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4-24 12:41:58
시간의 압축 파일을 풀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한겨레
명백하게 내가 '불호'라고 외쳐야 할 작품이었다."왜?"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하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데다가 어떻게 타임라인이 꼬이는 것인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4화에 걸쳐 한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마치 노래방 간주 점프 마냥 겅중겅중 시간을 건너뛰어 버린다.
그런 것만 있다면 내가 억울하지라도 않지(?). 일 진행 속도가 마치 우리 부장님 수기 사인 한 번 받아내는 속도로 진행 되지를 않나(대충 매우 느리다는 뜻), 사건의 다각화는커녕 내 성격만 다각화되나(?) 싶을 정도의 집요한 원테이크로 사건을 따라가니, 이건 뭐 그냥 나라는 사람에게 안 봐도 된다고 말로 해도 충분할 것만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덩그러니 내 마음속 저장이 아니라 저장 공간에 덩그러니 다운되어버린 이 방대한 압축 파일은. 자물쇠가 조금씩 열리는 그 모든 순간동안 내 다리를 초조함으로 떨게 하는 대신, 두려움과 숙연함으로 떨리게 했다. 이보다 더한 공포와 숙연함을 담은 파일은 앞으로도 한동안 보기 힘들 것임을 직감한 사람의 심정으로.
사진 출처:매일 경제
네 시간가량의 작품이 던져놓은 화두들 중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어른들로 대변되는 부모의 무지(無知, 존 스노우)가 과연 면죄부가 될 것인가? 였다.
세 명의 도둑이 있는데 한 명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행했고, 다른 한 명은 옆의 걔를 따라왔으며 나머지 한 명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고 행동했다 했을 때. 과연 어떤 도둑이 제일 나쁜 놈이냐.라는 문제(?)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정답(?)은 세 번째 도둑이었으며, 무지라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이 예시가 아니라도 악의 평범성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으로도 알 수 있다.
물론 부모 중 자기 자식이 나쁘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식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먹고 사니즘에 집중하다 보니. 아이들은 다 커 있었을 것이고. 그런 의도로 키우려 하지 않았음에도 제이미(오웬 쿠퍼)는 "그렇게" 커 버린 채였을 테니까.
게다가 이 작품과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될 법한 영화인 [케빈에 대하여]를 보았을 때. 결과적인 참사는 비슷했지만. 과연 이 두 부모가 모두 똑같이(혹은 유사하게라도) 나쁜가.라고 본다면 당연히 제이미의 나머지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님들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던 제이미의 갇힌 우주를 상징하는 듯한 벽지로 둘러싸인 아들의 방에서 오열하는 아버지(스티븐 그레햄)를 보면서도 처량함이라는 감정이 불쑥 치고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래도 짧은 이 작품의 모든 시간마저도 가해자를 위해서만 할애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라고 해서 이런 사정이 있었습니다.라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는 그저 잔인하게 살해되는 모습으로 CCTV와 수사자료 속 모습에서만 존재할 뿐. 피해자의 부모들에게는 말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제이미의 아버지가 아들을 범인으로 확정 짓게 한 살해 현장에 가서 추모의 의미로 꽃다발을 놓고 오긴 하지만. 오히려 그 말할 수 없는 심정을 먼저 전달해야 했을 곳은 피해자들의 부모였다. 게다가 제이미 마저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를 위한 사과 따위는 준비조차 되지 않은 듯 보였다.
무지를 인정하지만 의도는 없었던 부모와. 제이미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누나는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기로 한 제이미의 결단이 얽힌 복잡하고도 떨떠름한 사건 앞에서. 나는 제이미의 아버지가 마치 스스로가 화를 내며 파란 페인트로 낙서를 덮어버린 그의 회사용 봉고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덮으면 안 보일 수는 있지만. 신경질적인 페인트 자국 때문에 원래 있던 낙서가 더 궁금해지는 역효과를 낳는 그의 방식. 결국 해결책이 되지 못해 타야 하는 곳이 아닌 반대편으로만 탈 수 있게 되어버린 반쪽짜리 방식. 그의 눈물이 마치 그 정도의 임시방편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마치면서
사진 출처:맥스 무비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나니. 그제야 제목이 눈에 띄었다.
