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nium2025-05-07 00:44:13
시대을 관통해 이어지는 음식 레시피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
영화 <라따뚜이> 리뷰
**스포일러 포함 리뷰**
2007년 개봉한 <라따뚜이>는 서로 양립이 불가해 보이는 ‘쥐’와 ‘요리’라는 두 가지 소재를 픽사 만의 상상력을 더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참신한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전달한 이 영화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각본상, 음악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쥐가 요리를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많은 동물들 중, 왜 쥐를 주인공을 설정하였을까. 영화 속에서도 쥐 떼들이 부엌을 점령하여 요리하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해도) 설정이 과하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주인공 레미를 쥐로 설정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쥐라는 사실은 레미가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하는 태생적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미는 요리사를 꿈 꾸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쥐라는 신분에서 기인한 다양한 편견, 혐오, 위협을 마주한다. 극의 초반 부터 레미는 집 주인 할머니에게 무리의 보금자리가 발각되자 총을 피해 하수구 아래로 흘러들어간다. 이후 파리에 도착한 레미는 낭만적 풍경을 느끼는 것도 잠시, 곧 구스토의 레스토랑 부엌으로 잘못 들어가 죽을 뻔한 위험에 처한다. 극의 초반부에서, 레미의 우선순위는 쥐라는 태생적 특성에 기인한 자신의 생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링귀니를 제안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요리할 기회를 얻은 레미는 비로소 자신의 꿈을 마음껏 실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감춰진 주인공의 운명이 그렇듯, 레미는 숨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점점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가는 가족들과 인간들이 전시해 놓은 쥐 시체들을 본 레미는 자신의 존재가 인간들에게는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레미가 쥐로서 겪는 차별과 제약에는 현실에서 태생적인 특성을 이유로 편견과 혐오를 겪는 여러 약자 및 소수자들의 현실을 떠올릴 수 있다.
이후 안톤 이고의 방문을 앞두고 레미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낀 링귀니는 그동안 숨겨왔던 레미의 존재를 동료들에게 고백한다. 동료들은 링귀니의 비밀에 충격을 받고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고 콜레트마저 링귀니와 레미의 곁을 떠나버린다. 안톤 이고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 레미는 자신의 쥐 동료들을 동원하여 부방을 진두지휘한다. 링귀니는 요리 대신 음식을 서빙하며 실력을 발휘하고 떠났던 콜레트도 다시 돌아와 레미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레미가 선보인 첫 번째 요리는 바로 시골에서 온 본인과 닮은 소박한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였다.
이처럼 <라따뚜이>는 쥐로서 겪는 편견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요리사라는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은 레미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엌에서 음식을 요리하는 쥐’라는 극적 설정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시선, 제약에 굴하지 말고 원하는 꿈을 위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확고한 주제는 구스토의 대사인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Anyone can cook)” 라는 말을 탁월하게 뒷받침하며 우리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픽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이 작품은 시대를 관통해 전해져 오는 음식 레시피처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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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또한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또 다시 시작된 한 주의 시작이지만
곧 다가올 2021년 연말을 준비하며, 남은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도 다가올 2022년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준비하여
여러분들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콘텐츠는 크리스마스 연휴였던 지난 12월 24일, 25일, 26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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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저번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2월 24일~26일) 관객 수 100만 6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482만 6673명입니다.
이로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올해 최다 관객 흥행작인 <모가디슈>(362만명)은 물론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누적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명)의 기록까지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다시 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 강화로 인해서 극장의 영업시간 제한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시기,
특히 크리스마스 당일에만 60만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동원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2주 차에 접어들었다는 것인데요. 단 기간에 최다 관객를 기록한만큼
앞으로 얼마만큼의 관객 수를 더 불러모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NEW)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2월 22일 개봉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24~26일) 주말 관객 수 29만 2165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40만 565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선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개봉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새로운 배우들이 뭉쳐 완전히 새로운 '킹스맨'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 그린 작품입니다.
언론과 평단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영화를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극찬이 주를 이루고 있는만큼,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순위도 궁금해집니다.
3위. <매트릭스: 리저렉션>(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18년 만에 돌아온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설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24~26일)동안 주말 관객 수 9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5만 7123명입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인생 작품으로 손꼽히는 레전드 영화입니다.
그래서 18년만에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한다고 했을땐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가 컸을텐데요.
지난 12월 22일 개봉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관람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한 상황입니다.
물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독주와 더불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개봉시기와 겹친 부분도 영향이 없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 관람객들의 대부분은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아쉽다는 평이 많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만의 엄청난 액션 등의 볼거리 마저 많이 실망했다는 평이 많네요.
▶씨네픽의 이번 주 80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4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18년 만에 돌아온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포함한 주말 박스오피스와 이번 주에도 많은 관심으로 이벤트에 참가해주신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한 박스오피스 결과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먼저 12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6%, 여성 34%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5%,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 80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0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는 물론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3위 - <매트릭스:리저렉션>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0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92%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49%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그리고 50%의 참가자가<매트릭스: 리저렉션>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0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146명 입니다.
