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2025-06-24 13:45:08
시작, 유인원 혁명!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8년 후'가 개봉했다.
분노 바이러스 좀비물이 뜬 김에
바이러스 침팬지물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침팬지가 지능을 갖기 시작한 순간을 다룬다.
치매에 걸린 뇌를 회복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체로 쓰인 침팬지들이
지성을 갖게 되지만,
이 약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일으킨다는 설정.
이 흥미로운 설정은
인간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동물에게는 지성을 갖추게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지성이
인간을 넘어선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고한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으려는 시저
인간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고
자신의 낙원을 만드는 침팬지의
이야기는 인간성이란 무엇일지 고민케 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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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늙은 집과 '영원한 현재'
Program Note
명망 높은 인문학자 김우창의 내밀한 삶과 사유의 세계를 탐색한 21년의 기록. 김우창은 나무와 하늘과 산이 잘 보이고, 계단이 많고 지붕이 새는 집에서 아내 설순봉과 함께 40년째 살고 있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어떤 것도 새로 들이지 않은, 유물로 가득한 집. 자식들은 이사를 종용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자녀들이 말하는 아버지 김우창은 ‘변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편한 것이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집이 곧 김우창이다. 지금 그는 책 더미에 파묻혀 마지막 저서를 완성하려 하지만 글 쓰는 능력을 유지할 나이를 지났다고 느낀다. 이미 감을 잡았겠지만, 그의 학문적 성취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는 죽음과 생명에 관한 우주적 사유를 담은 영화이며 무엇보다 학문적 사유와 실제 삶을 일치시켜 나간 탁월하고 유별난 한 인물에 대한 희귀한 초상화다. (강소원)
감독: 최정단
출연: 김우창, 설순봉 외
(설명 출처: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82413&c_idx=421&sp_idx=569&QueryStep=2)
김우창 교수는 국내외 학계에서 명망 높은 인문학자이자 사상가, 평론가이자 문학가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내로라하는 대학에 그의 자취 남지 않은 곳이 없고, 온갖 문학 포럼은 그의 손길을 거쳤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학회라는 암브로시아나에 정회원으로 당당히 입성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러브콜마저 받은 김 교수는, 그야말로 한국 문학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가장 부담스러워할 이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김우창 교수, 본인일 것이다. 지독하게도 학자다운 삶을 살아온 그에게, 명성과 명예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하다보니 따라온' 부차적 산물일 뿐, 과시하거나 이용할 대상이 아니므로.
아픈 몸으로 기꺼이 층계를 오른다는 것
김 교수는 부인 설순봉 여사와 함께 40년 묵은 주택에서 지낸다. 멋들어진 산과 나무, 하늘이 보이는 근사한 집임은 틀림 없지만, 글쎄, 여든이 한참 넘은 노부부가 생활하기엔 썩 버거워 보인다.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기까지, 부엌에서 서재까지, 하염없이 층계를 올라야만 하는 집. 온갖 책과 골동품으로 가득 찬, 노 부부와 함께 늙어 성한 곳이 없는 그런 집.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고, 눈이 오면 한발짝 한발짝이 아찔하다. 자식들은 이제 몸도 성치 않은데 이만 이사를 가시라 성화지만 김 교수는 꿋꿋이 그 집을 지킨다. 편안함은 곧 죄악이며, 우리 사회는 너무나 '고통을 낭비해 온다'며 일침해 온 이 노학자에게, 그 집의 불편함은 그가 살면서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종의 과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속에 엿보이는 삶의 면면에서 우리는 고행하는 승려보다는 기꺼이 태풍에 맞서는 무소의 그것을 엿보게 된다. 자신의 진리를 무소의 뿔처럼 밀고 나가는 그런 우직함.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편리함과, 연일 쏟아지는 온갖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인 정보 속에서 잊고만 가장 개인적이며 가장 우주적인 진리이기도 하다.
