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06-09 22:37:17
극T AI와 극F 로맨스의 도킹
영화 '원더랜드' 리뷰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의 선택은 AI(인공지능)이다. 전작들에게서 섬세하게 그려냈던 감성과 정반대 느낌이 강한 AI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신작 '원더랜드'가 어떤 느낌인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스펙터클을 연상케 하는 AI 소재는 '원더랜드'를 만나면서 따스한 느낌을 준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답게 진솔함과 정교함, 그리고 감성적이면서 지적인 느낌이다. 전작인 '가족의 탄생', '만추'로 담아낸 감수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죽은 사람 혹은 죽음에 준하는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이에 따라 어린 딸 지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바이리(탕웨이), 깨어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정인(수지),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세 갈래로 갈라진다.
'원더랜드'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병렬한 뒤 '가족'을 통해 인간과 관계를 탐구했던 '가족의 탄생'처럼 3개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AI에 스며든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은 인간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인지, 가상으로 유지되는 관계도 진짜인지,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 철학적인 내용일까 생각되지만 '원더랜드'의 기본 바탕은 로맨스,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지만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한다. 엄마와 딸, 연인 등 인위적으로 이어가는 사랑을 표현하다가 발생하는 혼란, 혼란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개념, 이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랑의 방식,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공허함, 그렇게 왜곡되는 사랑이다.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각 이야기 속 캐릭터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원더랜드'는 AI 소재로 만들었던 명작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영화는 멜로로 다가오면서 생각할 거리를 생성한다. MBTI로 표현하자면, 극T와 극F가 적절하게 섞였다. 치밀하게 설계한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관람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영화가 전하는 사랑의 온기에 쉽게 동기화되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에겐 '원더랜드'를 보고 난 뒤, 실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원더랜드'의 공개 시점이다. 원래 개봉 시점이었던 2021년이나 2022년에 공개됐다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AI 기술이 급성장하는 2024년에 공개하기엔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깊이감보다는 넓은 폭을 선택해서인지 러닝타임 113분 안에 다 담아내다 보니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력이 부족하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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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감독 문근영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음악영화의 범주를 총망라하는 섹션 ‘음악영화의 풍경’으로 소개된 영화 '현재진행형', '꿈에 와줘', '심연'의 감독은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문근영이다. 8월 15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문근영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언제부터 작품을 구상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연작으로 기획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심연'은 사실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예전에 전시를 보고, 제 마음을 적은 글에서 시작되었어요. 전시회에 물이 가득 나오는 스크린이 있는 거예요. 계속 물이 흐르고 물만 나오는 영상을 보는데, 내 마음 상태가 깊은 물 속에 빠져 있는 상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심해, 심연, 물, 사람, 이런 키워드들이 연결되면서, 이를 장면화한 글을 다시 썼었어요. 그렇게 쓴 것이 2016년, 2017년쯤이었습니다. 몇 번 제작해보려고 시도했었는데 그때는 제가 용기가 없어서 못 하다가, 바치 창작집단을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진행형'과 '꿈에 와줘' 같은 경우는 '심연' 작업과 함께 연작으로 기획해서 동시에 진행이 되었어요.
바치 창작집단은 어떤 곳인가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기 외에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자는 누군가에 의해 쓰인 대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까 아무리 캐릭터를 창작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다 해소가 되지 않는 답답함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연기로서 보여줄 수 있고, 창작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수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노래를 만들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댄서들이 안무를 만들어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듯, 연기자도 직접 하고 싶은 연기, 캐릭터,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작업을 해보자, 해서 ‘바치 창작집단’이 결성되었습니다.
이번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배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연기해보는 것을 주제로 하며, 제목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대사가 없이 진행되다 보니, 대사를 대신해줄 음악이 중요해서 요크라는 아티스트 분과 협업하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하나의 호흡인 것 같아요. 긴장감을 줄 때는 그에 맞는 호흡으로 음악이 흐르고, 잔잔하고 감동을 줄 때는 또 그만큼의 호흡으로 흘러가는 숨 같은 존재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에서는 흑백으로 표현된 무대가 인상 깊었는데요.
'현재진행형'은 정평 배우님의 이야기로, 배우로서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내가 이 무대에 설 자격이 있나, 나에게 재능이 있는 걸까, 내가 연기를 해도 될까’, 하는 어떤 자의적인 의문이 있다면, 조금 더 지나가서는 이제 좀 외부적인 압박이나 질문, 고민, 또 무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어떤 얄팍한 미련 같은 것들, 이런 어떤 수많은 고민의 과정들을 담은 게 현재 진행형이고요. 그래서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제가 배우로 사는 이상 계속 현재 진행형의 형태로 고민은 계속될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제가 의미를 부여했던 점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사실 깊숙이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잖아요. 근데 그 고민은 내가 이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사실 계속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해서 만든 작품이 '현재진행형'입니다.
