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14 16:26:52
프레임의 예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Cinelab Curation]❣️
여러분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영상 촬영 기법 중 하나인데요.
한 프레임마다 촬영하여 이어 붙여 영상을 만든다는 특성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오랜 시간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특유의 감성을 지닌 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기법인데요!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처럼 실사에 스톱모션 기법을 더하여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대부분의 분들이 익숙해하실 클레이 또는 퍼펫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작품들을 가져와 봤어요!
오늘 큐레이션을 통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안 보신 작품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스톱모션 자체가 무척 힘든 제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방식이 될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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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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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서 죽었다 살아난 스팸의 이야기
* 영화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 포함
우선, 쓰기 전에 사담이지만 이 영화가 크리에이터가 되고 씨네랩에서 쓰는 첫 리뷰이다.
블로그에는 여러 영화 리뷰들이 있지만, 어쩐지 첫 리뷰는 새 마음으로 새로 적고 싶었다.
영화를 본 후 딱 드는 감상은, 이 영화 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는데?였다.
내가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그리고 자세히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봉준호 하면 기대하는 스토리의 깊이감, 숨 막힘이 이 영화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설국열차도 그렇고, 최근 흥행한 기생충도 그렇고 초반에는 조금 라이트 하게 시작하여 주제를 이끌며 더욱 깊게, 깊게 들어가지 않는가.
내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낀 점은 봉준호는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아주 작은 초점을 통해 더 깊이깊이 끌고 가며, 결국엔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경계하거나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기생충은 "지하철 냄새" 같은 부분에서, 괴물은 장소인 한강에서 특히나 한국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정서와 맞물리며 울리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다만 미키 17은 장르부터 배경까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SF의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흔히 내가 보던 봉준호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 미키 17에도 우리가 알던 봉준호의 것은 존재했다. 미키 17은 어쩐지 우리가 전에 봤던 봉준호의 영화들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가 많이 섞여있는 세미 통합판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주제의 포괄성
이 영화에서 어라라? 했던 것은 한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노동계층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듯싶다가, 어떤 섣부른 과학기술의 발전과 윤리의식의 부재도 다루고, 인간성, 악독한 권력 계층 후에는 생명권과 동물에 대한 존중도 주제로 나온다. 한 영화에 많은 내용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그만큼 한 얘기에 다양한 주제를 넣은 지루할 틈 없는 영화라고도 생각되는데, 또 다르게 보면 조금은 복잡하거나 정신없게 느끼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 같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리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보아서 더 그랬는데 그래서 지금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노동계층과 미키 17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이 확실히 존재한다. 미키 17이 노동계층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다. 나는 원작인 미키 7을 보지 않았고, 또 영화를 볼 때 원작과 영화 사이 연결고리를 찾는데 열중인 사람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 내가 짚는 부분이 원작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영화에서 미키 17이 노동자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현대의 노동자와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재밌는 포인트였다.
특히나 미키 17은 다른 미키들에 비해서(잘 나오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흔히 사회에서 인지하는 노동 계층과 닮았는데, 돈을 못 벌었으니 이것은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벌이라고 여기는 부분이나 권력자에게 의견을 표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부분,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까지... 현대 사회의 수긍하는 노동자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래서 체제에 반항하는 미키 18이 더욱 이질적이거나 독특하게 그려진 것 같았다. 미키 17은 자신을 맛있는 고기라고 표현한다거나 죽어도 되는 존재라고 묘사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소모품, 대체품 등으로 부르곤 한다. "죽는 기분은 어때?" 가끔은 조롱이고 가끔은 진심인 이 말은 미키가 저 우주선에서 가장 하층의 소모품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정작 미키가 없으면 우주 밖으로 나갈 염두도 못 냈을 거면서. 유일하게 이를 막거나 안쓰럽게 보는 것은 그의 여자친구인 나샤 뿐이다.
