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5-01 15:26:08
상실을 향한 발걸음
영화 [파과] 리뷰
글은 영화, 소설 [파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과]를 읽었는데 [파쇄]를 안 읽었다? 읽고 오십시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보통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2 창작물이 만들어질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정말 충직하게 원작을 따른 사실주의 그림처럼 되거나, 내가 분노하다 못해 매번 거론하는 [나는 전설이다]처럼 완전히 다른 작품과 색깔로 피카소식 해석을 하거나. 그리고 그 어디에의 중간에 걸쳐져서 감독이 모자이크처럼 여기서 저기서 조금씩 떼어 붙이거나. 그러나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특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어떻게 그리느냐. 혹은 원작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살리느냐. 에 제2 창작물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파과]가 선택한 방법은 마지막 방법이었다. 작품의 전반부는 원작의 서사를 잘 압축하고 적절하게 베어 넣어 배치했으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소설의 분위기도 눈앞에서 안개처럼 펼쳐진다. 물론 거기에도 변주라고 할 법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슬릴 정도의 큰 프레임의 이동은 없으며, 그 변화로 인해 주요 메시지가 숨거나 해석되지 않게 가면을 쓴 채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나마 사람에 가까웠던 이름인 [손톱]이었던 시절이건, 이젠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 가까워 보일 이름인 [조각]으로 살고 있는 지금이건. 그녀는 여전히 한쪽 마음에는 깊은 상실을, 그리고 발걸음에는 우울한 쇠퇴함을 잔뜩 묻힌 채 목표물을 향한 관심도, 시선도 거두지 않았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변주라고 부를 법한 감독의 모자이크는 후반부 1/3 지점부터에 포진되어 있는데. 여기서 아마도 이 영화의 승패 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호도 정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의 시점은 철저하게 그녀의 시점에서 풀이되고 있다. 그녀의 독백(방백이려나)을 따라가다 보면 으스러지는 것은 그녀의 타깃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마음마저도 함께 조각조각 찢어져 나부끼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원작과 노선을 달리 하는 그 순간에는 “늙고 쓸모없는”과 ”상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설의 위대함”, 그리고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책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도, 그렇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액션 장면들이 으스대며 들어설 자리가 생기고, 지나가기 바빴던 인물들도 한 번씩 고개를 돌려 관객들과 눈을 맞출 시간이 생긴다. 또한 자신을 생의 마지막 1분이 남은 시점에서야 알아보고 투정을 부리는 듯한 투우(김성철)의 모습을 보면서. 이 두 사람 간의 애증에 대해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여운을 얹는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하지만 마치 구전설화처럼 전해지던 그녀의 위용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은. 독백을 고집했던, 혹은 그녀의 시각으로만 해석되던 전반부의 장면들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후반부에 갑자기 강조된 투우의 시점 덕에 그녀에게만 향하던 집중력이 조금 흩어진다고 느꼈다. 그리고 [파쇄]에서 따온 듯한 킬러양성 법칙 101의 마지막 단계(?)는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삼켜 내는 것이 조금은 껄끄러웠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은 손톱이자 조각이며, 누구에겐 더 이상 만들지 않아야 할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대모님이 되어버린 그녀. 이혜영에 의해 완벽하게 정리된다. 눅눅하기 그지없는 영화 속에서 날이 바짝 선 칼 같은 예리함으로. 바스러질 것만 같은 육신으로도 냉담하게 일을 해내는 원작 속의 조각을 정말 눈앞에 가져다 놓다 못해 애초에 이 업계(?)에서 한평생을 산 것만 같은 모습인 그녀 덕에 말이다.
그녀는 영화에서 톡톡 튀어나온 부분을 친절히 잘라내고 얇게 저미고 천천히 갈아 내게 내밀었고. 나는 가루약을 받아 든 어린 투우가 되어 고개 한 번 끄덕인 채 쓴 약을 꼴깍꼴깍 삼켜낼 수 있었다. 그녀가 이제 곧 사탕을 줄 거야.라는 기대와 함께.
마치면서
사진 출처:다음 영화
엔딩 크레딧이 이렇게 반가우면서도 아쉬울 일인가 싶었다. 이 생각과 함께 찾아온 안도와 동시에 배어 나온 깊은 한숨은, 마치 영화 내내 긴장하고 있던 나의 모든 신경에게 진정하라고 말하는 토닥임처럼 다가왔다.
영화의 본체가 되는 소설 [파과]와 함께 스핀오프 같은 소설 [파쇄]까지 일 하는 척하면서 단번에 읽어 내려갔던 이후로. 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기쁘면서도, [원작 잘 살리기] 위원회(같은 게 있다면) 상무(자리 정도는 차지했을 나 같은 인간)인 나에게는 마치 조각 그녀가 지니고 다니는 비녀의 날 끝처럼 나를 쿡쿡 쑤셔댔다. 고통이라 불러야 할지. 희열이라 느껴야 할지. 조각(이혜영) 그녀가 류(김무열)에게 품었던 마음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슬아슬함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영화를 기대하기도. 그러면서도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가져다준 만족감은 소설 말미에 조각이 느꼈을 해방감이라 부를 수 있을 법한 감정과 제법 닮아 있었기에, 새로운 시작 앞에 당도하고 나서야 내보인 킬러 조각의 뒷모습에 대고 슬며시 웃을 수 있었다.
킬러의 뒷모습이 이렇게 반가워서 될 일인가 싶지만. 바뀐 그녀의 마음 때문에 기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매번 상실을 안겨야 할 상대의 모습만을 바라보던 그녀는. 등을 돌려 자신이 상실해 온 것을 향해 달려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 테니까. 스스로에게는 어쩌면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했을 부분을 대담하게 드러낸 그녀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용이 너무 귀여워(?)
[이 글의 TMI]
1. 인간적으로 빵 어떻게 끊는지 아시는 분?
2. 인바디 체중계 산 뒤로 매일이 충격의 연속임.
