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10-31 17:22:39
1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1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소개
2022년 11월 1주 개봉영화!
고속도로 가족 Highway Family , 2021
라미란 X 정일우 X 김슬기 X 백현진!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모두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휴게소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고속도로 가족'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주연 배우 4인방의 열연은 물론,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과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추천영화 "고속도로 가족" 입니다.
옆집사람 Next Door , 2022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
영화 "옆집사람"은 원서 접수비 만 원을 빌리려다 시체와 원룸에 갇힌 5년 차 경시생 찬우의 하루를 그린 영화입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을 달성했으며,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인
제40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제26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제21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으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신예 염지호 감독은 "이기적이고 남에게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물질만능주의 같은 내가 보고 느낀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아서 풍자해보고 싶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재미와 더불어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루키 염지호 감독! 스릴과 위트 공존하는 올해의 데뷔작!
추천영화 "옆집사람" 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 , 2022
북미에서 먼저 개봉하며 무려 57일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꾸준한 흥행!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비밀의 습지 소녀 카야가 자신이 자라온 공간에서 세상에 맞서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원작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뉴욕 타임스 179주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등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소설로, ‘인생 작품’으로 불리며 특히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 여성의 다양한 감정과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해외를 넘어서 국내 여성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추천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입니다.
THIS WEEK MOVIE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빌려 캠핑하듯 유랑하며 살아가던 이들"
라미란 X 정일우 X 김슬기 X 백현진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과 낯선 얼굴!
영화는 모두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휴게소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고속도로 가족'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지갑을 잃어버려 기름값이 없다'는 핑계로 2만 원씩 빌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기우와
그의 가족이 우연히 영선과 얽히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관객들은 두 가족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따라가게 됩니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차가운 현실의 온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상문 감독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자,
우리 모두 함께 살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번 주 THIS WEEK MOVIE "고속도로 가족"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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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의 본질, 음악의 본질
자히아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소음까지 전부 악기의 선율로 느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파리의 명문 음악원 졸업반에 입성한 자히아. 그런 그녀의 꿈은 지휘자가 되는 것. 여자인데다 이민자이기까지 한 그녀에게는 결코 만만한 꿈이 아니다.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깔보며, 자히아가 지휘자가 되자 연습을 이탈해버리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자히아는 훨씬 더 '완벽'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을까.
영화 내내 자히아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휘를 이어간다. 그녀는 작곡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해 내서 한 음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주해 내고자 한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자히아의 표정과 손끝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스승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세르지우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모든 단원들과 눈을 맞추고 연주하라 지시한다. 하지만 자히아는 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며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다.
아직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구나.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다. 그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지휘 대회에서 떨어져 의기소침한 자히아는 자신을 이끄는 소리에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이 한 명, 두 명 모집해 구성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가 거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꽉 묶은 머리와 정돈된 복장으로만 단원 앞에 섰던 자히아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가벼운 재킷만 입은 상태이다. 그러나 자히아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자히아만을 비추던 카메라는 여러 방면으로 움직이며 단원들을 담아낸다. 보면대도, 악보도, 의자도, 격식이라곤 갖춰지지 않은 이 무대에서 지치거나 슬픈 표정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동감 넘치는 연주자들의 손끝과 자히아의 손끝은 닮아있다. 낙후된 지역이지만 사람들은 한 편의 즐거운 음악을 듣고 박수를 보낸다. 자히아는 마지막에서야 '본질'을 찾은 듯하다.
"난 악보에 있는 것만 연주해."
"악보에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본질만 빼고."
아마 자히아가 더 강인한 사람이었어도 동생인 파투마가 없었다면 결코 지휘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가지라는 조언과, 누구나 음악을 즐길 자유가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것은 전부 파투마였으니까. 때론 훌륭한 스승의 한 마디보다 분신 같은 친구의 별것 아닌 행동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를 통해 지휘자의 세계에서도 여성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김은선 지휘자도 세상에 자신을 널리 알리고 있듯이 그 성역은 결국 무너지고 깨어질 것이다. '함께'의 가치를 모르는 자들은 결국 스스로 예술을 파멸시키기 마련이니까.