미키가 돈이 없다고 해서, 혹은 그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해서 그가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키는 꼭 실험 쥐처럼 혹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팸으로 취급된다. 나는 "스팸"이라는 이 단어가 미키를 그리고 노동자를 권력자들이 어떻게 보는지를 너무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고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 불량 식품이지만 삶에서 필요한 것. 후에 권력자가 그에게 "너도 죽는 것이 무섭니? 그럼 너도 인간인 거구나."라는 말에 미키 18의 표정이 흔들린 것도 평소엔 그런 대접을 받지 않았음을 그리고 은연중에 미키 자신도 자신을 리필돼도 되는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현대의 노동계층을 투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애초부터 미키가 노동자이기도 하고. 특히나 전문직이나 기술직보다는 우리가 블루칼라라고 부르는 육체노동자들의 모습과 같다. 어느 목적을 위해서 미키를 소모품 즉 스팸으로 생각하며 갈아치우려는 권력자 그리고 그 밑 연구직, 기술직의 모습이 노동자가 죽어도 나 몰라라 하는 현대의 누군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멀티플을 경계하는 모습조차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으로도 보였다. 미키를 방사능에 노출시키고, 제일 먼저 바이러스를 마시게 하고 정체 모를 외계 생물체가 있는 곳에 던졌음에도 그가 인간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최후에야 안 권력자가 우스울 뿐이다. 그래서 권력자가 원 앤 온리 엘리트 제시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미키가 몇 번째 미키인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일 테다.
누가 원주민인가이 영화에서 다음으로 인상 깊은 것은 바로 이 대사다.
"얘네가 망할 외계인인 게 아니라 우리가 외계인인 거지!"
어디에나 통용될 법한 뼈가 있는 대사다. 특히나 이 영화가 할리우드를 겨냥하고 나온 영화인 것을 생각하자면 "원주민" 대사에 움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외계인은 우리가 알법한 고생대...? 그전으로 되돌아가서 곰 벌레 같은... 그런 생물체를 닮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메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물론 인간이 그들을 말살시키자고 마음먹은 것은 그 때문이 다는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혹은 타 생물에 대한 존중이 없는지는 괴물이나 옥자에서도 충분히 봉준호가 다룬 내용이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도 마음먹고 다루어졌다. 특히나 지구의 환경을 망친 주범이 다른 행성까지 가서 그 나라의 환경을 다 망친다는 것은 꼭 <빠삐용>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인간이 만든 SF 영화에서 나오는 흔한 전개다. 인간은 늘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이 더욱 판타지같이 그려지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사는 모든 터전에 공생은 없다. 우리의 지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전쟁과 학살을 겪고도 그 조그마한 자원을 위해 무의미하고 잔인한 사투를 벌이는지 알고 있다. 미키 17에 마샤와 카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아는 그 인류라면 그 세계는 얼마 안 가 망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더욱 SF처럼 와닿았다. 미키의 트라우마로 남은 빨간 버튼이 엔딩에서는 제대로 미키의 복사 기기를 터트렸듯이, 그들은 인간사에 남은 트라우마를 동화처럼 터트렸다. 인류가 아직 발전하지 않았을 때의 터전인 동굴에서 그곳의 원주민과 농사를 가꾸며 사는, 꼭 책 <사피엔스>의 예정된 절망이 오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 같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꼭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권력자 부부가 기어코 그 생물체를 학살하기 시작해서 인류나 그 외계인 둘 중 하나는 멸망하는 것이 어찌 보면 예정된 시나리오인데 영화는 아주 화목하게 권력자의 목을 베고서 아기도 엄마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그들은 생각 외의 평화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이 결말이 관객이 생각하는 스토리를 엉성하게 만드는 포인트라 하더라도 만족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영화에서는 그 권력자가 당선에 실패한 것으로 나오지만, 현실은 그런 권력자들이 깃발을 잡는다. 사람들은 허황되고 편향된 것에 쉽게 홀리고 영화 속 마샤만큼 이성을 잘 잡고 있지 않다. 그래서 기생충의 기우가 꿈꿨던 꿈이 실현된 영화도 몇 개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나의 조그마한 소망이 있었나 보다. 심신이 지치니 해피엔딩이 좋다. 그들이 언제까지 해피할지는 모르지만 영화관에서 한대 맞은 머리로 나오는 멍한 기분을 느끼지 않은 것이 내심 좋았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스토리와 결말 그럼에도 이러한 주제들을 다뤄줬다는 것부터 고맙다. SF라는 장르가 쉽지 않은 것을 모두가 알고 특히나 자연스러운 CG를 만들어내는데 들인 공, 그리고 매끄러운 연출과 지루할 틈 없는 전개까지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비주얼이 참 좋았다. 이런 평 조금 저급할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영화는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이 훌륭해서 눈이 즐거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심 사심이 들어간 평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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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루머의 끝의 결과는?
