리부트작품입니다.
블루 자이언트
Blue Giant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야마다 유키, 미마야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등
개봉: 2023.10.18.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세계 최고가 될 거야, 반드시” 언제나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던 고등학생 ‘다이’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실력이 안 되면 같이 안 할 거니까” 우연히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연주 실력을 뽐내는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나도 드럼을 칠 수 있을까?” ‘다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평범한 대학생이던 ‘슌지’가 열정 가득한 초보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밴드 ‘JASS 재스’가 탄생한다. “전력을 다해 연주하자! 분명 전해질 거야” 목표는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 10대의 마지막 챕터를 바친 JASS 재스의 격렬하고 치열한 연주가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CINE PICK!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가 내놓은 동명 만화 원작 <블루 자이언트>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에선 누적 판매 1100만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음악 총괄을 일본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아라 히로미가 음악과 피아노 연주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A Tour Guid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4분
감독: 곽은미
출연: 이설, 오경화, 박세현, 우정원, 이노아 등
재개봉: 2023.10.18.
배급: 찬란
시놉시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한영입니다. 성의를 다해 가이드할 테니, 저를 믿으시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 안락한 정착을 꿈꾸는 20대 한영.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 후, 이제 정말 돈만 벌면 될 줄 알았는데... 중국 여행객을 상대로 한 가이드 업무는 마음 같지 않고, 심지어 유일하게 의지했던 친구 정미마저 서울살이 청산을 선언한다. 열심히 살아도 마음 같지 않은 서울살이, 이대로 끝…? 당신의 여행은 제가 가이드할게요, 그런데... 제 인생은 누가 가이드해 주죠?
CINE PICK!
곽은미 감독은”동시대 우리의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탐구하고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주인공 ‘한영’의 모습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준의 모습을 많이 보고 참고하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JEONJU IFF 인터뷰] 영화에 녹아든 시선
*국문 인터뷰 하단에 영문 인터뷰 번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There is also an English interview translation at the bottom of the Korean interview:)
▶Date: 5 /5
▶Interviewee : Adam Wong (A)
▶Editor/ Interviewer : 윤채원 chaewon Yoon (Y)
in 북눅 전주(Booknook Jeonju)
Y: 제일 처음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원제: The way we talk) > 이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인물들이 이야기 하는 다양한 방식,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물이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랑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이 영화가 가지는 핵심 가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지금까지 저의 모든 영화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영화는 굉장히 사전 조사도 많이 했고, 실제 사례들에 많은 기반을 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주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 해주셨는데, 소통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 등장인물은 모두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한 명은 수어만을 사용하고(Wolf), 한 명은 인공 와우와 수어를 함께 사용하고(Alan), 한 명은 인공와우(CI)를 사용하여 수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Sophie). 저는 이들을 통해 '인공 와우를 착용했을 경우 더 잘 말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집중 했다기보다는 그들의 정체성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왜 그는 수화를 지금까지 계속해 왔는지, 인공 와우를 왜 거부하는 지에 집중했던 거죠. 울프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가족들도 모두 수화를 사용하기에 어릴 적부터 그 언어에 익숙했던 반면, 소피는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 케이스에다가 부모님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청인이잖아요. 그러니 그녀의 부모님은 아이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도록 치료 되길 바라는 거죠. 수어를 배우는 대신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요, 그러나 인공 와우의 문제는 안경처럼 맞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는 실패 가능성이 되게 높아요. 인공 와우를 착용한다고 해도 근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죠. 앨런의 경우에는 수화와 말이 모두 가능하잖아요, 그는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수화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렇지만 사실 스펙트럼이 되게 광범위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들이 가진 생각들이 서로 대치하기도 해요. 이것과 관련해 그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탐구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와 같이 협력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Y: 방금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에서도 그렇고, 이전 작품들에서도 계속해서 감독님께서는 청춘이나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셨는데, 그런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뭐라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주제가 먼저 저에게 다가오고 그다음 그로부터 어떤 동기 부여가 되는 순간이 딱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0년 전에 제가 <댄스 스트리트 The way we dance >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제가 가르치던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춤을 추지?’라는 생각에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진정한 나를 찾는(True self) 것이 저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저, 그리고 홍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동시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5년 전 우연히 한 단편 영화 대본을 받았는데, 그 중, 물에서 수어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청인이다 보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불리한 것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물 안에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수화로 물속에서 훨씬 더 자유자재로 소통을 잘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그 영화는 아직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장애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인 거예요. 그래서 deaf가 아닌 대문자 D를 사용해 Deaf (고유명사)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느 날 친구, 그리고 농인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식사 시간에 농인 친구들에게 만약에 나중에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하루 만에 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지금 그대로 사는 걸 선택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미 그들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거죠. 그때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었고, 마침 그 자리에 프로듀서가 함께 있었는데 이걸 장편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Y: 영화 속 인물의 대화나, 아이가 그리는 그림, 앨런이 찍은 사진 등 문어가 많이 등장했던 것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 특별히 문어를 언급하신 이유가 있는지, 혹시 문어의 움직임이 수화와 관련이 있어서는 아닌지 궁금했었어요. 저는 보면서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표정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손 마디마디 유연하게 활용하는 수어가 유사하다고 느껴졌거든요.