그는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물건이 낡고, 사람이 늙는 것은 그에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가 소중히 하는 것은 그 모든 사람과 사물에 축적된 세월일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러한 세월 속에 깃든 역사적이거나 개인적인 경험이리라. 사물과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어느 독립된 한 순간이 아니라, 끊임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것이 세계과 끝없이 작용한 바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서일까? 그를 닮은 그의 집에는 골동품이 넘쳐난다. 옷장에는 멋스런 아버지의 양복이, 마당에는 아름드리 어머니의 은행나무가 가지를 뻗고, 냉장고에는 자식, 손주들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 자체로 박물관인 양 보존된 그 불편한 집은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며, 외국으로 떠난 가족들이 모여드는, 상징적이고 물리적인 보금자리가 된다. 그곳은 또한 수많은 학자가 열띤 학문적 토론을 하던 곳이며, 걸출한 인문학서들의 고향이다.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배채우는 곳이기도 하다. 남들이 불편하고 위험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그 집에는 그런 역사가 있고, 김 교수는 그 역사의 귀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이 노학자가 괴롭고 미련할지언정 자신만의 진리를 추구한 결과이지 않을까.
이런 그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낡고 병든 몸을 이끌고 위험천만한 층계들을 오르내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15가지가 넘는 병마도 학자의 영혼을 병들게 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세월이 흐르며 그는 노인이 되었고, 머리는 굳고, 눈은 어두워졌다. 그는 그가 평생토록 갈고 닦아온 글쓰기 능력도 스러지고 있음을 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 죽음은 가까워지고, 이제 남은 것은 죽음에의 대비다. 그의 집을 채운 골동품들을 생각하면 그것은 시간과 품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이리라. 그럼에도 그는 그 일을 해낼 것 같다. 김우창 교수는 가장 치열한 삶의 순간들이 영원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며, 그러므로 그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세계로의 확장을 의미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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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쓰는데 주저함이 많았다. 영화에 담긴 김우창 교수의 철학은 방대하고, 심오하다. 최정단 감독은 이 영화를 장장 21년 동안이나 찍었다고 했다. 한 아이가 태어나 대학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그보다 네 배는 넘게 살아온 노학자의 삶을 추적해 온 이 걸출한 영상은 김우창 교수 개인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자료이자,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인문학자의 '기이한 생각의 바다'를 엿보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것을 이 짧은 글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떤 리뷰를 남기더라도 부족할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영화가 김우창 교수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차마 잊고, 낭비하고 말았던 고통의 단편, 그러니까, 물질 문명과 온갖 정치적 명분이 팽배한 이 삶 속에서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어떤 진리에 대해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질 사회를 사는 우리는 세상의 다수가 세운 기준에 우리 자신을 끼워맞추느라, 문명의 이기가 안겨준 편리함에 의탁하느라,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놓치고 있으니까.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영화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고 감히 장담하지는 않겠다. 필자는 다만 김우창 교수가 강연과 삶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자세와 진리에 대해 고심할 기회를 제공하리라 말하고 싶다. 115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노학자의 '기이한 생각의 바다'를 헤메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되리라.
Schedule
09-19 20: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09-20 12:30 CGV센텀시티 4관
09-22 09:20 CGV센텀시티 2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09월 17일 ~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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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지만 구식은 아니야
레트로지만 구식은 아니야
영화 <빅토리> 리뷰
응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든!
<빅토리>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1999년, 춤을 좋아하는 필선과 미나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치어리더 세현과 함께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일단 뭉친 셋이서 치어리딩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동아리 유지를 위해 새로운 멤버를 모으는데, 9인 9색? 달라서 좋지만 너무 다른 9명. 소녀들은 어떻게 자신과 모두의 ‘빅토리’를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레트로지만 구식은 아니야
영화 속 배경은 1999년 지금에서 25년 전이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볼 때, 어쩔 수 없이 시대가 맞지 않는 불편함을 관객이 다 감수해야 한다.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의미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지금의 사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바뀐 것이다. <빅토리>에서는 통쾌할 정도로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단순 구식이 아니다.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도 공감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영화이다.
로맨스가 아니라도 빛나는 존재
<빅토리> 속 여자들의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우정도 아름답다. <빅토리>의 중심은 우정과 꿈이다. 친구와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고, 남녀의 로맨스가 서브로 빠졌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가치있는 것은 로맨스 외에도 많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에서는 사랑에 집중한다. 특히 한국의 미디어는 심하다. 전문직 드라마에서도 꿈은 뒷전 로맨스가 메인이다. 이런 질리고 질린 흐름에서 <빅토리>는 빠져나왔다. 환상적인 사랑도 좋지만 우리 곁에 있는 우정과 꿈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에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어떻게 로맨스뿐인가. <빅토리>는 관습에서 벗어나 우정과 꿈을 비췄다. 특히, 소녀들은 로맨스가 아니라도 빛나는 존재이다.
