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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현재 일본 영화감독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Our Apprenticeship>이 프랑스에서 촬영될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줄거리나 출연진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소녀가 파리에서 공부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랑스-일본 합작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곧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본 작품은 2019년 제작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2020년 팬데믹으로 폐기되었던 프로젝트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Our Apprenticeship>는 하마구치 감독의 첫 비일본/비한국 제작 작품으로, 프랑스인 게이 커플, 시리아인, 벨기에인, 한국인, 일본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출연진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 <미키 17>,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오는 2월에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예정입니다. 최근 워너브라더스에 의해 여러 차례 개봉일을 변경한 바 있는 해당 작품은 국내 개봉 2월 28일, 북미 개봉 3월 7일로 개봉 일자를 최종 확정 지었습니다.
한편, 주연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이 1월 20일에 내한하여 푸티지 상영회, 무대인사 등 만남의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클레어 드니 신작 <The Cry of the Gurads>, 이달 촬영 예정
클레어 드니의 신작 <The Cry of the Gurads>가 1월 세네갈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주연으로 예정되었던 ‘라일리 키오’가 하차하면서 영화 <하우 투 해브 섹스>로 신예로 떠오른 미아 맥케나-브루스가 새롭게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영화는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살인마 잭의 집>의 맷 딜런, <죽음은 두렵지 않다>로 클레어 드니와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삭 드 번콜도 함께 출연할 예정입니다.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뉴욕에서 차기작 촬영 예정
자파르 파나히와 더불어, 이란 영화계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아스가르파르하디 감독이 올해 뉴욕에서 차기작을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경 외에 줄거리나 출연진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 1월 Le Monde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0년 동안, 이란의 예술가들은 억압과 검열에도 불구하고 매년 창작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특히 영화 제작 부문에서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저 역시 더 이상 같은 조건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라며 현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당분간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습니다.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이전에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각각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한 바 있습니다.( 스페인 <누구나 아는 비밀>, 프랑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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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위대한 작가 이전에 어머니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
20세기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10대 시절 성장기를 그리면서 집필한 작품의 기반이 된 모습을 비추는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단 일부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한 여성이 어머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이런 부분은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크리스텐센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완벽한 내면 연기는 그 섬세함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잘 이끌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의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0대 소녀의 세상 살아가기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 마을에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애정 어린 대가족의 구성원인 16살 아스트리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지역에서 꽤 알려지게 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꽃피우려던 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신문사의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버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가 아이를 낳은 후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 킴 풉즈 아케손,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출연진 :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외 다수
장르 : 드라마, 전기
상영 시간 : 123분
개봉일 : 국내 2021년 5월 12일
국가 : 스웨덴
등급 : 15세 관람가
평점 : 관람객 6.0, 네티즌 8.67, 기자ㆍ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프레시 96% 팝콘 80%, IMDB 7.1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녀의 삶
영화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고 가는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10대부터 20대까지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그녀가 쓴 삐삐 롱스타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갈 만큼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당시 시대상을 탈피하며, 사랑에 대한 솔직함, 아들에 대한 사랑, 블롬버그와 가족과의 갈등까지 그녀가 헤쳐나가는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기보다 소녀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블롬버그도 있었고, 묵묵히 바라봐 준 아버지 사무엘, 어머니 한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인연이 될 스투레도 있지만, 이야기는 아들 라세와 아스트리드의 관계,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해가는 그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맡아준 마리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현대 여성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수많은 구독자가 이어진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는 그녀가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고 있습니다. 