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10-03 11:08:14
[DMZ Docs]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
<빅 데이터의 축>

빅 데이터의 축 The Axis of Big Data
감독: 저우타오 Zhou Tao
러닝타임: 58분
시놉시스: 〈빅 데이터의 축〉은 중국 귀주성 산악 지대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의 주변 환경을 탐험한다. 이 영화는 데이터 센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이 시설을 품고 있는 산악 지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풍경의 본질을 포착하며, 데이터 센터 인근과 그 너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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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매일 인공지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을 듣곤 한다. 특이점에 도달했다, 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스스로 깨달아 새로운 능력을 함양했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지배될 것인가, 기타 등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면, 그 재료는 아마 데이터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 빅 데이터는 그 이름처럼 어마어마한 데이터일진대, 그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 센터 역시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을 떠올려 보면, 데이터가 인간을 얼마나 지배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고작 카카오가 잠시 멈추었을 뿐인데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스러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금,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최첨단을 달리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태어나서 스마트폰이라고는 만져본 적이 없다. 이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는데도 걸어서 또는 가축을 타고 이동했던 사람들이나, 전기 시스템이 만들어져도 촛불을 켜고 살던 사람들이나, 컴퓨터의 전원도 켜 본 적 없는 사람이 존재함과 마찬가지다.
가끔은 그 괴리가 이상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와 아예 그것을 만져본 적도 없는 세대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저우타오가 카메라에 담은 세계도 비슷하다. 데이터 센터 주변의 풍경을 섬세하게 탐방한다. 데이터 센터의 풍경으로 시작한 시선은 데이터 센터 밖을 향한다. 카메라는 가치 판단이나 평가 없이 그저 귀주성의 사람과 자연, 동물을 따라 횡단한다.
나무토막과 포대를 든 노인, 등이 굽은 노인, 허수아비, 일하는 노인, 사진을 찍는 관광객, 담배를 피우는 남자,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 가족, 잡초를 태우는 남자, 물가의 닭, 물고기, 흑염소....... 패치워크처럼 기워진 풍경이다.
푸른 농촌의 풍경과 희뿌연 안개, 그 속에서 점멸하는 데이터 센터의 불빛이 기이한 이질감을 만들어낸다.

챗GPT 등 인공지능은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의 시늉을 한다. 물어보는 말에 재깍 대답하고, 답이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을 알려 준다. 이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그림을 그려 달라 하면 그림을, 노래를 만들어 달라 하면 노래를 만든다. 모르는 문제도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연 기계만의 일일까. 모든 것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챗GPT의 데이터를 걸러내는 작업은 케냐의 노동자가 시간당 2달러도 받지 못하고 처리했다. 최첨단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 줄은 알지만, 그 데이터 센터가 건설된 주변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우리가 누리는 혜택은 어쩌면 누군가를 착취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쉽게 잊힌다.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좋았던 부분은, 비극장 상영 프로그램이었다. <빅 데이터의 축>은 극장 상영도 했지만, 상영관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빅 데이터의 축> 역시 레이킨스몰 2층의 전시공간에서 상시상영되어 오며가며 관람하게끔 설치되었다.
다큐멘터리가 어떠한 서사나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의 균열, 일상적 풍경에서의 낯설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지점에서부터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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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일정
9/28(토) 17:30-18:28
9/30(월) 14:00-14:58
그 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9/26-10/2) 동안 레이킨스몰 2층 마리나갤러리 연속 상영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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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을 벗어나는 투쟁의 슬라이드쇼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2022><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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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5/5
Rating: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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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프레임을 벗어나는 투쟁의 슬라이드쇼.
One-line Summary: A slideshow of frames containing the fight to escape a 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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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 교차하면서 흘러간다. 하나는 낸 골딘의 과거 이야기, 즉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마약, 예술에 빠져 사는 이야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낸 골딘의 현재, 그러니까 약 중독으로 인해 희생된 자들로부터 이득을 보고 재벌 가문이 된 새클러 가문을 끌어내리려는 단체의 리더로서의 이야기이다.
