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31 13:49:20
악마를 잡기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되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리뷰
복수를 할수록 허무해지는 순간들은 당연한 악과 그렇지 않은 선 앞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왜?’라는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영화의 흐름이 ‘완전한 복수’에 대한 무의미함으로 다가온다. 수현의 계속되는 복수는 통쾌하지만은 않다. 광기의 충돌과는 별개로 그 공포 앞에서 끊임없이 두려움에 휩싸여야 하는 피해자의 고통을 마주 보아야만 하는 고통이 화면을 넘어 관객에게까지 다가오는 불편함을 영화의 상영시간 내내 느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 장경철, 그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현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절대적인 악 앞에 결코 생길 수 없는 개연성은 영화 안에서도 밖에서도 납득되지 않은 채 혼란을 가중한다. 특히 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지나친 잔혹성이 납득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당연하게도 장경철은 무가치한 악의 존재지만 수현은 선을 대표하기엔 의뭉스러운 행동들이 일반적이라고 하기엔 당혹스럽다. 마주한 순간부터 악이 선을 빨아들인 걸까.
그 두 사람의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복수를 하면 할수록 시원해지지 않는 마음과 내면의 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통스럽게만 느껴진다. 폭력의 빈자리에 누군가의 고통만이 자리 잡아 있다면 무한 굴레는 결코 끊을 수 없는 족쇄가 될 것이다. 수현의 마지막 선택이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결말은 통쾌하면서도 동시에 사적 복수의 영역이 되풀이되며 거세게 휘몰아치는 장면이 연상된다. 잔인한 영화를 잘 보는 편이지만 끝까지 보기가 굉장히 꺼려졌던 영화였다. 가상의 존재로 인해 이렇게 불쾌하고 두려운 감정을 들게 하는 영화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었다. 악에 대한 이해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에 더 집중해서 보았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였다. 영화의 비하인드 중에 최민식 배우가 살인마의 '살'자도 다신 안 하고 싶다고 했던 인터뷰가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웃이 친근감을 표시하며 반말로 말을 건네자 '이 새끼 왜 반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본인에게 섬뜩함을 느꼈다는 일화다. 이렇게 장경철과 수현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원한 쾌감보다는 잔혹한 피폐함에 스며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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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다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록해준다는 것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무언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가서 꼭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이 영화를 보고 피로해졌으니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등의 생각이 드는 것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짐한 것을 꼭 실천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다짐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자'였다.
<오늘 영화>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연애다큐>의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연인 사이인 교환과 하나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전제작지원금을 받기 위해 둘의 셀프 연애 다큐멘터리(프로젝트명: 러브(LOVE))를 촬영한다. 이 다큐는 캠코더를 들고 교환과 하나가 계속 서로를 찍어줌으로써 완성한 작품이다.
이들은 1차에 합격하고, 2차 피칭심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하나의 '변덕'과 예술성 취향의 차이 등을 이유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교환은 둘의 작품이 심사에서 합격하여 사전 제작지원금 500만원이 지급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하나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헤어진 뒤로 다시 교환과 만날 생각이 없었던 하나는 처음에는 거절한다. 하지만 전시회를 구경하다 300만원짜리 도자기를 깨트려버린 하나는 지원금 500만원 중에서 300만원을 가져간다는 조건을 걸고 결국 교환과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참여한 하나는 갑자기 다큐를 촬영하러 나오지 않았고, 며칠 후 교환에게 깨진 도자기를 택배로 보낸다.
교환은 깨져버린 도자기를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며 억지로 다시 붙인다.
그리고 본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도자기를 들고 하나를 찾아간다.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내레이션처럼 나오는 대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상대방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함께 기억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은 화면 위에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의 마음도 함께 담아져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를' 찍느냐- 만큼 중요한 게 '누가' 찍느냐-라고 생각한다.
교환과 하나가 열심히 연애다큐를 찍고 있는 장면들이다.
