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8 00:21:19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영화 <메소드연기> 리뷰
메소드연기 (Method Actiong, 202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 92분
감독 : 이기혁
출연 : 이동휘, 강찬희, 윤경호, 김금순, 윤병희, 공민정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국가 : 대한민국
주인공 동휘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단, 코미디 연기만 빼고.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동휘는 배우다. 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데뷔한 그는 여전히 알계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전부 코미디뿐이고 사람들은 그에게 알계인만을 기대한다.
답답해진 동휘는 정면 돌파를 선언한다. 이제 더 이상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고 메소드연기만을 할 것이라고. 동휘는 알계인 영상을 틀고 깔깔대는 탤런트 킴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 쌓여있는 코미디 대본들을 냉동실에 밀어 넣으며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문제는 ‘알계인 이동휘’가 아닌 ‘메소드연기 이동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동휘는 방안에 박혀 고민한다. 그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러브콜이 들어오고 그가 갈망했던 정통 연기, 메소드연기를 펼칠 드라마 현장이 준비된다. 동휘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열심히 연기를 준비하는데.. 촬영 현장은 그를 놀리듯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배우의 애환과 촬영 현장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동명의 단편 영화에 집안의 막내라는 이기혁 감독의 정체성, 가족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진 장편 영화 <메소드연기>는 이전보다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를 자랑하며 영화와 연기, 인생에 대한 투덜거림과 깨달음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영화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 동휘와 카메라 뒤에 선 인간 동휘를 번갈아 비추며 그가 직업인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겪는 다양한 애환과 고민을 적절한 비율로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이동휘가 그저 스크린 너머 캐릭터가 아닌 정말 실존하는 배우이자 어느 집 막내 이동휘처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메소드연기>는 아기자기한 가족영화이자 치열한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옹기종기 모여 정을 나누는 가족의 모습은 웃음과 눈물을,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는 동휘의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휘는 처음엔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탓한다. 동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하고 싶은 연기만을 골라 하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는 내가 우스워지는 것 같아 코미디 연기는 하기 싫다고 힘껏 세상에 저항한다. 하지만 저항할수록 문제는 더 커지기만 하고 동휘는 다시 고민한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을 다시 알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어색했던 배우 동휘의 연기는 점점 진실되게 변하고 과묵한 아들 동휘는 마음에 고여있던 진심을 드러낸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저 살아가야 하는 삶, 동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우 이동휘, 막내아들 이동휘로서 느껴온 비통함과 슬픔을 정직히 표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동휘 배우는 마치 그 한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막힘없이 가장 영화롭고 진실한 장면을 완성해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코미디 연기가 아니면 무슨 연기를 하고 싶은 거죠?” 토크쇼 MC인 탤런트 킴이 묻는다. 동휘는 “메소드연기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동휘는 메소드연기가 하고 싶다. 그것이 코미디보다는 훨씬 멋있어 보여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데 막상 판이 깔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 정극, 그것도 사극에 도전하게 된 동휘는 백성들과 함께 단식하는 왕을 표현하기 위해 일단 냅다 굶어본다. 하지만 열심히 굶어봐도 동휘의 연기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네가 나를 의심하다니, 비통하다’하는 대사엔 비통함보단 어색함이 느껴진다.
동휘는 정말 메소드연기를 하고싶었던 걸까? 나는 동휘가 진심으로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단 코미디 연기가 싫어 그것과 가장 멀 어보이는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동휘는 자신이 코미디 연기만을 하는 우스운 배우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거나 만족하기보단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동휘의 주변인들은 동휘의 코미디 연기와 배우 이동휘를 좋아한다.
엄마는 동휘의 알계인을 인생 영화로 꼽으며 동생 동태와 소속사 사장 철우는 동휘의 코미디 연기, 사극 연기를 모두 지지한다. 입시 실패 이후 연기를 놓은 미정은 연기를 하는 동휘를 대단하다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동휘와 함께 영화를 찍었던 태민은 동휘를 미워하면서도 그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아온다. 동휘가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가족, 친구들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켜준다.