*이 영화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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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괴물을 마주한 아이들
여기 한 한부모 가정이 있다. 엄마는 아들이 느낄지 모르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자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은 점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점점 파악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날 한 터널에서 발견이 되질 않나, 학교에서 선생님과 나눴던 이해 못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조합해 보니 아들이 담임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학교에 항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학교의 대응은 무성의하기 그지없다. 사과는 하는데, 눈에 영혼들이 없다. 절차 상 필요한 행동만 하고 사건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과정에서 담임에게서 아들이 왕따를 주동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하는데........ 이 일의 진위는 무엇인 걸까? 내 아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엄마는 혼란을 감출 수 없다.
1. 3가지 시점이 존재하는 영화
영화는 주인공이 두 명이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두 명의 시점에서만 진행되진 않는다. 미나토의 엄마, 미나토의 담임 두 사람의 시점도 함께 보여준다. 이 세 가지 시점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이 본 것만 믿으면서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문을 창조해내는 한없이 어리석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1-1. 아이들의 시점
한 초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미나토와 요리, 두 친구는 멀리서 보면 그리 친해 보이진 않는다. 표면적인 교실의 풍경 속에서 요리는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미나토는 그 왕따를 관망하는 쪽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 둘이 정말 영혼의 단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어른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거라고 몰아갈 수는 없다. 어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아이들이 굉장히 잘 숨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 잘 못 생각하는 지점 중에 하나가 초등학생들의 심리 정도는 어른들이 가뿐히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틀렸다. 아이들도 집단으로 뭉치게 되면 그 어린 영혼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하게 되고, 집단 논리라는 것이 생긴다. 요기는 그 집단의 논리에 적응을 못해 남자 아이들의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였고, 미나토는 집단의 논리에는 순응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반감이 있었던 아이였던 것이다. 이 두 지점이 통했던 아이들은 수업 시간이 끝나면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가 힐링의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별해야 할 시점이 오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이 그저 우정이 아니라 그 너머의 있는 감정임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감정은 어린 초등학생이 느끼기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1-2. 담임
담임은 표면적인 잘못은 한 적이 없지만 아이들 사이에 어떤 논리가 형성되어 있는지부터 학생들의 개개인적인 특성을 잘 알지 못했다. 표면적인 평화를 지키는 데에 급급했을 뿐이다. 그는 학교폭력을 저지르거나 세상의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은 한 적이 없지만 아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이들이 숨긴 메세지가 불러온 나비효과에 직격탄을 맞은 것 뿐이다. 요리와 미나토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이었지만 끊임없이 선생님에게 표현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혼란한 감정들을 말이다. 조금만 관심있게 지켜봤었다면 이 아이들이 겉으로는 친해 보이지 않아도 아주 깊은 공감대가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성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성애자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범주이기에 설마 이 어린 아이들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지점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
사오리는 아들의 상처를 보고 폭력을 당했다고 1차원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곧장 학교를 달려가 항의를 하는데, 점점 미나토가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라는 둥, "아빠는 다시 태어났을까" 등등 엄마로서 불안함을 증폭시키는 말들을 한다. 정상적인 엄마라면 사오리의 행동이 정당했겠지만 미나토가 엄마에게조차 자신의 동성애 기질을 숨겨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사오리는 과연 자신의 아들을 잘 알고 있었던 걸까 의심하게 된다. 모든 엄마들은 자식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이들은 엄마라는 친근함을 느끼는 존재에게마저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모습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철저히 숨긴다. 나는 내 아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오만이며, 그 오만으로 사오리는 자신의 아들이 명백히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갖혀 한 교사를 폭력 교사로 몰아가기에 이른다.
2.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돌아왔다.
일본이 사회적 이슈들을 소재로 삼아 영화화 해왔던 감독인 만큼 이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도 이지메라는 일본 사회의 왕따를 앞세워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키워드는 동성애이다. 그것도 어린 아이들이 느끼는 동성애, 그리고 그 혼란한 감정을 숨기는 과정에 있어서 어린 아이들의 서툰 모습들이 어른들의 삶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그런 이야기이다. 영화가 처음부터 잔잔한 파도처럼 시작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몰아치기 시작한다. 잔잔한 과격함이 있다라고나 할까. 분명히 자극적인 내용이기는 한데, 모든 인간군상에 대한 이해를 하게 만든다. 그게 고레에다 감독의 장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분명 선악이 명확하지 않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건 범죄자를 미화하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존재가 다 그런거지 하면서 씁쓸한 인정을 하게 만든달까.
