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요2022-03-20 17:23:34
[더 배트맨]의 리들러, 폴 다노를 처음 접한 작품 [루비 스팍스 Ruby Sparks](2012)
500일의 루비
"[500일의 썸머]를 봤다면 6.5, 안 봤다면 7.0, 난 봤으니까 6.5"
회사후배 추천으로 2016년에 봤으며,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본 몇 안되는 영화로 네이버영화에 나와 있듯, 멜로/로맨스, 판타지, 코메디 영화다. 비중으로 보면 멜로/로맨스 60%, 판타지 30%, 코메디 15% 정도. 주연 배우인, 폴 다노Paul Dano 와 조 카잔Zoe Kazan 는 모두 이 영화에서 처음 봤다. 영화 보고 검색하다고 알게 된 것은 이 둘이 진짜 부부라는 사실. 두 명의 비중이 앞도적으로 많으며, 그 외에는 조연이라기보다 필요한 역할만 하는 롤플레이어이다. 아네트 배닝, 안토니오 반데라스, 스티브 쿠건 등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이 은근히 나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주인공 형 역할을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란 배우였는데, 이 배우 역시 처음 봄.
연인들의 심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500일의 썸머](2009)를 본 사람이라면 [루비 스팍스]의 방식이 그리 새롭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500일의 썸머]는 네이버에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로 되어 있는데, <루비>와 <썸머>의 차이는 판타지 요소가 있고 없고. <루비>는 작가인 남자주인공의 글(책) 속에서 나온 가상의 인물이다. 가상이던 실물이던 연인과의 아슬아슬한 감정의 관계는 똑같다. 다만, <루비>는 주인공의 가상인물이자 글을 쓰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특징.
판타지의 비중이 꽤나 되는 영화이나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초반이 판타지성격이 강하고, 중반은 현실적, 후반부에는 공포도 조금 있다. 엔딩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여운이 남을 수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루비>가 아니지만 <루비>를 또 만나는 장면은 [500일의 썸머]와 유사한 듯. "멜로/로맨스는 그래도 해피엔딩 법칙을 따른 듯"
<루비>의 매력이 영화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는데, 항상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약간의 단점이다. 옷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써서 입혀 놓았는데도 매력적이지가 않은 경우가 있다. <썸머>는 때때로 재수가 없는데도 항상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과의 차이. 이것이 조 카잔(루비)과 주이 드샤넬(썸머)이 지닌 여배우로서의 근본적인 매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으나. 신기하게도 2022년 현재 조 카잔은 당시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멜로/로맨스 좋아하는 분에게는 강추하며, [500일의 썸머]와 비교해서 봐는 것도 흥미로울 듯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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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파묘> .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한국 오컬트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이도현과 김고은의 파격 변신으로 벌써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묘>!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보아요.
파묘
Exhuma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134분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개봉: 2024.02.22.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CINE PICK!
베를린 영화제 공개 이후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파묘>. 이도현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 최민식이 출연하는 첫 오컬트 영화로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각 배우들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사전 예매가 벌써 11만 명을 넘어서며 설날의 침체된 한국 영화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3분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바닉 세사
개봉: 2024.02.2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함께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텅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게 된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 이들은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CINE PICK!
할리우드의 명품 조연 ‘폴 지아마티’가 <바튼 아카데미>의 주연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으로 외로움과 대한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윌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Wallace & Gromit The Classic Collec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영국 | 89분
감독: 닉 파크
출연: -
개봉: 2024.02.21.
배급: 주식회사 에이컴즈, CGV ICECON
시놉시스
천재 발명가라기엔 2% 부족한 주인 월레스 그의 동반자 천재 반려견 그로밋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치즈를 구하러 달나라로 ‘화려한 외출’을 떠난 어느 하루와 비밀을 숨긴 하숙생과 펼치는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으로 인한 그로밋의 수난시대까지!
CINE PICK!
영국의 단편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윌레스와 그로밋>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등의 단편들과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Sound of Freedom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31분
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출연: 제임스 카비젤
개봉: 2024.02.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한 흥행작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인물 중 하나인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제작비의 10배나 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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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에 출연한 존 시나가 최근 중국에 사과한 이유는?