동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동휘만 모른다. 이동휘를 모르는 이동휘는 이동휘 다운 연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메소드연기라는 연기 기법만을 쫓아간다.
동휘가 카메라 너머에 있는 인간 이동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그를 사랑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엄마가 큰 몫을 한다. 엄마, 형 동태와 함께 떠난 바다 여행.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던 엄마는 동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알계인이고 여기선 영화 속 캐릭터만 보였다고, 역할은 역할이고 너는 너니까 웃긴 연기를 한다고 우스워지는 게 아니라고. 이동휘는 변치 않는다고. 동휘는 이때 인간 이동휘와 배우 이동휘의 분리 지점을 찾는다. 웃긴 연기를 하더라도 인간 이동휘는 엄마의 소중한 아들이고 결코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
이후 동휘는 다시 용기를 얻고 치열하게 드라마 촬영을 이어간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가 가장 잘하는 코미디 연기를 최선을 다해 선보이고 인간 이동휘가 겪은 상실의 아픔을 그 위에 녹여낸다. 동휘는 이번에도 왕이 비통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이번에 보여주는 비통함 연기는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휘는 메소드연기를 통해 사람,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는 자신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그토록 원했던 메소드연기를 해낸다.
마지막으로 동휘는 ‘무뚝뚝한 막내아들 동휘’라는 어색한 캐릭터를 내려놓고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 한줄기를 흘리며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인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를 인정하며 연기적 성장을, 막내아들 이동휘의 아픔을 인정하며 인생의 성장을 이뤄낸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라봐 줄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세상의 시선을 전부 내 입맛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땐 세상을 탓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내가 나를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 모른다. 배우, 아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받아들이며 결국 인정받게 된 동휘처럼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다 보면 진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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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가족끼리 보기는 금물
가문의 영광: 리턴즈
23.09.21 개봉
코미디, 15세 관람가
한국, 99분
감독: 정태원, 정용기
출연: 윤현민, 유라, 탁재훈 등
너무나 유명한 코미디 영화 시리즈인 가문의 영광!
11년 만에 시즌6 , '가문의 영광: 리턴즈'로 돌아왔는데요
시사회 때부터 평이 너무너무 안 좋았고
현재 네이버 평점도 6점대로 떨어졌는데 ㅋㅋ
전 네영카에서 나눔 받아 공짜로 봐서 그런지
재미없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싶었어요
당연히! 15,000원 주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넷플릭스 같은 데 뜨면 시간 때우기용으로 볼 만한 영화랄까요?
그도 그럴것이 촬영 기간이 올해 7~8월이더라구요?
추석 연휴를 노리고 급하게 제작한 영화 같은데
딱 그 정도 퀄리티가... 눈에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아! 노파심에 미리 말씀 드리는 건데
추석 연휴 때 가족이랑 볼 만한 영화 절대 못 됩니다,,,
애초에 스토리부터가
진경과 대서의 원나잇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렇고 그런 단어가 나와서...
특히 애들 데리고 가지 마세요 절대절대절대로
전설의 가문이 돌아왔다!
가문의 영광은 결혼?!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이 펼쳐진다!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전설의 장씨 가문!
가문의 수장 ‘홍회장’에게 골칫거리가 딱 하나 있는데,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이다.
어느 날 ‘진경’은 처음 본 남자 ‘대서’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씨 가문은
일등 사윗감의 조건을 두루 갖춘 ‘대서’와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장씨 가문에게 던져진 지상 최대의 과제!
세기의 결혼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줄거리
줄거리 요약은 이제야 봤는데......
왜 기껏 정해 놓은 로그라인을 따르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네요
저대로만 진행했어도 평점 7점 정도는 땄을 것 같은데요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한 대작전?
-> 진경이 비혼주의라는 건 캐릭터들 대화 중에 등장하지
처음부터 그녀는 비혼주의! 절대 연애, 결혼에 관심이 없음!
이라고 못을 박아 놓진 않아요...
애초에 첫 씬부터가 클럽 가서 남자가 주는 술 마시는 건데,,
대서와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한 장씨 가문의 음모?