제 80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1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2만 312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0만 9787명을 기록했습니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개봉 속에도 꿋꿋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크리스마스 연휴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영화 관객들의 관람 영향으로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위. <신데렐라 2: 마법에 걸린 왕자>(▲41)
▶주말 박스오피스 41위 상승한 애니메이션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080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0576명을 기록했습니다.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는 디즈니의 대표 프린세스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용감하고 당찬 공주 '신데렐라'가 마법에 걸린 왕자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신비한 생명석을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마법 같은 모험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역시나 크리스마스 연휴 시기에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의 관객 수의 영향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5위에 등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한 동일한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24일~26일) $81,500,000 (한화 약 96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467,331,855 (한화 약 5,543억)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얼마만큼의 흥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 북미박스오피스 2위는 <sing 2>는 유니버설픽처스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2016년 제작된 영화 <Sing>의 후속편으로 전편에서 한때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매튜 맥커너히)는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열게 됩니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인 이들이 꿈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고의 쇼를 선보인다는 내용인데요.
매튜 맥커너히는 물론 리즈 위더스푼, 스칼릿 조핸슨, 태런 에저튼, 그리고 퍼렐 윌리엄스 등이 극 중 주인공들의 목소리 역을 맡으면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국내개봉은 2022년 1월 5일 개봉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북미박스오피스 3위와 4위는 각각 <매트릭스: 리저렉션>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주말동안 $12,000,000 (한화 약 142억), 총 누적 매출액은 $22,500,000(한화 약 266억) 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같은 기간동안 $6,350,000(한화 약 75억), 총 누적 매출액은 $10,025,412(한화 약 118억)을 기록했습니다.
▶ 북미박스오피스 5위는 <American Underdog>입니다.
<American Underdog> 크리스마스 당일날 개봉하여 $6,200,000(한화 약 7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American Underdog>은 미국프로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커트 워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약 10년 남짓의 선수생활을 하면서 2번의 MVP와 슈퍼볼 챔피언, 슈퍼볼 MVP, 4번의 프로보울, 그리고 퍼스트팀 올-프로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남긴 전설적 미국프로축구 플레이어라고 하는데요.
연출은 <우드론>, <아이 캔 온리 매거진>, <아이 스틸 빌리브>등을 연출한 어윈 브라더스가 맡았으며,
<샤잠!>의 재커리 레비가 '커트 워너'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아직 국내에는 개봉 미예정인 작품이라서, 국내 개봉 소식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12월의 넷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예측한 박스오피스 순위와 어느정도 일치하셨나요?
씨네픽은 여러분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측 이벤트에 참여함으로써
상금도 받아가실 수 있는 '영화적 놀이터'를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2021년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씨네픽 다음 콘텐츠는 2022년 1월 3일, 월요일날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새해 복 많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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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파민 시대에 찾아온 으른의 로맨스
한국의 워킹타이틀. 개인적으로 명필름의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접속>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후아유>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로코물은 다 명필름에서 나왔다. 심재명 대표 또한 한 때는 한국의 워킹 타이틀을 꿈꿨다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11년 만에 명필름에서 내놓은 <싱글 인 서울>은 그래서 기대한 작품이다. 이번엔 어떤 사랑 이야기를 가져왔을까? 뚜껑을 열어보니 첫사랑에 관한 달콤 쌉싸름한 퍼즐 맞추기를 하듯 명필름 표 으른의 현실 로맨스가 담겨있었다.
얼굴은 말끔하고 호소력 있는 보이스 소유자 논술학원 강사 영호(이동욱)는 혼자다.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다’라고 가차 없이 말하는 그는 혼자가 좋아서 싱글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동네북 대표 진표(장현성)로부터 서울에서 혼자 사는 남자의 삶을 다룬 에세이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에세이 ‘싱글 인 더 시티’ 중 서울 편을 맡아달라는 것. 동네북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 SNS만 봐도 까칠함이 느껴지고, 바르셀로나 편의 이야기와 톤앤매너가 잘 맞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영호와의 작업을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그러질 뻔한 책 출판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잡는다. 책을 만들기 위해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직원들은 영호의 글과 바르셀로나 편을 집필하는 홍 작가(이솜)의 일부 에피소드가 겹친다는 걸 알아챈다.
<싱글 인 서울>을 보면 휴 그랜트,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이 책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하나의 공동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남녀가 가까워진다는 로맨스 공식은 동일하다.
이처럼 서로 상극처럼 보이는 영호와 현진의 공통점은 딱 하나, 바로 싱글이다. 물론, 자의적, 타의적 싱글이라는 건 다른점. 특히 영호는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금 겪지 않기 위해 싱글을 자처하는 인물인데, 원문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편집자처럼 현진은 과거 그의 아픔을 확인하고, 그 외로움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들은 싸우고, 대립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책도 사랑도 완성한다.
