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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2024-03-29 10:48:38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영화 <댓글부대> 리뷰, 해석


 

 

 

 

 

댓글부대 (Troll Factory, 2024)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개봉일 : 2024.03.27.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범죄드라마스릴러블랙코미디

러닝타임 : 109

감독 : 안국진

출연 : 손석구김성철김동휘홍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짚고 갈 것은 <댓글부대>는 실화가 아니다영화의 도입부에 이건 실화고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익명화했다는 상진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이는 영화가 상진의 글과 생각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오는 나레이션일 뿐이다영화의 크레딧을 보면 이는 허구라는 안내문이 추가로 나온다.

 

 

1980년대 중반개인 이용자 간 통신이 가능해진 일명 ‘PC 통신의 시기가 시작된 이후 약 40통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상이 되었다그 사이 같은 취미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은 폭발적으로 확장됐다온라인 커뮤니티는 ‘나와 뜻이 비슷한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거나 함께 소통하고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갖고 있는 단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대표적인 단점으로는 익명화(본인 인증 후 가입을 한다 해도 실제 내 이름으로 활동하진 않으니까),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의 확산(루머), 쉽게 형성되는 군중심리 등이 있다.

 

온라인상에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범람하고 있는 시대항상 앞서 말한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영화 <댓글부대>는 이 자주 들어봤을살짝 삐끗하면 뻔해질 위험이 큰 주제를 지루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동명의 소설 [댓글 부대]를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한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가끔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는 ‘여론 조작 댓글 알바의 세계를 깊이 파내려 가는 이야기다그냥 ‘이 회사 제품 좋아요~', ‘제가 써보니 좋아요~’ 하는 식의 속이 빤히 보이는 댓글 알 바가 아니라 군중 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댓글부대 청년 3명과 사회부 기자 임상진의 이야기다.

 

임상진은 모두가 피하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 폭로 기사를 쓰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오보 판명이 나며 정직을 당한다말이 정직이지 사실상 그 업계에서 매장된 거나 마찬가지고 비리를 제보한 피해자인 중소기업 사장은 죽은 상황사장의 장례식장을 찾아간 상진은 직원의 ‘경쟁사의 기술은 우리와 다른 것이며 사장님은 피해의식이 심했다는 말을 듣고 오보 판정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을 받는다갈 곳도할 일도 없어진 상진은 쇼파에 누워 자신에게 온 욕 메시지들을 천천히 넘겨본다그러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한 언론학 교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와 만나기로 한다하지만 상진의 앞에 나타난 건 나이 지긋한 언론학 교수가 아닌 자신이 온라인 여론 조작을 하는 댓글부대라 주장하는 한 청년이었다과연이 청년의 말은 진실일까거짓일까?

 

 

현실과 픽션의 적절한 조합흥미로운 주제와 높은 몰입도

김성철김동휘홍경젊은 세 배우의 훌륭한 합

 

극 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실 같다.”

 

100%의 진실, 100%의 거짓보다 약간의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믿을만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야기도 100%의 픽션, 100%의 현실보다 약간의 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법이다. <댓글부대>가 딱 그런 영화다너무 비현실적이지도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은픽션에 약간의 현실을 섞어놓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댓글부대> 2017년에 있었던 촛불 시위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도둑질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신상 털이댓글 부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글갑자기 터진 의문스러운 마약 스캔들, SNS 등을 하나의 장치로 사용하며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인다.

 

그리고 그 현실감 위에 손석구김성철김동휘홍경 배우의 연기력이 얹히니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훨씬 올라간다손석구 배우의 우직한 연기력이야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이번 영화에서 강조해서 언급하고 싶은 건 김성철김동휘홍경 배우다어울릴 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미지의 배우들인데셋 사이의 합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각자 연기력도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고 느꼈다이 중에서도 특히 홍경 배우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감정을 막 내뿜는 게 아닌 딱 적절한 수준까지만 끌어왔다 다시 꾹 눌러 담는 표현 방식이 정말 좋았다. <악귀>를 통해 홍경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을 때, “이 사람.. 곧 내 마음에 들어오겠다..”싶었는데 <댓글부대>를 통해 확실해졌다.

 

 

소설 원작과의 차이점

불쾌감은 줄이고 약간의 대중성을 더하다.

