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9-05 09:01:57
[JIMFF 데일리] 〈라라랜드〉만큼 매혹적인, 어쩌면 더 진득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치코와 리타〉

치코와 리타/Chico & Rita
Spain, UK | 2011 | 93min | DCP | Color | Animation
'제천 리와인드' 섹션
1948년 쿠바 아바나. 재능과 야심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치코는 어느 클럽에서 노래하는 리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치코의 적극적 구애로 팀을 이룬 두 사람은 차차 명성을 얻고, 리타가 뉴욕의 연예기획사 사장의 눈에 들어 미국에까지 진출한다. 리타가 점점 스타가 되어가면서 두 사람은 종종 어긋나지만 끝내 노년이 되어 재회한 후 못다 한 사랑을 나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서로를 향한 사랑이 끈적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엇갈리고야 마는 순간의 안타까움을 탁월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치코와 리타〉는 자신보다 4년 늦게 개봉한 〈라라랜드〉와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 취향을 전제로 하자면, 내게는 〈치코와 리타〉가 더 매력적이었다.
먼저 영화의 시공간이다. 1948년 리타를 처음 만난 후, 우여곡절 끝에 치코가 다시 쿠바로 돌아오는 건 1959년 이후로 보인다. 쿠바 혁명(1959)에 들뜬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치코와 리타의 사랑과 음악은 1950년대 쿠바 아바나와 뉴욕을 오가며 연속되고 단절된다. 혁명을 앞둔 쿠바와 인종차별이 횡행하지만 아메리칸드림 역시 가능하던 시절의 뉴욕, 두 공간이 만들어내는 역동적 긴장은 두 사람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긴장감과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재즈를 비롯해 쿠바의 음악인 맘보와 콩가가 대세인 1950년대 뉴욕에서, 검은 피부를 가진 두 남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낭만적이다. 눅진한 OST 목록과 두 사람의 진득한 사랑 이야기는 이 낭만적 기대를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무턱대고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음악을 한껏 부풀린 영화의 시공간은 동시에 비극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 피어오른다. 치코와 리타가 뉴욕으로 떠난 이후부터, 아니 어쩌면 아바나에서부터, 두 사람은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인 적이 없었다. 사랑과 음악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외력이 개입해 두 사람을 흩어놓았기 때문이다. 치코를 두고 리타만 뉴욕에 데려가는 기획사 사장, 치코와 리타가 각각 라틴계 남성과 여성으로서 겪은 무시와 착취, 사업적 성공을 위해 두 사람을 어떻게든 떨어뜨려 놓으려는 주변인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체념한 채 돌아간 혁명 이후의 쿠바에서조차 재즈가 ‘제국주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연주하지 못하는 치코……. 치코와 리타의 음악과 사랑이 꺾이고 흔들리는 이유가 그들 자신의 문제가 아닌 두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의 개입 때문이라는 점은 이들의 엇갈림에 대한 안타까움을 배가한다. “미래 같은 건 의미 없어. 내가 바라는 건 다 과거에 있거든.” 리타의 이 말은 자기 삶의 주인이기를 부정당한 두 사람의 비애를 대변한다. 꿈 말고는 가진 것 없던 과거는 빈곤하지만 풍요로웠고, 이 풍요로움을 원천으로 치코와 리타는 사랑과 음악의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풍요로움이 소진되었을 때, 두 사람은 스러졌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린 영화 속 시공간처럼.
치코와 리타가 50여 년 만에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결말은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두 사람이 간절히 추구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낭만을 ‘실패’한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실패의 아련함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품은 아름다움을 거듭 곱씹을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이런 결말은 치코와 리타, 두 사람에게는 조금 가혹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치코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은퇴한 후 허름한 모텔에서 청소 일을 하며 살아가는 리타에게 두 사람이 함께했던 과거는 어떤 식으로든 완결될 필요성이 있다. ‘비현실’적이라도, 두 사람에게는 기나긴 슬픔 끝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치코와 리타〉는 24회 유럽영화상을 비롯해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고야상(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이전 영화제에서 사랑받은 작품을 다시 한번 선보이는 ‘제천 리와인드’ 세션에 선정되었다. 진득한 쿠바 음악과 남미 특유의 생기 넘치는 문화, 1950년대의 아바나와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두 연인이자 음악가의 상승과 하강을 낭만적으로 버무린 이 영화를, 부디 많은 관객이 다시금 큰 스크린에서 만끽하기를 바란다. 낭만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아주 깊은 곳부터 적셔줄 영화다.