진짜 내가 한 커플의 연애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 나는 갑자기 아빠에게 교환이를 소개시켜줄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변덕이었다.
두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탔는데 아직 여의도롤 못 벗어나서도 아니고, 지식인에서 봤다는 그 저질스러운 오줌소태 퇴치법이 소용없어서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변덕이었다.
'변덕'.
때로는 그 단순하다고 느껴지는 변덕 때문에 많은 모습이 바뀌곤 한다.
변덕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거나 쌓아왔던 어떤 일을 단숨에 그르치기도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다.
변덕 때문인데 뭐 별 수 있나.
- 교환이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는 타입이다.
EIDF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 공모를 알리는 뉴스에 교환이 자꾸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유머포인트가 정말 너무 진짜 완전 좋다..
보다보니까 약간 무한도전 <TV전쟁> 에피소드에서 자꾸 서성거리는 정준하 같기도 하다.
화면에 자꾸 나오는..
교환: 셀프 연애다큐멘터리 '연애다큐' 가제를 기획한 구교환, 이하나 커플입니다.
이하나 배우와 저는 실제 연인입니다.
이하나 배우는 저희 집에서 같이 삽니다. 아니, 거의 같이 잡니다.
근데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
하나: 그렇다고 저희가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구요.
구교환 어머님, 구교환 감독님의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매우 잘해주십니다.
맛있는 걸 많이 주십니다. 참외는 어디서 사오시는지 껍질채 먹어도 참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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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그래서 주제가 뭔가요?
교환: 반지의 제왕에도 주제가 있죠? 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낸다든지?
마찬가지로 저희 다큐에도 주제가 있는데요, 그 호빗이··· 아라곤과···
2차 피칭심사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정말 영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전달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이 장면에 가득하다.
주제가 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내는'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꺼내는 교환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 웃음포인트이다. 너무 재밌어.. 너무 웃겨
그리고 황급히 하나가 교환의 마이크를 뺏는다.
심사를 마치고 둘은 치킨을 시켜 먹는다.
하나는 양념을 좋아하는데 교환은 후라이드만 주문했다.
그럼 반반을 시키면 되는 거 아니냐는 하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환은 왜 양념을 고집하냐면서 또 카메라를 꺼내든다.
술을 마시다 전시회에 가자는 하나의 전화를 받고 교환은
- 내가 어쩌다 문화예술오타쿠를 만나가지고···
라는 말을 남긴다.
하나는 먼저 와서 전시회의 커플 사진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숙취로 힘들어하는 교환은 뒤늦게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하나는 이런 교환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먼저 전시회장 밖으로 향한다.
사람이 꽉 차 있는 엘리베이터를 본 교환은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고, 하나가 가만히 서 있자 하나에게 밑에서 만나자는 수신호를 보낸다.
하나는 이 모습을 가만히 서서 보다가 큰 소리로 웃더니 교환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가버린다.
하나와 헤어진 교환은 노래방에서 변진섭의 '로라'를 열창한다.
실제로 구교환 배우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부른 노래도 로라라고 한다.
완전.. 진짜 다큐다..
영화 <세마리>에서 윤종신의 '부디'를 부르는 교환 배우를 보고도 한 생각이지만 담백하게 노래를 참 잘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교환은 2차 피칭심사도 합격하여 최종적으로 사전제작지원금 500만원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하나에게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처음에 이를 거절했던 하나는 전시회장에서 도자기를 깨트리게 되었고, 결국 300만원을 본인이 가져간다는 조건 하에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한다.
<연애다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교환과 하나는 어느 날, 교환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사진관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손님 한 분의 여권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정하면서 교환이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 하나야. 난 이렇게 가게에 손님이 딱 들어오잖아? 그럼 이 사람이 증명사진 찍으러 온 건지, 여권사진 찍으러 온 건지 딱 안다?
내 이 여자도 여권사진인줄 딱 알았어.
눈이 너무 슬프잖아.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여.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인다.'