헨리와 안은 유명한 연예인 커플이다. 헨리는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이고 안은 극장 배우이다. 둘은 서로를 너무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 하지만 헨리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유머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인기가 하락한 헨리는 자신감도 잃게 되고 자신의 아내인 안의 잘나가는 모습에 질투를 느낀다.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낳은 아이가 아네트라는 이름의 아이였고 헨리와 안은 부모로서 아네트를 키우게 된다. 어느 날 헨리와 안은 어린 아네트와 함께 바다에서 요트를 타게 된다. 그러나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파도가 요동치는 요트 안에서 술에 취한 헨리는 안을 바다에 밀쳐내고 만다. 왜 헨리는 안에게 못된 짓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네트는 아으로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예술의 진가는 자기 자신의 회복이라고 말해주는 영화 <아네트>
안은 유명한 극장 배우로써 남편인 헨리에게 들키지 않게 자신의 반주자와 밀회를 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하락한 코미디언이 얼마나 비극적이게 삶을 망쳐놓는가?
헨리의 자학하는 개그와 욕설이 섞인 풍자 유머는 그를 성공하게 만들었다. 그런 헨리에게는 안과 함께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만들었고, 부담스러워할정도로 기자들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둘을 계속 따라다니는 뉴스 가십거리에도 헨리와 안은 사랑을 계속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아네트라는 아이가 탄생하게 만들었다. 주목받는 주인공의 삶을 살았던 헨리와 안에게 이면의 모습을 어린 아네트는 보면서 자라나게 되었고 결국에 헨리는 안을 살해하고 만다. 그동안 자신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관객들이 점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자신감을 잃게 되었고 명성ㅇ르 키워가는 안에 비해 초라하게 되어버린 헨리는 아네트에게도 노래를 시키게 만들어서 아동 착취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헨리가 미쳐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이용했던 반주자 까지도 죽여버리게 된 걸까? 때론 현실에서 헨리처럼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다가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다. 명성과 돈까지 갖고 있는 연예인들이 왜 대중들에게 멀어지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가?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루머일 수 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루머가 확산되면 빠른 시간 안에 표적은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거나 이유 없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때 느끼는 감정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를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헨리가 관객들에게 들은 욕설과 부정적인 말들로 인해 끝없는 자신감의 하락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린 당사자가 된 것은 아마도 자신을 옭아매는 루머라는 동아줄이지 않았을까 ?
*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씨네랩의 시사회에 참여하는 대가로 영화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하니엘'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에서 업로드한 게시물이며, 원글은 출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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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베놈>은 '기대보다는 아니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당초 예상되었던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용가"로 낮춰 표현 수위에 대한 불만, 이외에도 많은 원인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수익 2억 달러와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 그리고 국내 관객수 388만명은 '오히려,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도 전작과 동일한 "15세 이용가"로 발표했고 미리 공개된 북미 박스오피스는 이번 "코로나19"이후 북미 최고의 오프닝 수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는 1위와 함께 460,288명(10.15 기준)으로 '이번에도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행이 비슷한 것처럼 영화에 들려오는 평가도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역시, 개봉일에만 20만명으로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이후 관객수가 떨어지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2주차 <007 노 타임 투 다이>에게 밀려 전주 대비 65%를 기록해 큰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과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어땠는지?' - 그럼, 영화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에 이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베놈'과 '에디'는 연쇄 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의 인터뷰를 위해서, 교도소에 갑니다.