<싱글 인 서울>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 부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점이다. 감독은 영호가 가진 첫사랑의 기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기억인가를 밝힌다. 당시 여자의 입장은 어땠는지, 그녀 또한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헤어진 이유는 무엇인지를 영호가 아닌 첫사랑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호의 기억은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는 게 아닌 지질하고 이기적이었던 과거의 본모습을 감추려는 방어기제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작은 반전은 대부분의 첫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게 낯 뜨거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대를 전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과거 왜곡된 사랑의 민낯을 마주하고 이를 잘 봉합해야 그다음 사랑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 부분은 명필름이 만든 로코물 또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식이 동생 광태> <건축학개론> 등의 작품에서 첫사랑은 남자의 시각으로 펼쳐져 왔다. 그 자체로서 사랑에 울고 웃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게 혼자가 아닌 둘이 한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은 존재했다. 명필름은 오랜만에 내놓는 로코물인 이 작품을 통해서 그 단점을 메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랑을 바라보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서로 다른 이들이 사랑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 또한 한 단계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랑이 사치인 시대에서 이 공식은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는 게 현실. <싱글 인 서울>은 이 부분을 반영하듯 싱글 라이프를 전면에 내세우고 현실 로맨스를 그린다. 하지만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서 이들의 현실 로코는 아무래도 밋밋해 보인다.
가장 아쉬운 건 후반부 사랑과 성장의 엣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김주혁)의 축가 장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바닷가 고백 장면 등 과거 철없던 첫사랑의 매듭을 짓고, 사랑했던 이를 보내며 자신 또한 한 단계 성장하는 극적인 장면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영호가 읽은 책의 실체를 확인하고 홍작가와 서로 응원 및 화해를 하지만 임팩트는 약하다.
여기에 후반부 영호의 첫사랑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면서 현진의 캐릭터가 다소 축소되고, 그동안 견고히 쌓았던 이들의 로맨스 감정이 분산된다. 윤문으로 방향을 살짝 튼 이야기가 도리어 초안의 맛을 앗아간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마음을 부여잡는 건 과하지 않고 담백한 현실 로맨스를 그린 임수정, 이동욱의 연기다. 현실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는 동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은 없던 호감도 생긴다. 여기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서울의 아름다운 명소가 분위기를 만든다. 영호의 카메라에 담기거나 이들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낭만적인 장소, 김현철의 ‘오랜만에’, 악뮤의 ‘오랜 날 오랜 밤’ 등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 등은 판타지는 덜하지만 현실적인 으른의 로맨스를 살리는 일등공신! 사랑의 아픔 때문에 주저하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깨달음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 싱글에게 썸은 더이상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니까!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0 /5.0
한줄평: 애들은 가라~ 명필름 표 으른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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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주 차 OTT 공개·종료 예정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이번 주에는 어떤 작품이 공개되고,
또 어떤 작품이 서비스가 종료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송가인 더 드라마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공연 실황 | 한국 | 83분
감독: 이태
출연: 송가인
공개일: 2022.03.04줄거리
대한민국 트로트 신드롬의 주역, 차세대 트롯 스타를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진’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
송가인이 말하는 4200여 명의 팬들과 함께 한 뜨거웠던 그 순간.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그날의 생생한 감동!
포인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1차 판매분이 모두 매진되어 전국 상영관을 추가로 확대하고, 상영 횟수까지 늘렸다고 하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콘서트에 가기 힘든 요즘, 집에서 작은 콘서트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보이지 않는 끈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코미디 | 이탈리아 | 108분
감독: 마르코 S. 푸치니
출연: 필리포 티미, 프란체스코 사아나, 프란테스코 게기
공개일: 2022.03.04줄거리
십대 레오네는 고등학교 졸업작품으로 게이 부부를 아버지로 둔 자신의 가족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자신의 출생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는다.
이 작품은 전통적 가족관계가 아닌 게이/레즈비언과 같은 새로운 가족관계를 다룬 영상물
포인트
줄거리와 예고편을 보니 가족관계뿐만 아니라 친구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굉장히 감동적인 영화이자 생각의 변화 혹은 생각을 넓혀주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로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너의 거짓말이 좋아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IMDB개요: 로맨스 | 필리핀 | 99분
감독: RC 델로스 레예스
출연: 시엔 림, 카일리 베르조사
공개일: 2022.03.04줄거리
이상형인 남자의 죽은 아내 영혼을 보게 된 영매가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고스트 로맨틱 코미디
포인트
필리핀에서 제작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인데요. 평소에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거나 킬링타임용 영화를 찾고 계신 분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호흡
왓챠 / 종료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드라마 | 한국 | 104분
감독: 권만기
출연: 윤지혜, 김대건, 김수현
종료일: 2022.03.06줄거리
아이를 납치했던 자신의 범죄에 짓눌려 사는 ‘정주’. 납치되었던 그날 이후로 인생이 무너져 내린 ‘민구’. 다시 마주친 두 사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악연의 소용돌이.