해외 매체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출연한 존 시나는 지난 홍보 인터뷰에서 대만을 ‘국가’라고 부른 것에 대해 이미 중국 팬들에게 한차례 사과를 했지만,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을 지닌 수많은 중국 관객들은 그의 사과문을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라고 밝혔다.
10년 넘게 중국어를 배워 온 프로레슬링 선수 존 시나는, 이달 초 대만의 뉴스 채널 TV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어로 “대만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최신 편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만에서의 극장 개봉은 중국보다 3일 빠른 5월 18일, 즉 미국 개봉일인 6월 28일보다 약 5주 이상 앞두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지 코로나 상태가 악화돼 무기한 연기되어 왔다.
1949년, 대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가진 채 중국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따라서 대만을 독립국가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시나는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TVBS에 사과하는 글과 함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어색한 문법과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분노의 질주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정말 많이요. 한 인터뷰에서 실수를 했어요. 지금부터 제가 말할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해요. 제 실수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정말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한 그의 실수는 중국에서의 보이콧을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작년 12월에는, <몬스터 헌터>가 중국 개봉 이후 하루 만에 상영을 전면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배경은 <몬스터 헌터>에서 한 백인 군인이 “이 무릎(knees)은 뭐지?”라는 농담을 하자, 동양인 군인이 ”중국인(Chi-knees)”이라고 답하며 웃는 장면에서 촉발됐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노매드랜드>의 상영을 취소한 바 있는데,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2013년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고국을 떠났을 때,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린 곳이었다.”라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심기가 거슬렸는지, 중국 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 및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일부 팬들은 존 시나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수년 동안 중국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를 옹호해왔다. 또한 다른 이들은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중국어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다’라고 말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약 7,5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네티즌은 말했다.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과를 할 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게 단순히 문법적 오류였을까요? 존 시나는 심지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가 실제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누가 알까요?” 약 2,000개의 ‘좋아요’를 얻은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Endata(艺恩)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중국 개봉 후 5월 27일 기준으로 약 10억 위안(한화 약 18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마지막 두 편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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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 넘는 여정을 끝낸 사람들의 이야기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흔히 삶을 여행에 비유한다. 탄생이라는 출발지에서 죽음이라는 도착지까지 가는 동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축제 같은 순간을 경험하며 환상에 취하지만, 반대로 깊은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끝없는 좌절을 느끼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세월을 막론하고 여행이 주제인 수많은 예술 작품은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영화 '트립 투 그리스'도 주인공들의 여행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평범한 여행 영화와 다른 약간의 독특함이 있다.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영화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cce)'는 영국의 유명 배우 '스티브 쿠건(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롭 브라이든)'이 6일 동안 그리스에서 미식 여행을 즐기는 내용을 담았다. 2010년 (한국에서는 2015년) 개봉한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스페인'으로 이어진 '트립'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시리즈이다.
내용을 그대로 적은 영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트립' 시리즈의 구조는 단순하다. 중년의 두 남자는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여행을 하며 현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여행 도중 스티브와 롭이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그들의 대화는 멈추지 않고 오디오는 비어있을 틈이 없다. 롭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스티브는 여행지와 연관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낸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할 때도 음식에 대한 감탄보다 누가 더 비슷하게 유명인을 성대모사하는지 경쟁하기에 바쁘다.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대본이 없다. 인물의 장소와 상황만 정해져 있고 감독과 상의 하에 배우가 현장에서 즉흥으로 대사를 내뱉는다. 또한 두 사람은 극 중 이름을 자신의 본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트립' 시리즈의 감독 '마이클 원터바텀' 인터뷰에 따르면 배우들의 원래 성격을 과장하여 캐리커처같이 묘사했다고 설명한다. TV 다큐멘터리로 연출을 시작한 '마이클 원터바텀' 감독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움과 현실감을 강조한다.