시작점에 아이들이 보내준 생일 편지와 엽서를 보며 그 안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주는 데, 아마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밑바탕 되어 쓰였다고 말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듭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서 보이는 깊은 모성애와 더불어 한 여성의 성장, 그 캐릭터의 눈빛, 미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과거의 여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입되게끔 만들어져 충분히 만족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불필요해 보이는 노출이나 따뜻함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한 인물의 일부분은 착실히 전달되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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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개봉일 : 2021.09.1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황동혁
출연 :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아누팜 트리파티, 김주령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까지. 매번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 게임>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삶의 끝에 서있는 456명의 참가자와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금 456억. 수많은 참가자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굶거나 빚쟁이에게 찔려 죽느니 목숨 걸고 인생 한번 바꿔보자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한 사람당 1억. 최후의 1인에겐 456억. 누가 이런 서바이벌을 벌였는진 알 수 없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돈다발에 “이건 진짜다.”라는 믿음을 얻는다. 옆에 누워있는 참가자는 믿을 수 없지만 돈만큼은 착실하게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믿지 못할 경쟁자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며 공격성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 죽는 게 나만 아니면 되니까. 생판 모르는 이의 목숨 vs 추가되는 1억 + 나의 생존 중 어떤 걸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 후자가 아닐까.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에 구상하고 2009년에 쓴 이야기다. 당시 일본 서바이벌 물인 <라이어 게임>, <배틀 로얄>과 같은 작품들을 보며 서바이벌 물의 요소를 한국적으로 접목해 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오징어 게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의 각색이 더해지긴 했지만 이런 소재를 10여 년 전에 이미 모두 구상해놨다는 사실을 들었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 당시에 바로 제작이 됐다면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영화 <헝거게임>이나 웹툰 <머니게임>처럼 돈과 명예를 건 서바이벌 물들이 지나간 후라 서바이벌 물 자체의 신선함은 조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의 게임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다른 서바이벌물들과 차별화를 둔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게임 참여자들은 서로를 의지하다가도 한순간에 의심하고 배신하고 결국엔 서로를 해하게 된다.’는 서바이벌 물 특유의 심리적 공포는 똑같이 존재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다른 서바이벌 물들과 다르게 조금 더 단순하고 귀여운 게임을 반복한다. 어릴 적 골목에서 친구들과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게임들 말이다. 9편으로 구성된 시리즈엔 총 6종류의 추억의 게임이 등장하는데,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전부 언급하지 않겠다.
이 시리즈의 차별점이자 가장 큰 매력은 낯설고 아기자기한 세트장과 디테일한 요소들이다. 강박증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 만큼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각진 물건들과 진짜 같은데 가짜 같은 공간들이 담고 있는 무게감, 그리고 눈에 딱 들어오는 일꾼들의 핑크색 슈트와 선물 상자처럼 포장된 관들. 기계처럼 움직이는 일꾼들이 만들어내는 동작의 흐름들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특히 만족스러웠다. 내용은 아름답지 않지만 눈에 담긴 세트장은 빈틈없이 마음에 들었다.
서바이벌 물 특유의 설정들과 게임의 일부로 인해 앞서 나온 여러 작품들과 비교되며 표절 논란을 함께 안고 가고 있지만 작품 자체가 완전한 표절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 장르적 특성과 플래그, 일부 장면과 소재를 모두 독창적, 독보적으로 구성하기엔 이미 서바이벌 장르가 쌓아온 이미지와 개념,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라는 틀이 있기에 앞선 작품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무조건 욕하기보단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 게임>은 간단한 룰로 이뤄진 추억의 게임들을 돈과 목숨을 건 피 튀기는 생존 게임의 주제로 이용하며 어릴 적 우리의 모습,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의 간극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끌어올린다. 어릴 땐 친구들과 골목에서 웃으며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인생 한번 뒤집어보겠다고 피 흘리고 절규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씁쓸하고 슬플 뿐이다. 그때는 술래가 되거나 게임에서 져도 딱밤 한방이나 인디언 밥 한 번이면 패자 벌칙으로 충분했는데 이 게임에서 탈락하면 무조건 죽는다. 탈락한 자는 죽는다는 게임 특성상 아무래도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많이 등장하긴 한다. 총으로 사람을 쏘거나.. 사람의 신체가 망가진다거나. 많이 고어한 편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노출되다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겠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 게임 속 약육강식의 법칙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초대장을 받고 자신의 손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우수수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갔던 참가자들은 현실에 떠밀려 대부분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최후의 1인이 내가 될 수도 있다며 확률을 계산하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기심과 폭력성을 여과 없이 내보인다.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무리가 생기고, 권력을 잡는 힘센 무리가, 나쁜 무리가, 그에 대응하는 착한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벌일 수 있는지. 추악하고 추잡한 본능의 단면을 제대로 훔쳐본 기분이었다. 근데 웃긴 건 왠지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선 충분히 그들처럼 행동했을지도..