Adolescence.
한국말로 하면 청소년기, 혹은 사춘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소년의 시간]이라는 한국어로 번역해 냈다는 것이 처음에는 마더퍼커 장인을 효자로 만들어 버린 사건처럼 느껴져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시간이라는 것에 압축된 모든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필요한지를 깨닫자 아보다 더 나은 제목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은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였기에. 이 부조화에서 오는 복잡한 이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는 채로. 나는 단 한 사람의 관찰자가 되어, 카메라가 인도해 주는 대로 그저 넋을 놓은 채 작품을 감상해야만 했다.
이 시간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려면. 나조차도 수많은 시간을 들여 이 드라마를 소화해야 할 것만 같다.
다음 리뷰 예고.
아마도 파과가 될 것.
[이 글의 TMI]
1. 크로와상 너무 맛있다... 버터 최고...
2. 갑자기 에어컨 켜야 할 정도로 날씨 덥다
3. 이번 달 용돈 아직 10만 원 남음 히히
#소년의시간 #필립바랜티니 #스티븐그레이 #애슐리윌터 #에린도허티 #영국영화 #추리스릴러 #넷플릭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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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은 킥, 영화는 후킹!
음식에서 킥(kick)은 기본적인 맛에 자극을 더해주면서 전체적인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영화에서 후킹(hooking)은 초반에 관객의 관심을 강하게 끌어들이는것을 의미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킥'이 중요하고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후킹'이 중요하죠.
오늘은 킥과 후킹 모두를 잡은 맛도리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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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 당첨자의 추락으로 인한 부서진 삶의 파편들을 주워담다
시놉시스
싱글 맘인 레슬리는 펍에서 산 복권에 당첨되어 19만 달러를 받는다. 레슬리가 복권에 당첨되어 하고 싶은 일은 집을 사는 것과 락스타가 꿈인 자신의 아들 제임스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레슬리는 복권 당첨금을 다 잃고 방세도 못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집주인에게 쫓겨난 레슬리는 아들인 제임스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제임스의 집에서 머물지만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한 술 마시는 버릇 때문에 아들인 제임스에게도 쫓겨나게 되고 더치와 낸시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결국 그곳에서도 쫓겨나게 되고 어느 모텔 바깥에서 노숙을 한다. 그 광경을 본 모텔 관리인 스위니는 레슬리에게 일자리를 주는데... 과연 앞으로의 레슬리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레슬리에게 복권이 당첨되는 커다란 행운이 있었지만 술과 마약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렇기에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해서 아들인 제임스가 13살일 때 혼자 두고 떠나게 됐다. 제임스는 웨일런과 같은 락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자신의 엄마인 레슬리 때문에 그 꿈을 접고 공사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레슬리를 보고 새로운 인생을 살라고 권한다.
그런데도 레슬리가 하는 건 제임스의 방에서 숨겨진 돈을 훔쳐서 술을 마시는 것과 담배를 피우는 것 밖에 없었다. 레슬리에게는 도벽 행위도 있었고 노숙 생활은 기본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향으로 가게 되어 굴러들어 온 복을 얻게 되는데 그건 바로 모텔 관리인 스위니와 로열을 만난 것이다.