3. 오예 연휴 시작
#파과 #민규동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한국영화 #액션장르 #소설원작영화 #구병모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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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콘과 윈터 솔져>방패의 의미를 성공적으로 일신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노스와의 결전 이후 친구이자 리더인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샘 윌슨/팔콘(앤서니 매키)'. 차마 캡틴 아메리카의 무게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던 그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방패를 기증하고, 미 공군과 협업해 세계 각지의 빌런들을 처리하며 지낸다. 한편 샘이 스티브의 후계자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실망한 '버키(세바스찬 스탠)'는 그와의 연락을 끊은 채 자신의 윈터 솔져 시절을 속죄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미 정부는 그간 뛰어난 공적을 세운 군인 '존 워커(와이엇 러셀)'를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하고, 전 세계적인 테러 조직 '플래그 스매셔'와 리더인 '칼리(에린 켈리먼)'의 처리를 그에게 맡긴다. 이에 당황한 팔콘은 분노한 윈터 솔져와 함께 방패를 되찾고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보다 보면 그의 이름에 의문을 표하게 된다. 이름부터 '아메리카'가 들어간 히어로가 정작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권력기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1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군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포로들을 구출하더니, 2편에서는 소속된 첩보 기관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고, 3편에서는 UN의 통제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범죄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오히려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로 매우 강력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해 놓을 만큼 개개인의 신념과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국가다. 따라서 그 어떤 권력과 사상이 칼날이 자신의 목을 겨누더라도 자신의 자유와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굳건함은 '캡틴 아메리카'의 이름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가 방어용 무기인 방패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령 잘못되거나 소수의 의견으로 보이더라도 개인의 자유에 근거한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길을 인도한다는 믿음은 그에게 있어서 70여 년 간 나치, 하이드라, 타노스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패였던 것이다.
문제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스티브 로저스가 대변하는 미국적 가치의 효용성과 정당성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끝내 과거로 돌아가야만 이루지 못한 사랑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스티브는 본질적으로 1940년대에 묶여있는 캐릭터다. 이는 지난날 자신의 악행과 과오를 되돌려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버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와 공적과 별개로, 과거에 속한 이들은 나날이 변화하는 2021년에 지켜야 할 가치를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를 스스로 무너뜨릴 뻔하고, 흑인과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와 증오가 터져 나오는 등 자유가 방종이 되어버리는 시대에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인 스티브 로저스가 상징하는 가치는 더 이상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팔콘과 윈터 솔져>는 MCU의 두 번째 캡틴 아메리카로 스티브 로저스의 친우인 버키가 아니라 팔콘을 선택하고, 그가 방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두 측면에서 조명한다. 우선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보이지 않았던 인종차별을 드라마 전면에 부각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이제아다. 스티브 로저스와 동일한 혈청을 맞고 한국 전쟁에서 전쟁 영웅이 되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존재가 지워져야 했던 아이제아는 캡틴 아메리카와 그의 방패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의 방패는 흑인들이 흘린 땀과 피로 만들어졌으며 빛에 가려진 그림자로 존재하는 또 다른 미국의 역사, 어벤져스의 일원인 팔콘마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대낮의 길거리에서 체포당하는 현실까지 보호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미국 정부에서 임명한 캡틴 아메리카, 존 워커가 끝내 U.S. 에이전트에 만족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는 또 다른 스티브 로저스가 되고자 노력한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자,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질 정도의 정의감을 지닌 그는 스티브의 유니폼을 입고, 그의 방패를 들고, 그처럼 혈청을 맞아 신체적으로도 강해진다. 그러나 이미 변화한 세상과 현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한 과거의 상징을 쫓아기에 그의 노력은 헛되고, 그는 방패의 무게감에 짓눌려 자신을 망칠 뿐이다. 이처럼 새로운 등장인물의 서사를 통해 드라마는 방패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이들의 일상과 경험, 역사까지도 공유하는 히어로만이 새로운 시대에 진정으로 그 방패를 들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팔콘의 ost 제목이 'Lousiana Hero'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팔콘이 억압받는 개인들을 어떻게 감싸 안는지를 면밀하게 제시하며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정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마치 팬데믹 때문에 현실에서도 개인들이 그러했듯이 하나같이 타노스가 남긴 혼란의 여파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자유를 억압당한다. 쉴드와 CIA를 거치며 국익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모두에게 잊히고 버려진 샤론 카터, 3개의 명예훈장을 받고도 군에 의해 장기짝처럼 조종당하고 소모품처럼 쫓겨나는 존 워커, 국제송환협의회(Global Repatriation Council)로부터 필요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이리저리 쫓기는 난민들이 반발해 만든 빌런 집단 플래그 스매셔까지. 비록 타노스의 등장 그 이전에 겪은 일이지만 여전히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이사야와 세뇌당한 상태에서 죽인 이들을 기억하며 악몽으로 밤을 지새우는 버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런 이들을 샘은 스티브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호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퇴역군인 심리상담사로 처음 등장했었던 샘은 좀처럼 현재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스티브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듯이 다른 이들도 지켜준다. 그는 스티브 로저스의 그림자에 짓눌리던 존 워커로 하여금 자신을 옥죄는 방패를 버리고 진정으로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범죄의 온상인 도시 마드리푸어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샤론의 사면을 정부와 거래하며, 비록 방법은 정당하지 않았더라도 플래그 스매셔가 왜 폭력으로나마 자신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해준다. 더 나아가 버키가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도록 용기를 불어넣고, 스티브의 전시관 옆에 아이제아에 대한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한다. 그렇게 팔콘은 자신이 갖고 있던 자질들을 120%로 활용해 2대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다.