이미 그 눈에서 떠나기로 결심한 슬프고도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말을 하는 교환의 눈빛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초대된 하나는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보라는 가족의 성화에 이선희의 '인연'을 부른다.
-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난 여배우니까.
하지만 이날 이후 하나는 연애다큐를 찍으러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교환에게 하나가 보낸 깨진 도자기가 도착한다.
교환은 온 집안에 본드 냄새를 풍기며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인다.
- 나는 하나가 왜 도자기를 보냈는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건 이하나의 편지다.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
산산조각나서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면서 다시 붙여야만 원래의 모습을 간신히 갖출 수 있는 도자기.
하지만 원래의 깨끗하고 정교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하는 도자기.
자칫 잘못 만지면 손이 베여서 다칠수도 있는 도자기.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 깨져버린 교환과 하나의 사이.
자칫 잘못 건드리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되어버렸다.
- 우리 엄마가 너 되게 미워해. 집에 본드 냄새 많이 난다고.
이걸 내가 붙이면서 진짜 생각을 많이 했어.
이렇게 막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거 있잖아.
잘했어. 잘 보냈어, 응.
그리고 교환은 자신이 열심히 붙인 도자기를 하나의 앞에서 떨어트린다.
당연히 이미 한 번 깨졌었던 도자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 이거 딱 붙여놓고나서 이걸 보니까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줄 알아?
봐봐. 안 예쁘잖아.
'안 예쁘잖아'.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는 다시 열심히 붙여봐도 안 예쁘다.
이미 떠난 사람도 붙잡아봤자 그 마음이 이전과 같을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이질적이다.
교환도 이를 깨진 도자기를 붙이면서 깨달았다.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여봐도 안 예쁘듯이,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져버린 하나와의 사이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대사가 나오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유난히 예뻐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기록물들에는 모두 사랑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장면만 포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의 마음, 나의 사랑까지 모두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모습을 마음을 담아 기록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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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노이즈에 피곤할 때 집중하기 좋은 영화
거대한 소음에 둘러 쌓인 기분이 든다. 원치 않아도 들리는 시끄러운 세상 소식과 행동 없는 불평불만에 점점 지쳐간다. 도망치듯 나만의 공간인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지만, 계속 지워도 쉴 새 없이 쌓이는 광고 알림에 다시 피곤해진다. 외부의 소란함을 타고 불쑥 떠오른 내면의 고민이 더해져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틀어본다. 주인공의 흘러가는 일생을 바라보면 영화 소리에만 집중하게 될 테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지능을 지닌 소년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다. 1994년에 개봉하여 수십 억 달러를 넘는 수익을 거두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의 부문에서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지닌 의미를 흥행과 수상 같은 결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주인공을 연기한 '톰 행크스' 역시 최근 인터뷰(22년 6월)를 통해 영화가 여전히 상업적 성공만 부각되는 사실에 아쉬움을 전하며,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예고편을 통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만나보세요!
https://tv.kakao.com/v/78600342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바람에 날린 깃털을 따라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포레스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옆 사람을 힐끔 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거 회상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활용해서 그의 인생을 빠르게 표현하는데, 대략 8가지의 굵직한 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
1. 어린 시절 : 인생의 첫 달리기
2. 대학교 럭비 선수
3. 베트남 전쟁 참전
4. 국가대표 탁구팀
5. 새우잡이배 선장
6. 어머니의 죽음으로 돌아온 고향에서의 생활
7.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의 달리기
8. 첫사랑과의 재회
예측 불가능한 주인공의 삶을 따라 격변하는 미국의 시대가 방대하게 펼친다. 권력과 명예의 중심인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사건을 묘사하고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등 무거운 역사를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우월주의'가 담긴 영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은 오로지 '포레스트'의 관점으로 굴곡진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려 한다.Q. 무슨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포레스트'는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충실히 따른다. 럭비 선수가 되었을 땐 감독님이 뛰라고 하면 뛰었고 군대에서 훈련받을 땐 신호에 따라 순식간에 총을 분해하고 조립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바보'같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는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진짜 바보는 '포레스트'가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잠시 스쳐갈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포레스트'는 동료를 살리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무공훈장을 받는다. 마침 그곳엔 수많은 히피가 모여 반전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우연히 연설 행렬에 끼게 된다. 영문을 모른 채 사람들 앞에 선 포레스트와, 그에게 잘했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그토록 덧없이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포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일지라도 그가 내린 선택에 따라 매일을 충실히 살았다. 그를 향한 비난에 집중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 상처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이름 모를 존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제 영화 속 도망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다시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포레스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맴돈다.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is happening at the same time."