우리 모두에게 응원이 필요한 지금, 딱 맞는 주제
영화를 보다가 감동한 포인트는 생활 곳곳 어디든 필요한 곳에 응원하러 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영화 속 대화에서 응원을 하면 사람들의 눈이 빛난다고 했던 대사가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누구나 힘들고, 지칠 수 있다. 응원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 부러웠다. 빅토리를 보고 나와선 큰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응원이라는 마음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주위를 응원하며 함께 기뻐한다. <빅토리>는 응원다운 응원을 해주는 영화이다.
2번 보면 더 재밌을 영화!
연출 구성이 나름 잘 짜여있다. 뒷장면을 보다보면 ‘아!’하고 앞장면이 생각난다. 이런 부분은 영화를 2번째 볼 때 재미를 만들어주고, 완성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보면 빅토리가 단순히 청춘, 학교만을 표방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를 지니고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 보인다. 다소 가볍게 느껴질 분위기와 소재들이지만 완성도를 지녔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개운한 느낌이 느껴진다. 특출난 연출과 화려한 이미지는 아니더라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한 줄 코멘트
레트로의 매력과 함께 상쾌한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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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고 울게 만드는 <기적>의 세 가지 특이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찻길은 있어도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서 아버지 ‘태윤(이성민)', 누나 ‘보경(이수경)'과 함께 살아가는 ‘준경(박정민)'. 누나와 함께 마을에 남아 왕복 5시간 통학길을 감수하며 지내는 그는 마을에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청와대에 계속해서 보낸다. 이러한 준경에게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는 그의 편지 쓰기를 돕기 시작하고, 준경의 편지에 지금보다 더 큰 힘이 실리도록 장학퀴즈나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할 기회도 마련해준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던 찰나에 준경에게는 따뜻한 기적이 찾아온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기적>은 추석 시즌 영화답게 웃음과 눈물, 감동과 풋풋한 로맨스까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준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결코 가볍지 않은 가운데, 두 주인공의 로맨스처럼 결이 유독 다르게 느껴지는 대목은 서로 다른 두 영화를 이어 붙인 듯한 어색함도 자아낸다. 이처럼 종합 선물세트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어색한 친척 같기도 한 <기적>의 인상은 작중 빛나는 세 가지 특이점, 터널, 기적, 그리고 반딧불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기적>의 전반부를 놓고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면 엉성하다고 볼만한 순간이 적지 않다. 마을 주민들의 불편함은 이해가 되지만, 준경의 동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다 보니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간이역에 대한 그의 집착은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불도저처럼 직선적인 라희와 소심한 준경의 티키타카도 풋풋한 싱그러움과는 별개로 억지스럽다. 우연적인 만남으로 시작해 우정을 빙자한 로맨스는 간이역 설립을 위한 준경의 편지 쓰기를 라희가 도우면서 진행되는데, 애초에 준경의 동기나 목적이 와닿지를 않으니 그 과정이 지나치게 들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중에는 위의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엄연히 픽션 영화인만큼, 기본적으로 <기적>의 매력은 동화적 판타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장훈 감독은 시작과 동시에 본인의 전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영화의 배경을 현실이 아닌 동화로 옮겨 놓는다. 예상치 못하게 터널에서 튀어나오는 화물 열차를 피하는 찰나에 준경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우진(소지섭)이 사별한 연인 수아(손예진)를 터널에서 다시 만나는 데서 모든 이야기가 비롯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터널이라는 존재가 <부산행>의 마지막 장면처럼 흔히 특정한 시점 이전의 세상과 그 이후의 세상을 나누는 분기점처럼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이 한 편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덕분에 다소 엉성하고 어색할 법한 장면이나 설정도 오히려 동화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는 포인트가 된다.
