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5-01 15:26:08
상실을 향한 발걸음
영화 [파과] 리뷰
글은 영화, 소설 [파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과]를 읽었는데 [파쇄]를 안 읽었다? 읽고 오십시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보통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2 창작물이 만들어질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정말 충직하게 원작을 따른 사실주의 그림처럼 되거나, 내가 분노하다 못해 매번 거론하는 [나는 전설이다]처럼 완전히 다른 작품과 색깔로 피카소식 해석을 하거나. 그리고 그 어디에의 중간에 걸쳐져서 감독이 모자이크처럼 여기서 저기서 조금씩 떼어 붙이거나. 그러나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특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어떻게 그리느냐. 혹은 원작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살리느냐. 에 제2 창작물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파과]가 선택한 방법은 마지막 방법이었다. 작품의 전반부는 원작의 서사를 잘 압축하고 적절하게 베어 넣어 배치했으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소설의 분위기도 눈앞에서 안개처럼 펼쳐진다. 물론 거기에도 변주라고 할 법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슬릴 정도의 큰 프레임의 이동은 없으며, 그 변화로 인해 주요 메시지가 숨거나 해석되지 않게 가면을 쓴 채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나마 사람에 가까웠던 이름인 [손톱]이었던 시절이건, 이젠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 가까워 보일 이름인 [조각]으로 살고 있는 지금이건. 그녀는 여전히 한쪽 마음에는 깊은 상실을, 그리고 발걸음에는 우울한 쇠퇴함을 잔뜩 묻힌 채 목표물을 향한 관심도, 시선도 거두지 않았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변주라고 부를 법한 감독의 모자이크는 후반부 1/3 지점부터에 포진되어 있는데. 여기서 아마도 이 영화의 승패 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호도 정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의 시점은 철저하게 그녀의 시점에서 풀이되고 있다. 그녀의 독백(방백이려나)을 따라가다 보면 으스러지는 것은 그녀의 타깃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마음마저도 함께 조각조각 찢어져 나부끼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원작과 노선을 달리 하는 그 순간에는 “늙고 쓸모없는”과 ”상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설의 위대함”, 그리고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책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도, 그렇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액션 장면들이 으스대며 들어설 자리가 생기고, 지나가기 바빴던 인물들도 한 번씩 고개를 돌려 관객들과 눈을 맞출 시간이 생긴다. 또한 자신을 생의 마지막 1분이 남은 시점에서야 알아보고 투정을 부리는 듯한 투우(김성철)의 모습을 보면서. 이 두 사람 간의 애증에 대해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여운을 얹는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하지만 마치 구전설화처럼 전해지던 그녀의 위용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은. 독백을 고집했던, 혹은 그녀의 시각으로만 해석되던 전반부의 장면들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후반부에 갑자기 강조된 투우의 시점 덕에 그녀에게만 향하던 집중력이 조금 흩어진다고 느꼈다. 그리고 [파쇄]에서 따온 듯한 킬러양성 법칙 101의 마지막 단계(?)는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삼켜 내는 것이 조금은 껄끄러웠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은 손톱이자 조각이며, 누구에겐 더 이상 만들지 않아야 할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대모님이 되어버린 그녀. 이혜영에 의해 완벽하게 정리된다. 눅눅하기 그지없는 영화 속에서 날이 바짝 선 칼 같은 예리함으로. 바스러질 것만 같은 육신으로도 냉담하게 일을 해내는 원작 속의 조각을 정말 눈앞에 가져다 놓다 못해 애초에 이 업계(?)에서 한평생을 산 것만 같은 모습인 그녀 덕에 말이다.
그녀는 영화에서 톡톡 튀어나온 부분을 친절히 잘라내고 얇게 저미고 천천히 갈아 내게 내밀었고. 나는 가루약을 받아 든 어린 투우가 되어 고개 한 번 끄덕인 채 쓴 약을 꼴깍꼴깍 삼켜낼 수 있었다. 그녀가 이제 곧 사탕을 줄 거야.라는 기대와 함께.