하지만 이내, '캐서디'의 도발에 넘어간 '베놈'이 ‘클리터스'를 공격하고 이내 ‘클리터스'는 '에디'를 물어버립니다.
그렇게, '베놈'의 심비오트가 ‘클리터스'의 몸에 들어가 '카니지'라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고하는데...
뭐, 이리 줄이면 남는 게 있어?
1. 빠르게, 본론부터 말하죠!
먼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분량은 90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전작 <베놈>의 러닝 타임이 107분으로 일반적으로 120분이 훌쩍 넘는 "MCU"을 비롯하여 여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짧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짧은 분량은 '오히려, <베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편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분량은 이들의 자신감으로 보였습니다.
자신이 있으니까, 짧게 한 거지?
사실, '시리즈'는 해당 작품들을 보려는 고정적인 팬층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관객들을 유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동시에 말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에는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라지는데요.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만을 본다면, "에디"와 "베놈"의 모습을 '기생인지, 공생인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은 이를 전제하에 깔아두고서, 시작하니 짧아진 분량은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클리터스 캐서디’ 즉, '카니지'와의 대결에 기다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이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2. 뭔가, 숨겨둔 게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클리터스 캐서디’, '카니지'의 모습은 일단 비주얼에 있어 합격을 받는데 큰 부족함은 없습니다.
앞서 말한 "15세 이용가"임에도 저를 비롯하여 관객들의 눈을 이끄는데 충분하나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서 보여주는 액션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카니지'로 각성해 사람들의 머리를 잡아먹는 모습들이 어설프게 마무리되니 자연스러운 하나의 연결 동작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 "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톰 하디"를 생각하면 연출적인 도움이 없는 건 더 큰 아쉬움으로 보이고요.
'소니'는 '감독판'을 풀어라!
그러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그리고 개연성에 문제가 보입니다.
극 중 "베놈"과 "카니지"의 설정이 "심비오트"로 불과 소리에 민감하다는 말을 하고 이는 "카니지"와 "슈리크"의 갈등적 요소로 쓰일 만큼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제에서 마이크를 떨어트리는데 소음이 발생해도 끄떡없는 "베놈"의 모습에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베놈"이 "카니지"를 보고서, "에디"에게 "빨간 건 위험하고, 우리는 죽었다"라는 말을 꺼내며 위기감을 조성하나 영화에서는 이에 대해서 "왜?"가 빠져있어 바라보는 관객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3.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란,
이외에도 "카니지"가 편의점 노트북을 통해서, 경찰 정보망을 뚫어버리는 설정은 '전작을 제대로 보고왔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말고도, 마지막에 "슈리크"가 "카니지"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라면서 애걸복걸하는 장면이나 다시 뜬 형사의 눈이 다르다는 점으로 90분 말고 다른 영화들처럼 120분으로 여유 있게 풀어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SCREEN X와 함께, 티키타카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장점을 말하자면, 첫 번째 '버디 무비"의 문법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디"와 "베놈"이 주고받는 농담은 뻔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설명하면서도 재밌게 보여줍니다.
시작부터 화장실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옆 칸 사람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 확인하는 모습부터 이후 "카니지"와의 대결에 내빼는 모습까지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하거든요.
다음으로 두 번째, 기존 포맷에서 관람하는 액션은 "SCREEN X"로 안 보면, 손해일 정도로 잘 나왔습니다.
특히, 각성된 "카니지"의 폭주와 "베놈"과의 성당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4. 베놈을 보았는데, 왜 스파이디만 떠오를까?
그래도, 가장 재밌는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쿠키 영상"일겁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마블"과의 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고, 이를 직접 목도하니 내심 "토퍼 그레이스"도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쿠키 영상은 앞선 영화의 아쉬움을 날려보낼 만큼 좋았지만 이게 외부적인 요소임을 생각하면 역시, 아쉽습니다.
