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1-11-07 20:47:26
학교가는길이 멀었던 이유
[다큐멘터리 학교가는 길 리뷰]
다큐멘터리_학교가는 길
감독 : 김정인
개봉일 : 2021.05.05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큐멘터리 학교가는 길 리뷰입니다.
학교가는 길은 2017년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설립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요, 서진학교의 설립과정 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 이루어지는 소외 계층에 대한 대립들,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언뜻 보면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대립하는 사람들 조차도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담은, 다양한 시선으로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교가는 길은 우리 주변에 정말 이런일이 일어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견에 대한 시선들, 배척하는 마음들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학교가 코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2~3시간 가량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들을 보면서 아직도 장애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부모님들의 노력도 엿볼수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해서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제도가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특수학교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삭발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지에 대해서 알고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서울시 강서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부터 많은 역사들을 알아야 영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제가 설명하기에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따로 찾아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감독님과,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부모님과도 만날 수 있는 GV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거기서 감독님께서 하신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 자연스러운 사회의 현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 그것이 과연 합당한 현실인지 물음표를 던질 것.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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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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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 마리오, 영화 2023년 개봉
ⓒ 유니버셜 픽쳐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023년 5월
국내 개봉을 확정하였습니다. 크리스 프랫이 슈퍼 마리오, 찰리 데이가 루이지, 안야 테일러 조이가 피치 공주,
잭 블랙이 쿠파의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한다고 한다.
<죽어도 자이언츠>, 10월 27일 대개봉
ⓒ 국제신문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한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가 10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들의 인터뷰부터 팬들과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훑어내려갈 예정이다.
김래원 X 이종석 <데시벨>, 11월 16일 개봉
ⓒ 네이버 영화
김래원과 이종석 배우 주연의 사운드 테러 액션 <데시벨>이 11월 16일 개봉을 확정했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 프론트맨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 BH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 밤,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병헌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내년에 촬영하기로 확정했다는 점을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해외
마이클 월드론, <어벤져스: 시크릿 워> 집필
ⓒ 마블 인스타그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각본가였던 마이클 월드론이 이번 <어벤져스: 시크릿 워>를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벤져스: 시크릿 워>는 2025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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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마리 여기 있다(Britt-Marie Was Here/2019/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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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카오스와의 조우>63세의 여성 브릿마리. 영화는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정지된 듯 활기가 없다. 어쩐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이다.빨래, 청소, 장보기, 요리... 브릿마리의 일상은 단순하고 규칙적이다. 그녀는 정리와 정돈, 요리를 즐기며 주변이 그녀가 정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흐트러져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남편과 둘만 살고 있고 남편은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집에서 지내는 브릿마리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그럭저럭 불만이 없어 보인다.그런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질서정연했던 삶을 혼돈의 세계로 몰아넣고 만다. 남편 켄트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보호자를 찾는 전화를 받고 달려간 병실에는 카밀라라는 여성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셔츠를 빨며 맡았던 향수 냄새가 그녀의 냄새였음을 직접 확인한 순간 부부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며 질서있게 함께 지내던 집은 그녀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곳이 되어 버린다. 