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3-01-18 18:31:18
짧은 러닝타임이면서 아쉬운 점이 돋보였던 영화
영화 <강남좀비> 시사회 리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질 때 강남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떤 사람이 빌딩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다는 내용인 <강남좀비>는 티아라의 지연을 출연으로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1시간 20분이고 보통의 좀비 영화들과 달리 대충 만든 것 같고 좀비들이 자신이 좀비가 되기 직전에 했던 행동들을 함으로서 재미를 반감 시켰다. 또한 강남에 좀비들이 몰리는게 아니라 빌딩 중 한 곳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그곳을 탈출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온다.
특히 강남의 건물주가 갑질을 일삼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결국 좀비가 되는 최후를 맞이한다. 또한 유튜브를 한다는 핑계로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주고 성추행을 일삼는 악덕 사장도 좀비가 되버린다.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마치 강남의 문제점을 풍자하는 듯한 이 영화는 그곳이 진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갑질과 성추행같은 범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최후를 맞이한다는게 통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사는 강남에서 좀비들이 점령한 건물을 빠져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코믹하기도 하고 무언가 아쉽기도 했다. 이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마치 강남좀비 2가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미숙한 점들도 많고 러닝타임이 짧은만큼 가벼운 영화로 보는 걸 추천한다. 어쨌든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고 짧은 킬링 타임 영화로 보는게 좋을 것이다.
강남에 좀비 한 명이 강남 건물
하나를 감염시킨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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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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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듀얼>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히 찾아야 할 진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우자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아담 드라이버)’에게 강간당한다. 자신의 범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자크는 그녀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그의 죄를 고발한다. 한때 자크와 친우이자 전우였지만 세금 징수, 영지 소유권, 호칭과 계급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판을 요구하며 그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관계가 된다. 그런데도 대영주 '피에르(벤 애플렉)'의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가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자 마르그리트의 재판은 장과 자크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결투 재판으로 결정되고, 마르그리트는 장이 패배할 경우 함께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인다.
2-3 년에 한 편씩 신작을 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리들리 스콧 감독. 비주얼리스트로도 유명한 그는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시리즈, <마션> 같은 SF 작품부터 전쟁 영화인 <블랙 호크 다운>, 여성 영화인 <델마와 루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엑소더스> 등으로 대표되는 시대극이다. 리들리 스콧의 사극은 과거의 사건과 시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상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볼거리에는 늘 자유의 평등의 가치, 종교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성찰처럼 도발적일 수도 있는 사유가 깃들어 있었다. 이는 에릭 재거의 원작을 영상화한 <라스트 듀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마지막 결투 재판을 섬세하게 다루며 하나로 답을 단정할 수 없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라스트 듀얼>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특징이라면 역시 그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장과 자크가 결투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내 시점을 과거로 되돌렸다가 후반부에 다시 결투 장면으로 돌아온다. 이때 과거 시점에서는 한때 절친이었던 두 남자가 왜 결투 재판까지 펼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총 세 명의 시선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 경험한 진실을 말한다. 1장인 "장 드 카루주가 말하는 진실"은 장의 입장에서 자크와의 불화가 어떻게 마르그리트의 강간으로 이어졌는지를, 2장인 "자크 르 그리가 말하는 진실"은 강간을 저지른 것을 마음 한 켠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끝끝내 사랑의 표현이라고 합리화하는 자크의 입장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인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은 피해자인 마르그리트의 시점에서 일련의 사건을 복기한다.
