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5-04-29 23:23:17
다섯 가지 짧지만 강렬한 공포
영화 <기기묘묘2> 리뷰
단편 영화들을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시절은 이제 지난 것 같다. 올해 6월에는 문병곤 감독의 <밤낚시>가 단편 한 편을 단독으로 극장에 개봉하기도 했고,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단편들을 특정 장르나 주제로 묶어서 상영하는 <숏버스>나 <기기묘묘> 같이, 극장에서 일반적인 상영 방식으로 단편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기묘묘는 2022년에 1편이 공개되었고 올해 2편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제목부터 기묘한 이 단편 영화들은 공포 영화에 목마른 관객들이라면 흥분할 것이고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단편으로 만나는 공포라는 신선함을 제공할 것이다.
<기기묘묘2>의 막을 여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정경렬 감독의 <블랙박스>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승무원, 그러나 택시 기사와의 분위기는 불편하기만 하고, 설상가상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된다. 그러던 와중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블랙박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내내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들로만 전개가 된다. 이러한 촬영은 제한적이면서 기존 극영화들과는 다르게 아주 거칠고 동시에 현실적이게 느껴진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좋아하거나, 근래 유행했던 아날로그 호러들(유튜브에서 유행한 바 있는 <백룸>, <LOCAL58'>)을 좋아한다면 아주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남순아 감독의 <탄생>이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환자 '미숙', 그러나 의료진과 가족들은 집으로 보내주지 않는다. 그런 미숙에게 수상한 다른 환자가 접근해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자신의 제안을 따른다면 말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하지만 동시에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자신과는 달라지는 외적, 내적인 것들이 두렵게 느껴지는 이들 또한 많을 것이다. 이미 누군가는 겪고 있고, 누군가는 곧 겪을 이러한 공포를 샤머니즘적인 요소들과 결합해 기괴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무채도, 흑백에 가까운 영상의 색감은 명도를 더 명확하게 느끼게 해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영상미를 선보인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구자호 감독의 <과외 선생님>이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엑스라지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명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과외 선생님을 1 대 1 과외를 하기 위해 이곳저곳 전단을 붙인다. 그러다 '소연'이라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연락이 온다. 영어를 죽도록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한 단어라도 쓰게 해달라는 어머니. 과외 선생님은 소연과의 영어 과외를 시작한다. 과외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인 이 에피소드는 이러한 제한된 설정을 통해 펼쳐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제한된 설정들은 극 중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상황들을 더더욱 기괴하게 관객들을 미궁에 빠뜨리게 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송원찬 감독의 <이방인>이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컨테이너 물류 단지의 선박 하역장. 이곳에서는 현장 관리직과 외국인 노동자 사이의 위계로 인해 불편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그러던 와중 한 외국인 노동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회사에서는 산재 처리를 거부한다. 그러던 와중 현장 관리직 '우진'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한 사회 비판을 기괴한 연출로 담아냈다. 현실인지 악몽인지 모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상업 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급의 연출로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누군가는 서류 한 장, 누군가에게는 가족, 이런 대조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하역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진짜 공포는 무엇일까?
마지막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정재희 감독의 <기억의 집>이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쓰러져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해봐도 반응이 없다. 그러나 엄마의 호출벨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엄마는 알 수 없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떤다.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깔끔한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간과는 다른 전통적인, 한국적인 분위기의 가정집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사건들이 마치 해외 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집들을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동시에 이런 제한된 공간이지만, 영화 속 시간과 사건들이 마치 악몽, 기억처럼 뒤섞이며 관객들에게 과연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며, 충격적인 엔딩은 진실이지만 결코 편하지 않은 진실이 관객들을 덮칠 것이다.
다섯 개의 단편은 각자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한 문장이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르로 구분하자면 '오컬트'라고 부를 수 있겠다. 괴물, 샤머니즘, 저주, 악몽과 같은 요소들을 각자 다른 감독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선보인다. 단편인 만큼 러닝타임은 짧지만, 영화의 충격과 여운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본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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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화이트 데이였죠.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사탕을 주고받으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대도 뭐! 사탕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씨네랩이 여러분들 곁에 있잖아요 >.<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 질 재미있는 영화 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달달하기만 한 판타지 로맨스는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마냥 예쁘고 잘난 주인공들보다는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이듯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여러분들께 달콤 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명대사 제조기, 현실 연애 바이블 <500일의 썸머>부터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7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클로저(2005)>
Clos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3분
“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 네이버 영화
<클로저>는 영화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연출을 맡은 그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안겨 준 작품입니다. 이미 연극으로 전 세계 100대 도시에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공을 거둔 패트릭 마버의 동명의 희곡 [클로저]를 각색하여 만들었으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특히 클라이브 오웬과 나탈리 포트만은 해당 영화로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남·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부고 담당 기자 '댄'과 그의 연인 '앨리스', '댄'과의 불륜을 저지르는 사진작가 '안나'와 그녀의 남편 '래리'라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은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 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진정 사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어긋나는 인물들은 뜨거운 사랑을 호소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그 어떤 타인보다도 큰 고통을 안겨 주며 헤어지고 맙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의심, 질투, 거짓말, 상처뿐인 진실로 뒤덮인 '사랑' 그 자체라 더욱 씁쓸한 영화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또한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한 부분이랍니다.