무대 위 핀 조명의 존재감이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요. 어떻게 핀 조명을 활용하게 되신건가요?
어떻게 이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조명이 떠올랐어요. 조명을 활용하여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죠.
그래서 처음에 비추는 조명은 이제 자신의 어떤 의문이나 자의적인 어떤 질문이라면, 좁혀 들어오는 조명은 외부적인 압박으로 표현했고, 포기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조명에만 묶여 있는 발은 미련이나 숙명처럼 이 무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껴가는 조명들은 기회라는 걸 표현하려 했고, 조명을 하나의 인격체로 설정해서 이 사람이 본인이 되기도 했다가 뭔가 다수의 어떤 사람들의 외부적인 세계가 되기도 했다가 그냥 정말 스포트라이트 자체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설정을 넣어 표현해보려고 했습니다.
'꿈에 와줘'는 어떤 작품인가요?
'꿈에 와줘'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담은 작품이에요. ‘만약 네가 내 꿈에 다시 와준다면 나는 너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어’라는 메세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음악에 맞춰서 두 남녀가 무용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안승균 배우가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 요청을 했던 게 있어서, 어떻게 이 이야기에 춤을 녹여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둘이 같이 함께 춤을 췄던 춤을 초반에 혼자 추거든요. 그렇게 빈자리, 상실감을 표현하는 식으로 하고, 꿈에서 만났을 때 둘이 같이 춤으로써 완성되는 거죠. 사실 그것도 꿈에서만 가능하기에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해요. 춤을 통해 예쁘지만, 가슴 아픈 두 사람의 모습을 연출해보았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이다겸 무용수와 만나서 춤에 대한 이야기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둘만의 추억과 기억으로 상징될 만한 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미러링이라는 안무 방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를 바라보면서 똑같이 미러링하는 동작인데 거의 그 동작이 주가 되어서 안무가 만들어졌어요.
관객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꿈에 와줘'를 만들면서, 배우와 같이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소중한 사람이 떠올랐으면 좋겠다’하는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라고 봐주셔도 좋고, 영화를 보시면서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존재를 설정하고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문근영의 이야기, '심연'
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어딘가에 갇혀 있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나지지 않는 곳에 갇혀 사는 상태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연기에 대한 한계를 한 번 넘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계가 오고, 또 그걸 깼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또 오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정체되어있고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때의 답답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한 감정이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지 않는 굴레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심연이라는 작품입니다.
대사 없이 연기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고려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엔딩이었는데요. 엔딩에서 내 안의 숨을 발견하고 숨을 쉬는 장면이 엄청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촬영하는 내내 최대한 숨을 내뱉지 않고 촬영을 하려고 제일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가만히 누워 있는 장면도 더 이상 벗어나는 것을 포기한 상태를 의미하고 있어서, 그 자세도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물을 걷는 장면에서는 물을 벗어났는데 다시 또 물속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촬영 감독님과 함께 고민하다가 앵글을 뒤집고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수면을 걷는 장면을 담아보자 해서 그런 움직임들을 좀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주인공이 물거품이 되는데, 이러한 결말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결말은 사실은 더 비극적이었거든요. 원래 찍으려던 거는 결국에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뭔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걸 벗어날 방법은 그냥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엔딩을 썼었어요. 그런데 ‘심연’ 작품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약간 세상 밖으로 나온 느낌이 들면서 엔딩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엔딩으로 바꾸게 되면서 공기 방울과 숨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 존재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내가 머무는 그 어떤 굴레든 우울함이든 한계든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 굴레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숨을 쉬고 그 숨과 함께 심연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제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았는데 심사위원 일정으로 인해 다른 영화를 많이 못 봐서 아쉽습니다. 제가 바치를 하며 뭔가를 한번 만들어본 입장에서 보니까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대단하고 박수 쳐주고 싶더라고요. 어쨌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 고생, 열정, 또 사람들 이런 게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것을 저도 이제 아니까 그냥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들 응원하고 싶고, 저도 많은 걸 배우기도 한 일정이었습니다.
감독님께 바치 창작 집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탈출구 혹은 놀이판인 것 같아요. 연기로 해소되지 못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배우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습니다.