-> 그게 에필로그 가서야 겨우 나와요
전 정말 이런 음모였던 줄 모르고 오 생각 외로 반전도 있네 했는데
그걸 줄거리에 이미 오픈해 놓다니...... 무슨 생각이지
어쩐지 왜 장씨 가문이 자꾸 대서에게 집착하나 했네요
리뷰 쓸 때야 그 비밀이 밝혀지다니 최악...... ㅋㅋ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한 줄 평으로 남겨 보자면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누렸던 영광을
꽁으로 또 먹고 싶어 리턴즈 한 영화 같다는 거예요
심지어 가문의 영광에서 활약하던 기본 캐릭터들도 안 나오고
윤현민, 유라 님이 주인공 격으로 흘러가는 거라서
걍 다른 영화 같아요
등장하는 캐릭터 많은데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았고
스토리는 어딜 향해 가는 건지 정립되지 않았고
나름 웃겨 보겠다고 만든 몸개그도 생각보다 안 웃겨서 실망했어요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건데요
대서는 진경과 원나잇(실은 아니지만 보이기론 그렇게 보이니까)을
한 것을 여자 친구 유진에게 바로 들켜요
그런데 유진 역시 남자 돈 빼먹는 여자라서
남자 친구인 대서의 원나잇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후반부로 가서는 유진이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대서가 보는데
처음엔 뒤에만 숨어 있다가 (대사 칠 타이밍 기다렸다가)
"니가 왜 여기 있어?" 라며 되도 않는 모습을 보여요
감독님이 상황 정리하는 법을 모른다는 게 눈에 보이죠
호감 가는 캐릭터로 만들 거였으면
남자 주인공인 대서가 무조건 여자 친구가 없어야 하고
혹시 있더라도 찌질+댕청한 너드남 콘셉트,
그리고 여자 친구인 유진을 많이 사랑하며
유진은 뒤로 몰래 바람을 피우는 나쁜 여자였어야 해요
걍 여기 아메리칸 그잡채임,,,,,, 서로 꺼리는 게 없어요
이렇게 혹평을 했음에도 웃긴 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단 거예요
진짜 이해가 안 가는데...... ㅋㅋ
영화 시간 자체가 짧아서 그런가
이제 30분 지났을까 하고 시계를 봤는데
20분 남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김
암튼...... A부터 Z까지 잘 만든 구석은 없지만
혹시 특전 준다면 영화관 가서 봤겠지만...
그것도 아니라서,, 걍 아무도 안 볼 것 같다는
그런 후기입니다
*스토리: 1/5점
*연출: 1/5점
*영상미: 1/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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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개봉일 : 2009.03.26 (한국 기준)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출연 :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제넷 하인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패망한다. 그리고 1958년의 비 내리던 어느 날, 서독 노이슈타드에서 한 소년과 여성의 운명이 시작된다. 강렬한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쉼 없이 서로를 탐하고, 갈망했다. 하지만 오래갈 순 없는 운명이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며, 사회화의 부재로 나치 시절 실수를 저지른 한 여성과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실망감에 흠뻑 젖어버린 소년의 이야기다. 나는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 찬 시간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두 사람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지워낼 수 없는 죄와 그에 대한 실망감. 허공에 붕 뜬 채 쉽사리 흩어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구겨진 백지 같은 한나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나를 저 먼 곳으로 밀어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한나,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갈망했던 소년 마이클. 두 사람은 서로의 대각선에 서서 상대의 마음을 훔쳐보기 위해 소리 없이 시선을 돌리지만 그 사이엔 거의 다 닫혀버린 문이, 실루엣만 간신히 비치는 커튼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말할 수 없던 격동적인 사랑은 시간과 무지 속에 묻혀버린다. 무조건 안타깝다고 이야기할 수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한나의 시간과 오래도록 그것을 앓아온 소년의 마음속에서 풍기는 복잡한 묵은 내에 마음이 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필 또 어두침침한 비 오는 날에 보는 바람에 더욱 침침한 기분을 받았더랬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맑은 날 보단 어둡거나 비 오는 날에 보는 걸 추천한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시놉시스
10대 소년 마이클은 우연히 30대 여인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던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어 8년 후 우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한나를 보게 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나와 또다시 20년의 이별을 맞아야만 한다. 그 후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랑은 너무나 큰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비가 내리던 날, 갑작스러운 구토감과 통증이 쫄딱 젖은 소년을 덮친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에게 한 여성이 다가온다. 소년과 달리 충분히 농익어 보이는 여성은 침착하게 소년을 도와준다. 소년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여성에게 빠지게 되고, ‘감사의 표시’라는 핑계를 들고 여성의 집으로 향한다. 여성은 아주 여리고 어린 소년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아무렇지 않게 속옷을 다리고 있다.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무심한 행동을 통해 소년의 마음속에서 끓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려 유도하고 있는 건지.. 소년은 쉽게 감을 잡지 못한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여성은 소년의 마음이 벅차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소년의 뒤로 다가간다. 그렇게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사랑의 감정은 한도 없이 타오른다.
