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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q2025-05-06 16:18:43

[JEONJU IFF 데일리] 결국 세상은 품위를 잃지 않을 것,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

영화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 리뷰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했다. 흔히들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공존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 왔다. 사람들은 기존의 것들을 복잡하고 지루한 것으로 여기고, 짧은 길이의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조금 더 쉽게, 간단하게,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귀에 메시지를 집어넣는지의 전쟁터가 됐다. 이 흐름에서 우리는 어떻게 품위있는 모습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품위는 지켜질 수 있을까.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가 보여주는 슬로바키아 정치의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

Ms. President

 

 

 

Cast

감독: 마레크 술리크

출연: 주자나 차푸토바

 

시놉시스

주자나 차푸토바는 위기에 처한 슬로바키아에서 5년 동안 더러운 정치판을 품위 있게 헤쳐 나가며 가장 신뢰 받는 대통령으로 자리 잡았다. 제작진은 5년 동안 그녀를 따라 다니며 밀착 취재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경쟁하는 고위 정치계에서 인간적이고 열린 접근 방식을 취하려고 노력한 한 여성에 대한 놀랍도록 친밀한 초상화.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는 주자나 차푸토바라는 제5대 슬로바키아 대통령의 대통령 선출부터 퇴임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차푸토바는 진보 슬로바키아당 출신의 인물로, 정치계와 범죄 조직 간의 유착 관계를 밝히려던 얀이라는 기자가 암살당하면서 일어난 사회적 반발심을 업고 대선에 출마한다. 차푸토바가 출마하면서 내세웠던 핵심적인 가치는 품위였다. 민주주의는 품위로 지켜져야 하며, 품위 있는 정치가 바로 선 슬로바키아를 만든다는 것이다. 품위보다는 오히려 천박함, 수사적인 말들보다 쉽고 저급한 메시지들이 표심을 흔드는 현시대에 적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품위에 손을 들었다. 범죄 조직과 유착한 정치인들을 주류에서 밀어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5, 그녀에게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함께 심판의 시간이 찾아왔다. 영화는 대통령으로서의 차푸토바가 임기 동안 어떻게 일했는지를 다큐멘터리적으로 잘 담아낸다. <저항의 기록>에서는 서류철을 순서대로 꽂아 정리한 셈이었다면,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는 하나의 이야기를 잘 정돈한 것으로 느껴진다. 원제가 Ms. President라는 점에서, 여성 대통령이라는 특성을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차푸토바는 민주주의의 품위, 품위있는 정치를 앞세워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금세 차푸토바의 권위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한다. 모두가 예상할 법한 전개로 이어진다. 차푸토바가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여론 흔들기를 시작한다. 차푸토바의 정책과 노력의 방향에 오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치권이나 음모론자, 미디어의 급부상으로 핵심 세력이 된 사이버 렉카들은 차푸토바가 여성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성적 모욕은 물론이고, 차푸토바가 한 가정의 어머니라는 점을 이용한다. 그들은 사저 앞에서 차푸토바 가족, 특히 자녀들을 향해 위협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만약 차푸토바가 남성이었다면, 정치권을 비롯한 속칭 차푸토바 반대세력은 이런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특히 성적 모욕에 관한 부분에서 말이다.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는 그런 점에서 그녀의 임기 동안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니면서도 여성이 정치권에서 겪는 고충을 잘 담아내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겪는 고난들을 기반으로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이라는 부가적인 이야기를 그 층위에 잘 쌓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원제와 시놉시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시피, 이 영화는 차푸토바의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치하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여성이 할 수 있는 것들,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중점인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차푸토바의 인간적인 면들을 담아내는 데에 힘을 다한다. 나는 영화가 시작할 무렵에 스크린에 비쳤던 차푸토바의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진 상황, 당선 소감을 밝히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이었다. 긴장한 모습과 은근한 부담감이 엿보이는 미소였지만, 그 자체로 그녀도 한 사람이었음을 단 1초 남짓한 시간에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유독 차푸토바의 임기는 순탄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임기 동안 사회적 고난들이 거세게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 팬데믹이 찾아왔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LGBT 커뮤니티 일원이 살해를 당하는 테러가 일어났다. 고난이 연속으로 찾아오는 그 과정에서 영화는 차푸토바가 쉴 틈 없이 보좌관들과 끊임없이 일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는다. 보는 사람들마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상황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차푸토바는 대통령으로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녀를 여성으로서 무너지지 않은 것을 위대하게 평가하고자 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그녀의 강인함을 자연스럽게 영화로 녹여낸다. 여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닌 점은 메시지의 설득력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점이라고 본다. 최근 세계적으로 PC주의, 정치적 올바름에 싫증을 내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그들에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푸토바는 대통령으로서 그 강인함을 보여줬고, 슬로바키아의 희망으로서 일어섰다. 그러나 흔들기는 금세 그 효과를 보여준다. 내각은 투표를 통해 마피아 연루에 핵심이었던 피초 총리의 것으로 되어갔고, 대통령 또한 피초 총리가 대표로 있는 사민당 출신의 펠레그리니가 당선되면서 차푸토바의 후임이 됐다. 정치적 스캔들이 있었던 정당이었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정치적 격변이 다시 한 번 사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차푸토바는 그런 사회의 변화 속에서 재선을 바라는 지지자들에게 그녀의 가치를 재차 강조한다. 품위, 그것은 차푸토바를 만들었고 슬로바키아의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차푸토바는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퇴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는 희망의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 차푸토바는 품위와 품격을, 상식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딛고 대통령이 됐다. 그녀도 퇴임 연설에서 그 사실을 강조한다. 세상은 결국 올바르게 돌아갈 것이다. 여성으로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한 리더로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차푸토바가 올라선 것처럼. 그리고 그녀를 대통령으로 임명한 국민의 높은 의식이 있기에. 상식은 지켜질 것이고, 품위는 그 힘을 잃지 않을 것이다. 차푸토바는 퇴임하면서 사민당의 그들을 지켜주기를, 존중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도 민주주의라는 질서 안에서 기회를 얻었으니, 그들에게 품격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품위는 느리더라도 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차푸토바도 우리도 영화의 끝에 서서 다짐해야 한다. 세상은 결국 진보할 것이라는 것을.

 

 

 

상영 일정

2025. 05. 01() CGV전주고사 213:30

2025. 05. 05() CGV전주고사 213:30

2025. 05. 09() CGV전주고사 217:00

 

 

 

전주국제영화제는 430~59일 동안 개최됩니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작성자 . oq

출처 . https://brunch.co.kr/@sangok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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