"모두가 운명이 있는 건지 바람처럼 떠다니는지 모르겠어.
근데 둘 다 인 것 같아.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운명과 바람 사이 어디를 지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그의 선택을 기억한다. 불필요한 소음에 귀를 막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속마음에 집중한다. 언젠가 세상의 소란을 담담히 받아들일 용기와 다정한 소리로 채울 아량을 가질 수 있길. 오늘 밤엔 모든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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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 (2019)
* 이 리뷰는 영화 <레 미제라블>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 정보
감독: 래지 리
출연: 다니엥 보나드, 알렉시스 마넨티, 제브릴 종가 등
장르: 범죄,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수상: 201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개봉일: 2021.04.15 (한국 개봉일)
<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영화 제목에 그대로 반영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2019년에 개봉한 본 작품은 직접적으로 소설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해당 소설과 일정 부분 연결고리를 갖는다. 우선 극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의 몽페르메유는 200년 전 '빅토르 위고'가 소설 <레 미제라블>을 쓰기 전 영감을 받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작가의 소설 속 등장한 혁명의 모습처럼 분노와 폭력이 들끓고 긴장과 불안이 도사린다. 맥락은 다르지만, '장발장'을 대입시킬 수 있는 소년 캐릭터도 한 명 등장한다. 이 소년 역시 아주 사소한 것을 훔쳤다는 이유로 경찰의 과잉 대응과 폭력적 진압에 희생되며 훗날 혁명의 주동자가 된다는 점에서 소설 속 주인공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그렇다면, 200년 전 소설 속 프랑스의 모습은 2018년의 시점에서 어떻게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일까.
뿌리깊은 불신과 폭력, 터질 수밖에 없던 폭탄
영화는 프랑스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거리 응원을 하며 프랑스인들이 하나로 화합된 평화의 장면들을 그린다. 하지만, 곧바로 장면 전환이 이어지며 그 화합의 순간은 잠깐이었을 뿐 프랑스의 허상을 비춰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월드컵 응원 시퀀스가 끝나고, 주인공 '스테판 루이즈'가 등장해 몽페르메유의 경찰서로 전입한다. 그는 '크리스'와 '그와다'가 이끄는 강력반에 합류하게 되는데, 흑인 하층민들을 상대로 강압 수사를 펼치고 함부로 대하는 두 명의 베테랑 강력반 형사들과는 성향이 딴판인 경찰이다. 세 사람은 함께 몽페르메유 구석구석을 순찰하는데, 서커스단을 이끄는 집시와 시장을 주름쥐고 있는 흑인들 간의 싸움을 목격한다. 누군가가 서커스단의 아기 사자를 훔쳐간 것. 아기사자를 훔쳐간 범인은 '이사'라는 동네 사고뭉치 소년이었는데, 아이를 쫓는 과정의 혼란 속에서 이성을 잃은 그와다가 이사의 얼굴에 고무탄을 쏴버린다. 이 상황이 '뷔즈'라는 소년의 드론에 찍히면서 갈등은 극화되고, 이 사건은 결국 관계의 깊은 골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어버린다.