*〈치코와 리타〉 상영 정보 및 예매 페이지
-9월 7일(토)/9:00~20:33/제천의림지자동차극장
Relative contents
-
- 뻔하지만 계속 응원하게 되는 힘!
어디선가 본듯하다. 지방 학교에서 치어리딩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삼삼오오모여 오합지졸 팀을 만들고, 여러 부침을 겪은 후 멋진 한 팀이 되어가는 성장 드라마. <빅토리>는 여타 비슷한 청춘 성장 영화의 길을 무던히 걸어간다. 댄스는 ‘삘’일지 몰라도 치어리딩은 ‘삘’이 아니라 약속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듯, 영화는 신선한 느낌을 쫓아가지 않는 대신 진부하지만 익숙한 재미를 전한다. 뻔하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응원의 힘을 간과하기는 힘들다. 놀라지 마라. 영화를 보다 보면 밀레니엄 걸즈를 포함해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때는 바야흐로 1999년. 세기말을 앞두고 거제에서는 춤에 흠뻑 빠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있다. 공부는 뒷전이고, 오로지 춤만 추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댄스 연습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에서 치어리더를 했던 세현(조아람)이 전학을 오고, 둘은 전학생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유는 단 하나. 댄스 연습실을 얻기 위해서다. 계획은 대 성공. 하지만 자나깨나 축구 사랑인 교장의 바람에 맞춰 치어링딩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이들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인원을 뽑는다. 그리고 ‘밀레니엄 걸즈’라는 팀명 아래 연습에 돌입한다.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로 인해 <브링잇온>이 생각날 수도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스윙걸즈>나 <치어 댄스> <훌라걸스>에 더 가깝다. 똑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외형이 비슷한 것 뿐이다. <빅토리>는 치어리더 팀의 성장은 물론, 1990년대를 담은 향수와 스포츠의 재미, 여성들의 우정, 가족의 화해 등이 주로 다뤄진다. 앞서 소개한 일본 영화와 달리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심지어 조선소가 많은 거제도라는 지역적 배경을 통해 척박한 노동 현장의 단면도 비추며 응원이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극 중 밀레니엄 걸즈는 첫 축구부 응원에 앞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운동장이 아닌, 시장, 경로당, 그리고 조선소 현장 등에서 치어리딩을 펼친다. 이들의 응원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영화가 가진 선의는 관객에게까지 확장된다. 물론, 조선소 상황 등 무거운 현실 이야기가 치어리더 팀의 성장 이야기에 착 달라붙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안무가 틀려도 계속 나아가는 극 중 인물처럼 영화 또한 이같은 단점이 있음에도 밀고 나아가 기여코 응원을 통한 울림을 전한다.
이처럼 끝내 관객이 이 영화를 응원하게 되는 건 소녀들의 에너지다. 후반부로 갈수록 멋진 치어리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밀레니엄 걸즈의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큰 재미를 전한다. 정말 많은 연습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후반부 축구 3, 4위전 경기에 펼치는 이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기 바란다. 과하지 않은 소녀들의 유쾌함, 그리고 켜켜이 쌓아나간 각자의 전사들이 없었다면 감흥은 죽었을 터. 중간 중간 덜컹거리기는 하지만 크고 작은 소녀들의 이야기가 결국 한 몫 단단히 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혜리가 있다. 덕선이의 아우라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이름도 필선이다.) 이 역은 혜리에게 착붙이다. 사투리는 물론, 춤, 연기 등 혜리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옷인데, 자신이 이를 아는 듯 그 옷을 입고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여기에 엄마처럼 느껴지는 미나 역에 박세완, 서울 깍쟁이처럼 보이면서도 치어리딩에 진심인 세현 역에 조아람 등 소녀들의 캐스팅은 적중한 듯 보인다.
빼놓을 수 없는 거 하나. 1990년대 메가 히트곡 메들리다. 필선과 미나가 ‘펌프’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 나오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시작으로 ‘왜 불러’, ‘쇼’, ‘트위스트 킹’, ‘할 수 있어’ 등 선곡이 미쳤다. 그 시절을 관통했던이들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그 곡에 맞춰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니 흥분의 도가니탕~~
<응답하라> 시리즈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빅토리>는 작품 자체의 주요한 주제가 있다. 뭐든 간에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말이다. 복잡한 생각과 계산없이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또 상대방에게 응원했던 그 시절을 돌아가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큰 의미가 있다. 좀 틀려도 어떻고, 부족해도 어떤가! 그 마음만 전해지면 된거지. 고개 들고! 가슴 펴고~ 응원하자. 내를, 그리고 느그들을~~
사진제공: 마인드 마크
평점: 3.0 /5.0
한줄평: 아쉬움을 뒤로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힘!