이렇게 <기적>이 그려내는 동화적인 판타지는 보경과 관련된 부자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등장하는 중반부터 반전과 신파의 힘을 극대화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관객을 동화 속으로 초대하는 오프닝에 가려져 있던 현실을 일깨우고 과거의 사연을 뒤늦게 털어놓으며 의문을 해소시키고, 역으로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면서 가족의 비극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개 역시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같은 전략이 다시 한번 적중한 결과 기꺼이 눈물을 흘리고 싶은 신파가 완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신파에서 제목인 '기적'의 중의성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선 영화 제목은 기적(miracle)을 뜻하며, 모두가 불가능하다던 간이역을 기어코 만든 준경의 사연은 분명 기적이라고 부를 법하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이 기적은 아니다. 영화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살지 못하고 미래를 생각지 못하는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는 두 남자가 과거의 비극을 극복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준경은 도로조차 없는 시골 구석에서 무려 NASA에 장학생으로 유학 갈 기회를 잡지만, 과거의 아픔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을 망설인다. 아들의 상처를 공유하는 아빠 태윤은 준경에게 자신의 아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아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으며, 결국 고민에 휩싸인 그를 돕지 못한다. 이때 영화는 두 부자가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장애물을 끝내 넘어서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붙잡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마침내 완공된 간이역에 첫 기차가 들어서는 순간과 일치시킨다. 기차의 기적 소리(whistle)가 온 마음이 흉터로 가득한 가족에게 기적(miracle)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서로 다른 기적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결국에는 하나임을 표현하는 장치로 기적의 중의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다만 터널에서 시작된 웃음이 기차의 기적 소리에 뒤따르는 눈물로 귀결되는 전개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매력과 별개로, 복고적이고 회귀적인 이 눈물이 다소 때늦은 도착처럼 느껴질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기적>의 플롯을 지탱하는 핵심 감정선은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누나 보경을 향한 준경의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아빠인 태윤의 회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중 가족 이야기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동생들을 돌보기로 결심한 보경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볼 여지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류의 이야기가 이미 숱하게 소비되었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6~8년에서 30여 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영화가 보편적인 감성과 익숙함 사이의 경계에서 줄을 타는 듯이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담백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자연스레 남는다.
또한 보경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보경과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는 데서 그치기 때문이다. 당장 라희만 하더라도 그녀는 스스로를 준경의 뮤즈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예술의 원천 그 자체이자 예술가에게 영감을 심어주는 능동적 여신이었던 뮤즈의 본래 의미와 달리 그녀의 역할은 그저 준경을 뒷바라지하고 기다리는 선에서 제한된다. 라희라는 캐릭터 자체는 적극적인데, 정작 그 캐릭터가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못 깔아주기에 새로운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판타지라는 고립된 배경에서 안전하게 추억을 되살리는 것에 그친 결과 영화의 로맨스는 준경과 라희가 반딧불이를 만나는 장면의 연출처럼 판에 박은 듯 몰개성적이다.
다행히도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이고, 또 다르게 보면 부정적인 <기적>의 특이점들은 배우들의 역량 아래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이성민이 선보이는 가슴 절절한 부성애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박정민 역시 과거의 아픔부터 현재의 망설임과 고뇌에 이르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유려하게 표현해내면서 극을 장악한다. 임윤아 역시 <엑시트>나 <공조>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캐릭터를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수경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중반부의 반전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감동이 반 이상 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큰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안정적인 앙상블 덕분에라도 <기적>이라는 기차는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던 간이역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동화 속 눈물과 감동에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나면 무방비로 설득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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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 쿠아론의 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
내 가슴 한켠에 저 불빛 같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 부분,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에서 (문학동네 시인선 030)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초반에는 모교 MIT에 강의하러 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심리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연하는 대목이 있다. 홀로그램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는 바로 어린 자신과 부모님의 대화 장면이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처럼 정말로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토니’의 기억에 의존해 그 조각들을 모아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다루는 이야기의 층위와 진폭 모두 다르지만, 만약 작중 ‘토니’가 돌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뛰어난 영화감독이었다면 바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자신의 유년에 대한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현재 자신의 삶을 가능하게 만든 과거의 누군가(‘리보’)에게 바치는 헌사다.
"I believe that human beings are born first and given passports later. I'm really thankful for my journey. And It's a journey I didn't design."