베놈 없는 베놈 2?
이런 이유에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마지막 성당 대결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3>의 종소리에 떨어지는 심비오트의 모습이 겹칠 만큼 성당의 종소리와 구도는 노골적으로 겹쳐 보였거든요.
여기에, 히로인이 떨어지는 장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까지 떠오를 만큼 "오마주"가 흘러넘쳤거든요.
여기서, 쿠키 영상마저 남의 작품이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서는 다음 3편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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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이해하게 될 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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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다. 우울함은 최대한 늦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천천히 어른이 되면 좋겠다. 가난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슬픔, 우울, 동정심과 연민 따위의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로는 악의없이 악하기도 한, 그런 어린이로 실컷 살았으면 좋겠다. 슬픔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어버리니까.
아주 어렸던 시절, 우리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화목한지 불화한지, 세상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놀이공원의 입장료는 비싸다는 것을, 같은 놀이기구를 서너 번씩 타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부모의 표정이 썩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철 들었네.
애프터썬은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알로에젤을 바르지만... 하여튼, 영화 <애프터썬>은 열한 살 소피와 소피의 아빠 캘럼의 튀르키예 여행을 녹화한 비디오를 어른이 된 소피와 같이 보는 영화다.
아빠와 딸
소피의 부모는 이혼하고, 소피는 엄마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산다. 캘럼은 고향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스코틀랜드를 떠났고, 돌아갈 생각이 없다. 소피와 같이 살지는 않지만 아빠로서 소피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캠코더에 여행을 기록한다. 캠코더를 든 소피는 캘럼에게 묻는다. 11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그러나 캘럼은 대답하지 않는다.
캘럼은 소피와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시종일관 위태롭다. 투 베드로 예약한 호텔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고, 소피가 잠들면 혼자 생각에 빠진다. TV 옆에는 캘럼이 챙겨온 명상법과 태극권(taichi) 관련 책이 놓여있다.
이 부녀는 주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거나. 그때마다 캘럼은 소피의 몸에 애프터선을 꼼꼼하게 발라준다. 이토록 다정한 아빠이지만, 소피는 이제 캘럼이 가난하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캘럼이 잠을 못이루는 것, 술을 많이 마시는 것, 한때는 같이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모든 변화를 소피는 조금씩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해서 소피는 칭얼거리거나 아빠를 힐난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뿐이다. 캘럼도 최대한 소피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른과 아이
소피는 11살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서 있다. 호텔에는 가족, 친구, 연인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투숙한다. 소피처럼 아빠와 단둘이 온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캘럼은 때때로 소피에게 '저기 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지만, 소피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오히려 한번 같이 포켓볼을 쳤던 언니 오빠들에게 눈길이 간다.