사실 <팔콘과 윈터 솔져>의 짜임새는 결코 뛰어나지 않다. 지난 시리즈에 비해 박진감이 덜한 액션씬, 일관성을 잃은 슈퍼 솔져 혈정의 설정,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진 듯한 윈터 솔져의 묘사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도 빌런인 플래시 스매셔에 대한 묘사나 전개가 유난히 허술하다. 루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본래 플롯에 포함되었던 바이러스 공격이 삭제되었다고도 하는데, 설사 그렇더라도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조차 빌런들의 목적에 어떤 당위성이 있는지, 어떻게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되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플래그 스매셔의 서사가 팔콘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플래그 스매셔의 목적과 당위성, 역사가 잘 드러날수록 샘이 플래그 스매셔의 취지를 옹호하는 선택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노스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질서와 체제는 붕괴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샘 역시 5년간 먼지가 되었다가 돌아왔고, 그간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다른 인물들보다 플래그 스매셔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고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가 정의와 선함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는 데 큰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였으며, 드라마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지막 장면에서 <팔콘과 윈터 솔져>라는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로 바뀌는 순간 벅차오르는 가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이미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그려낸다는 본래의 취지를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완벽히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종영 후 들려온 <캡틴 아메리카 4>의 제작 소식은 그 어떤 속편보다도 마블 팬들의 기대감을 키워 버린다.
A(Acceptable, 무난함)
과거와 현재의 무게가 깃든 방패를 들고 진중히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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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 | 바둑판 위를 수놓은 사제 대결의 낭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바둑 기사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전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은 '조훈현'(이병헌). 그는 한 대회에서 우연히 바둑 신동 '이창호'(유아인)를 발견하고, 직접 대국을 하며 천재성을 확인한 후 이창호를 내제자로 들인다.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제자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조훈현. 특히 그는 이창호에게 바둑의 정석, 강인한 체력, 그리고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프로 바둑 기사가 이창호. 사뭇 다른 바둑관으로 인해 스승과 갈등을 빚었던 그는 한 대회 결승에서 처음 열린 첫 사제 대결에서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다. 첫 대결 이후로도 스승과 제자는 결승에서 연달아 맞대결을 펼치지만, 스승은 매번 패배의 쓴 맛을 본다. 이에 조훈현은 이창호를 제자가 아닌 동료이자 호적수로 대하며 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스크린 위에서 되살아난 바둑의 미학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다." 8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대국을 펼친 후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게 패했지만, 인간이 바둑을 통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예술성은 결코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그의 말을 뛰어넘었다. 프로 기사들의 실력과 성적은 누가 가장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느냐에 따라 갈렸다. 대회에서 AI를 커닝하다가 적발당하는 사례가 나올 만큼, AI는 바둑의 정답이자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이세돌 9단 스스로도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제는 바둑판 위에서 의미를 잃은 듯한 바둑의 예술성. 이 바둑의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되살아났다. 스크린 위에서, 영화 <승부>를 통해서.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인해 공개일자와 플랫폼을 수차례 바꾼 끝에 빛을 본 <승부>는 40여 년 전 조훈현과 이창호, 스승과 제자가 처음 만난 순간으로 되돌아가 바래져 가던 바둑의 아름다움을 꽃피우는 데 성공한다.
성의와 무심의 무협
<승부>의 전반부는 정석적이다. 제자가 청출어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바둑을 무예로 바꾸면 마치 무협물 속 사제 관계를 보는 듯하다. 이창호는 어릴 적 기대에 비해 성장이 늦은 것 같아 고뇌한다. 조훈현의 전투적인 대국 방식이 자신과 안 맞다 보니 스승과도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스승을 이길 궁리를 하라는 '남기철'(조우진)의 충고를 들은 후 그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스승과의 첫 맞대결에서 바로 승리를 거머쥔다.
바로 이 지점부터 <승부>는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협물에서는 흔히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으면 스승이 정신적 지주로 물러선다. <쿵푸팬더>만 보더라도 포가 용의 전사가 되자 시푸는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남는다. <승부>는 다르다. 제자의 승리가 스승과 제자에게 남긴 여파를 각자의 시점에서 쫓는다. 청출어람의 전율과 쾌감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새롭게 정립되는 사제 관계의 역학을 추적하는 셈이다.
이창호는 괴로워한다. 스승을 잡아먹은 제자라는 비아냥과 부정적인 시선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아버지 같은 스승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직하게 역경을 타개한다. 바둑은 전투고, 대국을 하는 순간만큼은 상대가 누구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대로.'성의(誠意)’. "진심을 다한다"라는 의미의 두 글자 속에 제자의 아픔과 성장이 축약된다.
제자에게 패배한 조훈현의 마음은 제자 못지않게, 그보다 더 복잡하다. 스승으로서의 자부심과 열등감이 뒤엉킨다. 계속되는 패배의 고통은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제자에게 계속 질 수 없다는 오기도 피어난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에게 승리하지 못한다.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청출어람한 제자를 보면서 맛본 모든 번뇌와 잡념을 떨쳐 낸 후에야 그는 비로소 제자를, 16번째 대결만에 꺾는다.
다름의 미학
이처럼 스승과 제자가 '무심'과 '성의'의 경지에 다다르며 승자와 패자로, 더 나아가 호적수이자 동료로 변해가는 과정은 바둑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 예술성은 두 측면이 있다. 우선 <승부>는 두 기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대국을 완성하는 다름의 미학을 보여준다. "바둑이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 배웠는데"라는 이세돌 9단의 말마따나.
스승은 갓 프로가 된 제자가 못마땅하다. 전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조훈현의 관점에서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확실한 수를 찾아내는 이창호의 방식은 정석적이지 않고, 오만해 보인다. 하지만 간신히 1집 반 승을 거둔 제자의 기보를 유심히 연구한 뒤 그는 자기 과오를 인정한다. 제자의 바둑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면서. 자기가 꾸겨버린 기보를 다림질로 다시 펴서 선물하는 장면의 함의가 곧 다름의 미학인 셈이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스승은 관객에게도 뜻깊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외면할수록 사회는 다름을 존중하거나, 공통의 토대 위에서 차이점을 토론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흑백의 차이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 차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사제지간의 박진감 넘치는 대국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교훈으로서 다가온다.