3. 괴물이라는 제목
영화는 요리보다는 미나토의 관점이 주된 영화적 시점인데, 요리 캐릭터도 흥미로운 것이 미나토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것처럼 보이는데, 요리는 마치 이전부터 자신의 그런 성향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온다. 아들에게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요리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괴물 취급을 하고, 그렇게 괴물 취급을 당하면서도 요리는 특유의 해맑음을 잃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리의 그런 해맑음이 어린 아이가 경험하기엔 너무 가혹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느끼게 한다.
그래서 괴물이라는 영화 제목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보니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깨닫는 분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다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편입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책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외계인 같기도, 때로는 괴물 같이 느껴지는 것일까. 미나토도 언젠가 자신이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자신의 엄마 앞에서 자신의 아빠처럼 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그 모습에서 자신이 세상과는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세상에 융화되지 못하는 자신은 괴물이거나 뇌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돼지의 뇌니 뭐니 하는 대사가 나오는 것 같다. 어린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니 그저 안쓰러울 수 밖에 없었다.
4. 결말에 대한 의문
영화는 과연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빗속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담임과 사오리가 찾아냈다는 장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 두 아이들은 비가 그친 뒤의 들판을 해맑게 뛰어나간다. 이것은 아이들이 나온 곳이 진짜 세상인 건지, 그들의 죽음 이후의 세상인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태가 어떤 것이든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안식을 찾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에 미나토가 교장 선생과 부는 불협화음 색소폰이 그 증거일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면 그저 힘껏 색소폰을 불어보라는 교장의 말에 희미하게 웃는 미나토의 밝은 웃음을 믿어보고 싶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돌파구를 찾은 거라고.
아, 그리고 담임이 궁지에 몰려 난간에 서있을 때 그 불협화음 색소폰이 울려퍼지는데, 보면서도 이 기괴한 음악은 뭘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미나토의 일종의 절규였음을 알게 되자, 감독의 연출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의 모호하지만 처절한 외침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곱씹을수록 슬프면서도 선생님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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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의 아내 | 러시아에 추락한 이카로스를 만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 모스크바 귀족 가문 출신의 '안토니나'(알리오나 미하일로바)는 파티장에서 일생의 사랑을 발견한다. 바로 러시아 최고의 '표토르 차이콥스키'(오딘 런드 바이런). 그날부터 그녀는 그와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긴다. 그가 재직하는 음악원에 입학하고, 그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도 잠시. 그녀와 표토르의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급기야 남편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별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안토니나는 결코 차이콥스키의 아내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그의 명성과 재산을 탐내서가 아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 또 사랑이 유효한 이상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으니까.
차이콥스키의 아내, 러시아의 이카로스
파란 지중해 위를 내려쬐는 태양. 그 사이를 황금날개가 거침없이 노닌다. 이카로스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갇혀 있던 감옥을 탈출한 기쁨에 취한 그. 따스히 자기를 감싸는 태양빛에 마음을 빼앗긴 채 계속해서 태양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카로스가 태양을 향해 날아갈수록, 황금날개의 밀랍이 녹고, 그는 그렇게 깊은 바다의 심연 속에 빠지게 될 운명임을.
19세기말 러시아 제국에도 이카로스가 있었다. 그저 여성이었고, 태양이 아닌 한 작곡가를 경외했으며, 바다가 아닌 은반 같은 호수 밑으로 침전했을 따름이다.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러시아의 이카로스, 안토니나 차이콥스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안토니나는 결혼 이후 평생을 차이콥스키의 아내로 살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순간도 영위하지 못한 비운의 여인. 세례브렌니코프는 그녀의 일생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는다. 특히 그녀의 황금날개가 무너져 내린 이유를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거북하게, 때로는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태양을 만난 황금날개의 비상과 추락
세레브렌니코프는 안토니나의 황금 날개에 집중한다. 그녀는 차이콥스키라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고, 태양과 행복한 오후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 태양 때문에 추락해 갈사한다. 카메라는 철저히 안토니나의 시점에서 그 과정을 담아낸다. 안토니나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학 보고서인가 싶을 정도다. 이때 핵심은 불이다. 불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해 태양의 광채, 따스함, 흉포함을 모두 보여준다.
일례로 파티에서 만난 차이콥스키를 그리워하는 안토니나의 방은 어두침침하다. 자욱한 안개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그가 그녀의 방에 찾아오고, 청혼을 받아들이자 그녀의 방은 달라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가득하다. 분명 실내인데, 날 좋은 오후에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처럼 밝고 따뜻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녀의 결혼은 이내 파탄 난다. 아내를 친구 다음 순위로 두는 남편. 아내와의 성관계를 거부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안토니나는 지치고, 그들 사이는 조금씩 벌어진다. 이번에는 촛불이 등장한다. 수직으로 길게 뻗은 촛대와 촛불은 안토니나와 표토르를 이어 줄 수평선을 자꾸만 끊어버린다.