앞으로 ‘감독 문근영’으로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아직 감독이라는 단어가 어색한데요. 바치 창작 집단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목표고요. 배우로서도 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도 저의 목표예요. 그래서 다음에는 감독으로도 배우로서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또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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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으로 살아나는 부녀의 시간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 감독이 제작에 나서고 샬롯 웰스 감독이 본인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으로,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56개 부문 수상, 15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애프터썬입니다. 성인이 된 주인공 소피가 낡은 캠코더에 담긴 2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한 빛바랜 튀르키예 여행 영상들을 보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부녀간의 추억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억을 곱씹어 그리워하는 통속적인 구조를 그리기보다 그때 여행에서 자신이 못 보았던 모습을 돌이켜보며 묘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함이 깃든 미묘함은 극 후반부까지 이어지며 관객에게 평범하지만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주죠. 그렇기에 지루할지도, 특별할지도 모르는 추억 여행은 아마 보는 분들마다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우리 여기 놀러 온 거 맞지?”
어느 날, 소피는 꿈속에서 아빠를 만나고 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11살 때 아빠와 함께 떠난 튀르키예 여행지에서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꺼냅니다. 부모님의 이혼 후 떠난 부녀의 여행, 버스를 타고 어느 휴양지 리조트로 향해 일주일간 함께한 여정. 밥을 먹고, 수영도 하며, 포켓볼을 치거나 오토바이 게임도 했던 여름날의 행복해했던 추억을 천천히 돌이켜봅니다.
예고편│Trailer
원제: Aftersun│감독·각본: 샬롯 웰스
출연진: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실리아 롤슨-홀 외 多
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01분
국가: 영국, 미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왓챠피디아 예상 3.4, 로튼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82%, IMDB 7.8, 메타 스코어 95점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상영 일정: 개봉일 2023년 2월 1일
수상 내역: 48회 LA 비평가 협회상(편집상), 87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신인작품상), 57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감독상), 48회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그랑프리, 국제 비평가 상), 39회 뮌헨 국제영화제(시네비전상) 등 유수 영화제 56개 부문 수상, 154개 부문 후보
“가장 사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의 특별함”
성인이 된 한 여성이 20여 년 전 아빠와 함께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꺼내보는 내용은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어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합니다. 시간이 지나 사회의 경험을 쌓은 지금에 다시 떠올려보려 보니 각별한 의미를 가진 추억이 되었다는 전개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그림자를 알아간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삶의 이야기지요. 그렇게 일주일 간의 튀르키예의 한 리조트에서 지내며 보낸 아주 사사로울 수 있는 순간이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확장됩니다. 소피의 기억과 상상한 장면들은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른,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어린 소녀는 훨씬 더 성숙했었기에 그때 느낀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행복을 그리워하거나 지금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클럽 조명 사이로 어른이 된 딸과 과거 아버지 모습이 몇 번 교차할 뿐 오롯이 어린 11살의 모습만이 스크린에 전달되죠.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에 잠시쯤 쉬어갈 수 있는 존재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혼재된 시간의 기억에서 잠시나마 자신에게 빛이 되어준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상징하는 것인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상상 속 시끄러운 클럽을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찾아오는 여백은 그저 진실한 마음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이해하려 했던 부녀의 이야기, 그렇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임을 확인시켜줍니다.
영화 애프터썬은 가타부타 할 자초지종은 생략하고 오로지 어린 시절 여름날의 애틋하고 따뜻한 기억을 담는데 집중합니다. ‘노멀 피플’로 멋진 모습을 선보인 폴 메스칼은 캘럼 역으로,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프랭키 코리오는 소피 역으로 그러한 부녀의 온기를 세세한 표현으로 전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받았던 사랑의 소중함을 헤아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빛바랜 영상을 보며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녀의 추억처럼 뒤늦은 깨달음을 함께하는 묘한 분위기를 말입니다. 감춰진 불안감이 무엇인지 느끼고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며 더 깊어지는 애틋함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평범한 기분, 감독이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잔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한 그때의 감정, 그러나 일반적으로 관객에게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의문이 드네요. :)
한 줄 평 : 빛바랜 영상, 되살아나는 기억, 스며드는 애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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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핑크빛으로 만드는 브라운 베어
늦은 밤 뜨근한 방바닥에 앉아, 소파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따듯한 차를 한잔 끓여 손에 잡고 컴퓨터를 켠다.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편안하게 아는(!) 이야기를 열어 아름다운 장면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날도 있다.
세상에 새로운 영화, 못 본 영화가 이렇게나 많은데 같은 영화를 수 십 번 보는게 지겹지도 않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N차 관람 마니아들은 알 것이다. 좋아하는 영화는 볼 때마다 행복하단걸. 그행복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봤던 영화를 다시 보기도 한다는 걸. 나의 수많은 N차 관람 영화 리스트들 중에도 특히나 좋아하는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눈에 담아 두고 싶은 사랑스러운 영화 <패딩턴2>이다.