둘은 분명 연관이 있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언니는 자살했고, 낸 골딘은 집을 떠나 사진을 찍고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마약으로 이끌고, 그것은 예술을 보답으로 내 자신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기에 낸 골딘은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순간들 속에서 이미 희생된 사람들은 셀 수 없다.
그리하여 낸 골딘은 투쟁한다. 예술을 통해 알린 그녀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내보이며 명성을 쌓고 반항하다 결국 명분을 찾아 약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예술을 권력으로서 이용한다. 새클러 가문의 이름은 곧이어 명판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삶은 끝없는 투쟁이다. 수많은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또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 과정은 잔인하고 더러울지 모르겠지만 그 투쟁들은 그 자체로 일종의 아름다움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속에서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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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lm is a flow of two parts crisscrossing along. One is the past of Nan Goldin—the story of her family, drugs, and art—and the other is her present—the story of a dauntless leader taking down the Sackler family name for those who lost their lives for the blood-soaked pharmacy money.
The two are in fact connected. The sister who tried to escape suppression took her own life, and Nan Goldin leaves home for freedom by taking pictures and mingling with artists. Yet this leads to drugs. For drugs force you to give up yourself for the reward that is art, Nan Goldin escapes from it. But there is still too many sacrificed.
Therefore Nan Goldin fights. She rebels by displaying her life as it is and uses the power she gained from it to fight for the value she finally discovered: the struggle for the people sacrificed by drugs. The Sackler name soon disappears from countless plaques.
Life is an endless cagefight. We must create bloodshed and escape it at the same time. The process may be violent and dirty but the fights themselves are a type of beauty. Thus we always exist in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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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개봉일 : 2022.03.01.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콜린 파렐,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쿠키영상 : 1개
개인적인 평점 : 4/5
더 배트맨 줄거리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무려 세 번째 리부트 작품이자 배트맨의 또 다른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 <더 배트맨>이 드디어 개봉했다. <스파이더맨>이 리부트 될 때마다 생각했던 것처럼 처음 본, 나의 첫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내 최고의 배트맨일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는데 <더 배트맨>을 보면서 그 믿음이 깨져버렸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밀렸다는 건 아니고,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이 또 내 마음속에 살포시 안착했다는 거다.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모습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로버트 패틴슨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남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나온 세드릭…으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꽤 많다. 나 또한 2년 전쯤까진 로버트 패틴슨이 그간 다양한 필모를 쌓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파격적인 금발 스타일도 멋지게 소화했던 영화 <굿 타임>, 데인 드한과 함께 인생을 담아내는 진실한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을 연기한 영화 <라이프>, 윌렘 대포와 함께 제대로 된 광기를 보여줬던 충격적인 영화 <라이트하우스>, 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매력을 최대로 끌어냈던 <테넷>까지.
매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던 이 배우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연기하게 된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기대감과 궁금증이 끓어올랐다. 과연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로버트 패틴슨의 이미지가 배트맨과 부합할 것인가. 싶었는데 이 모든건 기우였다. <더 배트맨>을 통해서 알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하관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거기에 코믹스에 나오는 배트맨의 옆모습과 그의 옆모습은 상상 그 이상으로 싱크로율이 높다.