경쟁의 미덕
다름의 미학 다음으로 <승부>는 경쟁의 미덕을 선보인다. 다른 스타일과 신념을 인정하더라도, 자기 방식이 더 뛰어나고 아름답다는 확신과 경쟁심 없이는 질 높은 대국,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첫 패배를 당한 뒤 자기 경쟁력을 스스로 의심하고,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기권할 정도로 방황한다. 그동안 사제지간의 경기 내용은 대중들에게도 관심받지 못한다. 어차피 이창호가 압승을 거둘 테니까.
반면에 조훈현이 이창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자 그들의 대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팽팽하게 펼쳐진다. 각종 예선전 등 여러 경기에 출전하면서 특유의 스타일을 재정립한 조훈현은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공격을 펼친다. 차분하기로 유명한 이창호도 당황한 기색을 못 숨길 정도로. 다름을 인정하되,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처절한 경쟁 덕분에 그들의 대국은 긴 시간 끝에 하나의 작품으로 빚어진다.
경쟁의 미덕은 한국판 <퀸스 갬빗>을 보는 것처럼 전율과 쾌감이 느껴지는 대국 장면 덕분에 더 직관적이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바둑을 몰라도 대국의 흐름과 승부처를 바로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승부처에서 이창호가 바둑판 위로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장면, 조훈현이나 이창호가 승부수를 둘 때 바둑판에서 그들을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은 쇼트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승부>는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에게도 주목한다. 대국을 포기하려는 찰나에 시계를 보더니 어릴 적 아버지의 시계방으로 돌아가서 평정심을 되찾는 이창호의 모습도, 제자의 기세에 밀린 조훈현이 재떨이를 못 찾거나 담뱃재가 섞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그 덕분에 관객은 스승과 제자의 숨결과 땀, 열기까지 느껴지는 그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바둑의 낭만
이렇게 조화를 이룬 다름의 미학과 경쟁의 미덕은 더 깊은 층위의 주제로 이어진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경쟁하는 스승과 제자는 그 끝에서 결국 각자의 방식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는 어떤 스타일이나 방식이 옳은 지를 따지는 대신, 얼마나 자신의 방식과 답을 뚝심 있게 믿고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복수의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이 메시지는 나날이 더 확실한 정답을 요구하는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은 AI와 가장 비슷하게 두는 방식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축구,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에서도 승리를 위한 지름길이자 정답이 통계적으로 굳건해지는 추세다. 스포츠를 벗어나도 다르지 않다. 당장 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성공은 그 의미도, 쟁취할 수 있는 길도 표준화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각자의 길을 뚝심 있게 걸으며 서로가 생각하는 정답을 인정하면서 치열하고 겨루는 <승부>의 이야기는 그간 간과했던 삶의 미덕과 낭만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눈 내리는 한옥에서 펼쳐지는 사제의 대국을 담아낸 마지막 장면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른 열정적인 낭만이 느껴진다. 이는 30여 년 전에 이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잘 알려진 실화가 2025년에도 충분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361개의 교차점 위에서 흑백으로 피어나는 사제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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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스턴스>는 그냥 툭 튀어나온 작품이 아니다.
‘REMEMBER YOU ARE ONE’
소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된 날 더 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며 에어로빅 TV 쇼에서마저 해고당한다. 차 사고로 실려간 병원, 수상하지만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권유받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입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수(마가렛 퀄리)의 몸이 탄생한다. 규칙은 단 하나, 7일 주기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주제와 장르
‘서브스턴스’ 포스터 속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척추를 타고 찢어진 등판에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을 잡은 것 같겠지만,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서브스턴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비판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강력한 주제 의식과 더불어 강력한 컬트와 바디 호러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위 장르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도전해 봐야 하는 영화이다.
연예계와 한물 간 스타라는 설정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지배된 세상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사랑과 영혼’의 대스타였던 데미 무어가 세월이 흘러 60세의 나이로 주연을 맡은 것도 영화에 몰입도를 더한다.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가 새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으며 싱그러운 여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는 타인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후, ‘서브스턴스’ 약물로 수(마가렛 퀄리)가 태어난다. 'PUMP IT UP' 노래에 맞춰 춤을 출 때 탄탄하고 아름다운 몸을 노골적인 앵글로 담아 보여준다. 이걸 본 모두는 수(마가렛 퀄리)에게 매혹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조차도 말이다. 7일간 늙고 섹시하지 못한 자신을 자학하며 피폐해져가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그리고 7일 뒤 등장하는 어리고 섹시한 수(마가렛 퀄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관객 역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하는 타인을 비판하다가도 스스로 늙은 몸을 배척하고 젊고 아름다운 몸을 탐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아이러니하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관객을 극단의 극단으로 몰고 간다.
<리얼리티+>, (2015, 코랄리 파르자)
단편 영화에서부터 감독의 강력한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 주인공 남자(빈센트 콜롬보)는 일 12시간만 활성화되는 프로그램 ‘리얼리티’를 몸에 심는다. 목덜미에 프로그램을 이식한 사람들끼리는 ‘리얼리티+’가 활성화되는 동안 자신이 설정한 매력적인 외형으로 보인다. 같은 칩을 심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꿈꿔온 완벽한 외모로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자는 ‘리얼리티+’를 활성화 중인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바네사 헤슬러)와 눈이 맞아 연애를 시작한다.
‘일주일이라는 완벽한 밸런스’
아름다워지기 위한 규칙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하루 12시간만 활성화되어 프로그램이 꺼지는 순간, 주인공은 자신감을 잃고 인파로부터 도망친다. 매력적인 외형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비활성화가 되는 순간, 서로에게서 도망치는 두 남녀. 데이트에 차질이 생기고, 집에서 자괴감에 빠져가던 남자는 테라스에서 옆집에 사는 여자(아우렐리아 포이리어)에게 매력을 느낀다. 주인공은 본래의 모습으로 옆집 여자와 즐거운 데이트를 시작한다.