게임의 참가자들은 게임장 입소에 앞서 똑같은 옷과 신발을 신고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게임장의 위치도 모르고 당장 다음에 펼쳐질 게임 종목도 알 수 없고, 옆에 서있는 참가자의 이름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은 참가자들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학력, 특이사항을 포함해 이들 인생의 대부분을 알고 참가자들 머리 위에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가면에 그려진 도형과 가면의 종류에 따라 철저한 계급제로 운영되는 오징어 게임이란 작은 사회에서 참가자들은 얼굴과 몸을 속절없이 노출한 채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 이 게임에선 가면에 그려진 도형의 각이 많을수록, (네모>세모>동그라미), 상급자의 개념인 듯하다. *
끝나지 않는 게임에 대한 피로도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력한 참가자의 모습이 우리 모습과, 무한히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 우리 사회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할 여유도, 그런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이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지쳐버린 우리들. 그리고 465명 중에 1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해 자비 없이 반복되는 게임들. 이 게임은 지옥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일부 후기들에선 반복되는 잔인한 장면들,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을 볼 수 있었는데, 6번의 게임을 지나다 보면 다소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사실이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믿었던 이들이 서로를 배신하고, 결국엔 1명만이 남아야 한다는 룰 아래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긴장감과 허탈함의 반복이 주는 감정 소모가 굉장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예상은 했지만 진짜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생존 게임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함께 지쳐간 기분이었다.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어릴 때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하던 게임들은 해가 질 때쯤, 엄마의 “얘들아, 밥 먹어~”라는 말과 함께 끝났는데, 고립된 섬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 게임에 참여한 이들에겐 게임을 중지시켜줄 사람이 없다. 주최자들은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을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걸었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에 쌓인 돈을 포기하지 못한다. 말려줄 사람도, 욕심을 포기할 사람도 없다.
한낮에 시작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밤처럼 어두운 세트장에서 치러진 징검다리까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가는데 생존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틈이 없다. 게임 주최자들은 여러 극한의 상황들을 연출하며 참가자들을 몰아가고, 차후엔 제발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며 부추기기까지 한다.
게임 안의 인물들
돈과 생존이 달린 게임 앞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주인공 기훈과 상우, 새벽이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새터민 새벽은 아무것도 없이 동생과 덩그러니 남겨진 세상에서 엄마를 데려올 돈을 모으기 위해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새벽은 아무도 믿지 못한다. 게임의 초반, 새벽은 어떤 무리에도 끼지 않으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기훈에게 마음을 열고 마지막 순간엔 기훈에게 동생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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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오징어 게임>의 최고 브레인이다. 서울대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는 정형화된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생존에 있어 가장 계산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인물은 상우였다. 상우는 처음 게임에서 쫓겨나왔을 때 알리에게 차비를 빌려주거나 달고나 게임 직전 우산을 고른 기훈에게 게임 종류를 말해줘야 할지. 같은 양심적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한다. 자신을 믿은 알리를 배신하고, 부상을 입은 새벽을 찌르고 끝내 마지막 게임에선 기훈에게 칼을 휘두른다. 그는 보통 선하게 설정되는 주인공(기훈)의 편에 함께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게임에서 상우는 기훈에게 우승을 양보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기훈에 대한 믿음, 사과의 의미 50%와 허공에 돈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결단 50%가 합쳐진 일부 계산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훈은 약삭빠르기보단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가족도, 동료도, 어머니도, 내 인생도 챙기고 싶었기에 무엇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그는 엉망이 된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그는 약자인 1번 일남과 혼자인 새벽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게임 안에서 경쟁자가 된 상우에게도 옛 추억을 얘기하며 적대감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살육 게임 안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선인. 나쁘게 말하면 바보 같은 오지라퍼. 그런 상우가 변하게 된 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상우가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인 순간부터였다. 마지막 만찬을 끝내고 칼을 집은 상우를 경계하던 기훈은 새벽의 죽음과 함께 방어와 공생이 아닌 공격을 선택하게 된다. 6번째 게임인 오징어 게임에서 공수를 결정하라는 질문에 ‘공격’이라 답하는 기훈의 대사로 그의 확고한 심경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화의 시작, 기훈과 상우가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9화에선 어른이 된 두 사람이 생존을 건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함께 골목을 뛰놀고 서로를 의지하며 자란 기훈과 상우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걸까. 문득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기훈과 상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만 마지막 순간엔 다시 떠오른 추억과 기훈의 결단으로 둘의 사이가 잠시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너무 많이 변해버린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영의 말대로 “6.25이후 최대의 비극”같은 게임이었다.
