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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별2023-02-27 23:18:18

파도가 되어 덮친 솔직함

영화 리뷰 <더 웨일>

파도가 되어 덮친 솔직함

 

영화 리뷰 <더 웨일>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자신의 과오로 이혼한 뒤 그는 엘리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는 자신을 버린 아빠 찰리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찰리는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스포일러 유의#

 

 

 

한 사람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덮치다


 

영화 더 웨일은 변화해가는 찰리의 감정을 따라간다. 초반 찰리의 하루는 글쓰기 강사로서 온라인 강의를 하며 시작한다. 찰리는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틀이 필요하고, 이것이 제약으로 느껴지더라도 이 틀은 좋은 글을 쓰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의 글을 읽고, 밥을 먹고, 티비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하지만 때때로 스트레스에 못 이겨 폭식을 하고 만다. 폭식을 하면 할수록 찰리의 건강상태는 계속해서 안 좋아진다. 그리고 이를 자각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찰리는 또 폭식을 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찰리는 초반 굉장히 강한 자기부정의 단계를 보인다. 선교사 토마스가 왔을 때도 자신을 좋게 볼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그럴 수 있다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난폭함을 보이면서 토마스에게 자신의 꼴이 역겹지 않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더불어 매일 저녁 피자를 시키며 배달원과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로나마 친근감을 느낀 찰리와 배달원 댄.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찰리의 거구를 본 댄이 놀라며 사라지자 찰리는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면서 더욱더 가학적일 정도로 폭식을 시작한다. 자기 비난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결국 이 스트레스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학생들에게 틀은 상관없으니 제발 솔직한 글을 쓰라며 욕이 섞인 메일을 보내게 된다. 솔직한 글을 받아본 찰리는 드디어 자기 인정의 단계로 들어온다. 수업을 하면서 절대 카메라를 키지 않고 자신을 가리던 찰리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솔직한 글은 그 어떤 글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마지막 말을 전해준다.


 

글쓰기에서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무기이듯, 인생에서도 특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봄에 있어서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찰리의 감정변화를 통해 3가지 단계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간단하게 3가지로 압축해서 말하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다채롭게 찰리의 감정이 표현된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이 거실을 벗어나지 않음에도 모든 화면이 너무나도 비슷한 배경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찰리라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한 인간이 감정적 좌절을 겪고, 어떻게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지 그 감정의 서사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랙스완에서도 한 인간의 욕망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무너지고 솔직해지는 인간의 용기와 그 감정을 파도가 덮쳐오듯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

 

 

 

 

 

 

결국 앨런의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다


 

찰리는 딸 엘리를 만나면서 그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서 걸어 잠궈 두었던 엘런의 기억을 떠올린다. 272kg이라는 거구가 되기 전 찰리는 이렇게까지 초고도비만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학교에서 남자 학생 앨런을 만나게 되고, 제자였던 앨런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부인과 자녀가 있는 상태로 말이다. 앨런은 이단교회를 믿는 아버지를 둔 학생이었는데,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교회에서 버려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찰리와 함께하면서도 그 불안함에 못이겨 식음을 전폐하다 사망하고 만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찰리는 자신이 앨런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점차 살이 찌기 시작했고, 초고도비만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지자 더욱 더 세상을 거부하며 악순환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딸 엘리가 집에 온 뒤 퉁명스럽게 자신을 버리고 간 그날의 상황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고, 찰리는 자신이 왜 순간 앨런을 선택했는지, 자신과 엘리에게 솔직해진다. 찰리는 그 솔직한 용기로 그간 걸어 잠궜던 앨런과 함께 쓰던 방을 열어본다. 엉망이 되어 있는 자신의 방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앨런과 함께 쓰던 방. 그 때의 추억에 잠기며 찰리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불을 키지만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전등을 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앨런이 읽던 성경책을 발견하지만 이 역시 손에 닿지 않아 읽지 못하고 결국 찰리는 앨런과 함께 쓰던 방의 문턱을 넘지 못한채 돌아 나온다. 찰리는 앨런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그림자’와 ‘닿지 않는 물건’을 통해 너무나도 잘 그려내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솔직해졌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과거를 들여다 보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솔직함과 사회의 제약

 

찰리는 8살 이후 엘리를 직접적으로는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저 엄마 메리를 통해 엘리의 소식을 전해들을 뿐이었다. 그리고 찰리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마다 반복하면서 읽고 들은 글은 딸 엘리의 모비딕 비평문이었다. 다들 찬양해 마지 않는 모비딕에 대해 15살 아이의 눈으로 정말 솔직하게 쓴 문장들이었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이유로 엘리는 8살 이후 그 모든 화를 세상을 향해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는 낙제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었고, 친구들은 없었으며. SNS에서는 이상한 글미과 날선 조롱이 섞인 문장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엘리와 함께한 엄마 메리는 그런 엘리를 보면서 엘리는 악마라며 찰리에게 털어놓는다. 오랜시간 엘리의 일탈과 비행을 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거의 10년만에 본 찰리의 입장에서 엘리는 악마가 아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소녀였을 뿐이다. 남들이 다 좋아해주는 표현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할 줄 아는 엘리는 아빠이자 글쓰기 강사인 찰리의 입장에서는 눈부신 아이 그 자체였다. 자신 역시 글쓰기 강사로서 틀을 강조하며 세상의 시각에 맞춘 제약을 가르쳐왔지만 결국에는 글스기의 무기는 솔직함이라며 마지막 수업 때 모든 틀을 무시하고 솔직한 글을 쓰라고 이야기했듯이 엘리는 사회의 틀에서 보면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일지 몰ㄹ라도 어느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세상과 대면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였다. 그런 엘리를 보면서 자신을 감추며 더더욱 거구가 되어갔던 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하며 결국 엘리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게 화해를 하는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함이라는 무기와 이를 막는 틀이라는 사회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성자 . 세라별

출처 . https://blog.naver.com/shkwon1128/223029706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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