A: 문어가 영화를 봤을 때 인상 깊게 다가왔나요?
Y: 네. 사실은 며칠 전에 한 영상에서 문어는 뉴런이 다리에도 있어서 다리 8개를 다 각각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인지 그런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표정부터 손 마디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화랑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A: 흥미로운데요. 사실 특별한 뜻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비롯한 농인에 대한 많은 영화들에서 바다도 많이 등장하는데, 바다 또한 저는 의도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장면 같은 경우엔, 소피가 아이들에게 바다를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어가 해양 생물 중 그리기 가장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웃음).
Y: 그렇군요(웃음) 아, 아까 영화 속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이 등장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영화의 도입부터 사운드 디자인이 다양하게 구성됐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혹시 이것도 관객이 그들의 소통을 경험해보길 원했던 마음에서 기획하신 걸까요?
A: 맞아요.그냥 글로써 읽었을 때는 인물의 심리가 이해가 잘되었는데, 영화로 만들고, 혹은 대본으로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더라고요. 이 기계가 왜 필요한 건지, 소피의 말에 울프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글을 총 4명이 함께 썼는데, 우리가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것들이 막상 대본화가 되니까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자신만의 개성이나 성격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성장의 경험이에요. 예를 들면 처음부터 듣지 못했다던가, 아주 조금만 들렸다거나, 그러한 경험들인데, 이런 것이 단순히 이미지나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니까 사운드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관객이 그들과 유사한 히어링 포인트를 포착하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Y: 사운드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주셨는데, 사운드 디자인 외에도 이 영화를 연출하며 특별히 더 신경을 많이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물론 영화의 모든 부분은 중요하지만요. (웃음)
A: 농인의 문화가 어떤 다양한 측면에 침투해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대본 구성부터 후반 작업, 촬영 등 모든 과정에서 이 Deaf 문화를 어떻게 투영할 것인가, 청인과 농인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자막 작업을 해야 할까 하는 지점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중에서도 영화 작업을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발견한 건데, 인공 와우를 사용해도 무조건 잘 들리는 건 아니고, 그것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의 문제도 많더라고요. 조사를 하며 그런 점들을 깨닫게 되고,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운드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Y: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네요.. 슬슬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동시대 사회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역할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A: 너무 거대한 질문인걸요 (웃음) 음...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특히 요즘 같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스토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가야 되는지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러한 의미들이 더욱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극장 말고도 숏폼이나 틱톡, 유튜브와 같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비록 이렇게 영화를,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영화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주말에 가족끼리 영화를 많이 보러 갔었는데 요즘은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한편으로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전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Y: 공감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 그리고 싶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아직 다음 계획은 없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농인 문화에 대해 조사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주제를 조금 더 이어가 보고 싶긴 해요. 한번만 촬영하기엔 자료들이 너무 아깝고 영화를 준비하며 농인에 대한 관심이나 영감이 더욱 많아져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이번에는 수어 자체 뿐 아니라 수어 통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을 해보고 싶은데, 이번 영화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웃음)
Deaf culture은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순히 말로 분명히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일까, Gv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주어진 시간 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이야기를 모두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는 사람이었고, 그러한 모습은 그가 누구보다 이 이야기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스펙트럼’ 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농인의 세계와 인생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측면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재하고, 그는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들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단순히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세상과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지' 보여준다.
그는 5/7일 열린 GV에서 울프와 소피, 앨런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농인 배우였으며 ,수어 담당 조감독과 함께 작업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약 5년 간 그들의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토록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와 닿았던 것은, 어쩌면 농인, 그리고 사회를 향한 감독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과 소통방식 덕분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애정을 가득 품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영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통해 나는 작은 일상의 가치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며 나는 어떠한 따뜻한 시선과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 지, 나는 어떤 존재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
Y: The first thing I’d like to ask is about the title, The Way We Talk. When I first watched the film, I thought it might be about different ways of communication. But after watching it, I felt that it was more focused on how the characters explore their own identities and values. What did you want to convey through this film?
A: The central theme of this film is identity, the searching of true self After making the film, I realized that all of my past works have always been about the same topic. But this time, the film (The Way We Talk) is based it on real-life cases, and I thought it’s a good chance to me to talk about this topic that are still rarely shown in our society.