알폰소 쿠아론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 등과 함께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영어덜트 인기 소설 원작 영화부터 시작해 내밀한 자전을 담은 흑백의 넷플릭스 영화, 곧 지금 말할 <로마>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넘길 필모그래피 없는 작품들을 내내 선보여왔다. "새로운 세계와 도전에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영화는 영화 만들기를 언제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를 보면서 처음 떠올린 영화는 윤가은의 <우리집>이나 윤단비의 <남매의 여름밤> 같은 작품들이었지만, 곱씹을수록 <미나리>는 그 작품의 성격상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유사한 면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나리>에 대해 쓴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https://brunch.co.kr/@cosmos-j/1217알폰소 쿠아론은 <그래비티>(2013) 작업을 마무리한 뒤 "좀더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다. "수년간 쌓인 자원과 도구, 테크닉이 있으니 드디어 고향에 돌아가 모국어로 영화를 찍을 때가 왔다"라고 생각했다고. 잠깐 언급한 <미나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굳이 영화가 될 만한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미나리>와 <로마> 모두 감독 자신의 유년을 기반으로 한, 특히나 더 사적인 출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닌, 잘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이거나 거의 조명되지 않는 주변인이었을 사람들. 실제로,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듀나 역시 이런 언급을 한 적 있다.
“신들과 괴물들이 지배하는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긴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주 지루한 삶을 살았고 그 삶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될 만한 특별한 개성도 없었습니다. 이런 개성이란 대부분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생물학적인 존재만으로서 인간은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동물이 아닙니다.”
듀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그러나 주변인이었을 사람들을 주변적 시선에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어떤 이야기는 만들어낸다. 그의 카메라는 나서지 않고 관찰자에 머무를 줄 안다.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는 순간. 이해관계와 효율, 힘의 논리가 남기는 어떤 상흔들. 그럼에도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살아있음의 에너지. 공간과 소리, 시간의 상호 작용. 삶과 세계 사이의 파도를 헤쳐 나아가는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도 읽히고 싶다.
<로마>는 땅에서 시작해 하늘로 끝나는 영화이며, 사적이면서 공적인 영화고, 훗날 예술가로 성장한 한 사람이 자신의 지난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에 대하여 사려 깊고 섬세한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는 영화다. 먼저 땅과 하늘에 대해 써야겠다.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기까지 약 3분. 부감으로 체크무늬의 바닥 타일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바닥을 물이 훑고 지나가고 세제 거품이 일렁이는 그 순간에 가만히 머문다. 바닥의 물이 거울처럼 비추는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간다. 이후 <로마>는 내내 순간에 천천히 머무르고 신비로운 배경처럼 파도, 우박, 비행기 같은 것들이 기억의 일부인 듯 프레임을 이룬다. <로마>의 땅과 하늘은 곧 주인공 ‘클레오’(얄리사 아파리시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거나 그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 자체다. 첫 장면의 바닥은 ‘클레오’가 청소하는 바닥이다.
이제 사적이면서 공적인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1970년대 멕시코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더라도 영화의 관객은 얼마든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로마>는 그것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다. 다만 ‘클레오’가 보고 듣고 겪는 만큼만을 정보로서 허용한다. 굳이 <로마>가 멕시코인 여성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어떤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한 사람, 한 가정의 낮과 밤을 따라가며 그(들)의 행적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시대를, 그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음을 적고 싶은 것이다. 사적인 이유. ‘클레오’ 한 사람의 이야기인 동시에 알폰소 쿠아론의 기억 속 ‘리보’의 이야기이므로 사적이다. 공적인 이유. 임신한 아이의 아빠인 ‘페르민’이 떠난 후 남겨진 ‘클레오’와, ‘클레오’의 고용주인 ‘안토니오’가 개인의 성취 혹은 이기를 위해 떠난 후 남겨진 그의 아내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두 여성의 이야기가 평행선 혹은 그림자처럼 놓인다는 점에서 공적이다. 그러나 <로마>는 섣불리 ‘인종과 성별, 계급을 초월한 이야기’ 같은 것이 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거나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가족처럼 보이는 일상에도 ‘가정부’와 ‘사모님’의 위치 차이는 존재하며 가사노동의 공간이 아닌 주거의 공간 역시 구분돼 있다.
“실제 우리 가족의 물건으로 방을 채웠다. 할머니 집에 있던 오래된 의자는 물론 다이닝룸과 아침을 먹던 공간, 응접실까지 원래 집에 있던 가구를 많이 채워넣었다. 극중 소피아의 초상화로 나오는 그림은 사실 우리 어머니의 초상화다. 아이들 방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실제로 사용하던 것 혹은 영화를 위해 똑같이 재현한 것이다. 보라스라는 반려견은 가족이 기르던 강아지와 종은 물론 이름까지 똑같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
<로마>의 주 공간이 되는 집은 알폰소 쿠아론이 실제 살았던 동네의 근처이며, 가구와 소품들은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 비슷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앞서 사적이면서 공적이라고 한 점은 자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어지는데, 결국은 자신의 유년이 어땠는지 자체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키워주어 훗날 지금의 자신으로 만들어준 사람의 삶을 화자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 외 각본, 편집, 촬영까지 담당한 <로마>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사건이나 갈등이 아니라 가장 지나치기 쉬운 일상,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한켠에서 빨래나 설거지, 청소 등의 보이지 않는 일을 감내한 사람의 조용하고 고단한 하루들에 있다.