블루 발렌타인(2012)
Blue Valentin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이 나타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삿짐센터 직원 딘.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안식처 같은 남자가 돼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사랑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랑 사이, 찬란한 트루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점차 꺼져 가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부부 '신디'와 '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냉랭한 현재와 따뜻했던 과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다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장면은 슈퍼 16mm로, 현재의 장면은 HD로 촬영하는 등 현재와 과거를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이 고통스러운 이유은 비단 두 사람의 현재가 비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미셸 윌리엄스가 탭댄스를 추는 길거리 씬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파트랍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Take This Waltz
ⓒ 네이버 영화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6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네이버 영화
공교롭게도 또 한 번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네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주인공 '마고'가 다정하면서도 친구 같은 남편 '루'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 도중 만나게 된 남자 '대니얼'에게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고'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에 이끌리면서도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택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요, 플롯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을 '불안'과 '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을 밉지 않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낸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360도 회전씬은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담겨 있는 백미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500일의 썸머(2010)>
500 Days of Summ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 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 네이버 영화
<500일의 썸머>는 '현실 연애의 바이블' 격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인데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그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톰의 입장에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일로 다투었고, 또 어떤 엔딩을 맞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환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결말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반대의 연애관을 갖게 된 점 또한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이랍니다. 연애와 관련해 현실적인 명대사가 워낙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고들 하죠. 미완한 내가 완벽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혹은 그녀가 평생의 짝이라고 믿었다가도 그 환상이 깨졌을 때의 당혹감.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2019)>
Marriage Story
ⓒ 네이버 영화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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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물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현실적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연기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요, 이혼을 앞두고 양육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어요.
영화는 주인공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그 편지는 이미 두 사람이 파경을 맞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이혼 상담 중 서로 그 편지를 읽지 않겠다며 싸우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까지 아주 근거리에서 지켜봅니다. 한때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기심과 오해 속에 벌어진 두 사람 간 거리는 결국 좁혀지지 못하는데요, 미움과 원망,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찰리와 니콜이 다투는 씬, 이혼 과정 끝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찰리가 홀로 노래를 부르는 씬 등 명장면 또한 정말 많아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We Made a Beautiful Bouquet
ⓒ 네이버 영화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 네이버 영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서 보이듯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은 것으로 호평을 받으며 권태기와 함께 식어가는 장기 연애를 탁월하게 묘사, 마지막 이별까지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일본 멜로의 감성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일본에서는 무려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답니다. 주연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기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천생연분처럼 모든 게 꼭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시작부터 현실의 벽 앞에 변모하고 마는 사랑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함께 웃고 울다가, 또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네이버 영화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내가 너와 헤어지고 후회되는 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깨닫게 하지 못했단 거야.
난 늘 뭔가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가 걱정한 게 아니었지.
ⓒ 네이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오슬로 트릴로지'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영화로, 주인공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연인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원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 임신과 불만족스러운 연애 등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변덕스러운 청춘에게 건네는 감독의 위로와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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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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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다면 지르자, 다만 현실은 잊지 말고
1957년 런던, 전쟁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는 ‘해리스’는 청소부로 일하던 가정집 부인의 값비싼 디올 드레스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에 빠진다. 이후 오랜 시간 기다려온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된 ‘해리스’는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벌어온 돈을 모아 막연히 꿈만 꾸었던 디올 드레스를 사기 위해 파리 여행을 결심한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파리의 디올 매장에서 무시를 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1. 흔한 듯 흔하지 않은 판타지
처음엔 이 영화가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뭐가 다른 걸까 생각했었다.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흔하디흔한 영화구나 라고 생각했다. 뭐, 이를테면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영화였달까.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나이가 들대로 든 중년과 노년 그 어딘가에 있는 여성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여성이 젊은시절 누리지 못한 외적 허영을 충족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될 뿐더러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연륜의 짬바가 참 따뜻하다고 느껴진다. 역시 인간은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살아야 이후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해리스 부인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최근 들은 어른의 말씀 중 좋은 말이 "젊었을 때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는 게 늦바람 불어 주변인에게 민폐끼치는 것보단 낫다."였는데 해리스 부인을 보면서 남편이 죽고 나서야 자아를 찾아나선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그 모습이 별거아닌 거 같아도 멋있어 보였다.
2. 겉모습과 속사정은 누구나 다르다
다분히 영화적 설정으로 배치된 러브라인이 보이지만 그 러브라인을 이어주기 위한 미시즈 해리스의 오지랖도 적당히 따뜻해서 좋았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두 남녀는 누구보다 철학을 사랑하는 반전이 눈길을 끈다. 그들은 허영과 사치의 상징과도 같은 패션계에 종사하면서도 직업과 당신의 삶을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함으로써 인생의 동력을 잃지 않는 점이 그들의 멋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설정이 참 새로웠던 것이, 겉모습이란 참 얄팍한 것이라서 해리스 부인같은 청소부도 디올 드레스를 살 수 있다는 생각들을 못하고, 모델이 철학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잘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외모로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당신의 얄팍함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다양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는 달리 파리에 대한 판타지 충족만 하지 않는 나름 알맹이가 있는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3. 판타지를 쫓되, 현실도 잊지 말 것
세상엔 당신이 현실은 무시한 채 갖지 못한 것에만 몰두하며 남에 대한 부러움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리스 부인도 당신이 누리지 못한 화려함을 쫓아 파리에 오지만 곧 이 세계에서 당신은 청소부라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깨닫고 잠시 낙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갖지 못한 화려함의 환상에 젖어 허우적대지만은 않고 다시 노동자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어른으로서 파업을 주도하는(약간은 오지랖이지만) 모습은 그녀가 환상에 젖어 당신의 위치를 버리는 무모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꿈을 이루려는 행위는 고귀하지만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지르는 행위는 무모하고 이기적일 수 있다. 특히 결혼한 사람이라면 더하다. 현실의 상황을 유념하고 지를 것. 내 현실을 잊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의 무모함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취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꿈을 이룬다는 명분 하에 현실을 때려치우면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인도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청소부로 돌아오지만 그녀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져있다. 부당함에 조금 더 소리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인데, 이런 그녀의 모습을 통해 판타지에 젖어 현실을 대단히 뒤바꾸지 않아도 내가 조금만 바뀌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내가 판타지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판타지를 이룰 기회는 금방 사그라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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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이 아닌 곳으로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건 서사일까. 물론 이야기의 기승전결 뼈대는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서사를 통해서도 감정을 실어나르는 쪽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사뿐 아니라 미술, 음악, 카메라 등 모든 요소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서사 없는 영화는 있어도 감정 없는 영화는 없다고도 느낀다. <아네트>도 그렇다. 서사는 자못 단순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깊다.