 

소설 [댓글 부대]는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시작되고영화 <댓글 부대>는 한 기업의 여론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영화 속 인물들은 소설에 비해 한결 부드럽게 정리되었고 여론 조작의 결과에 죄책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영화는 전체적으로 소설에 나왔던 불쾌감을 주거나 논란이 될만한 부분들은 대부분 쳐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소설엔 숨길 수 없는 불쾌감이 둥둥 떠다니는데 영화에는 불쾌감이 아닌 의심과 경계심을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엔딩에 대한 호불호

직선이 아닌 돌고 돌아가는 이야기흥미롭지만 지루한 느낌도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다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며 사건을 직선적으로 풀어가기보단 사건의 조각들을 천천히 모으며 돌고 돌아가는 느낌이 강하다이러한 특징은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나는 영화 속 사건들과 비슷한 현실 속 사건들을 떠올리며 영화를 봤기에 개인적으론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빠르고 정확한 전개를 선호한다면 이 영화의 진행 속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리고 <댓글 부대>의 큰 불호 포인트 중 하나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 물론 나도 엔딩이 아쉽게 다가오긴 했다이런저런 조각들을 모아놓고 한순간에 파앗흩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하지만 영화의 주제를 생각했을 때더 좋고 깔끔한 엔딩 아이디어로는 어떤 게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영화의 엔딩은 꽤 괜찮은 편인 것 같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이기 쉬운 만큼 흔들리기도 흩어지기도 쉬운 군중

 

인터넷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예전에 비해 더욱 쉽고빠르고넓게 인터넷 통신과 그를 통한 소통을 이용하고 있다인터넷 통신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극중 인터넷 유료화 시위엔 큰 인원이 모이지 못했고 인터넷 통신이 활발해진 시대엔16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이런 소통은 사회적 부당함을 무찌를 수 있게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해체되거나 누군가를 해하기도 한다연예인 마녀사냥이나 일반인 신상 털이 사건스캔들이나 찌라시 글에 함께 달려들어 욕하다가도 "아니면 말고하며 뒤돌아서 흩어지는 익명의 아이디들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여론 형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위험한 것인지 확 와닿을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게다가 익명성까지 주어지니 이 안에 있을 동안 ''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참 많다자극적인 것에 바로 반응하고 달려드는 사람들극 중 댓글부대인 팀알렙은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찻탓캇과 임상진이 1인 시위 사건을 이야기하는 장면찻탓캇은 1인 시위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철폐를 주장하는 이용철의 시위를 막기 위해 그의 딸을 온라인 마녀사냥의 사냥감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아버지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는 한 그의 딸은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 해도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진행하지 못할 테니 아버지가 시위를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임상진은 '너희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랑 명예훼손이 다른 건 아냐'라고 묻는다찻탓캇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답한다그리고 뒤이어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적시인지 그냥 명예훼손인지 그런 거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한다찻탓캇의 이 말은 보통 이러한 자극적 여론 몰이에 달려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중요한 게 무엇인지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이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해 진실과 거짓을 섞어 여론을 조작한다.

 

 

 

가짜 이름의 믿을 수 없는 제보 / 사라진 루머의 유포자

"(제 이름은잊어버리기 쉬워요너무 평범해서."

 

찻탓캇은 상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으로 신뢰의 한방을 날리듯 자신의 이름이 '이영준'이라고 말한다신분증같이 증명할 만한 것을 내밀진 않지만 지금껏 현실 같은 이야기를 들어온 상진은 영준의 말을 믿고 그의 이름과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둔다하지만 영준은 기사가 나온 뒤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웹 소설 카피 논란까지 생긴다이후이야기는 어떤 걸 믿어야 할지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글과 카더라들을 보면 대부분 최초 유포자를 찾기 어렵다누군가 피해를 보고 사회적인 파장이 일어나도 처음으로 그 글을 쓴 사람유포해선 안될 것을 유포한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흔한 이름과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댓글부대에 제보만 남기고 사라진 찻탓캇은 하나의 카더라를 퍼트리고 사라진찾을 수 없는 최초 유포자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진은 찻탓캇이 지어낸 그의 제보를 착실히 옮겼고그가 미리 써둔 대본(웹 소설)이 세상에 공개되자 순식간에 정의를 구현한 대기업 저격수가 아닌 망상증을 가진 기레기가 된다사람들은 상진이 쓴 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집중하지 않는다보이는 건 상진이 사라진 찻탓캇의 글을 카피했다는 것뿐이니까잊어버리기 쉬운 평범한 이름의 이영준(찻탓캇), 그는 잊어버리기 쉬운 자신의 이름 대신 더욱 강렬하게 각인될 카피라는 주제를 던져놓고 상진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한 번에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진실