포인트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KTH상 2관왕,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강력한 소재 덕분에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인데요. 강렬한 소재와 주연 배우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영화입니다.
전여빈 배우 주연의 영화 <죄 많은 소녀>와 결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죄 많은 소녀>를 인상 깊게 보신 분들께 이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로망
왓챠 / 종료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로맨스 | 한국 | 112분
감독: 이창근
출연: 이순재, 정영숙, 조한철
종료일: 2022.03.06줄거리
75세 조남봉과 71세 이매자는 치매 부부입니다. 결혼 45년차, 몸도 마음도 닮아진 부부는 이제 세상에 단둘만 있는 것처럼 삽니다.
매일 기억이 흐릿해지지만, 먹고 사느라 잊었던 로망은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올 것이 왔다 싶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포인트
도합 114년에 달하는 연기 경력을 지닌 배우 이순재, 정영숙의 명품 연기를 이 영화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그런지 영화의 내용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슬픈 영화, 가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
왓챠 / 종료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드라마 | 미국 | 110분
감독: 앤드류 어윈, 존 어윈
출연: J. 마이클 핀리, 데니스 퀘이드, 매들린 캐롤
종료일: 2022.03.06줄거리
음악과 잡동사니를 좋아하는 소년 ‘바트’. 그는 언제나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넌 한참 모자라, 꿈은 돈이 안돼”.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과 불행을 참지 못해 떠난 엄마.
지옥 같았던 유년 시절을 벗어나 밴드 머시미(Mercy Me)로 홀로 서보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는데…
“이제 용서하려 합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 위해 용기 내 아버지를 마주하는 ‘바트’. 과연, 상처 받은 아이의 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울릴 수 있을까?
포인트
빌보드 어덜트 컴템포러리 차트 5위, 빌보드 CCM 디지털 음원 판매 1위를 기록한 노래 'I can only imagine'의 탄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 93%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입니다.
(플립의 귀여운 여주인공 '매들린 캐롤'이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
실화 기반 영화,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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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의 손을 들어주는 첩보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지털 상으로 모든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가 등장하자 세계 각국은 혼란에 빠진다. IMF 역시 '에단 헌트'(톰 크루즈)에게 엔티티를 조종할 수 있는 열쇠를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에단은 엔티티를 조종하기보다는 파괴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엔티티는 인류의 미래까지 통제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이기 때문.
이에 에단은 상부의 명령을 거스르고 '일사'(레베카 페르구손), '벤지'(사이먼 페그), '루터'(빙 레임스)와 함께 엔티티의 열쇠를 지닌 미지의 여인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를 쫓는다. 그러나 엔티티의 대리자인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그의 앞에서 나타나면서 에단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함정에 빠진다.
<미션 임파서블>에게 기대 안 한 재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은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흥행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톰 크루즈의 존재감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하는 티켓 파워를 지녔다. 작년에도 <탑건: 메버릭>으로 자기 존재감을 증명했다.
또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장수 시리즈의 힘이 있다. 이 시리즈는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못해도 500만 관객을 기대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다. 믿고 보는 액션 영화인 점도 한몫한다. 보기만 해도 짜릿한 톰 크루즈 표 스턴트 액션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위의 기대를 모두 충족한다. 톰 크루즈는 여전히 우리의 '에단 헌트'다. 시리즈 내내 이어진 전통과 팀업 액션은 오래된 팬도, 새로운 팬도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션 임파서블>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은 맛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팝콘 무비 이상의 시의성과 통찰력이 그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빌런 '엔티티'가 있다.
'엔티티'와 '데드 레코닝'
엔티티는 낯선 존재다. 시리즈 최초로 등장한 인공지능 빌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된 모든 것을 해킹하는 엔티티는 모든 정보기관의 적이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따로 있다. 계산력이다. 모든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계산해 발생할 일을 예측한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사람들을 조종해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에단과 그의 팀은 잠시라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때마다 임무에 실패한다. 엔티티는 에단을 쥐고 흔든다. 제때 일사에게 가지 못하도. 또 공항에서는 cctv가 해킹당한다. 베니스에서도 통신망을 엔티티에게 내준다. 엔티티가 심고 만들어낸 두려움과 공황 때문에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이에 에단은 1과 0으로 이루어진 엔티티의 세상에 인간적인 방식으로 맞선다. 싸움을 아날로그 세상에 국한하면서 엔티티에게 일격을 가한다. 부제가 '데드 레코닝'인 이유이기도 하다. '데드 레코닝'은 항해 용어다. 추측항법을 말한다.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신 지도만 보고 경로를 정한다는 말이다.
