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11-15 07:52:27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앵그리 애니〉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앵그리 애니〉
아래로6★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사건》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벤느망〉에서 주인공 안은 두 번의 임신중지를 시도한다. 뜨개질바늘을 사용해 혼자서 한 번, 불법 시술소에서 또 한 번. 〈레벤느망〉은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안의 거친 호흡과 고통스러운 신음, 날카로운 시술 도구가 안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럼으로써 ‘불법’이라는 추상적 규범이 초래하는 위험과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수치심을 고발한다.
〈레벤느망〉의 배경은 1963년의 프랑스다. 〈앵그리 애니〉는 그로부터 10년 후의 일을 다룬다. 두 아이가 있는 엄마 애니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한 서점을 찾는다. 서점 직원은 찾는 책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혹시 모임에 온 것이라면 커튼 뒤쪽으로 가 보라고 말한다. 커튼 뒤에는 ‘불법이지만 비밀은 아닌’ 일이 이뤄지는 중이다.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임신중지가 필요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들에게 사려 깊은 태도로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임신중지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하나하나 일러주고, 모든 궁금증에 상냥히 응대한다. 겁에 질려 그곳을 찾은 여성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린다. 그들은 MLAC, 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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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애니는 임신중지를 위해 침대에 눕는다. 의사 한 명과 활동가 둘이 애니 곁에 있다. 그들은 애니에게 거울로 자궁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자기 몸의 아름다움을 긍정하기 위함이다. 의사는 애니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활동가는 애니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내내 곁을 지킨다.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끝났다고요?” 임신중지가 마무리되자 애니가 깜짝 놀라 묻는다.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애니에게는 이토록 쉽고 간단하고 안전하게, 심지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레벤느망〉의 임신중지 장면과 달리, 〈앵그리 애니〉의 임신중지 장면은 심지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두 영화가 임신중지를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이 어떤 환경과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극적으로 대비한다.
MLAC 덕에 공포가 안도로 바뀐 애니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경험에 계속 잊히지 않는다. MLAC의 도움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은 안전하고 믿음직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기부금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그들의 활동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커다란 평온에 감명받은 애니는 순수한 호기심이 인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불법 행위를, 심지어 비밀리에 진행하지도 않는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애니는 그런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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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애니에게도 각성의 순간이 온다. MLAC 조직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긴 했어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모든 여성을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험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이 이 과정에서 죽었다. 애니의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애니는 본격적으로 MLAC 활동을 시작한다. 활동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생명 파괴’ ‘문란함’ 등의 낙인 때문에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얼마나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도 직접 대면한다.
애니가 MLAC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영화의 질문은 확장된다. 〈앵그리 애니〉는 그저 임신중지의 합법화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더 크고 깊은 질문이 담겼다. MLAC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활동가, 의사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오랫동안 단체에서 의사를 돕던 활동가들이 직접 임신중지 시술을 집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MLAC의 의사들이 반발한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전문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성들은 의사 없이 임신중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출산을 인류의 탄생 때부터 서로 도우며 해왔고, 시술법이 발전한 덕에 임신중지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MLAC 여성 활동가들은 여성들의 느끼는 공포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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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성/국가/전문가 집단이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애니는 화를 내는데(‘앵그리 애니’), 그 이유도 이 때문이다. MLAC의 활동이 큰 이슈가 되어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으나 합법화가 의료 기관이 그 권한을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MLAC에서 가능했던 여성들 간의 연대, 여성 경험의 가시화 등은 배제된 채(즉 MLAC에서 여성들이 쌓아 온 역량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채) 여성이 다시금 남성/국가/전문가의 수동적 객체로 위치지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애니는 화가 난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후 병원에서의 임신중지는 위험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여성을 다시금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MLAC 활동을 하며 애니가 가족에 ‘소홀해지는’ 과정과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통해서는 여성이 가사노동의 책무 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을 짚기도 한다. 〈앵그리 애니〉는 단순히 낙태죄 폐지가 진보·정답이 아님을, 여기에는 이를 초과하는 다양한 결의 질문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함을 보인다. 임신중지에 관한 단편적 이해와 서사를 넘어, 여기에 무수히 많은 이슈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이는 이 영화는 낙태죄가 페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후속 입법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임신중지 이슈에 관한 필람작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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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주인공과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
*마지막 글 꼭지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 뮤지컬 <잭 더 리퍼> 스포일러 주의문구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오정세/엄혜란/김선영/강하늘/공효진
그리고 손담비 배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로맨틱 코미디로만 기대한다면 큰 코 다칠 드라마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동백 씨가 전남편의 마을에 와서 정착하는 이야기.