여행지에서 캘럼이 조금씩 무너져내릴 때마다 소피는 어른들의 세계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소피를 포켓볼 쳤던 남녀에게 맡겨두고, 캘럼은 혼자 카페트 가게에 멍하니 앉아있다. 소피를 아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남겨놓고 사라진 밤에는 혼자 밤바다에 뛰어든다. 캘럼이 제정신이었다면 소피를 그렇게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소피는 성인남녀의 스킨십을 목도한다. 그들은 친구를 수영장에 밀어넣는 장난을 치면서 그들도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간 소피가 본 장면은 모두가 다 물속에서 키스하는 모습이다. 어른들이 술에 취해 죽어라 마시는 모습도 소피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중 한 명의 여자가 소피에게 무제한 음료 팔찌를 선물한다. 아직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캘럼이 바다에 뛰어든 시각, 소피는 숙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맨다. 그때 소피와 오락실에서 몇 번 봤던 남자애가 소피에게 접근한다. 그는 소피를 음습한 수영장으로 데리고 가서는 소피를 좋아한다며 키스를 한다. 결국 프론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들어갔을 때 소피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캘럼을 발견한다. 소피는 캘럼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소피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캘럼의 태극권 동작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캘럼을 따라 춤추듯 몸을 움직인다. 영화 전반부에서 늘 캘럼이 소피에게 애프터썬을 발라주지만, 후반부에 같이 머드팩을 할 때는 소피가 캘럼의 등에 진흙을 발라준다. 캘럼의 춤을, 몸짓을, 슬픔을 받아들일 만큼 소피는 성장했다(성장인지 애어른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른과 어른
영화는 소피가 어른이 된 후에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은 춤을 춘다. 장소는 소피의 기억과 뒤섞여 튀르키예의 호텔이 아니라 정신없는 클럽이다. 튀르키예에서의 마지막 날, 캘럼은 사람들 속에 섞여 춤을 춘다. 소피는 춤을 추지 못한다며 같이 추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소피는 캘럼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공항. 캘럼과 소피는 헤어진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이 입은 옷이 공항에서 본 모습인 것은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은유가 아닐까. 곳곳에 캘럼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이제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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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은 강렬한 한방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엄청난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하지도, 주인공들이 감정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캠코더에 저장된 영상들을 감상하듯, 그들의 짧은 휴가를 지켜보게 된다. 소피가 호텔 투숙객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날, 캘럼은 숙소에 혼자 들어와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우울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캘럼은 딸을 위해 노력한다. 정말 미안해.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캘럼이 사과할 때 소피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버린 캘럼을 원망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이혼하고 가족을 떠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두고 사라져버린, 화해도 용서도 못할 만큼 멀리 떠나버린 아버지를.
비디오는 소피의 왜곡된 기억들을 재정립한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비로소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피는 이제 어른이니까.
애프터썬 Aftersun
개봉: 2023년 2월 1일
상영시간: 101분
감독: 샬롯 웰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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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만난 두 토르, 로맨스를 완성하다
일생에 한 번은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그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 사람과 이별의 순간을 맞은 이후에 그것으로 인한 공허함이 마음을 채운다. 그 공허함은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잊게 만든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고 또 할 일을 해나가지만 과거와 같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지난한 마음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건 마음의 성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짝이라고 믿었던 사랑과 이별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본 후에나 가능하다.
이별은 마음속엔 늘 채워지지 않았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 연인 관계였던 토르(크리스 햄스워스)와 제인(나탈리 포트만)은 서로 잘 맞는 커플이었다. 하지만 토르는 인간을 뛰어넘는 신적인 존재였고 제인은 조금 똑똑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둘은 어느 시점 이후 관계를 정리한다. 하지만 이별 후 이들은 과거의 상대방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토르는 세상의 반이 죽어나가는 극한의 경험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자신을 가두었고, 제인은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했다. 토르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인은 자신에게 슈퍼히어로 같은 극한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함을 잃었다.
토르와 제인의 재회를 보여주는 네 번째 단독 영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와 제인이 다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마블의 1세대 히어로인 토르는 이번 영화가 네 번째 시리즈다.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르게 가장 많은 단독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1편과 2편에 등장했던 제인 캐릭터를 3편에는 등장시키지 않았다가 이번 4편에는 다시 등장시키게 되는데, 그래서 이번 영화에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다시 포함되었다. 3편이 유머와 경쾌함을 극대화시켰던 영화라면, 이번 4편은 유머와 경쾌함은 조금 톤을 낮추고 로맨스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영화 속 다시 등장하는 제인은 암 말기로 건강을 잃은 상태다. 반면 토르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확신을 하지 못해 명상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도우면서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시기에 제인은 지구에 있는 아스가르드 마을에 있는 망치 묠니르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 묠니르를 얻게 된다. 적어도 묠니르를 들고 영웅으로 활동할 때는 그에게 아픈 모습은 없다. 활기차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망치를 놓는 순간 다시 말기 암 환자의 핏기 없는 모습이 나온다.