마치면서
사진 출처:다음 영화
엔딩 크레딧이 이렇게 반가우면서도 아쉬울 일인가 싶었다. 이 생각과 함께 찾아온 안도와 동시에 배어 나온 깊은 한숨은, 마치 영화 내내 긴장하고 있던 나의 모든 신경에게 진정하라고 말하는 토닥임처럼 다가왔다.
영화의 본체가 되는 소설 [파과]와 함께 스핀오프 같은 소설 [파쇄]까지 일 하는 척하면서 단번에 읽어 내려갔던 이후로. 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기쁘면서도, [원작 잘 살리기] 위원회(같은 게 있다면) 상무(자리 정도는 차지했을 나 같은 인간)인 나에게는 마치 조각 그녀가 지니고 다니는 비녀의 날 끝처럼 나를 쿡쿡 쑤셔댔다. 고통이라 불러야 할지. 희열이라 느껴야 할지. 조각(이혜영) 그녀가 류(김무열)에게 품었던 마음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슬아슬함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영화를 기대하기도. 그러면서도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가져다준 만족감은 소설 말미에 조각이 느꼈을 해방감이라 부를 수 있을 법한 감정과 제법 닮아 있었기에, 새로운 시작 앞에 당도하고 나서야 내보인 킬러 조각의 뒷모습에 대고 슬며시 웃을 수 있었다.
킬러의 뒷모습이 이렇게 반가워서 될 일인가 싶지만. 바뀐 그녀의 마음 때문에 기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매번 상실을 안겨야 할 상대의 모습만을 바라보던 그녀는. 등을 돌려 자신이 상실해 온 것을 향해 달려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 테니까. 스스로에게는 어쩌면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했을 부분을 대담하게 드러낸 그녀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용이 너무 귀여워(?)
[이 글의 TMI]
1. 인간적으로 빵 어떻게 끊는지 아시는 분?
2. 인바디 체중계 산 뒤로 매일이 충격의 연속임.
3. 오예 연휴 시작
#파과 #민규동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한국영화 #액션장르 #소설원작영화 #구병모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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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이야기의 공명, 이야기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소통의 부재는 영혼의 부재
우리 집에는 네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각각 전혀 다른 소통방식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네가 먹고 있는 것을 줘.’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도 “달라”라고 부탁하는 인간이 있고, 손으로 뺏어 먹는 인간이 있다. 개는 엎드려서 침을 흘리거나 양손(앞발)을 사람에게 올리기도 한다. 각각의 종은 서로 같은 언어 체계를 공유하지만, 같은 소통방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이 먼저 나가는 인간은 앞발을 올리는 개와 가까운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개도 인간도 종과 언어를 막론하고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진정한 언어는 침묵일 수도 있고, 육체적 관계일 수도 있고, 운전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어와 같은 언어 체계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번역한 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진정한 소통방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히로시마 연극제의 상주 예술가에게 배정되는 운전사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는 말수가 적지만 차와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가 밟는 액셀과 브레이크 역시 하나의 소통 수단이다. 미사키는 이를 통해 차 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미사키의 운전은 중력도, 운전하는 사람도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다. 이 무저항의 운전은 미사키의 고향 가미주니타키무라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고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 준다. 미사키가 배워야만 했던 소통방식은 그런 것이었다.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숨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의 언어는 침묵 또는 회피라고 할 수 있다. 가후쿠와 드라마 각본가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인다. 블라디보스톡 연극제의 항공권 예약이 미뤄져 집으로 돌아간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무 말도 없이 뒤돌아 나간다. 가후쿠가 외면한 진실은 아내의 외도만이 아니다. 그들의 결혼 관계는 사실상 끝났고,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다는 진실을 그는 끝끝내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토의 죽음으로 가후쿠는 자신의 마음과 진실이 마주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단 한 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히로시마 연극제 담당자 윤수(진대연)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는 유나(박유림), 가후쿠, 미사키 그리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함께한다. 이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부분 번역된 말이다. 전혀 다른 언어들이 오가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다시 변환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따뜻하고, 안정적이며 소통과 공감이 느껴진다. 이 장면은 언어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소통의 부재를 겪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영혼이라 부르는 그것이 언어 안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언어와 텍스트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가후쿠 부부는 4살 딸을 폐렴으로 잃은 후로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잉태하기 시작한다. 오토의 음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후쿠의 번역을 거쳐 오토에게 전해진다. 다시 오토에게 돌아온 이야기의 잔상들은 각본, 즉 텍스트로 태어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단순히 캐릭터와 플롯이 아니라 무의식과 욕망의 집합체와 같다. 오토의 음성과 그것을 양분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는 오토의 창조물이지만, 독립된 생명체처럼 타인에게 다른 모습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가후쿠에게 오토의 이야기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의 두려움과 불안의 기척을 품은 채 마무리되었지만,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에게 그 이야기는 불길한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의 모습이다.