그런 레슬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스위니는 모텔 청소를 하면 1시간에 7달러를 준다고 하지만 처음에는 일을 열심히 안 하나 자신의 여행 가방에 있는 어린 제임스의 사진을 보고 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인생의 목표가 없었던 레슬리는 복권에 당첨되어도 막 살았지만 모텔 관리인 스위니를 만나고 점차 변하면서 부서진 식당을 복원하고 10개월 후 식당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앙금의 사이였던 낸시에게도 사과를 받고 제임스를 만나게 된다. 아들인 제임스가 원했던 건 알코올 의존증으로 아무렇게 살았던 자신의 엄마인 레슬리가 새 인생을 사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아들과 엄마의 만남으로 영화는 감동적인 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제2의 레슬리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실수로 인해 망가졌어도 다시 복구할 수 있다는 메세지이다. 아무리 망가진 인생이라도 차근차근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100% 원상복구는 안되어도 어느 정도는 복구가 될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이었던 레슬리도 해냈듯이 과거의 실수로 인해 많은 걸 포기하지 말라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실패를 한다 해도 다시 일어나는 꺾이지 않는 정신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삶을 포기했던 레슬리에게도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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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손예진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서
차미조를 연기한 '손예진' 배우를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은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며 충무로의 대표 배우가 됐습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배우 손예진을 "2000년대 한국 영화가 낳은 압도적 대형 톱스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손예진은 데뷔 이후 거의 매년 작품을 찍으며 본업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 손예진!
그럼 지금부터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 가네시 인스타그램
이름 | 손예진 (孫藝珍)
출생 | 1982년 1월 11일
소속사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데뷔 | CF '꽃을 든 남자' (1999)
별명 | 소예진, 예진핸드, 존예진 등
배우 '손예진' 데뷔 과정
출처 | 가네시 인스타그램 , 네이버 영화배우 손예진은 연기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시청률이 30%가 넘으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손예진 배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도 2001년에 찍었는데요.
역대 모델 중 최초로 2년 연속 재계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모두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고,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배우 '손예진'의 대표작
클래식
지혜/주희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우연히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한 지혜.
엄마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와 일기장을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손예진은 국회의원 딸인 주희, 그리고 주희의 딸인
대학생인 지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김수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그 건망증 덕에 운명처럼 철수를 만나 결혼한다.
철수는 날로 심해지는 수진의 건망증에 그녀와 병원에 가고,
그녀가 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예진은 LG패션 남성복 팀장이자, 건망증 앓고 있는
'김수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아내가 결혼했다
김수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인아를 독점하기 위해 덕훈은 그녀와 결혼하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새로 생겼다는 그녀는 그 사람과도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손예진은 '비독점적 다자연애'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주인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여월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옥새를 삼킨 고래를 사냥하러 조선의 도적들이 모였다.
누명을 쓴 도적, 바다는 처음인 산적, 그리고 건국의 위기에 봉착한 개국 세력 간의
웃지 못할 싸움이 벌어진다.
손예진은 아름다운 미모와 강인한 카리스마는 물론
화려한 검술 실력까지 겸비해 조선 바다를 제압한 해적단 여두목
'여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덕혜옹주
덕혜옹주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13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덕혜옹주에게 어린 시절 친구 장한이 나타난다.
손예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수아는 우진에게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1년 뒤 어느 여름날,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수아는 우진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협상
하채윤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가 채윤을 협상 상대로 지목한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손예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사랑의 불시착
윤세리 역
출처 | 티빙 홈페이지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손예진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녀 중 막내딸이자
세리스 초이스의 대표,
'윤세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이상으로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손예진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 주연 배우로 출연 중인데
이 드라마도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톺아보기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٩( ᐛ )و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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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게 나를 안아줄 날 위한 한마디
지난 10여 년간 서울에 집중된 산업 인프라에 제한받지 않고 전주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인으로 우직하게 개성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이어오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통해 그 역량을 인정받은 최진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죽었을 뻔한 여자가 자기의 자아와 마주하면서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벗어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태어나길 잘했어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전주영상위원회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최진영 감독만의 독특한 개성과 메시지가 담긴 로컬 작품으로서, 주인공 춘희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관객들을 향한 특별하고 따뜻한 위로를 담아내고 있죠. 더불어 2008년 ‘초감각 커플’로 데뷔한 이래 지난 많은 작품들을 거쳐 최근 ‘한강에게’에게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사하며 독립·예술계 대세로 자리한 강진아 배우가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주인공 춘희를 맡아 상처받은 개인이 치유되는 동화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간결한 색채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인지 상당히 쉽고, 재미있었으며 상냥하게 풀어가는 전개 방식 또한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태어나길 잘했어 정보
저는 좀... 쩔어있어요...