불친절한 전개, 외부인의 시점에서 방관
<레 미제라블>은 보통의 영화에 비해 극의 전개가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인물 개개인의 서사와 캐릭터 간의 관계를 조명하지 않고 관객이 철저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극을 바라보게끔 한다. 여러 개의 파편처럼 나뉘어져 있는 스토리의 구조는 사건이 심화되고, 갈등이 극에 달할수록 빌드업이 되면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분쟁의 촉발을 이해시킨다. 전개상 주인공 위치에 놓인 '스테판 루이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스테판을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어디까지나 극중 배경에 갓 입성한 외부인이다. 외부인으로서 이 지역의 잔재된 뿌리깊은 갈등의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는 그는 동일한 입장에 놓여 있는 관객을 대변한다.
이러한 관점은 극에서 인물들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뷔즈'의 등장 이유를 설명해준다. 뷔즈가 등장하는 초반부의 장면들은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드론을 사용하여 몽페르메유의 곳곳을 풀샷으로 조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뷔즈는 스테판과 달리 내부인이지만, 역할의 기능으로서는 외부인의 포지션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뷔즈와 스테판의 기능이 아예 동일하지는 않다. 뷔즈는 폭동의 주동자가 되는 '이사'를 비롯한 아이들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함께 무자비한 공권력에 맞서 싸우거나 저항 의식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편에 서서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뷔즈는 폭력과 분노가 오가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상황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지켜만 보는 방관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관객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방관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터져버린 폭력의 씨앗, 누구의 잘못인가
<레 미제라블>을 보며 작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떠올랐다. 이 역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으로 인해 혁명의 움직임이 발생했던 것이다. <레 미제라블>에서 10대 흑인 아이들이 분노한 것은 고작 새끼사자를 훔쳤다는 이유로 얼굴에 고무탄을 맞고, 폭력적인 행위와 겁박에 노출되었던 '이사'의 상황에 스스로를 대입시켰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더 이상 이러한 사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그리고 훗날 자신들이 이사처럼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인 것이다. 크리스를 비롯한 경찰들이 극중 시종일관 취하는 태도들을 보면, 지역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가 오랫동안 쌓여왔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잉 진압한 경찰에게 무조건적인 잘못을 물을 수 있을까? 이 또한 무리가 있는 관점이다. 크리스의 비인간적인 태도와 그와다의 과잉 진압은 분명 잘못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리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흑인 아이들이 경찰에게 먼저 폭력을 행했기 때문에 경찰로서 진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관객 개인의 입장에서도 크리스의 태도는 마음에 안 들지만, 경찰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하다가 벌어진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 명의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 아이들의 폭동에 무자비하게 공격당한다. 이사의 사건이 안타까운 건 맞지만, 경찰을 두고 집단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누구의 편을 들기도 어렵다. 흑인 사회와 공권력의 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무엇이며, 이 모든 서스펜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결과는 참혹하게 벌어지고 말았다. 극중 프랑스 사회 계층의 구조는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극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화약탄을 든 이사와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스테판이 대치한다. 그리고, 집 문을 열어 경찰들을 구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방관하고 있는 뷔즈의 시선도 함께 그려진다. 대치 상황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세 사람 중 누군가는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그 어떠한 경우의 수에도 긍정적인 결말은 없다는 것. 영화는 그렇게 붕괴된 사회의 시스템을 생생하게 전달만 해준 채 갈 곳 잃은 관객의 사고에 찝찝한 불편함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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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리틀 포레스트>
-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제작 : 한국, 드라마 │ 감독 : 임순례
출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진기주(은숙), 문소리(혜원母) 외
등급 : 전체관람가 │ 러닝타임 : 103분만인의 힐링 영화가 될 줄 알았지
리틀 포레스트.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힐링 영화로 자리 잡게 되리란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하고 슴슴한 맛의 이 영화를, 그래서 나도 무려 다섯 번이나 보았다. 언제 어느 부분에서 틀어도, 또는 배경으로 쭉 틀어놓아도, 모든 장면이 위안이 되는 그런 흔치 않은 영화이기에.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다섯 번이나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결코 달콤한 영화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도 어여쁜 시골의 사계절과 요리 장면, 세 청춘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관계 등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청춘들이 결코 시골에 와서 아무 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 것만은 아님을 느껴서다. 그래서인지 어딘가에서 이 영화를 두고 ‘귀농에 대해 미화하는 영화’라고 부르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다. 그 말은 오히려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보았음에도 영화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에.