각본으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결국 발화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오토는 자신의 이야기와 무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성해줄 누군가를 찾았고, 그가 바로 다카츠키였다. 가후쿠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감동하고, 오토의 열렬한 팬인 다카츠키는 ‘바냐’라는 인물에는 쉽게 이입하지 못한다. 다카츠키는 체호프의 ‘바냐’보다 오토의 이야기 속 칠성장어의 전생을 가진 소녀를 닮은 인물이다. 그는 체호프의 성실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보다 무의미한 기다림과 충동과 욕망의 세계에 끌린다. 불가해하고 불길한 무언가로 가득한 오토의 텍스트야말로 다카츠키의 삶을 담을 텍스트다. 그는 오토와 같은 언어, 즉 같은 소통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카츠키는 오토의 텍스트를 완성했으나 바냐가 되어 체호프의 텍스트를 완성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와 반대로 이성적이며 통제적인 가후쿠는 오토의 텍스트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 가후쿠가 오토에게서 듣는 것은 오직 이야기뿐이다. 자기 안의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가후쿠는 이야기 안의 오토를 외면한다. 가후쿠가 오토의 목소리로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녹음된 ‘바냐 아저씨’의 대본이다.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오토의 음성으로 울리는 체호프의 텍스트는 가후쿠에게 계속해서 진실보다 깊은 것을 묻는다. 가후쿠는 체호프와 오토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을 애써 피하고 있다.
오토의 죽음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대된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는다. 가후쿠의 연극은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한국 수어까지 서로 다른 언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대본 리딩이다. 어떤 감정도 없이 아주 천천히 대본을 읽는 것이다. 배우들은 불완전한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체호프의 텍스트를 체득해야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이 과정을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수어를 사용하는 유나다. 자신의 언어가 타인에게 닿지 않는 것이 평범한 일인 그에게 보고 느끼며 공감함으로써 기능하는 연기는 몸에 잘 맞는 옷과 같다.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이게 해 줘요” 체호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나와 소통하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영혼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바냐’가 한때 누이동생의 남편이자 존경하는 학자였던 교수 세레브랴코프를 원망하고, 교수의 두 번째 부인 옐레나를 사모하게 되며 겪는 갈등을 다룬다. 체호프는 우리가 갈등과 절망, 적의와 증오를 넘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고난과 슬픔보다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꿈꾼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많은 인생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과 같다.