소년의 이름은 마이클, 여성의 이름은 한나. 두 사람은 몇 번 더 만남을 가지고 나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다.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새롭게 인지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사이는 육체적인 사랑을 넘어 정신적인 사랑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네가 읽어줘. 잘 하더라. 책 읽는 거.”
마이클과 한나는 하루의 끝에서 사랑을 나누고, 책을 읽는다. 한나는 마이클의 품에 안겨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한나를 안고 있는 마이클은 첫사랑이란 감정과 잘하는 것 하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하나씩 알아간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흘낏 훔쳐보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얽을 일만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대부분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다.
마이클은 15살 소년, 한나는 30대 여성이다. 마이클은 한나가 사랑을 표현해 주길 바라고, 한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어느 날 한나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마이클은 배신감과 슬픔을 마음에 품은 채 어른이 된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 앞에 첫사랑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 저 멀리 울타리 너머에 앉아있는 피의자로.
한나는 20여 년 전 수감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법정에 앉게 된다. 수감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고, 그들을 선별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일을 했던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것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아우슈비츠로 가게 된 사람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마이클은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한나는 “그건 내 업무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한나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한다.
한나는 다른 피의자들의 모략과 책임 전가로 인해 구석으로 몰린다. 하지만 변명할 증거가 딱히 없기도 했고,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가장 큰 살인죄를 홀로 뒤집어쓰게 된다. 마이클은 여러 상황을 조합해 한나가 문맹인 걸 눈치챘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진실을 밝히지 않기로 결심한다.
첫사랑과 또다시 이별하게 된 마이클은 한나를 잊고 자신의 삶을 산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한나와 이별한 이후로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마이클은 아내와 이혼을 선택하게 되고, 하나뿐인 딸과도 어색한 사이를 유지한다. 그는 짐을 정리하던 중 한나에게 읽어줬던 오디세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녹음해 한나에게 보내준다.
숫자와 점이 찍힌 여러 개의 테이프가 담긴 박스가 한나에게 도착하고, 한나는 테이프를 들으며 글을 공부한다. 한나는 글씨를 익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마이클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어른이 된 마이클과 중장년층에 접어든 한나. 한나는 여전히 마이클을 Kid라고 부르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예전과 같지 않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된다. 한나의 가석방이 결정됐을 때쯤이었다. 교도소 내 식당에 앉아있는 한나의 앞에 마이클이 앉는다. 한나는 반가움에 손을 내밀지만 마이클은 한나의 손을 잡지 않는다. 마이클이 한나에게 무언가 배웠느냐고 묻는다. 한나는 글을 배웠다고 답한다.