촛불은 이제 화재로 번진다. 차이콥스키는 이혼을 요구하고, 별거를 유지하며, 생활비만 붙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 관계를 놓지 못한다. 남편, 아이들과 가족사진을 찍는 꿈을 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꿈은 소음과 함께 끝나고, 눈을 뜬 그녀는 온 집을 삼킨 화재를 발견한다. 결혼반지마저 불 속에 놓고 창문에서 몸을 던지는 안토니나. 불을 피해 몸을 던진 그녀는 태양 때문에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화려한 러시아 제국의 민낯
이카로스가 죽은 이유는 명확하다. 태양에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을 수도 있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다. 안토니나가 추락한 이유는 다르다.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 그녀의 잘못만큼이나 시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러시아 제국의 민낯을 공개한다.
영화는 의미심장한 자막으로 시작한다. 자막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에서는 여성이 마음대로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정부의 공식 허가가 떨어지거나, 법원의 명령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이혼에 동의하거나, 한쪽에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이 법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는 차이콥스키와 안토니나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 차이콥스키는 동성애 성향 때문에 퍼진 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토니나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신경 쇠약과 우울증을 앓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거짓 사유를 인정하면서까지 이혼을 요구했다.
반면에 안토니나는 남편의 요구를 수용할 수가 없다. 그녀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기에 이혼에 동의할 수 없다. 또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고, 집착과 미련의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두 소수자의 잘못된 만남을 파국으로 몰아간 사회가 낳은 비극 속으로 빠져든 셈이다.
차이콥스키 없는 차이콥스키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표토르와 안토니나의 평행선을 제목에 충실한 화법으로 전달한다. 사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 해도 차이콥스키라는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한 그의 음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이기 때문. 하지만 그의 음악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일생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바로 이를 역이용한다. <차이콥스키의 아내>에서 차이콥스키에게 부여된 분량은 많지 않다. 대신 그의 개인사와 성적 지향은 철저히 복선으로 암시된다. 영화는 결혼식을 시작으로 이혼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자그마한 복선을 던진다. 그렇게 신발 속 모래 알갱이 마냥 뭔지 모를 불편함과 물음표를 조금씩 키워 나간다.
예를 들어 결혼 소식을 접한 차이콥스키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묘하게 반응한다. "자네가 결혼을 하다니 의외네?" 같은 대사와 함께 안토니나에게 미묘한 축하를 건넨다. 그뿐만이 아니다. 표토르는 안토니나가 한껏 힘을 준 옷이나 장신구를 보고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건네지 않는다.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영감을 받은 표토르가 피아노 연주에 몰입하려는 찰나에 안토니나가 끼어드는 식이다.
이 장면들은 안토니나가 이혼 통보를 받은 뒤 시퀀스와 이어진다. 가족사진 촬영이 대표적이다. 신혼 때 부부 사진을 찍으러 간 표토르와 안토니나. 하지만 막상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순간, 차이콥스키는 아내와 다른 곳을 바라본다. 마치 결혼 생활에 초를 치려는 듯이. 이 장면은 가족사진을 찍는 안토니나의 꿈과 이어지면서 그녀의 절망을 더 강조한다.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우울함
안토니나의 추락은 무대 예술을 보는 듯이 독특한 연출 덕분에 더욱 인상적이다. 연극처럼 막이 바뀌거나, 연극 무대처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이 이어지는 식으로 그녀 내면에 자리 잡은 우울함과 불안감을 표출하는 장면이 거듭 등장한다.