게임 밖의 인물들
<오징어 게임>은 잔인하다. 자의로 참가하긴 했지만 어쨌든 돈과 생존을 필사적으로 바라는 참가자들을 마치 게임 말처럼 게임판 위에 올려두고 관찰하고, 가볍게 죽인다. 참가자들은 게임 내에서 서로의 이름과 추억을 나누며 나름의 동료애와 우정을 쌓아가지만 주최자들은 극적인 게임 연출을 위해 그 심리마저도 이용한다. 아침이 지나고 해가 져갈 때쯤,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될 때쯤 주최자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1:1 게임을 붙여 참가자들의 작은 위로와 희망마저 빼앗는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건 게임에 함께 참여한 일남의 존재다. 구슬치기 게임을 하며 양심의 가책과 일남을 잃은 슬픔에 절어있던 기훈을 농락하듯 게임이 끝난 후 1년, 일남은 다시 기훈에게 카드를 보낸다. 일남이 게임에 참가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 삶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밌을 수가 없지.”
그저 인생의 재밌는 것이 없어 참여했을 뿐, 기훈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일남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다했는데, 일남은 그저 재미 때문에 게임을 열고, 게임에 참가한다. 되짚어보면 일남은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임에도 큰 걱정 없이 게임을 해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땐 걱정 없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선두로 뛰어나갔고, 구슬치기 게임에선 미련이 없다는 듯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한다. 그리고 참가자 간 큰 싸움이 벌어지던 날 밤. 일남이 높은 침대에 올라가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라고 소리치자 프론트맨은 이내 스페셜 게임의 중지를 선언한다.
일남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목숨이 달린 게임의 승리를 기훈에게 양보할 수 있었던 것, 그가 무섭다고 소리치자 상황이 종료되었던 것은 일남은 게임에서 지더라도 생명을 잃지 않기 때문에, 통제 못할 상황에서 일남이 생명을 잃는 걸 방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6화 깐부 에피소드에서 일남이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하며 두 사람 사이의 믿음과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에 울컥하긴 했으나 차후에 일남이 보여준 그 행동이 전혀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결국 양심을 잃어버린 기훈의 모습에 대한 만족도를 구슬로 표현한 것일 뿐, 그 구슬 안에 담긴 진심이 무엇이었을지.. 더 이상 일남의 마음을 믿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일남은 기훈을 가장 우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오징어 게임>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게임에 참가하거나 게임을 진행한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인물은 준호다. 경찰인 준호는 실종된 형이 남긴 명함과 기훈의 증언을 듣고 게임장 내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준호는 주최자, 참가자, 외부인의 삼각 구도를 만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팽팽히 당겨낸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하나도 파헤치지 못한 오징어 게임의 비밀과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혀내고 새로운 궁금증을 떠올리게 만든다. 차후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준호의 생존 여부가 기훈에게 가장 큰 힘 또는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최자들을 제외하고 그 해 오징어 게임에서 생존하거나 죽는 장면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은 사람은 두 사람이 유일하니 말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킨 주인공
주최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죽이고 탈락시키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이란 이기심과 공격성이다. 기훈은 게임 내내 동료라 생각되는 인물들을 챙겼으며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상우를 살리기 위해 게임을 중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끝나고 상금을 받았음에도 죄책감과 여러 감정들로 인해 여전히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남은 남다른 우승자 기훈을 불러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시험하는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하지만 기훈은 매번 일남과 주최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타인에 대한 믿음과 인간성을 지키고 일남과의 게임에서도 승리한다. 그는 인간들의 밑바닥을 훑으며 즐거워하던 주최자들에게 커다란 한방을 먹이고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이 게임은 정말 평등한 걸까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오징어 게임>은 반복적으로 평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밖에선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모두 똑같은 위치에 놓고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라며 참가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건 전혀 평등한 게임이 아니다. 