And I think communication can also be seen as a main theme because communication is very important to construct true-self, and I think true self be defined by “others’. To understand who we truly are, we need to research how we are different and similar to others—and that happens through communication.
The three main characters in the film all communicate differently. One uses only sign language to communicate other people(Wolf), another uses both sign language and a cochlear implant (CI) (Alan) , and the third uses a CI and doesn’t sign at all(Sophie). I wasn’t focused on whether someone with a CI could speak better—I wanted to highlight the value of identity. For instance, why did one character continue using sign language? Why did they refuse a CI?
Wolf was born deaf and his whole family uses sign language, so he grew up with it as his first language. Sophie, on the other hand, lost her hearing later, and her parents are hearing people. So they viewed her as “sick” and wanted her to be “restored” to her original state. That’s why she had cochlear implant surgery instead of learning sign language. But 'CI' doesn’t work the same way for everyone. They’re not like glasses that simply correct a problem—they often don’t work, or make it hard to distinguish between near and far sounds, making social adaptation difficult. Many people assume that deaf people only sign, but in reality, they have a wide spectrum. People make different choices depending on the situation, and their perspectives can even conflict with one another. I wanted to show how these characters explore their identity, and how they collaborate and communicate with society.
Y: This film, and your previous works have often deal with 'youth' and 'identity'. Did you have any special reason that you to tell these stories?
A: It’s hard to explain in a very structured way, but I think, always the topic comes to me first—and then later, some story that inspired me to develop the story. I have a moment of motivation that sparks everything. For example, when I made <The Way We Dance> ten years ago, it started with me watching some people dancing in front of a convenience store near the school where I was teaching. I thought, “Why are they dancing?” and that was the beginning.
More recently, finding one's true self has become very important. I think It’s not just about me or Hong Kong, but about the whole world. I feel that discovering our true selves is a value that we all need to reflect on today. As for this film, it started about five years ago when I happened to read a short film script. There was a scene where someone was signing underwater. As I'm a hearing person, I used to think of being unable to speak as a disadvantage, but that scene changed my perspective. Underwater, people can’t talk—but signers can still communicate freely. That struck me. That film hasn’t been made yet, but that scene stayed with me. We often refer to them as “hearing-impaired,” but it’s not really a disability—it’s a culture. That’s why I want to use a capital “D” in 'Deaf' to highlight their identity. One night, I had dinner with some Deaf friends, and I asked them: “If technology advanced and you could hear again in just one day, would you choose that?” They said no—they’d rather live as they are. That moment really struck me. My producer was there too, and we decided to make a feature film on this topic.
Y: I was really struck by how often octopuses appeared in the film—whether in the characters’ conversations, in the child’s drawings, or in the photos Alan took. I was wondering if there was a particular reason you chose to include octopuses. Was it perhaps related to sign language? While watching, I felt that the octopus’s fluid movements and expressive nature were quite similar to sign language, which also uses a wide range of expressions and the flexible movement of each finger.
A: Oh, the octopus made a strong impression on you?
Y: Yes. I recently learned that octopuses have neurons in their legs, so each arm moves independently and flexibly. And when I watched a movie, I thought moving of octopus looks like sign language, in freedom and flexibility. Especially, I thought it is similar with flexible finger moments and using facial experiences of sign language.
A: Interesting.. But actually, I didn’t include them with that intention. In the scene where Sophie teaches children, she asks them to draw the sea freely. I think the octopus is just the simplest marine creature to draw. (laughs) Also, many films about Deaf people—like those by Takeshi Kitano—often feature the sea, but actually, I'm not that intention and that's not my inspired. I was inspired this film by that earlier short film script, the one scene in that script, I felt that the ocean was a space where Deaf identities were fully expressed, a place where only they could communicate freely.
Y: I see (laughs). Earlier, you mentioned that the film features three different communication styles, and from the very beginning of the movie, I could feel that the sound design was quite diverse. Did you plan this with the intention of allowing the audience to experience their ways of communication?
A: Yes, exactly. When we wrote the script, everything made sense to us, but when we turned it into a screenplay and showed it to others, they had a hard time understanding, for example, Sophie needed the device or why Wolf was so angry at her. Four of us co-wrote the script, and what felt natural to us didn’t always translate well on screen.
We realized that each character’s upbringing—whether they were born deaf or lost their hearing later—shaped their personalities and ways of interacting. But I think just writing or showing that isn’t enough. So I paid attention to the sound design—to help the audience experience what hearing might be like for each character and to better understand them.
Y: Aside from sound design, what aspect of the film did you pay the attention to?