대본 리딩이 주를 이루는 연극 연습과 오토의 목소리로 녹음된 ‘바냐 아저씨’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붉은색 사브 900을 오가며 영화는 체호프의 텍스트를 반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대사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도 반복된다. 누이동생을 잃고, 존경하던 교수에게 실망을 거듭하며 바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바냐가 교수를 위해 바쳤던 청춘은 이미 흘러갔고 옐레나에 대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소냐의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것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바냐와 소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한다. 딸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가후쿠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은 상실을 견뎌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유나와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잃은 미사키의 삶 역시 체호프 텍스트의 또 다른 변주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뛰어넘어 공명을 시도하는 이야기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일견 언어의 무용함을 말하는 듯 하나 각자의 언어와 이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호응하는 삶과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가깝다. 감독은 언어의 가면을 쓴 이야기를 단지 텍스트가 아닌 독립된 생명체처럼 마주 보게 한다. 그렇게 언어와 텍스트는 계속해서 삶과 사람에게 호응을 시도하고 영화는 그 순간을 담아낸다.
삶과 사람을 담는 그릇
가후쿠와 미사키가 지나온 터널처럼 우리가 지나온 궤적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처럼 불완전한 언어와 불가해한 텍스트에 사람과 삶을 담음으로써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다. 언어와 텍스트가 사람과 삶을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영화 안팎으로 퍼져나가 관객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카츠키와 가후쿠가 차의 뒷좌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 가후쿠는 처음으로 미사키의 옆에 앉는다. 차 안에서 흡연을 피하던 가후쿠는 미사키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차 위를 향해 뻗은 두 사람의 손에서 담배 연기는 망자를 위한 향처럼 피어오른다. “넌 엄마를 죽였고, 난 아내를 죽였어” 오래된 죽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은 도망치고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나란히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멀어져 익스트림 롱숏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도로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점처럼 작아진 사브 900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으면서.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이야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린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냐 역의 유나가 바냐 역의 가후쿠를 감싸 안고 수어로 전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연극을 보는 듯한 롱숏으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응시하는 미사키의 곧은 정면 얼굴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대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와 유나의 언어 그리고 미사키의 삶이 만난 이 장면 하나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감독이 전작 <해피 아워>(2015)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며 중심을 맞추는 소통에 집중했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사람과 텍스트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마주하는 소통에 집중한다.
가후쿠가 히로시마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시작했던 영화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사키의 뒷모습을 보며 끝난다. 도망치듯 떠나왔던 가미주니타키무라를 뒤로 하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히로시마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미사키는 앞으로 향한다. 사브 900을 타고 한국 부산의 도로를 달리는 미사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처럼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언제나 또 다른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멈추지 않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마침내 텍스트와 언어에 담긴 사람과 삶은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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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 '나의 행복한 결혼' 결말 포함
나의 행복한 결혼
23.10.11 개봉
판타지, 12세 관람가
일본, 113분
원작: 만화 <나의 행복한 결혼>
출연: 이마다 미오, 메구로 렌 등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도 한
만화 원작 '나의 행복한 결혼'!
저는 만화도 애니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캐릭터 설정부터 기승전결 전개까지
너무 자세히 알려 줘서 기본 설정 알고 갈 필요 없어요 ㅎㅎ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각 가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세계관이고
주인공인 미요는 능력이 없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예요
약간 일본판 신데렐라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사이모리 가문의 능력을 이어받지 못해
집안의 미움을 받던 ‘미요’는
쿠도 가문의 당주이자 냉정한 이능력자 ‘키요카’와
갑작스러운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원하지 않은 정략결혼으로 ‘미요’를 냉대하던 ‘키요카’는
이전의 약혼자들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에 점차 빠져들게 되고,
‘미요’ 역시 무자비한 줄로만 알았던
‘키요카’의 다정한 모습에 자꾸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키요카’와 ‘미요’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던 중
‘미요’는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능력은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을 방해하게 되는데…
원치 않은 정략결혼,
그 이후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영화 <나의 행복한 결혼> 줄거리
진짜 궁금한 건데
일본은 왜 그렇게 영화 포스터를 이상하게 찍을까요?