참가자와 주최자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참가자들은 생존이 걸린 게임에서 본능적으로 서로를 해치고 죽지 않기 위해 숨는다. 목숨을 건 무한 경쟁을 끝내는 방법은 생명이 다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주최자들은 이 게임이 결국 평등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가자들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하나의 내깃거리, 구경거리쯤으로 소비한다. 애초에 각자 다른 신체능력과 지능, 게임에 대한 경험치를 가진 400여 명의 사람에게 똑같은 게임을 제안하는 게 어떻게 평등할 수 있을까. 주최자로서 편의를 확보한 일남, 뽑기 게임에서 라이터를 사용한 미녀와 덕수, 일남 덕분에 게임을 통과한 기훈, 장기 적출로 미리 게임을 알았던 참가자 등.. 열심히 포장했지만 결국 평등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만약 456억을 얻을 수 있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꽉 잡겠는가? 묻는다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일확천금의 커다란 기회라면 그걸 놓쳤을 땐 그만큼 잃는 게 많을 테니, 큰 도박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 내일 죽을 수도, 내일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또 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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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장르, 뻔한 소재라고 함부로 쓰지 마세요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친구: 별로인 영화를 보면 어떻게 해?
나: 음... 솔직하게 쓰려고 해.
친구: 솔직하게?
나: 거짓말할 순 없으니까. 요즘은 영화 값이 15,000원인걸!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를 맞아 이상한 책임감이 솟구치는 요즘입니다. 사실은 걱정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입니다. "나의 리뷰를 읽고 영화를 봤다가 ‘돈 날렸다’고 느끼면 어쩌지?" 물론 제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영화 리뷰어는 아니지만, 지인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제 리뷰를 읽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더라도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모든 영화에는 좋은 점이 있다는 신념 아래에서 말이죠.
그래서였는지 얼마 전 영화관에서 <나는 여기에 있다>를 보는 와중에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딱 하나만 찾자. 좋은 점 딱 하나만!’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좋은 점이 “나 여기에 있어!” 하고 소리쳐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단 하나의 좋은 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고작 몇 문장 만에 신념을 저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영화 리뷰어로서의 책임감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영화관람료 15,000원을 지켜드리기 위한 리뷰를 시작합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4월 7일(금)에 진행된 <나는 여기에 있다>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2023년 4월 12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
I AM HERE
<나는 여기에 있다>는 살인자의 폐를 이식받은 형사 '선두'가 살인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연쇄 살인범 '규종'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한 마디로 장르물이죠. 그것도 추적 스릴러입니다. '추적 스릴러' 하면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가 절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에는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형사와 범인이 치열한 수 싸움을 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나는 여기에 있다>의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같이 멍청하기만 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장르가 추격 스릴러라고 선포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처참히 실패해버렸죠. 영화는 연쇄 살인범 '규종'의 살인 장면이 찍힌 술집의 CCTV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CCTV 화면에는 '규종'의 얼굴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있죠. 형사들은 그 CCTV 화면을 '규종'의 집에서 그의 아버지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면 꼭 신고하라는 말을 던지고 떠나죠. 그런데, 그 집안에는 '규종'이 있었습니다. 천장이나 비밀공간에 숨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방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만 열어 봤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죠. 살인범의 집을 찾아왔으면 수색부터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혹시 CCTV에 살인범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는데 영장도 없이 방문한 건 아니겠죠? 멍청한 형사들의 활약으로 '규종'은 도망치고, 이렇게 긴장감 하나 없이 영화는 막을 올립니다.