마이클은 법정에 앉아있는 한나를 보고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다. 수감자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 감시원이라니. 거기에 부끄럼 하나 없이 당당하게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이클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마이클의 순수한 첫사랑은 그쯤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마이클은 과거를 회상하고 책을 읽어 보내며 한나가 자신의 죄를 깨닫길 바랐고, 한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한나는 뒤늦게 배우게 된 글들이 가득 적혀있는 책들을 밟고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는 글을 배우며 자신이 행한 행동의 그릇됨을 깨닫게 되었고, 교도소를 떠나 새로이 살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가석방을 앞두고 있었지만 짐을 하나도 챙기지 않은 그녀의 방안엔 글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근데 이젠 끝이겠지.” 마이클이 테이블에서 일어날 때쯤, 한나도 마이클의 마음을 눈치챈 듯 이렇게 말한다. 마이클과 한나는 더 이상 전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한나는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
“감시원에 지원한 게 죄인가요?”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는 완전한 악인인 걸까? 그녀는 악인이자 필요 이상으로 순수했던, 사회에 휩쓸린 어른이었다. 마이클이 성인이 되어 수업을 듣는 장면에서 강단에 선 교수님이 “법이란 편협한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법과 법조인들은 한나를 악인으로 지목한다. 그녀가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살기 위해 어떤 일에 지원했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랐다. 아우슈비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나는 나치 독일이 패망한 후에도 별다른 뜻과 생각 없이 전차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일만 하는, 겉모습만 커버린 어른이었다. 글씨도 깨우치지 못했으며 그릇됨의 정의조차 몰랐던 사람. 그게 바로 한나였다.
한나가 죽고 난 후, 마이클은 한나가 모아둔 돈과 틴케이스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피해자는 한나의 틴케이스를 보며 수용소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에게도 보물을 담아둔 틴케이스가 있었다고 말하던 그녀는 케이스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틴케이스는 한 소녀의 어린 시절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한나는 장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틴케이스에 소중한 것들을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이 행동은 그녀가 어른으로서 필요 이상의 순수함을 갖고 있었음을, 그녀가 백치에 가까운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한나는 정말 그냥 시켜서 했다- 그뿐이었다.
마이클은 한나를 용서하는 것 같아 돈은 받을 수 없다는 피해자의 말에 돈을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한나가 글을 공부하고 후회하며 모아온 작은 돈이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된다면 누군가가 글을 깨우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한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뜻과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겠지.. 마이클은 한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도 괜찮겠냐며 피해자의 뜻을 묻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한나의 순수함과 소녀 시절의 시간을 담은 틴케이스는 피해자의 가족사진 옆에 놓인다.
나는 한나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그녀 또한 백치와 무지함이 만든 비극의 피해자였음을 인정한다. 한나는 자신의 죄를 깨달은 후 목숨을 끊고, 마이클의 첫사랑은 완전히 막을 내린다. 마이클은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딸에게 한나를 소개하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소년의 삶의 한순간을 뒤흔들었던 첫사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과 함께 땅에 묻힌다. 이 영화를 보며 한숨을 몇 번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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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전여빈, 나나 등
장르:미스터리, 스릴러, SF
공개: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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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기백 넘치는 중전마마
사고뭉치 아들들을 길들이려 치열한 왕실 교육에 돌입한다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아들 중 한 명을 조선의 차기 왕으로 키워야 하는데...
크리에이터: 김형식, 박바라
출연: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문상민, 옥자연, 강찬희 등
장르: 시대물, 드라마
공개: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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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빠진 세계
악플에 시달리던 톱스타 유재비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던 어느 날,
소설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데...
크리에이터: 손예은, 김보라, 신소영
출연: 김재원, 나나, 현석, 금동현, 하선호
장르: 로맨틱, 청소년
공개: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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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원
내노라하는 뮤지션들이 각각 선택한 단 한 곡의 노래를
최고의 라이브로 남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다
기회는 단 한 번
이 모든 것이 원 테이크에 담기는데...