트립 투 그리스를 영상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긴 여행을 끝내는 지혜로운 마무리
그들이 여행한 그리스는 지중해 연안의 국가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둘러싼 아름다운 섬들이 많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그리스의 잔잔한 바다와 노천 식당에서 즐기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휴양지의 여유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스티브와 롭이 자유롭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더 나아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한다. 이전부터 '트립 투 잉글랜드'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를, '트립 투 이탈리아'에서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셀리', 마지막으로 '트립 투 스페인'을 통해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발자취를 따라갔었다. 스티브와 롭이 그들과 관련된 여행지를 둘러보며 직접 언급하거나 영화의 상황이 그들과 비슷하게 연출되었다.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Odyssey)'의 내용에 따라 터키 아소스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여행한다.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라는 뛰어난 전략으로 10년 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이타카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아들 '아이아스'의 소행과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유로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전해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다양한 문학 작품에 영감을 주었으며, '오디세이'라는 단어는 여정, 모험 여행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영화 곳곳에 '오디세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스티브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이혼한 부인과 아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행을 먼저 마무리한 스티브와 달리 롭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오디세우스를 닮았다. 또한 40대에 잉글랜드를 여행한 그들이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긴 여행을 끝낸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거기에 그리스에서 탄생한 '희극'과 '비극'의 개념이 더해진다. 스티브와 롭은 6일 동안 각자 기쁜 일과 암울한 일을 모두 겪는다. 예를 들어 롭은 아내가 늦은 저녁에 아이를 두고 홀로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결말에 이르러 그리스로 찾아온 아내와 사랑을 속삭인다. 영화는 롭의 해피엔딩과 스티브의 안타까운 결말이 번갈아 보여주며 희극과 비극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트립 투 그리스'를 보통의 여행 영화가 아니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트립 투 그리스'는 시리즈를 사랑한 관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마무리였다.
우리의 오디세이는 어떻게 쓰일까?
영화를 보고 나니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오디세이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퇴근시간, 발걸음을 바삐 옮기는 사람들은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내일의 고난과 역경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했는지, 거의 끝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은 여정 동안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는 새롭게 쓰일 것이다. 오디세우스처럼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감동 스토리도 가능하다. 롭처럼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스티브처럼 멋진 모습을 스스로 자랑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마음이 내키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여행하자. 언젠가 끝날 우리의 오디세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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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언젠틀 오퍼레이션 리뷰
* 본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해 관람 후 작성했습니다.
* 스포 주의 !!
어릴적 금요일 밤만 되면 EBS의 <명화극장>을 틀던 아빠 덕분에, 그리고 아빠 옆에서 몰래 영화들을 훔쳐본 덕분에, 이상하게 클래식한 스토리의 전쟁영화를 보면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씨네랩의 초청으로 보게된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다준 영화였다. 근데 이제 나이를 곁들인..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흠 잡을 데 없는 매끄러운 전개로 관람객을 몰입시키는 영화였다. 바로 다음 내용이 예상이 가면서도,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이용해 '설마.. 아니겠지?'의 생각을 유도하면서도, 코미디적 요소까지 챙긴 영화였다.
한 마디로 '클린 앤 깔끔'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영화 소개
개봉 - 2025. 03. 19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코미디
국가 - 영국
러닝타임 - 120분
배급 - 메가박스중앙(주)
감독 - 가이 리치
독일의 비밀 병기 잠수함을 막아라! 나치에 대항할 미친 녀석들이 온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살상 무기 유보트를 막기 위해 ‘처칠’의 지휘 아래 최초의 비밀 특수 부대가 탄생한다. 통제 불능의 미친개,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까지··· 대장인 ‘거스 마치’를 필두로 막 나가는 그들이 뭉쳤다! 영국군에 잡히면 감옥에, 나치에게 잡히면 죽음뿐! 유보트를 막기 위한 거스 마치 일행의 ‘언젠틀’한 작전이 시작된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처칠의 일기장에 담겨있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독일의 비밀 병기 잠수함 'U보트'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작부인'호를 폭파하기 위해 처칠의 비밀 주도 하에 모인 5명의 요원들과 1명의 조력자가 작전을 수행해 나간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의 흐름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스파이 영화의 틀을 가지고 시작한다. 국가의 위기상황, 국가를 살리려는 충신, 그리고 충신에게 비밀리에 제안을 받아 위기 상황 돌파구를 만들어나가는 범죄자. 클리셰 같지만 이런 구조는 언제나 설레고, 관객들을 같이 위기 상황으로 몰입하게 한다.