이는 당시의 분위기를 메타적으로 표현하고, 또 비판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세레브렌니코프의 말을 빌리자면, "그 시대가 워낙 연극적"이었으니까. "당대의 사람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의상을 입었고, 사회가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고,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으니까. "인생은 일종의 무대 연출이었고, 각자에게 정해진 배역"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둡고 차가운 빈방에서 안토니나는 남자 무용가들과 춤을 춘다. 이 발레는 마치 그녀의 내면을 끄집어낸 것 같다. 차이콥스키를 향한 비틀린 사랑, 집착과 광기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피아노 건반음이 강조된 음악이 더해지면 안토니나의 불안정한 상태를 눈, 귀, 가슴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비록 불운한 시대와 사회가 그녀에게 잘못된 결혼 생활을 안겨줬지만, 비극을 잘라내지 않은 선택은 온전히 안토니나의 본인의 몫이라는 것. 이처럼 찜찜하고 불쾌한 마무리 덕분에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뇌리에 강렬히 각인된다. 비록 전형적인 구성과 마무리는 아니지만, 안토니나 차이콥스키의 일생과 사랑을 이해하는 데는 전기 영화로서 이보다 충실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한 여자 안에서 피어나 그녀를 파괴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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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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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 마리오, 영화 2023년 개봉
ⓒ 유니버셜 픽쳐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023년 5월
국내 개봉을 확정하였습니다. 크리스 프랫이 슈퍼 마리오, 찰리 데이가 루이지, 안야 테일러 조이가 피치 공주,
잭 블랙이 쿠파의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한다고 한다.
<죽어도 자이언츠>, 10월 27일 대개봉
ⓒ 국제신문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한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가 10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들의 인터뷰부터 팬들과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훑어내려갈 예정이다.
김래원 X 이종석 <데시벨>, 11월 16일 개봉
ⓒ 네이버 영화
김래원과 이종석 배우 주연의 사운드 테러 액션 <데시벨>이 11월 16일 개봉을 확정했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 프론트맨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 BH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 밤,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병헌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내년에 촬영하기로 확정했다는 점을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해외
마이클 월드론, <어벤져스: 시크릿 워> 집필
ⓒ 마블 인스타그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각본가였던 마이클 월드론이 이번 <어벤져스: 시크릿 워>를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벤져스: 시크릿 워>는 2025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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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도 '다음 소희'가 나올까 두려워
생기발랄
헉헉대는 숨소리. 누군가가 숨 가쁘게 춤을 추고 있다. 안무실의 이 누군가는 선이 있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고등학생인 소희.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수능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소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업이다. 소희를 기다리고 있는 담임선생님. 담임선생님은 소희에게 '대기업 일자리가 들어왔다'라며 좋은 소식을 알린다. 대기업? 진짜? 하청 아냐? 반신반의하는 소희. 하지만 '한국통신'이라는 이름과 담임선생님과의 신뢰를 믿기로 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소희. 사실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친구를 만났었다.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인 친구. 같이 곱창을 먹고 있다. 친구와 단 둘이 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런 애들이 뭘 알겠냐. 쟤들은 세금이나 내겠어?" 시비를 걸어오는 아저씨 둘. 그 아저씨의 말에 화가 나 소희는 싸움을 벌인다. 덩치가 있는 남자들과도 싸우는 걸 마다하지 않았던 소희. 이렇게 강단이 있는 성격이었던 소희는 성격이 점점 마모되기 시작한다. 왜? 담임선생님이 권한 '대기업 일자리 현장실습' 때문에.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
영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극 후반부에서 반복되는 이 대사. 사실 이 대사는 굉장히 합리적인 말로 보인다. 인간인 이상 우리는 삶의 과정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둔다? 그것도 실습생이? 이거 그만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원래 회사, 그러니까 조직이라고 하는 것이 실습생 하나 빠진다고 해서 그렇게 큰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만둬도 알 빠 아니다. 또 어떤 관점에서 '네가 고른 회사'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 논리를 완파한다. 인물의 선택지가 한정될 수밖에 없고 / 내적으로 그것만 골라야 한다는 것을 묘사하는 셈이다. 영화의 1,2부는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나뉘어 있다. 한 사건을 분기점 찍고 소희가 처해있던 상황에 대해 묘사한다. 이는 즉 또래집단 내지는 주변인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것이 관련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영화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우선 첫째. 소희가 회사를 그만두는 데 있어서 제약이 되는 인물이 있다. 이는 사실 초반부에 그렇게까지 두드러지는 사람이 아닌 듯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사실상의 흑막이 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캐릭터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물고 물리는 연출로 묘사한다. 이 연출은 쉬워 보이지만 아니다. 이걸 촘촘하게 설계해야 이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를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묘사했고, 2부에서 주인공 유진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글로 쓴다면 초 강력한 스포일러다. 그러나 이 리뷰에서 이 시스템 묘사가 어땠는지를 간략히 써보자면 글쓴이는 후반부 어떤 인물이 하는 말에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할 말이 없었다.