‘봄에 태어난 기쁨’이라 부르고 싶었지만, 출생 신고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봄에 태어난 여자’라는 이름을 가진 춘희, 1997년 중학생 열다섯 그녀는 부모님과 집을 한꺼번에 잃는 사건을 겪고 홀로 살아남아 외삼촌 식구가 사는 집으로 오게 됩니다. 달갑게 여기는 이 하나 없고,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한 더부살이 다락방 인생은 그렇게 시작이 되죠. 이십여 년이 지나 외삼촌 식구들은 아파트를 얻어 이사했고, 그녀는 홀로 집에 남아 사촌 오빠의 식당에 마늘을 까서 팔며 생활을 이어갑니다. 한 푼 두 푼 모아온 돈으로 어릴 적부터 콤플렉스였던 다한증 수술을 하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말이죠. 그러던 중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진짜 떨어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과거 중학교 시절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The Slug│감독·각본 : 최진영│출연진 : 강진아, 박혜진, 홍상표 외 │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0분│개봉일 : 2022년 4월 14일│국가 : 한국│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5.5, 왓챠피디아 3.1, IMDB 6.0│수상 내역 : 제16회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재능상)│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14일부터)
# 태어나길 잘했어, 어떤 이야기?
나를 온전히 구원하고 위로해 줄 사람은 나일뿐
작품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려는 최근 독립영화계의 흐름을 이어가듯 여성 주인공이 자신과 화해하고 긍정적인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오래된 가옥의 풍경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남매의 여름밤’처럼 관객에게 기분 좋은 토닥거림을 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유명한 한 장면이 떠올려지는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는 조금 진부할지라도 거짓처럼 들리지 않고, 20년 전 자신을 끌어안아 현재까지 남아있는 자신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지워내며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강진아의 믿음직한 모습은 빛을 발합니다. 일반적이라기보단 엉뚱한 매력과 발랄함을 간직한 채 본인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물인지 모르는 춘희를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완성시켰다 볼 수 있죠. 더불어 이러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어린 시절 춘희를 맡은 박혜진과 사랑으로 다가오는 주황의 홍상표는 그녀 옆에서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줍니다.
아마도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닿는 것을 기피하는 다한증을 가진 춘희를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을 비유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고된 일상을 살아가며 끝까지 자신의 안식처를 지키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힘겹게 살아가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못난 것처럼 느끼며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가는 일반인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그녀는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용기를 얻으며 끝끝내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며 겁먹었던 과거를 감싸 안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과정이 극적이거나 주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진 않지만, 누구에게도 찾아올 법한 전환점을 담담하면서 조금은 유쾌하게 그려내주므로 꼭 빨리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니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가는 삶도 충분하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죠.
사촌 오빠를 통해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리면서 울분을 터트리며 쌓아왔던 분노를 표출하면서 과거의 자신을 한 번 더 밀어내지만 그것이 곧 자신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안아주는 계기가 되어 스스로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남들의 시선, 주변의 도움이 아니라 올곧이 본인을 소중히 안아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여 음 깨닫게 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매체에서 나오는 잘 나가는 이들을 통해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현재의 세태를 어느 정도 투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리 못 났다고 생각한들 모두가 귀하게 태어나 누군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인 걸 잊어먹었을 뿐이죠. 그렇게 영화는 우리가 잊었던 마음들을 춘희라는 인물을 통해 조금은 엉뚱하고 투박하지만, 그 바탕만은 다가온 봄처럼 따뜻하게 위로를 전달해 줍니다.
엔딩곡이에요 강진아 배우님이 부르셨어요 :) 가사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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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즘을 내세우다 길 잃은 수녀들!