<더 배트맨>의 강점
같은 주인공과 배경을 활용한 시리즈물을 ‘이전과 다르게’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더 배트맨>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 영화는 지금껏 보아온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박력이 넘친다. 웅장한 OST, 위엄이 느껴지는 배트맨의 발걸음, 어둠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 속도감을 제대로 담은 카 체이싱 장면과 명암, 가까운 거리에서 오는 타격감을 제대로 활용한 액션신들. 분명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액션신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더 배트맨>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설정
<더 배트맨>은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더 초췌하고 지쳐있으며 예상외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는 그 어느 때보다 눅눅하고 어두우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히어로물보단 추리+누아르물에 가깝다. 어두침침한 배경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러닝타임은 역대 배트맨 영화 중 가장 긴 176분이다. 가볍게 찾아볼만한 히어로물의 조건을 과감하게 제외한 이 영화는 히어로로서의 활약하는 배트맨의 모습보단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의 간격, 밝혀진 진실과 지금껏 믿어왔던 것의 괴리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변화하는 배트맨의 모습에 무게를 둔다.
영화의 시점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지 약 2년이 지난 시기다. 브루스는 악당들을 처치하는 게 아버지가 남겨준 ‘웨인 가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밤낮을 바꾼 채 그림자처럼 고담시를 배회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시는 더 썩어들어가기만 하고, 급기야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리들러’라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브루스는 배트맨을 자경단이라 칭하며 배척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곪아버린 도시. 두 개의 복수심
배트맨의 첫 등장 후 잠시 줄었던 범죄율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시장의 뒤에 있었던 마피아 팔코네와 그 밑으로 쭈욱 이어져있던 부패한 경찰, 정치인들. 복수심 하나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싸움이다.
브루스가 한껏 지쳐있던 타이밍에 등장한 리들러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의를 추구해간다. 두 사람은 배트맨과 리들러라는 가면을 통해 얻은 새로운 인격으로 각자의 정의를 행한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해도 죽는 게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리들러가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에 조금씩 수긍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리들러의 행동마저 ‘괜찮은 것’이라고 일부 인정하게 될 만큼 고담시의 상태는 정말 처참했고 브루스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다.
복수와 정의 그 사이에서
이 영화보다 앞선 타임라인을 그린 <배트맨 비긴즈>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유는 표면적으론 ‘도시를 위협하는 악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의 과거를 파고 들어가 보면 그의 주된 목적은 ‘악을 처단하는 것’, ‘악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선을 행하다 도둑의 총에 부모님이 피살당하고, 범인이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는다는걸 알게 된 순간부터 브루스는 악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그는 레이첼과 알프레드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배트맨이 되지만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자세를 갖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배트맨>에 나오는 브루스는 딱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보통 직장도 2-3년쯤이 가장 권태로울 때인것처럼 그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분명 범죄자들을 잡는 게 내 일, 가족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시간을 투자했는데 도시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본인의 마음 또한 전혀 편안하지 않다. 네 정체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복수다.”라고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선 정의감보단 진한 분노, 권태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면 그저 온갖 감정에 찌들어 지친 사람 같기도 하고 말이다.
브루스는 매일같이 정의를 행한다며 사용했던 복수라는 단어와 복수심이란 감정이 자신의 마음에, 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제는 복수심과 분노를 극복하고 도시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영화에선 어린 브루스를 닮은 미첼 시장의 아들이 나온다. 리들러의 첫 살인 대상이자 이번 시장 선거의 후보였던 미첼 시장. 브루스는 사건 현장에서 방 안에 앉아있는 시장의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브루스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 시장에 출마한 토머스(아버지). 눈앞에서 목격한 부모의 죽음.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아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브루스의 렌즈에 담긴 영상을 보면 그가 시장의 아들을 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례식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리들러의 추종자들과의 전투를 마친 브루스는 직접 물에 뛰어들어 시민들에게 향하고, 그가 제일 먼저 손을 내민 인물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이다.
