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4-08-29 16:06:54
한국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난 여자
한국이 싫어서 리뷰 / 시사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한국이 싫어서>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삶에 지친 계나가 모든 것을 뒤로 버려두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라면 꼭 한번쯤은 꿔본 우리들의 꿈,
그 꿈을 위하여 용감한 도약을 한 계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되고,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이지만 모든 것이 족쇄마냥 느껴지는 한국의 삶
VS
매우 불안정하지만 자유로운 뉴질랜드에서의 삶
이 두개의 선택지 중 옳은 선택이 있을까요?
이 두개의 선택지 중 진정한 행복이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우리는 행복찾아 떠난 뉴질랜드가 맞는 답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것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장소와 환경이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물론, 어느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A라는 장소가 무조건 행복을 보장해주고
B라는 장소가 무조건 슬픔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죠.
나에게 행복한 곳이 누군가에게는 그 어디보다도 지옥같은 곳일 수 있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비로소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감사하게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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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계나처럼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저기 먼 핀란드같은 나라로 훅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짧게나마 외국의 삶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한국을 떠나는게 온전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주는 온전한 안정과 행복은 외국에서 절대 가질 수 없는 행복이기 때문이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상적인 것에 감사하자.
거기서부터 행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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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은 젊은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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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
킹덤 : 아신전
줄거리
조선을 뒤흔든 좀비 사태, 그 시작에는 아신이 있었다!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
숨은 의미 찾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해석이니 원치 않는 분들은 영화 감상 후 읽어주세요*
조선의 북녘 끝자락, 압록강을 바라보는 자리에 위치한 번호부락.
애매한 위치만큼이나 마을 사람들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도 애매하다. 그들은 100년 넘게 조선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조선인에게는 여진족이라 불리고, 여진족에게는 동족을 배신한 무리라고 손가락질당한다. 추성훈이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 불리고, 한국에서는 일본인이라 불린다던.
아신전은 킹덤에서 내내 언급되던 '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끄집어낸다.
타합은 성저야인이 모여 사는 번호부락의 대표자이자 백정이다. 도축을 하는 백정은 천민 계급 중에서도 멸시당하던 계급이었다. 고기를 사러 온 조선인은 타합이 자신들의 짐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대는 물론이고, 아이가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게 한다. 이 짧은 장면에서 번호부락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흙이 묻은 고기를 집어 드는 타합의 손에 피가 흐른다.
그것은 조선인의 것도, 여진족의 것도 아니다.그들은 영원히 조선에 섞일 수 없다. 그리고 섞이지 못함은 죄가 된다. 어떻게든 곁다리를 걸쳐보려 해도, 공물을 바치고 온갖 충성을 다해도 타합에게는 관직 하나 내려지지 않는다.
그들은 조선인과 여진족 사이에 고립되어 존재를 부정당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타합은 결국 파저위에게 ‘피를 배신한 밀정’이라고 낙인찍혀 죽임 당하고 번호부락은 몰락한다. 어떻게든 조선 땅에 머물고 조선인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던 시대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홀로 남은 아신은 ‘독한 년’ 소리를 들어가며 그저 묵묵히 살아남는다.
아신은 아버지와 달리 ‘파저위에 대한 복수’를 목표로 설정한다.
조선에 속하고 인정받는 일 따위는 그녀에게 관심 밖의 일이다. 그저 복수 외에 그녀는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예를 자처해 아무 대가 없이 궂은 일을 해도, 사람들에게 험한 꼴을 당해도 저항 한 번 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에게 ‘사람 대우’ 받기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타합이 첫 장면에서 돼지를 썰던 것, 아신이 돼지우리를 거처 삼아 자던 점을 생각하면 고통이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호 부락은 끝끝내, 죽어서까지도 애도조차 받지 못하는 ‘오랑캐 마을’ 일뿐이다. 추파진에게 타합과 아신의 희생은 지극히 당연하고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사실 아신은 계속 괴물이었다.
가족과 마을을 잃은 날, 아신의 마음에는 분노의 싹이 텄다. 저 대신 복수를 해달라고 민치록을 찾아갔으나, 민치록 역시 자신이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신은 꾹꾹 눌러 담아 참아오던 분노를 터트린다. 복수를 시작한다.
“조선땅과 여진 땅에 살아있는 모든 걸 죽여버리면, 나도 당신들 곁으로 갈 거야.”