크리에이터: 김학민
출연: 조수미, 임재범, 유희열, 박정현, 정지훈, AKMU, MAMAMOO
장르: 다큐, 음악
공개: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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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신중하고 확실한 디즈니의 변화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신비의 땅, 쿠만드라 왕국. 어느 날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모습을 드러내자 드래곤들은 인간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힘을 하나의 보석에 남긴 채 스스로를 희생한다. 그러나 드래곤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드래곤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분열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500년 후 보석의 수호자인 '벤자(대니얼 대 킴)' 족장은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통합하려 하지만 '비라나(산드라 오)'를 비롯한 다른 족장들에게 배신당하고, 부활한 드룬은 또다시 세상을 공포에 빠뜨린다. 이에 보석의 마지막 수호자인 '라야(켈리 마리 트란)'는 라이벌 '나마리(젬만 찬)'의 방해를 뚫고 쿠만드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 '시수(아코피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로빈슨 가족>을 시작으로 <겨울왕국 2>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끈 총괄 제작자 존 라세터가 성추행 사건으로 스튜디오를 떠난 뒤 제작된 첫 작품이라는 점은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또한 비록 애니메이션 작품은 아니지만 작년에 공개된 <뮬란> 실사영화가 숱한 논란을 낳으며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의 몰이해와 정치적 올바름을 대하는 디즈니의 위선을 드러냈던 기억은 동남아시아 문화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부추겼다. 그러나 <겨울왕국> 시리즈의 감독인 제니퍼 리의 총지휘 아래서 제작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모든 의심과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해 주었다.
우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다소 보수적인 자세로 총책임자가 교체된 여파를 최소화한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으로부터 <주토피아> 같은 새롭고 재기 발랄한 이야기나 전개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첫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영화는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집을 떠나 새로운 친구와 동료들을 만나고, 가슴 아픈 이별 안에서 절망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거나 구할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영웅 서사, 영웅 신화의 구조를 그대로 취한다. 그래서 라야의 여정이 세상을 향한 신뢰와 희망의 가치와 필요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이에 더해 마찬가지로 안전한 볼거리와 캐릭터도 검증된 서사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동원된다. 예를 들어 라야와 그 일행들이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귀여움과 웃음을 유발하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원숭이들의 역할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치는 보우트러클과 니플러의 역할과 같다. 라야와 그녀의 친구들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는 장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주인공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해당 장면의 배경이 전체적으로 보랏빛을 띤다는 점도 한몫한다. 캐릭터들의 경우 <겨울왕국> 속 등장인물들의 의상만 동남아시아 풍으로 바꾼 것과 다르지 않다. 어릴 적 친했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어색해지는 안나와 엘사의 관계는 라야와 미나라의 관계에서 반복되며, 유머를 선사하는 라야 일행의 뒤에는 한스와 크리스토퍼, 올라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반면에 동남아시아 문화를 재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를 한 데 뭉뚱그려 동아시아 문화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동남아시아를 한 범주로 묶는 작업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당장 베트남의 경우 중국에 맞서 약 천 년간 독립과 굴복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자 및 유교 문화권 안에 녹아들었지만, 그 인접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만 하더라도 힌두교나 불교 문화권에 속하는 것이 그 예시다. 심지어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무슬림이고, 필리핀은 스페인 식민지의 영향으로 가톨릭 문화권에 속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난제를 해결한다. 하나는 공간적 배경의 설정이다. 작중 주 무대가 되는 가상의 대륙 쿠만드라는 드래곤 모양의 길고 거대한 강이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는데, 이는 메콩 강이 관통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변형시킨 형태다. 다섯 국가가 강을 둘러싸고 위치한 것 역시 메콩 강 유역이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에 걸쳐 퍼져 있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지역 특색을 동남아시아 혹은 쿠만드라라는 한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한결 자연스럽다. 더 나아가 현실을 닮은 공간의 구체적인 특성은 보편적인 서사 구조의 무색무취함에 특색을 더한다. 이는 작중 등장하는 계단식 논, 수중 가옥, 볶음밥이나 쌀국수, 동남아시아 지역 특유의 검이나 무기인 올리시(olisi) 등을 이용한 액션 등이 단순한 수박 겉핥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토리의 중심 소재이자 주체인 드래곤의 존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수를 비롯한 드래곤이 흔한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드래곤에 비해 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비를 내리거나 안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작중 드래곤이 주로 강에서 서식하며 모습을 바꾸거나 비를 내린다고 알려진 '나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가는 힌두교의 대표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비롯한 다양한 경전에서 등장하는 뱀신이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수호신으로도 등장한다. 메콩 강에서 나가가 불을 뿜으면 수면 위로 불이 솟아오른다는 설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캄보디아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뱀신으로 숭배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가를 닮은 드래곤이 인도차이나 반도와 메콩 강과 비슷한 땅을 구한다는 전개는 적절한 대표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공통의 지형적 특성과 신화적 상상력이라는 문화적 인자를 변용한 결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종교와 문화적 차이도 거뜬히 뛰어넘는다.