이때 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다.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부제목이 나온 후 글자가 사라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진실"만이 잠시 남는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중 마르그리트가 영주의 부인이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축을 돌보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등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하던 시대에 구조적 한계마저 극복하며 자신의 권리와 명예, 그 목소리까지도 마침내 되찾은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우 <라스트 듀얼>은 중세의 사건을 통해 근 몇 년간 주목받았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낸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투가 끝난 직후 마르그리트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이 작품 속 진정한 승리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했데도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데다가 허무하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째서일까? <라스트 듀얼>이 엄연히 사극이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명예와 충성심을 고집하는 존 스노우의 언행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작중 중세적 세계관에서는 그 언행이 세력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듯이,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인물들의 행동은 표면적인 의미와 다른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는 부당해도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것이다. 따라서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 역시 반드시 현실이 아닐 수 있고, 장과 자크처럼 자신이 경험한 진실로서 현실의 한 파편에 불과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녀의 표정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마르그리트가 강간을 당한 직후 장이 "마지막으로 정을 통한 남자가 외간 남자이게 둘 순 없지"라고 말하며 잠자리를 강요한 것이 단적인 예시다.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장의 행동은 명백한 강간이다. 하지만 중세시대에 장의 행동은 오히려 마르그리트를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그날 밤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는데 마르그리트가 임신한다면, 장은 그녀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기사인 그는 마르그리트의 아이가 자크의 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마르그리트와 잠자리를 가졌기에 그는 훗날 태어날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명예와 진실을 지킬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설령 그것이 보호할 의도였다고 해도, 본래 무뚝뚝한 성정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강압적이었던 장의 잠자리 요구는 엄연히 강간이다. 설령 보호라 해도 당사자인 마르그리트를 상처 입힌다는 점에서는 중세의 시대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한 셈이다. 이에 더해 재판을 열기 위해 일부러 강간과 관련해 소문을 내는 것 역시 현시점에서 보면 명백한 2차 가해지만, 봉건제가 유지되던 중세 프랑스에서는 최선이자 동시에 필요악에 가까운 선택이나 다름없다. 이는 부부가 그날 밤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르그리트가 장의 영지를 돌보는 장면들도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 반드시 현실과 등치 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일견 장의 어설픈 영지 경영을 현명하고 유능한 마르그리트가 잘 챙겨주는 장면 같다. 하지만 중세 시대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르그리트는 씨암말의 씨를 가려 받으려는 장의 명을 어긴 하인에게 말들을 자유롭게 풀어줘도 된다는, 남편의 말과 반대되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중세의 말이 품종, 용도에 따라 급격한 가격차이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정해진 용도에 따라 말을 키우려는 장의 선택을 무시한 마르그리트의 선택은 오히려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한 행동이다. 전쟁에 나선 남편 대신 세금을 거두는 장면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장은 몇 달간 전쟁에 나가 금화 300닢을 받아오는데, 이는 작중 마르그리트가 살림을 가꾸어 늘린 재정을 상회하는 수치다.
영화는 이처럼 마르그리트의 진실이 현실과 어긋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마르그리트는 중세의 재판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른 채 고발에 나섰다. 자신의 재판이 자신과 남편의 목숨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결투로 이루어지는 것 외의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분명 영리하고 지혜롭지만, 그녀의 현실 역시 그녀의 주관대로 구성되었던 경우가 많았음을 암시한다. 마치 사건의 전말을 모두 담은 듯했던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조차도 온전한 진실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3장의 도입부 연출은 마르그리트의 진실과 별개인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실이 따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순간 그저 무기력할 뿐인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알고 있었던 진실과 알지 못했던 현실의 충돌로 인한 충격에 압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피해받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더 나아가 현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를 시대적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시대적, 사회적, 구조적 한계를 마주한 여성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모든 사람의 진실은 왜곡될 수 있기에 사건의 전모가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이는 세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작중 그 어떤 사건도 동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결투 재판 시퀀스는 이처럼 보다 폭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만약 <라스트 듀얼>이 첫 번째 해석대로만 이루어지는 작품이라면, 이 작품이 마지막 결투를 스펙터클로써 보여주는 태도는 꽤나 어색해 보인다. 