괴물로 변한 번호부락 사람들은 아신의 내면을 그대로 표출한다.
추파진 군사들이 아신이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모조리 묻고 왔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실은 아신이 생사초를 먹였다가 모두 괴물로 변한 상태였다. 그 사실이 마지막에야 드러나는 이유도 아신의 심경변화에 있다. 그녀는 산짐승을 잡아다 주며 그들을 보살펴왔다. 하지만 그들이 원한 것은 사람의 피와 살이었다.
마찬가지로 아신은 조선이 파저위에게 복수를 해줄 것이란 헛된 희망과 믿음으로 자기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고 있었다. 남들 눈에는 그저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 나름대로는 분노가 튀어나오지 않게 참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원했던 것은 번호부락을 몰락에 빠트린 모두의 피와 살이었던 것.
음식을 나눠먹고 웃음이 가득하던 번호부락은 더 이상 없다. 아신 역시 안다. 행복했던 그 시절은 그저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뜨거운 분노와 차가운 복수심뿐이다.
아신은 생사초를 먹지 않았으나, 결국 피와 살을 취하는 괴물이나 다름없다.
번호부락의 ‘번호’는 ‘울타리 번’, ‘오랑캐 호’ 자를 쓴다. 이를 의역하면 ‘북방 경계에 울타리를 이루고 사는 오랑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 번호부락이라는 단어조차 그들을 오랑캐로 낙인찍고, 그들을 울타리에 가둬 북방에 고립시키며, 조선인과의 선을 긋는 말이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아신을 괴물로 만든 것은 과연 누구냐고.
진짜 울타리에 갇혀있던 것은 누구였느냐고.
피의 역사, 그 시작
감상평
이창과 서비를 만난 아신을 기대했는데, 내심 아쉬웠다. 하지만 킹덤 프리퀄이라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이쯤 되니 작가 양반 진짜… 이 모든 걸 설계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빨리 킹덤 3도 내놔요.
아, 올 때 시그널 2도 같이…어쨌든 킹덤은 ‘피’라는 단어가 늘 관통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이창과 아신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렇다. 쉽게 비유하자면 해원 조 씨가 슬리데린 같이 적법한 혈통, 순수 혈통을 중요시하는 편이라면 이창은 그리핀도르 타입이랄까.
마땅히 권력을 잡아야 할 핏줄이 없다고 믿는 이창이니만큼, 마땅히 죽어야 하는 핏줄 또한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창이 아신과 대립하더라도, 분명히 아신을 괴물로 여기지만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선다.
아신전은 피의 역사, 그 시작을 향해 간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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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로 닿는 거리, 언어로 넘는 경계
#스포일러 보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축인 '언어'
영화 컨텍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이다. 언어는 인간 문명을 나누고 결정하는데 가장 큰 축이 된다. 특정 대상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문화권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해당 문화권의 역사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언어는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키가 된다. 주인공 루이즈는 군사적으로 외계생명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적(평화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영화 컨택트에서 루이즈는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해석을 넘어 그들의 사고방식과 시간 개념까지 체득하게 된다. 이는 언어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사유의 구조이자 존재 방식임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루이즈가 언어를 통해 미지의 존재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처럼, 언어는 결국 서로의 내면에 닿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수단이다. 이처럼 언어는 단지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체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낯선 존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다리가 된다. 얼마 전 책 1984를 읽으면서 개인의 속마음은 당사자에게도 신비한 영역이며, 감정은 고귀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비가시적이기에 신비한 감정을 가시적으로 하는 것이 언어이다. 그런 점에서 루이즈의 언어적 접근은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내 인생의 미래를 미리 목격했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다른 선택을 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루이즈는 외계인들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음에도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남편과의 만남-이혼, 딸의 탄생-죽음 이 모든 과정을 목격했음에도, 그 장면의 도래를 회피하지 않는다. 이때, 이 태도는 수동적·수용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미래를 알게 되지만, 그 미래를 통해서 나아가는 것이 루이스 자신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 후 상실을 가늠하면서도 상실 전 사랑을 만끽하고자 루이스는 택했다.