영화의 초반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건의 구성도 가장 보통의 상업 영화 틀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상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건 흐름이 예상 가능할 정도로..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실화'라는 단어의 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 속 등장인물
최근 한국의 첩보 영화는 조금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옛날의 첩보 영화는 항상 '꽤 잘생기고 능력치가 천상계'인 남자 주인공들과, '미인계로 적장을 유혹하는 초미녀' 여자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사실 이런 인물 설정들은 홍길동전, 논개 등 몇백년 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설정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할 순 없다.
근 몇년간 한국 영화만 봐서 그런지, 이런 고전적인 특색을 가진 인물들이 정말 반가웠다. 자신이 죽인 적군의 심장을 파내는 요원, 바다를 헤엄쳐서 적군의 모터에 장치를 달고 오는 요원, 그리고 유대인이지만 미국인인 척 독일인을 꼬시는 연기를 하는 요원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조금 말이 안 되는데?' 싶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요원들이 직면한 임무와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 능력은 있어줘야 헤쳐나가지~' 생각도 같이 든다.
다소 무난한 전개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클린 앤 깔끔'하게, 전형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진짜 큰 절정 속 위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요원들이 처한 사건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생기면 요원들은 머리를 맞대어 잘 풀어나가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진행한다. 이런 부분들에서 '조금만 더 요원들을 고생시켰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역시, 영화는 주인공이 고생하면 고생할수록 재미있다. (물론, 해피엔딩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쾌하다
전형적인 이야기 흐름이더라도, 다소 무난한 전개라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상쾌통쾌~!' 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려한 액션과 실제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엿보는 듯한 배경에 다른 생각이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난한 전개더라도, 첩보 액션 영화의 특성상 화려한 움직임과 연기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0분 내내 영화 자체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중간 중간의 코미디적 요소들은 전개 속 지루함을 달래주기 충분했었다.
이야기가 굉장히 클리셰적으로 연출되기에, '이토록 화려한 연출에 조금만 더 색다른 첩보 이야기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언젠틀 오퍼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형적이게 화려하고 깔끔해서 최소한의 영화에 대한 기대는 다 만족시켜주는'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만 더 꼬였다면.. 이 영화의 장점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토록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이런 쌈박한 영화 하나쯤 보면서 머리 식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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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들 / The Dreamers, 2003
인터넷 방송을 보다 보면, "나작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를 풀어보면, "나만의 작은 스트리머"로 흔히, '나만 알고 싶은 음악 혹은 가게'처럼 일맥상통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명해지면 그만큼 나에게 쏟아진 관심이 덜해지는 것을 비꼬는 의미로도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지금이야 유명한 배우들인데, 생각지도 못한 영화에 생각지도 못한 배역을 맡아 나타나니 신기할 따름이죠.
영화 <몽상가들>은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에바 그린"의 데뷔작입니다.
워낙 나오는 영화들마다 인상들이 짙어 뭘 해도, "에바 그린"인데 이 영화는 이를 제외하더라도 평가가 좋더군요.
그래서, 보게 된 영화 <몽상가들>은 어떤 느낌을 남겼는지? - 한 번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한창 시위로 열기가 뜨거운 1968년, 파리에 유학을 온 미국인 "매튜"는 그곳에서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만납니다.
서로의 취향이 맞았던 그들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같이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매튜"는 "이사벨"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사벨"은 "테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데요.
이에 세 남녀의 관계에도 급속도로 이상 조짐이 생기는데...제목부터 스포일러?
1.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영화 <몽상가들>은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네마테크"라는 실존 사건을 가져온 영화입니다.
이는 즉슨, 역사적인 사건과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인 "팩션"장르의 영화라는 것이죠.
이만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영화 <몽상가들>로서는 이 실존하는 사건이 양날의 검일겁니다.
실존했던 사건을 가져와 관객들의 시선을 이끄는데 성공하나 문제는 결말도 이미, 예정되었기에 맥이 빠질 겁니다.