물론 프랑스 왕의 태도에서도 보이듯 결투 재판이 당시 시대에 유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용기를 지지하는 것만이 영화의 주제였다면, 결투를 펼치는 두 남자의 시선에서 현장감을 살리며 박진감 있게 연출하는 대신, 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중심으로 결투를 건조하게 다루는 것이 더 주제에 부합하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투 장면은 마르그리트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 결투에 임하는 두 남성의 시선, 그중에서도 특히 장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이는 결투 재판의 처절함과 승리에 대한 의지를 충실히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오락적으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누구의 시선과 진실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세 주인공의 시선을 공존시킨다는 측면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라스트 듀얼>의 함의는 제작 비하인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제작 및 각본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 외에도 맷 데이먼, 벤 에플랙, 그리고 여성 감독이자 각본가로도 활동 중인 니콜 홀로프세너가 참여했다. 맷 데이먼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데이먼과 애플렉이 남성의 시선을, 홀로프세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담당해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시각과 관점, 심정과 그들의 변화를 다채롭게 녹여낼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직간접적으로 미투 운동과 성추문 관련 이슈를 경험했던 이들과의 협업이 큰 역할이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에 개봉했던 <라스트 듀얼>은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초라한 흥행을 기록했었다. 이 작품이 지닌 품격과 가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극장에서의 흥행은 참패했지만, 다행히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었으니 OTT를 통해서라도 노장의 시선과 사유가 담긴 <라스트 듀얼>이 온전히 공유되고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시대를 넘나드는 거장의 통찰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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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최고은 PD
최고은 PD는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광주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션들의 인터뷰와 라이브 클립을 선보이며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오랜 시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버텨내고 존재하는 광주의 광주극장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제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 경쟁작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얼굴 마담이 되고 싶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던(웃음)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입니다.
간략히 영화 소개해 주세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공간을 지켜내고 있는 광주극장, 그곳에서 저를 포함한 8명의 뮤지션이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라이브 클립 공연하는 모습과 인터뷰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제목을 우선 시 생각하는데 '버텨내고 존재하기' 제목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생각하게 되셨나요?
음악을 시작 한 지 12년 차가 되었는데 10년 차 때 부터 생각했던 화두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라 이전에 음악 하던 흐름과 많이 달라져야 했습니다.활동 방향과 방법이 변하면서 음악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버텨내고 어떻게 존재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이었지만, 제 주변 뮤지션들도 그러했습니다. 오래된 공간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는 주제라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의도하신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호스트 입장으로 영화에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2019년부터 매해 진행했던 커밍홈의 세 번째 이야기라, 제가 호스트 되어 주변의 뮤지션을 광주에 초대해 광주 알리고자 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감독님과 PD님이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권철 감독님께서 영화 상영후 GV에서 적절한 표현을 해주셨는데, ‘냉장고를 부탁해’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제가 냉장고를 준비해서 냉장고 안 에 요리할 수 있는 재료를 넣어 권철 감독님께 드리면 권철 감독님이 요리하는 과정입니다. 저의 역할은 주제와 뮤지션 및 공간 섭외였습니다.
그렇다면 권철 감독님께 제안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권철 감독님은 2011년에 처음 뵈었는데, 이후로 해외 투어 가거나 라이브 클립 작업 시 권철 감독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독과의 작업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음악 대한 애정이 깊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보는 것이 듣는 것과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에세이 읽는 것처럼, 시 낭독 들었던 것처럼 기억되도록 작업하십니다. 일련의 흐름처럼 영상 파트에 권철 감독님이 늘 계셨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클립곡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뮤지션들을 광주로 초대할 때, 주제를 소개하면서 스스로 어울리는 곡을 생각해 라이브 클립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선정하지 않고 뮤지션 자신이 생각해서 어울릴 만한 곡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곡들입니다.
기억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마도 이자람밴드가 떠오르네요. 광주극장이 4층 건물 높이인데 당시 이자람 님이 4층에서 라이브 하셨고 저는 1층에 대기하는데 4층 이자람 님의 목소리가 1층까지 울렸어요. 폭발적인 가창력, 목소리 트임에 아주 놀랐습니다.