이후 '규종'은 마스크나 모자도 쓰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을 죽이고 다닙니다. 여자친구도 활짝 공개된 장소에서 두 번이나 만납니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인 여자친구는 건장한 남자 형사 두 명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죠. '규종'은 형사들이 도청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공중전화로 아버지와 통화도 합니다. 공중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건 그 공중전화의 위치를 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규종'과 아버지가 1분이 훌쩍 넘도록 눈물겨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형사들은 가만히 듣고만 있습니다. 중간에 덮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요? 게다가 형사들은 '규종'의 다음 타깃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규종'이 다음 타깃을 무조건 죽이러 오리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죠. 그리고 예상대로 '규종'은 그 타깃을 죽이러 옵니다. 타깃을 지키던 형사 2명과 '선두', 그리고 '선두'의 파트너까지, 총 4명의 형사가 달려들었지만 또 놓칩니다. 이쯤 되면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범인을 놓치도록 설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두'의 파트너 '영조'는 폐를 이식한 '선두'에게 현장에서 물러나길 거듭 권합니다. 그러나 '선두'가 현장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는 건강보다도 형사로서의 자질 부족이 더 커 보입니다. 허술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에 관해서는 지금부터도 한참을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제 다음 문제점을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 ⊙ ⊙
스토리텔링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구멍 가득한 이 영화의 설정입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의 소재는 '살인자의 폐와 심장을 나눠 가진 형사와 범인', 그리고 '사이코패스 장기 기증자의 성격과 특징이 전이되어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수혜자'입니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 전이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장기 기증 수혜자가 기증자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 세포에 축적된 기억이 되살아나서 성격이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설명입니다.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가 논문도, 학계 보고도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이 정보가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설정이죠.
물론, 장기 이식 수혜자가 기증자의 성격, 습관 등을 닮을 수 있다는 이론이 실제로 존재하긴 합니다. 또 이러한 소재를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기도 했죠. 그러나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고,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설정을 가져다 쓰려면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말이 되게끔 만들어놔야 하죠. 이런 걸 우리는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꼭 거창한 마블 영화에서만 세계관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 안에서만 허용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반드시 그 이야기를 뒷받침할 세계관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있다>는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몰입감도,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요.
아마도 감독은 스릴러의 틀 안에서 '장기 이식'과 '성격 전이'라는 소재를 통해 기증자 가족과 장기 이식 수혜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대를 그려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기 기증자도 살인범, 장기 이식 수혜자도 살인범인지라 그들의 유대가 공감으로 이어지긴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살인자의 장기를 이식한 형사('선두')와 나쁜 사람의 장기를 이식한 착한 사람('규종')의 내적 고뇌와 혼란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전체적인 만듦새가 조금 허술했더라도 볼만한 작품이라 평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심리 묘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나쁜 놈의 장기는 이식해선 안 된다. 그럼 나쁜 놈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죠.
⊙ ⊙ ⊙
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단 한 순간도 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연기 교실에서 한꺼번에 섭외한 듯한 배우들, 현장음 하나 없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처럼 지나치게 깨끗하고 조용한 음향,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 하나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많았던 세심하지 못한 연출 등 그 밖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찌 됐든 영화 감상은 취향의 영역이기에 지금까지는 아무리 영화가 별로여도 웬만하면 영화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그러나 앞으로는 예외를 두어야겠습니다. 기준은 정성입니다. 지금은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니까요.
Summary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신근호
출연: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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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축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축구에 대해 생각해본다. 둥근 공과 단단한 땅.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스포츠. 공 대신 깡통을 굴려 가면서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축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지구 상의 위대한 종목.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게 축구. 축구라는 건 참 대단하구나.
축구에 대해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 건 <자타리의 축구 선수들>(2020)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다. 포장되지 않은 흙바닥에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야 상대 얼굴의 윤곽을 볼 수 있는 곳. 중동의 요르단, 그중에서도 자타리라는 지역의 거대 난민 캠프. 이곳에도 축구를 하는 청년들이 있다.
10대 후반이자 절친인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학교에 가는 대신 축구를 한다. 이들의 꿈은 유명한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다.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 이 지독하고 열악한 환경을 유일하게 탈출할 방법이 축구다. 파우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있다. 둘은 흙먼지가 날리는 캠프 안 운동장에서 또래들과 구슬땀을 흘린다. 실력이 뛰어난 둘은 카타르 유명 축구 아카데미인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삶의 희망이 축구뿐인 둘을 카메라는 73분 동안 조용하게 보고 듣고 담아낸다. 구멍 난 운동화나 가난함에 힘겨워한다거나 비관적인 삶의 태도 같은, 인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없는 게 이 다큐의 특징이다. 비극적이지도 않고 낙관적이지도 않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여줄 뿐이다.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청소년이자 이성에 관심 있는 평범한 10대이며 훈련이 다 끝나면 집에 전화해 안부를 묻는 아들이다.