브루스는 가면을 벗게 된 리들러의 추종자가 “나는 복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결국 복수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닌 붕괴시킬 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질긴 복수의 끈을 끊고, 도시의 희망이 될 시민들의 손을 잡는다. 악당들과 맞서는 게 아닌 시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앞에 서는 행위 자체에서도 브루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지만, 특히 브루스가 자신과 닮은 어린 미첼 시장의 아들을 구하는 장면은 그가 복수를 꿈꾸던 옛날의 자신을 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여정이다. 반복되는 그날 밤의 기억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복수심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되었던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삶을 잊고 살던 배트맨은 이제 복수가 아닌 희망을 꿈꾼다. 그의 곁엔 소중한 사람도 있고, 새로운 희망이 될 청렴한 시장 벨라 레알도 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토머스는 브루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브루스, 왜 우리가 넘어지는 걸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더 배트맨>에서 브루스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필요한 건 희망이다. 흉터가 남을 수도 있지만 이를 이겨내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두 캐릭터의 대사가 묘하게 이어진다. 브루스는 드디어 희망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진다.
기대되는 속편
들리는 이야기로는 로버트 패틴슨이 워너와 3편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의 트릴로지처럼 <더 배트맨>또한 3부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속편은 5년 내’에 제작된다는 말을 들어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지만… 이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심 대신 희망을 찾은 브루스 웨인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큰 기대 포인트는 이 시리즈의 빌런들에 있다. 영화의 마지막, 리들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신원 미상의 감옥 동료’. 거의 조커로 확정된 배리 케오간의 등장이 정말 기대된다. 그가 <더 배트맨>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조커로 나오는 건 아닐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기대가 실제가 되었다. 엔딩 크레딧엔 정확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조커 같은 웃음소리와 얼핏 보이는 입, 코믹스에 나온 조커와 비슷한 헤어스타일. 2편에선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인 조커를 만날 수 있을듯하다. 거기에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포스를 보여준 리들러, 폴 다노와 함께 나오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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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리뷰 - 온통 피칠갑을 했지만 따뜻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과잉' 일 것이다. 화려한 이미지들의 연속과 정신없는 편집 그리고 시종일관 영화 내내 흘러넘치는 음악들. 이것들은 혹자에겐 분명 불호의 영역일 것이다. 당장 포털사이트와 왓챠의 리뷰만 찾아보더라도 너무 과하다, 지독하다, 영상만 화려하다, 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그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평가에서 4점(5점 만점의)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CF 감독 출신이라는 편견도 그런 시선에 어느 정도 작용하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빈약한 서사를 외견의 화려함으로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평도 들리는데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전 세계에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은 그가 유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좋은 영화일까. 아니 질문이 틀렸다. 코토코(마츠 다카코)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어째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이니까.
그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영화에서 가족은 주로 부조리하고 끔찍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는 동생의 아픔으로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덕분에 생긴 버릇(곤란한 상황에서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과 애정결핍으로 일생 내내 고통을 받고 마츠코가 이루려는 남자와의 관계는 모두 무너진다. 「고백」에서 역시 수없이 망가지는 인물들의 가족을 보여줬고, 「갈증」에 이르러서는 노골적으로 가부장의 환상을 깨부순다. 그런 면에서 「갈증」과 「온다」의 가부장들은 닮아있다. 부부와 딸로 이루어진 세 가족이라는 것이 그럴 것이고 두 가족 모두 딸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 그들은 아름답고 완벽한 가족(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을 꿈꿨지만 그들은 그것을 가질 '자격'이 없었고 그들의 잘못으로 가족은 처참하게 무너져버린다. 「갈증」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악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다」의 아버지는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갈증」은 분명 거기에서 멈춰 섰지만 「온다」는 다르다. 「온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영화가 중반을 넘어 잘못된 가부장이 죽어버리고 나서이다.