감독 본인이 초반에 등장해 이제 시작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사람은 딸이다.), 배우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는 이 영화가 현실이 아니라 극임을 똑똑히 못박는다. 이제 이 선을 넘어 현실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려 몰입할 이 세계는 나에게 어떤 감정을 안길 것인가.
기대하는 관객 앞에, 이 영화를 함께 제작한 밴드 스팍스에 이어 배우들이 노래하며 차례차례 등장한다.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야르, 사이먼 헬버그까지 나란히 서서 노래할 때, "So may we start? 이제 시작할까요?" 하고 물을 때, <라라랜드>의 오프닝 시퀀스 생각도 나고 뮤지컬 시작할 때 같은 기분도 든다.
영화는 앤(마리옹 꼬띠야르)과 헨리(아담 드라이버)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 다 무대에 오르는 직업이지만 양상은 많이 다르다. 오페라 가수인 앤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보다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 장렬한 죽음을 맞는 반면, 스탠딩 코미디언인 헨리는 속옷 하나에 복서들처럼 로브 차림으로 직접 문을 열고 나와 마이크 줄을 채찍처럼 휘두른다. 어딜 가든 사과를 깨물고 있는 앤, 담배와 바나나를 들고 몸을 푸는 헨리. 관객을 죽여주는 헨리와 관객을 위해 죽어줌으로써 그들을 구원하는 앤. 두 사람이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둘을 보는 시선까지도 모두 다르다.
두 사람의 노래는 "We love each other so much 우리는 서로를 정말 사랑해"라는 가사를 반복한다. 둘을 둘러싼 세간의 시선을 잘 알고 있고,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게 푹 빠져있지만, 그 한 마디만 반복하는 사랑은 어쩐지 불안하다. 숲을 지나, 세상과 떨어진 곳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둘은 이내 결혼식을 올린다. 각자의 예술, 함께 부르는 노래, 중간중간 삽입된 기자들의 대사나 뉴스 보도를 통해, 사랑의 서사는 단순하게 쌓인다.
송스루 뮤지컬이란 참 특이한 장르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에서라면 인물의 표정과 입 모양으로 단박에 구분될 대사와 독백, 방백이 따로 없이 모두 노래로 흘러나온다. 그러다 보니 기묘하게 현실에서 들뜬 느낌, 현실과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레오 카락스 감독 특유의 독특한 스타일은 한층 더 새로운 감각들을 이끌어낸다.
무대에 오르는 일을 업으로 삼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한 사람은 승승장구를 한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감정의 골이 쌓이고...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이야기에 스타일을 부여하면서, 기묘하게 현실에서 반쯤 떠오른 느낌을 준다. 인물들이 입는 원색 옷과 계속 등장하는 소품의 색깔조차 꾸며진 세계의 느낌을 더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아빠의 농담과 엄마의 웃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네트는 작은 목각인형으로 표현된다. 불쾌한 골짜기에 걸친, 그러니까 애매하게 사람을 닮다 말아서 더 기묘한 기분이 드는 모양새다. 이런 불쾌한 골짜기에 놓인 물체들은 어쩐지 자꾸 눈을 의심하면서 계속 바라보게 만든다. 징그러워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그것을 계속 바라본다. 왜일까. 내가 바라보게 되는 건 어떤 지점일까.
아마도 죽음과 가까운 어딘가. 이 영화는 그곳을 심연(abyss)으로 부른다. 엔딩 크레디트의 스페셜 땡스투에 에드거 앨런 포가 있어 의아했는데,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토대로 쓴 곡이 있다고 감독이 밝힌다. "바다 위의 절벽에 매달린 상태로 바다를 쳐다보면 떨어져서 죽을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 쳐다본다. 멈출 수가 없는 거다. 그게 바로 심연에 대한 마음이다. 죽고자 하는 마음과 같은 것." (GQ코리아 인터뷰 <레오 카락스의 선명한 세계> 중에서)
극중 인물들은 모두 죽을 걸 알고도 뛰어드는 사람들처럼 존재한다. 생사를 의식하지 않는 인물들의 생사. 생에 아득바득하지 않는, 오히려 그 심연을 바라보는 인물들. 어쩌면 그 점이 이 영화의 모든 인물들을 무대 위 존재로 보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넓게 보면 아네트뿐 아니라 모두가 목각인형처럼 움직이고 있다. 인물들은 마지막 장면에서야 내게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였을까. 엔딩 장면을 보는 내내 이유 모를 눈물이 줄줄 났다.