이렇게만 소개하면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 큰 함정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드라마의 장르는 달달한 로맨스가 아니라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에는 우스운 공식이 있다.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범죄 수사 드라마는 범인 잡다가 연애하고, 요리 드라마는 요리보다도 연애를 한다. 장르 불문하고 드라마 전체가 <러브 액츄얼리> 같다.
*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좋아한다. 단지, '모든 장르가 연애 중심이다'라는 것에 대해 불만을 말한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다르다. 스릴러라면서 연애가 낀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할 것 같은데 스릴러가 낀다. 뭐가 다르냐고?
방금까지 주연 둘이 간질간질한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다음 편 예고가 나올 즈음되니까 갑자기 스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범죄현장 수사 중인 경찰들 모습이 비친다. 누군가 이미 사망했거나, 누군가가 범죄를 일으킬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자칭 타칭 범죄 스릴러 마니아인데, 범인 쫓다가 연애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이런 전개는 처음 접해서 신선함을 느꼈다.
이런 장르 처음인데, 꽤 맘에 들었다.
그럼에도 범죄 스릴러 마니아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사건 맺음 방식 때문이다.
스릴러가 끼어들기는 했지만, 결론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직접 보시려는 분의 재미를 위해, 자세한 줄거리와 맺음은 생략하기로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래에 소개하겠다.
그 사람은 뭐가 돼? (feat. 뮤지컬 <잭 더 리퍼>)
자자,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뮤지컬 <잭 더 리퍼>에 대한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위로 또는 뒤로 가기를 권한다!*우측 포스터 속 소름돋는 디테일: 동백 외 인물들 발치에 있는 노란 숫자사인
우선, 모르는 분을 위해 소개하자면,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스릴러 뮤지컬이다.
영국에 실존했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이며, 세 남자의 시선을 오가며 극이 진행된다.
신출귀몰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대중의 이목을 끌 자극적 특종을 쫓는 기자와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사가 극을 이끌어간다.
이 뮤지컬 내에도 로맨스가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로맨스 라인은 주연인 의사와 그의 연인이다. 연인이 '장기 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자 수년 전에 사망한 줄 알았던 연쇄살인마 잭에게까지 도움을 청하며 신선한 장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잭은 수년 전 추격 때 이미 사망했고, 의사가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덮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그의 연인은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자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열하던 의사는 범인을 쫓던 형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이 와중에 특종감을 드디어 찾았다며 신난 기자에게 형사가 던지는 말이 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밝혀지면,
희생자들의 죽음은
그저 저 둘의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 줄
개죽음이 될 거야.장르 특징 면에서는 만족했지만,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드라마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들은 그저 이야기에 흥미진진함을 더해줄 '개죽음'이 되어버렸다.
물론, 각 인물들의 사연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모두 동백 씨와 관련이 있다. 동백 씨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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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칠갑 대잔치 말고는 좀 아쉽지 않았나
내가 극장에서 본 최초의 공포영화는 <고사 : 피의 중간고사>였다. 엄청 어릴 때 본 것이라 그런지 난 이거 되게 무서웠다. 지금이야 <고사 : 교생실습>과 함께 세트로 묶여 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견문이 좁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때 반전도 지금 생각하면 뻔하지만 꼬맹이 시절의 나에게는 어려웠다. 성적대로 학생들을 처형한다는 콘셉트이나 당시에 문제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을 잘 녹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편집이나 연기 디렉팅이 좀 오그라들 뿐.