그보단 청춘의 성장통을 그리는 이야기
주인공 ‘혜원’만 보더라도 그렇다. 임용고시에 실패 후 고향인 시골마을로 내려온 혜원은 도시를 떠나왔다고 해서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간은 정말 순수한 힐링과 도피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곧 통장의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재하의 말대로 ‘그런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혜원은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러 내려온 셈이었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건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며 자신을 정립하기 위해서.
‘재하’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상사의 폭언을 견디지 못했던 재하도 도피하듯 시골로 내려왔지만, 그렇다고 시골에 와서 마냥 이것저것 뚝딱 농사를 성공했던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그는 태풍으로 사과농사를 망치는 것이 얼마나 익숙한지 아주 덤덤하게 낙과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울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도 시골로 오면서 이별해야 했다.
시골에만 붙박이처럼 있었던 은숙의 삶도 만만치 않다.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는 은행에서 그녀는 여름이면 공짜로 믹스커피를 타다 바쳐야 하고, 아무리 작은 단위의 은행이라도 회식자리에서 부장을 위해 맘에도 없는 탬버린을 쳐야하는 비애는 똑같다.
과연 이들의 어떤 지점이, 귀농을 미화한다는 걸까. 이 영화는 시골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보여줌과 동시에 세 청춘의 쓰라린 성장통도 훌륭히 보여주고 있는 것을. 단지, 군데군데 자연이 내뿜는 푸르르고 여유로운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어 그들의 성장통이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이런 이야기 방식을 띈 작품들은 많다. 이를테면 <라라랜드>. <라라랜드>는 유쾌 발랄한 뮤지컬 형태를 띠고 있지만 결국 서로의 꿈을 위해 사랑을 포기했던 연인을 노래하는, 그러니까 사실은 ‘슬픈’ 영화가 아니었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막상 읽어보면 “청춘은 원래 아픈 거니까 쭉 아파라”라고 말하는 책이 아닌데도, 어쩐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리틀 포레스트>도 그런 외형을 띈 영화가 아닌가 싶다. 혜원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연의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시골의 풍부한 사계절을 뛰어난 영상미로 담아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시골생활을 가볍게 그리는 영화는 아닌데...., 들여다보면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 즉 청춘남녀들이 자신만의 작은 숲을 일구기 위해 자신의 삶을 아프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이야기에 가까운데, 외피만 놓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겼던 게 아닐까.
작은 숲을 가꾸기 위하여
물론 나는 이 영화를 오해하는 많은 이들처럼, 혜원이 요리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얇은 튀김옷을 입힌 아카시아 꽃과, 무지개색으로 쪄낸 시루떡, 보기만 해도 달큼해지는 밤 조림, 꼬들꼬들 말라가는 주홍색 곶감을 보면서 정말 많이도 시각적 힐링을 했더랬다. 그렇지만 그런 요리를 하는 혜원에게 아픔이 있음 또한, 영화를 볼 때마다 여지없이 느낀다. 그러면서 나는 늘 혜원의 행복을, 그리고 혜원에 투영된 나의 행복을 빌었다.
영화는 혜원과 재하, 은숙 세 사람이 그래서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 혜원이 ‘자신의 작은 숲’을 찾았음을 암시하는 미소로 관객들을 안심시키며 끝이 난다. 영화가 그렇게 시시하게 끝났던 것조차도, 어쩌면 혜원이 찾은 숲이 ‘시골로의 정착’이냐 ‘도시로의 회귀’냐 하는 형식적인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그 시시한 결말과,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하고 슴슴한 맛의 이 영화가 참 좋았더랬다.