최고은 PD님의 버텨내고 존재하는 비중을 나타내자면 어느 정도 일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존재한다는 것’ 에 집중했습니다. 버티는 것 자체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나를 기록에 남기지’ 의 존재에 집중했다면 가면 갈수록 버텨내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버텨낸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앞에 있는 것이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똑같겠지, 음악 아니면 뭐 하지’ 생각해도 음악이 저에게 대체 불가한 길이라 버텨냈는데 요즘은 밸런스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시대를 버텨내고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하고 나의 이야기가 소중한 만큼 남의 이야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면 서로가 힘이 되어 잘 버텨내고 잘 존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가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우리 모두의 사람살이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괄호 앞에 들어가야 합니다. 광주극장이라는 공간은 1933년 개관했으니 90여년 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고 만들어 갑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숨어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광주에 갈 기회가 있다면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도 들어 보시고, 중간중간 나오는 뮤지션들의 추천 영화들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고은 PD는 10월 말에 있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광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마지막 손간판쟁이로 알려진 박태규 화백이 작업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손간판을 직접 세워 영화를 상영하고 뮤지션들이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보이는 공간, 광주극장에서 90여 년 세월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는 장소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나 기대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김문숙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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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6월 1주 개봉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Jurassic World: Dominion , 2022
‘쥬라기 월드’ 1편을 맡았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제작 총괄 스티븐 스필버그
199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쥬라기 공원’,
1997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였던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
2015년 ‘쥬라기 월드’ 등 천문학적 흥행 수익을 올린 ‘쥬라기’ 시리즈의 신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합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각본가이자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가 연출하고
‘쥬라기 월드’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누블라 섬이 파괴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으로부터 4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위협적인 공룡들로 인해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쥬라기’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7종의 새로운 공룡 모습과
‘쥬라기 월드’뿐 아니라 ‘쥬라기 공원’의 캐릭터까지 모두 볼수 있는
첫번째 추천영화 "쥬라기월드: 도미니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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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 AFTER YANG , 2021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기억을 탐험하면서 시작되는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삶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담은 "애프터 양"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양"은 '미나리', '레이디 버드', '문라이트' 등 웰메이드 영화를 선보여 온 A24의 신작 영화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콜럼버스'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영화이기도 하죠
또한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콜린 파렐,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H. 민 등을 비롯한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과 믿고 보는 작품!
두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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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AFTER YANG , 2021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영화 "카시오페아"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작품입니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믿고보는 서현진 그리고 천재 아역배우 주예림까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동주' 제작, 각본부터 탄탄한 필력과 섬세한 연출의 대가, 신연식 감독이 5년 만에 돌아오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신연식 감독은 "카시오페아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아버지에게 새로운 양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판타지이다"라고 밝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6월 극장가! 웰메이드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줄
세번째 추천영화 "카시오페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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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
先生、私の隣に座っていただけませんか? , Sensei, Would You Sit Beside Me? , 2021
불륜과 복수를 코미디로
영화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는 결혼 5년차,
바람을 피운 남편 토시오에게 만화로 복수를 하는 아내 사와코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코미디 영화 입니다.