그리고 난 지금 사회복무요원 일을 하고 있는 26살이 됐다. 영화 많이 봤다. '나 영화 좋아해!'라고 자주 말하고 다닌다. 시간이 지나니 나에게 많은 것들이 생긴 셈이다. 또 거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고사> 시리즈의 후속작은 나왔다. 다행히도 3편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이어지긴 했다. 또 난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견문이 생겼다.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해서 '오잉?' 하는 개연성을 따지기에 충분하다. 이제 자극적인 비주얼에 내가 깔아뭉개 져 지는 그런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잔인한 것에 막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내가 무뎌지긴 한 것 같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만 나이 먹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다. 러닝타임은 82분. 홍상수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짧은 영화다. 원래는 야심 차게 이번 주 신작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난 좀 별로였다. 이 장르영화의 팬 분들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쓸 것이니 이런 슬래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시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요즘 유투버, 그러니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겼다. 아니 사실 생긴지는 꽤 됐다. 그에 따라 많은 사회의 병폐들이 생겼다. <밀양>을 무슨 성접대에 관한 영화로 둔갑시키거나 <중경삼림>을 마약 중매업자와 경찰의 위험한 하룻밤으로 둔갑시키는 둥 유튜브는 조회수 장사에 최적화된 매체가 되어버렸다. 감독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멜로디 자매는 크리에이터다. 자매와 친구들은 텍사스의 한 마을로 도착한다. 한 집을 취재하려고 하는데, 그 집의 주인은 사실 그곳에서 취식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할머니. 계약서상의 문제로 그 집에서 내쫓기고, 그 보육원장에게 신세를 졌었던 과거의 연쇄살인마 레더 페이스가 살육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해쳤던 몰염치들에게 복수극을 벌이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매체인 건 맞다. 그동안 이 탭으로 글을 써오던 건 그냥 '아 이 영화가 이래서 좋구나'를 이해시키기 위한 나의 연출 장치(?)였다. 또한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 할 의무도 없다. <리코리쉬 피자>나 <펀치 트렁크 러브>만 봐도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로코 영화 아닌가. 근데 이런저런 걸 떠나서 생각해도, 이 영화는 대체 뭘 만들고 싶었던 걸까 의심이 든다. 소재는 1번에서 썼다. 1974년의 레전드 호러영화를 컴백시킨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작품의 기획의도에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히 각본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1974년의 전작을 안 본 것도 맞지만 일단 범죄자 레더 페이스의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또 무슨 초능력자인가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단 주인공이 너무나도 멍청하다. 너무 멍청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뭐 공포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또 이런 호러영화가 그런 고구마 캐릭터 보는 맛으로 보는 게 근본 유지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근데 좀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초중반부터 삐걱대니 공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일관성이 분산되는 느낌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분위기에 치여야 하는데 집중이 안되니 끔찍한 이미지들만 눈에 띄일 뿐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텍사스의 비주얼 구현 좋았다. 텍사스 가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가면 저럴 것 같다. 두 번째. 비주얼을 잘 구현했다. 목 잘리고 손 꺾이고 이런 거 되게 사실적으로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또 레더 페이스의 성격 묘사와 액션 좋았다. 아무튼 이런 장점도 분명하긴 하니 장르영화의 팬들이 좋아할 구석은 분명히 있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슬래셔 무비에 익숙한 분들은 그냥 보고, 잔인한 거 잘 못 분들은 그냥 안 보는 걸 추천한다. 좀 많이 고어하다.
6.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2번에서 쓴 바와 같이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너무나도 약하다. 만약 길거리에서 당신이 전기톱 하나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떨 것 같은가? 또 사람을 살인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 아닌가? 학살극이 꽤나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데 주인공 둘만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게 좀 납득이 안 됐다. 보안관이 오기 힘든 장소로 퉁치기엔 난 이 설정이 꽤나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더 페이스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선택지가 그냥 납득이 안 된다. 너무 납득이 안돼서 오히려 클리셰를 따른 느낌? 내가 만약에 그 입장이면 난 선택을 두 번 세 번 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딩부다. 인물의 처지 자체를 그렇게 설정한 건 좋았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겠지? 이 선행되어야 할 사건이 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2번에 쓴 것처럼 인물 간의 설명도 너무 약하다. 주인공 멜로디-라일라 자매가 굳이 할로의 지니 할머니를 쫓아낼만한 이유가 없다. 그냥 무리에 자연스레 휩쓸려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굳이? 이 사람에게 돈이 급하다거나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서사 없이 굳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지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 라일라는 영화의 초중반부에 테러를 당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난 이거 왜 굳이 넣었는지 모르겠다. 전기톱 들고 다니는 미친놈의 피칠갑 잔치가 영화의 주요 플롯인데, 그거 없으면 극이 전개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단 분량이 너무 짧다. 영화의 주요 지점을 넘어갔는데 러닝타임 30여분 남았다. 뭐 하려니까 끝난 셈이다. 굳이 러닝타임을 80여분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플롯이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쓸데없는 것 잘랐고 무섭다라는 장점을 어느정도는 타고 있는것도 맞으니까. 또 3번에 썼던 바와 같이 비주얼적인 묘사는 좋아서 슬래셔 무비의 팬들은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각본의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전 시리즈들의 레더 페이스의 악랄함을 승계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그 외에는 좀 많이 헐거웠다.