청춘과 인생은 자연의 섭리를 많이 닮아있는 듯 싶다. 그래서인지 리틀 포레스트에는 ‘인생’에 대입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좋은 대사들도 많다. 긴 요리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어린 혜원에게 혜원의 엄마가 하는 말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라던지, 재하의 “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라는 말이라던지. 기다림과 긴 긴 겨울에 대해서 자연은 늘 그렇게 단단한 통찰을 준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귀농을 해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해본 적 없지만, 때때로 내 숲을 가꾸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 다시금 이 영화를 찾는다. 혜원이 힘들 때 고향을 찾아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그렇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글쓰는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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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입추가 지나자, 마법같이 선선해진 요즘. 밤 산책을 다니기 좋은 날씨죠.
여러분, 이동진 영화 평론가를 아시나요?
영화가 개봉하면 모두가 주목하는 이동진 평론가가 만점을 준 영화들만 모아왔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되신다면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 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라면서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함께보시죠!
1.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 사라 폴리
Synopsis : 결혼 5년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순도 100%의 사랑 영화, 마음의 기척을 응시하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2.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 봉준호
Synopsis :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사 일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 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송재호 분)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는데...
한국영화계가 2003년을 자꾸 되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3. 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 홍상수
Synopsis : 영화과 학생 옥희는 자신이 사귀었던 한 젊은 남자와 한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차산이란 곳에 만 일 년을 사이에 두고 각 남자와 한 번씩 찾아왔던 경험을 영화적으로 구성해본 것이다: 그 산에서 각기 다른 두 남자와의 경험을 공간별로 짝을 지어놓고 보여준다. 주차장, 산 입구, 정자 앞, 화장실, 목조 다리 앞, 산 중턱 등의 공간에서 각자 다른 행동과 대화들, 그들과의 모습이 짝지어 보여지면서 우린 두 경험 사이의 차이와 비슷함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린 옥희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총체적 그림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구조와 공간 대신 정서와 시간을 바라보는 홍상수의 새 경지.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4.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 기예르모 델 토로
Synopsis :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숲으로 숨은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계속해서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된다. ‘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긴다. 정부군 소속으로 냉정하고 무서운 비달 대위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낯설어 두려움을 느끼던 오필리아는 어느 날 숲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 기괴한 모습의 요정 ‘판’과 만난다.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판은, 그녀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넨다. 오필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5.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 허진호
Synopsis :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난다.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허진호와 이영애와 유지태, 그들 각자의 최고작.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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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의 <세이레>
본 글은 시사회 참석 후 씨네랩에서 리뷰 작성을 요청받아 작성한 것.
첫인상은 그저 데이빗 린치의 <이레이져 헤드>를 떠올리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신청한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영화에 관련한 정보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포스터를 스크린에 띄워주는 바람에 배우들의 이름과 영화의 분위기만 짐작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상영되는 영화의 정보가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감독의 이름과 배우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여하간 그렇게 만나게 된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한국 공포 영화의 발전 가능성과 한편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혹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수백 번 읽어야 하고, 생각해야 하며, 대화를 나눠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어 본 사람은 영화를 만들 사람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니가 좋아하는 걸 해.” 영화가 끝난 후 기자 한 명이 감독에게 미신을 믿는지 질문을 던졌다. 감독의 대답이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충족시켜 주었다. 감독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관객은 믿음이 갈 턱이 없다. 