여러 개의 문복도가 있는 복잡한 댓글 부대 팀알렙의 집

 

찻탓캇이 처음 댓글부대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찻탓캇은 혼자 웹 소설을 쓰고 있고 다른 방에 있는 찡뻤킹과 팹택이 “빨리 와봐!” 하고 소리치며 다급하게 찻탓캇을 부른다찻탓캇은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통과하고 또 문을 열고긴 복도 같은 부엌을 지나 또 문을 연다댓글 부대의 집은 크기에 비해 꽤 복잡한 형태로 되어있고 찻탓캇을 부른 실체인 찡뻤킹과 팹택은 한 번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 진행도 이런 형식이다사건에 숨겨진 실체와 진실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는 돌고돌고또 돈다보는 이를 계속 헷갈리게 만들던 이야기는 결국 시원하게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영화의 엔딩결말 의미 해석관람차

조작 프로세스 글에 달린 조지 오엘의 댓글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별해 주지 않는다엔딩도 그렇다그래서 영화를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데?"라는 의문이 들것이다이는 영화가 남긴 찝찝함을 가진 채 군중 심리진실과 거짓커뮤니티의 맹점각자의 해석 등을 계속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려는 제작자의 의도일 것이다그리고 여기서 사이다처럼 범죄자대기업 때려잡기사회 정의 구현을 실현했다면 그건 또.. 멋이 없었을거다하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고 답답함만 쌓여있는 상태라면다른 이들의 해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상진이 주인공만전이 악당이라고 생각한다찻탓캇은 실제 만전의 댓글부대 중 한 명이고거짓으로 댓글 부대 제보 시나리오를 짠 다음에 그걸 웹 소설 사이트에 미리 올려둔 후상진을 자극해 다시 한번 기사를 쓰게 만든 것이다그리고 그를 카피 논란에 휩싸이게 만들어 사회적인 타격을 줬다고 생각한다상진은 처음 찻탓캇을 만났을 때찻탓캇의 얘기를 믿지 않기에 녹음기를 바로 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찻탓캇은 그런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본인이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고누군가는 죄책감을 느꼈고감옥에 갈지도 모른다 느꼈다.. 하며 어리고 약한 부분을 이야기하고이름을 알려주는 것 모두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행위였고 상진은 결국 찻탓캇의 말을 믿었다 뒤통수를 맞는다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모습이 나올 때그들의 집 창가엔 커다란 관람차와 유원지가 보인다보통 이런 시끄러운 유원지 바로 앞에 가정집이 입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반짝이는 관람차는 왠지 꿈같은 느낌을 준다그래서 나는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이야기가 모두 꿈같은 허상거짓이라고 느껴졌다찡뻤킹이 납치를 당하고 관람차의 불이 꺼진 모습이 나온 후 찻탓캇의 이야기는 끝나는데그 이후 상진의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시작된다관람차의 불이 꺼졌다는 건 그의 거짓 이야기가 끝났고이제 현실의 사건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 느낌이다.

극 중에서 댓글부대 프로세스 글에 '조지 오엘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이거 올리고 살아계신가요?’라고 적은 댓글이 나온다이는 소설가 조지 오웰과 소설 [1984]를 떠오르게 만든다. [1984] 1949년에 쓰인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소설로 정보 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독재 국가에서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사건이 담겨있다모두가 국가의 감시를 받고 복종하는 사회에서 윈스턴 스미스는 감시를 피해 국가가 숨겨놓은 물건을 사고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간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와 결은 다르지만 현대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소설이기도 하고어떠한 통제(여론 조작/독재 국가안에서도 진실을 찾으려 하는 윈스턴 스미스의 모습이 영화 속 상진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니 한 번쯤 읽어보시길.



 


작성자 . 혜경

출처 . https://blog.naver.com/hkyung769/223397557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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