영화 컨택트는 이처럼 인간 실존에 관하여 깊은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언어를 통해 시간의 비선형적 개념을 체감한다는 설정이 루이즈가 자신의 미래를 본다는 장면 하나로 귀결되는 점은 다소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언어가 사고와 감정, 나아가 존재방식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철학적 통찰을 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타자와의 관계 맺기와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이 영화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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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2020)> 리뷰
고백한다. 뉴욕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도(어쩌면 그렇기 때문일지도) 나는 이 도시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다. 우뚝 솟은 마천루에 온갖 신경을 빼앗기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어쩐지 내 안의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세계적인 도시. 괜히 맥북이나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들고 센트럴 파크에 앉아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곳.
온갖 정보가 발달해 사실 뉴욕 지하철은 한국의 것보다 못하고, 뉴욕이든 서울이든 결국 서양화된 도시이기에 생각보다 ‘그럴싸한 건’ 없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음에도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적 이미지는 내게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영화 속 주인공 조안나(마가렛 퀄리)는 어떨까.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가 개봉한 시점에서 고작 몇 년 지나지 않았던 시절의 미국에서 자란 조안나는, 더군다나 작가 지망생이기까지 하다. 좁은 플랫에서 원고와 싸우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친구들과 예술적 교감을 나누며 청춘을 개척하고픈 열망을 지닌 청춘. 그에게 뉴욕이 어떤 의미였을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 역시 일정 부분 그런 꿈이 있기에, 더욱더.
조안나가 뉴욕에 있게 된 건 우연과 운명의 합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안나가 이토록 오래 머물게 될 줄은, 조안나도 그의 친구 제니(세아나 커스레이크)도 짐작하지 못했으므로. 잠시 머물고자 했던 뉴욕이었으나 조안나는 안정적이되 심심하기만 한 버클리에서 뉴욕으로 아예 거처를 옮긴다. 충동적인 결정이었던 듯 보이나 그는 빠르게 적응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오가는 대도시는 이방인에게 열린 공간이지만, 열려있다는 것이 늘 환대의 의미와 동일하진 않다는 것을 조안나가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듯 마이 뉴욕 다이어리(원제: My Salinger Year)는 주인공 조안나의 여정을 따라가는 성장 드라마다. 평범한 건 싫고, 특별해지고 싶다는 치기 어린 소망을 품은 주인공이 마주한 뉴욕이라는 흥미로운 공간. 그는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하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하지만, 그의 이름으로 렌트를 구한 집은 어딘가 어설프고, 작가를 꿈꾸는 그가 하는 일은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답장을 보내는 일에 불과하다. 이윽고 조안나는 결심한다. 진심이 담긴 팬레터에 'JD 샐린저 씨는 팬레터를 받지 않습니다, ' 따위의 무의미한 대답을 타이핑하는 일을 지속할 수 없다고. 그러자 언뜻 잔잔해 보였던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조안나가 일하게 된 곳은 마가렛(시고니 위버)의 작가 에이전시다. 마가렛은 조안나를 고용하는 순간부터 단호하게 말한다. 작가(지망생)는 자신의 비서로 고용하지 않는다고. 조안나는 김이 샐 법도 한데, 복도에 걸린 애거서 크리스티나 스콧 피츠제럴드의 사진에 전율을 느낀다. 실망도 하지만, 조안나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마가렛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아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안나는 자신이 읽어본 적도 없는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매혹된 이들에게 경직된 답장을 쓰던 중 그들의 진심에 성심성의껏 답하기 시작한다. '홀든'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제법 그럴싸하게 쓰기도 하고, 절박해 보이는 학생에겐 교훈적인 답장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답장을 받은 이가 뉴욕 사무실까지 찾아와 되묻는다. 내 진심이 담긴 편지를 멋대로 읽어본 당신의 답장이 규격화된 답장보다 더 나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조안나 래코프라는 이름이 소녀의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다.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했다. 빈정거림이 분명한데도 조안나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는다. 자신은 허락되지 않은 대화에 끼어든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사라지고 조안나는 복도를 걷는다. 조안나의 소망 중 하나가 '특별해지는 것'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그는 뉴욕이라는 메트로폴리탄에서 작가라는 단독자가 되고자 버클리의 삶을 버렸고 버클리에서 만났던 남자 친구와는 연락을 줄였다. 그러나 조안나의 손에 남은 건 무엇인가? 그는 등단한 시인이라는 것을 감췄고 영혼에 반하는 일을 주 업무로 삼았다. J.D. 샐린저가 그에게 당신은 작가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시인이라고 얼떨결에 대답했던 조안나는 하루에 15분씩 자신만의 글을 쓰긴커녕 타인의 삶을 흉내 내어 답장하는 일만 지속하고 있었으며, 상사인 마가렛에겐 조안나라는 유능한 비서로 인식되기보단 '샐린저에게 익숙한 환경'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조안나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뉴욕에 와서조차 오래도록 읽지 않았다는 건 적지 않게 흥미롭다. 업무를 진행하며 왜 샐린저의 팬들이 이 책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궁금했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러나 이 지점이야말로 지금껏 조안나의 성장이 지연된 이유일 것이다. 그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그 심장부로 파고들지 않았다. 워싱턴으로의 짧은 귀향과 돈(더글라스 부스)의 부재를 경험한 후에야 조안나는 자신이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니얼(콤 피오레)의 죽음을 통해서야 조안나는 인간 마가렛을 알게 된다.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것과, 뉴욕에서 일상을 이어가는 것은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진 모르겠으나 작가라는 꿈을 이뤄주진 못한다. 꿈은 외면을 모방하는 것만으로 성취할 수 없는 것이므로.