완벽해 보였던 부부
'좋은 아버지', 히데키(오카다 준이치)에게 가족은 그저 겉치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영화에서 그가 가족을 사랑했다는 묘사가 두어 번 반복해서 나오지만 그것은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 속에서였을 뿐이다. 블로그에 올라가는 육아일기 속에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빠이지만 현실에서는 병원에 입원해 처치를 받고 있는 딸을 걱정하는 아내 앞에서 웃는 얼굴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시오패스가 있을 뿐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이유로 노자키에게 '나를 필요로 해서 사랑스럽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그의 모순을 잘 알 수 있다. 딸과 아내가 고통받고 있을 때 그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족의 이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들의 가족을 덮치고 어머니가 주신 부적이 찢어진다. 사태의 회복을 위해 친구의 소개로 노자키(오카다 준이치)를 따라 마코토(고마츠 나나)를 찾아가지만 마코토는 그의 역린을 건드리고(부인과 아이한테 잘해야 귀신이 오지 않는다) 그는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나쁜 면은 모두 부정한다. 노자키와 할머니 영매를 찾아갈 때, '그것'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절대 대답하지 말라는 영매의 당부를 무시하고 그는 자신의 목소리(아내에게 "고작 애 하나 낳아놓고 잘난척하는 거야?", "그런 몹쓸 여자를 어머니로 뒀으면서"라고 하는)를 듣고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화를 낸다. 하지만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뿐 아내의 회상에서 그 일은 진실로 밝혀진다. 그는 '좋은 아버지'의 모습만 올라가는 자신의 블로그처럼 편집된 기억만을 가진 채 살아가는 '빈 껍데기' 그 자체이다. 결국 코토코의 목소리를 빙자한 '그것'에게 속아 죽게 된다. 영화에서 그는 끝까지 무지한 채로 남는다. 영화에서 그것에 의해 부적이 두 번 찢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첫 번째 부적은 '그것'이 아니라 부인인 카나(쿠로키 하루)가 찢은 것이다. 계속되는 남편의 냉대와 가식에 지친 그녀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집안의 물건을 내던지게 되고 딸아이에게 폭언을 내뱉는다. 집안이 엉망이 되고 정신을 차린 카나는 남편이 오기 전 부적을 가위로 자른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귀신)가 집안을 이렇게 만든 것처럼 꾸민다. 후에 나오는 '귀신은 인간이 만든다'는 모티브를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히데키가 가식으로 무장한 무능한 가부장이라면 아내인 카나는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좋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지 못했고, 절대 어머니처럼은 되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에 살아간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을 돌보는 데는 무관심하고 오직 겉치레만을 중요시하는 남편이 죽고 나자 오히려 카나는 후련하게 생각한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이 결혼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느끼지만 그녀에게는 그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는 흔적인 딸아이가 존재한다. 그녀는 절대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혼자 하는 육아는 힘에 부치게 되고 결국 자유를 갈망해 남편의 친구와 바람을 피기 시작한다. 마코토에게 아이를 맡기고 화장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을 때 '그것'이 집에 들이닥치고 마코토가 대신 희생해 그녀는 딸과 함께 도망치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거울처럼 마주하고 죽게 된다.
'그것'은 무엇인가
'나쁜 일은 다 귀신 탓이지. 옛날이야기 속에서 아이가 사라져서 귀신이 데려갔다고 하는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야. 가족이 아이를 죽이고 귀신 탓을 하는 거지.'
자꾸 집안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 히데키는 민속학 교수인 친구 츠다에게 조언을 청하고 츠다는 귀신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귀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모든 일의 근원이 인간이었을 뿐이다. 히데키에게 그리고 이어 그의 딸에게 달라붙은 귀신이 어떻게 그들에게 붙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어린 생명들이 죽음에 끌리듯-벌레나 작은 동물들을 죽이는 것- 죽음 역시 어린 생명들에게 끌린다는 말이 나오긴 한다) 결국 히데키의 딸에게 귀신이 붙은 이유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외로워서'였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히데키가 귀신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 습격은 아내의 거짓말이었다. 귀신에게 희생당하는 등장인물들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두려워하지만 모두 죽기 전에는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귀신이 거울 두려워한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히데키가 죽기 전에 들리는 그의 가식을 까발리는 말들과 카나가 죽기 전 보는 어머니의 환영은 그들 스스로를 보여준다. 지독히도 싫은 나 때문에 나를 마주하지 못하고 그들은 결국 자기혐오에 뒤덮여 그것에게 죽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독하게 잔인한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의 말로인가. 그것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인가. 다행히도 그것이 보여주는 거울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있다.
