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2025-03-05 16:13:48
아무리 죽어도 죽는다는 건 두려워
주코를 기억하며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미키 17>을 관람한 후, 다양한 생각들을 곱씹으며, 정리할 때 유독 한 단어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주코’
주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계 생명체 '주코'는 인간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주코는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니플하임에 정착하려 할 때, 그들의 탐사 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크리퍼스라는 외계 생명체의 어린 개체다. 주코의 죽음은 영화 초반에서 끔찍하게 묘사되지만, 후반부에서 미키 17이 크리퍼스와 소통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죽었던 주코는 단순히 '크리퍼스1'이 아니라, 고유의 이름과 의미를 지닌 소중한 존재로 재조명된다.
영화는 <설국열차>나 <옥자>와 비교하여, 인간과 외계 생명체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인간과 동물 혹은 다른 계급과의 갈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미키 17>은 크리퍼스와 인간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그려내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크리퍼스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인간과 교류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영화는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동등한 입장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름을 가진 존재, 미키 반스
미키가 복제될 때마다 그는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린다. 마치 실험용 쥐에게 번호를 매기는 것처럼. 그러나 영화 속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를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다. 크리퍼스라는 외계 종족 또한 처음엔 단순한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주코라는 이름이 붙여진 순간, 그는 익명의 괴생명체가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개체로 자리 잡는다. 결국, 미키도 숫자가 아닌 '미키 반스'로 남는다. 그는 미키 18처럼 용감하지도, 희생적이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한다. ‘걱정은 이제 그만하고 행복하게’—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태도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미키 17은 여러 번 복제되어 죽음과 재탄생을 반복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실험의 대상이자,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받으며 소모된다. 미키는 복제 가능한 '익스펜더블'로,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인격이 생성된다. 17번째 복제에서 태어난 미키 17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죽어가는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인물이다.미키 18은 미키 17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시원시원하고 정의감을 갖춘 미키 18은 그의 성격이 더욱 돋보이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면, 미키 17은 우유부단하고, 때로는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갈등과 고민은 영화에서 중요한 감정적 핵심을 이룬다. 미키 17의 존재는 대의를 위한 '희생'과 '소모' 그리고 어디에도 대체할 수 있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부품처럼 함부로 이용되어지는 미키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주변인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
<미키 17>은 인간 사회의 모순을 블랙코미디와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일깨운다. 영화의 중반, 미키를 위해 나샤가 곁에서 함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인간 본연의 따뜻함과 연대감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미키17을 미키 반스로 바라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했다이러한 감정선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조차 인간성이 여전히 중요함을 보여주며, 복잡한 사회적, 개인적 갈등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 1
- 200
- 13.1K
- 123
- 1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