타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까지 살펴본 조안나는 우울을 떨치고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친구 제니가 뉴욕을 떠나는 것을 배웅하며 연인이었던 돈과 동거한 공간을 떠나지만, 그것이 버클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후임자가 나타날 때까진 맡은 업무를 모두 하겠다고 말한 만큼, 조안나의 출근은 순식간에 중단되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원고를 소중히 든 조안나를 똑똑히 비춘다. 뉴요커 건물에 도착한 조안나의 원고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우리는 모르지만,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조안나를 작가로 호명했다. 그렇기에 관객은 알 수 있다. 샐린저가 말했듯 조안나는 이제 매일같이 자신만의 글을 쓸 것이라는 걸. 꿈에 그리던 모습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자전적 에세이를 바탕으로 하기에, 영화의 마지막은 너무나 당연한 결말이었다. 그럼에도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은 영화 곳곳에 녹아 있는 인간적인 유머와, 90년대의 뉴욕을 겪어본 적 없는 나까지 향수에 젖게 만드는 따뜻한 스크린의 색감 때문이 아닐지. 무시무시하고 악랄한 악역이나,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끔찍한 사건 없이도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 그저 조금만, 조금만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한다면, 우리 역시 조안나처럼 20대를 따스하고 애틋하면서 한편으론 엉뚱하고 우습기도 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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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직전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의 회한
죽음 직전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의 회한
-<미드나이트 스카이>(2020)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취업을 하고, 커리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 가족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신의 일을 잠시 멈추고 가족을 바라본다.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하고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커리어보다는 가족의 일을 먼저 보살피는 등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젊은 시절보다는 여러 가지를 더 보기 시작한다. 그건 대부분의 삶의 한 부분이고 마땅히 서로를 챙겨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다. 그런 시기는 향후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일을 발전시켜 나가는데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가족을 돌보고 또다시 일터로 돌아온다. 그렇게 일과 가족은 삶에서 중요한 선을 그리며 나란히 나아간다.
사람들 중 일부는 좀 더 세상의 무언가를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 자체를 즐기며 그곳에서 받는 성취감이 그들을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들은 일에 집중하며 오랜 기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가족의 일을 거의 돌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가족과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좋은 감정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과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무언가 이루어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한 노력은 그들에게 대단한 업적으로 돌아오지만 그 업적 뒤에는 나이가 들어 죽음에 가까워질 때 그들이 느끼는 회한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구의 재앙 속 북극에 혼자 남는 과학자 오거스틴의 이야기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북극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권위 있는 과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북극은 그 영향을 가장 늦게 받지만 결국 그곳에서 조차 결국에는 살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지하 등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암 말기 환자인 오거스틴은 북극 기지에 남아 조용히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려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는지 우주 탐사를 떠났던 여러 우주 비행선 중 마지막으로 남은 탐사선의 지구 귀환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영화가 공들여 전달하는 것은 바로 고독이다. 혼자 남겨진 오거스틴이 아무 소음도 나지 않는 곳에서 밥을 먹고, 암세포의 확대를 억제하는 시술을 받는다. 또한 북극의 청명하고 깨끗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오거스틴의 모습에서도 외로움과 고독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르게 보면 그것은 병든 노인이 되어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오거스틴의 회한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우주 비행선 에테르호의 존재는 그의 삶에 작은 목표를 만들어준다. 그 적막이 흐르던 북극 기지에 여러 가지 알람의 소음과 분주해진 오거스틴의 모습이 화면으로 비춰진다. 삶의 끝에 서서 사람들과 멀어지는 길을 택했던 그는 누군가와 교신하기 위해 무척 애쓴다. 그런데 그 교신의 목적은 에테르호를 지구에서 다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오거스틴의 젊은 시절은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에 소비했다고 볼 수 있다. 몇 번의 짧은 플래쉬백으로 볼 수 있는 젊은 오거스틴은 그의 연구에 있어서는 총명하고 미래가 밝은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그를 떠나는 연인과 그의 아이일지 모르는 자동차 속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보고 뒤돌아설 뿐이다. 그는 삶에서 굉장한 연구적 업적을 발견해 냈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지만 평생 고독 속에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 자신이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그건 고독이라는 문안에 자기 자신을 가둔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현재 속 오거스틴의 얼굴에 기쁨은 말랐고, 눈에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에테르호를 지구에서 멀리 밀어내려 애쓰는 오거스틴의 시도