-
-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I want to know your parents, 2022
2017년.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가 최종 결정되며 한국 영화의 투자도 자연스레, 철회되었다.
2016년 <곡성>을 제외하고는 흥행작이 없었으나 <황해, 2010>을 비롯해 <런닝맨 - 슬로우 비디오 - 나의 절친 악당들 - 대립군>까지 만든 것을 보면, 외국 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었으니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마지막 작품으로 예고되었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개봉이 취소되었다.이런 이유에는 주연 배우 "오달수"분의 "미투"였고 "재촬영"까지 고려되었으나 결국, 이를 포기했다. (이미, 사업에서 손을 떼었으니...)
이후 "김지훈"감독은 작년 <싱크홀, 2021>로 <타워, 2012> 이후 9년 만에 복귀했으며, 이 작품으로 처음으로 합을 맞춘 "설경구 - 천우희"는 나중에 찍은 <우상, 2019>이 개봉하기도 했다.
아무튼, "신세계"의 자회사 "마인드 마크"에 이관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4년 만에 극장에 걸게 되었다.1. 그가 쭉 만들어왔던 작품
앞서 말한 <싱크홀, 2021>과 <타워, 2012>말고도, <7광구, 2011>와 <화려한 휴가, 2007>까지 "김지훈"감독은 큰 규모의 영화들을 만들어 온 연출가이다.
무엇보다 해당 영화들은 재난 및 사고들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로 이번 작품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제작 규모는 작을지언정, 그가 만들어왔던 영화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점에서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가 '보여줄 사고는 어떨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했다.해당 작품은 한 아이가 "학교폭력"에 의해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들로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소위, "고구마"와 같은 전개에 많은 걱정도 있을 텐데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은 가해자들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이에 답답함은 더 배가 되지만, 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보다 "제3의 입장"을 취하게 만들어 객관성을 갖추게 한다.2. 늑대는 했지만, 부모님은 못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13>도 적법한 행위를 저지르는 캐릭터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서는 "데드풀"처럼 "제4의 벽"을 깨는 방법까지 추가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는데, 이로써 얻어 가는 것이 뭘까?
'그들보다는 낫다'라는 "도덕적 우월감"이 우선되겠지만, 위법한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배덕감"은 오묘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의 자세는 두 번째까지 이어지지 않는다.이런 이유에는 해당 작품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담임교사 "정욱"과 피해자 "건우 엄마"의 시점에 있다.
앞서 가해자들에게는 관객들의 몰입보다 "제3의 입장"으로 객관성을 갖추게 하는 것과 달리, 몰입시키려는 카메라를 보여줘 논리보단 감정을 먼저 읽게 만드는 일정하지 못한 설명은 답답함으로 연결된다.
이런 가운데, 영화의 설명력은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한다.3. 아쉬운 설명들과 장면들
여기, 설명의 차이 외에도 해당 가해자들의 부모가 "병원 이사장 - 변호사 - 전직 경찰청장 - 교사"와 다르게 피해자의 부모는 "사회 배려자"로 소개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논리는 '약자는 무조건 선(善)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惡)하다'는 "언더도그마"로 보인다.
물론,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선 그들의 행동에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척점에 서있는 입장에도 우는 것이 전부일만큼 할애되지 못한 분량과 설명력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운 현 모습이 아닌가?결국. 영화는 가장 눈살이 찌푸리게 만드는 "학교폭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당 작품의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불가피한 부분이겠지만, 고통을 가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설명이 설명으로 쌓여질까?
앞서 말했듯이 눈살이 찌푸려지듯이 불쾌한 감정부터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장면들이다.
이미, 영화의 첫 시작에서 물에 건져낸 "건우"와 병상에 누워 관들과 몸에 있는 상흔만으로도 유추도 가능한데도 말이다. - 너무 친절하다.4.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이라는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
명경지수(明鏡止水), 한자사전앞서 "건우"를 건져올린 강부터 "조정"과 '다 같은 배를 탔다'라는 비유까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재밌는 건 "물"은 식물들을 성장시키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 요소임에도 "공무도하가"와 "스틱스 강" 등의 일부 문학과 설화에선 "죽음"을 뜻한다.여기, '씨도둑은 못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은 점점 닮아가는 외면도 있지만 자식들이 보여주는 행동에도 있다.