인간은 왜 심연을 바라보게 되는가. 아니 심연을 바라보기 전까지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었는가. 무엇에서 눈을 떼고 심연으로 시선이 이동하게 되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헨리의 삶으로 영화는 대답한다. 감독이 자랑스럽게 또 사랑스럽게 언급하는 그 딸의 존재를 비롯하여, 헨리에게서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냄새가 난다. 감독의 개인사는 물론 감독이 스스로에게 갖는 감정들이 반영된 캐릭터로 보인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는,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는 엔딩 장면은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말이 들어있다. 심연을 바라보지 말라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심연을 바라보기 전까지 응시하던 것들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는 뜻으로 치환해도 괜찮지 않을까.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던, 고된 것 같아도 자부심으로 빛나던 얼굴을 잃지 않고 삶에 발 디딘 채 살라는 말로.
극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불쾌한 골짜기 너머 심연의 존재를 인식하며,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한 것들이 온통 엉켜 있는 영화 바깥으로 나온다. 아주 어쩌면, 영화 산업의 빛과 어둠을 하나로 뭉치면 이 영화와 같은 색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영화라는 세계로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끼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막이 오르면 세상은 무대가 되고, 막이 내리면 우리는 영화 바깥으로 다시 정중하게 퇴장을 요구받는다. 엔딩 크레디트 다음에 나오는, 인물들이 등을 들고 걸어가면서 부르는 노래는 "좋았다면 친구에게 이야기하세요. 친구가 없다면 모르는 사람한테라도 이야기하세요."라는 가사가 귀엽기까지 하다. 순순히 시키는 대로 안녕히 돌아오면서, 등 뒤로 막이 내리고 문이 닫힌 것 같은 착각마저 느낀다. 심연 대신 삶을 응시하며 걸어간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GQ코리아의 레오 카락스 인터뷰 <레오 카락스의 선명한 세계>를 참고하고 인용하였습니다.
https://www.gqkorea.co.kr/2021/10/19/%EB%A0%88%EC%98%A4-%EC%B9%B4%EB%9D%BD%EC%8A%A4%EC%9D%98-%EC%84%A0%EB%AA%85%ED%95%9C-%EC%84%B8%EA%B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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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외국 유명 배우들
안녕하세요, 영소남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게임하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저는 가끔가다 시간이 날 때 게임 플레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게임'과 '영화'가 모두 관련된 글을 준비 해보았습니다. 바로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외국 유명 배우들이란 포스팅인데, 게임을 다룬 포스팅은 처음이라 실수하는 부분도 있겠으나 너그러히 양해해주시길 바라며, 그럼 바로 포스팅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순서와 순위는 상관없는 리스트입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배우가 없을 수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재미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페이블 3>
'마이클 패스벤더' - 로건 역
가장 첫 번째로는 플레이어가 성장을 통해 게임 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왕국 알비온의 왕권을 되찾고자 하는게 초반의 주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페이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페이블 3'입니다. 사실 이 게임 속에는 로건 역으로는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그리고 월터 역으론 버나드 힐, 사빈 역으로는 벤 킹슬리, 벤 핀 역으로는 사이먼 페그, 엘리엇 역으로는 니콜라스 홀트 등 다양한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한걸로 유명한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직접 개척해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관이 깊은 세상의 이야기를 플레이 하고 싶다면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페이블3' 플레이 사진
<언틸 던>
'라미 말렉' - 조쉬 워싱턴 역
슈퍼매시브 게임즈가 개발하여 PS4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한 게임 <언틸 던>. 저 역시 처음 플레이 영상을 시청 후에 익숙한 배우가 한 명이 등장해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요. 바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에서 이집트 왕으로 등장한 바 있고, 얼마 전 <보헤미안 랩소디>로는 프레디 머큐리 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각종 상을 휩쓴 배우 라미 말렉 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유일하게 '미스터리'한 인물로, 1년 전 사건을 잊기 위해 친구들을 모두 별장으로 초대한 장본인으로 등장하죠. 실제로 게임 속 그를 생존 시키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공포 게임이지만 나름 재미있게 잘 짜여져 있으니 직접 한번 플레이 해보시길!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비욘드: 투 소울즈>
'엘렌 페이지' - 조디 홈즈 역
현실과 게임 정말 똑같지 않나요? <비욘드: 투 소울즈>라는 게임은 퀀틱 드림이란 곳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한 소녀가 성장해가면서 경험했던 사건들을 풀어가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의 퍼즐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는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인셉션>, <주노>, <엑스맨> 시리즈 등 다양한 영화들에 출연한 엘렌 페이지가 주인공 조디 홈즈 역의 모션 캡쳐와 성우에 직접 참여를 해서 출시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게임인데요. 아예 그녀를 본떠서 만든 인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유명 배우를 조종해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이 게임 <비욘드: 투 소울즈>에는 배우 엘렌 페이지 뿐만 아니라 얼굴만 보면 "아 이 배우!"하고 바로 생각하실법한 배우 윌렘 대포 역시 네이선 도킨즈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게임 팬들과 영화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주었는데요. 실제로 게임은 아직 플레이 해보지는 못했지만 제작사에 말을 따르면 이 게임의 '각본'은 거의 8900 페이지에 가까울 정도로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혹시 플레이 해보신 분이 있다면 플레이 후기 좀 살짝 귀뜨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배우들 연기력 보는 것만으로도 한번 플레이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콜 오브 듀티: WW2>
'조쉬 더하멜' - 윌리엄 피어슨 역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시리즈 입니다. 전쟁 속에 참혹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과 동시에 생각보다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저 역시 애정하고 있는 게임 시리즈 중에 하나 인데요. 그런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속에도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엔 <콜 오브 듀티: WW2>에서 <트랜스포머>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배우 '조쉬 더하멜'이 윌리엄 피어슨 역으로 등장하여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군인 이미지로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배우인 만큼 모션캡쳐에 직접 참여한 그의 모습을 게임 속에서 만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네요!