영화 패딩턴은 영국의 국민동화 <패딩턴 베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1편이 가족을 잃은 꼬마곰이 페루에서 영국까지 홀로 오게 되면서 런던에서 브라운 가족을 만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그렸다면 나의 페이보릿 <패딩턴 2>는 런던 생활 3년차 브라운 가족으로 지내는 패딩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패딩턴은 자신을 구해주고, 길러주었지만 지금은 혼자 남게 된 루시 숙모의 생일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 바로 런던의 12명소를 소개하는 팝업북 ! 하지만 이 책은 패딩턴이 구입하기에는 비싼 가격이었고, 패딩턴은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은다. 이제 거의 다 돈을 모았는데, 누군가 가게에 침입해 팝업북을 훔치는 것을 발견한다. 패딩턴은 쫒아가지만 도둑은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패딩턴은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하지만 패딩턴은 무시무시한 감옥생활마저 핑크빛으로(!) 또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존재다.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기운을 북돋을 줄 아는 패딩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온기가 가득해진다. 패딩턴이기에 브라운 가족도, 교도소의 새 친구들도 패딩턴을 위해 팝업북 진범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 돕게 된다.
사람의 말을 하는 작은 곰 패딩턴 만큼 사랑스러운 이 영화의 매력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동화적인 세계관이다. 영국 최고층 건물에 근무하는 미스터 브라운이 등장하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아닌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고속철이 있는 시대지만 조나단 브라운은 증기기관차 마니아이며, 주디 브라운은 오래된 인쇄기계를 찾아 신문을 만든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며,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묻어 있다. 끝도 없이 넓은 세계관을 가진 해리포터, 나니아연대기,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귀여운 현실형 판타지 <패딩턴 2>의 또다른 주인공이 바로 ‘런던’이기 때문이다. 런던의 12명소가 소개된 팝업북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런던에 가고 싶어진다. 루시숙모에게 꼭 런던을 보여 주고 싶었던 패딩턴을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귀여운 장면은 고작 작은 빨간 양말 하나가 전체 죄수복을 핑크로 만든 것이었는데, 패딩턴이 바로 빨간 양말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주변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존재.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내 마음도 핑크빛으로 가득 차 행복해진다. 마음에 작은 핑크빛이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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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드라마] 내 어깨위 고양이 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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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개 봉 : 2020.12.24.
등 급 : 전체 관람가
장 르 : 가족, 드라마
국 가 : 영국
러닝타임 : 92분
배 급 : ㈜영화특별시SMC
<영화소개>
기적 같은 만남 이후 여전히 런던에서 버스킹을 하며 빅이슈 판매원으로 지내는 제임스와 그의 소울메이트 어깨냥 밥. 누구보다 밥을 아끼는 제임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밥과 헤어질 위기에 처하는데…
<영화내용>
연례 크리스마스 작가의 밤 행사에 초대된 밥과 제임스
그리고 출판사쪽에서 새로운 책을 쓰고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단 한단어도 쓰지 못한걸 재클린에게 들키고만다
행사장을 빠져나온 제임스와 밥은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던 제임스는 버스킹중에 잡힌 노숙인을 도와준다
그 노숙인을 체포해 경찰에 넘긴 사람은 자신을 신고하고 다신 밥을 만사지 못하게 하려했던 사람이었다
노숙인의 버스킹이 불법이 아니었음을 알려주고 풀려난 노숙인에게 밥을 사주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준다
제임스의 집 근처 가게의 주인 무스는 제임스에게 친절하고
제임스를 도와주는 친구 베아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제임스 집을 꾸며준다.
제임스는 버스킹을 하며 잡지를 팔러 나갈 때 다연하다는 듯 따라나서는 밥을 어쩔수없이 데려간다.
크리스마스였지만 제임스를 경계하는 훼방꾼들로 인해 잡지도 팔지 못하게 되고 버스킹도 못한채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집을 가던 중 넘어질뻔한 여성을 도와준다.
버스킹중 옆에 앉아있던 밥은 개에게 공격당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물보안관 루스와 함께있던 남자는 제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양이가 불쌍해 보인다며 보안관 루스를 설득하지만 루스는 밥을 공격한 개의 주인에게 간다.
집에 돌아간 제임스는 밥에게 저녁을 주지만 밥은 먹지 않으려하고, 제임스는 밥의 몸에 난 상처를 확인하게 된다
다음날 제임스는 친구 베아가 추천한 친구의 무료 동물검진에 간다.