유사가족의 완성
이 작품의 두 주인공처럼 보이던 히데키가 죽고, 결국 카나까지 죽은 후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엉뚱하게도 노자키이다. 그저 마코토와 코토코, 영매 자매에게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역할처럼 보이던 노자키가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노자키는 히데키와의 대화에서 히데키의 모순을 포착한 사람이다. 히데키가 딸이 '나를 필요로 해서 사랑스럽다'라고 얘기하자 '그런 말을 한 사람을 예전에 봤었는데 얼마 뒤에 부모가 아이를 죽였다'라고 답한다. 그는 예전 애인이 임신을 하자 중절 수술을 권한 과거가 있다. 애인은 아이를 낳고 싶어 했지만 그는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고 애인과 헤어진 후 연인도 친구도 만들지 않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호스티스를 하며 영매 일을 하는 마코토에게 마음을 주고 있고 히데키와 카나의 일에 분명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그런 그를 코토코는 '만들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잃고 싶지 않아서'라면서 그의 모순을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모순을 마코토에게 투사한다. 영매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낸 상처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마코토가 상처 받을까 봐 히데키의 딸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염려하지만 마코토는 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과 그 아이(히데키의 딸)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 말한다.
마코토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녀가 스스로의 몸에 수놓은 수많은 상처는 할머니 영매의 말(통증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처럼 삶을 향한 욕구를 상징한다. 마코토는 언니인 코토코와 달리 영매의 자질을 타고나지 않았지만 언니가 귀신과의 싸움에서 얻은 흉터를 보고 언니처럼 영매가 되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몸에 새긴다. 끝끝내 카나조차 포기했던 아이를 마코토는 거리낌 없이 맡았고 결말 직전에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같이 그것의 세계로 끌려들어 가기까지 한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것에 의해서 몸이 찢어지고 상처를 입으며 피를 흘리고 죽었지만 그녀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릴지언정 죽지 않는다. 그녀는 상처에 익숙한 사람이고 그것은 자신을 마주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결말에서 노자키는 다른 인물들처럼 그것을 마주하지만 할머니 영매의 말을 기억해내고 칼로 자신의 몸을 찔러 삶으로 돌아온다. 코토코는 그것과 너무 오래 함께해 잠식당한 아이를 죽이려 한다. 코토코를 막는 것은 노자키와 마코 토이다. 그들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확실하게 끌어안는 것' 뿐. 피칠갑과 수많은 죽음 끝에 한 가족이 완성되었다. 그들은 상처는 받을지언정 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알량한 핏줄 따위가 아니라 잔뜩 뒤집어쓴 남의 피이니까.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아이와 함께 그들은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갈 것이다.