예고편이랑 포스터 보고 일본 실사화 또 만들었네;; 했는데
영화 보고 진심... 감격했어요
여주 남주 얼굴 대박이고 얼굴합도 개쩔어 줍니다
이건 비주얼 때문에라도 봐야 하는 영화 ^^,,,
암튼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ㅎㅎ
줄거리 빼고 봐도 이미 캐릭터만으로
기승전결 다 끌고가기에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영애의 집안에서 홀로 능력이 없어
새엄마와 이복 동생에게 구박당하며 사는 미요는
항상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불쌍한 여주예요
남주인 키요카는 모든 사람들에게 쌀쌀맞지만
지금까지의 약혼자들과 어딘가 달라 보이는 미요에게
동정심과 호기심,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죠
이미 이 관계성만 봐도... 신데렐라 이야기 뚝딱이죠?
후에 이복 동생이 자기가 키요코와 결혼하겠다며
미요에게 파혼하라며 괴롭히는데
미요는 이번 만큼은 원하는 걸 포기할 수 없다며
물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키요코를 떠올려요 ㅠㅠ
현대가 배경이었으면 흔하고 진부하다고 욕먹었겠지만
기모노 입고 다니던 옛날이 배경이기에 용인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닷 하하
그러나 로맨스만 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인 만큼
황실, 군대 등... 거창한 내용들이 등장하는데요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벌레'라는 존재가 나타납니다
이 '벌레'는 사람의 몸에 기생충처럼 기어들어가서
인간들을 조종하고 다니며 서로 죽고 죽이는 매개체예요
그 벌레는 사실 키요코 가문의 위대한 힘을 두려워한
왕이 뿌린 것이었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하들을 죽여야만 하는
키요코의 눈물겨운 싸움이 진행됩니다
이 싸움이 사실 기승전결의 '전'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갈수록 로맨스가 흐려지고 세계관에만 집중하는 게
많이 아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잘 짜여진 구성이라고 생각해서
이걸 뺐다면 또 허전한 로맨스로 남았을 것 같아요
OST까지 완벽하게 구성한 영화라
중간중간 마음을 울리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펑펑 울 정도는 아닌 ㅎㅎ 영화였습니다
아 CG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판타지 장르 영화였는데
엄청 어색하진 않지만 또 오글거리지 않는 건 아닌
그 중간 ㅋㅋㅋㅋ 단계였어요
제목에 쿠키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쿠키에서는 몽견? 의 능력을 눈치 챈 악의 무리들이
미요를 잡으러 가겠다는,, 뭐 그런 멘트로 끝나거든요
아무래도 시즌 2를 암시하는 것 같죠?
역시 로맨스는 일본이다~ 라는 한 줄 평과 함께
오늘 리뷰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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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아직 여름 안끝났다! 막바지 여름을 달굴 서스펜스 영화 <타겟>과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한 남자>까지 8월 마지막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아요!
타겟
Target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01분
감독: 박희곤
출연: 신혜선, 김성균, 임철수, 이주영 등
개봉: 2023.08.30.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스릴러
CINE PICK!
영화 <타겟>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된 중고거래라는 소재와 스릴러 장르가 만나 중고거래 범죄를 날카롭게 포착하여, 실제 사건을 보는 듯한 생생함과 함께 현실 속의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킨 작품입니다.
조이 라이드
JOY RIDE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 미국 | 95분
감독: 아델 림
출연: 애슐리 박, 스테파니 수, 셰리 콜라 등
개봉: 2023.08.30.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알파걸 변호사 '오드리'(애슐리 박)는 초고속 승진을 위해 어릴 적 헤어진 생모를 찾아오라는 황당한 미션을 받는다. 꼬ㅊ미남 전문가인 음란마귀 아티스트 '롤로'(셰리 콜라), 흑역사 숨기고 할리우드 진출 앞둔 톱배우 '캣'(스테파니 수), 흐린 눈의 케이팝 광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가 합류하면서 네 친구들의 크레이지한 월드투어가 시작된다!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도는 고생길 끝에 밝혀진 오드리의 출생의 비밀은… 오드리의 엄마가 'K-마미'라고!?
CINE PICK!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할리우드에 아시안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각본을 맡았던 아델 림이 첫 연출에 도전한 작품으로 산뜻한 웃음과 감동을 전할 코미디 영화입니다.