또 영화에서 가장 핵심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인공 소희의 행적이다. 글쓴이가 봤을 때 극에서 강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소희가 하는 행동들이 이해하는 분들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람은 철저할 정도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 우선 소희의 인간관계를 가족/친구/학교/직장으로 단정 짓는다고 해보자. 가족 관계에 대한 묘사가 초반부에 나온다. 소희는 밥 먹다가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는 신이다. 이 장면은 정주리 감독이 소희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한 듯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있을수록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 싶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또 이 소희를 둘러싼 어머니/아버지의 리액션도 주목할 만하다. 소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사실 이런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이 소희의 바뀐 상황을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나름 꼼꼼한 캐릭터 묘사로 잘 표현했다. 또 이 꼼꼼한 묘사는 극에 입체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이 구성된다. 다음은 친구다. 이 친구들은 보통 댄스학원에서 만나거나, 어릴 때부터 소희를 알거나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댄스학원에서 어떤 인물과 어떤 공통점이 있었는지, 또 한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이 인물은 어떻게 묘사되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후자인 '전부터 알던 친구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 인물들은 소희랑 비슷한 입장에 놓이지만 어떤 차이점이 있어서 소희의 내면에 닿지 못한다. 이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감상이 넓어질 것이다. 미묘하고 사소한 지점이 소희에게 상처가 된 것이다. 다음은 직장이다. 직장에서의 일은 사실 살짝 아쉽다. 소희를 둘러싼 트라우마, 불안함이 직장에서 묘사되는 것은 좋았다. 좋은 소재였던 순위표가 두드러지는 연출이 2부에서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인물과의 관계는 너무 강한 템포로만 이야기를 전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직장에서 위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직장의 두 인물은 영화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두 사람이다. 체감상 두 번째 인물이 좀 과하지 않았나 생각은 들기도 하지만 감상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실화 바탕
영화는 2014년에 전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던 사건. 당시 이 학생이 일하던 곳은 살인적인 업무 환경과 현장실습생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임금 갈취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지금 이 문장만 읽어도 ‘얼마나 일이 고됐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그 뚜껑을 열어보면 더 착잡해진다. 지금 당장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찾아봐도 어렵지 않게 당시의 업무환경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학생이 일하던 부서는 ‘해지방어부서’였다. 실제 통신사가 이런 영업방식이 있다고 서서히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곳이었다(왜냐하면 글쓴이도 이 회사에서 다루는 고객들 중 하나였다. 물론 상담사분들에게 폭언은 한 적이 없다). 통신사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보통 콜센터에 전화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막말하는 경우가 몇 있다. 요즘이야 이 노동자분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이 당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이 말은 곧 그 오물 같은 폭언을 10대 소녀들이 다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는 이 소재가 갖는 특성들을 잘 살렸다. 우선 주인공 소희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수능을 준비하지 않는 소희. 이 소희만이 가지는 특성들을 잘 이용했다. 소희가 아무리 멘털이 세다고 해도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반대로 어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묘사했다. 이 소희의 나이라는 특성을, 극에 상상력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 10대라는 특성은 역시 학교생활이라는 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글쓴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다. 인간관계도 그냥 그저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실 잘 모른다. 여기서 글쓴이와 같은 사람들이 소희의 서사에 몰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10대가 갖는 성격적인 특성과 학교생활을 잘 결부시켰다. 이는 역시 2부에서 시너지가 있다. 이 2부에 등장하는 시너지는 극에서 반복되는 한 대사와 함께 영화의 진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정주리 감독의 직업윤리 의식이 빛난 부분이 크다. 후술 하겠지만 글쓴이는 살짝 아쉽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 그러나 좋은 부분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야기를 1/2부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느낀다. 작년에 개봉했던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기억이 난다. 이 영화가 처음 보면 장르적인 쾌감으로 잘 이뤄진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불필요하게 가학적인 장면이 몇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쓸데없이 소상했다는 점이다. 실화 바탕이었다? 그거 치고도 너무 설명하는 건더기가 많았다. 여기서 만든 1/2부 구성은 앞의 작품과는 다르다. 소희가 겪는 스트레스 묘사를 좀 더 줄이고 2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가는 것에 있어 효과가 크다. 이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더 글로리>가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해자 문동은이 겪는 아픔을 1화로 압축시켜 극에서 복수극에 집중시킨 것이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강약조절을 잘해놔서 소희가 그런 선택을 했던 실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그냥 돈 많고 부모님이 방치하니까로 퉁 친 것과는 다른 결이다. 두 번째로는 영화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이 장면 연출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게 잘 짰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최고 강점이다. 반대로 이 장면 후에 등장하는 한 시퀀스는 왜 넣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영화에서 어떤 사건이 두 번 반복된다. 소희의 주변인에 관한 일이다. 이 분의 선택이 실제 그 콜센터에도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영화에서 왜 반복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감상의 폭이 역시 넓어질 것이다. 이 반복되는 두 사건이, 정주리 감독이 현재 한국사회의 청년들이 처해있는 현 위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두 번째 강점이다. 그리고 1/2부 형식 자체가 역시 반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2부에서는 2부 자체적으로 반복되는 일이 몇 개 있다. 이 두 반복을 차이점으로 표현하는 배두나 배우의 경험치는 역시 빛난다. 유진이라는 인물이 서사가 그냥 없는 수준인데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배두나 배우 덕이다.