어딜가나 밥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밥의 팬인 아이린은 밥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
그리고 아이린이 준 밥의 선물을 입고 제임스는 버스킹에서 밥캐롤송을 부르고
이틀뒤 관광객들을 위해 버스킹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동물보호보안관 루스는 제임스를 찾아와 밥에 대해 물어보고 진술서를 써달라고하며 제임스가 밥을 키울수있을지 조사를 한다.
보증인으로 자선단체에서 일하던 베아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중 제임스를 마음어ㅣ 안들어하던 조사관은 밥을 제임스가 키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이 밥을 데려갈수도있다고 말하면서 제임스를 도발한다. 화가 난 제임스는 보안관과 싸우게 되고 그 모습을 누군가가 찍는다.
놀란 제임스는 베아를 찾아가지만 자선단체에 도둑이 들었고 베아는 제임스의 얘기를 들을 여유가 없다.
제임스는 관광객 버스킹을 하기로 한 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공원에서 마약판매상을 만나 몸싸움을 하다가 기타가 부서진다.
그리고 동물보호협회에 제임스와 조사관의 싸움장면이 담긴 영상이 메일로 오게되고, 그들은 자신들이 언론에 거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임스에 대해 더 조사하고 영상을 찍은 목격자를 찾도록한다. 그리고 밥이 정상행동패턴을 보이는지 관찰하라그한다
마약판매상과의 몸싸움으로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고, 제임스가 관광객 버스킹 공연장소에 갔을때 관광객들은 이미 돌아가는중이었다. 집에 돌아온 제임스는 외출전 히터를 끄고 가지 않아 충전한 전기를 다 써버려 실내가 너무 추웠고 냉장고도 꺼져 음식이 다 상했다.
제임스가 전기를 충전하러 무스의 가게에 간 사이 밥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집에 돌아온 제임스는 놀라서 밥을 말린다.
동물보호협회에선 TV에 나와 밥과 제임스를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얘기를 한다.
베아를 찾아간 루스는 제임스가 약물치료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베아는 제임스가 밥을 잘 돌보고 있으며, 매일 아침 나서기 전 밥에게 항상 함께 나갈것인지 물어 보고 밥의 동의에 의해 함께 동행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버스킹을 위해 제임스가 집을 나설때 밥은 쇼파에 가만히 누워있었고,
밥이 나가기싫어한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밥을 두고 버스킹하러 나간다.
집으로 돌아가던 제잉스는 함께 잡지를 파는 사람들을 만나 맥주를 마시게 되고 늦게 귀가한다.
집에 돌아와 밥에게 밥을 챙겨주려던 제임스는 토해 놓은것을 보고 밥이 아픈것을 알게된다.
베아의 친구 수의사에게 급하게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제임스는 무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제임스를 도와주러 온 무스는 아들을 잃은 이야기를 하며 제임스를 위로 한다.
제임스는 아픈 밥을 보며 추운날씨에 밥을 데려가는게 아니었다고 후회하고 동물보호단체가 데려가는게 맞는걸까라고 생각한다.
밤새 제임스는 밥을 돌보고
다음날 밥은 기운을 차려간다.
다음날 수의사가 왔고 밥은 배탈이 난거라고 했다.
크리스마스날 버스킹을 하러간 제임스는 사람들로 부터 많은 축하와 선물 카드를 받는다.
다가오는 동물보안관 루스를 보며 제임스는 밥이 더 나은 곳에서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밥을 보내려했지만 루스는 둘은 떨어져지낼수 없다고 말한다.
동물보호협회에 많은 사람들이 제임스와 밥에 대한 알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전해지고 있었다며 제임스와 밥으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한 편지를 읽어준다. 그리고 무디로 인해 밥과 제임스에 대한 청원이 시작되었고, 하루만에 800명의 서명이 이루어졌다.
'영감을 주는 동물들'이라는 동물들과 함께 환자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자선단체에서 제임스와 밥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제임스에 길에서 도와주었던 여성은 크리스마스선물을 가지고나타난다
그녀른 유명한 셰프였고 여왕의 사촌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한다.
현재의 크리스마스
제임스가 도와주었던 노숙자 벤과 베어와 함께 크리스마스식사를 하고
제임스를 책을 다시 쓰게 된다.
"밥은 나에게 친구 이상이었다
내 곁에서 내가 잊고 있던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아줬다
언제까지나 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 밥의 집사, 제임스 보웬의 부고문 중 -
<영화속 대사>
"네가 얼마를 버는지는 관심 없어.
만난게 행운이라고.