영화의 결말, 남자가 여자(바네사 헤슬러)에게 전화를 걸자 옆집 여자(아우렐리아 포이리어)의 핸드폰이 울리고, 서로임을 알게 된다. 끌림에 외모는 중요치 않다는 것, 하지만 모두가 미를 추종한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리벤지> (2017, 코랄리 파르자)
이 영화에서부터 감독의 매운맛이 점점 드러난다. 바비인형의 외모를 가진 제니퍼(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는 애인의 사냥 행사에 동행하다 아름다운 제니퍼에게 눈독을 들인 애인의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사실을 알게 된 애인은 합의를 종용하다가 결국 친구들의 편에 서고 제니퍼를 죽인다. 독을 통해 부활하게 된 제니퍼는 복수를 시작한다.
관음, 방관하기만 하던 남자는 두 눈을 찔려 죽고,
욕구를 못 이기고 성폭행을 한 남자는 정확히 머리에 총을 맞아 죽고,
아름다운 제니퍼의 몸만을 탐하던 애인은 나체로 복부에 총에 맞아 죽는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랄리 파르자 감독에겐 자비가 없다.
오마주
컬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장면들이 다수 존재한다. 컬트 대가들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로 스타일리스트 연출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와 수(마가렛 퀄리)가 세트장을 향하여 가는 붉고 긴 복도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연상시킨다.
수상한 젊은 남성 간호사가 건넨 ‘It’s changed my life.’ 명함 속 번호로 은밀하게 전화를 거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하관을 클로즈업한 장면은 지난 17일 부고 소식이 들려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로스트 하이웨이’를 연상시킨다.
포스터에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하던 척추를 타고 갈라진 엘리자베스의 피부, ‘서브스턴스’ 약물을 주입하자 척추 사이로 수(마가렛 퀄리)가 출산된다. 이는 세대를 풍미한 ‘에일리언’을 떠올린다. 감독의 전작 <리얼리티+>에서도 등장하는 이미지이다.
온 극장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메리칸 뉴웨이브를 위시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를 연상시킨다. 이 장면을 위해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몇 톤의 붉은색 액체를 준비했다고 한다. 컬트와 호러 영화에 대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존경과 찬사를 듬뿍 느낄 수 있다.
마무리
자기혐오로 똘똘 뭉쳐져 어긋나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를 보며 우리는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하비(데니스 퀘이드) 사장 같은 속세적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보다도 우리 자신에 대한 편견과 불안함, 더 나은 나를 원하는 자기혐오적 사고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어리고 섹시한 여성을 노골적으로 원하는 남성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와 수(마가렛 퀄리)의 충돌을 고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여성 개인의 내면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편견에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편견에 집착하는 개인을 비판하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다.
3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영화
엘리자베스, 수, 그리고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의 고어를 견딜 수 있다면 당장 체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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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을 벗어나는 투쟁의 슬라이드쇼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2022><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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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5/5
Rating: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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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프레임을 벗어나는 투쟁의 슬라이드쇼.
One-line Summary: A slideshow of frames containing the fight to escape a 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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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 교차하면서 흘러간다. 하나는 낸 골딘의 과거 이야기, 즉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마약, 예술에 빠져 사는 이야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낸 골딘의 현재, 그러니까 약 중독으로 인해 희생된 자들로부터 이득을 보고 재벌 가문이 된 새클러 가문을 끌어내리려는 단체의 리더로서의 이야기이다.
둘은 분명 연관이 있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언니는 자살했고, 낸 골딘은 집을 떠나 사진을 찍고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마약으로 이끌고, 그것은 예술을 보답으로 내 자신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기에 낸 골딘은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순간들 속에서 이미 희생된 사람들은 셀 수 없다.
그리하여 낸 골딘은 투쟁한다. 예술을 통해 알린 그녀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내보이며 명성을 쌓고 반항하다 결국 명분을 찾아 약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예술을 권력으로서 이용한다. 새클러 가문의 이름은 곧이어 명판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삶은 끝없는 투쟁이다. 수많은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또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 과정은 잔인하고 더러울지 모르겠지만 그 투쟁들은 그 자체로 일종의 아름다움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속에서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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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lm is a flow of two parts crisscrossing along. One is the past of Nan Goldin—the story of her family, drugs, and art—and the other is her present—the story of a dauntless leader taking down the Sackler family name for those who lost their lives for the blood-soaked pharmacy money.
The two are in fact connected. The sister who tried to escape suppression took her own life, and Nan Goldin leaves home for freedom by taking pictures and mingling with artists. Yet this leads to drugs. For drugs force you to give up yourself for the reward that is art, Nan Goldin escapes from it. But there is still too many sacrificed.
Therefore Nan Goldin fights. She rebels by displaying her life as it is and uses the power she gained from it to fight for the value she finally discovered: the struggle for the people sacrificed by drugs. The Sackler name soon disappears from countless plaques.
Life is an endless cagefight. We must create bloodshed and escape it at the same time. The process may be violent and dirty but the fights themselves are a type of beauty. Thus we always exist in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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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지 않는 저택에서
저택안에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를 비평하는 데에 있어 <홍등>은 중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의 주제 의식과 스타일을 압축해놓은 대표작이다. <홍등>은 시각적인 화려함에 눈을 사로잡힌다. 진어른댁 저택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사건이 발생한다. 저택 밖 상황은 다루지 않는다. 한정된 장소는 주인공 '송련'(공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송련'은 집안 사정과 계모의 강요에 의해 대학을 중퇴하고 진어른댁 네 번 째 첩으로 들어가게 된다. 벗어날 수 없는 저택 안에서 전과는 다른 생활에 초반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차 저택 안의 세상이 자신이 보는 세상의 전부가 된다. 그곳에는 매일 밤 홍등이 켜진다. 홍등이 자신이 머무는 처소에 켜지기 위해서는 진 어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홍등이 켜지면 집안에서 대우가 달라진다. 그 달콤함을 맞본 송련은 진 어른의 총애를 받기 위해 아양을 떨며 네 명의 부인은 서로 경계하며 살아간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수평과 수직으로 이동하며 남성이 중심된 가부장 사회를 보여 준다. 부인들끼리는 서로 왕래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진 어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서서히 주인공의 인격을 망가트린다.