그녀는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모아둔 비상금을 챙겨 가방 하나에 짐을 꾸려넣고 그날로 집을 떠난다.다음날, 그녀가 찾은 고용센터에서 추천한 유일한 직업은 '보르그'라는마을에 위치한 청소년센터의 청소년 지도사 겸 유소년 축구팀 코치.장거리 버스를 한참 타고 저녁 늦게 도착한 '보르그'라는 작은 마을의 청소년센터는 관리가 안 되어 폐가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던 카오스의 공간이었지만 달리 갈 곳이 없는 브릿마리는 그녀 인생만큼이나 엉망진창인 센터의 소파에서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이튿날 아침, 창문을 깨고 날아들어온 축구공 때문에 잠에서 깬 브릿마리는 축구팀원들과 대면한다. 그녀나 아이들이나 낯설고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축구를 가르쳐야 할 브릿마리는 맞닥뜨린 생생한 현실이 두렵고 새로 온 코치가 평범한 할머니라는 것을 안 아이들은 그만 힘이 빠진다.거처로 삼았던 청소년센터에 쥐가 출몰하자 브릿마리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동네 경찰관 스벤의 도움으로 뱅크라는 여성의 집에 방을 얻는다. 뱅크는 한때 유망한 프로 축구선수였고 갑자기 사망한 전임 축구코치 팝스의 딸인데 지금은 시력을 잃어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같이 지내게 된 브릿마리에게도 퉁명스럽게 대할 뿐.브릿마리는 뱅크의 집에서 발견한 축구 지도서로 공부를 하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이끈다. 아이들도 다른 방법이 없자 차츰 마음을 열고 그녀를 따른다.축구팀원 중 소녀 베가는 왜 축구를 하느냐는 브릿마리의 질문에 우리도 축구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며 축구는 베가의 전부라고 덧붙인다.제대로 된 놀이 시설도, 일자리도 별로 없는 작은 마을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간절함을 알게 된 브릿마리는 아이들을 도우며 웃음을 찾게된다.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복지센터 공무원이 나타나 청소년센터를 닫을 계획이며 코치에게 자격증이 없으면 팀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한 것이다.브릿마리 인생도, 축구대회에서 뛰고 싶은 아이들의 꿈도 장애물에 꽉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이웃들이 나선다.축구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지금은 축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그러나 언젠가 다시 시작할 꿈을 지닌 청년 사미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준다. 아버지는 가출하고 어머니는 사망하여 사미가 돌보아 주고 있는 형편이지만 축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베가는 브릿마리에게도 꿈이 있을 것이 아니냐며 그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결정적으로 축구코치 자격증이 있는 뱅크가 부코치를 자처하며 나섬에따라 축구팀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깨진 창문을 수리하려 해도 칼투나라는 큰 도시에 유리 주문을 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보르그 마을의 어린이 축구팀이 드디어 그 칼투나의 축구팀과 경기하는 날. 두 시즌 내내 칼투나 어린이 축구팀에 한 점도 내지 못했던 보르그 축구팀은 14대0으로 패하다가 후반전에 베가가 상대편 골문을 열어 기록을 깬다. 비록 14대1로 경기에는 졌지만 골을 넣어 당당하게 축구팀임을 증명함으로써 베가는 그녀의 꿈을 이루었다.브릿마리의 꿈은 무엇이냐는 베가의 질문을 곰곰 생각하다가 그녀의 꿈이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은 그녀는 파리로 떠나 50년만에 꿈을 성취하고 보르그 청소년 축구팀들에게 드디어 축구장이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의 미소짓는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안정적으로 지내던 40년의 결혼생활에 던져진 문제를 통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겪으며 비로소 주체적인 삶으로 한 걸음 내딛는 한 여성의 성장 영화이다.별로 변화가 없어 예측 가능했고 질서정연했던 환경을 떠나자마자 브릿마리에게 연속적으로 다가온 상황은 혼돈 그 자체였다. 청소년센터는 청소와 정돈이 되어 있지 않아 끔찍했고 어린이들은 제멋대로였다. 브릿마리는 그녀가 그토록 싫어했던 카오스를 이겨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매일 '그저 오늘을 살자, 브릿마리.'라고 주문처럼 외워야 용기를 낼 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그 어려움 가운데 성장하게 된다. 익숙하고 편했던 집에서는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그녀의 꿈과 그녀 삶의 문제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가운데에서 하나씩 깨달아진 것이다.절대로 원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불편하고 낯선 상황에 떨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어쩌면 예측할 수 없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태인 '카오스'도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여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인간이라면 보통 공포를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지지 않는다면, 브릿마리처럼 매일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용감하게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면, 그리고 상냥하고 진실한 이웃들이 함께 해 준다면 우리도 그녀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63세의 평범한 여성 브릿마리의 성장이 부럽고 기쁘다. 그녀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것이다(©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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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이해하게 될 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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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다. 우울함은 최대한 늦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천천히 어른이 되면 좋겠다. 가난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슬픔, 우울, 동정심과 연민 따위의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로는 악의없이 악하기도 한, 그런 어린이로 실컷 살았으면 좋겠다. 슬픔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어버리니까.