이런 이유에는 자녀들은 부모들을 보면서 그 행동을 따라하기 때문이다.
결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마지막 거울과 같은 뿌연 물속에서 "호창"이 바라본 건 뭐였을까?
-
- 레퀴엠과 같던 김창열의 물방울
'물방울 화가'라는 이름을 가진 화백 김창열의 자서전과 같은 영화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되어 기대가 컸는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시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자서전과 같지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듯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내 입 밖으로는
'그래, 이런 영화를 기다렸어-'를 연신 내뱉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예술 강연을 준비할 기회가 생겼었다. 그때 박서보, 김창열 작가 등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백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다.
한때는 두 화백의 작품을 자주 찾아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이라는 특정한 도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나의 궁금증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영화<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김창열 화백이 왜 물방울 화가라고 불리는지에 관해 답을 한다.
김창열 화백이 물방울을 그리는 이유에 관해서 말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을 만나기 전의 삶과 물방울을 만난 이후, 물방울을 이해하게 된 아들의 이야기라고.
'아직도 호랑이가 산에 있던' 북한의 맹산 그리고 남한과 뉴욕, 프랑스, 제주까지. 화백 김창열을 만들어간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김창열 화백은 전쟁의 아픔을 뼈아프게 겪은 세대의 인물이다. 그가 겪었던 삶의 여러 모양과 아들에게 자주 들려줬던 이야기 그리고
노래를 함께 그렸다. 영화<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감독이자 그의 둘째 아들인 김오완은 아들의 시선과 함께 화백 김창열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했다. 영화는 물방울에 집착한 한 화백의 삶의 아픔과 애환. 고집. 침묵. 고요 속의 노래가 가득 매운다.
김오완은 아버지 김창열에게는 침묵과 기묘한 균열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는 다른 '인간', '예술가'인
김창열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아버지 김창열 그리고 인간 김창열의 침묵과 기묘한 균열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기록한 영화다.
그가 보고 겪은 여러 죽음들을 오랫동안 추모하던, 레퀴엠과 같던 김창열의 작품들.
그가 수없이 그린 물방울의 의미를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통해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
- 시대정신의 유효함을 되묻는 팽팽한 범죄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들을 부양해야 했던 '강인구(하정우)'. 그는 막무가내로 '혜진(추자현)'과 결혼한 후 여러 사업을 벌여 가정을 지탱하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한다. 그런 인구에게 학교 동창 '응수(현봉식)'는 한 가지 사업 아이디어를 준다. 수리남에서 버려지는 홍어를 국내로 공급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이에 곧장 수리남으로 넘어간 인구는 나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어느 날, '첸진(장첸)'이 이끄는 중국 삼합회와 갈등을 빚게 된 그는 한인 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안도할 틈도 없이 인구는 그의 홍어에 코카인을 숨겼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로부터 전요환이 그의 사업을 마약 거래에 이용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에 국정원의 전요환 체포 작전에 협력하기로 한 인구는 다시금 수리남으로 향한다.
