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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2025-07-05 17:42:01

가족은 족쇄다 vs. 가족은 보호막이다

폭싹 속았수다(2025)


경고: 스포일러 주의


탈주 사건 = 전체 이야기의 윤곽

 

오애순(아이유, 문소리)과 양관식(박보검)이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이들은 가족들에 반발해 부산으로 탈주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그러나 여관 주인은 그들에게 누명을 씌웠다. 여관 손님의 물건을 훔친 도둑이라고 말이다. 근데 그 문제를 양관식의 어머니가 해결한다. 어머니가 부산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실은 여관 주인이 도둑이라 밝혀진다. 오애순-양관식은 제주도로 돌아간다. 문제가 터지면 가족이 수습하는 전개. 이 전개는 드라마 내내 나타난다. 가족이 족쇄이자 보호막이란 특성을 입증하기 위해.  특성은 고광례(염혜란)-오애순-양금명(아이유) 3대를 걸쳐 이어진다.

 

요약

  • 오애순-양관식의 부산 탈주 사건 + 누명 사건은 양관식의 어머니에 의해 해결된다.
  • 부산 탈주 사건은 드라마 전체를 요약한 사건이다.

 

 

 

가족의 특징이 전수(?)되는 과정

 

광례는 해녀였다. 집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던 존재이기도 했다. 남편이 이미 죽은 탓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딸 애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처럼 살지 마라." 그리고 광례는 해녀 일을 하다 사망했다. 애순은 생각했다. '어머니 말처럼 어머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나답게 살자. 자식을 낳으면 힘든 일 시키지 말자.' 처음에는 이 목표 속에 모순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시인이 되는 걸 꿈꾸고 열심히 하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양관식(박보검)과 결혼하고 세 명의 아이가 생기자 모순이 드러났다. 자신답게 살려면 가족을 포기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살려면 자신은 포기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금명. 금명은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애순한테 이야기한다. 그 때 애순은 자신의 집을 판다. 그리고 그 돈을 일본 유학 자금으로 쓴다. 그런데 그 때부터 금명에겐 일종의 부채가 생겼다. 자신의 결정이 가족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부채감. 그래서 자신도 어떤 식으로든 오애순-양관식에게 보상을 해야 했다. 그게 금명이 교육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애순은 꿈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족 탓에 꿈을 포기해야 했다. 금명은 그 일을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게 금명만의 선택은 아닐 것이리라.

 

요약

  • 자신답게 사는 것 vs. 가족을 위해 사는 것, 애순이 가지고 있던 이 2가지 목표는 애초부터 모순되었다.
  • 양금명이 교육 사업을 벌인 이유는 오애순-양관식의 사랑으로 비롯된 부채감 때문이다.

 

 

가족만의 선택을 강제하는 장치

 

개인과 가족 사이 선택을 조율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또 있다. 바로 오애순-양관식이 당했던 사건들의 흐름이다. 전체 흐름 속에서 사건들의 범위는 점차 축소된다. 가장 처음 문제는 좋았다. 부상길(최대훈)과 오애순-양관식 간의 갈등을 통해 권위주의적 시대상과 가부장적 가장의 문제를 조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가족들만의 문제만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의 영향은 점점 커졌다. 점점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부상길은 시대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파혼, 사기, 가족의 죽음 등 이후의 문제는 이유를 모른다.

 

그 속에서 가족들은 질문을 멈춘다. 가족 너머를 꿈꾸는 질문과 고난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질문 말이다. 대신 이들은 익숙한 해결책을 반복할 뿐이다.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정말 불쾌했다. 4.3 사건이 드라마에서 안 다뤄진 게 다행이었다. 만약 4.3 사건이 이런 식으로 다뤄진다 생각해보자. 4.3 사건은 국가가 민간인을 합법적으로 학살한 사건이었다. 공산 세력을 없애겠단 명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면? 현실을 무시한 소박한 결론이라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오애순-양관식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었다.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결론만은 아니다. 나도 가족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실하게 산 보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질문을 멈추기 위한 발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온전한 개인이 되기 위해 가족을 넘어서는 질문을 할 때가 올까?" "드라마의 해결책이 가족 너머의 문제에도 적용이 되나?" 드라마 안에는 금명의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는다. 내 또래 세대 말이다. 나는 일부러 묘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다음 세대들에게 질문할 틈을 주기 위해.

 

요약

  • 드라마의 문제들은 범위는 좁아지는데, 영향이 커지는 식으로 발전한다.
  • 문제들이 발전하는 방향은 가족들이 가족들만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 가족들 너머를 꿈꾸는 질문 + 드라마의 해결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계속되어야 한다.

 

작성자 . 박지수

출처 . https://brunch.co.kr/@komestan/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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