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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2025-03-24 13:52:51

지옥 테마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넷플릭스 [계시록]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계시록]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 메뚜기 탈을 쓰고 춤추는 사람이었던 그가, 스무 번째 대상을 타는 모습을 지켜본 날이 있었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그가 여태껏 거쳐온 징검다리들과 절벽들이 내 머릿속에서 스쳐가면서 벅차올랐다.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관의 형성에 있어서 정점을, 혹은 또 다른 순간의 환희를 기록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이렇듯 누군가의 세계관이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야만 지켜볼 수 있는 일이기에, 영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실망스럽거나 의아할 때도 많다. 그 안에 속해 있는 모든 블록들이 마음에 들면 금상첨화겠지만. 쏟아지는 정보의 사회의 소비자로서는. 단 하나의 조각만 마음에 든다 해도 꽤 건진 게 많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진출처:다음 영화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넷플릭스의 [계시록]은 내게 한 번쯤은 앞에 서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가로수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상호 감독 유니버스의 큰 두 갈래 중[지옥]에서 파생된 쪽에 가까운 작품이고, 또 다른 세계관을 차지하는 좀비 떼가 나오는 영화들에 비해 어둡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아포페니아(참고 1)적 사고를 가진 목사 성민찬(류준열)의 모습은 [지옥]의 정진수의 모습과 참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몇십 년에(?) 걸쳐 내재되어 있어 차마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의 분노와 변화를 이번 작품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해성사라 볼 수도 있는 비밀이 밝혀지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무대도 늘 폐허라는 것도 일치한다. [지옥]에서 쌓아 올린 악마적인 이미지의 재현이 자연스러운 것 역시 덤이라면 덤이다. 물방울만으로 권양래(신민재)를 악마로 만든 모습에서는 고개마저 제법 끄덕여졌다.  

 

그렇다. 

이 작품은 [지옥]의 "파생"이지 완벽하게 새로운 작품은 아니다. 분명히 기시감으로 가득하지만, 작품의 절반 가량을 할애해 인물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솜씨는 꽤 괜찮았기에. 초반부에서 느꼈던 강렬함은 마치 지옥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지만. 꽤 새로웠다. 

 

 사진출처:다음 영화사진출처:다음 영화

이 작품의 장기였던 치밀한 맛은, 유괴범이 유괴(?)되는 과정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부분부터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까지 겹쳐져서 작품의 성격이 급격하게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살인자 O 난감] 같은 작품에서 [암수 살인]으로 노선이 변경되고. 그 위에 프로파일링과 치유를 급격히 끼얹어 얼레벌레 마무리해버리려는 것만 같다.

 

또한 연희(신현빈)가 환영을 보는 장면에서의 카메라 촬영 기법은, 새로운 시도였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아이폰 손떨림 방지 광고영상 보다도 못하게 보였다. 어두운 데다 귀신까지(?) 등장하는 이 장면을 더 들여다보다가는 내가 환영을 연희보다 자주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쾌함이 느껴졌다. 

 

분명 기억에 남아 길이길이 되새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무였건만. 훗날 사진첩을 돌아봤을 때 그날의 추억만 생각날 뿐 그때 느낀 아름다움을 오롯이 기억해 낼 수는 없을 것만 같은. 의미가 많이 사라진 가로수가 된 것만 같은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사진첩에 남기게 될 것이다. 그의 세계관이 맘에 들고 아니고의 문제는 확실히 별개이지만. 이번 세계관이 나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참고 1

아포페니아:연결성, 연관성이 없는 정보들 사이에서 일정한 규칙, 의미를 찾는 것.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작품에서도 인용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배가 떨어지면 기어코 까마귀를 만들어 낸다고 묘사됨. 

 

[이 글의 TMI]

1. 마라탕에 꿔바로우 최고!

2. 그리고 난 월요일부터 하체 피티 받는 최후를 맞이함.

3. 요새 자꾸 꿈을 꾸는데... 로또를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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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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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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