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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1-04-28 12:14:40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줄 단 하나의 아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에이 아이 A.I>(2001)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작품 속에서 로봇,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루지만 이를 통해 명백해지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지점은 어디인지, 인간을 인간이 아닌 것과 구분 짓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든다.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에이 아이 (A.I)

 

 

 

 

 

 

 

 

 

 

기후 변화로 인해 만년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해 많은 도시가 물에 잠겼다. 선진국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엄격한 임신 허가제를 도입했다.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많은 일을 도맡게 된다. 사회 경제를 유지하는데 로봇은 필수품이 되었다. 

 

 

 

로봇 제작 회사인 '사이버트로닉스'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를 위해 부모로 지정된 존재를 순수하고 영원한 마음으로 사랑해 주는 로봇 아이를 만든다. 잠재의식과 꿈, 즉 내면의 세계가 있는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이 탄생한다. 하비 박사(윌리엄 허트)는 데이빗이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리라고 확신한다. 

 

 

 

모니카(프랜시스 오코너)와 헨리(샘 로바즈) 부부의 아들 마틴(제이크 톼스)은 극저온 상태에서 간신히 생명만 유지한 채 5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트로닉스는 회사의 직원인 헨리를 통해 로봇 데이빗을 테스트하고자 한다. 로봇 아이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단어를 순서대로 말해야 하며 한 번 등록하면 되돌릴 수 없다. 등록 절차는 구매자를 부모로 만들고 로봇은 그 부모를 영원히 사랑하게 된다. 만약 부모가 로봇 아이를 거부하면 해당 로봇은 폐기된다. 모니카는 등록 절차를 거쳐 데이빗의 '엄마'가 된다. 데이빗은 모니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쓴다. 데이빗이 조금씩 적응해 갈 때쯤 마틴이 깨어나 집으로 오게 된다. 데이빗은 진짜 자식처럼 엄마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 인간의 외로움

 

 

 

 

 

"로봇이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해 준다면 사랑받는 사람은 그 메카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죠?"

 

 

 

 

 

 

 

 

 

 

작품 속 슈퍼 토이 곰돌이 인형 '테디'와 자식 대행 로봇 '데이빗' 그리고 애인 대행 로봇 '조'(주드 로)는 모두 인간의 적적함과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변하지 않고 인간을 따르며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데이빗은 인간에게 영원하고 순수한 사랑을 제공한다. 인간이 계속해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줄 존재를 생산해 내는 이유는 아마 인간 사이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고객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다. 두 번째로 간 곳에서는 남자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어 곤란에 빠진다. 사랑을 말하며 폭력과 살인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에서 인간 사이의 사랑이 어떻게 순수할 수 있을까? 조를 부르는 이들은 주로 외롭고 약한 사람들이다. 영혼이 기댈 곳을 찾아 신과 성당을 찾듯 로봇에게 육체를 기대고자 하는 것이다. 조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데이빗을 돌보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모니카의 집에서 데이빗이 바라보던 가슴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나 있는 모빌은 외롭고 공허한 인간이다. 자신의 사랑에 보답해 주지 못하는 그 공허한 모빌을 데이빗은 계속해서 바라본다. 로봇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아니다. 데이빗의 순도 높은 사랑에 비하면 인간은 그저 태어나서 먹고, 자고 그러다 사라져 버리는 존재다.

 

 

 

 

 

▶ 인간의 특별함

 

 

 

영화의 초반에 데이빗은 로봇으로서 대상화된다. 사이버트로닉스의 조형물이 창문에 비친 형상과 데이빗의 첫 등장에서의 형상은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데이빗은 사이버트로닉스에서 제작된 로봇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각인시키며 '아이'이기 전에 로봇이라는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기에 모니카의 거부 반응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아닌 로봇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로봇의 뛰어난 기능이나 능력 혹은 멋진 모습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주목할 점은 로봇을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모니카의 아들 마틴은 데이빗과 달리 자신은 진짜 사람이고 엄마의 아들이므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피노키오 동화책을 모니카에게 읽어달라고 하고, 인간이 할 수 없는 능력들을 보여달라고 한다. 모니카가 고장 난 데이빗을 걱정스러워하며 손을 잡아 주자 마틴은 데이빗에게 모니카의 머리카락을 잘라오라고 부탁한다. 마틴은 데이빗에게 끊임없이 경쟁심을 느끼고 우위에 서고자 한다. 

 

 

 

로봇을 잔인하고 화려하게 파괴하며 즐기는 로봇 축제는 인간 종이 로봇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려는 의식이다. 인간은 로봇을 만들었지만 로봇의 성능이 좋아지고,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을 부수며 안도감을 느낀다. 인간의 특별함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온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특별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로봇 축제를 감독하는 존슨은 데이빗을 두고 '목적 없는 특별함은 골칫덩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어떤 인간도 자신의 특별함에 목적을 찾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목적인 인간에게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데이빗 역시 인간처럼 자신은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하비 박사의 방에서 상자에 들어 있는 수많은 데이빗을 발견했을 때 공포를 느낀다. 자신의 특별함과 유일성이 깨어질 위기에 처한 데이빗은 무너진다. 데이빗이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었기에 특별했듯이 인간의 특별함 역시 믿음에서 온다.   

 

 

 

 

 

▶ 동화+ 객관적 사실

 

 

 

 

 

 

 

 

 

 

데이빗은 피노키오를 소년으로 만들어준 '파란 요정'을 찾기 위해 유식 박사를 찾아간다. '동화'와 '객관적 사실'의 카테고리를 결합해 어떻게 해야 로봇이 인간 소년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파란 요정은 결국 '진짜 소년'이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이루어 주지 않는다. 2000년이 지나 지구를 방문한 외계 생명체에 의해 단 하루 복원된 엄마를 만날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모든 동화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하듯 데이빗의 하루는 평생 그가 바라왔던 대로 행복하다. 엄마에게 온전히 사랑받고 사랑해준다. 2000년을 기다려 데이빗에게 주어진 그 하루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사랑받음'을 이뤄준다. 동화적이지만 마법적이지는 않은 이 슬픈 해피 엔딩은 '동화'와 '객관적 사실'이 결합된 결말이다. 

 

 

 

결국 우리는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에 우리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데이빗이 인간과 구별되는 점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욕심을 내고,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다만, 인간에게 받은 상처만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코두 cod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 CINELAB

출처 . https://brunch.co.kr/@codu/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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