수녀가 구마를 한다? <검은 수녀들>은 이 콘셉트만으로도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비슷한 이야기 루트로 흘러간다고 해도 신부가 아닌 수녀가 악령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건 관객으로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검은 사제들>의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파묘>가 불을 지핀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붐을 또 한 번 이어 나가겠다는 영화의 야심은 그 당위성이 충분한 듯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 초반 가져간 특장점을 오롯이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검은 수녀가 뜨면 악마도 벌벌 떤다. 일명 검은 수녀라 불리는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에게 성수를 들이부으며 한판 대결을 벌였지만,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소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 확신한다. 어떻게든 희준의 몸에서 악령을 쫓아내려는 유니아와 달리, 구마를 믿지 않는 소년의 담당 의사인 바오르 신부(이진욱)는 과학과 의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더 이상 지체하면 소년의 몸이 악령에게 잠식되는 건 시간문제. 유니아는 바오르 신부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와 함께 직접 구마를 하기 위해 우진을 빼돌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가장 중요한 건 휴머니즘이라 생각했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이 장르의 외피를 쓴 휴머니즘 영화다. 연출을 맡은 권혁재가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듯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중점은 악령과의 힘겨루기가 아닌 악령에 사로잡힌 이를,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고군분투에 있다.
유니아 수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살려야 한다’다. 그녀가 구마 의식을 직접 거행하는 것도, 연이 있는 무당에게 데려가 굿을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아는 그녀는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진한다. 소년만 살리는 건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미카엘라도 살린다. 귀태(鬼胎)로 태어나 원혼이 보이는 그녀는 이런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았는데, 유니아를 만난 뒤로 지우고 싶은 자신의 출신을 밝히고, 영적 능력을 받아들인다. 유니아 또한 악령의 소리가 들리는 영적 능력자로서 미카엘라를 본연의 삶으로 회귀시키고, 구원의 시간을 마련한다.
이렇듯 유니아를 통해 영화 전반에 깔린 건 모성애.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희생을 담보로 한 모성애다. 신부가 아닌 수녀라는 점,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감독은 유니아를 통해 이 부분을 강조한다. <검은 사제들>은 물론, 여타 오컬트 영화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주기 위해 이같은 주제를 강조했는데, 이를 잘 활용했는지는 의문이다.
감독은 모성애를 근간으로 한 휴머니즘을 부각하지만 일차원적인 여성성에만 의존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모습, 같은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연대를 이야기 하는 건 좋지만, 수녀(또는 여성)라서 안 된다는 식의 논리가 지나치게 반복되면서 새로움은 덜하다. 더불어 악령의 입에서 내뱉는 여성 비하적인 발언 등 또한 구마 의식의 긴장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컬트 장르적 재미도 덜하다. <검은 사제들>과 비교했을 때, 구마 의식 자체가 너무 느슨하고, 성수를 들이붓는 것 외에 특이점이 없는 행동들은 박진감을 떨어뜨린다. 수녀가 행하는 구마 의식이라는 특장점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무속신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있지만, 활용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건 송혜교, 전여빈의 연기다. 1.66대 1로 좁게 찍은 영화에서 이들의 얼굴은 보다 더 크게 보이는데, 이에 따라 두 배우의 감정 연기는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종교적, 사회적 억압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일을 행하는 송혜교의 강단(물론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생각나지만), 내·외면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는 전여빈의 감정 연기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시감은 들지만, 무당 역을 맡은 김국희 배우의 연기도 인상깊다.