신체모음.ZIP
Body Parts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04분
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출연: 김민석, 김채은, 권아름, 혁, 강준규, 김아현 등
개봉: 2023.08.3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시놉시스
“마지막 조각은 바로 너야” 사이비 종교 단체를 잠입 취재하는 막내 기자 ‘시경’. 특별한 의식에 초대받아 참여하게 되고, 교인들은 차례대로 소원을 빌고 제물을 바친다. 드디어 ‘시경’의 차례가 된 순간, 제물이 바로 신체 조각이란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 눈, 코, 입… 각 신체 조각에 얽힌 6개의 이야기! 모든 신체가 모이면 날것의 공포가 깨어난다!
CINE PICK!
지난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신체모음집’은 ‘토막’ ‘악취’ ‘귀신 보는 아이’ ‘엑소시즘.넷’ ‘전에 살던 사람’ ‘끈’까지 총 6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 공포영화입니다.
한 남자
A Man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멜로 | 일본 | 122분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쿠보타 마사타카 등
개봉: 2023.08.30.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놉시스
“지금부터 당신의 죽은 남편을 ‘X’라 부르겠습니다” 변호사 ‘키도’는 어느 날 의뢰인 ‘리에’로부터 그녀의 죽은 남편인 ‘다이스케’의 신원조사를 해달라는 기묘한 의뢰를 받는다. 사랑했던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난 후,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가 찾아와 영정을 보고는 “이 사람은 ‘다이스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한 순간에 정체가 묘연해진 남자 ‘X’. ‘키도’는 그의 거짓된 인생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진실에 다가설수록 충격적인 과거들이 드러나는데... 그는 도대체 왜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던 걸까.
CINE PICK!
제 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한 남자>는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미스터리 속에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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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의 삶 속에 떠있는 물방울 그림들
감독:김오안,브리지트 부이오
출연진:김창열 화백
시놉시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다양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유명하다. 50년간 물방울만 그려왔으며 달마대사와 노자의 도덕경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온 예술가이기도 하다. 1929년 맹산의 강가 근처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전쟁에서 나뒹구는 시체들은 탱크로 짓밟히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기에 김창열 화백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물방울들을 그리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사실 그도 고향을 떠나 고독함 속에 예술을 해온지라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 철학이 있는 것이다. 물방울을 다양한 관점에서 표현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제주도의 미술 전시관에 자신이 그린 200점의 작품들을 기부하는데...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는 사람의 요구를 달마대사는 거절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면서까지 달마대사의 제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달마대사의 철학이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에 녹아들었다
김창열 화백은 달마대사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깨우치고 자연스레 자신의 물방울 그림에 스며들게 했다. 비록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물방울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작품들이었고 삶의 전부였다. 비록 전쟁을 몸소 겪었고 고향도 떠났지만 철학적인 물방울 그림을 탄생 시키는데 좋은 원료가 된 만큼 그 자체가 예술이다. 또한 자신이 힘든 삶을 살아오며 지금의 화백이 된 것처럼 만약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맹산의 강가에서 살았을 것이고 미국으로 건너가거나 프랑스로 예술을 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김창열 화백은 지금의 거장이 되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었고 끔찍한 기억들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게 아니었을까?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그의 삶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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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보다 발전하지 못한 리메이크
영화 <모탈컴뱃>은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꽤 폭력적인 격투 게임이었던 모탈컴뱃은 게임 캐릭터의 여러 동작들을 실제로 촬영하여 게임 속으로 넣어 구현했다. 때리고 피가 튀는 모습을 꽤 잔인하게 묘사했던 게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것보다는 좀 덜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마니아층이 만들어져 게임을 즐기고 나온 영화도 즐겼다.