이에 영화 <몽상가들>은 해당 사건보다 캐릭터들의 관계와 이야기에 집중해 뒷이야기를 점점 궁금하게 만듭니다."팩션"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앞에서도 언급한 "팩션"은 진실을 뜻하는 "Fact"와 소설을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입니다.
어찌 보면, 서로 상충되는 단어로 어울리지 않지만 영화 <몽상가들>은 이를 있을법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설득시켜 나가는데요.
앞서 언급한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네마테크"라는 실존 사건을 크게 가져와 이에 있을법한 "매튜"와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이라는 캐릭터에 집약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렇게, 시작한 <몽상가들>은 요즘 세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갈등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2. 반대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동안 정치를 살펴보면 "보수"는 기성층, "진보"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성향으로 생각하는데요.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극 중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의 아버지는 유명한 시인으로 등장하는데,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침묵만을 유지하니 "테오"는 이런 아버지를 비난합니다.
왜냐면, 자신은 시위를 통해서 목소리를 표출하니 그런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이는 "이준익"감독이 연출한 <동주>의 "몽규"와도 크게 겹칩니다.
극 중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하려는 인물이나 온건적인 아버지 세대와 갈등이 있어 이와 반대로, 강경하게 나서는데요.근데, 네가 스스로 하는 건 있니?
다시 영화 <몽상가들>로 돌아와서, "테오"와 "이사벨"의 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출장을 떠나게 됩니다.
이에 그들은 집이 비어있는 동안 자식들이 쓸 돈을 전하는데, 재밌는 건 이들이 이를 넙죽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다 쓰고도 모자랄 만큼 방탕한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그렇게, 아버지를 비난했는데 정작 아버지의 능력으로 살아가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요?
영화 <몽상가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관객들에게 말하고자는 바가 뚜렷한 영화입니다.
누구나 방구석에서는 그럴듯한 이상을 앞세우나 정작, 현실에는 한없이 위축되는 "몽상가들"의 실체를 고백하거든요.3. 이미, 예상된 결과로 간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이전 대선은 사상 최초로 탄핵 정국에서 치러졌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반대되는 개념으로 투표를 했지만, 정작 받아들여진 인상은 색깔과 이념만 다른 똑같은 인상뿐입니다.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은 그저, 아버지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힌 캐릭터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를 빗댄 건지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이 갇혀있다는 인상을 끊임없이 줍니다.
해당 주택에서 크게 활동 반경이 벗어나지 않고, 시야는 언제나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에만 고정되었고 이들이 하는 행동들도 보았던 영화를 따라 하는 것에 국한되었으니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려는지를 아실 겁니다.무조건, 반대가 옳은 것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영화는 더 파격적으로 나갑니다.
사회적인 미양을 해치는 행위로 느껴질법한 벌칙들을 제안하고, 이를 수행하여 우월감을 느끼는 장면은 누굴 지칭한 건지는 몰라도 쿡쿡 찔리게 되는데요.
이런 가운데, 영화 <몽상가들>은 "모택동"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오는 단어로 "문화 대혁명"이 연상될 텐데, 이 표어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 "옛 것은 모조리 숙청하라. 문화, 교육, 정치, 가족 등 모든 것을."
과거의 역사를 지우고 앞으로 찬란한 미래를 채우겠다는 야심이 엿보이나 결과는 아시다시피,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의 역사들을 탐내는 현재의 모습으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를 추구하나 정작, 하고 있는 행동은 과거의 산물인 영화를 따라 하는 것이니까요.4.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영화 <몽상가들>의 결말을 살펴보면, "테오"와 "이사벨"은 끝내 진압대에게 화염병을 던집니다.
그리고 "매튜"는 이들과 달리,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에 "매튜"는 도망쳤고, "테오"와 "이사벨"은 자신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표출함으로 대비적으로 보이나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이들의 모습을 본 "테오"와 "이사벨"의 부모가 그들을 떠납니다.
결국, 채워질 수 없는 간극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매튜"도 "테오"와 "이사벨"에게서 그랬을 겁니다.