케첩은좀 덜 뿌렸으면 좋겠다. 영화가 너무 빨개요.한줄평 : ★★★★, 온통 피칠갑을 했지만 따뜻하고, 그 따뜻함의 원천은 분명 생명력일 것
※ ps. 그의 '과잉'이 가장 완벽한 리듬으로 어우러졌던 영화는 「고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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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여왕으로써의 무거운 책임감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다!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논란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대중매체에 공개되는 영국 여왕 가문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가가기 어렵고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성격이 까칠하다. 하지만 영국 여왕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은 항상 따라왔다. 영국의 여러 고위 관료들이나 중요 인물에게 훈장을 서사하고(이 훈장들은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녀가 쓴 왕관 역시도 그만큼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 연방 국가들의 수장으로써 순방을 다녀오면서 많은 업적도 이뤄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돋보이는 건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인 이건희와 만나고 여러 반도체 시설들을 순방했는데 영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이게 바로 삼성전자의 저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의 자식들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사건의 주목 인물이 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의 고단함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영국 왕실 가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평생 먹고 노는 사람들이라며 부정적인 대답도 내놓았는데 버킹엄 궁전도 화재로 대부분을 잃었고 영국 국민들에게 밉상이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아들도 공군에 보내고 자신도 전장에서 영국 군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는데 엘리자베스 2세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영국 왕실 가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인들에게 신뢰가 잃어가고 부조리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영국의 코미디언들은 영국 왕실 상황을 패러디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운동에 의해 비판의 대상도 되었다. 여기서 고난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도 어떤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저 영국 왕실 가문으로써 대중매체에 공개되어 파파라치들에게 타깃이 되었던 불쌍한 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급스러운 호화 궁전에 살면서 모든 걸 누린 사람들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챕터식으로 나뉘면서 관객들에게 영국 왕실의 숨은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왔지만 영화 곳곳에 나오는 영국 여왕을 찬양하는 팝 음악과 더불어 영국 여왕에게 몰려든 영국인들을 벌집에 모여든 꿀벌들로 묘사하고 영국 여왕의 포스와 영국 국민들에게 말하는 메세지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다사다난한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풍자하기도 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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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이란 무엇인가?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탄 정우성. 사실 수상 당시까지 영화를 보지 않고 무성히 들리는 소문으로만 영화를 판단하고 있어서 과연 받을만했는가? 의심을 했던 수상이었다. 하지만 보고나니 왜 대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 <증인>이 어떠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증인> 시놉시스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증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개봉 직후 김향기와 조승우의 자폐 연기를 비교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김향기가 그렇게 연기를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보기 꺼려졌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김향기는 증인 속 지우의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천재성을 띠고 있는 자폐아적 성향을, 비장애인인척 노력하려는 자폐아의 모습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신과함께에 나온 월직차사라고는 매칭이 안될 정도로 거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우성의 연기 역시 담백하고 정말 좋았다. 후반부에 갑자기 민변에서 같이 활동했던 수인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캐릭터 붕괴가 온 것만 빼고는 굉장히 담담하게 변호사의 역할을 수행했고, 정우성이 선굵은 연기 뿐 아니라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
영화 <증인>을 보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잔잔한 감동의 소설책을 읽었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 대사 한 마디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워팅, 특정 장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머리를 깎는 장면이라던가 영화 <사바하>에서 이재인이 허물을 벗고 등장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런게 뇌리에 박히기 마련인데 영화 <증인>은 특정한 장면보다는 대사들이 많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지우 : 신혜는 웃는 얼굴로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로 나를 사랑합니다.
순호 : 괴롭히는 사람은 친구 아니야.
로펌 대표 :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적당히 때가 묻어 있어야 해.순수한 대사들도 많이 있었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는 대사들도 곳곳에 있어서 순수함에 힐링받다가 순수함 속에 있는 날카로운 송곳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현실에 찌든 대사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다가가다
영화 <증인>을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라고 물었던 인물이 ‘제가 직접 가면 되죠!’라고 대답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지우와 대화를 하기 위해 담당 검사에게 어떻게 자폐아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어보는 순호.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어보던 순호는 지우에게 선물공세와 퀴즈풀기를 통해 점점 친해지고 지우와의 대화에 성공한다.
지우의 목격으로 인해 자신의 의뢰인이 실제 살인범이었음을 알게 되자 변호사자격을 걸고 재판에서 그 비밀을 폭로하며 지우의 증언이 재판에서 활용될 수 있게끔 한다. 그렇게 모든 재판이 끝나고 지우의 생일파티에 놀러 간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지우를 엄마가 부르려 하자 ‘아닙니다. 제가 가면 되죠.’라고 말한다. 이런 순호의 성장을 통해서 타인의 세계에 직접 다가가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 <증인>은 잔잔한 감동으로 힐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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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임효겸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스릴러 영화 <잠>과 프랑스 젊은거장 #미아한센러브 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신작<어느 멋진 아침>까지 9월 첫째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실까요?