7.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1974년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공식적인 속편이기 때문이다. 그거 외에는 딱히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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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통째로 연기한 여자, 연기를 삶처럼 사는 여자
전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유부녀인 선생이 13살의 제자와 바람을 피웠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슥 읽고 지나칠 때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가볍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메이 디셈버>는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를 오래도록 깊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과정의 호흡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이렇게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는 조금 힘들긴 하다. 눈여겨둘 부분이 굉장히 많아져서.
제목이기도 한 <메이 디셈버>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 이 제목의 주인공인 그레이시와 조가 자기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는 배우, 엘리자베스를 기꺼이 집에 초대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엘리자베스가 처음 그들에게서 본 모습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 뒷마당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이다. 바비큐를 굽고, 핫도그를 만들어 먹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아마 이것이 부부가 사회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일 거라 생각한다.
"우린 행복해요! 우린 서로 사랑한다고요!"
분명 그들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른 이웃들도 그들에 대해 칭찬 일색이며, 아픔을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까지 덧붙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두드린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린다. 그녀는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들고 가서 전해준다. 아마 부부의 관계를 모욕하는 혐오의 메시지가 담겨있을 택배를, 그레이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버려 버린다. 하지만 그날 밤, 조는 침대에서 홀로 숨죽여 울던 그레이시를 안아준다. 여전히 그들은 괜찮지 않고, 완전히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불편한 노크로 그들의 일상을 침범한 엘리자베스가 영역을 확장해나가자, 그레이시는 점차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단단해 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케이크를 매번 주문해 주던 이웃이 이사를 간다고 주문을 취소해버리자, 어린애처럼 엉엉 울부짖는다. 단순히 사랑 앞에서 아이가 되어 버리는 건지, 그녀가 불안정한 상황인 건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사이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이야기에 깊게 심취한다. 점차 그레이시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비슷한 화장을 하며 말투, 손짓과 행동까지 비슷해진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빼닮은 외모 탓인지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볼 때마다 '닮긴 닮았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시종일관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조는 엘리자베스와 만날 때면 제법 또렷한 눈을 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젊었을 적을 보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걸까? 속마음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없는 조는 엘리자베스에게 자기 직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랫동안 자신이 숨겨놓았던 그레이시의 편지를 건네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에 휩쓸린 두 사람은 관계를 맺지만, 이내 자기 인생을 '이야기'라고 부르는 엘리자베스에게 질려버린 조는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결국 그레이시와 말싸움을 하게 된다.
"왜 얘기를 못하는 건데?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 맞는다면 말이야!"
"무슨 소리야? 네가 날 유혹했잖아!"
폭발한 조의 외침에 그레이시는 교묘하게 조에게 탓을 돌린다. 그동안 그레이시 앞에서 한 번도 어린애 인적 없었던 조는, 어린애이고 싶은 마지막 발악에 대응해 주지 않는 그레이시에게조차 질리는 듯하다.
그 사이, 편지를 읽고 그레이시와 완전히 동화된 엘리자베스는 홀로 독백 연기를 한다. 그레이시의 편지를 마치 조에게 말하는 것처럼 읽으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선을 넘었다고 해. 하지만 그 선은 대체 누가 그린 걸까?"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인 듯 아닌듯한 중요한 맹점이다. 그레이시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남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는 것이다. 어린 학생이었을 조에게 '선'을 운운하며 '잘못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사회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조가 생각해 봐야 했을 문제에 대해 덮어버린 것이다.