이에 영화 <몽상가들>은 결말에서 옳고 그름과 같은 확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각자의 판단에 맞게 선택했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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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복숭아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은 민트색 자동차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면서 자동차에서 우주선까지 확장될 수 있는, 어디까지고 커질 수 있는 작고 안온한 세상. 그러나 아이들은 영원히 민트색 꿈과 복숭아 내음 안에서 자랄 수 없다. 잘 익은 복숭아 안을 벌레가 파고들 듯, 불안한 현실이 옥시글옥시글 과수원을 둘러싼다. 그러고 보니 복숭아나무에는 진딧물이 유난히 잘 끼던 생각이 난다.
같은 과수원의 서로 다른 식물들처럼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와 오빠 로제르, 언니 마리오나, 막내 이리스, 쌍둥이 사촌들이 있는 고모 가족, 어린 아기 여동생이 있는 다른 고모 가족까지. 3대에 걸친 가족들은 크고 작은 삶의 팁을 나누면서, 과수원 식물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스페인 내전에서 이웃들과 서로를 구했던 인정을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무화과 나무, 과수원 가득 왕성한 아버지의 복숭아나무, 십대 로제르와 마리오나처럼 바람에 사각사각 잎새 흔들리면서도 쑥쑥 자라는 옥수수, 그 틈에 욕심과 야심처럼 삐죽 튀어나온 대마… 모두 다르지만 한 수영장에서 장난치고 뒤섞여 노는 사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일꾼까지 동원해 다 함께 대대적인 복숭아 수확을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른들은 서류로 뒤덮인 테이블에서 심각한 대화를 나눈다. 인근 ‘지주’가 곧 복숭아 과수원을 밀어 버리고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모두 착잡하고 막막하다. 이 마음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감정과 반응으로 자라난다. 마지막임을 인지할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듯, 가족들 간에 다르게 부유하던 마음들이 갑자기 극명한 색깔을 띠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모든 마음에 치밀하게 따라붙어,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해 준다.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자란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잃어버린 폐차 대신, 영화 내내 아지트를 찾아 헤맨다. 농사용 박스로도 들어가 보고 굴에도 들어가 보지만, 아이들만의 아지트는 어른들의 논리로 너무 쉽게 깨져 버린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복숭아를 으깨고 상추를 발로 차고 수박을 깨 먹으면서. 그렇게 성장은 주변 세계에 균열을 내는 행위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이 가족의 모두가 그렇게, 과수원의 작물들처럼 각자 속도의 성장으로 세계에 균열을 낸다.
스페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복숭아
그런데 이 균열의 모양, 어쩐지 익숙하다. 한국 근현대 소설을 보는 것만 같다. 염상섭의 <삼대> 생각도 나고, 동네를 두루 다니며 땅을 헐값에 사들이는 지주들의 존재에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생각도 난다.
옹고집 우격다짐의 아버지 모습조차 어쩜 그렇게 한국 근현대 소설 속 인물들 같은지. 단지 가족끼리 잘 지내고, 가족들에게 더 힘이 되고 싶었을 뿐인 마리오나와 로제르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이자 최소한의 반항을 한다. 그중에는 정성껏 연습한 무대에 오르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가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도 있다.
사실 가족을 비롯한 수직적인 관계 내에서의 갈등은 대부분 그렇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간접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은 서로의 일부이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너무 눈에 다 보이고, 그래서 더 용서가 쉽게 되지 않고 감정이 뒤엉킨다. 그렇게 이따금 갈등의 뿌리와 열매의 모양이 같아진다. 갈등의 원인이 갈등 자체가 된다.
이런 갈등에서는 쉬이 놓일 수 없다. 음주·가무나 다른 그 무엇으로 도피해도 피할 수 없는 심연을 마음에 남긴다. 그러나 수직으로 깊은 심연에서도 언젠가는 전복이 일어난다. 할아버지 앞에서 아버지가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겠다 소리치듯, 아들이 아버지의 복숭아밭에 수로를 열 듯. 어머니가 영화 내내 꾹꾹 참던 감정을 결국 표현하듯. 어머니의 표현 법은 정말 대단했는데, 자기 안의 갈등을 어쩌지 못하고 폭주하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뺨을 철썩 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을 가뿐히 정리했다.