기준점은 가브리엘이다. 엔티티에게 오류가 없을지언정 대리자인 가브리엘에게는 오류가 있기 때문. 에단 앞에서 그는 실수를 연발한다. 엔티티를 없앨 도구 중 하나인 키는 기차에서의 혈투 끝에 빼앗기고 만다. 엔티티의 예측대로 배신자가 될 운명인 패리스를 제거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 대가로 에단은 엔티티의 소스코드에 접근할 권한을 얻는다. 소스코드가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에 있다는 정보도 파악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의 충돌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기대치 않은 시의성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유다. 비록 종류는 같지 않아도 챗GPT를 비롯한 현실의 인공지능을 엔티티에 겹쳐 보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7>은 짜릿하다. 디지털 세계의 신이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인간 찬가는 부정하기 힘든 소구력이 있다.
인공지능과 첩보물의 만남
<미션 임파서블 7>의 인간 찬가는 다른 이유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불안감을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승화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모두 차지해 버린다면?' 같은 우려가 커진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 불안감을 첩보물답게 풀어낸다. 작중 전 세계는 위기에 빠졌다. CIA는 본인들이 만든 엔티티를 통제하지 못한다. 오히려 엔티티가 권력을 휘두른다. 어떤 국가의 기밀도 알 수 있고, 그 어떤 유력 정치인도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이 엔티티 손안에 있다. 모든 국가는 엔티티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엔티티의 권력을 손에 쥐려 한다.
사실 제 역할을 못하는 국가의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위기의 국가>에서 바우만과 보르도니가 지적한 바와 같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초국가적 자본, 기술, 조직에게 권력을 내줬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라고 보기 어렵다. '독립체(Entity)'라는 이름을 지닌 인공지능에게 끌려 다니는 첩보 기관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배경은 첩보원이 활약하기 가장 좋은 판이다. 첩보물은 국가의 역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 영화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다룬다. 첩보원, 첩보 기관, 국가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스펜스가 핵심이다. 달리 말해 과연 국가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질문을 던지는 장르다.
에단도 다르지 않다. 그는 IMF 소속이지만 미국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엔티티를 이용해 전 세계의 군사적 패권을 확보하려 하자 엔티티를 파괴하기 위해 열쇠를 쫓는다. 국가의 이익과 시민의 신념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묻는 셈이다.
이 질문은 에단을 추적하는 CIA 요원에게 향한다. 그들은 옳은 일을 한다는 처음의 확신을 잃고, 점차 고뇌에 빠진다. 누가 옳은 일을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기에 에단과 가브리엘의 갈등 못지않게 에단과 CIA의 추격전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
첩보물의 또 다른 매력
동시에 <미션 임파서블 7>은 첩보물의 다른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첩보 영화는 대부분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 마련이다. 흑백의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스파이 세계는 다양한 색을 지닌 개개인의 이야기를 짓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다. 특히 에단의 죄책감과 존재 의의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돋보인다. 이 감정을 히로인과 빌런에 제각기 투영해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우선 영화는 에단 헌트의 죄책감을 계속해서 부각한다. 그는 1편에서 팀 전체가 몰살당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는 임무 완수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뇌한다. 엔티티는 에단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일사와 그레이스 중 누구를 구할지. 그렇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에단은 굴하지 않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IMF에 들어온 선택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오프닝 대사처럼.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딛고 일어서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가브리엘이라는 빌런의 등장이 인상적인 이유다. 과거에 그는 에단과 같이 활동했던 여성을 살해했고, 에단은 이를 계기로 IMF 합류를 '선택' 했다. 가브리엘은 그의 선택과 존재 의의를 환기하는 존재인 셈이다.
가브리엘이 모든 미래를 예측하는 엔티티의 대리자라서 에단의 선택을 거듭 강조하는 연출은 더 의미심장하다. 자기 선택에 따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에단이 그레이스에게 선택지를 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 세계 첩보 기관의 표적이 된 그레이스에게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일러준다. 범죄로 점철된 과거를 버리고 IMF를 '선택'하라고.
이렇게 보면 <미션 임파서블 7>의 '데드 레코닝'은 단지 임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위치를 스스로 추정하고, 그다음 경로를 선택하는 추측항법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션 임파서블 7>이 스토리에 놀라며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블록버스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 액션으로 방점을 찍다
시의성 있는 소재, 본질을 꿰뚫는 장르, 인생을 통찰하는 드라마. 이들은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액션 안에서 하나 된다. 일례로 에단과 그레이스가 신뢰를 쌓고 한 팀이 되는 일련의 과정은 액션에서도 고스란히 표현된다. 로마에서 도망칠 때 오합지졸인 둘과 추락하는 기차에서 함께 사투를 벌이는 둘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사실 새로운 액션은 없다.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찍었다는 인상은 확실하다. 시퀀스 하나하나 버릴 것 없기 때문이다. 공항 추격전, 로마에서의 카 체이싱, 베니스에서의 육탄전, 마지막 기차 액션 시퀀스까지 모두 호흡이 길고 촘촘하게 짜여 있다. 사막에서의 오프닝 총격전도 짧지만 강렬하다. 그 덕분에 액션을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는 직관적으로 각인된다.