누군가를 돌보게 되면
삶의 의미가 생기거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지"
"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게 해선 안돼
그럼 가야할 곳으로 갈 수 있어"
<리뷰>
작년 #내어깨위고양이밥2 개봉 소식을 듣고 여러가지 뉴스들을 검색하던 중 밥이 고양이별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제임스가 쓴 밥의 부고문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밥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었고, 자신의 역할을 직접 연기를 한 것 또한 너무 똑똑하고 영리한 고양이였다.
영화 촬영을 하고 고양이별로 갔다니 그 기사를 보는 순간에도 너무 슬펐다.
직접 본 적도 없고 영화로만 만난 나도 이렇게 슬픈데 제임스는 얼마나 슬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으로 인해 제임스의 인생은 영화같았고, 변할 수 있었다.
물론 제임스의 마음과 노력도 컸다.
그런 마음을 먹기 까지, 그런 노력을 하기까지 밥의 도움이 컸다.
유튜브에 보면 제임스의 버스킹 현장에 함께 있는 밥의 모습과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에 동물보안관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을 잘 아는 사람.
오직 동물들의 복지만을 위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동물들을 위한 제도가 더 많아지고 동물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법의 테두리가 더 강화되고 새로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겠됐다.
밥을 다시 볼 순 없겠지만 동물들에게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겐 은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많은 것을 느끼게 된 영화였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exceptional ruby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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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에 도전하는 쾌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낸시(엠마 톰슨)'. 교직에서 퇴직하고 아이들마저 성인이 되어 자신을 떠나 홀로 남게 되자 그녀는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인생의 숙원이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가 나타난다. 마침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에, 긴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낸시는 리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리오도 유려하게 답하며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두 남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방향성을 둘러싼 고민에 직면한다.
8월 11일에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대배우 엠마 톰슨이 처음 노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자, 성매매자들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고, 성을 사는 이가 중년 여성이고 파는 이가 청년 남성이라서 거듭 예상을 빗겨나가는 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정적이고 논란으로 가득한 영화일 것 같다고 느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관통하는 주제의 가치가 눈에 밟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차례에 걸쳐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 수십 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금기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단지 성적인 만남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낸시와 리오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리오 그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낸시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자체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평생 사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인물이다. 은퇴한 60대 종교 교사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스페인에서 예술을 하는 딸을 하나씩 두고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오랜 커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그녀는 리오의 서비스를 예약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반응을 보인다.
낸시는 우선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섹스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담대하고 솔직히 드러낸다. 그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대신 남편의 쾌감만을 우선시했던 그녀는 경험한 상대방의 수나 다양한 체위에 대해 물어본다. 리오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완벽해 보이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리오보다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공허한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알과 껍질들은 더 강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낸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눈을 뜬다. 그래서 그간 억압된 삶을 살던 그녀는 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크게 변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섹스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리오를 궁금해한다. 낸시는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한 원칙과 신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리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용기와 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깨달음만큼이나 깊은 고정관념과 편견도 함께 드러난다. 낸시는 리오가 숨기려 했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호텔방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말한다. 정작 그녀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지루해하고 정반대로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딸을 골치 아파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조언은 리오에게 모순적이다.
이는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방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리오를 만난 다음에야 낸시가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리오와의 섹스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그녀가 섹스로 상징되는 스스로를 향한 억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타인에게 지닌 고정관념과 편견마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섹스와 성매매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트리거에 불과할 뿐, 성을 비롯한 다양한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개인들이 비로소 금기를 깨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영화는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리오에게 이별을 고한 낸시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섹스라는 금기에 갇혀 있지 않고, 60여 년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마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낸시의 섹스 파트너인 리오 그랜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다. 열의를 다해 감정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주고자 하는 파트너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낸시에게 진정한 섹스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는 섹스, 접촉, 쾌락의 관점을 모든 소통으로 확대한다. 섹스는 언제나 대화의 일부이며 친밀감과 교감을 향한 갈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비록 그의 직업은 윤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섹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시각만큼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하고 개방적이다. 그 덕분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통제해야 하고 몸을 가꿔야 한다는 규칙 하에서 살던 낸시는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다. 사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놨는데, 이는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며 꽤나 섹슈얼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조차도 낸시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또 다른 억압과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면 섹스와 쾌락에 관한 이해도 다른데,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낸시와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갈등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분기점이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문란한 모습을 보인 후 가족과 의절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겪은 바 있는 리오. 