하지만 둘은 난민이라는 정체성, 그 무게감을 항상 지니며 살아간다. 공부를 계속해 어떤 학위라도 받아놓으면 도움이 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마흐무드는 “전 그저 난민이고 학위를 딴다고 해도 난민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의 초록 잔디 운동장과 체계화된 훈련을 받고 유명 축구스타들의 응원을 받다가도 파우지는 캠프 외부에 나가 있는 아버지의 건강을 확인한다.
축구 덕에 둘의 삶은 극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대회 결승전. 무릎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파우지가 선발 명단에 올랐다. 자타리 캠프의 가족들과 주민들이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 중계를 본다. 파우지와 마흐무드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호응하고 손뼉을 친다. 파우지가 골을 넣었고 팀은 승리를 거둔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 마흐무드가 말한다. “전 세계 난민들이 기회를 얻게 해 주세요. 난민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빌드업해 온 게 아닐까,라고 나는 추측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상황에서 주어지는 그 기회. 난민을 떠올렸을 때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의 자격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자 한 마디였다.
축구는 끝났다.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아카데미에 다녀왔지만 둘은 스카우트되지 않았다. 삶은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거라곤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이 잔디 깔린 운동장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그럼 이들의 축구는 끝난 것일까. 나는 기억한다.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 무게감을 짊어지고 차곡차곡 만들어갔던 그 담담한 여정을, 거기서 가능성과 희망과 의지를 조용히 다졌던 둘의 이야기를. 축구는 끝났지만 그럼에도 축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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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무서울게 없는 놈들이 나타났다 | 영화 프리즌
최근 낭만탁터 김사부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낭만탁터가?!
영화속에서 교도소 권력을 장악한 범죄자로 나왔어요!
영화 프리즌 이라는 작품으로 김래원과 한석규 주연으로 만난 것만으로
큰 기대감을 한가득 가지고 나왔는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프리즌 결말까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느와르, 피카레이크, 고어
감독 / 각본 : 나현
출연진 : 한석규, 김래원
개봉일 : 2017년 03월 23일
평점 : 8.25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기획 의도
흔적도 증거도 없다! 감옥에서 시작되는 완전 범죄
밤이 되면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대한민국 완전범죄를 만들어내는 교도소
그 교도소의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그 곳에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게 되고,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으로 익호의 눈에 띄게 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놈들은 따로 있다.
감옥 문이 열리면 큰 판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프리즌은 원래 '더 프리즌'으로 나올뻔 했지만 The를 뺀 '프리즌'으로 나왔다.
영화사들 사이에서 '프리즌'영화는 꾀 유명한 시나리오로
오래전부터 준비 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스토리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보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개봉당시 타이밍 비수기 영화 시즌에 나와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 흥행에 중심에는 한석규와 김래원이라는 투톱 배우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후기 및 결말
영화 프리즌 결말을 살펴보자면
정익호(한석규)의 앞길을 막으려고 한 배국장(이경영)과 강소장(정웅인)은 결국 정익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송유건(김래원)은 정익호에게 꼬리가 밝혀 죽임을 당할뻔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며,
정익호는 현장에서 사살을 당하고 만다
정익호는 그동안의 모든 범법행위가 정상참작되지 않으며
유죄 확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범죄자가 교도소 밖으로 나가 범죄를 잃으킨다는 참신한 소재로 재미를 유발했지만,
뒤로 갈 수록 힘이빠지는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제대로 나타냈다.
한줄평 : 시작은 거창했지만, 뒤로 갈 수록 힘이 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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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4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4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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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가디슈> 2차 예고편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
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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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독전 2> 티저 예고편
“이선생 아직 건재합니다” 설원의 총성, D-30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조각 끝나지 않은 독한 자들의 전쟁 《독전 2》 11월 17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