달리 말하면 톰 크루즈라는 스타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에단 헌트가 인공지능과 싸울 때 톰 크루즈는 영화 산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듯 보인다. CG로 점철된 블록버스터가 넘쳐 나고, 관객은 영화관을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지금. 톰 크루즈는 직접 발로 뛰면서 '무비 스타'의 가치를 증명한다. <탑건: 메버릭>처럼. 그래서일까? 두 차례나 나오는 톰 크루즈의 트레이드 마크, 전력 질주는 유달리 감동적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와 기대
다만 <미션 임파서블 7>에게도 단점이 있다. '파트 1'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다. 캐릭터 활용만 해도 약간 아쉽다. 그레이스가 대표적이다. 그녀가 다음 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엄연히 답답함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다. 인기 캐릭터인 일사 파우스트가 다소 허무하게 퇴장해서 아쉬움은 더 크다.
또 엔티티와의 결전을 위한 판을 깔아 두는 전개도 양날의 검이다. 생각보다 드라마가 많고, 스토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63분이라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긴 러닝 타임도 한몫한다. 다음 편에서 엔티티의 목적이 더 자세히 드러나야 비로소 서사가 완성된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 방증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깔끔한 결말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TWO>가 이번 편보다 더 짜릿할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톰 크루즈의 달리기에는 항상 진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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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참으면 돼. 아니, 너만 참으면 돼.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뒤로 가셔도 됩니다.
시끌벅적한 시장 입구. 차를 타고 상견례장에 도착한다. 부모를 창피해하는 듯 아닌 듯하는 딸과 예비 사된 내외를 기다리고, 각자의 자녀를 칭찬하고, 조금은 위태해 보였던 상견례는 끝이 난다.
주인공 오복은 상견례를 위해서 입었던 예쁜 옷을 입고, 구 시장 철거 반대대책위의 술자리에 합석한다. 가방에는 딸에게 줄 큰돈을 넣어둔 상태였다.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관람했던 터라 혹시 돈은 도둑맞는 것인가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가방을 단단하게 메고 귀가하는 오복을 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아침의 오복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숙취 때문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하던 찰나 지하철 계단에서 지나가던 학생이 말해준다.
"아주머니, 피..."
'그래. 영화가 진행되려면 뭔가의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라고 생각했고, 그 사건은 영락없이 오복이 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에 걸리면서 병원비에 드는 돈과 딸 결혼식에 드는 돈에 의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가 보다 했다. 그런 일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술 마시고 가라며 잡아끌던 그 손을 '더럽다'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말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목욕탕에 가서 씻고, 속옷을 빨고, 병원을 가고, 집에 눕는다. 벌써 안 쓴 지 한참 된 생리대를 다시 사용한다. 가족들은 가게에 나가지 않는 오복을 걱정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 몸이 안 좋으니까 했다. 그러는 중에 가해자는 오복의 집에도 다녀갔다. 걱정하는 척, 상황을 염탐하러 간 것으로 보였다. 아니, 사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전혀 인식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속앓이를 하던 오복은 대책위의 가장 어른에게 '사과'를 받아다 달라고 했다. 대면하기 조차 싫은 그 마음과 '왜', '무엇 때문에'를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를 너무나 알고 있기에 괜스레 눈물이 났다.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사과였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 오복에게는 '나만 참으면'의 주문이 작용했으리라.
다만, 그런 인내와 용서에는 진심 어린 사과가 동반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에 배 한 번 뜬 거라는 거지 같은 소리도 몸에 난 상처도 잘못했다는 사과 하나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오복도 그 시대의 사람이었기에, 그런 상황이 있을 때는 여자가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온 세대였기에 더욱이.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과는 받아지지 않았고, 시장에는 누군가가 피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대책위의 중심에 있었던 가해자를 다들 필요로 했다. 지금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공론화가 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될까 봐 다들 전전긍긍했다. 시장 안의 누구도 오복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물론 안 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복은 그가 단상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에게 정의로의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분명히 잘못한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그 상황을 오복은 지켜보아야만 했다.
결국 오복은 딸에게 이야기했고, 고소를 진행했다. 가해자는 오복을 직접 찾아왔다. 욕을 하고 물건을 발로 찼다. 오복은 바라지 않았던 '공론화'가 이뤄졌다. 이렇게 싸움이 끝날 줄 알았다. 피해자가 명확했고, 가해자가 명확했기에 그놈이 처벌받을 줄 알았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사정 모르는 남편 놈은 '그런 일은 여자가 응해주지 않으면 안 일어난다'는 소리나 해 댔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술에 잔뜩 취해서도 그랬다. 사과를 받아다 줄 생각도, 아내인 오복의 편에 서 줄 생각도 없었다. 다만 소유한 물건이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본인의 울분을 토해낼 뿐이었다.