에테르호의 선장인 설리(펠리시티 존스)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구와 교신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그는 또 다른 비행사 아데웰레(데이빗 오에로워)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과 큰 문제없는 보통의 인물로 그려지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두고 간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건 일종의 본능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그것이 자신의 동료들에게 더 애착을 하게 되는 이유이자 삶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오거스틴과 설리 외에 북극기지에 몰래 숨어 지내던 아이인 아이리스(키얼린 스프링올)도 등장한다. 말을 못 하는 그는 부모 몰래 북극 기지에 남아 오거스틴과 함께 생활해 나간다. 둘은 특별히 대화를 이어나가지는 못하지만 아이리스는 늘 오거스틴의 곁을 따라다닌다. 오거스틴은 과거의 딸을 돌봐주지 못했던 책임을 대신하는 것처럼 아이리스를 끝까지 지켜내려 애쓴다. 아이리스는 어쩌면 오거스틴의 죄책감을 풀어주는 존재이자 그를 끝까지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 결국 외부에 있는 비행선 에테르호를 구하게 하는 존재다.
영화 속 오거스틴이 말없이 북극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비추는 장면이 있다. 에테르호와 교신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느꼈던 평생의 고독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에테르호와 교신하기 위해 북극 내 다른 전파 기지로 이동하기로 마음먹는다. 오거스틴의 삶은 평생 누군가를 밀어내는 삶이었는데, 그가 죽기 직전에 해결해야 하는 임무도 다른 사람을 외부로 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마지막 밀어냄은 타인과의 연결이 선행되고 희생이 이어지는 것으로 과거의 밀어냄과는 조금 다르다. 그 마지막 임무 이후 오거스틴은 비록 고독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겠지만 그가 가진 회한을 어느 정도는 덜어낼 수 있는 임무였다. 그건 에테르호의 선장 설리와 오거스틴의 마지막 교신을 대하는 오거스틴의 반응으로 세세하게 전달된다.
잔잔하고 감성적이지만 잘 맞물리지 않는 오거스틴과 설리의 이야기
사실 영화는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은 오거스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에테르호가 단번에 연결되어 감정을 고조로 이끌게 되는데, 영화의 이 세 이야기가 사실 적절하게 잘 맞물려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테르호의 이야기와 오거스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따로 흘러가고 교신이 된 이후에도 오거스틴의 고독과 에테르호의 위기가 잘 융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후반부의 반전 이후 클라이맥스에서도 감정적인 반응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자가 가진 회한과 평생의 고독감,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감정은 조지 클루니의 얼굴과 몸을 통해 잘 전달된다. 에테르호의 장면들이 녹아들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오거스틴이 혼자 북극에 남아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하나의 우주선 그리고 그 안의 생명들을 지켜내는 모습은 영화의 결말까지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영화는 가만히 설리가 비행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오래도록 지켜보게 한다. 마치 오거스틴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가만히 지켜보는 것처럼 따뜻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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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과는 달랐던 제 78회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
'예측'과는 달랐던 제 78회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
지난 2월 28일 (북미 기준), 제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오스카'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정이삭 감독은 영상을 통해 모든 미나리 패밀리와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어를 '진심이 담긴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미나리'의 의의이자 골든글로브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후보 선정 당시, 미국 영화인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것에 '골든글로브' 측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인 영화만 작품상에 오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한국어가 그 이상 나오는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으로 출품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는 '인종차별'이라며 분노하였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가장 이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이기에 이 '논란'은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출처 : NBC
매년 뼈 때리는 말들로 그 해 시상식의 '쟁점'들이 무엇인지 확인 사살 시켜주곤 했던 만담 콤비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입담으로 시상식의 포문을 열었다. 올해의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인종 차별이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기관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일명 HFPA 인데, 올해 기자단의 구성원들이 모두(ALL) 백인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샤 바론 코헨'은 수상 소금을 통해 "다 백인으로 구성된 HFPA에 감사 드린다"며 이 논란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 결과, 많은 대중들과 영화인들의 '예측'과는 다른 수상 결과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어떤 작품들이 깜짝 수상을 하였고, 어떤 작품들이 상을 빼앗겼는지 할리우드 대중 매체 'The Wrap'과 'Variety'지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깜짝 여우주연상 : 로자먼드 파이크(뮤지컬/코미디), <퍼펙트 케어>
출처 : 네이버 영화