홍등을 켠다는 건
<홍등>은 컷을 나누기보다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영화를 설명한다. 격렬한 카메라 무빙은 없고 미끄러지듯 상하좌우 수직으로만 움직인다. 이는 저택의 폐쇄성 견고함을 보여 준다. 사물과 인간을 일직선 위에 배치하여 원근감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인간은 저택의 벽과 기둥에 포위되어 보인다. 마치 우리 안에 가둬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저택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이 영화에서 네 명의 부인에게 홍등을 하사하는 인물인 진 어른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선 얼굴, 즉 눈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의도적으로 진 어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진 어른은 단지 가부장 사회의 이념으로 대상화되고 그 자리에 놓인 남성이라면 어떤 인물이든 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질서와 권력, 위엄을 대변하는 상징인 진 어른은 사실 <홍등>에서 중요 인물은 아니다. 그가 있든 없든 하인들은 정해진 일을 한다. 네 명의 부인은 홍등을 달기 위해 모략과 질투를 할 것이다. 즉 진 어른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 모두 지칭한다. 폐쇄적인 사회는 대학에 갈 정도로 똑똑하고 순수했던 송련을 망가트린다. 지시된 것, 정해진 것만 욕망하는 기계로 변하며 주어진 것 이외의 가능성을 창출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송련'의 하녀 '연아'가 홍등을 훔쳐 제방에 달고 그 등이 새빨간 빛으로 방을 물들이는 장면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그러진 욕망의 무서움을 보여 준다. 오로지 붉은색의 욕망으로 물들어진 공간에서 남성에게 모든 주도권과 목표 의식을 넘긴 '연아'는 무섭기도 하지만 안쓰럽고 측은함이 느껴진다.
봄이 오지 않는 저택
영화 속 계절의 변화를 주목해보면, 여름은 송련이 시집을 가서 진 어른 가문의 관습을 경험하는 계절이다. 홍등으로 상징되는 권력을 맛보고 다른 부인들을 탐색하는 시기이다. 가을은 '송련'이 진어른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이자 말도 안 되는 관습에 저항하는 시기이자 다른 부인과 관계가 깊어지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계절이다. 겨울은 '송련'이 본격적으로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집착하는 시기이다. 자신에 의해 '연아'가 죽고 셋째 부인의 외도가 발설돼 셋째 부인 또한 죽음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가 정신을 놓는 계절이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5번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홍등>에는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관습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의 가부장 사회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홍등은 매일 밤 켜질 것이다. 저택 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고 송련은 광인이 되었다. 그러나 저택에는 다섯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미쳐있는 송련의 모습을 보며 다섯 번 째 부인은 누구냐고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관습 속에서 사람들은 죽어날 것이고 미쳐갈 것이다. 저택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서성이는 송련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저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이 미쳐도,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왕래가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취적인 인물이 서서히 홍등으로 표현된 권력에 취해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특히 중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기에 더 의미가 깊다. 누구나 그 곳에선 송련, 진어른, 세 명의 부인, 연아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데올로기는 무섭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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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전주에서 니시카와 아사코 PD를 만나다.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 기자로서 2024년 5월 2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새벽의 모든> 프로듀서님인 니시카와 아사코 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아이는 귀족>, <아주 긴 변명>, <멋진 세계>, <더 피시 테일>등의 제작자로서 어떤 사람이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영화를 제작해 오셨던 것만큼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다. 정말 진지하고 세심하게 인터뷰해 주셨던 니시카와 아사코 프로듀서님과 나눈 대화를 전해보려 한다.
Q. 전주는 어떠셨나요? 영화제에 참여하시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인천에서 전주로 올 때 굉장히 멀었거든요. 정말 어느 정도의 시골까지 가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딱 와서 보니까 시골이 아니고 도심이어서 굉장히 놀랐고요. 지나가다 보면 영화제를 위해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포스터나 시설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런 걸 보며 영화제에 딱 최적화돼 있는 지역이구나 여기 있으면서 즐겨야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PD님이 제작하신 영화들을 챙겨 봤는데,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을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영화를 제작하실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지요.
A. 사실은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거나 장르물은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이 얼마만큼 드라마틱한지 잘 알기 때문에, 평범함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게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에 그 평범함을 그리는 것을 많이 다루고 싶습니다.
Q. 제작하신 영화 중, 가장 애정 가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원작은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소설이거든요. 그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
일본에서 어떤 한국 유학생이 누군가를 돕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뒷 배경에는 그 학생을 또 구하려고 했던 일본의 카메라맨이 있어요. 그 카메라맨에 대한 얘기인데 이 영화는 그 당시 그 사건 얘기가 아니라 어렸을 적 젊었을 때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그렸어요. 그 캐릭터가 가장 지금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두 분 다 죽었는데 이제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친구가 굉장히 평범한 대학생이고 청춘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친구들이 라디오나 뉴스로 그 사건을 듣게 됩니다. 내 친구인데, 그 친구가 죽었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그리는 영화입니다.
*요코미치 요노스케 - 한국 제목으로는 요노스케 이야기.
*2001년 1월 26일 JR동일본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 승객 추락사고
영화 <멋진 세계>
Q. 저는 멋진 세계의 주인공인 미카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실은 그 미카미라는 주인공은 어떤 의미의 그런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으로,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자기가 이미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기 때문에 내가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거죠. 그의 시선으로 그 살인자의 시선으로 보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 내가 가고 싶어도 손이 안 닿는 생활, 그러한 생활을 약간 이상적으로 나도 저기 가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그 주변 사람들을 아주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영화 <그 아이는 귀족>
Q. 그 아이는 귀족이라는 작품에서는 막연한 동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귀족이라고 그려지는 사람 또한 그 다른 일상을 원하는 동경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후의 그들이 삶이 어떨지 또 궁금합니다.