제인과 토르가 다시 만나게 되는 건 영화의 빌런인 고르(크리스찬 베일)가 하려는 일 때문이다. 누군가와 거래하여 온 세상의 신을 죽이고 다니는 빌런 고르는 자신의 딸이 죽은 이후 신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는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그가 신들을 죽이는 목적은 결국 우주의 절대적 존재인 이터널과 소통하여 죽은 딸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그의 목적에 따른 행동은 토르를 지구로 불러들이고 과거 연인이었던 제인과 다시 만나게 만든다. 그리고는 이들이 다시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기능적으로만 활용되는 빌런 고르
영화는 빌런 고르가 가지게 되는 분노에 대해 이해시키려 하고 그가 신들을 죽이는 행동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긴장을 만들어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가 죽이려는 신들의 모두가 타락한 것은 아닐 것이고 그 방법 자체도 너무나 폭력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가 아스가르드의 아이들을 납치하여 토르를 협박하는 장면은 딸을 잃은 아빠가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고르가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의 사연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진 설득력은 영화의 말미 아이들을 납치하고 협박하면서 없어져버린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빌런 고르는 단지 제인과 토르를 만나게 하는 기능적인 역할로 보인다. 마블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전체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봐도 고르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으로만 소비된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렇게 빌런을 소비하면서 영화는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과 토르가 만나면서 벌이는 로맨스에 좀 더 집중한다.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보여줬던 재치와 유머들이 여전히 이번 영화에도 포함되어 있다. 토르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행동은 제인과의 재회 순간에 활용되며 독특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두 토르가 같이 전투를 벌이면서 서로 도와주는 장면은 꽤 완벽해 보인다.
그렇게 힘을 얻어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과 토르는 비슷한 힘을 가졌고, 서로 만나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결국 이 영화에서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가 겪은 혼란과 정신적인 성장을 서로 확인하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 낸다. 과거 <토르> 1편과 2편에서의 제인은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토르에 의지해야 했지만 이번에 다시 등장한 제인은 자신의 운명을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토르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좀 더 주도적인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유머는 줄이고 로맨스는 늘리고
사실 토르라는 캐릭터는 초기 마블 세계관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영웅은 아니었다. 케네스 브레너 감독이 연출했던 <토르 천둥의 신>은 너무 어둡고 심각한 스타일의 영화였고, 마블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 영화였다. 알랜 테일러 감독으로 연출자를 변경하고 완성한 <토르 다크 월드>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너무 심각하고 어두웠다. 영화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마블은 다시 감독을 타이카 와이티티로 바꾸고 <토르 라그나로크>를 내놓는다. 과거 토르 시리즈와 다르게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들어간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성공적으로 재탄생되었다.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는 3편의 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편에 비해서는 조금 강도를 낮췄고 로맨스를 추가시키면서 조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시도가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유머와 로맨스가 균형 있게 들어가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애매한 느낌이 든다. 빌런 고르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도 적절하게 살아나지 않는데 긴장감이 올라갈 때마다 유머나 로맨스 장면이 이어지면서 그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결국 일생에 한 번은 만나는 완벽한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토르와 제인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운 재회와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마지막 전투까지 이어진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확인한 이후 보여주는 각자의 모습은 심리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든 이야기를 토르의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마블 영화지만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분위기다. 토르가 던지는 유머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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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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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엘리트는 노동자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7★/10★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항구 도시 캉. 한 여성이 복지센터에 들어와 거칠게 항의한다. 서류 미비로 기초수급자 자격을 상실한 그는 잔뜩 화가 난 상태다. 직원들은 예약을 잡고 다시 오라고 달래지만 서류와 자격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그는 좀처럼 물러날 것 같지 않다. 그런 여자를 조용히 지켜보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이름은 마리안이다. 그는 장내가 정돈된 후 상담실로 들어가 자기 처지를 털어놓는다. 법대를 졸업했으나 결혼 후 23년 동안 가사노동만 했고, 취업 시장에서 통할 이렇다 할 경력은 없다. 남편이 외도로 떠난 후 직접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상담사는 마리안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비정규직 청소 일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리안은 그것도 좋다고 답한다. 마리안은 이내 일터로 투입되고 청소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그녀가 갑자기 수첩을 꺼내 들더니 무언가를 빠르게 적는다. 그러고는 누가 볼까 싶어 얼른 수첩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렇다. 마리안의 사연은 모두 가짜다. 그는 저명한 르포 작가로 직접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으로 책을 쓴다. 이번에 쓰려는 책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험난한 삶이다. 그래서 지인이 없는 도시로 왔고 사연을 꾸며내 상담받은 후 일자리까지 얻은 것이다.