증인을 해주기로 했던 사람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딸의 결혼식 날, 하혈이 멈췄다. 몸의 상처는 아물었다. 몸의 상처가 아물었으니 없던 일로 하라는 징조 같았다. 그렇게 어디서나 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에피소드'의 하나로 끝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오복은 호소문을 작성했다. 동생들을 가르치느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배우지 못해 맞춤법을 틀려도 괜찮았다. 평생을 해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시위도 해 봤는데, 이런 건 못해볼까 싶었다. 이제 말 많고 탈 많던 첫째 딸의 결혼식도 끝이 났다. 오복은 목에 피켓을 걸고 가해자의 앞에 섰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왜 제목이 갈매기인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았다.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의 영화를 찍더라도 제목을 갈매기리고 했을 것이라는 감독님의 말에 웃음이 났다. 갈매기의 Gull과 소녀의 Girl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에도 의미가 조금은 있었는데 발음이 전혀 다르다고 해서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영어 무지렁이가 들었을 때는 암만해도 비슷한 것 같지만.
질문의 기회가 있었다.
카메라가 움직임이 없이 바라보는 듯한 연출이 굉장히 많았는데,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많은 분들이 '핸드 헬드'기법을 추천했다고 한다. 오복의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보면 전혀 잔잔하지 않은 감정이지만) 스토리가 잔잔하게 보일 때는 그것만큼 잘 표현되는 것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개구리 기질이 있던 감독님은 그 얘기를 듣자 오히려 고정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정말 잘한 판단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야 '바라보는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복의 감정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것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리고 극 중에서 오복을 제외한 모두가 다 '당사자'가 아니다. 결국 지켜보는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촬영기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음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오복이 겪을 일을 소문으로 만들어 버리고, 피해자가 오복인 것만 숨긴 채 그의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시장 사람들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았다. 화두를 던지고, 반응이 어떻게 올지 기대하는 것 같은 그 사람들 말이다.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소재가 어려웠던 만큼 인터뷰나 사전 자료 모으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었다.
사실 내가 겪었던 일과 오버랩이 되었다. 타임라인이 상당히 유사했다. 아마 많은 피해자들의 타임라인이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 사실을 말해줬을까 싶었다. 특히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우리의 어머니 세대들은 그런 말을 더욱 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한참 준비하시던 시기에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실 고백 등의 타임라인을 많이 참고하였다고 했다. 피해를 받으신 분이 아니더라도 그 세대 분들의 생각을 담으려고도 많이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랬다. 공론화가 되었든 아니든 세상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었고,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직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피해를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가 증인이 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증거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어디까지 자신의 피해를 되돌아보고 파헤쳐야 하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성'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았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님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말을 하는 순간 피해자가 날아드는 화살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조연으로 많이 봐왔던 '정애화' 배우님의 오복 연기도 매우 좋았고, 모든 배우들이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분들 같은 느낌이라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셋째 딸 역할을 맡으셨던 김가빈 배우님이 감독님의 친언니였다는 것에는 실제로 막내딸인 감독님이 친언니가 철없는 막내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땠을까 싶어서 괜히 웃음이 났다.
성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갈매기>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올 때면 가해자에게도 이유와 변명과 서사가 있고, 피해자는 너무 처절하게 나와서 찝찝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갈매기>는 다르다. 어떤 이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너무 잔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같아서 속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찝찝하지 않다. 사실 모든 피해자에게는 결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참으라고 배워왔고, 참으라고 들어왔고, 참으라는 말로 스스로를 죽여왔지만 이제는 그러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의 오복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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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마음속 울림을 이해하는 것
코다 (CODA, 2021)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션 헤이더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말리 매트린,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사랑이란 마음속 울림을 이해하는 것
에릭 라티고 감독의 2014년작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작 <코다>
<코다>는 코다 루비와 그의 가족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낸다. 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 청각장애 아이를 말하며 루비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다.
<코다>라는 영화를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싱 스트리트>에서 첫사랑과 꿈에 빠진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던 퍼디아 월시 필로 배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싱 스트리트>이후로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한동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되다니. 그것도 새로운 음악영화로! 이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만큼의 존재감은 아니었지만.. 그의 새로운 노래를 짧게라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가족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인 루비는 어업을 하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새벽마다 고기를 잡고 경매장을 들락날락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일을 마치고 등교한 학교에선 가족들의 청각 장애를 주제로 한 놀림과 따돌림을 받지만 루비는 가족들에게 불평 한 번 하지 않는다. 10대 때 가질만한 꿈과 목표를 내려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말없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루비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루비는 수어를 사용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학습하고 수어를 통해 소통해왔다. 가족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루비에게 가장 편한 표현법은 자연스레 수어가 됐다. “노래 부를 때 느낌에 대해 설명해 봐”라는 미스터V의 질문에 루비는 입보다 손을 먼저 움직인다.
말이 없어 가장 조용하면서도 소음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온 루비는 학교라는 큰 사회에 부딪히기 전까진 말하는 방법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매일, 매시간 함께하는 가족들과 수어로 대화를 하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루비와 가족들에게 수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그들의 수어를 쉽게 이해해 주지 않았고, 가족들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잖아.”라고 체념하며 세상에서 점점 소외된다.