과거에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본 적이 있다. 좀 괴상해 보이는 CG가 이질감이 들어 조금 해보고는 이내 그만둬 버렸지만 그 당시 개봉했던 영화를 본 기억은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신기하게 느껴졌던 여러 CG들과 효과들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얼굴과 함께 기억된다. 온갖 폼을 잡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 1편 이후 기대감에 2편을 보고 나서 더욱 떨어져 버린 완성도에 실망했던 기억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신기했지만 실망스러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세력이 지구의 운명을 두고 싸운다는, 그것도 토너먼트를 해 우승자가 나온 세력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설정이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는 그걸 그냥 그 내용대로 받아들이고 영화를 봤다. 이번에 리메이크된 <모탈컴뱃>은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서 구사한다. 게임 영상 연출에 재능이 있는 신인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출연하는 배우도 모두 신인급으로 뽑아 배역을 맡긴다. 시나리오나 이야기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CG와 액션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사실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보여줄 건 다 보여준다. 화려한 특수효과와 액션은 영화 내내 이어져 볼거리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자체가 90년대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올드하게 느껴진다. 영상이 잘 구현되어서 게임의 실사화가 잘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세력 간의 싸움과 캐릭터들이 각성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영화가 가졌던 한계를 조금은 극복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길 기대했기 때문에 더욱 실망감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OTT 플랫폼 등에서 공개가 되었는데 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숫자가 꽤 되는 것으로 봐서 추후 후속 편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완성도라면 굳이 더 챙겨봐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과거 격투 게임을 여러 번 영화화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것들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안 좋았다. 아무래도 격투 게임을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모탈컴뱃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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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리뷰
자격지심은 항상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아닌가? 그 반대던가? 여하튼 그 생각들이 발전적인 고민이라면 퍼뜩 일어나서 어디에 메모라도 해두겠지만 이건 그런 고상한 종류의 고민이 아니다. 내 선택과 결정의 정당성을 앗아가는 비열한 질투심이다. 시기와 질투는 강한 원투펀치를 날린다. 일말의 성취를 느껴 알차게 하루를 보냈다 한들, 자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해버리면 끝장이다. 그 한방에 K.O.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모든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눕기 전에 SNS로 슥 훔쳐봤던 지인의 일상이 눈앞에 사라지지 않고 아른거린다.
질투는 풍부한 감정이다. 감정의 온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유를 갖는다. 예컨대 식어버린 질투의 본질은 불안이다. 고착화된 일상 속에서 돌파구는 사라진 것만 같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타인의 결괏값이다. 불안에서 시작된 질투심은 특별히 어떤 액션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불만족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망상은 꼬리를 문다. 때때로 질투는 강력한 힘이 된다.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라이벌을 통해 발전적인 피드백을 자신에게 던질 수도 있다. 질투에 눈이 먼 사람은 기꺼이 자신을 다그칠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들을 건넨다.
이 영화에서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으로 감정을 묘사한다는 데 있다. 브래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브래드는 불만이 있었다. 한때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은 이젠 비교조차 어렵다.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 헤지펀드사 대표, IT 회사를 팔고 마우이에서 지내는 친구. 백악관에서 일했던 친구는 이젠 교수다. 한가닥 하는 동창들과 비교하는 일은 멍청한 일이지만 그러고 나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써 그들의 인생 중 어느 한 부분은 실패했겠거니 넘겨 짚기에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인생은 화려한 성공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피바디 상을 탄 적도 있다. 지금은 비영리사업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짧게나마 언급되는 브래드 씨의 인생 궤적이 흥미로웠다.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그의 객관적인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가 문제로 삼는 건 조건이다. 브래드 씨는 조건을 상상하며 끝없이 가정에 빠졌다. 단순한 질투는 현재의 상태를 비교하는 데에서 그친다. '저 돈이 내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지위를 내가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은 먼지처럼 가볍다. 그렇지만 불안과 열패감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디테일해 살아온 날들을 끌어안고 침몰한다. 선택할 수 있었던 과거를 시뮬레이션한다고 생각해보면 지금의 결과치가 얼마나 불만족스러울지는 명확하다.