<귀무자 3>
'장 르노' - 잭 블랑 역
이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레옹>이 떠오를 정도로 추억 속의 배우가 된 장 르노 역시 한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귀무자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귀무자 3편에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제공함은 물론이고 일부 모션 캡쳐도 담당했다는 소식에 그 당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는데요. 하지만 중간에 귀신의 힘으로 자동 통역이 된다는 설정이 존재해 그가 프랑스어로 얘기하는 구간은 전체 스토리의 5%도 되지 않아 일부 팬들에게 살짝의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 게임입니다. 그래도 한때 최고의 배우였던 장 르노를 PC 게임 속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네요.
묘하게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게리 올드만' - 빅토르 레즈노프 역
조쉬 더하멜에 이어서 <콜 오브 듀티>에 등장한 기억에 남는 영화배우를 말하라면 저는 당연히 게리 올드만을 말할 것 같습니다. 그가 출연한 다양한 영화들을 살펴보아도 연기력 하나 만큼은 매번 소름돋게 펼쳐주는 그이기에 게임 속 러시아 장교 빅토르 레즈노프라는 인물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인물의 모습을 강렬하게 묘사하여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프라이스라는 인물 못지 않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로 손 꼽히고 있는데요. 또한 비록 모션캡쳐를 하진 않았지만 얼굴도 게리 올드만의 얼굴에 맞춰서 디자인이 된 캐릭터인 만큼 아직 안해보신 분들이 플레이를 해본다면 "아, 게리 올드만 이구나"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실겁니다.
<폴아웃 3>
'리암 니슨' - 제임스 (아버지) 역
그 어떤 영화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과 딸을 지켜내는 배우 '리암 니슨' 역시 폴아웃 이라는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게임 속에서도 주인공의 아버지 성우 역할을 맡아 아버지의 눈물나는 사랑을 한층 더 부각 시켜주었는데요. 무엇보다 이 게임은 출시된지 거의 10년 이상이나 된 게임이지만 단순한 게임 속에 숨어있는 감정적인 면들로 인해 상당히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죠. 만약 리암 니슨이 성우와 모션캡쳐까지 연기를 했더라면 정말 영화 속에나 볼 수 있었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게임 속에서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즐거운 플레이 시간이 됐던 것 같네요.
<GTA 산 안드레아스>
'사무엘 L. 잭슨' - 프랭크 텐페니 역
네? 잠깐만요. 정말 그가 맞다고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배우 '사무엘 L. 잭슨'이 콜 오브 듀티를 이어서 최고의 게임 시리즈로 자리잡고 있는 'GTA 산 안드레스'에서도 역대급 악역으로 부정 부패의 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경찰인 프랭크 텐페니의 목소리로 등장한 바가 있는데요. 게임을 플레이 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함께 두고 보니까 아 정말 그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워낙 사무엘 잭슨은 여러 애니메이션에서도 더빙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후로도 은퇴 전에 한번 더 게임으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네요.
<엘더스크롤4>
'패트릭 스튜어트' - 셉팀 7세
2006년 3월에 출시하여 싱글플레이를 기본으로한 롤플레잉 게임인 이 <엘더스크롤4>란 게임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X 역을 맡은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인데요. 그는 이 게임에서 오블리비언에 등장하는 황제인 우리엘 셉팀 7세 역으로 성우를 맡으면서 우리가 들어보자 못했던 그의 목소리로 상상도 못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완벽한 캐릭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보자마자 "왜 할머니 역할을 프로페서X가 하는지 모르겠다"며 말 하기도 했다네요. 저는 아마 게임 플레이시 전혀 모를 것 같습니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
'마크 해밀' - 조커 역
마지막은 역시 '조커'의 전담 성우로 불리우는 배우 마크 해밀의 애니메이션 속 조커가 아닌 배트맨 아캄 게임 시리즈 속의 조커로 마무리 해보아야겠죠. 무엇보다 마크 해밀 표 조커는 장난스러우면서도 광기에 찌들어 있는 듯한 목소리와 숨넘어갈 듯한 웃음 소리를 잘 살려내면서 기존 조커들과는 다른 모습 속에서 최고의 극찬을 받고 있는데요. 저는 그의 조커가 극찬받는 이유는 마크 해밀이 '악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한다는 조커의 다양한 웃음 소리가 아닐까 하는데, 정말 그건 오로지 마크 해밀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엔 <사탄의 인형>의 '처키' 목소리도 원작과는 다른 소름 돋게 연기하면서 큰 호평을 받기도 하였죠.
이거 보니까 한번 플레이 해보고 싶지 않나요?