2월 19일 국내 개봉하여, 네이버 관람객 평점 9.14를 기록 중인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케어>에서 '말라'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자먼드 파이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를 통해 이미 한 번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에게 수상의 영광을 빼앗긴 그녀는 올해도 그 영광을 차지하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빼앗긴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 마리아 바카로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출처 : 아마존 프라임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리아 바카로바'는 전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첫 번째 '불가리아인'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첫 번째 수상의 영광까지 차지하지는 못하며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다.
깜짝 여우조연상 : 조디 포스터, <모리타니안>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3월 17일 개봉 예정인 <모리타니안>은 9.11 테러 당시 재판에 대한 실화 기반 영화로, '조디 포스터'는 변호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수상을 예상하진 못하였는지, 조디 포스터는 2013년 세실 B. 데밀 상을 수상한 이후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될 줄 몰랐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본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결과였음을 드러내었다.
빼앗긴 여우조연상 : 글렌 클로즈, <힐빌리의 노래>
출처 : 네이버 영화
2017년,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가 <녹터널 애니멀스>의 애런 존슨에게 상을 빼앗긴 것처럼, 매년 '조연상'은 가장 예견하기 힘든 부문이기도 하다. 올해도,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와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 예상되며, 과연 누구에게 상이 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던 부문이었지만, 그 상이 전혀 다른 이에게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깜짝 여우주연상(드라마) : 안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빌리 홀리데이>
출처 : Hulu
빌리 홀리데이 자전 영화에서 그녀로 분한 '안드라 데이'는 '비올라 데이비스'를 포함하여,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4개 부문 노미네이트작 <프라미싱 영 우먼>의 캐리 멀리건,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의 바네사 커비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정말 그 누구도, 물론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빼앗긴 여우주연상(드라마) :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출처 : Netflix
미국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주제로 쓴 동명의 희곡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주요 인물들의 '방백'과 같은 발화가 극을 끌어가는 영화이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그만큼 주연 배우들의 힘이 중요했고, 성공적인 연출과 훌륭한 연기로 영화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이를 증명해내듯 故'채드윅 보즈먼'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지만, 진정한 주인공 '마 레이니'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는 빈 손으로 돌아갔다.
빼앗긴 작품상 : 모든 '흑인' 영화
영화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사진 출처 : Variety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는 <더 파더>,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올라 <노매드랜드>가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해밀턴>, <뮤직>, <팜 스프링스>, <더 프롬>이 올라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이 중 흑인 감독이 연출하고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는 것이었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올해 최고 기대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포함하여,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말콤 X'를 필두로 1960-70년대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영화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블랙 팬서 파티의 의장이었던 '프래드 햄턴'과 FBI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 <유다와 블랙 메시아>, 대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참전 용사와 베트남 전쟁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다 5 블러드>와 같이 이미 각종 비평가 시상식을 휩쓴 '올해의 작품'들이 후보에조차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굉장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국가인 '미국', 그리고 영화 산업을 이끌어가는 할리우드에서의 시상식이기에 단순히 한 나라에서의 조촐한 축제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고, 상당한 공신력을 띄는 시상식이기도 하기에 약 80년의 역사가 있는 '유서 깊은' 시상식으로써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수상의 영광을 누린 뛰어난 배우들은 당연히 그 영예를 안을 자격이 있고, 절대 화살이 그들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 매년 이런 논란이 있어 왔고,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콕 집어 불공정함을 드러냄에도 바뀌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 언젠가 파울이 아닌 홈런으로 받아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수상의 영광을 누린 모든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에게, 훌륭한 영화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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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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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다.