A: I focused on showing how Deaf culture permeates many aspects of life. From scriptwriting to post-production and shooting, I constantly thought about how to reflect Deaf culture and make it understandable to both hearing and Deaf audiences. Subtitling also was important. During our research, I learned that even with 'CI's, hearing is not guaranteed. There are many issues when the device doesn’t work properly, So that's why I put so much effort into the sound design—to show these realities clearly.
Y: As our conversation comes to a close, time has flown by so quickly. Before we wrap up, I’d love to ask—what do you think is the role of cinema in today’s society?
A: That’s a huge question! (laughs)
Umm.. I think people need stories—especially now, when the world feels more complex and unpredictable. There are more problems, more confusion. So people need meaning in their lives, and stories help with that. Cinema is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tell those stories. Fewer people go to the theater these days. We now have short-form videos, TikTok, YouTube. Though the platforms have changed, I don’t think the storytelling power of cinema has diminished. And nowdays, watching a film in the theater has decreased, so watching a film in a theater become more special than before—maybe even more meaningful.
Y: Oh..Time's up. Last, do you have any specific characters you’d like to explore in your next film?
A: I don’t have any set plans yet, but after all the research I’ve done on Deaf culture, I feel like I want to continue exploring this topic. It feels like a waste to stop now—I’ve gained so many insights into the Deaf community. But this time, I’m interested in focusing more on sign language interpreters. And I also want to work at a slightly faster pace than with this film.
Deaf culture has various aspects that cannot be defined in one word, so it is difficult to express it clearly in words. Perhaps that is why, when I met him through an interview with GV, he was someone who regretted not being able to express or explain all the rich stories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words in a given time, and this made me feel that he is a person who has more affection and interest in this story than anyone else.
One of the words he always uses when describing movies is ‘spectrum.’ Contrary to our stereotypes, there are many aspects and lifestyles that we have not thought of in the world and life of deaf people, and by including characters with such a diverse spectrum in the movie, he goes beyond simply showing their daily lives and shows us ‘how we can cooperate with this world,’ ‘how we can find our true selves,’ and ‘how we can communicate with the world while maintaining our individuality and identity.’
He said that, except for the actors who played the younger roles of Wolf, Sophie, and Alan at the GV held on May 7, all of them were deaf actors, and he worked with an assistant director, who in charge of sign language and studied their culture for about 5 years to make the film. The reason the characters in the film were able to communicate so freely, and their warm hearts touched us, was perhaps because of the director’s meticulous and warm gaze and communication style toward the deaf and society?
Thanks to Adam, through conversations with him, who was full of affection for what he wanted to say, and through the film <The Way We Talk>, I looked back on the values of small daily lives and the world around us, and thought about what kind of warm gaze and method I could use to look at and feel our society, and what kind of being I am to communicate with others and exist in this society.
-
- 최선이였지만 더 나빠지는 순간을 조명하다
우리라는 덩어리 속에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인 아람과 강이, 그들과는 약간 다른 소영이지만 세 명은 마음 맞춰 웃으며 같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함께한다. 자라온 환경, 성격도 각각 다르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만큼은 같았던 그들은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바라왔던 일들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점점 위태해지는 그들의 삶은 눈앞의 최선의 선택할수록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큰 눈덩이는 그들을 덮친다. 약한 무언가를 계속 주워오는 아람, 풍요로운 삶을 가지고 있지만 일탈하는 소영, 가진 게 많으면서도 많지 않은 강이. 누구보다 친하지만, 누구보다 먼 사이의 그 세 명 감정 안에서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잘 와닿아 강이의 그 표정이 내내 생각난다. 같은 감정을 느꼈지만 그 묘한 기분으로 인해 멀어지는 두사람이, 세사람이 단 한 순간에 멀어지는 게 덧없게 느껴진다. 인스턴트처럼 즐겼던 짧았던 행동으로 마주한 책임감은 눈꺼풀이 눌려 눈을 뜰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앞으로 함께 나아가던 그들이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로 흩어지며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같아진 듯 달라진 강이의 학교생활은 익숙했던 것들이 무섭고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그 덩어리에서 홀로 나와버린 삐쭉거리는 가시가 튀어나와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를 상처입힌다. 그런 깨진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주워 담게 만드는 게 최선이라면, 나아지기 위해 나빠진다.
"칼은 누굴 죽이려고 있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있는 거지.“
강이를 중심으로 펼쳐짐에도 ’자신‘이 중심이 아닌 ’주변‘을 중심으로 하는 강이의 순간들을 투영한다. 그저 웃어 보이는 강이에게도 쥐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은 다소 충동적이다. 주로 소영과 함께 하는 순간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에서 강이가 생각하는 소영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났다. 결국에는 피하려고 했던 감정들을 마주하며 꾹 눌러왔던 마음을 자신만의 최선의 선택으로 드러내고 만다. 그때만큼은 최선의 선택이라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10대를 다루는 영화들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고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늘하고 삭막하게 이어지는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이 등장인물에 확실히 스며든 덕분에 아람, 소영, 강이 사이에 펼쳐지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세한 그들의 ’사정’을 영화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부분 덕에 그들의 혼란스러움이 영화 속을 유영한다. 영화를 본 후에 만난 소설과 맞닿는 곳이 꽤 매력적이다.