이제 그 메시지를 엘리자베스에게 주어버린 조는 철장 밖으로 나온 나비가 되었다. 한 번 진실을 바라본 순간부터는 다시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불안정한 사람들은 정말 위험하죠. 나는 아주 단단해요."
하지만 그레이시는 여전히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을 믿는 듯하다. 그 지점에서 우리는 영화 앞으로 되돌아가 엘리자베스의 대사 하나를 더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헷갈려.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싫어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배역을 맡아요?"
"회색 지대에 있는(도덕적으로 모호한) 게 훨씬 흥미로우니까."
성관계를 맺는 연기를 해봤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엘리자베스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나체로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리듬이 생기는데, 그 리듬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편이라고.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그레이시와 조의 삶은 이러한 리듬에 맡겨진 연기는 아니었을까. 어떤 쪽이 진실인지는 생각하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더불어 엘리자베스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기 자신을 뚜렷하게 정의 내리거나 온전히 안정적이고 싶지 않아 하는 심리 때문에. 영화 초반에 엘리자베스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지만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인다. 반지는 끼고 다니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엘리자베스는 '연기'라는 매개를 통해 '도덕적으로 모호한' 사람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다 보게 되면 모호해진다. 누가 잘못을 했고, 누가 피해자인지. 사회가 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것이 정답이 되지만, 그들의 화학작용을 그대로 보았을 때 판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나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도 그레이시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치울 수 없었다. 그녀가 아동 성범죄자라서가 아니다. 조가 피해자라서도 아니다. 그녀가 조를 비롯한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 비밀을 지켜야 해."
정말 조를 사랑했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비밀 연애를 할 게 아니라, 조가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변치 않는지 스스로 확인할 기회를 주었어야 맞는 것이다. 물론 누구의 강요도 없이 조가 자발적으로 그레이시가 사회와 격리되어 감옥에서 지내는 시간을 전부 기다려주긴 했다. 하지만 자녀가 생겼고, 자녀를 조가 한 지붕 아래서 키웠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교묘한 가스라이팅의 대가인 그레이시보다 더 무서웠던 건 엘리자베스였다. 정확하게는 엘리자베스의 욕망이랄까. 그녀는 진심으로 그레이시가 되고 싶어 한다. 그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 아니다. 그저, 그 도덕적으로 모호하고 법이라는 잣대로는 판단 내리기 어려운 그 인물 자체가 되고 싶었을 뿐. 실제로는 자신이 저지르지 못할 일들을 하며 즐기는 듯한 모습이 소름 돋기도 했다.
하지만 삶을 통째로 연기한 사람과 연기를 삶처럼 사는 사람, 두 사람 다 무섭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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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맛만 보여준, 그래서 다음이 기대되는 영웅 서사시
dune, 모래 사막이라는 뜻이다. 푸릇푸릇한 생명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듄, 아라키스는 그 곳의 원주민인 프레멘들에게는 생존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른 민족들에게서 지켜내야만 하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라키스는 다른 민족들의 정복 전쟁의 중심에 서있는데, 그 이유는 아라키스에 우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라키스의 새로운 주인, 아트레이디스의 후계자인 폴은 자신이 보는 것이 그저 꿈인지 아님 미래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의 예지 능력으로 인해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이 이른바 선택된 자, 메시야라는 예언을 듣는다. 과연, 혼란 속에서도 그는 가문의 후계자로서, 아라키스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아트레이더스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1. sf영화에 투영된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10191년이고, 공간적인 배경은 범우주인 만큼 외계의 존재들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주인공인 폴도 지구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외계인이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 관계에서 비롯된 여러 사건들은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막을 두고 정복 전쟁을 하면서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 전쟁을 치르느라 자연의 섭리는 그저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탐욕, 큰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집단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 동맹을 맺는 모습, 이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 영화의 거시적 메시지를 담은 대사가 있다면, 어찌할 수 없는 모래바람을 컨트롤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자연을 컨트롤해 인간의 이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인간들의 욕심을 꼬집은 듯한 대사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협조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영화 속 인물들 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기술의 발전으로 밀어붙여 무시하는 현생의 인간들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로 보여진다. 결국, 배경만 sf일 뿐이지, 이 영화는 인간의 세력 다툼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적인 모습, 그 과정에서 무시되는 자연에 대해 수려한 비주얼적 배경으로 자연은 결코 무시당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설명하는, 생태주의적 관점도 엿보이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 두려움을 극복하는 폴에게서 나의 두려움을 보다