사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언제나 거대한 적을 마주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끝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를 두고 등장인물과 관객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는 그런 긴장감은 효과가 크지 않다. 오로지 결말이 이르는 과정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에 팔 한쪽을 쓸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항상 단점이지는 않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민간인의 도움을 받아 퇴각한다는 것,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결말을 안다고 해서 이 작품들이 흥미가 없다는 평을 듣지는 않는다. 핵심은 그 과정을 어떻게 그려내어 모두가 아는 결말에 '어떤 감정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실화를 각본을 바꾸는 재주다. 드라마는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펼치던 조봉행 검거 작전과 작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민간인 K 씨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좋다.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대목을 길게 늘어놓다가도 한 순간에 감정을 집약시켜 분출시키는 솜씨는 (그 자체로도 극적이지만)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1화를 보자. 1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홍어다. 홍어에는 인구 아버지의 부성애가 담겨 있고, 그 가족애를 물려받은 인구 역시 홍어를 즐겨 먹는다. 더 나아가 홍어는 인구 부자가 공유하는 삶의 의지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내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홍어회를 먹듯이, 가족과 함께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며 인구는 홍어를 잡으러 수리남으로 떠난다. 그래서 1화는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꽤나 밝다. 전요환 목사의 등장이 거슬리기는 하나 인구의 꿈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업이 더 커지고 한 층 더 잘 살 수 있게 되려는 찰나에 홍어는 절망의 원천이 된다. 홍어에서 마약이 검출되자 밑바닥에 시작해 빛을 보는 듯했던 인구의 삶은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마치 순간적인 킬패스로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다소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찰나에 1화의 결말은 곧장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게 만든다.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연출적 특징은 다른 대목에서도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작중 전요환이 체포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힘을 준다. '변기태(조우진)'을 비롯한 전요환의 측근들 중에 누가 국정원의 언더커버일지 시청자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 '데이빗(유연석)'이 화장실에서 들어오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장면 등은 짧은 힌트가 진짜 힌트일지 아닐지를 고민하게 만들면서 자연히 반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리남>의 화법은 그 내용 덕분에 더 인상적이다. 특히 캐릭터들의 믿음을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다. 인구는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면 더 좋은 미래가 올 거라는 희망만을 붙잡은 채 지구 반대편 수리남으로 향했다. 이 믿음은 인구만의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인구 아버지를 지탱했던 힘이었고, 국정원 요원으로 임무에 충실하면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창호의 신념이었다. 심지어 전요환도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같은 희망을 공유한다. 그간 축적한 자본을 고스란히 재투자해 마약의 생산, 제조, 유통을 단번에 처리할 낙원은 그 믿음의 현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낙관으로 가득한 믿음의 알맹이는 다르다. 특히 믿음을 실천에 옮길 수단이 분기점이다. 믿음을 현실로 불러올 때 그 수단이 될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일견 동일해 보이는 희망을 두 부류로 나누어 대비시킨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의 믿음은 창호의 신념, 요환의 희망과는 결이 다르다. 국정원과 전요환은 기본적으로 인구를 수단적으로 이용한다. 작전을 위해 인구의 사업을 파괴하고 그의 목숨이나 처지에도 부주의했던 국정원이나 첸진과 그를 저울 위에 놓고 무게를 재던 전요환의 모습은 목적 만을 우선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아무리 돈을 최우선으로 좇는다 하더라도 죽은 친구의 가족과 기일을 먼저 챙기는 인구와의 결정적 차이다. 더 나아가 세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설명하는 기제이다. 인구와 국정원이 결국 다시 협력하게 된 계기는 창호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인구를 한낱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하기로 합의한 이후부터다. 반면에 전요환은 설령 인구를 마약 사업의 파트너로 삼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인구에게 그가 체스판 위의 졸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 마약으로 통제되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붙잡아 두는 잔악함 때문에 인구는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 이처럼 드라마는 믿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구와 요환의 대립뿐만 아니라 인구와 창호의 갈등도 부각해 자칫 평면적일 뻔했던 이야기의 흐름에 변주를 주는 데 성공한다.
이에 더해 서로 다른 믿음 간의 충돌이 그저 개인의 욕심과 열망의 충돌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정신에 대한 메타포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전요환은 자신의 교회, 자신의 종교가 마약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작중 수리남으로 향한 한국인들은 요환이나 인구처럼 본국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기어코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요환의 존재는 한국에서의 실패로 믿음이 약해진 세계에 침투하는 새로운 형태의 희망이다. 사업 초기에 인구가 요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곧장 그에게 도움을 청했듯이. 달리 말해 요환은 목표 지상주의라는 종교의 화신인 셈이며, 또 시대정신의 무용함을 맛보고도 이를 왜곡된 방식으로 반복하는 실패의 굴레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메커니즘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요환은 종교가 마약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인구와 요환의 갈등, 창호의 변화와 요환의 파멸은 그저 두 개인의 갈등 이상으로 읽힌다.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고, 동행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향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일 대 일 승부로 끝이 나는 본작의 결말은 기대만큼 쾌감이 강렬하지는 않으나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비인간적으로 통제당하는 여성과 아이들에게서 가족을 겹쳐 보며 내 몸처럼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인구에게 목사를 사칭하는 전요환이 직접 붙잡히는 이미지가 필요한 이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수리남>의 마지막 디테일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메시지가 부정당하는 듯한 인상이 남는 것이다. 요환이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고, 인구는 동두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끝은 핵심 삼인방, 인구, 요환, 창호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데에 열중한다. 정작 그 결말을 가능케 한 결정적 계기인 요환 휘하 교회 신도,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행방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이 구출이 되었는지 아니면 수리남에서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예전 아버지들의 모습을 빼닮은 인구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위해 여성과 아이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수단으로 소비되어 버린다. 영화의 장르나 실화적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여성 캐릭터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보다는 그들을 활용하는 태도가 일관성 있던 메시지의 설득력을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며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렇게 윤종빈 감독과 넷플릭스의 첫 만남도 숱한 짤과 밈을 남기는 임팩트와는 별개로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재미와 서스펜스, 메시지까지도 전부 잡았다. 그저 블론세이브가 찝찝할 뿐.