“앞으로 변화들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일 거야.”
-소피아, 클레오와 아이들에게
‘소피아’는 ‘클레오’에게 “우리는 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도 말한다. 파도와 햇살을 끌어안고 서로의 모래 묻은 어깨와 등을 감싼 채 <로마>의 가족은 가만히 눈을 감고 사랑을 말한다. 이 순간 살아있음을 온 몸과 마음으로 끌어안고 만끽한 자의 모습으로. ‘나’의 삶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이에 전해지고 쌓여온 누군가의 가까운 도움과 보살핌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에만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받을 때에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물론, 유년 혹은 유아기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며 <로마>는 그것을 알고 있다. <로마>는 자신의 오늘이 타인의 과거로부터 비롯했음을 성찰하고,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그 타인의 일상에 빛을 전하는 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영화다.
롱테이크와 패닝 숏으로 대표되는 미학적 스타일,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는 사실주의적 접근, 그리고 간결해 보이는 각본 안에 담긴 깊은 사유까지. 이미 경지에 이른 알폰소 쿠아론의 다음 영화를 믿고 기다려도 되겠다는 어떤 확신을 <로마>는 준다. 나를 살아있게 다른 이들의 지난 삶을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현재 애플TV의 시리즈 <Ascension>을 연출, 제작에 앞서 기획 중에 있으며, 아들 조나스 쿠아론과 함께 <A Boy and His Shoe> 각본도 집필할 예정.)
알폰소 쿠아론은 그렇게 “이 영화가 당신을 씻어내리도록 그냥 허락하세요”라고 권고한다. 동시에 희로애락이 출렁이는 개인의 삶 바깥에는 언제나 거대한 세계가 초연히 운동하고 있음을 말한다.-김혜리 기자, <씨네21>에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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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누구에게나 실연의 아픔은 있다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하 <실조찬>)을 향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전 회차가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는데요. 9월 23일, 영화의 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임선애 감독, 이진욱 배우, 이성진 프로듀서를 만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함께한 소감을 직접 들어봤습니다.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Seven O'Clock Breakfast Club for the BrokenheartedSummary이별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모여 아침 7시에 조찬을 먹고 다 같이 이별영화를 보는 모임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실연기념품을 교환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 자리에, 연인과 헤어진 비행기 승무원 '사강'과 컨설턴트 강사 '지훈'도 참석하게 된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Cast감독: 임선애출연: 수지, 이진욱, 유지태, 금새록_<69세>, <세기말의 사랑>으로 이미 두 차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적이 있는 임선애 감독은 <실조찬>으로 처음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대중영화의 포장지를 가진 이번 작품이 경쟁 부문에 올라 놀랐다"며, 존경하는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회를 솔직하게 전했습니다. <실조찬>은 임선애 감독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지 않고, 제작사로부터 연출을 제안받아 합류한 첫 번째 작품입니다. 그는 "사랑, 실연, 이별이라는 주제에 마음이 이끌렸고, '실연 기념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미스터리 구조를 극대화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연출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죠. 나아가 "전작들도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기에 이 작품으로 사랑 3부작을 완성하고 싶었다”는 개인적인 동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영화 제작을 이끈 이성진 프로듀서는 "실연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원작 소설이 영상으로 구현되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았다"며, 책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의 영화화를 추진한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옴니버스 구성의 원작은 영상에서 더 빛을 낼 수 있도록 '사강'과 '지훈' 두 인물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되었죠. 원작의 힘은 캐스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작 소설의 영화화에 관심을 두고 있던 수지 배우가 빠르게 영화에 주연으로 합류한 건데요. 임선애 감독은 "수지 배우가 다른 일정으로 인해 이번 영화제에는 함께 참석하지 못했지만, 메신저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향한 수지 배우의 열정과 애정을 전했습니다.‘지훈’ 역을 맡은 이진욱 배우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팬들을 만났습니다. 