폴은 아트레이디스의 후계자로 태어났지만 선택받은 자로 자신이꾸는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예언이라는 말을 듣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선택받은 자로서 미래에 있을 정복 전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보고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지게된다. 그가 두려움에 빠질 때마다 나오는 대사,
두려워하지말라,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고 , 세계를 소멸시키는 작은 죽음이다
이 대사가 이 대서사시의 파트 1을 관통하는 대주제이다. 선택받은 자로 태어나고, 알게 모르게 트레이닝 받아왔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모르고, 실전에 내던져진 경험이 없었기에 나약한 아이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나약함은 곧 자신이 짊어질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전하는데, 이 두려움을 극복해내어 생존 전사로 성장을 하는 것이 이 파트 1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에서 난 내 자신이 계속 투영되는 걸까. 시간적배경, 공간적 배경 모두 낯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사를 들으면, 누군가 나에게 힘내라고 외쳐주는 것 같아서 묘하게 위로가 되고, 나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폴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인물이 생존 퀘스트를 하나씩 깨어갈때마다 내 자신감까지 올라가게 되어, 이 인물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
3. 총평
영화는 우선 스케일이 크고, 내용도 미완성 상태의 주인공의 각성을 담은 대서사시의 극히 일부만 본 것이라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영화의 집중도가 올라가 지루하다고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폴이 꿈인지 예지인지 모를 이미지를 볼때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슬로우가 걸린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음악이 주는 사운드 임팩트가 영화를 집중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막에 내던져졌을 때에는 더이상 첨단 기술로 무장한 외계인이 아닌, 그저 생존에 목마른 피난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막벌레에게 쫓기고, 하코넨 일당에게서 쫓기는 장면 등에서 충분히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속도감이 느려졌다 빨라졌다가 반복되니, 2시간반의 러닝타임이 걱정한 것 보단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폴이 나약함에 벗어나 위대한 자가 되는 과정에서 프레멘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파트2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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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동키가 아닌 EO의 시대
출처 : 네이버 영화
귀여운 포스터로 관객을 사로잡은 <당나귀 EO>
당나귀 하면 '슈렉'의 동키만 떠올렸다면, 이제 당나귀 EO가 생각날 겁니다! 강렬한 포스터로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라고 말하는 EO. 이 참을 수 없는 귀여움. 못참고 영화관으로 달려갈 여러분들을 위해 EO의 후기 및 기대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이 영화는 꼭,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강조하냐면, <당나귀 EO>는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석권했어요. 영화는 풍부한 사운드로 보는 내내 EO에게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영상미도 한몫 합니다. 가끔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듯한 영상 연출이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데,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눈과 귀가 동시에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라는 말에 걸맞게, EO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폴란드에 있는 서커스단에서 '카산드라'와 함께 연기하는 당나귀 EO. '카산드라'와 EO는 단순히 같이 일하는 동료, 그 이상이죠. 하지만 그런 카산드라와 EO에게 생긴 비극인 사건. 그들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강제 이별을 하게 됩니다.
EO는 서커스단에서 나온 뒤 많은 일들이 생겨요. 길을 잃어 어두운 숲길을 걷기도 하고, 맛있는 당근을 먹기도 하고, 축구장에 들려 강제로 마스코트가 잠시나마 되기도 하고, 트럭에 갇히기도 하고.
EO는 마치 길 잃은 '사람'처럼, 여러 방황 끝에 결말을 맞이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 후보였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발탁되어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도 한 '당나귀 EO'는 오는 10월 3일(화) 개봉한다고 합니다. 꼭, 영화관에서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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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모양의 사랑
어제는 아빠의 일흔 일곱번째 생일이었다. 지난주말에 부모님을 뵈러 대구에 다녀왔는데…불과 몇달만에 갑자기 기력이 쇠한 느낌이 들어 코 끝이 시큰해졌다. 아빠는 요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쓸고, 아빠의 작은 이발소 문을 연다. 성실히 하루 하루를 꾸려 가는 분이고, 늘 일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갑자기 늙으신 것 같은 얼굴을 마주 하는게 믿기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아빠는 나에게 특별한 분이다. 40년대에 태어나셨는데…요즘 MZ같은 마인드로 80년대생인 나를 키웠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감정적인 결핍이 없도록 나를 키웠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나를 믿어주셨다.