-
- 만약(if)으로 써 내려간 매력적인 문항들
2016년 5월 9일. 전역을 16일 정도 앞둔 시점에 진지 공사를 하다가 간부님에게 "전문하사"를 제안받았다.
결국, "NO(아니요)"라는 대답으로 없던 일이 되었지만 고민을 안한 건 아니다.
첫 번째, 복학까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두 번째, 다가올 실사격 훈련에 "HE(고폭탄)"아니라 "RAP(로켓추진 고폭탄)"을 쏜다고 하니 혹하더라 - 근데, 유격은 싫다.
만약에 그때 "군인"을 했었다면, 지금의 블로거 "파천황" 혹은 "간호사(예비)"는 없지 않았을까?<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이후 "MCU"의 테마는 "멀티버스"인데, 공교롭게도 "루소 형제"가 나간 시기와 맞물린다.
"마블"의 최전성기를 이끈 이들이기에 엉망진창인 "멀티버스"에 늘 마음이 걸렸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으로 이주해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블린"이 혼란에 빠진 멀티버스를 구해야 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첫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안겨주었다. - 최근 <그레이 맨, 2022>을 포함해 "스트리밍"이 많았다.1. 왜, 안 보세요들?
현재(10.14 기준)까지 국내 누적 관객 수 19,211명을 기록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익숙한 작품은 아니다.
"멀티버스"와 "루소 형제", 그리고 "양자경"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루소 형제"가 직접 감독한 작품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양자경"이라는 배우는 알긴 할까?
"마블"때문이라도 "멀티버스"의 개념이 익숙할지 몰라도, 어느 관객들이 '139분이나 되는 영화를 선택할까?'싶다.
그렇기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작품이다.결국, 해당 작품에서 관객들의 흥미를 좌우할 부분은 '멀티버스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확장되면 될수록 재밌는 이야기의 강점을 살펴보자!
극 중. "에블린"과 남편 "웨이먼드"는 아버지와 딸 "조이"까지 겉으로 보기엔 화목한 대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 국세청의 압류에 처했고 딸 "조이"는 성적 취향을 포함해 모든 것이 불만이고 아버지는 혼자선 아무런 일도 못하는 "설상가상" 시퀀스를 보여준다.2. 극장에서 상영하는 가장 재밌는 영화!
그래서, 이후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만약(if)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미련 가득한 말인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결과가 정해진 전체 하에 진행되는 가정 하에 진행되나 이만해도 "이블린"을 비롯해 악당의 동기를 설명해 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만 들어도 이의가 없지만, 영화는 이 과정에서 8-90년대 홍콩 영화들이 보여주었을법한 액션들로 설득한다. - 실제로, "양자경"은 <예스 마담 시리즈, 1985-87>로 그 시기에 활약한 배우이다.결과만 본다면, "성룡"의 영화들에서 볼법한 사물 액션들로 최근 이들이 선보였던<그레이 맨, 2022>보다 더 박진감이 느꼈을 정도로 훌륭하다.
어찌 보면, "독립 및 예술 영화"로 분류되긴 하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더 오락 영화를 표방한다.
물론, '15세 관람가'치고는 성인 용품들을 비롯해 잔인함(종이의 면으로 손가락을 베려 한다. 으으...)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또 있을까?3. 어디까지나 내 선택이라는걸,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한다.
마지막에 다다른 악당은 "에블린"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말로 회유하려 들지만, 끝내 실패만을 고집하는 현재를 선택한다. - 배우와 요리사, 사랑까지 어떤 것이든 지금보다 나을 텐데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기회비용"의 주체는 가장 큰 가치를 선택하고, 나머지들은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속한다. - 재밌는 건, 다른 차원에서는 딸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독신을 선언했던 어머니만 하더라도, 아버지와의 만남으로 나와 동생을 낳았다.