지금까지 목소리로든지 얼굴까지 모두 합쳐서라든지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외국 유명 배우들을 만나보았는데 재미있게 보셨나요? 사실 이 외에도 게임 속에서 등장한 배우들은 정말 많은데 다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혹시라도 이 밖에 생각은 나지만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운 배우들이 있다면 댓글에 추천 및 소개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소남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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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리시맨' 리뷰
총(銃)은 칼보다 평등하다. 칼을 무기로 잘 사용하려면 완력이 좋아야 하지만, 총은 방아쇠를 당길 정도의 힘만 있다면 누구나 격발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상대를 총으로 제압할 수 있다. 총이 개입하는 순간 육체적 우위는 드라이아이스처럼 순식간에 기화(氣化)된다. 총싸움에서는 근육의 무게보다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배짱의 무게가 중요하다. 누구나 총을 쏘려면 쏠 수 있겠지만, 무심하게 총을 갈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과 실행 사이에는 총신(銃身)의 수억 배에 달하는 까마득한 거리가 있다. 갱스터 무비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발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책감과 양심에 발포한다. 그들의 사격은 늘 두 번씩 이루어진다. 그 태연한 반복 동작을 보며 관객은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를 느끼게 된다.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갱스터 무비의 대가다. <아이리시맨>은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 등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름을 영화사에 아로새겼던 그의 대표적 갱스터 무비들과 같은 듯 다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전 그의 페르소나였던 로버트 드니로(프랭크 시런 역)가 조 페시(러셀 버팔리노 역)와 함께 예전처럼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여기에 <대부> 시리즈와 <스카페이스(Scarface, 1983)> 등 여러 갱스터 무비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겁박했던 알 파치노(지미 호파 역)까지 가세했다. 이처럼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힘을 합쳐 범죄, 우정, 배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사실은 일견 <아이리시맨>이 갱스터 무비의 성공 방정식을 재현(再現)하는 영화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리시맨>은 이러한 단편적인 해석을 배반하는 영화다. 1942년생, 한국 나이 79세로 소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1943년 생), 알 파치노(1940년 생), 조 페시(1943년 생)는 동년배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풍화작용은 그들의 얼굴에도 깊은 주름의 지류를 형성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금언(金言)을 비웃으면서 살인을 비롯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밤의 세계에서 군림했던 갱스터도, 늙는다. 사실은 법이 아니라 '시간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처럼 늙은 갱스터를 위한 밤거리는 없다. 시간의 절대적인 힘에 저항해 보려는 걸까. <아이리시맨>은 최첨단 영화 기술 중 하나인 'de-aging'을 활용해 세 주연 배우의 얼굴 주름을 펴서, 마치 초혼(招魂)하듯, 그들의 더 젊었던 시절을 스크린에 소환한다. 그렇게 과거의 영광을 복기해 본들 밤거리를 휘젓던 갱스터의 두 다리는 속절없이 좌표를 휠체어로 옮길 수밖에 없다.
(CG로 도배된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라고 비판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de-aging' 활용했다는 것은 영화가 당대 최첨단 기술과 친구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아이리시맨>은 갱스터에게도 봄날은 가기 마련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인생의 황혼을 지나 밤을 향해 걷고 있는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밤의 고요 속에서, 누구나 '평등한 덧없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나직하게 읊조린다. 총성으로 밤의 고요를 깨는 장면들로 점철되기 일쑤인 갱스터 무비가 오히려 밤의 고요를 느끼게 해 준다는 아이러니야말로 <아이리시맨>의 핵심이 아닐까. <아이리시맨>의 엔딩 크레디트를 채우는 'The Five Satins'의 'In the Still of the Night(밤의 고요 속에서)'를 들으며 나는 침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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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결혼 이야기>,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결혼에 대해 꿈꾼 적은 없다. 굳이 따지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평생 흔들리지 않고 혼자 살 때보다 둘 이상일 때 조금 더 든든하지 않을까.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나눠먹고 대화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일찌감치 행복한 가족이나 행복한 결혼생활도 믿지 않았다. 결혼식이 해피엔딩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둘이서 여행만 가도 한 번은 싸우는데 결혼이 그렇게 좋기만 할리가. 결혼을 계약처럼 연장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가족과 결혼에 대해 충격적이지만 슬픈 사실을 한 가지씩 깨달았다. 가족은 생각보다 그렇게 화목하고 평화롭지 않다. 잘 사는 집이든 못 사는 집이든 어느 집에나 속 썩이는 사람이 있고, 콩가루가 솔솔 날리는 듯한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다. 결혼에 대해 놀랐던 점은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보다 결혼을 생각하는 그때 마침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결혼에 수많은 조건이 있다면 사랑 역시 그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사이에 사랑이 있다면 좋고, 사랑이 없으면 정으로 산다고 하더라. 그래도 반평생을 함께 할 텐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해버리냐고? 막상 결혼의 압박이 들어오는 나이가 되니 이해는 된다. 결혼을 하라는 주변의 눈초리나 말소리는 지겹다. 그렇다고 혼자 살자니 혼자만 사는 삶은 자신이 없다. 해치워버리듯 해도 비난하지 못하겠다.
과거와 확연한 차이점은 요즘 결혼은 과거만큼의 인내심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지 않아도 된다. 헤어져도 된다. 이혼 역시 나쁜 것이 아니다. 의무감으로만 지속했던 결혼이야말로 나쁘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혼하는 시기는 인내심이 어디까지 발현되었느냐 정도의 차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혹은 자리를 잡고 나서 황혼에 이혼하거나 졸혼을 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헤어질 수 있다. 나조차도 정말 밥맛 떨어질 때면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게 말이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엄마는 의외로 그래도 가장 중요한 순간 결정을 내릴 때는 아빠와 가치관이 비슷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인가. 정말 중요한 50%만 맞으면 나머지는 맞추면서(혹은 어차피 맞추지 못할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라던 말씀이. 그게 엄마의 결혼 철학이었는지도.