-
- <라스트 나잇 인 소호>낭만과 비극을 품은 런던의 거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토마신 맥켄지)’. 기대와 달리 런던과 기숙사에서의 삶은 피곤하기만 하고, 이에 그녀는 새 자취방을 마련해 삶에 변화를 주려한다. 그리고 마치 엘리의 심경을 읽기라도 한 듯이 색색의 네온사인이 깃든 새 자취방은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샌디의 화려한 모습에 매료된 엘리는 매일 밤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삶을 함께 누리려고 하지만, 꿈이 점점 악몽으로 변해갈수록 현실에서 그녀의 삶도 점차 기괴해진다. 끝내 샌디에게 닥친 비극의 목격자까지 되어버린 엘리는 현재까지도 살아있을 범인을 쫓는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인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비교적 유쾌한 코미디에 기반해 잔혹한 액션, 과장된 연출이 빚어내는 쾌감과 미학이라는 감독 본연의 스타일로부터 적지 않은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웃음기를 내려놓은 호러 영화로 돌아왔다는 점, 그리고 비중에 관계없이 등장했던 액션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그 빈자리는 진중한 스토리가 대신한다. 영화는 1960년대와 현재 런던을 오가며 누구보다도 성공을 바라왔지만 사회의 벽과 폭력에 가로막혀야 하는 청년들의 두려움을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렌즈 플레어와 조명이 만든 초현실적인 이미지 안에 녹여낸다. 이때 눈길을 끄는 것은 낭만과 비극으로 가득한 두 주인공의 사연을 전달하고 대담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기 위해 라이트 감독이 선택한 메신저, 거울이다. 덴마크의 설치 예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말대로 거울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역사적으로, 거울은 잠재의식에 대한 생각을 가진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거울은 평행 세계에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바로 이러한 거울의 이중적 기능을 스토리 전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영화는 엘리를 끊임없이 거울 앞에 위치시킨다. 당장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엘리는 거울을 본다. 그 안에서 그녀는 어릴 적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다. 런던 패션 학교에 진학한 후 룸메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기숙사를 나와 이사한 방에서도 엘리는 거울을 본다. 그 거울 안에서는 자신과 닮은 모습의 샌디를 발견한다.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런던으로 온 자신처럼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쓰는 샌디를 본다. 이때 거울의 독특한 특성은 엘리가 거울에서 보는 두 대상으로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오며 엘리를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이중적 관계 안에 놓고, 막 대학생이 된 청춘의 성장 스토리를 비춘다.
우선 엘리는 거울 안에서 자신의 옆에 있는 엄마를 볼 때 단순히 거울에 비친 이미지만 보지 않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엄마의 꿈을 자신이 이루겠다는 각오, 런던에서 지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동경, 동시에 런던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조현병을 앓다가 자살한 엄마의 전철을 불안증을 앓고 있는 자신이 따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함까지 같이 본다. 이렇게 엄마와 함께 서 있다가도, 다시 혼자 서 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엘리는 현재 자기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뚜렷하게 인식한다.
이는 엘리아슨이 잠재의식을 만나다고 표현한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거울의 매끄러운 표면에 반사된 나를 닮은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거울이 우리가 볼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던 자기 자신의 외관이나 정체성에 대해 재고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백설공주> 속 새 왕비가 마법 거울로부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매일 재확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보면서 엘리는 삶의 확고한 중심을 잡는 주체이자 성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다.
그에 반해 꿈 혹은 환각 속의 거울에서 만난 자신과 똑 닮은 샌디는 엘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재확인하는 것과 달리 전혀 다른 이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경험을 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엘리 본인이 샌디가 있던 거울로 들어가고, 샌디가 엘리의 삶으로 넘어오면서 둘의 세계는 경계가 사라지고, 엘리는 샌디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경험한다. 자신이 염원하던 60년대 런던의 낭만과 화려함, 그리고 런던에서 성공한 이의 기쁨을 온몸으로 즐길 기회가 오자 고민 없이 기꺼이 샌디의 삶 안으로 뛰어든다.