경쟁 부문 진출 소감을 묻자, 그는 “데뷔 20년이 넘었는데도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아서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대화하며 과거 연애 경험을 캐릭터에 많이 반영하려 했다"고 밝히며, “보통 남자들의 연애 패턴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들도 <실조찬>의 완성본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완성본을 처음 본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이진욱 배우는 자신과 함께 연기한 금새록 배우의 표정과 대사들, 그리고 '사강'과 '정수'의 이별 장면을 꼽았습니다. “('사강'과 '정수'가 이별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이별을 말하거나 들을 때의 답답한 공기와 무거운 분위기, 이별 후에도 바로 뛰쳐나갈 수 없이 소지품을 챙겨야 하는 현실적인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며, “짐을 챙겨 나가는 소리가 이렇게 슬플 줄 몰랐다.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죠.이진욱 배우는 <실조찬>을 더 재밌게 즐기는 팁으로 기자회견을 끝마쳤습니다.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집중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내 과거의 이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세 번 다시 보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과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사람들은 이별 후에 흔히 ‘어떻게 하면 빨리 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영화 속 '사강'과 '지훈'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정리해 간다. 관객들도 그 과정에서 분명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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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너의 노래가 되어
OVERVIEW
에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에 머문다.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는 유명한 <기차의 도착>(1895)을 비롯한 초기작들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기술이자 장치, 그리고 예술로서 영화를 발명했다. 작은 마을 라 시오타에 얽힌 가장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는 그곳에서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야기다)과 지난 두 세기 동안 마을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소에 관한 것이다. 에덴극장은 이 두 이야기의 예상치 못한 교차점에서 발견되며, 그 모습은 아주 최근까지도 지속된다.
REVIEW
남프랑스에 있는 라 시오타는 오래된 휴양 도시이며, 마르세이유 부근에 있어서인지 조선업도 활발했던 도시였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를 방문하는데, 루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는 이곳에서 <기차의 도착>를 촬영하면서 최초의 영화를 발명하게 된다. 그렇게 라 시오타는 ‘영화의 발상지’로, 또 2세기에 걸쳐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1889년 연극 공연을 위해 문을 연 에덴극장은 1899년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들을 상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에덴극장도 위기에 처하지만, 극장을 살리려는 움직임 덕분에 지금은 라 시오타와 에덴극장이 ‘영화의 성지’가 되었다. 알랭 베르갈라 감독은 2021년 가을,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를 초청하여 <소년 아메드>를 비롯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 유서 깊은 극장에서 보여주며 다르덴 형제와 함께 라 시오타의 이곳저곳을, 그리고 영화의 기원을 돌아본다. (전진수)
벽과 벽 사이가 프레임이 되어 바다를 담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라 시오타 La Ciotat'라는 이름의 독특한 항구도시를 조망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영화관이 있고 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최초의 영화,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는 기차가 촬영되었다. 1890년대에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을 촬영한 바로 그 역으로, 또 한 쌍의 형제 감독이 등장한다. 은은한 음악까지 깔려 마치 호그와트에 도착한 마법사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의 감독이기도 한, 다르덴 형제다.
다르덴 형제는 라 시오타 곳곳을 거닐며 뤼미에르 형제와 최초의 영화, 최초의 영화관까지 쭉 이어간다. 중간중간 비춰지는 라 시오타의 풍경을 당시 필름 프레임대로 가르고 흑백 처리하여 보여주는데, 덕분에 뤼미에르 형제가 보았을 장면들을 그려보게 만든다. 이어 다르덴 형제의 귀한 대담도 들을 수 있다. 다르덴 형제는 에덴극장에 앉아 뤼미에르 영화를 분석하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연출된 장면인지 세심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다르덴 영화의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도 톺아본다.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다르덴 형제의 말을 꼭꼭 씹어 먹었을 어떤 이들처럼, 거장 다르덴 형제 또한 거인의 어깨에 서서 한 발자국 나아온 이들이다. 영화의 역사 안에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도시의 풍경과 빛에 반해 정착했다는 뤼미에르 아버지에게 사진 촬영 기술을 물려받고, 더 발전시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기술로 부를 이룬 가족이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일이다. 기술은 현실을 담기 위한 수단이다. 다르덴 형제는 삶이 현재하는 순간,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삶의 순간들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메운다. 기대와 고민이 없다면 반짝이는 찰나를 포착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는 결국 기대와 고민의 향방대로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기대와 고민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같은 파도를 타고 만날 수밖에 없다.
