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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AD2025-03-04 04:01:33

그 모든 세계를 넘어, 이 세계의 너에게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최근 넷플릭스에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올라왔다. 이제 OTT를 통해서도 해당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만큼, 오늘의 영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다시금 꺼내들고 싶다. OTT 속, 해당 영화의 재생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넘어, 또 하나의 '에에올'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자, 이제 벌써 '에에올'의 우주는 시작되었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리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콴 주연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총 3부로 나뉘어 영화를 전개해 나간다. 긴 제목을 해체해 1부 ‘Everything', 2부 ’Everywhere', 마지막으로 3부 ‘All at once’로 부를 나눴다. 영화의 전개 안에서 ‘에블린’의 우주를 분리했듯 영화를 감싸고 있는 부도 세 개로 쪼개진다. 그로써 우리는 한 단어, 하나의 부 안에서 수많은 우주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에블린은 ‘이 세계’의 에블린이다. 여기서 에블린은 동성 애인을 사귀는 딸의 엄마이자, 남편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여자이며, 오늘 해야 할 신년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일이 많아 남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여유도 없다. 남편이 이혼 신청서를 가져와 대화할 시간이 있는지를 묻지만, 신청서의 내용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시간은 바쁘게 흘러간다. 

 

그러나 이후 에블린은 '이 세계'가 아닌 수많은 다른 우주로 이동하고, 또 다른 세계들을 경험한다. 이 수많은 우주는 관객인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심지어 주인공인 에블린의 의지와도 무관하게 펼쳐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에블린만큼이나 '혼란'을 경험한다. 이 세계는 어디길래 남편이 동료가 되어 있는지, 또 이 세계는 어떤 곳이길래 갑자기 세무조사 직원이 에블린을 죽이려 드는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이전에, 이 영화의 최종 빌런, 다시 말해 주인공인 에블린이 무찔러야 할 악인이 등장한다. 세무조사 직원도, 남편도 아닌, '이 세계'에서의 딸, 조이다.

 

 

 

혼란에 빠진 에블린에게 남편의 얼굴을 한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는 ‘에블린의 멀티 유니버스’에 대해 말해준다. 여러 우주에 수많은 네가 있고, 어떤 방식을 통해 다른 세계의 에블린과 연결될 수 있다고. 그리고 네가 이 모든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부는 신년 파티가 열리는 ‘이 세계’를 비롯해 ‘모든 곳’을 넘나드는 에블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에게 에브리씽 베이글은 ‘모든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함께 손을 잡고 블랙홀에 들어가 줄 ‘에블린’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에블린을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에블린은 이 말에 설득되고, 조부가 그랬듯 우주를 넘나들며 다른 인물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너구리를 모자에 숨겨놓고 요리하던 요리사의 너구리를 손님들에게 들키게 만들고, 액션 배우인 에블린으로 빙의해서는 그곳의 웨이먼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세계’로 돌아와서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에블린을 찾아온 직원 디어드리에게 난동을 부린다. ‘다른 세계’의 에블린이 ‘다른 세계’의 조이를 파괴했다면, ‘이 세계’의 에블린은 조이와 함께 블랙홀로 들어가는 결말을 향해가며 ‘모든 세계’를 파괴한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에 ‘버스 점프’를 하다 쓰러지고, 고요한 ‘돌’의 세계에서 ‘돌’이 된 조부 투파키를 마주한다. 어떤 음향도, 소리도 없지만, 관객은 돌이 된 둘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고요함은 커다란 힘을 가진다. 고요하고 적막한 그 세계에서, 둘은 같은 ‘돌’이 되어 대화한다.

 

 

 

 

자연스레 우리는 ‘조부 투파키’, 즉 다중우주의 조이를 따라 에블린이 블랙홀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조이가 에블린의 딸인 것처럼, 이혼 신청서를 건넬 정도로 에블린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웨이먼드 또한 에블린의 남편이자 가족이다. 여기서 이 둘을 막아서는 건 웨이먼드다. 그는 디어드리를 설득하고, 에블린을 죽이려 하는 다른 인물들을 막아서고, 블랙홀로 들어가기 직전의 에블린을 막아선다. 조부 투파키가 잡지 않은 맞은편 손을 잡고, 웨이먼드는 에블린을 설득한다. 웨이먼드는 에블린을 공격하지도, 상처를 주고 끌고 오지도 않았지만, 에블린은 자신을 위한 웨이먼드의 설득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돌아온 에블린을 두고 조부 투파키는 홀로 블랙홀로 걸어 들어간다. 그를 막기 위해 여러  엑스트라들을 공격하는 에블린에게, 웨이먼드는 ‘친절함’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1부와 2부의 초반부에서 에블린이 다른 사람들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무술’이나 ‘공격’을 선택했다면, 여기서 에블린은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완성’하거나 함께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공격력을 약화시킨다. 조이를 공격하라고 말하고 에블린과 싸우려 들던 ‘다른 차원의 아버지’가 에블린을 공격하려 들자, 에블린은 자신은 아버지처럼 자식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계’로 돌아온다. 에블린은 1부에서 그랬듯 조이의 동성 애인인 베키의 손을 잡지만, 이제 에블린에게 베키는 ‘숨겨야 할’ 사람이 아니다. 에블린은 아버지에게 당당히 베키를 ‘딸의 애인’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이 세계’의 조이는 여전히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한다. 에블린은 차에 타려는 조이를 붙잡고 말한다. ‘난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어디든 갈 수 있는데도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 ‘상식이 통하는 건 한 줌의 시간’뿐인 이곳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이유. 여기서는 ‘우리’가 가족으로써 온전한 ‘우리’일 수 있고, 어떤 모습이든 조이가 ‘딸’이기 때문이다. 조이와 에블린은 서로를 끌어안고, 영화는 3부로 나아간다.

 

1부의 제목은 'Everything', 2부의 제목은 'Everywhere'. 이에 따라 관객인 우리는 그 모든 세계의 '모든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곳'을 넘나들며 세계를 파괴해 나가는 에블린을 지켜봐왔다. 이 모든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까. 이 세계에서 엄마와 딸이었던 에블린과 조이는 대적하게 될까. 그런 날카로운 질문들을 마음속에 품어두고 영화를 지켜봤던 것이 무색하게, 2부 끝에서 에블린은 조이를 붙잡고, 우리가 여전히 우리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끝에 이어지는 3부, 'All at once'는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커다란 메시지를 담고 등장한다.

 

‘그 모든 삶을, 그 모든 세계를 버리고도 너와 함께’를 전달하기 위해. 이 세계에서만 ‘우리’일 수 있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영화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이들의 세계를 보여줘왔다. 

 

수많은 세계를 지나 ‘우리’에게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그 긴 여정의 종착점, 우리의 차원을 위해 그렇게 서사를 쌓아왔다. 우리는 이 우주의 등장인물로써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누군가는 현재에 만족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곳의 ‘나’를 버거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딘가의 ‘나’는 이곳의 ‘나’를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삶이 실패한 삶인지, 여기가 어떤 세계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그리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며 모두를 가족으로써 끌어안았던 에블린처럼.


작성자 . MOVIE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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