이처럼 어머니와 연관된 깊은 상처는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쾌락을 개방적으로 탐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오에게 낸시와의 갈등과 말다툼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그는 본래 자신의 과거사를 고객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 다름 사람과의 다양한 육체관계와 소통을 즐기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낸시를 만난 그는 때로는 규칙을 어기며 인간적 교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낸시에게 알려주었듯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단절되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펼치고, 리오 그랜드라는 가명 대신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낸 낸시를 다시 만나며,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처럼 두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호텔 방이라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푸른 카펫과 소파, 베개처럼 관능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의 배치가 눈길을 끈다. 또 그 방 안에서도 나뉘어 있는 공간들의 기능도 흥미롭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크게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소파에서는 낸시와 리오가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침대에서는 모험에 나선 낸시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편 화장실은 잠시 그들이 호텔 밖 현실을 만나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낸시가 화장실에 받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해 보일까 하고 고민하는 리오의 짧은 고뇌를 담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마인드의 변화를 새삼 깨닫는 낸시의 사색과 해방의 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눈길은 이내 방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는 창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더라도, 넓디넓은 창문에 담기는 조명과 풍경의 변화는 마치 외부 세계의 이야기들을 실내 공간 안으로 미묘하게 끌어들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만남에서는 맑기 그지없었던 창문 속 날씨는 선을 넘은 낸시와 개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리오가 다툼을 벌일 때 비로 가득하다. 이처럼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마치 낸시와 리오의 몸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호텔방은 대화의 공간이었다가 도전하는 공간이고, 갈등하고 싸우는 장소였다가 쾌감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몸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보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참으로 스마트한 영화라고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그 자체로 논란일 작품이다. 소재이자 발단인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달리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여성은 자신이 구매자이지만 판매자인 남성에게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젠더 권력의 우열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성매매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사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보다 자주 스크린에 전시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남성의 성과 신체를 판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문화적 서열을 역전시킨다. 덕분에 성매매를 둘러싼 옹호와 부정 사이에서 성매매를 매개로 만난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물론 시작점이 성매매이기에 그 관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여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불호를 이유로 눈길을 안 주기에는 금기 내지는 성역이라 여겨지는 소재를 이용해 보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맛이 찰진 것도 사실이다. 소피 하이드 감독이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은 이유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발칙한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이 빛난다
-
- 고마워, 널 영원히 남겨두기로 했어
왜 그렇게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진 걸까? 아름답지도 않은데. 아닌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별의별 이야기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합친다. 어떤 사람은 ‘성욕에 뇌가 절여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누구는 어떤 사람에게 감동 못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럴 거면 왜 사랑을 하지? 사랑은 예쁘지 않다.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사람이 하는 것에는 뭐든 장/단점이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사랑은 장점이 3개쯤이고 단점이 97개다.
근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랑이 역겹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따라가게 되는 것. 이 사랑의 기억은 사람마다 깊은 행복함이 있으니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어떤 인생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97개쯤 되는 단점이 결국 내 인생의 행복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결론이 난다. 참, 불행하다는 것이 과거의 내가 행복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랑의 상흔을 그림으로 남겼던 프랑스의 두 사람이 있다고 한다. 18세기의 프랑스로 가보자.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화가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자를 가르치고 있던 마리안느. 마리안느의 화실에는 그림 한 장이 있다. 제자들은 그림에 대해 마리안느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림 제목이 뭐예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리안느는 그림 앞에 멈춰 서서 옛 생각에 빠진다.
앞에서도 썼듯 마리안느는 화가다. 18세기의 프랑스는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결혼 이전에 여자의 초상화가 남자의 집에 전송되면, 맘에 든 경우에 결혼 절차를 밟는다. 원래는 한 여자의 언니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예비 신부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 원래 결혼하고자 했던 남자의 집에 전하고자 했다. 엘로이즈의 집으로 가는 마리안느. 엘로이즈는 ‘포즈 잡는 게 싫다’라며 그림 그려오는 걸 거부했다고 한다. 마리안느에게 주어진 시간은 6일이다. 이 6일 동안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서로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마음에 남을 수밖에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강점은 몰입감이었다. 특히 이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사운드다. 이 영화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영화에 파도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 파도 소리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사를 치는데 이는 오롯이 영화의 내용과 대사에 집중이 잘 되는 효과다. 또한 이런 식의 미니멀한 연출법은 하이라이트 신의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연주 소리가 기억에 남는 효과를 더한다. 이 몰입감의 연출은 최종 엔딩신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로맨스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 뭘까? 뭐 모든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역시 집중력일 것이다. 이게 내 사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를 이끌고 내러티브를 전개하면 보이는 사람에게 큰 감정의 깊이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크고 작은 사운드 연출 하나만으로도 로맨스 영화로서의 흡인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또 고를 수 있는 이 영화의 강점은 캐릭터 설정이다. 각본을 쓴 셀린 시아마는 생동감이 있는 인물들을 만들었다.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령 특정 인물이 달리기를 와다다다 달리는 부분이 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억압된 것이 있을 거라 예상하기 쉽다. 온 세상이 억압적으로 대했으니 그녀가 달리나 수영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의 뭉개기는 사람의 성격과도 이어지기 쉽다. 이 엘로이즈의 성격 묘사가 입체적인 느낌이다. 솔직히 엘로이즈 답답했다. 그런데 왜 답답하지?로 생각하면 이 세상이 만든 명과 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핍진성이 성립한다. 또 마리안느의 경우 그녀는 화가다. ‘초상화를 그려 남자의 집에 전한다’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수동적으로 보이는 마리안느.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은 얼핏 보면 주체적인 예술이다. 그러나 이 인물은 시스템에 종속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 설정은 셀린 시아 마가 하고 싶었던 주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이 ‘화가’라는 모티브는 두 사람의 로맨스와도 연관이 있다. 이 부분은 ‘뮤즈’ 같은 개념을 논파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듯했다.