아쉽기도 해
그렇게 직업윤리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묘사하지 않았고. 인물 내면묘사 좋았고. 배두나, 김시은 배우 연기 좋았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영화에서 작동하는 성적인 소재다. 몇몇 인물의 대사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냥 불쾌했다. 불쾌하라고 넣은 신 같긴 한데, 이건 좀 그랬다. 별 의미가 없는 느낌. 이 성적인 대사는 소희의 친구인 '태준 오빠'와도 관련이 있다. 너무 직접적인 대사가 초반부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주인공의 두 친구는 좀 아쉽다. 어떤 인물 중 '크리에이터'있다. 이 직업적 특성은 극 중에서 별로 효과가 없다. 후반부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그런데 그냥 백수로 놔둬도 큰 문제는 없지 않았을까? 영화 자체가 젊은 영화다. 어린 학생들의 내면을 김시은 배우의 호연과 함께 잘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좀 어색하게 유튜브라는 소재가 들어오면 뭔가 이상해진다. 이 소재가 살짝 올드하게 느껴졌다. 또 소희와 묘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 서사가 살짝 이해가 안 됐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난 지금 나라의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또 영화의 후반부에 극에서 중요했던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 좀 아쉽다. 이 장면 바로 직전까지 유진은 관객의 분신으로서 활동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뭐가 실체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각본과 연출의 수혜자가 된다. 검정으로 칠했던 의상과 힙합 댄스라는 내적인 표현도구까지 이 감정표현에 좋은 도구가 된다.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었던 게 인물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이유였는데 너무 말하는 느낌? 그리고 이 메시지에 대해서 살짝 반신반의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하면 말하는 사람의 짐이 덜 것이고 글쓴이도 어떤 것이든 다 할 입장이지만 그때까지 쌓아놓은 서사와 흐름이 좀 안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는 영화 엔딩과도 이어진다. 한 3%쯤 부족해서 감정적으로 과한 느낌이 엔딩에서 더 두드러진다.
진짜 주인공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김시은 배우는 아주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좀 어색한 부분도 있긴 했다. 욕을 잘 못하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는 감정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사무실 안에서의 표정연기, '그 장면' 연출, 비빌 곳 없는 현실까지 답답함을 드러내는 연기를 잘 보여줬다. 이거 찍을 때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생 비주얼과 말투가 나오는 것 역시 영화를 보고 분노할 수 없는 이유를 잘 닦아놓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김시은 배우가 맡은 소희가 아니다. 바로 영화에서 지독하게 반복되는 한 단어다. 이 단어는 인물의 동기부여도 됐다가, 실체가 없는 어떤 것을 묘사하는 도구가 됐다가, 극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으로 쾅 찍히기도 한다. 이 단어는 특히 2부 후반부에서 '실체가 없다'라는 말과 조응한다. 실체가 없지만 그 무엇보다 굉장히 강력하고, 저항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이 압박감을 여러분도 동의할 것이다. 이 압박감.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두렵다. 나도 이랬던 건 아닐까 싶어서. 정주리 감독이 이 부분부터 설계하고 인물을 짜 놓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문제 제기가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건 이 덕이다. 아. 시각적으로 어떤 도표로 형상화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건 정말 작은 상징에 불과하다.