<결혼 이야기> 속 니콜과 찰리는 변호사 없이, 소송 없이 '둘만의 원만한 합의'로 이혼하기를 꿈꿨다. 바람대로 되면 좋았겠으나 애초부터 둘의 입장 차이는 너무나 명확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둘의 감정이 극도에 치달았을 때 말다툼을 보고 확실해졌다. 찰리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그의 희생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도 니콜은 찰리에게 저주를 퍼붓지는 않았다. 찰리의 말에 말문을 잃은 건 니콜만이 아니었다. 헨리만 괜찮다면 병에 걸리거나 차에 치여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니. 내가 당신을 더 사랑했다는 니콜의 말에 그게 LA에 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반응은 맥빠졌고, 같은 극단 메리 앤과의 외도에도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졌다. 결혼 생각도 없고, 나에게 바라는 게 많은 당신 때문에 내가 수많은 유혹을 젊은 나이부터 얼마나 피하느라 힘들었는지, 당신이 나를 먼저 거부했으니 바람이 아니란다. 유혹에 관해서라면 니콜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찰리는 이기적이다. 본인이 아프다는 이유로 끝까지 가버린다. 총알이 살을 뚫고 나서도 회전을 하면서 몸속에 파편을 남기듯이. 후벼파는 것 이상의 말을 쉽게 하더라. 그가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하지 않았다면 고개를 저으면서 그를 선택했던 니콜을 처량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누가 봐도 상처받은 눈이면서 미안하다며 찰리를 꼭 안아주는 그녀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게 사랑인 걸까. 내가 상처받아도 그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는걸, 그 말을 하면서 본인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고 안아줄 수 있는 게. 사랑을 하기엔 나 역시 너무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영화를 봤다. 찰리를 정말 이해할 수 없을지 궁금했다. 물론 이해할 수 없어도 상관은 없다. 찰리는 내 남편이 아니니까. 다시 보니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왜 뉴욕을 놓을 수 없었을까? 뉴욕이 집이고 자신의 가족은 '뉴욕'의 가족이라고 무척 강조한다. LA는 왜 안 되는 걸까. LA의 변호사와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공간도 넓고 살기 좋다는데도, 니콜의 가족을 좋아하면서도, LA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심지어 그가 사랑하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았던 니콜이 원하는데도. 뉴욕이 대체 그에게 뭐길래. 'LA'의 가족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뭐길래.
니콜이 변호사 노라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찰리는 이혼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니콜의 의사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말이다. 니콜은 LA에서 살고 싶었고 다양한 장르에 참여하는 배우이자 감독이 되고 싶었다. 지금처럼 '찰리의 극단'에서 '찰리가 가장 아끼는 배우'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에서 종횡무진하고 싶었다. 남편의 외도에 상처받은 사이 마침 LA에서 하는 드라마가 기회처럼 찾아왔다. 찰리의 응원을 기대했건만 그는 쓴소리만 뱉었다. 그가 LA에 잠시라도 살려고 시도했다면, 그가 함께 극단에서 공동 감독을 맡아 공연을 준비했다면, 니콜에게 네 생각은 어떤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말을 했더라면. 수많은 가정법 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니콜은 결혼을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찰리의 이야기는? 니콜은 찰리와의 이혼을 피할 수 있었을까. 니콜이 '찰리의 아내'로 살기로 체념하는 것 말고, 찰리가 막무가내로 뉴욕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그를 설득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영화를 살펴봐도 찰리의 이야기는 니콜의 이야기만큼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찰리도, 그의 변호사도 그런 이야기를 터놓지 않았다. 그러니 다만 추측할 뿐이다. 니콜이 찰리에 대한 장점에 썼던 것처럼 그는 아무것도 없이 뉴욕에 와서 자수성가했다. 누구보다 뉴요커 같다. 직업적인 명성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집이 생겼다. 뉴욕은 그의 마음의 고향이다. 알콜중독에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와 좋은 기억이 없는 어머니와 태어난 고향은 뒤로했다. 그는 소중한 니콜과 아들 헨리, 인턴마저 가족 같은 극단 사람들을 만났다. 좁고 경적소리가 넘치는 뉴욕에 스스로 가족을 만들었다.