경상북도 깊은 시골에서, 자주 술에 취하고 폭력적이었던 할아버지로부터 도망 나와 서울로 간 게 중학교쯤이었다 하니, 아빠의 학력도 아마 그 즈음에서 끝이 났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 자수성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을 떠난 사람.“아빠 그렇게 어렸는데…어떻게 혼자 살았어?” 겨우 열몇 살이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면. 아빠는 “ 뭐어. 잘 먹고 잘 살았어.” 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아빠는 그랬다. ‘오늘 뭐 하고 놀았니? 무슨 책을 읽었어? 기분은 어때?’ 학교를 다녀와 이발소로 뛰어 들어오는 나에게 백가지 질문을 퍼붓고, 온갖 수다를 받아주고, 장난을 걸고, 대화를 하면서도 ‘아빠가 옛날에는 말이야…’하는 영웅담이라던가, ‘내가 어떻게 너를 키웠는데…’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당신의 고단함과 괴로움을 자식이 알아 주지 않아도 상관없이 온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꽤나 이기적으로 살아온 터라 아이를 낳기 전엔 잘 몰랐다. 나의 마음 보다,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 보게 되는 일.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마음이 쓰여서 때때로 나의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는 것을. 그런 일은 거의 대부분 모두 내 배에서 탯줄을 끊고 태어난 아이 때문이었다. 배 속에 품어 낳은 것이 아닌 아이를 사랑하여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모든 가정은 다르기에 ‘아빠의 사랑’ 역시 수십만 개의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름답고, 기쁨의 감정이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애틋하거나, 적당한 무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장난기가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여자로 태어난 나는 결코 알지 못할 다른 모양의 사랑을 늘 궁금해 왔다. 이런 영화의 좋은 점은 내가 아빠가 될 수 없기에 과한 감정이입을 배제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담담하게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서 내내 마음을 아리게 했던 아빠의 영화들 중 많은 영화가 평범하기 보다는 조금 부족한 아빠에서 시작한다. 영화<아이엠 샘>에서 샘은 지적장애로 7살의 지능을 가진 아빠로 나온다. <파더 앤 도터>의 제이크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 이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설가이며, <더 웨일>의 찰리는 아내와 이혼 후 동성연인의 죽음을 겪고 그로 인해 270kg의 거구의 몸집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프터 썬>의 캘럼은 어린 나이에 소피의 아빠가 되었지만 이혼을 했다. 딸과 함께 튀르키예 여행을 떠나왔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감정에 쌓여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언급한 영화들의 자녀는 모두 딸이다. 영화 속 아빠는 경제적으로 부족하거나, 정신적으로 부족하거나,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이런 결핍과 상황이 딸을 지키는 못하는 일이 될까 두려움을 느끼는 일들이 생긴다. 영화는 아빠의 지능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돈과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한한 사랑이라고. 아빠들은 입양을 보내는 쪽보다 끝까지 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찰리는 죽음이 가까워 왔음을 느끼며,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캘럼은 위태로운 마음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화가 딸의 시선이라 짐작만 할 뿐이지만) 딸에게 즐거운 시간이라는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피가 물보다 진하기 때문일지…혹은 작고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은 인간의 본능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이 더 큰 위로가 되기 마련이다.
이토록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때로 나의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아빠는 딸을 살게 하고, 딸은 아빠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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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가 만든 23 아이덴티티
23 아이덴티티(Split)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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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feat. Celeste Collins) by P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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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퍼스트」 100% 실제역사 기록으로 보는 영화리뷰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리뷰 with 역사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리뷰 | 킹스맨 요약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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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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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우주전쟁>
[2021년 4월 21일, 왓챠 공개]
‘그들은 왜 인류를 몰살했을까’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무자비한 외계 생명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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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포드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홀리데이! 추운 겨울에 딱인 따뜻한 스토리.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왕 귀요미 클리포드와 지금부터 마법 같은 모험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