이 영화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불가사의한 일은 마치 감독이 믿음이 가지 않아서 가려놓은 것처럼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미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낸 까닭은 호러 영화의 공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공식에 충실하다는 의미는 컨벤션의 의미가 아니다. 호러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억압”을 다룬다. 나는 공포 호러 영화를 볼 때 억압의 논리가 정당하지 않으면 그 영화는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여하간 <세이레>는 미신이 소재이지만 영화를 끌고 나가는 원동력은 “죄책감”이다. 미신으로 영화를 끌고 가지 못하고 죄책감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에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보다는 밑으로 파고 내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파고 내려가면서 영화는 종종 다른 길로 새는 듯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썩은 사과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사과가 영화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 사족처럼 느껴진다. 겉은 멀쩡하고 속은 썩어있는 사과의 모습이 우진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감독의 대답은 더욱 사족 같다. 이 영화에서 사과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이상할 뿐 아니라 장모의 등장, 건강원 등은 어딘가 영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그 주변을 배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은 발아되지 못한 씨앗의 느낌을 주는데 이것들만 가지고도 하나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 단연 으뜸은 죽은 전 여자친구를 쌍둥이로 설정한 것이다. 이 부분은 나름 밀도가 있다. 긴장감도 충분하고 영화를 끌고 가는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 설정 자체가 중간에 멈춰버린 느낌이다. 사실 쌍둥이 동생이 우진을 집 안으로 들이는 것과 집 안에서 속옷을 바라보는 이상한 쇼트들은 진전되지 않는다. 이것이 후반부에서 둘의 꿈속 정사 장면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무언가 구멍이 뚫린 느낌이다.
이 정사 장면의 대응 장면은 우진의 마지막 꿈인 것인가. 영화에서 반복되는 악몽의 장면은 굉장히 많다. 마지막 악몽은 그의 아내가 그의 목을 찌르는 것이다. 이것은 죄책감에 대한 징벌적 장면으로 읽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동안의 악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의 개념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보았을 때 왜 세영이는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한 걸까. 그러니까 영화는 중요한 죄책감이라는 감정 자체로 영화를 이끌고 가지만 거기에 붙어있는 곁가지들은 영화를 멈춰 세우게 만든다.
그러나 몇 가지 디테일들은 인상적이다. 꿈 장면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도 시시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이유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존재하고 꿈이 현실보다도 더 우진을 설명해 주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영화에서 지속되는 불길함 또한 지적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세영의 부고 문자를 받는 장면은 문자를 받기 전 줌이 먼저 들어간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줌 인 쇼트. 그러니까 카메라는 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카메라와 편집은 이런 방식으로 불길함을 조성한다. <이레이져 헤드>로 향하는 마지막 쇼트까지 우진과 우진의 아이는 접촉을 했을까? 아직 한 번 본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겠지만 접촉이 없다. 우진은 분유를 타기만 할 뿐 아이를 안거나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감독은 영리하게 우진이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아내가 막는 방식으로 연출한다. 결국 세영이가 유산했다고 했을 때 안도의 한숨은 현재의 아이에게 이어진다. 우진은 아이가 싫다. 그렇다면 그는 왜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되었을까? 이 질문이 영화를 위태롭게 만든다. 시사회에서 한 기자가 감독에게 왜 와이프의 말을 안 듣고 장례식에 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 그 부분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세영이와 헤어진 지 1년 된 설정이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맞다면 현재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는 무엇인가. 영화는 우진이라는 인물을 위태롭게 만든다. 자연 유산이었어도 마치 그가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노력했던 뉘앙스를 부여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진의 아이는 우진의 죄책감이 된다. 이것은 이 영화가 영화를 전개시키면서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공포를 모두 모아서 마지막 쇼트에 담은 것이 된다. 그렇다, 이제 우진은 평생 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가 죽을 때까지.
2022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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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우에게 즉석에서 더빙을 부탁하면 일어나는 일 | 씨네마사지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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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꿀보이스 정재헌 성우님과 함께하는 너의 이름은. 리뷰 두번째 시간!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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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대서양을 가르는 비행기에 오른다.
목적지까지 반쯤 왔을까.
비행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고,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어렵사리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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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티저 예고편
"이건 게임일 뿐입니다" 참가자 456명, 총 상금 456억원. 목숨을 건 의문의 서바이벌 골목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