오컬트 무비, 특히 엑소시즘 영화에서 두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잘 살지 못하고,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아쉽다. 구마의식을 하는 수녀들은 흔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 이후 이 세계관이 계속 이어 나간다면 다음 구마 의식은 아가토 신부(강동원), 미카엘라 수녀가 담당하게 될 듯. 다음 작품엔 꼭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사진 제공: NEW
평점: 2.5 /5.0
한줄평: 휴머니즘을 내세우다 길 잃은 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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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X 콩 | 더 크고 화려하지만 특별함을 잃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질라와의 혈투를 끝낸 후 할로우 어스에 남은 콩은 새로운 집을 꾸리고, 사냥을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공허하다. 그래서 그는 할로우 어스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자기 동족을 애타게 찾아 헤맨다. 한편, 지상 세계에서 동면을 취하던 고질라는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더니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해 방사능을 충전하는 등 전투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콩과 헤어지고 지상 세계에 남은 이위 족 소녀 '지아'(케일리 호틀)는 할로우 어스로부터 구조 신호를 받기 시작한다. 신호의 발신지를 할로우 어스에 내려간 '아일린'(레베카 홀)과 모나크는 이내 상황을 파악한다. 콩이 찾아낸 동족 스카 킹이 알고 보니 할로우 어스와 지상 세계를 모두 정복하려는 빌런인 것. 이에 콩과 인간은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한 고질라와 팀을 이룰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몬스터버스의 고질병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를 시작으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VS. 콩>까지 착실하게 성장한 몬스터버스. MCU를 비롯한 다른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비해 작품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몬스터버스는 확실한 스타 괴수 둘, 고질라와 콩을 앞세워서 세계관을 키웠다. 작년에는 Apple TV+와 손잡고 드라마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몬스터버스는 인간 캐릭터의 비중과 스토리텔링 문제라는 비판을 거듭 피하지 못했다. 팬들은 괴수들의 싸움을 원한다. 그 싸움을 붙이는 역할은 인간이다. 하지만 정작 도시를 파괴하는 싸움에서 인간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자연히 스토리텔링은 산으로 간다. 그렇다고 인간의 비중을 키울 수도 없다. 자칫하면 변신 로봇의 싸움 대신 로봇 잡는 미군이 나오는 마이클 베이 표 <트랜스포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
몬스터버스의 신작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는 이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이 역력한 영화다. 고질라, 콩, 인간 세 파트로 플롯을 나눈 후 공통 모티브를 부여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또 이를 더욱 커지고 화려해진 액션과 세계관으로 포장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모순이 튀어나왔다는 것. 그 결과 <고질라 X 콩>은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버스의 고질병을 고치는 데 실패했다.
가족을 찾는 여정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치료제는 바로 '가족'과 '집'이다. 영화는 콩, 인간, 고질라의 서사 모두 가족과 집이라는 공통 모티브 하에서 하나로 엮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선 전작의 끝에서 본래 자기 영역인 할로우 어스에 정착한 콩은 자기 종족을 찾으려는 탐색을 멈추지 않고, 우연히 스카 킹이 지배하는 동족의 왕국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는 인간 쪽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이위 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콩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지아. 콩을 떠나보낸 후 아일린에게 입양된 그녀는 좀처럼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할로우 어스에서 전송된 전파 신호의 영향력 때문에 환상을 보며 더욱 괴로워한다. 영화는 그런 그녀가 할로우 어스에서 숨어 지내던 이위 족과 재회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각자의 집을 지켜라
가족을 찾은 콩과 지아는 이제 스카 킹을 막아야 한다. 이때 <고질라 X 콩>은 역사적으로 콩이 인간을, 고질라가 지상세계를 보호했다는 설정을 등장시킨다. 그 덕분에 고질라는 스카 킹과의 전투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다. 고질라가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하고 다른 타이탄의 영역을 침범한 행위에도 당위성이 부여된다. 그렇게 콩, 고질라, 인간은 각자의 집을 지키기 위해 팀으로 뭉친다.
물론 이 전개가 매끄럽지는 않다. 이위 족 마을을 찾아내는 과정은 우연의 연속이라 억지스럽고, 흥미롭지 않으니 극의 템포도 늘어진다. 이위 족 묘사는 바깥 세계를 대하는 서양인의 타자적 시선을 답습한 듯한 인상을 준다. 콩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고질라의 분량, 이유를 알기 어려운 모스라의 등장도 문제다. 하지만 전작들의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자체는 헛되지 않아 보인다.