꿈 같은 건 딱히 없고 그저 아빠의 어업을 이어받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족의 틀안에만 갇혀있던 루비는 합창단을 시작하고, 마일스와 미스터 V를 만나면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온다. 가족들과 세상을 이어주던 유일한 통역사로서 가족들의 말을 전하는 것 외에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내지 못하고 담아두기만 했던 루비가 무대 위에 오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순간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루비는 크게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들어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왔고 가족들은 더 이상 루비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의 뒤편으로 숨을 필요는 없다. 입으로 말하는 언어도 손으로 말하는 언어도 모두 예쁘고 각자의 가치를 갖고 있는 소중한 언어다. 중요한 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는지 아닌지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울림과 마음이라는 걸 <코다>는 말하고 있다.
코다 시놉시스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루비는 음악을 듣고 루비의 가족들은 음악의 울림을 느낀다. 루비는 고기를 잡을 때마다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위로한다. 루비의 아빠 프랭크는 정확한 음을 듣진 못하지만 트럭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좋아한다. 강한 진동만을 느낄 수 있는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가 어떤 음을 가진 노래를 부르는지, 어떤 가사를 읊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루비의 마음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루비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족들은 루비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루비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며 자신의 이야기와 꿈을 저편으로 미뤄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목소리에 담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개인데 들어줄 사람도, 그럴 여유도 없었던 루비의 좁은 세상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미스터 V와 마일스가 등장하고 루비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다.
“너는 할 말이 있니?”
미스터 v는 루비에게 묻는다. 루비는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는 미스터 v에게 말 대신 수어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다. 미스터 v는 루비의 목소리와 수어에 담긴 마음을 읽고 루비를 돕기로 한다. 루비는 미스터v의 가르침을 받으며 가족들을 위해 꾹꾹 눌러왔던 말들을 노래에 담아낸다. 그리고 여느 10대처럼 첫사랑을 하고, 그 순간의 두근거림을 마음껏 느낀다. 꿈을 갖고 사랑을 하고. 가족들을 대신한 목소리가 아닌 내 마음속에 담긴 울림을 세상에 뱉어내는 루비의 모습이 이제야 여느 10대처럼 보인다.
“우리의 공동체는 따로 있어.”
가족들은 농인들은 농인들 만의 세계가 있다며 한계를 규정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프랭크와 재키는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루비에게 의지하고, 사람들의 입모양을 관찰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려 노력하는 레오를 아이 취급할 뿐이다.
가족들에게 루비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에 프랭크와 재키는 루비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 대학 대신 이제 막 풀리기 시작한 가족 사업을 위해 희생해 주기를. 어쩌면 그들은 루비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왔을지도 모르겠다. 루비도 그것이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해야 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각자의 삶과 꿈이 존재하기에 이젠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과 성장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루비는 마일스와의 첫 듀엣 무대에서 온 마음을 바친 무대를 선보이고 가족들은 무대를 지켜본다. 그날 밤 프랭크는 루비의 목에 손을 대고 루비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울림을 느낀다. 루비의 목소리를, 음의 높낮이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프랭크는 루비가 어떤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하고 있는 지 온전하게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온 마음을 바치는 심정으로 노래하라"던 미스터 V의 가르침은 루비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일을 가족들 대신, 가족들과 함께 이뤄온 루비는 이제 가족들 없이도 다른 이들 앞에 설 수 있게 됐고, 수어와 목소리 모두에 마음을 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대학 오디션 무대에서 루비는 가족들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수어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듣지 못하는 가족들도 노래에 담긴 자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린 무력하지 않아
레오는 루비의 가족들 중 가장 진취적인 인물이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눅 들지 않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으며 가족들이 루비에게 의지하기보단 루비의 꿈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자신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부모님에게 불만이 있어도 묵묵히 가족들의 곁을 지킨 그는 자신이 무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레오는 수어를 사용한다 해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수어를 배워 우리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엔 레오의 말처럼 몇 개의 수어를 배워 가족들과 소통하는 거티와 조합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들은 서로의 표현 방법을 존중하고 배워가며 비로소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가족과 타인을 향한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버스조차 혼자 타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마일스와 코다로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앞에 나서야 했던 루비. 두 사람은 사뭇 다른 가정에서 자랐다. 마일스는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루비 가족을 부러워했고 그로 인해 해프닝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루비는 마일스의 마음을 오해하고 그와 거리를 두지만 마일스는 루비 가족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며 루비에게 다시 다가간다. 마일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루비는 마일스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루비와 가족들도 그렇다. 매일같이 배 위에 울려 퍼졌던 루비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가족들은 루비의 꿈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차후 루비의 노래가 주는 울림을 느끼게 된 가족들은 루비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겉모습과 표현하는 방법에 집중하기보단 마음속에 담긴 울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는 마음을 나누기 힘들 것이란 하찮은 편견 따위는 저 멀리로 집어던지고 그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울림과 감정에 집중해 보자. 들리지 않아도 진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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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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