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09-21 22:39:26
붙어야 산다!
<투게더> 리뷰
반가웠다. 바디 호러와 로맨스의 만남, 그리고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아주 오래된 연인이 벌이는 현실적 공포가. 개봉 전부터 몸이 서로 붙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 설정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현실적인 이야기에 녹여내 끝을 내는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호불호가 갈릴지라도 연인이라면 그것도 결혼을 앞둔 이들이라면 이 바디 호러 로맨스를 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팀(데이브 프랭코)과 밀리(앨리슨 브리)는 아주 오래된 연인이다. '척'하면 '탁'하는 사이를 넘어 권태기의 깊은 늪에 빠져 버린 10년 차 연인. 어느덧 30대 중반인 팀은 록스타를 꿈을 버리지 못하고, 교사인 밀리는 그런 그를 사랑하기는 한다. 하지만 연애 초때와는 온도차에 외롭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남친과 함께 교외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간다. 이들은 마을에 적응하기 위해 집 근처 숲을 산책하던 중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과거 예배당이었던 곳으로 추락하고, 그 안에 있는 우물을 마시며 하룻밤을 지샌다. 그게 문제였을까? 그 이후 두 사람은 접착제를 발라놓은것처럼 서로의 몸이 붙는 현상을 마주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하자” 요즘 결혼식에도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영원을 약속하는 행사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너무나 공포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동안 하나 되어 한뜻으로 살아가자는 그 말. 그 안에는 우리를 위해 각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극 중 팀과 밀리는 오래된 연인에서 부부로 가는 여정의 딱 중간에 서 있다. 열정이 다소 식었지만 사랑하는 사이기는 한 이들은 선택에 갈림길에 서 있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밀리는 부부가 될 준비가 되어 있고, 아직도 록스타의 꿈을 버리지 못한 팀은 준비 전이다. 밀리와 팀이 생각하는 결혼은 온도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서로 몸이 붙어버리는 콘셉트는 결혼은 운명이고, 결혼을 권장하는 사회의 압박처럼 보인다. 정체불명의 물을 마신 이후, 붙어버리는 건 기본이고, 언제나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고, 의존하고 의지해야 하는 이들의 운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설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감독은 밀리의 교사 동료인 제이미(데이먼 헤리먼)가 플라톤의 <향연> 속에 나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은 원래 머리가 둘, 팔이 넷, 다리가 넷이었는데, 제우스가 벼락을 쳐 인간이 둘로 나뉘어졌고, 지금의 형태가 됐다는 것. 말 그대로 부부로 연을 맺는 상대방은 제우스가 앗아간 운명의 반쪽이며, 결혼은 그 반쪽을 되찾는 공식적인 행사인 셈이다.
몸이 서로 붙는다는 설정 자체의 기괴함, 특히 과한 애정 표현으로 찰싹 붙어 버린 몸과 이를 떼어낼 때(때로는 전기톱을 사용함)의 저릿한 공포는 상상 초월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깨닫는 서로의 사랑은 눈물겹다. 마치 부부 예능 <이혼 숙려 캠프>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 나오는 위기의 부부들이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독특한 설정을 배가시키는 건 팀과 밀리를 통해 보이는 척력과 인력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붙는 인력과 어떻게든 떨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들의 척력이 대비가 시각적 재미를 전한다. 특히 2층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든 붙지 않기 위해 아크로바틱한 액션까지 구사하며 노력하는 팀과 밀리의 사투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가 바디 호러로서 단순히 도파민 분출에 그치지 않는 건 실제 연인, 부부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 설정에 있다. 인간에게 결혼이라는 공포감, 즉 그동안 고수했던 자신의 정체성이 없어지고, 누군가와 자신의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의 두려움을 장르적으로 잘 풀어냈다. 연출을 맡은 마이클 생크스가 각본도 담당했는데, 과거 오랜 연인과의 동거생활을 기반으로 글을 썼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이 영화가 가진 현실적인 부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실제 부부인 데이브 프랭코와 엘리슨 브리의 연기는 감독의 글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참고로 이 부부는 제작에도 참여했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한 관객들이라면,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극 중 팀과 밀리의 선택으로 인해 빚어진 이 믿기 힘든 광경은 그 자체로 충격이며, <서브스턴스> 등 그동안 우리가 봤던 바디 호러의 결말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랑의 위기를 겪은 이들은 자신들만의 해결책으로 다시 사랑을 복원한다. 힌트를 달라고? 후반부 이들이 듣는 노래가 있는데, 바로 스파이스 걸스의 ‘2 Become 1’이다.
사진출처: 그린나래미디어
평점: 3.5 / 5.0
한줄평: 결혼한다면 이들처럼, 붙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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