잠
Sleep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 한국 | 94분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09.0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 어느 날,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CINE PICK!
봉준호 감독은 “정말 독특하고 새로운 공포영화, 새로운 괴물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라며 잠을 극찬했습니다. 제 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메인 경쟁 섹션에 초청된 영화입니다.
어느 멋진 아침
One Fine Morning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3분
감독: 미아 한센-러브
출연: 레아세이두, 멜빌 푸포 등
개봉: 2023.09.06.
배급: 찬란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CINE PICK!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미아 한센 러브는 “가장 직접적으로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며 아버지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기억하고 싶어 만들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일주일간 친구
One Week Friends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 중국 | 106분
감독: 임효겸
출연: 조금맥, 린이, 심월, 왕가휘 등
개봉: 2023.09.06.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시놉시스
일주일마다 친구에 대한 기억을 잃는 전학생 ‘린샹즈’ 병 때문에 자발적 아싸가 돼버린 그녀에게 성화 재수학원 최고 인싸 3인방 ‘쉬유수’, ‘송샤오난’, ‘장우'가 다가온다. 세 사람은 샹즈의 단 하나뿐인 ‘일주일간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샹즈는 그들과의 추억을 일기장에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CINE PICK!
중국의 라이징스타 ‘린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일주일간 친구>에서 학교 최고 ‘핵인싸’ 쉬유수 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전학생 린샹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장난기 가득한 매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 네이버영화
개요: 가족, 판타지, 모험, 뮤지컬 | 미국 | 112분
감독: 빅터 플레밍
출연: 주디 갈랜드, 프랭크 모건, 레이 볼거, 버트 리르 등
재개봉: 2023.09.06.
배급: ㈜마운틴픽쳐스
시놉시스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내던져진 도로시는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것임을 알고 그를 찾아 긴 여정이 시작된다 . 그러나 도로시 일행을 방해하기 위해 뒤쫓아오는 서쪽 나라 마녀의 검은 그림자.
CINE PICK!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던 277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환상적인 화면과 촬영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가는 동안 창 밖에 나타난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은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테마와 이미지에 그대로 반영되는 등 후대 판타지 영화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큽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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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드리의 솔루션북] 끝장리뷰 | 결말해석 | 상승과 하강 | 공드리월드 분석 | 해결-책(솔루션북) 상징 | 파편화된 의식의 총합
([공드리의 솔루션북](2024)은 씨네랩(cinelab)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관람하였습니다)
[공드리의 솔루션북](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말하는 대로
Chapter 2 상승과 하강
00:00 공드리의 솔루션북
01:10 말하는 대로
03:12 해결-책
04:02 상승과 하강
06:04 결말해석
07:05 별점 및 한 줄 평
07:23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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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영국 역사 속 실제 기록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역사ㅣ킹스맨 프리퀄ㅣ
? 영화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King's Man, 2020)' 예고편 분석영상
- 스태프
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킹스맨 시리즈 프리퀄
1차 세계대전 배경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킹스맨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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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2차 예고편
관능적으로 녹여낸 신분 초월 로맨스! 2022년, 웰메이드 파격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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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스파이> 메인 예고편
전운이 감도는 1960년 냉전시대, 소련 군사정보국 ‘올레그 대령’은
정부의 눈을 피해 핵전쟁 위기를 막을 중대 기밀을 CIA에 전하고자 한다.
CIA는 MI6와 협력하여 소련의 기밀 문서를 입수하기 위해
영국 사업가 ‘그레빌 윈’을 스파이로 고용해 잠입에 성공한다.
정체를 감춘 채 런던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그레빌 윈’과 ‘올레그 대령’의
은밀하고 위험한 관계가 계속될수록 KGB의 의심은 커져가는데...
가장 평범한 사람의 가장 위대한 첩보 실화
때론, 한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