또 영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잘 사용한 느낌이다. 흰 의상에 불이 타는 장면,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마리안느가 했던 특정한 행동, 엘로이즈의 그림까지. 또 영화 전체적으로 이끄는 색감 연출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라는 것을 떠나 ‘멜로드라마로서도 탁월하다’라고 말하기 충분하다.
아, 앞에서 썼듯 영화의 가장 좋은 장점은 마음의 기척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는 점이다. 대사 하나, 행동 하나, ‘그림’이라는 키워드, 예술이라는 매체, 두 주인공의 처지까지 아름다운 사랑이 기억에 남는 이유를 형식적으로, 내러티브로, 미학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꿈같은 영화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영화의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실 모호하다. 뭐가 타오른다는 뜻일까? 이 단어의 수식 범위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의 결론은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여인이 타고 있다’ 둘 다였다. 일단 여인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특정 장면과도 이어진다. 이 특정 장면에서 두 인물의 사랑이 어디까지 왔나?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 번에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셀린 시아 마가 극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답, 그리고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사랑이 아름다울까? 만약 이뤄진 사랑이라면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까? 과거에 대한 미련, 자기 후회, 자아에 대한 분노 등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를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면 ‘타올라서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여인의 초상’이 타올랐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랑의 속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아름답게 불타던 때는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초상화로 남아있다. 이 그림은 그런 의미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기억이 있다는 건 즉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타올랐던 기억만 남은, 두 주인공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수도 없이 뒤돌아본 이야기
이 영화에 사용됐던 모티브는 에우리디케 설화다. 이 설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오르페우스는 하지 말라던 ‘뒤돌아보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도 결국 돌아봐 아내를 구하는데 실패한다. 수도 없는 예술에서 차용된 이야기고 이 작품에서도 쓰였다. 특히 ‘뒤돌아 봐’라는 대사가 인상 깊다. 영화에서 이 오르페우스의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멍청하게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게 아니라 에우르디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라는 대사와도 이어진다. 뒤돌아 보는 것, 그러니까 예전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라고 말하고 있다. 뒤돌아보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과하지 않게
영화는 적절한 선을 지킨다. ‘뮤즈’라는 개념과 임신중절에 대한 이야기를 극 전체에 암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유치하게 선전이라도 하는 듯 쭉 극을 전개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중심은 탁월한 멜로 드라마였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 사랑에 빠진 이가 벌이는 행동들, 착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주제가 부담스러울 분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잘 만든 영화다. 배우 아델 에넬, 노에미 룰랑 둘의 연기는 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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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를 뚫고 라스베가스의 금고를 털러가자! -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잭 스나이더의 신작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잭 스나이더가 리메이크 했던 새벽의 저주에서 빠른 좀비로 인해 만들어졌던 스피디 함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거에요.
이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새벽의 저주의 속편도 아니고 약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알파 좀비라고 하는 지능을 가진 좀비가 등장하고, 사회도 구성하죠.
일반 좀비들은 여전히 느리지만 알파 좀비의 일원은 빠르게 뛰어다녀요.
그리고 좀비가 있는 구역이 라스베가스로만 한정됩니다.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모습이죠.
주인공들은 라스베가스의 어느 금고로 가서 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하이스트 영화의 틀에서 전개되어서 팀을 조직 하는 것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액션도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도 과거 좀비 영화의 B급 감성과 A급 화면들이 적절히 잘 믹스된 것 같아서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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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을 기다리는 단 하나의 이유 밀수? 2023년 여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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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메인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같지만은 않은데 ...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