아주 어렸던 시절, 우리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화목한지 불화한지, 세상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놀이공원의 입장료는 비싸다는 것을, 같은 놀이기구를 서너 번씩 타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부모의 표정이 썩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철 들었네.
애프터썬은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알로에젤을 바르지만... 하여튼, 영화 <애프터썬>은 열한 살 소피와 소피의 아빠 캘럼의 튀르키예 여행을 녹화한 비디오를 어른이 된 소피와 같이 보는 영화다.
아빠와 딸
소피의 부모는 이혼하고, 소피는 엄마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산다. 캘럼은 고향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스코틀랜드를 떠났고, 돌아갈 생각이 없다. 소피와 같이 살지는 않지만 아빠로서 소피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캠코더에 여행을 기록한다. 캠코더를 든 소피는 캘럼에게 묻는다. 11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그러나 캘럼은 대답하지 않는다.
캘럼은 소피와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시종일관 위태롭다. 투 베드로 예약한 호텔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고, 소피가 잠들면 혼자 생각에 빠진다. TV 옆에는 캘럼이 챙겨온 명상법과 태극권(taichi) 관련 책이 놓여있다.
이 부녀는 주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거나. 그때마다 캘럼은 소피의 몸에 애프터선을 꼼꼼하게 발라준다. 이토록 다정한 아빠이지만, 소피는 이제 캘럼이 가난하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캘럼이 잠을 못이루는 것, 술을 많이 마시는 것, 한때는 같이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모든 변화를 소피는 조금씩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해서 소피는 칭얼거리거나 아빠를 힐난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뿐이다. 캘럼도 최대한 소피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른과 아이
소피는 11살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서 있다. 호텔에는 가족, 친구, 연인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투숙한다. 소피처럼 아빠와 단둘이 온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캘럼은 때때로 소피에게 '저기 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지만, 소피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오히려 한번 같이 포켓볼을 쳤던 언니 오빠들에게 눈길이 간다.
여행지에서 캘럼이 조금씩 무너져내릴 때마다 소피는 어른들의 세계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소피를 포켓볼 쳤던 남녀에게 맡겨두고, 캘럼은 혼자 카페트 가게에 멍하니 앉아있다. 소피를 아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남겨놓고 사라진 밤에는 혼자 밤바다에 뛰어든다. 캘럼이 제정신이었다면 소피를 그렇게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소피는 성인남녀의 스킨십을 목도한다. 그들은 친구를 수영장에 밀어넣는 장난을 치면서 그들도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간 소피가 본 장면은 모두가 다 물속에서 키스하는 모습이다. 어른들이 술에 취해 죽어라 마시는 모습도 소피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중 한 명의 여자가 소피에게 무제한 음료 팔찌를 선물한다. 아직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캘럼이 바다에 뛰어든 시각, 소피는 숙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맨다. 그때 소피와 오락실에서 몇 번 봤던 남자애가 소피에게 접근한다. 그는 소피를 음습한 수영장으로 데리고 가서는 소피를 좋아한다며 키스를 한다. 결국 프론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들어갔을 때 소피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캘럼을 발견한다. 소피는 캘럼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소피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캘럼의 태극권 동작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캘럼을 따라 춤추듯 몸을 움직인다. 영화 전반부에서 늘 캘럼이 소피에게 애프터썬을 발라주지만, 후반부에 같이 머드팩을 할 때는 소피가 캘럼의 등에 진흙을 발라준다. 캘럼의 춤을, 몸짓을, 슬픔을 받아들일 만큼 소피는 성장했다(성장인지 애어른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른과 어른
영화는 소피가 어른이 된 후에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은 춤을 춘다. 장소는 소피의 기억과 뒤섞여 튀르키예의 호텔이 아니라 정신없는 클럽이다. 튀르키예에서의 마지막 날, 캘럼은 사람들 속에 섞여 춤을 춘다. 소피는 춤을 추지 못한다며 같이 추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소피는 캘럼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공항. 캘럼과 소피는 헤어진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이 입은 옷이 공항에서 본 모습인 것은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은유가 아닐까. 곳곳에 캘럼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이제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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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은 강렬한 한방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엄청난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하지도, 주인공들이 감정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캠코더에 저장된 영상들을 감상하듯, 그들의 짧은 휴가를 지켜보게 된다. 소피가 호텔 투숙객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날, 캘럼은 숙소에 혼자 들어와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우울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캘럼은 딸을 위해 노력한다. 정말 미안해.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캘럼이 사과할 때 소피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버린 캘럼을 원망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이혼하고 가족을 떠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두고 사라져버린, 화해도 용서도 못할 만큼 멀리 떠나버린 아버지를.