이때 메콩 강과 나가를 변용한 선택이 동남아시아의 현재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은 평범한 듯 보이는 애니메이션에 깊이를 더해준다. 드룬과 처절하게 싸우던 드래곤은 자신들의 힘을 담은 보석 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나 드래곤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인간들은 공생하거나 쿠만드라를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라야와 나마리처럼 하나 남은 드래곤의 보석을 독점하려는 이기심과 불신에 사로잡힌 채 메말라 가는 땅에서 드룬에 의해 죽어간다.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드래곤들의 선택도 그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게 그들은 "가뭄은 지구의 죽음이다"라고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표현을 충실히 따라간다.
이러한 드래곤과 강의 소멸은 하류 지역의 풍족한 토양과 수백 종의 어종을 통해 수천만 명의 생명줄이었던 메콩 강이 메말라 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메콩 강을 둘러싸고 앞서 이야기한 다섯 국가와 중국은 물 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메콩 강 상류에 샤오완 댐 등을 건설하자 유량이 크게 줄고, 그 결과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줄어들며 농업과 어업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메콩 강 유역 국가들은 정상회의를 열어 왔으나 양측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 덕분에 신뢰와 배려심을 강조하는 영화의 새로울 것 없는 메시지는 각 족장이 모인 자리에서 각기 용의 보석을 탐낼 뿐 공생할 길을 찾지 않는 초반부 장면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무게감을 갖는다.
비록 코로나 시국이라고 해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달리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봉일이 하루 빨랐던 <미나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빼앗겼고, 북미에서도 전주에 개봉한 <톰과 제리>보다 적은 첫 주말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성공한 작품을 벤치마킹한 결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의의를 고려할 때 온당치 못한 대우로 보인다. 단지 주인공, 조력자, 악역 등 주요한 캐릭터가 모두 여성이어서가 아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재해석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남은 영화이고,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한층 성숙해진 태도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왜 여전히 디즈니라는 이름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시킨다.
A(Acceptable, 무난함)
무색무취의 스토리를 아름답게 색칠하는 다양성을 향한 디즈니의 진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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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한 자기반성, 유쾌한 송별회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
현시점에서 무너져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원할 구세주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었다. 아무도 하지 못한 MCU의 자가당착을 이번 편을 통해 신랄하게 지적했고, 거침없는 19금 드립과 '똘끼'로 승화해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MCU에서 가장 시끄러운 히어로와 가장 과묵한 뮤턴트가 함께 나오는 '데드풀과 울버린'. 이미 우리의 울버린(휴 잭맨)은 7년 전 영화 '로건'을 통해 아름답게 퇴장했기에 이를 어떻게 재등장시키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다. 영화 시작부터 생각지도 못한 '파묘'(?)와 함께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지저분하게 포문을 열어젖히며 데드풀다운 매력을 뽐낸다.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른들의 사정(?)에 대한 스토리가 녹아있다. 5년 전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한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엑스맨'부터 '데드풀2'까지 수많은 IP를 얻게 돼 MCU 세계관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고, 실제 '더 마블스'의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데드풀은 영화 외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 뒤, 제4의 벽을 허무는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벤져스에 합류하길 애원한다던지 폭스를 떠나 디즈니랜드로 갈 거라며 욕설을 내뱉고, 붕괴된 20세기폭스 로고 앞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는 점 등등이 그렇다. 이전 시리즈에서 단순히 장난쳤던 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MCU의 실수를 매콤한 맛으로 반성한다. '로키' 시리즈를 통해 처음 등장한 TVA(시간관리국)가 '엔드 게임' 이후 MCU의 핵심 콘셉트인 멀티버스를 대변하고, 새 우주를 창조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탐욕과 무능으로 전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점은 최근 마블 스튜디오가 무리하게 멀티버스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추락하고 있는 현 실태를 풍자한다.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대놓고 멀티버스를 비난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와 함께 데드풀, 울버린의 '혐관 서사'를 통해 '낙오자들의 여정'을 그린다. 어벤져스에 합류하지 못해 좌절감으로 가득한 데드풀과 술독에 빠져 사는 울버린, 각 평행세계에서 버림받고 쓸모없는 존재들이 가는 폐기처리장 격인 보이드에 당도해 자신들의 운명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 2군 리그를 형성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판타스틱4'의 휴먼 토치(크리스 에반스)나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갬빗(채닝 테이텀) 등 MCU의 아픈 손가락들이 뭉쳐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에 맞서 세계 종말을 막는다.