결혼 5년 차, 인기 만화가 사와코와 남편 토시오는 어머니의 사고 때문에 시골로 내려와 차기작을 준비하는데요
어느 날 토시오는 사와코의 신작 콘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불륜을 묘사한 만화 속 커플에서 그녀의 편집자 치카와 자신의 사이를 알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죠
아내 사와코는 자신의 운전선생님과의 불륜을 시작으로 만화를 만들어 내는데요
복수와 불륜이라는 소재를 코믹한 모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신예 호리에 타카리호 감독과 쿠로키 하루, 에모토 타스쿠, 카네코 다이치의 일본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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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ダイヤモンド&パ-ル ギラティナと氷空の花束シェイミ , 2008
포켓몬스터 빵에 이어 극장판 까지!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는 끝나지 않은 전설의 포켓몬들의 배틀로
위험에 빠진 반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감사포켓몬 ‘쉐이미’와 ‘지우’, ‘피카츄’가 나서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의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던 작품이 리마스터 정식 개봉되는 것으로
국내 포켓몬스터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봉에는 포켓몬가오레 스페셜 디스크를 증정하는데요
2주차 극장 선물인 포켓몬가오레 '기라티나' 스페셜 디스크는 국내에서 포켓몬스터 극장판 시리즈가 개봉한 이후
관객 선물로는 처음으로 포켓몬가오레 디스크를 증정하는 경우로, 그 어떤 선물보다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선착순 3만개를 증정한다고 합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11번째 극장판이자 리마스터!
다섯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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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신중하고 확실한 디즈니의 변화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신비의 땅, 쿠만드라 왕국. 어느 날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모습을 드러내자 드래곤들은 인간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힘을 하나의 보석에 남긴 채 스스로를 희생한다. 그러나 드래곤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드래곤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분열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500년 후 보석의 수호자인 '벤자(대니얼 대 킴)' 족장은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통합하려 하지만 '비라나(산드라 오)'를 비롯한 다른 족장들에게 배신당하고, 부활한 드룬은 또다시 세상을 공포에 빠뜨린다. 이에 보석의 마지막 수호자인 '라야(켈리 마리 트란)'는 라이벌 '나마리(젬만 찬)'의 방해를 뚫고 쿠만드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 '시수(아코피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로빈슨 가족>을 시작으로 <겨울왕국 2>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끈 총괄 제작자 존 라세터가 성추행 사건으로 스튜디오를 떠난 뒤 제작된 첫 작품이라는 점은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또한 비록 애니메이션 작품은 아니지만 작년에 공개된 <뮬란> 실사영화가 숱한 논란을 낳으며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의 몰이해와 정치적 올바름을 대하는 디즈니의 위선을 드러냈던 기억은 동남아시아 문화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부추겼다. 그러나 <겨울왕국> 시리즈의 감독인 제니퍼 리의 총지휘 아래서 제작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모든 의심과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해 주었다.
우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다소 보수적인 자세로 총책임자가 교체된 여파를 최소화한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으로부터 <주토피아> 같은 새롭고 재기 발랄한 이야기나 전개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첫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영화는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집을 떠나 새로운 친구와 동료들을 만나고, 가슴 아픈 이별 안에서 절망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거나 구할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영웅 서사, 영웅 신화의 구조를 그대로 취한다. 그래서 라야의 여정이 세상을 향한 신뢰와 희망의 가치와 필요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이에 더해 마찬가지로 안전한 볼거리와 캐릭터도 검증된 서사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동원된다. 예를 들어 라야와 그 일행들이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귀여움과 웃음을 유발하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원숭이들의 역할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치는 보우트러클과 니플러의 역할과 같다. 라야와 그녀의 친구들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는 장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주인공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해당 장면의 배경이 전체적으로 보랏빛을 띤다는 점도 한몫한다. 캐릭터들의 경우 <겨울왕국> 속 등장인물들의 의상만 동남아시아 풍으로 바꾼 것과 다르지 않다. 