A. 그 영화 이야기의 가장 큰 포인트는 솔직히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특히나 일본에서는 신분의 격차 이런 게 사실 없다고 저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우리 다 똑같은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각각 그 격차, '귀족이라는 계급이 있어서 귀족들이랑 교류를 못하고 이런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격차가 있어요'라는 것을 가시화하기 위한 영화가 그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예요. 근데 영화에서 그래서 각자가 가진 숙명 같은 게 각각 다 있는데 그 숙명을 넘어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거를 그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면서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 경제적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를 꼭 실행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그거에 대해서 이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그 사람들이 각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가 그 영화에 표현이 돼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영화에는 하나코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자기가 원하는 거를 계속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고요. 또, 미키는 그 안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하고 그대로 인생을 짓기 시작을 해요. 근데 그 안에 정말로 내가 생각대로 다 안 돼 어떻게 거지 하고 싶은데라고 하다가 포기를 하고 그냥 이대로 살자라고 하는 게 코이치로라는 주인공이에요. 이런 3인 3색을 그대로 그려냈던 영화입니다.
영화 <새벽의 모든>
Q. 이번 영화 새벽의 모든에서 이제 원작 소설을 좀 보셨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반영되기를 좀 바라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A. 일단은 소설을 읽고 가장 큰 것은 PMS와 공황장애 였습니다. 이 소재는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대로 살렸고요. 그다음에 두 사람의 이런 애매한 이런 관계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드렸어요.
그리고 이제 원작에서는 구리타 금속이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인데 거기에 나오는 일하시는 아저씨들 원래 소설이 아마 우리 영화보다 조금 더 연세가 더 있는 설정이거든요. 근데 그분들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은 반드시 살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Q. 이번 제작 과정에서 좀 힘드셨던 점과 좀 제일 인상 깊었던 그러니까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신가요?
A. 일단 첫 번째로 이제 가장 힘들었던 게 이 기획이 이제 예를 들어서 이제 제작되기 2년 전부터 이제 이 기획이 나와서 사실은 소설을 보고 그 소설 내용이 있는 것만으로 먼저 캐스팅을 했거든요. 배우들이 캐스팅을 했는데 캐스팅을 하면서 감독님한테 별도로 또 의뢰를 드렸죠. 그리고 시나리오가 나중에 나오게 되잖아요. 그러다 근데 그 기간이 딱 코로나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만나지 못하는데 캐스팅해야 되고, 만나지 못하는데 시나리오를 제작해야 되니까 회의를 계속 연속해야 되고 하는 그런 약간 좀 확실하게 뭔가가 다가오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힘들었어요.
촬영장에서도 코로나를 굉장히 조심해서 촬영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식사도 그렇고 촬영 시간도 그렇고 약간 굉장히 제한이 좀 많았거든요. 근데 그중에 또 코로나 걸린 사람이 또 나와요. 그러면 그 걸린 사람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촬영을 진행해야 될지와 같은 대처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희가 이제 촬영을 딱 시작했을 때, 출연하는 배우들이 일본에서 굉장히 핫한 배우들이거든요. 이 두 사람이 날이 굉장히 좋은 날 걸어가며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을 하는 씬이 있었어요. 촬영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사람들 한두 명 3명 보더니 사진을 찍고 이걸 SNS에 올리고 이러니까 이런 통제가 안 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촬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 전에 스텝 거의 전체를 다 모아서 약간 워크숍 같은 걸 했어요. 원래는 워크숍을 하지 않아서 1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하는데도 그 스텝이 있는데도 이름도 잘 모르고 제대로 이렇게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루 워크숍을 했어요. 워크숍을 했더니 그 효과가 정말 좋았어요. 예를 들어서 서로서로 옆에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니까 이름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개성도 각각 다 알게 되고, 서로가 어떤 사람들인 하루 만에 파악이 좀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을 시작을 했을 때 굉장히 편하게 현장을 시작을 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의 분위기처럼 똑같이 우리가 촬영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거를 촬영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들이 얘기를 촬영하고 나서도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그래서 그 워크숍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Q.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약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뤄야 할 성취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일단 이게 굉장히 마음에 확 와닿는 질문인 게 사실은 지금 저 자체가 아마 일을 시작한 이 타이밍 일반사보다는 좀 늦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 빈둥빈둥 대는 시기가 한 3년 정도 있어서 아마 같은 연배의 친구들이나 이 사람들에 비하면 차이가 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 자체가 좀 늦게 시작을 하다 보니 일을 딱 시작을 했을 때, 뭘 해도 주변이 나보다 어린 사람들 동기들이 다 어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근데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랑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뭔가를 해야 되는데 그게 또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굉장히 사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저는 자기 페이스를 잘 잡고 그 타이밍을 잘 지켜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어떤 불교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윤회로 다시 태어나는 게 12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12번 그 인생을 다시 이제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몇 번째 지금 태어난 걸까 몇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고 생각했을 때 나보다 훨씬 어린데 훨씬 모든 걸 엄청 많이 알고 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있을 수 있잖아요.