이러한 엘리의 경험은 거울이 우리와 닮은 이미지를 보여주기는 하나, 결코 똑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기에 가능하다. 거울에 비치는 상은 좌우가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유사하나 동일하지는 않은 또 다른 주체를 거울 안에서 만나고, 그 주체가 '나'를 볼 때 '나'는 그 주체에게 하나의 대상이 된다. 즉, 거울 속 나 자신을 통해 타인을 만나고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동화의 주인공이었던 왕비가 거울 속에서 백설공주라는 또 다른 주인공을 발견한 순간, 둘 사이에 갈등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이처럼 거울은 단순히 대상을 비출 뿐만 아니라 나와 타인의 세계를 마주 보게 하고 교차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이며, 이는 런던에서 새로운 커리어와 삶을 시작한 엘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성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더 큰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항상 설렘과 안으로 가득할 수 없다. 거울에서 자신과 함께 타인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곧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들의 아픔과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호러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거울 속에서 만난 샌디와 그녀의 화려한 삶은 한 명의 청년이자 여성이 겪어야 했던 쇼비즈니스계의 추악한 악습으로 인해 거울 부서지듯 산산조각 난다. 이때 샌디가 겪어야 했던 공포와 무력함은 유령과 망자의 모습으로 엘리 앞에 나타나며 런던 골목골목마다 그녀를 에워싸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짓누르는 악습이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런던 소호의 밤길에 내려앉은 어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는 그 두려움과 공포에 그저 굴복하거나 미쳐버리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일을 하며 샌디의 신원을 밝히고 그녀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한다. 이에 더해 자신만의 힘으로 주위를 배회하는 유령들을 떨쳐낼 수 없을 때는 친구인 존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구해낼 수 있음도 보여준다. 과거의 낭만과 비극이 한 데 얽힌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는 사실과 다른 이의 비극이 언제든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 곧 거울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엘리는 한 명의 성인이자 패션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엘리의 성장담은 거울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현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건네는 격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 달려왔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엘리가 거울을 보듯이 스크린을 보면서 그녀의 다양한 감정과 사연 속에 빠져들고, 그들의 사연이 완결되는 지점에 우리의 삶도 닿기를 바라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엘리의 거울, 런던과 소호의 거울에 담긴 이야기가 선사하는 즐거움과 별개로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분명한 단점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샌디가 중심이 된 과건의 사건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재 엘리의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것에 비해 엘리의 현재 이야기는 그 자체로 관객을 흡입시킬만한 매력이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개별 인물과 패션이라는 소재를 사실상 거의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과의 로맨스나 룸메이트인 조캐스타와 같은 캐릭터들은 단지 샌디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첫 시작이자 단추로써의 역할 외에 별다른 의의가 없는 도구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또한 패션이라는 소재를 사실상 거의 다루지 못하다 보니 굳이 엘리를 왜 패션 디자이너로 설정했는지도 와닿지 않는다. 이는 비슷한 시대상과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크루엘라>와 가장 대비를 이루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패션 학교에서 겪는 엘리의 에피소드는 새로운 삶과 커리어에 도전한다는 엘리와 샌디의 공통점을 보여주면서 두 주인공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기능적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신 맥켄지와 안야 테일러 조이의 환상적인 호흡과 강렬한 이미지가 시선을 끌어당기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분명 뇌리에 각인될 작품일 듯싶다. 호러 영화로 돌아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귀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엘리와 샌디의 이야기를 열고 닫는 거울을 다방면으로 이용한 스토리텔링과 몽환적인 스타일이 최소한 러닝타임 동안은 몇몇 흠결까지 가릴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A(Acceptable, 무난함)
런던의 현재와 과거, 낭만과 비극이 만나는 성장담을 과시적인 스타일로 빚어내다
-
- 불 같은 나와 물 같은 네가 서로 끌리는 이유
엘리멘트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두 사람. 불 남자와 불 여자는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원래 고향이었던 파이어랜드를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한다. 쓰는 언어부터 달랐던 두 사람.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풀 원소 공무원이 말한다. “그럼 버니와 신더는 어떤가요” 남자는 버니, 여자는 신더가 됐다. 몸만 달랑 온 두 사람. 엘리멘트 시티에 가게 하나를 얻어서 잡화상점을 운영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그래도 자라는 앰버를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느덧 성장한 앰버. 엄마와 아빠의 희망이었던 딸. 의젓한 딸은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서 종업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온 인류를 뒤져서라도, 아니 온 원소를 다 뒤져서라도 진상 손님이 없는 세상은 아무 데도 없다. 여러모로 화를 돋우는 원소들. 앰버는 타고난 성질 때문인지 오늘도 욱해버렸다. 화를 낸 탓에 불에 탄 가게들. 수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생긴 마음의 빛을 지우기는 어렵다.
몸이 약해진 듯한 아버지 버니. 얼른 노력을 해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 당연하지. 이 가게는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니까. 약해지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아버지 버니가 딸 앰버에게 하루만 가게를 맡긴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앰버.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시작만 좋았다. 여지없이 달려든 진상손님. 답답함이 터져 다시 가게가 불에 그을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자 어디 가는 척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왜 그렇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불에 탄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벼락. 그런데 그 물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엉엉 울며 등장한 이 남자. 자기소개를 전한다. “안녕. 난 웨이드!”