이 진주인공. 몇 년 전부터 이게 문제라는 걸 봤던 것 같은데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국사회에 멈춤이란 없다. 다음 소희? 당연히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정주리 감독 같은 멋진 분들이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글쓴이도 현장실습 일을 하며 부조리한 일을 겪었고,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침대를 주먹으로 퍽퍽 때린다. 또 이 세상에 온갖 진상들은 많아서 여기서 겪는 괴롭힘과 스트레스는 사람을 좀먹기 충분하다. 글쓴이도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20대의 입장에서 이런 것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은 화가 난다.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라고? 인생의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는 멍청한 소리는 굳이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너무나도 불합리하다. 이 압박감 때문에. 이 압박감을 두고 과연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글쓴이가 내린 답은 간단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사회에 부딪히는 이들에게 더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다. 버텨줘서 고맙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혼자로 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사회에 부대끼는 많은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글쓴이도 앞으로 이 생활을 해야 한다. 두렵지만, 그래도 살아보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 다 우리 생각보다 더 멋진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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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금쪽이만 문제이던가
6★/10★
딸이 죽었다. 혜영의 사랑스러운 딸 유리는 다른 시체 2구와 함께 한적한 호숫가 바로 옆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동반자살 사건으로 본다. 그러나 혜영은 경찰의 수사가 어처구니 없다. 혜영은 유리가 자살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유리는 아침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로 등교했다. 평소에 공부도 곧잘 했고, 학교에서도 반장을 맡는 드 모범적 생활을 이어갔다. 혜영은 유리의 ‘불량스러운’ 친구 예나가 딸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거라 본다. 어딘가 못 미더운 담임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사건의 비밀을 오래 숨기지 않는다. 유리가 엄마 혜영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음이 금세 드러난다. 갑자기 선한 표정을 거두고 살벌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욕을 한다거나, 아이돌 연습생 친구 예나가 전해준 우울증 약을 엄마 몰래 복용한다거나, 엄마 몰래 세컨폰을 사용한다거나. 혜영은 유리를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유리에게 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그래서 혜영은 유리의 반항을 허용하지 않는다. ‘널 위해서’, ‘너 좋으라고’ 하는 통제가 끝도 없이 반복된다. 아주 자그마한 반항의 시도만 있어도 날 선 통제가 가해진다.
혜영이 미리 확정해둔 유리의 세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유리가 자살한 이유 역시 조금씩 ‘납득’된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혜영이 유리의 친구 예나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었다. 혜영이 보기에 아이돌 연습생 예나는 유리에게 도움이 될 친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딸을 위해 설계해둔 미래를 결정적으로 훼손할 방해꾼이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유리를 통제하려 든다. 문제는 예나가 유리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는 것. 유리는 엄마 앞에서는 방긋 웃는 착한 딸을 연기하고, 뒤돌아서는 엄마를 경멸‧증오하는 얼굴로 동반자살을 계획한다. 경찰의 수사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 혜영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렸지만, 사랑하는 딸 유리를 죽인 건 혜영 자신이었다.
혜영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지 모른)다. 결혼 정보회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우리 사회가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등급이 낮게 매겨진 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리를 높은 등급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혜영 딴에는, 유리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혜영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을까? 예나는 유리의 죽음 이후 큰 상실감에 빠진다. 선생님은 유리를 추모하면서도 내심 자신에 대한 혜영의 고소가 취하됐다는 데 더 큰 안도를 느끼는 것 같다. 혜영은 유리에게 했던 짓을 어린 아들에게 반복한다. 아들은 악을 쓰며 죽은 누나를 데려오라고 소리친다. “누나가 없으니까 이제 엄마가 나를 괴롭히잖아!” 결국 죽은 유리를 진정으로 애도하고 추모한 건 혜영이 그토록 미워했던 예나뿐이다.
혜영을 악마화‧병리화하는 방식으로 〈독친〉을 읽어내는 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혜영이 유별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동시대의 부모는 모두 혜영이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의 자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상이나 행동의 정수는 본래 이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금쪽이도 문제지만, 금쪽이를 자기 소유로 여기는 양육자도 문제다. 그들이 ‘아이를 위해’ 통제를 사랑이라 생각한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을 고려했을 때, 이런 유의 사랑이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건 더더욱 큰 문제다. 혜영의 눈과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있다. 〈독친〉은 장르에서나 메시지에서나 스릴러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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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나병의 영화정보 #13? ⠀ ?열세 번째 주제? ⠀ ? 영화 티켓 가격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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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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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이름 3번의 인생 3번의 살인 ""난 마스크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8월 1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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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 2024%? 올 겨울을 스윗하게 만들 [웡카]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