그리고, 자식의 입장에서 기억하기에도 정말 고생도 많이 하셨음에도 "만약"과 "후회"란 단어는 입 밖에 내놓질 않는다.
물론, 누가 보기에 따라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자기 자신에게 결정된다.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에서 말이다!· tmi. 1 - 당초 예정된 주인공은 "성룡"이었지만, 불발되며 그의 아내로 캐스팅된 "양자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보다 풍성해져서 만족스러웠다는 후문이...
· tmi. 2 - 극 중. "이블린"의 아내로 등장하는 "웨이몬드"역의 "키 호이 콴"은 <인디아나 존스>에서 주인공 "존스 박사"의 조수 "쇼티"를 맡았던 그 배우가 맞다!
· tmi. 2. 1 - 이후 <구니스>까지 출연했으나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가 출연하는 데에 힘듦을 느껴 은퇴하고, 스턴트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양자경" 배우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을 관람하면서, 배우 복귀를 선언했다! (3번 봤는데, 3번 다 울었다고... ㅠ-ㅠ)
-
- 압도적인 긴장감의 서부극!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은 작은 긴장감이 늘 자리한다. 혼자 있는 시간만 있다면 그런 긴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같이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 등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삶이라는 그림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런 상호작용의 시간 속에는 크고 작은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긴장이 작으면 보통 편하게 받아들이게 되지만 불편함이 커지면 큰 긴장이 따라오고 평상심을 잃게 만든다. 우리가 평소에 눈치 채지 못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긴장은 시종일관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런 긴장감이 일상에 배어들어있다. 부모와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아이가 자라나는데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가족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들도 각 가족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긴장의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관계의 모습과 미래도 다르다. 그 긴장을 위협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인한 고통을 그대로 받을 것이고, 그것일 시답잖은 것으로 느끼면 무시하고 외면할 것이다. 각자가 느끼는 긴장감에 따라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나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해 나가게 된다.
각 인물들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영화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일상 속에 스며든 인물들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영화다. 1925년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비치)와 조지 버뱅크(제시 플레먼스)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 영화 초반에 필과 조지가 일 때문에 로즈가 운영하는 숙박 업소에 방문하게 되면서 두 가족이 만나게 된다.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를 대할 때 만들어지는 그 긴장감은 영화의 끝까지 시선을 잡아놓는다.
이들이 만나는 모습을 통해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다, 필은 호탕하고 조금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 반면 그의 동생 조지는 좀 더 섬세하게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인물로 필의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는 로즈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인물이다. 그의 관심을 받는 로즈는 남편을 잃은 이후 아들과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숙박업과 식당을 운영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아들인 피터는 조화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등 손으로 하는 세심한 작업들을 잘한다. 그래서 피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여리여리하고 감성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에 이 네 인물이 만나게 되고, 그중에서 조지와 로즈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데 어찌 보면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가족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영화가 좀 더 집중하는 건 각 인물들의 감정과 표정이다. 비록 로즈에게는 재혼이긴 하지만 조지의 관심을 받은 그는 결국 조지를 선택하면서 그의 가족 일원이 되는 선택을 했다. 어느 정도 재력이 있고 안정적인 일이 있었던 조지를 택한 로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조지의 형인 필의 시선은 무척 좋지 않다.
로즈와 피터가 필과 조지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주던 영화는 피터를 대학에 보낸다는 설정으로 잠시 이야기에서 제외시킨다. 그 이후 집중하는 건 조지의 집에서 살고 있는 로즈의 감정이다. 비록 시부모님이 같은 집에 살지 않지만 조지의 형인 필은 남성주의적인 성향으로 갑자기 자신의 무리에 들어온 여성인 로즈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그는 로즈를 무시하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조지는 로즈가 부담스럽지 않게 최대한 애쓰지만 로즈는 말이 없고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결국 그는 술에 의지해서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렇게 로즈가 술에 의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화면 속 로즈의 얼굴은 매우 불편해 보인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그런 로즈의 심리를 무척 세세하고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의 서부극
사실 이 독특한 서부극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는 무척 힘들다. 초반 조지와 로즈에게 집중했던 영화는 로즈와 필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가 다시 피터와 필의 관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정통적인 서부극이었다면 분명히 총을 이용한 격투가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등장했을 테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비슷한 장면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묘사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영화의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만큼 이 영화는 각 인물들의 위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무척 잘 활용하고 있다.