저 사람 10번 11번 어쩌면 12번일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럼 나는 뭐지 나는 첫 번째야 첫 번째니까 지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천천히 나가자. 그러면 나도 결국에는 12번 산 사람처럼 저렇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 페이스를 지키자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은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굉장히 큰 직책 이런 거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마 그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을 했을 때 행복한 게 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행복을 뭘로 채워야 될지를 생각하는 게 어떤 의미에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아까 처음에 질문에 성취가 늦다는 이 늦음이 사실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이랑 비교해서 내가 이것보다는 내가 그 행복을 어떤 걸로 채워나갈지라는 거를 생각하 가장 중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영화도 각자의 행복 추구에 굉장히 많이 포인트를 두고 제작을 해 왔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Q. 이때까지 영화를 제작하시면서 제일 케미가 좀 잘 맞았던 감독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근데 이제 지금 미야케 감독님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이번에 처음 이제 일을 하죠. 일을 지금 했거든요. 근데 너무너무 이제 되게 훌륭하신 분이고 사실 10살 차이가 나요. 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배우는 부분이 많아가지고 너무 훌륭합니다. 누군지는 밝힐 수가 없네요 (웃음)
가장 길게 같이 일을 한 분은 니시카와 미와상이에요. 대학 졸업했을 때부터 이제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같이 이제 만났는데, 이제 서로서로 마음도 터놓는 그런 사이예요. 소설도 쓰면서 사람에 대한 관찰력 또한 굉장히 예리해요. 그러다 보니까 옆에 있으면 어떤 열등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 지만 굉장히 그 사람이 이제 많은 거를 깊이 생각하고 그릇이 엄청 큰 사람입니다. 그래서 존경을 하는 분 중에 한 명이기도 하죠.
많은 감독님분들과 지금까지 작업을 해봤는데요. 지금 PD로서 내가 그분들한테 어떤 거를 제공할 수 있을지 항상 일 시작할 때 불안하기도 하고 하고 어떤 걸 또 드려야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분들도 있잖아요. 근데 이제 항상 일을 같이 하고 싶을 때 내가 어떤 도움이 가능한지를 가장 먼저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어떤 분이랑 일을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부 최대한 찾아서 그분이랑 맞춰나가면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작하시는 영화들이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것도 있잖아요. 이제 조금씩 이제 개봉을 하고 있는데 한국과의 합작도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개봉을 못한 영화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분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게 좀 많거든요.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한국이랑은 예전부터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많이 했는데 이제 코 프로덕션이라고 해서 그 사전 작업에 일본이 예전에 인정을 하지 않았어요. 한 획으로 쫙 다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코 프로덕션을 지금 어느 정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돼서 한국이랑 같이 협조를 해서 뭔가를 할 수 있게끔 합작을 할 수 있게끔 향후 그런 방향으로 좀 추구를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 현재 일본의 감독님들이 영어가 안 되는 부분이 좀 많아요. 그래서 어딘가 협업하자 나가자 같이 하자 이러면 굉장히 좀 주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국내 제작에 이제 그쳐 있는 분들이 좀 많거든요. 근데 공유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랑 협업을 했으면 좋겠는 게 예를 들어서 이제 그 아이는 기존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여성에 대한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공감 가능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감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서 같이 만들어서 같이 뭔가를 색깔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야겠다는 계기가 있으셨나요?
A. 학생 때 직접 이제 자주 영화, 독립 영화 같은 것을 좀 제작했었어요. 근데 그때도 사실은 난 디렉터가 돼야지라고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계속 그때도 영화를 제작할 때 '이 많은 스태프들이 다 같이 제작을 했는데 이거를 어떻게 보여주지?' '우리의 이런 작업들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앞으로 직업으로 영화 쪽에서 일을 하려고 했을 때 예를 들어서 만들어진 영화 또는 만드는 영화에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이제 예를 들어서 공연이 가능하지 내가 뭐를 할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을 했어요. 어떤 의미의 이 디렉터 피드라는 입장이 관객이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내가 보고 싶은 거 또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거 어떻게 해서 제공을 하면 난 볼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일반 관객들이랑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일반인 가장 비전문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포지션에서 일을 하는 게 나한테는 가장 맞지 않을까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뭔가 계기로 이걸 돼야지라고 한 건 아니고 옛날부터 계속 생각을 해왔다는 게 정답일 것 같아요.
Q. 그럼 혹시 연출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놀라며 손사레를 치셨다.)
연출은 전혀 생각이 없지만 대신에 아까부터 이제 예를 들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작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일단은 만들기 위한 기획이 필요하고 만들고 나서 배급 어떻게 보여드려서 어떻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봐줄 수 있어 생각을 하잖아요. 이게 큰 틀에서의 연출이라고 만약에 생각을 한다면 우리 PD들도 연출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우리가 이거를 만들어서 누구한테 보여주는 이 단계에서의 그 많은 분들한테 보여줄 거를 생각을 하는 요 일만 하는 거지 내가 뭔가 디렉션을 해가지고 연출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자 이런 생각은 전혀 없고 연출의 일부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새벽의 모든>을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일단 그전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PMS나 영화 속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회사를 쉴 수 있다거나 또는 남녀 관계없이 저 그래가지고 좀 그래요.라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요?
Q 그러니까 할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되어 있지만 사회적으로 눈치를 좀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날 쉬는 날에 이제 직장 동료들이 이제 나의 업무를 이제 떠맡아야 되다 보니 암묵적으로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A. 베를린이나 프랑스와 같은 곳을 가면 아니 저 당연한 거를 왜 영화까지 해서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되지 이런 국가들도 있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한국이 일본이랑 같이 그런 상황이라면 남녀 누구든 다 이 영화를 봐 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게 어떤 문제를 이제 그들이 갖고 있는지를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적어도 저런 문제가 있구나라는 걸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그게 이제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같이 호흡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PMS도 그렇고 공황장애도 그렇고 그 외에 다른 증상들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또,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야케 쇼 감독님이 만든 영화, 영화로서의 즐거움도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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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주 최신 개봉영화(강릉,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1984 최동원, 뉴오더, 아담스 패밀리2)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강릉 #태양은움직이지않는다 #1984최동원 #뉴오더 #아담스패밀리2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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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 리메이크 / 로코의 정석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진영 다현 / 대만 원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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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1899> 공식 티저 예고편
- 장대한 항해의 시작. 한편, 이 여정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전 세계 평단에서 호평받은 시리즈 《다크》의 제작진이 1899년의 케르베로스호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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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필리아> 메인 예고편
“드디어 내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왔군요”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오필리아는 왕비 거트루드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오필리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