액션은 만족 3, 실망 7
이처럼 나름대로 착실히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고질라 X 콩>은 화끈한 액션을 통해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싸움을 묘사한다. 일단 인간이 철저히 조력자와 목격자 역할만 맡은 결과, 액션이 끊기지 않고 시원하게 이어진다. 또 초점을 철저히 괴수들의 전쟁에만 맞춘 덕분에 괴수들의 액션 분량도 상당하다. 후반부 30~40분 정도가 오로지 액션으로 가득한 수준이다. 콩과 고질라의 새 무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도 팀을 이룬 액션 시퀀스가 눈길을 끈다. 콩은 고질라와, 스카 킹은 시모와 편을 이뤄 혈투를 벌인다. 그간 몬스터버스 작품에서 클라이맥스가 1 대 1 내지는 2 대 1 구도로 이뤄진 것에 비해 경우의 수가 늘어난 셈이다. 어린 유인원 타이탄, 수코가 싸움에 참여하자 3 대 2 구도가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본 작의 액션 구성이나 연출은 전작의 홍콩 시퀀스에 비해서도 더 다양해졌다.
그러나 실망도 적지 않다. 일단 빌런의 역할이 애매하다. 전작에서 메카고질라가 고질라와 콩을 혼자 상대한 것과 달리, 스카 킹은 콩을 상대하기도 벅차한다. 스카 킹의 조력자인 시모 역시 줄줄이 붙은 설정에 비해 고질라만큼의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자연히 전투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느슨하다. 이에 더해 스크린이 박을 화면에서 고질라와 시모의 CG가 유독 어색한 나머지 몰입감이 깨지기도 한다.
정체성의 변화가 낳은 모순
이에 더해 특히 고질라의 액션은 이질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브롤터 해협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고, 두 발로 사막을 질주하며, 콩을 상대하면서 프로레슬링 기술을 보여주는 고질라의 모습은 지나치게 사람 같아 보인다. 전작들에서 묵직하고 위엄 있는 액션을 주로 선보였던 고질라와는 차이가 크다.
이는 <고질라 VS. 콩>부터 세계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솔로 영화 두 편에서 고질라는 지구라는 자연의 힘 그 자체를 상징했다. 그 앞에서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고질라를 경외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도 무겁고, 진중했다.
반면에 이번 영화나 전작 속 고질라는 자연의 힘을 상징화한 존재보다는 하나의 인격체에 가깝다. 구체적으로는 지상과 할로우 어스의 균형을 보호하는 심판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질라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액션 연출과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관의 차원에서는 일관성이 약해지고, 관객 입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묘사에 실망하기 쉽다.
세계관 확장이 능사는 아니야
결이 비슷한 문제가 또 있다. <고질라 X 콩>은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할로우 어스를 본격적으로 등장시켰다. 그런데 정작 할로우 어스에서의 시퀀스는 지상에서의 장면보다 지루하다. 모든 생명체가 거대해진 할로우 어스 공간에서는 콩이든 고질라든 기대되는 스케일과 위압감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 콩이 괴수를 사냥하고 스카 킹의 본거지를 찾는 장면만 보더라도 몬스터버스보다는 <혹성탈출>에 가깝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당장 콜로세움에서 잠을 청하고,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는 고질라의 모습만 모더라도 할로우 어스의 등장이 몬스터버스의 정체성과 매력 확립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콩과 고질라가 피라미드를 한 손으로 부수는 카이로에서의 액션 시퀀스도 다르지 않다.
결국 몬스터버스의 고질병을 해결하려는 야심 찬 포부와 달리 <고질라 X 콩>은 오히려 더 복합적인 문제만 안겨버린 모양새다. 내실을 다지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고, 더 크고 화려한 볼거리를 추구하다가 오히려 시리즈 고유의 매력마저 약해져 버렸으니까. 고질라와 콩의 화제성이 뒷받침한 몬스터버스의 미래가 우려되는 신작, <고질라 X 콩>이다.
Poor 형편없음
스케일과 완성도의 반비례는 몬스터버스의 기본 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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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와, 이제 그만 기다려.” / 박보영, 송중기 주연 늑대소년 명대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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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Alone Together - Mona Wonder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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