영화 속 로즈의 아들인 피터는 영화 중반 이후에 학교의 방학기간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필은 피터의 여리여리한 모습과 취미를 조롱하고 무시했던 인물이다. 그렇게 시작된 피터에 대한 조롱은 로즈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구도는 영화 후반부에는 완전히 깨진다. 다시 집에 돌아온 피터의 모습을 보던 필은 어느 순간 그에게 따뜻한 말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건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것이 조금은 독특한 패션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른 남자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피터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그가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필과 피터가 먼 산등성이에 만들어진 개 모습의 그림자를 같이 봤을 때 무언가 특별한 동질감을 느낀다.
영화 중반부까지가 로즈와 필의 관계로 인한 긴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면 후반부는 필과 피터의 관계로 인한 긴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두 사람 간의 특별한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두 사람 간에 남아있는 앙금과 적대적인 부분이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영화의 어떤 인물에 감정을 대입하는지에 따라서 느껴지는 긴장감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필과 피터가 다시 만난 시점에서는 분명히 그것은 적대적인 긴장이지만 둘 사이에 어떤 사건 이후로 그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바뀌는 긴장으로 변경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더 흥미진진해진다.
필로 인해 발생한 관계의 긴장에서 로즈는 나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 술에 의지한 방식인데 그것에 의존하면서 어떤 기회가 생겼을 때 소심하게 필의 심기를 건드린다. 즉 그가 가진 힘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 방식이 조금은 무력해 보이는 방식인 것이다. 반면 피터는 필에게 느껴지는 친숙감을 이용해 둘 간의 신뢰를 만들어낸다. 두 사람에게 만들어진 동질감은 피터가 필과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운 관계로 만들게 되는데 두 사람 각자가 진심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이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각자가 서로 적대감을 갖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고도의 심리전이 바탕에 깔려있다.
조화로운 세 가지 : 훌륭한 연출, 좋은 영화음악 그리고 뛰어난 연기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절대 마음을 놓고 볼 수 없는 서부극이다.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긴장감과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음악도 굉장히 효과적이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조니 그린우드는 그룹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다. 하지만 여러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작곡을 하기도 했다. <펜텀 스레드>나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영화 음악에 참여했는데 음악으로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심리를 음악을 통해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영화 음악 역시 각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적 상태를 음악을 통해 극대화시켰다.
영화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은 영화 <피아노>로 20대 미혼모의 이야기와 그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을 했었다. 이후 <여인의 초상>과 같은 영화를 연출했었는데 다작을 하는 감독은 아니어서 연출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번 <파워 오브 도그>에서도 여성을 비롯해 남성의 심리를 꿰뚫는 연출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필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 비치의 연기가 훌륭하고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의지한 채 망가져가는 로즈 역의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도 무척 실감 난다. 또한 인물의 실제 마음이 어떤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인 피터를 연기한 코디 스밋 맥피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이렇게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무척 독특하고 몰입감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의 제목인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의 구절인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라는 말에서 나온 표현이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이 구절에 담긴 의미를 포함하고 있겠지만 영화 속 필과 피터가 함께 보는 산등성이의 개의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던 해석은 보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파워 오브 도그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makOjhOAwds
-
- 할리퀸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캐릭터와 스토리 완벽정리
"수어사이드 스쿼드" 느낌이 팍팍 나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 2020) 예고편 분석 및 감상 영상
감독: 캐시 얀
각본: 크리스티나 호드슨
제작: 마고 로비, 수 크롤, 브라이언 언클레스
출연: 마고 로비,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저니 스몰렛, 이완 맥그리거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대니얼 펨버턴
촬영기간: 2019년 1월 14일 ~ 2019년 4월 15일
제작사: DC 필름스, 럭키챕 엔터테인먼트, 크롤 & 코 엔터테인먼트, 클럽하우스 픽쳐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2월 7일 예정#버즈오브프레이 #버즈오브프레이예고편 #할리퀸영화
-
- [내가 죽던 날] 리뷰:주제가 쉽게 와닿지 않았던 영화, 다소 장황했고 지루했다.
#내가죽던날#김혜수#이정은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
- 디즈니+ <로잘린> 공식 예고편
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어디 한 번 제대로 비틀어 보겠습니다!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로미오의 전여친이자 줄리엣의 사촌인 로잘린의 커플 브레이커되기 대작전?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로잘린] 10월 14일 단독 공개!
-
- 영화 <블루 비틀> 티저 예고편
#DC 의 새로운 히어로 등장!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