말 한마디도 없이 단순하게 이들이 문제를 직시하게끔 했으며, 고모 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어 앙금마저 그 해결을 막을 수 없게 만들었다. 춤추면서 과일을 따다가 핀잔을 듣고 “여자는 동시에 할 수 있어!” 했던, 마리오나가 가볍게 던진 말이 맞았음을 깨닫는다. 김 첨지를 비롯해 우리의 속을 답답하게 했던 수많은 한국 근현대 소설 중 여성 주인공의 서사가 있었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거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과수원에서는 토끼 사체 냄새가 난다
이 모든 가족 안의 균열 후에 드러나는 트랙터의 행진은 단순한 숫자 오르내림의 결과값일 수 없다. 숫자 오르내림 뒤에서 한참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갈등을 겪고, 답답함에 괴로워하고, 반항하고, 놀 자리를 잃고, 눈치를 보고, 노력한 가족들의 모든 시간의 결과값이다. 투쟁조차 흙의 산물을 이용해서 벌이는 이들의 “과일도 가격이 있다!”는 말은 마치 “우리 삶에도 가치가 있다!”처럼 느껴진다.
농사를 망치는 토끼들을 죽인 탓에 토끼 사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 과수원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토끼 사체를 대한다. 그 끝에, 싱그러운 생명이 자라야 할 자리를 비집고 든 ‘토끼’는 결국 가족들이 놀던 수영장 위에 뻣뻣한 시체가 되어 둥둥 떠다닌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큰 힘 없이도 섬뜩한 저항이다.
그리고 이 저항은 기억될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가족들의 마음에 한 겹 흔적을 분명 남길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엄마의 손맛’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할머니들의 조리법이 반드시 전달될 것처럼, 지하실에 숨어 전쟁을 견딘 어른들의 실화가 아이들의 놀이가 되는 것처럼,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기억될 것처럼. 목소리를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 목숨을 바친 친구를 위해 노래하고, 하늘이 아닌 땅을 위해 노래한다는 가사처럼.
거실에 모여 가족들이 아이의 노래를 듣는 장면은, 기꺼이 아이들에게 내어준 무대는 그래서 인상 깊었다.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착잡함이 얼굴에 스치는 그 뒤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흙냄새는 더욱 짙어지고 땅은 굳어질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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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인가요? 아이가 있으시다고요? 당신도 오해 때문에 주변에서 버림받은 적이 있나요?! 전 아직도 그렇습니다...
#매즈미켈슨#칸_남우주연상#영화리뷰
이 영화 '더 헌트' 라는 작품으로 매즈 미켈슨은 칸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습니다. 간략한 내용은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 오해를 받으며 유치원 교사 루카스가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사람들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내용입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 '더 헌트'
네이버별점 9.0#무비워크 #영화리뷰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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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겨울에 보면 좋을 영화 5편
‘몽글몽글 심야영화’ Ep.02 당신의 겨울에 감성 이불을 덮어줄 영화 5편
크리스마스도,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겨울에, 어두운 방에서 이불 덮고 귤 까먹으며 보면 좋을 영화 5편을 소개해드립니다.
렛미인 / 룸 / 브리짓존스의 일기 / 캐롤 / 러브레터
** 강한 스포일러는 없으나, 콘텐츠 특성상 일부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 소개 순서는 영화의 선호도와 무관합니다.
** '몽글몽글 심야영화'는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영화를 켜는 '환몽씨네'의 상명이가, 심야에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자기 전, 혹은 적적한 밤과 새벽에 한번씩 꺼내 먹는 조그마한 야식처럼 들어 주세요 :)
** 시간 관계상 아쉽게 소개해드리지 못한 영화 5선 (라라랜드 / 인사이드 르윈 / 헤이트풀8 / 물랑루즈 / 이터널 선샤인)
** 제 영화 평점, 100자 코멘트는 왓챠 개인계정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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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공식 예고편
[2021년 4월 30일, 넷플릭스 공개]
이 가족, 이상하다. 요즘은 사이도 그저 그렇다.
모처럼 여행이나 하며 애정을 다져볼까 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로봇들이 세상을 끝장내다니. 어리둥절 미첼 가족,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한 듯?
이제 그들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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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티저 예고편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