어릴 적 친했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어색해지는 안나와 엘사의 관계는 라야와 미나라의 관계에서 반복되며, 유머를 선사하는 라야 일행의 뒤에는 한스와 크리스토퍼, 올라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반면에 동남아시아 문화를 재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를 한 데 뭉뚱그려 동아시아 문화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동남아시아를 한 범주로 묶는 작업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당장 베트남의 경우 중국에 맞서 약 천 년간 독립과 굴복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자 및 유교 문화권 안에 녹아들었지만, 그 인접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만 하더라도 힌두교나 불교 문화권에 속하는 것이 그 예시다. 심지어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무슬림이고, 필리핀은 스페인 식민지의 영향으로 가톨릭 문화권에 속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난제를 해결한다. 하나는 공간적 배경의 설정이다. 작중 주 무대가 되는 가상의 대륙 쿠만드라는 드래곤 모양의 길고 거대한 강이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는데, 이는 메콩 강이 관통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변형시킨 형태다. 다섯 국가가 강을 둘러싸고 위치한 것 역시 메콩 강 유역이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에 걸쳐 퍼져 있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지역 특색을 동남아시아 혹은 쿠만드라라는 한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한결 자연스럽다. 더 나아가 현실을 닮은 공간의 구체적인 특성은 보편적인 서사 구조의 무색무취함에 특색을 더한다. 이는 작중 등장하는 계단식 논, 수중 가옥, 볶음밥이나 쌀국수, 동남아시아 지역 특유의 검이나 무기인 올리시(olisi) 등을 이용한 액션 등이 단순한 수박 겉핥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토리의 중심 소재이자 주체인 드래곤의 존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수를 비롯한 드래곤이 흔한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드래곤에 비해 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비를 내리거나 안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작중 드래곤이 주로 강에서 서식하며 모습을 바꾸거나 비를 내린다고 알려진 '나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가는 힌두교의 대표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비롯한 다양한 경전에서 등장하는 뱀신이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수호신으로도 등장한다. 메콩 강에서 나가가 불을 뿜으면 수면 위로 불이 솟아오른다는 설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캄보디아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뱀신으로 숭배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가를 닮은 드래곤이 인도차이나 반도와 메콩 강과 비슷한 땅을 구한다는 전개는 적절한 대표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공통의 지형적 특성과 신화적 상상력이라는 문화적 인자를 변용한 결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종교와 문화적 차이도 거뜬히 뛰어넘는다.
이때 메콩 강과 나가를 변용한 선택이 동남아시아의 현재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은 평범한 듯 보이는 애니메이션에 깊이를 더해준다. 드룬과 처절하게 싸우던 드래곤은 자신들의 힘을 담은 보석 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나 드래곤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인간들은 공생하거나 쿠만드라를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라야와 나마리처럼 하나 남은 드래곤의 보석을 독점하려는 이기심과 불신에 사로잡힌 채 메말라 가는 땅에서 드룬에 의해 죽어간다.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드래곤들의 선택도 그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게 그들은 "가뭄은 지구의 죽음이다"라고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표현을 충실히 따라간다.
이러한 드래곤과 강의 소멸은 하류 지역의 풍족한 토양과 수백 종의 어종을 통해 수천만 명의 생명줄이었던 메콩 강이 메말라 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메콩 강을 둘러싸고 앞서 이야기한 다섯 국가와 중국은 물 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메콩 강 상류에 샤오완 댐 등을 건설하자 유량이 크게 줄고, 그 결과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줄어들며 농업과 어업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메콩 강 유역 국가들은 정상회의를 열어 왔으나 양측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 덕분에 신뢰와 배려심을 강조하는 영화의 새로울 것 없는 메시지는 각 족장이 모인 자리에서 각기 용의 보석을 탐낼 뿐 공생할 길을 찾지 않는 초반부 장면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무게감을 갖는다.
비록 코로나 시국이라고 해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달리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봉일이 하루 빨랐던 <미나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빼앗겼고, 북미에서도 전주에 개봉한 <톰과 제리>보다 적은 첫 주말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성공한 작품을 벤치마킹한 결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의의를 고려할 때 온당치 못한 대우로 보인다. 단지 주인공, 조력자, 악역 등 주요한 캐릭터가 모두 여성이어서가 아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재해석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남은 영화이고,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한층 성숙해진 태도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왜 여전히 디즈니라는 이름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시킨다.