비디오는 소피의 왜곡된 기억들을 재정립한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비로소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피는 이제 어른이니까.
애프터썬 Aftersun
개봉: 2023년 2월 1일
상영시간: 101분
감독: 샬롯 웰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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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 한 남자의 회한 그리고 따뜻한 마지막
시사회 참석으로 개봉 전 관람하고 작성한 리뷰 입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습관적으로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왜 계속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걸까.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는 각기 다른 상대방에게 모두 미안하다는 말을 던진다. 그의 육중한 몸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인생의 분기점을 만난다. 그 분기점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식이 될지 그 선택의 순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론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어쨌든 선택을 해낸다.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결과가 바로 볼 수 있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 결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회한의 감정이 들 때에서야 비로소 그때 그 결정이 옳았는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죽음이 곧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자신이 했던 수많은 결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후회가 되는 선택들을 떠올리며 그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는 사과를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후회되는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택으로 인한 행복한 순간들도 머릿속에 같이 맴돌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 강렬하게 반복되는 감정은 후회와 미안함이다. 이제 더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삶의 의지를 점점 떨어뜨린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 찰리의 마지막 7일
영화 속 찰리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엄청나게 살이 찐 그를 옆에서 돕고 진료를 하는 친구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하지만 찰리는 병원에서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즈는 찰리가 살 수 있는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찰리는 육중한 몸을 스스로 가누기가 어려워 걸을 때도 보조기구를 활용한다. 그는 온라인 강의로 간간히 생활비를 벌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동성애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렇게 연인의 죽음 이후 찰리는 거의 집에만 갇혀 살게 된다. 찰리가 동성 연인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한 여자와 결혼을 했었고 딸 엘리(세이디 싱크)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동성 연인과 함께하는 선택을 한다.
찰리의 그 선택은 힘들고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그 선택을 했고 뜨겁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과거 부인이었던 메리(사만다 모튼)에게 상처를 주었고, 딸인 엘리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찰리는 마지막 7일 동안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찰리가 집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딸 엘리
마지막 7일 동안 다양한 사람이 집에 찾아온다. 친구인 리즈가 매일 찾아와 그를 진료하고 상태를 봐주고, 한 교회의 선교를 하러 다니는 토마스(타이 심킨스)가 우연히 집에 왔다가 찰리와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 메리와 엘리도 찰리에게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특히나 딸 메리와 찰리가 함께 있는 모든 순간들은 꽤 긴장감이 넘친다.
엘리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있다. 반항적이면서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를 바라보는 찰리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그가 딸에게 던지는 말을 세세히 전달한다. 그의 딸을 향한 말들은 매우 늦었다. 그가 떠난 몇 년 동안 엘리가 겪었던 상실감은 지금의 찰리가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찰리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딸에게 전달한다.