하필 그런 망상을 하는 때가 아들의 대학 면접을 위해 투어를 다니는 중이었다는 점은 극을 더 풍성하게 꾸민다. 대학, 싱그러운 젊음이 넘나드는 공간을 거닐며 브래드 씨는 더 짙게 망상에 빠진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 혹은 바꿔야 한다는 생각들. 동시대를 살지만 어쨌거나 먼저 살아봤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솔직한 감상은 청년에겐 다르게 다가온다. 좀 더 직설적이게 표현하면 꼰대의 변명이다. 한때 이끄는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다니는 본인의 모습이 초라해진 것만 같으니까 속이 보이는 보호막을 친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한 번 사는 인생에 이런 결과물이면 망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한번쯤 하지 않나. 공들인 과정이 변수로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더욱 그 부질없는 망상에 집착한다. 무너져보면 조건을 바꿔본다. 최선의 결과물을 상정해두고 일생의 선택을 소거한다.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고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돌아가서 선택을 바꾼다 한들 원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란 점이다. 생각보다 인생에 능동적인 선택이란 게 많지 않다. 인생이 그런 식이다. '받아들이기 싫으면 어쩔 건데?'하고 몽니를 부린다. 물길은 거세고 내가 놓는 돌멩이 몇 개로는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브래드 씨의 인생에 나의 과정이 겹쳐 보여 그런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오! 좋은 일 하시네요'하는 답변에 반응하는 일과 현실과의 간극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 까끌까끌하게 씹히는 감정의 조각들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브래드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를 하는 게 낫다'라고. 저기서 좋은 일이라는 표현이 비영리사업의 모든 과정을 평가절하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과 현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 이건 어디까지나 영역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인생을 꼭 정량 평가로 계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의 입장에서는 재화의 형태 아니라 아쉬울 수야 있겠지만 부족한 인생은 아니다.
처음엔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될까 걱정했다. 결국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살면서 시기가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람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멍청한 판단을 하는 때도 있고 완벽한 선택을 하는 때도 있다. 실수도 있고 실패로도 이어지겠지만 열패감을 갖진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일단 선택을 하면 최악은 면하고 차악에서 차선까지는 운에 노력을 더하면 보답받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선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내 손을 벗어난 문제다. 브래드 씨의 말처럼 세상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는 없었다. 역으로도 가능하다. 세상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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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 최신 개봉영화(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더 그레이트 샤크, 그린나이트, 블랙핑크 더 무비,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더수어사이드스쿼드 #더그레이트샤크 #그린나이트 #블랙핑크더무비 #도라에몽 #진구의신공룡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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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탈 컴뱃 영화 후기 / 게임원작의 청불 액션 / 잔인한 살인기술 ‘페이탈리티’ / 일반인 게임팬 인터뷰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모탈 컴뱃"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을 법한데, 없네요~
오늘 인터뷰해주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모탈컴뱃, #게임, #페이탈리티, #청불영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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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이전트 미스터 찬> 예고편
비밀 특수 요원 미스터 찬은 특별 임무 수행에 실패하여 에이전시에서 해고당한다.
이후 파트너와 함께 사립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과거 연인이자 현재는 경찰 보안국장인 흥을 만나게 되고 국장의 의뢰로 인해 줄줄이 이어지는 유명인사 사건들을 맡으면서 하도젠이라는 약을 조사하게 된다.
이 약을 시중에 풀려는 무리와 그에 맞서 싸우는 미스터 찬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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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고> 메인 예고편
친구의 부탁으로 조카를 봐주기로 한 아이작.
어마어마한 보수에 수락했지만 기묘한 조건이 붙는다
#1. 이동을 제한하는 사슬 조끼를 입을 것
#2. 조카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3. 허락 없이 집을 떠나지 말 것
외딴섬에 위치한 미로 같은 집과 석궁을 들고 다니는 조카, 섬뜩한 토끼 인형까지…
이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