A(Acceptable, 무난함)
무색무취의 스토리를 아름답게 색칠하는 다양성을 향한 디즈니의 진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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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을 찾다 불안감이 가득해진 슬픈 현대인들에게
위풍당당 13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중학생 소녀 라일리다. 학교 하키 선수인 라일리. 오늘도 땀을 흘리며 운동한다. 라일리는 꽤나 실력 있는 하키 선수다. 좋은 성적을 거둔 라일리. 그런 라일리를 로버츠 코치가 바라보고 있다. 경기가 끝나자 라일리에게 "고등학생 언니들이 참여하는 하키 캠프에 들어오지 않을래?"라고 제안한다. 신난 라일리. 두 친구와 함께 삼총사를 이룬다면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라일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감정들이 있었다. 기쁨, 버럭, 까칠, 소심, 슬픔이는 라일리가 보고 겪고 느끼는 걸 모니터링하며 그녀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섯 감정들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각했다.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음에 따라 4개의 새로운 감정들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따분, 당황, 부럽, 그리고 불안이가 라일리의 머릿속에 새롭게 등장했다. 어수선한 머릿속. 라일리는 하키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형 같은 아우
이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승계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전편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이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 1편은 영화의 시점을 11살 아이 라일리로 설정해 어린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어린이에게 공감이 쉽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영화의 목적지는 애초부터 아이들이 아니다. 이야기의 시점만 라일리지 영화가 진짜 담고 싶었던 것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과거를 다룬다고 봐야 할까 현상을 다룬다고 봐야 할까? 글쓴이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끼기 이전에 뇌 속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 과정이라는 것, 그러니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이건 이래서 이런 느낌이야’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이니 뇌과학이니 뭐니 이런 거 안 가져와도 성인인 모두들 이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이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이다. 이 핵심은 나이가 들고 세상에 닳을수록 더 감정적인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감정적인 부분에 화룡점정으로 방점을 쾅 찍는 빙봉이라는 캐릭터도 영화의 목적을 견고하게 만드는 좋은 수였다. 영화가 굉장히 영리하게 목표를 잘 설정한 것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핵심들의 속성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목적지를 분명하게 설정했다. 일단 대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두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 두 관계는 가족과의 관계와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다. 이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영화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설명한다. 이 설명하는 과제는 우리 어른에게 주어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기 때문에 성인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사춘기를 묘사하는 것이 어른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인 것에 틀림없다. 그 이유? 영화는 고의적으로 ‘터닝 포인트’를 조명하고 있다. 라일리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의 치기 아니면 풋풋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무슨 감정이었을까 묻는 것이 <인사이드 아웃 2>다.
영화의 두 번째 장점은 이야기의 밀도다. 첫째로 좋았던 것. 영화가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사실 영화에서 라일리가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여준 방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유년시기를 다뤘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키던가 / 좋은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던가’하는 식의 엔딩으로 결론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고른 방식은 1차원적인 연출이 아니다. 인물 간의 성장과 감정의 성장을 겹쳐 보이게 연출했다. 이 연출 덕에 영화 안에서 라일리의 성장이 더 입체적이다. 라일리가 화내고 기뻐하고 친구들을 의식하는 일들이 이 인물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보니(애초에 이 감정이 라일리의 것이다 보니) 주인공이 감정들을 더 섬세하고 미묘할 거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가 인물의 성장만을 부각하는 건 아니다. 일단 재미있잖아? 이 영화에서 기쁨 이가 기쁘기만 하고 버럭 이가 버럭 화내기만 한다면 그건 영화가 변명을 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적 재미와 캐릭터의 개성을 챙기는 게 연출자의 역할 아니겠어?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이걸 잘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가 둘째로 좋았던 건 불안이라는 캐릭터다. 