어벤져스처럼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데드풀이 어벤져스 같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완전히 망해 버린 영화도 많지만, 이들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영웅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진 못했지만, 모두 중요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인원이 참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지점을 건드리면서 뭉클하게 만든다.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를 중심으로 20세기폭스가 제작한 MCU를 향한 유쾌한 송별회를 전하기도 한다.
물론 '엑스맨' 시리즈를 포함해 20세기폭스에서 만든 MCU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 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 페이즈 4 이후 MCU 영화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이 MCU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슈퍼히어로라는 걸 최대한 활용한 액션을 구사한다. '데드풀2'가 재생 능력 외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드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편에선 '최고의 엑스맨' 울버린을 등장시켜 더 현란하고 더 잔혹한 액션으로 이 시리즈의 한계를 넘어선다. 단순히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극인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에 액션을 입혀 퀄리티가 매우 높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 팬들을 향한 팬서비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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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에 대한 <올빼미>의 개봉부터
<겨울왕국> <엔칸토> 제작진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올빼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8분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등
개봉: 2022.11.23
배급: (주)NEW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관전 포인트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스릴러로 녹여냈으며,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기생충>, <독전>, <관상> 등의 작품에서 미술감독을 맡은
이하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미술을 맡아 디테일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스트레인지 월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2분
감독: 돈 홀, 퀴 응우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루시 리우, 데니스 퀘이드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줄거리
전설적인 탐험가 패밀리 ‘클레이드’가의 서로 다른 3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의
판타스틱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겨울왕국>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제작진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빅 히어로>를 연출한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유포자들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1분
감독: 홍석구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등
개봉: 2022.11.23
배급: 와이드 릴리즈(주)줄거리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사회, 사람들이 무심코 촬영한 영상들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그린 범죄 추적 스릴러.
관전 포인트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서스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배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워터홀컴퍼니(주)줄거리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관전 포인트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30만 관객을 돌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메이킹
10분이 추가된 특별판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세이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박강배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등
개봉: 2022.11.24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줄거리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뛰어난 작품성과 진취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 작품에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창밖은 겨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4분
감독: 이상진
배우: 곽민규, 한선화 등
개봉: 2022.11.24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가 만나 서로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로맨틱 무비.
관전 포인트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창밖은 겨울>은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일상을 섬세한
연출로 포착해 아늑하고 평온한 매력으로 관객을 모을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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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최신 개봉영화(화이트데이, F20, 스틸워터, 쁘띠마망, 인어가 잠든 집)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화이트데이 #F20 #스틸워터 #쁘띠마망 #인어가잠든집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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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큰> 티저 예고편
“동생이 죽어버린 그 밤의 시작과 끝을 추적하다” 분노의 추적에 나선 하정우 X 죽음을 예견한 소설가 김남길 [브로큰] 2월 5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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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레터>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어줄래요?
닿을 수 없는 편지로
그 시절,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한 이들의
결코- 잊지 못할 한 통의 러브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