마이클 샌델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그렇게 말한다.
반대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해서 인간답게 살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함에 분노하지만, 만약 그 불공정이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았다며 겸양의 미덕을 보일지도 모른다.
40년 동안 목수로 일해온 댄은 누구보다 열심히 산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열심히 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치매를 오래 앓은 아내의 병원비를 대느라 돈이 하나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병 때문에 일을 더 할 수도 없다.
이제 나라의 복지에 기대야 할 상황이다. 의사는 질병수당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반려되었다.
질병수당 대신 실업수당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40년 동안 나무만 만진 사람이 갑자기 컴퓨터로 문서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전화로 물어보고 싶은데 대기 시간만 50분. 대기 중에도 요금은 책정된다.
구직활동은 건강 문제로 불가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수당도 못 받는다.
옆집 청년은 중국산 나이키 신발을 되팔아서 돈을 번다. 젊은 사람은 저런 식으로도 돈을 버는데 댄에게는 복지 수당을 받는 것조차 너무 버겁다.
집에 있는 가구들을 하나씩 팔아가며 그나마 버티고 있다.
구직을 해야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상담이 거절된 케이티는 두 자녀를 데리고 이민온 미혼모다.
케이티와 그의 아이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겨우 얻은 집은 촛불로 난방해야 할 정도로 형편 없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아이들에게 줘야 할 통조림을 먹고 죄책감에 오열할 정도로 먹을 게 없다.
센터에서 댄을 만난 이후 댄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는다. 40년 경력의 목수 댄은 집도 척척 고쳐주고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만들어준다.
한편, 당국의 부당한 대우와 부조리한 복지 제도에 분노한 댄은 다 필요없다며 질병수당 명단에서 자신을 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고는 건물 밖 담벼락에 페인트로 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댄의 그래피티 퍼포먼스에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어쨌든 범법이므로 댄은 연행된다.
이후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는 댄에게 케이티가 찾아온다.
도움을 받았으니 댄을 돕겠다는 것. 법과 제도가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은 한다.
케이티는 결국 구직도 하지 못하고,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신는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아이들 때문에 성매매에 뛰어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핼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사실 기회마저도 운이다. 기회가 있는데 왜 잡지를 못하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온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앞뒤상황 맥락없이 비난하는 건 또 얼마나 쉬운가.
댄은 케이티를 어둠 속에서 끌고 나온다.
케이티는 댄의 질병수당 심사 항고에 동행한다. 질병수당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장 비극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 주인공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이다.
댄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케이티는 그가 심사에서 낭독하려고 했던 선언문을 결국 그의 장례식에서 읽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니엘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로 바뀐 것이 있을까. 당사자의 죽음으로 항고는 기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이후, 케이티의 삶이 조금은 나아졌기를, 댄과 비슷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가 조금은 편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제도는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이 내가 얼마나 불쌍한지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자격을 박탈당하기 마련이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설명해야만 혜택을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젊었을 때 돈 좀 벌지. 남들 돈 벌 때 뭐 했냐', '노력을 안 하니까 저렇게 사는 거다', 또는 '난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아 씁쓸하다.
*
스마트폰 없는 사람에게, 컴퓨터 못 만지는 사람에게 너무도 가혹한 세상이다.
마르크스가 노동과 자본에서 인간의 소외를 말한 지가 벌써 200년이 다 되어 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소외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코 앞에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세상이 숨막힌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인간성을 잃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매년 겨울마다 생각한다.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겨울에 얼어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선별적으로 급식 카드에 돈을 받고, 돈까스 하나 먹었다고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우생학이 따로 있는가. 예전에는 종의 개량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잘 버는 인간만 살아남아라, 하게 된 것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 본다.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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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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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보이스 정재헌 성우님과 함께하는 주토피아 리뷰 두번째 시간!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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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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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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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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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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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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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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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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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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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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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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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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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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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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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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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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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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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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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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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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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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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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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우주전쟁>
[2021년 4월 21일, 왓챠 공개]
‘그들은 왜 인류를 몰살했을까’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무자비한 외계 생명체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인류의 고군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