윗문단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글쓴이는 불안이를 둘러싼 다른 캐릭터들의 리액션이 마음에 들었다. 불안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그렇게 협력하는 것 같지 않다. 이 특징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 영화 이야기에 영향이 가는 것과 동시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쓴이는 불안인형이다. 그래서 불안한 기분이 들 땐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향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좋은 결과 같아보이지만 결국 나에게 역효과로 다가오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게 다른 감정과 함께 묘사할 수 있지만 불안감이라는 정서만을 강조한 건 캐릭터의 이런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뭐 글쓴이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안의 불안이는 현대인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포함 내 주위에 제 풀에 지쳐 넘어지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불안함 내지는 걱정을 어깨에 지고 있었다. 이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는 이런 현대인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마 여러분이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피트 닥터도 흐뭇해할 듯
영화 보면서 감탄했던 것 다른 하나는 상상력이다. 많은 관객들이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아냥 대협곡’에 대해 언급할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편을 오마주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질감이 기억이라는 디테일을 잘 살렸다. 이 디테일은 그냥 시각적으로 재밌기만 한 건 아니다. 당연히 영화가 나라는 사람의 기원에 대해 다루니 그 나름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ㅇ 캐릭터들을 영화 톤 그대로 보여준다면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가 사소한 선택지를 살린 좋은 수였다. 그리고 영화가 감정을 캐릭터처럼 묘사한 시각화의 방식이 재밌었다. 가령 영화 안에서 공사장 인부처럼 표현한 캐릭터가 있다. 이 장면도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는 방식과는 또 다르지만 사춘기가 가진 의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영화가 인간의 내면을 상상력으로 구현하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글쓴이는 라일리가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이 아주 재밌었다. 예를 들어 타인의 눈치를 본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상황을 둘러싼 감정들이 하나일 리는 없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수많은 기억이라는 시리즈의 핵심을 이 장면에도 반영했다. 그냥 단지 불안이가 쨘 하고 그 시퀀스를 혼자 이끄는 게 아니다. 감정들이 어떤 행동을 바탕으로 라일리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이 장면을 본 분이라면 피식 웃음이 나올 것이다. 영화가 자아를 묘사하는 방식도 대단하다. 물과 나무의 속성이 뭘까? 그리고 도서관의 속성이 뭘까? 이것들이 한 사람의 세상을 이루고 그 나름의 교훈이 있는 데다 모든 것의 열매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영화의 비유가 탁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부럽이는 진짜 부러워할 것 같네
이 영화의 단점은 섬세하지 못한 뒷심이다. 글쓴이는 주인공 라일리와 두 친구 간의 관계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일부러 영화가 다방면의 관객을 고려하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보였다. 전체이용가이니 만큼 이런 결론을 내지 않고 다른 측면을 선택하기엔 영화가 상업영화로서의 장점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가 고른 전략과 크게 충돌한다. 왜? 이 영화는 감정의 발화를 철저하게 분해하며 ‘이땐 이랬어!’ 진단한다. 하지만 이 세 사람사이의 관계는 평면적이다. 친구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장면은 부실한 게 그 원인이다. 단지 잘못만 했고 화해하다 끝난다. 전반부에서 토대가 튼튼했던 영화가 후반부에서 힘을 잃는 것이다. 이게 영화가 빠른 템포로 전개되고 극후반부에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있어 체감이 덜되지 인물들이 서로 뭉치는 과정이 갑자기 널뛰는 감이 있다. 만약 글쓴이가 각본가였으면 후반부에서 따분이와 부럽이의 비중을 높였을 것 같다. 아니면 라일리의 성장을 더 아름답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마무리를 다르게 지었을 것 같다. 그게 사춘기라는 시기를 더 면밀히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민물장어의 꿈
글쓴이는 전편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를 좋아한다. 전편과 본작 차이가 9년이라서?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위에서 쓴 것처럼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아니다. 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영화에는 사람이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가 담겨있는 듯하다. 또 전작 빙봉이의 임팩트를 넘기는 캐릭터가 있지는 않지만 나의 현재와 과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건 충분하다. 여러분을 만든 기억은 무엇인가? 내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기억과 마주칠 때다.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생한 감각으로 받아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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