라 시오타의 주민들과 에덴극장도 같은 파도를 탔다. 80년대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극장은 조선소의 흥망성쇠와 명맥을 함께하는 한편, 도시의 역사와도 결을 나란히 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극장 일부가 붕괴되고 복구되었던 기억도, 전후 아마추어 영화가 대중화되면서 누군가의 짧은 사적 기록을 모두가 바라보던 시절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해 바와 게임기를 설치하며 쇄신하던 모습도.
화가, 사진가, 평론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르고 정착할수록 이 작은 도시는 새로운 색을 입고, 극장도 함께 새로운 기억을 덧입는다. 뤼미에르의 영화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모습은 끝내 일터를 지켜낸 라 시오타 지역 주민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일상이 서로 둥근 원을 이루면서 작은 도시가 그렇게 ‘영화로워’지는 과정을 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동일한 파도를 탄 조선소와 극장에 몇 번이고 위기는 찾아왔다. 1980년대 말 찾아온 조선소 폐쇄의 위기는 그 중에서도 심각해 보였다. 피할 수 없을 흐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 시오타 조선소 노동자들은 조선소 폐쇄라는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의 수단을 다 활용하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끈질기게 일터를 지켜냈다. 10년씩 저항해서 조선소를 지켜낸 사람들은 20년씩 저항해서 극장도 지켜냈다. 그게 가능해? 가능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예술이 시민의 삶과 유리된 무엇이 아닌, 일상의 기쁨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에덴극장의 영화사적 의미를 꼼꼼하게 짚으면서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사적 의미뿐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극장이었던 것이다. 영화사적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동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져선 안된다는 뜻이 된다.
1990년대 초반 극장은 시청에 팔렸지만, 시청은 극장을 역사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하지 않았다. 싹 밀고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하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긴 시간 들여 세심하게 시설을 복구하고, 협회에 운영을 맡겨 여전히 극장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시민들의 애정과 현명한 행정의 아름다운 협력 결과, 에덴극장은 영화사적 의미를 가득 품고 여전히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도 그렇게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난, 당시의 조선소 노동자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수염이 하얗게 성성하지만 여전히 풍채가 좋은 남자의 입에서는 그 시절의 노래가 곧장 흘러나왔다. 다르덴 형제는 “중요한 사회 운동에는 모두 노래가 생긴다”는 멋진 말로 그 노래에 반응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온 영화의 거리 곳곳에는 원주시의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전단의 연보라색 글씨가 노래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극장은 "캄캄하고 어두운 낯선 길 혼자라 느껴질 때 슬픔은 너로 인해 조금씩 위로가 되고 요동치는 내 맘속 세상은 나를 잔잔히 흐르게" 하는 곳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직은 아니야 끝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너의 노래가 되어. (따옴표 속 글자와 제목은 샤이니의 “너의 노래가 되어“에서 인용)
2023. 04. 28. 10:30 CGV전주고사 3관 (104)
2023. 05. 01. 20:00 CGV전주고사 8관 (461)
2023.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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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춘기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인사이드 아웃2 속 감정 🌟 #인사이드아웃2 #픽사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2'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엄청난 흥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죠. 1편에 이어 2편도 공감가는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이 풍부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픽사 #영화리뷰 #인사이드아웃2 #영화감성 #레빗구미 #감정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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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모로우 워」 외계인 때문에 재입대하고 미래세계로 간다고?!ㅣ투모로우워 리뷰ㅣ아마존 프라임 비디오ㅣ아마존 프라임 영화추천ㅣ
? "투모로우 워(2021)" 영화소개 및 영화리뷰(*결말포함 아님)
#투모로우워 #아마존프라임 #투모로우워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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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프라인> 1차 예고편
목표는 하나, 목적은 여섯!
화끈하게 뚫고, 완벽하게 빼돌려라!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까지!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들의 막장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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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겉보기엔 멀쩡한 남자> 공식 예고편
그 좋은 시절, 언제나 일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난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렇게 완벽할 수가.
똑똑하고 다정하고 직업 좋고, 부족한 게 없네?
너무 괜찮아서 믿지 못할 지경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