엘리는 아빠와 대화하기 거북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빠를 찾아와 그의 앞에 앉는다. 수많은 비아냥과 분노를 솔직하게 내뱉는 그의 모습은 찰리에겐 딸에 대한 다른 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 그것이 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다른 오해를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찰리는 엘리의 마음속 깊은 곳의 언어를 발견해 나간다.
영화 <더 웨일>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는 찰리의 집 안에서만 진행된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게다가 찰리는 고도 비만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전혀 긴장감이 없을 것 같은 구성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이용해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찰리가 기분이 우울해져 음식을 마구 먹을 때 긴장되는 음악이 같이 연출되어 있어 혹시나 찰리가 죽지 않을지 숨을 죽이며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말이 모든 인물들과의 대화를 마친 찰리가 딸 엘리에게 엘리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의 모든 감정들이 폭발하며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긴장감 넘치고 따뜻한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찰리를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그는 고도 비만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들과 자신의 회한까지 캐릭터에 담아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로 할리우드의 정상에 섰지만 그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혼을 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예전의 샤프한 모습을 잃어갔다. 그래서 찰리는 브렌든 프레이저, 그 자체로 보이는 캐릭터다. 이 영화로 그는 배우로서 완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2011년에 개봉했던 <블랙스완>이나 <마더!> 같은 인물의 심리를 이용한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이번 <더 웨일>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그가 그간 연출했던 어떤 영화보다 따뜻한 감정을 끌어낸다.
영화 <더 웨일> 속 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던 것일까.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던지는 찰리의 태도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찰리라는 한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찰리는 자신이 동성 연인에게 가기 위한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했다. 그가 딸을 버리고 싶어 떠난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은 영화 끝까지 계속 그를 괴롭힌다. 이 영화는 찰리의 마지막 7일을 다루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가진 회한과 후회를 잘 정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꽤 감정적이고 따뜻한 이 영화는 힘든 상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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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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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두 팔 벌려 이별을 환영하기로 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이유로 작품 속 관계 묘사의 끝을 예감하게 될 때마다 생각한다.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필요해!’ 라고. 아름다운 백인 남녀가 완벽하게 행복한 결말을 선물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사건을 통과하고, 성장하기도 하고 추락하기도 하는 사랑 이야기를 원하게 된다. 성적인 묘사는 덜어내고,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줄 아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 오래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에는 <로봇 드림>을 만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특징과 완성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로봇 드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한가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듯 하다가도 새로운 가능성을 내보이는 이야기이다.
<로봇 드림>의 이야기는 90년대 뉴욕, 홀로 아파트에 사는 ‘도그’가 로봇을 집에 들이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가고, 로봇은 도그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바닷가에 놀러 간 어느 날, 로봇은 고장을 일으켜 작동을 멈추고 해변가에 누운 채 꼼짝 못하게 된다. 혼자서는 로봇을 옮길 수 없는 도그는 공구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 해변가는 6월까지 폐쇄된다. 그렇게 로봇은 꼼짝 않고 모래사장에 누운 채, 도그는 다시 혼자가 된 채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제목처럼 로봇의 이루어질 수 없는 꿈들로 채워진다. 다시 여름이 오기 전까지 로봇은 꿈을 꾸기도 하고, 뜻밖의 비극을 겪기도 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도그는 다른 동물을 만나고 공동체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온 둘은, 가끔씩은 부정적일지언정 새로운 관계와 감정을 겪고 성장한다.
<로봇 드림>은 성애적 사랑을 증명해 보이려는 연출, 인종 묘사, 심지어는 언어까지 걷어내면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소수자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도그와 로봇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결국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택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쌓아올린 관계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그래서 <로봇 드림>은 슬프지만 꼭 필요한 이별, 서로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이루어지는 도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단순히 귀엽고 재미있는 장르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관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사랑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로서 다가온다.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아 시사회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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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죽기전에꼭봐야할영화#인생영화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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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인간이고 반은 사슴.
하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운 소년.
그 아이가 종말 이후의 세상을 가로질러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퉁명스러운 보호자와 함께, 어딘가 있을 새로운 시작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