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07-13 22:53:12
그 시절, 우리가 경험했던 성장통!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대만 영화 = 청춘 영화’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대만 영화는 청춘 그 자체다. <청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그리고 드라마인 <상견니> 등 다수의 대만 청춘 영화를 열거할 정도다. 매년 한 편씩 대만 청춘 영화가 개봉하고 있으니, 대만에서는 우리나라가 단골쯤 될 것 같다. 지난 11일 개봉한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대만 청춘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지만, 러블리한 추억을 상기시켰던 이전 작품들과 다른 청춘의 성장통을 보여준다. 솜사탕인 줄 알고 먹었다가 뒤에 소주 한 잔의 향이 입안에 감도는 느낌이랄까.
때는 1997년, 고등학생이 된 아이(진연비)는 대만 명문 제일여고에 입학한다. 하지만 그 사실이 부끄럽다. 이유는 야간반 학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간반과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학교에 가지만, 시간대가 다르고 명찰도 다르다. 그리고 ‘짝퉁’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래도 학교에 계속 가는 건 낮에 자신의 책상을 쓰는 주간반 학생 민(항첩여)과 영혼의 단짝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은 주간반, 야간반 교복 하나씩을 교환해 땡땡이도 치고, 밴드 음악을 들으러 가기도 한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과 성향을 가진 민과 자유로운 일탈을 경험하는 아이. 하지만 주야간반 사이의 신경전을 점점 심화되고. 결정적으로 첫눈에 반한 동급생 루커(구이태)를 민이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 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의 중요 설정은 ‘공유’다. 영화는 과연 나와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주야간반이라는 설정은 물론, 같은 교복을 나눠 입는 것, 좋아하는 남학생 등 아이와 민은 서로 다르지만,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공유한다.
학창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아이와 민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은 좋아하는 친구와 모든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시기이니까. 아이는 점차 민처럼 되려하고, 주간반 학생처럼 행동한다. 특히 루커 앞에서 남루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주간반을 다니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거짓말을 한다. 루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아이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귀엽게 보인다.
영화는 이런 아이의 모습을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아이는 민처럼 잘살지 않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에 놓인 이 소녀가 할 수 있는 건 금방 들통날 거짓말과, 엄마를 향한 날 선 말뿐이다. 후반부 큰 사건이 벌어진 이후 아이는 민과 동일한 것을 공유하는 삶은 현실적으로 무리이고, 자신의 본모습을 인정하고, 힘들지만, 부끄럽지만 남이 아닌 내 길을 묵묵히 가는 게 옳은 것이라는 걸을 깨닫는다. 그 자체로 찐한 청춘의 성장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무거운 톤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대만 도심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풋풋한 세 인물의 삼각관계, 그리고 아련함 등 기존 대만 청춘 영화의 장점은 계승한다. 대신 그 농도가 옅기는 하다. 대신 우리나라 수능에 버금가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가난과 세대, 계급 간의 문제 등을 담백하게 집어넣으면서 영화의 무게감을 싣고 이전 청춘물과와 다른 차별화를 갖는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누구에 의해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인생의 도움닫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후반부,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았던 민과 루커 또한 그들만의 어려움과 아픔이 있고, 그들 또한 부모의 기대와 사회의 흐름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그 시절, 십대들의 고민은 모두 비슷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소 진부한 구석도 있는 영화가 계속해서 관객을 설득하게 하는 건 풋풋한 대만 라이징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극 중 이름처럼 아이같이 작고 순수함이 가득한 아이 역의 진연비와 반대로 거침없이 돌진하는 걸크러시 매력이 다분한 민 역의 항첩여의 앙상블은 그 재미를 더한다. 특히 진연비는 영화 <침묵의 숲>으로 금마장 신인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다른 나라이지만, 우리나라 관객들도 체감할 수 있는 대학 입시, 주야간반의 추억과 함께 팬레터, 비디오 가게, 필름 카메라 등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감성 아이템도 한몫한다.
청춘은 그 자체로 찬란하다. 모든 게 서툴지만, 그래서 더 순수하고, 좌절과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로 인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청춘의 시간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더 돌이켜보고 싶은 청춘의 시간. <우리들의 교복시절>로 잠시나마 시간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사진 출처: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평점: 3.0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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