디즈니x픽사의 상상력
전년 <소울>과 <루카>로 대형 홈런을 친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이다. 사실 최근의 디즈니는 그렇게 타율이 좋지 못하다. 가장 근작인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듯이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아예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헛방만 치고 있다. 그나마 ‘가오갤’이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토이 스토리’ ip를 사용한 결과물로(픽사가 협업하긴 했지만)도 영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디즈니의 성적표가 점점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상상력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 픽사가 갖고 있는 낭만과 동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코>에서 보여준 사후세계와 <소울>에서 볼 수 있었던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잘 구현했다. 사실 <코코>에서 볼 수 있었던 저승 묘사는 우리 삶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어느 정도 있다. 비단 우리만 해도 ‘신과 함께’에서 저승을 봤었는걸? 영화는 이 익숙한듯한 묘사를 살짝 틀어서 변화구를 던졌다. 공간적 배경이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었다. 멕시코 토속적인 소재들과 저승이라는 세팅, 또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합쳐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람 사는 듯한 느낌 1/3 멕시코 정취 1/3 저승의 이미지 1/3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엘리멘탈>은 <코코>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원소들의 세계라는 점은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서 만들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도시. 시각적으로 눈정화가 되는 비주얼도 예쁘지만 신기한 건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도시문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위시로 한 각 도시의 원도심 문제가 그렇다. 이 마을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이마저도 구현한 듯하다. 바로 불 종족들이 사는 도시와 물 종족들이 사는 도시가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감독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이는 장소로서의 특성만 구현한 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도시의 양극화 문제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게 영화가 인종문제와 이주민들의 적응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작품이 잘 살린 연출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빠지면 섭섭하지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이라는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1970년대에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가정을 이루셨다고 한다. 자전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유하는 묘사가 몇 있다. 우선 불 종족인 앰버 가족이 쓰는 언어다. 이 캐릭터들은 초반에 등장할 때 자막 처리가 안 되어있다. 영화가 디즈니/픽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걸 상기시키면 이 이유가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듯하다. 또 이 불 종족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게다가 앰버가 아버지 버니를 부를 때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첫째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 뜨거운 것에 대한 비유는 역시 김치, 고추장을 위시로 한 매운 음식에 대한 묘사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호칭 '아슈라'는 아마 '아빠'라는 단어에서 온 듯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남기면서 무슨 코멘트를 남긴다. 이 기점 찍고 주인공 어머니가 어떤 소재에 대해 앰버에게 코멘트를 하는 신이 있다. 이 부분 잘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면서 겪는 유교문화에서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위에서 서술한 la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la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누수문제라던가 치안에 있어 약점을 가진, 그러니까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주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도시의 미관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서사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뽑을 만하다. 이외에도 미술로 대표되는 물과 풀, 공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능통한 모습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반대로 웨이드는 백인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처음 버니와 샌더가 입국심사를 할 때 바로 영어를 쓰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물'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속성을 생각해 보면 더 백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백인이 없으면 엘리멘트 시티 자체가 있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점도 백인이라는 비유에 걸맞다. 그리고 글쓴이가 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풀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 풀이라고 하는 것이 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먼저 건너가서 만들었다고 보는 건 아예 무리가 있다. 미국사회가 만들어지고 유대인들이 정착한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을 생각해 보면 풀 종족이 후에 어떤 인물로 묘사되는지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유가 되는 듯하다. 다른 종족은 공기 종족이다. 역시 구름 종족으로 대표된다. 이 종족의 특성은 스포츠다. 이 스포츠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이 종족이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종족이 엘리멘탈 시티에 온 순서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렵지 않게 근거로 매길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묘사가 영화에서 재미있는 특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역시 이 점에서 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과 공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은 느낌? 인종주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고 이 인물들이 하하 호호 다 잘 지내는 게 핵심인 것 치고 두 종족이 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 너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물을 쉽게 세팅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다. 두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엮일 수 없는 존재다. 물과 불이라는 걸 상상해 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야기 구성으로 주파하고 있다. 영화는 불, 그러니까 앰버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앰버는 욱하면 무섭다.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불태운다. 이 특성은 정확히 반대로 웨이드가 갖고 있다. 중간에 누군가의 집에 가는 신에 있다. 여기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다. 웨이드는 앰버는 가능하지만 웨이드는 불가능한 능력 묘사가 나온다. 이 가능/불가능의 대조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작품의 핵심소재인 '한 줄의 대사'로 도착한다. 이는 웨이드와 앰버의 대조점을 조명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뒤엎는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4 원소로 멋지게 풀어낸 것이다. 이를 캐릭터의 서사로서만 푼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출도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짝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로맨스를 위해서 이야기가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으로 온갖 눈물은 다 나오게 하던 디즈니 x픽사치 고는 좀 관성적으로 이야기를 푼 느낌이 있다. 좀 예상되는 느낌? 또 영화 핵심 사건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해결되는 과정이 디테일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후반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 아름답게 서사를 살짝 희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 이민자들 간의 관계를 지엽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 후반부의 문제해결 과정에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 이 세계의 사랑법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이미 다수의 로맨스 영화를 감독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님의 신작이다.