찰리 입장에서 LA는 어디까지나 니콜의 고향일 수밖에 없다. 찰리의 뉴욕은 흔들려도 이상할 것 없이 뿌리가 얕다. 10년을 넘게 산 니콜은 뉴욕보다 LA를 그리워하지만 찰리에겐 10여 년 된 뉴욕이 전부다. 그 뉴욕엔 편히 볼 수 있는 부모님, 형제 같은 혈연이 찰리에겐 없다. 은연중에 니콜과 그녀의 가족을 보면서 LA의 넓은 공간만큼이나 휑한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LA에 있는 니콜과 헨리는 찰리가 없어도 자연스럽다. 헨리를 너무나 쉽게 LA에, 니콜의 손에 맡긴다면 그는 그의 부모님과 그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고 그는 그런 부모의 모습이 자신에게 남아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가 힘들게 만든 가족이 무너졌을 때조차 그는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게 아무것도 없이 뉴욕에 와서 자수성가한 뉴요커가 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기적이다. 그래서 솔직하지 못한 채 마음에 담아둔다. 대체로 진심과 좋은 말은 담아두었을 것이다. 니콜이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뉴욕을 떠나면 이 가족이 부서질 것 같은 걱정도, 그녀의 연기를 비평하지만 감동받았던 마음도.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거부하고, 사랑하는 배우가 자신을 떠나 LA로 난생처음 활동을 하러 간다니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 가 버려. 갈 테면 가. 그러고도 당신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은 누굴 만나도 불행할 거야. 그녀가 떠나가 버리기 전에 먼저 이혼하자고 하진 않았을까? 둘 중에 이혼을 먼저 이야기한 건 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혼하자는 말을 먼저 꺼내도록 니콜을 몰아붙였든지. 초반에 이혼 준비로 성질을 내고 눈물을 보이는 니콜의 모습에 비해 침착한 찰리를 보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둘은 이혼했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좋은 사람, 좋은 부모인지 시험받았다. 추억은 무능과 부도덕의 증거가 되었다. 찰리는 조금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니콜이 늘 잘라주던 머리는 이발소에 가서잘라야 하고, 빨래방에서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는 3800km를 날아 뉴욕에서 LA로 와야 헨리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양육권도 45:55의 비율로 손해를 봤다. 영화의 끝 무렵이 되어서야 그는 '살아있는 것(Being Alive)에 대해 노래를 불렀다. 나를 필요로 하고, 상처 주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
이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니콜이 이긴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솔직했고 더 많이 사랑했고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니콜의 눈빛 역시 종종 촉촉해진다. 니콜이 읽지 못했던 편지를 찰리가 읽었을 때, 'I'll never stop loving him, even though it doesn't make any sense now'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서로를 축하하고 싶지만 예전처럼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없을 때. 찰리가 UCLA 전임으로 오게 되어 한동안 여기 머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쓸쓸했다. 이혼하기 전엔 왜 그럴 수 없었을까 싶은 표정이었다.
변호사나 판사에게는 지지부진한 한 사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결혼 이야기든 당사자에게는 며칠 밤낮을 해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다. 헨리라는 아들을 둔 찰리와 니콜 커플의 이야기는 그래도 사랑이 있는 결혼이었다. 보기 좋았다. 서로의 장점을 읊는 장면으로 시작했을 때 두 사람이 반대라서 보완해주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진흙탕 싸움을 하지 말자던 사람들이 진흙탕에 빠져들어 이혼을 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뭘 모르고 어리석어서 진흙탕에 발을 담근 게 아니다. 서로 약점을 아는 사람들끼리 일부러 급소를 건드리면서 상처를 내는 다툼. 그 말이, 그 행동이 이렇게도 쓰인단 말인가? 놀라진 않았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그들이 너무나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음은 칼질하듯 날카로운 단면으로 잘리지 않는다. 사람과 시간이, 사랑이 남아있다. 다만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함께 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도 남았다. 당신을 사랑하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더라도 단 한 가지 감당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누구와도 헤어질 수 있다. 당신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원하는 삶에서 멀어질수록 마음 한 켠에서는 엉켜있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부른다.
<결혼 이야기>를 보면 결혼에 대한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결혼은 이래서 해볼 만하고, 이래서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혼 역시 그래서 희망찬 행동이기도 하고 절망스러운 밑바닥이 될 수도 있다.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다. 결혼은 사랑 하나만으론 충분하지 않은 이야기다. 아직도 절절한 둘의 눈빛과 별개로 그들은 이혼서류에 서명했다. 그들이 수많은 결혼의 위기를 넘겼음에도 이번에 정말 이혼을 했다는 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풀린 신발 끈은 묶어주지만 같은 방향을 볼 수 없고 나란히 걸을 수 없다. 잔잔한 오보에 소리에 서로에게 등진 채 자신이 갈 곳으로 걸어가는 찰리와 니콜을 보면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 떠올랐다. 둘에게 들려준다면 아마 눈이 빨개진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찾을 때의 마음으로.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 김광석 <사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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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함께 추락하는 영화, 문폴
재난 영화 전문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문폴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엔 달이 추락해 지구와 충돌하게 되는 재난을 담고 있죠.
재난 전문 감독의 영화답게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재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많은 재난 장면들이 이미 과거에 본 적이 있죠?
그래서 기시감이 많이 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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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락 -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코인 대폭락사태,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해당 리뷰영상은 영화 제작 및 배급사 무암을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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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부응해야지?” 엄마 옥자의 열성과 본인의 타고난 욕심으로 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한 도현. 벤츠타고 다니는 부자이면서 장애 혜택을 받아먹던 친구에게 교환학생의 기회마저 뺏기고, 그 친구가 진짜 장애인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된 그 때부터 정부 지원금의 맹점에 눈을 뜬다.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지우와 함께 청년·여성·장애 등의 가산점을 악용해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급하고, “창업 지원금은 나랏돈으로 망해 보라고 주는 눈 먼 돈”임을 간파해 의도적으로 고의부도와 폐업을 전전한다. 투자자 케빈에게 억대 후원을 받는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한 도현은 야망에 이끌려 ‘MOMMY’ 코인을 개발해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내지만, 알고리즘과 불완전 이자 수익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니터가 들어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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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직한 후보2> 티저 예고편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 컴백! 이번엔 2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진실의 주둥이’!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되는데... 재미도 2배! 웃음도 2배!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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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 5월 17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