마리안은 빠르게 일터에 적응한다. 동료들과도 가까워진다. 문제는 동료들이 마리안의 정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일을 마친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볼링을 치는 장면을 보자. 술과 음료를 판매하는 볼링장이지만, 이들은 주차장으로 나와 직접 가져온 술을 마신다. 볼링장 안에서 파는 술은 비싸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그 행위 동기를 안다면 수치스러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수치심이야말로 마리안이 포착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많이 담아낼수록 마리안 책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기에.
마리안은 몇몇 동료 중 크리스텔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크리스텔은 마리안이 복지센터에서 상담을 기다릴 때 기초수급 자격을 잃었다며 소란을 일으킨 인물로, 현재 혼자 세 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중이다. 마리안은 크리스텔과 친구/취재원의 경계를 오가며 점차 깊은 관계를 맺는다. 크리스텔과의 인상적 대화를 기록하며 책 집필 방향을 잡는다. 크리스텔의 아이들과도 친해진다. 처음엔 팍팍한 삶에 불쑥 들어온 마리안을 경계하던 크리스텔 역시 마리안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다. 마리안이 계산적인 목적만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 마리안은 크리스텔이 마음에 들며 그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크리스텔은 마리안이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데서 동질감을 느낀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 두 사람 유대의 핵심이다.
마침내 마리안의 정체가 폭로된다. 크리스텔은 큰 충격을 받는다. 마리안은 크리스텔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호소하지만 거짓 위에서 정초된 관계에서 그의 진심은 오히려 상대의 화를 더욱 돋울 뿐이다. 둘이 진정한 친구였다는 사실이 강조될수록, 크리스텔이 느끼는 배신감과 모독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얼마 뒤 책이 출간된다. 마리안의 책은 큰 관심을 받는다. 서점에서 진행한 출간 기념 행사에는 마찬가지로 마리안의 비밀을 몰랐던 또 다른 동료들이 참석해 마리안의 작업을 칭찬한다. 마리안이 자신들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것이다. 즉, 마리안의 작업에는 그 의미를 확정적으로 재단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는 엘리트보다는 잠깐이나마 비정규직의 삶을 ‘체험’하고 그를 세상에 알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엘리트가 확실히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해서 모든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리안은 아직 크리스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마리안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크리스텔은 마리안을 불러낸다. 그리고 이전처럼 여객선 청소를 하자고 제안한다. ‘너’가 정체를 숨기고 하고자 한 일을 이룬 후에도 ‘나’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크리스텔은 단 한 번이라도 마리안이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면 마리안과 친구로 남을 의향이 있다. 마리안의 선택은? 눈물지으며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마리안은 근사한 옷을 청소복으로 갈아입지 않는다. 크리스텔은 그럴 줄 알았단 냉소적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곧바로 일터로 향한다. 좌파 엘리트는 노동자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논쟁적인 질문에 대한 이 영화의 답은 ‘아니오’다. 영화는 좌파 엘리트가 자신의 대의와 업적, 명예를 위해 노동자를 이용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가 어떤 효과를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할까? 조지 오웰과 프리드리히 엥겔스 등 당장에 떠오르는 몇몇 반례(어쩌면 무수한 반례)가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질문과 대답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새롭게 쓰일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이 반례가 적절하지 않다고 정당하게 문제제기할 수도 있다. 토론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 논쟁적인 영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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