주인공인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대학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아내 미나미와는 결혼한지 8년차. 리쿠는 글을 쓰고 미나미는 음악을 하며 다정히 사랑했던 연애 초반과는 다르게, 이제 그에게 미나미의 내조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나미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그였지만, 사회적인 성공을 얻기 시작하며 그때의 마음은 퇴색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탈고를 앞두고 있던 시점, 엔딩을 보여 달라던 미나미의 말을 무시하고 잠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자신이 알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평행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리쿠. 아내 미나미가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오히려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세계이다. 리쿠는 다시 한 번 그녀와의 사랑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처음부터 다가간다.
평행세계라는 소재를 끌어왔어도 판타지 영화보다는 로맨스 영화에 훨씬 큰 축을 둔 듯 하였다. 특히 로맨스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적인 연출은 자칫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부각된 편이다. 클리셰적인 연출이 가장 기능적으로 유려하게 쓰인 부분은 단언컨대 오프닝 타이틀이다. 리쿠와 미나미의 연애 과정은 첫 만남의 파트를 제외하고, 타이틀이 뜨는 동안 전부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뻔하다 느껴질 수도 있으나, 대신 대사 한줄 없어도 '리쿠와 미나미의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 리쿠의 사회적 성공과 함께 빛바랬다'는 긴 시간의 압축을 관객들은 놓침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수없이 다른 영화에서 반복 되었던 클리셰들로 예측 가능한 전개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로써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서브 인물들의 레이어를 통해 만들어낸다. 주인공들 만큼 조연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이 메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사이에 조연들이 다채로운 레이어를 만들어낸다.
조연들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단순히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도록 깊이를 더한다. 리쿠가 도달한 평행세계는 그냥 우연히 생긴 곳이 아니다. 누군가는 슬픔을 껴안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실을 견디며 끝내 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세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인물은 리쿠의 선배이다. 이 세계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지만 그 고통을 세상과 단절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의 존재는 말하지 않아도 리쿠에게 이렇게 전하는 듯하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는 있어.”
그는 자신의 삶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이 세계에서 리쿠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리쿠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뒤늦게 알아간다.
더불어 미나미의 할머니는 이 세계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그녀는 젊은 시절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꿈을 내려놓고, 가족의 탄생을 선택한 인물이다. 결국 선대에 존재했던 그녀의 희생 덕분에 미나미가 살게 되고, 리쿠와 만나고, 리쿠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워진 선택들,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한 선택들이 쌓여, 이 세계의 미나미가 지금의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되고 저 세계의 리쿠가 미나미를 사랑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촘촘한 주변 세팅을 통해 이 영화는,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여겼던 순간들조차 사실은 누군가의 포기와 헌신, 배려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되짚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리쿠가 도달한 진실은,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했던 원래의 세계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세계는 누군가의 눈물과 결단, 그리고 사랑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고, 그는 그 안에서 단지 소비자처럼 사랑을 받아왔을 뿐이라는 자각에 다다른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모든 세계는 결국 누군가가 사랑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 영화를 본 우리도 기꺼이 사랑하고, 기꺼이 나를 던져, 누군가의 세계가 되어볼까.
-
- 「매트릭스4」기계는 인간으로 게임을 합니다ㄷㄷ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 리뷰 | 매트릭스 해석 해설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석 및 분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
-
- 영화 <코다> 뮤직 예고편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
-
- 영화 <보이저스> 티저 예고편
2063년, 극심한 지구 온난화로
미래 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인류 이주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완벽한 우성 인자로 태어나 철저하게 격리 훈련을 받은 ‘30명의 탐사대원들’과
이들을 이끌 대장 ‘리처드’는 ‘휴매니타스호’에 탑승해 우주로 향하게 된다.
한편, 일부 탐사대원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떨칠 수 없는 의문을 갖게 되고
그들의 생활 속에 밀접한 ‘블루’를 가장 먼저 의심하기 시작한다.
의심의 시작과 함께 비밀과 음모가 하나 둘 밝혀지게 되고
대원들은 곧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인류를 위한 새로운 행성까지 앞으로 86년,
과연 이들은 ‘인류 이주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