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8-09 14:41:59
[INTERVIEW]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영화’라는 매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사서 유'님 인터뷰
크리에이터 '사서 유'님 인터뷰
지난 7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사서 유'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책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는 '사서 유'님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크리에이터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지금 특성화 고등학교의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하고 있고, ‘씨네랩’에서는 크리에이터명 ‘사서 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서라는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제가 원래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작가 쪽으로 이제 곧 대학교를 갈 뻔했다가 아쉽게 가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는 책이랑은 멀어질 수 없다’는 마음에 바로 고민하고 선택한 것이 도서관 사서였어요.
특성화 고등학교의 사서분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제가 지금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긴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 소속되어 있어서 계속 학교를 옮겨 다녀요.
학교 도서관 사서의 역할은 일단 학교 도서관 전체를 총괄하는 일이에요. 아이들 독서 수업, 미디어 문해력, 리터러시 교육같이 가장 기본적인 문화 프로그램, 독서 프로그램, 도서부 운영 등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거기에 전반적인 예산 관리 그리고 구입 신가 들어오는 것까지 모두 총괄하고 있습니다.
사서로 재직하신 후에 영화를 관람하거나, 영화 취향에도 영향을 주게 된 부분이 있나요?
네, 아무래도 그게 영화 특히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관심 있게 보게 되는 편이에요. 또, 영화를 보고 나서 작품의 원작 소설을 도서관에 들여놓기도 하고요.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작품을 읽고 영화를 보면 너무 좋거나, 너무 실망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실 테니까, 원작이 있는 영화를 봤을 때 어떤 편이세요?
저는 호불호보다는 관점의 차이를 느껴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이 이언 매큐언 작가의 《속죄》라는 작품이거든요.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운명 그리고 그것이 한 명의 거짓말로 인해서 한 커플이 무너지는 모습을 담으며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에 두었거든요. 사실 소설 원작 소설에서는 그 한 커플을 무너지게 했던 그 거짓말을 한 여주인공의동생이 평생을 거쳐 속죄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에요.
그것을 보면서 한 가지 스토리를 보고 관점을 아예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것 같아요.
(사서유 님의 추천작, <그 남자의 책 198쪽>(2008))
글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처음으로 이렇게 긴 글의 영화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 어릴 때부터 영화를 되게 좋아했어요. 영화를 좋아하고 글도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 때부터 블로그를 했고, 거기에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다 올려놨어요. 그래서 지금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쓴다고 하지만 꾸준하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 꾸준함에 대한 동력이 또 어떤건지도 궁금한 것 같아요.
글을 쓰다가 안 쓰면 글쓰는 능력이 퇴화하는 기분이 들어서 불안한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제가 글로 어딘가 연재를 하고 그런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학교 도서관 저널’이라는 잡지에 2년 동안 음악 관련 에세이 코너를 연재하기도 하고, 영화 관련 콘텐츠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어요.
또, 은행 어플에다가도 글을 싣고 원고료를 실제로 받아보면서, 글로 돈을 벌다 보니까 이게 단순히 취미였을 때랑 지금이랑 굉장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그냥 좋아하는건데 이걸 안 하면 약간의 숙제처럼 느껴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글 쓰는 능력이 퇴화 되는 것처럼 느껴지면 불안함이 느껴지는 거죠.
돈을 벌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동시에 불안함이 추가된 셈이군요.
오랜 시간 블로그부터 여러 활동을 해오신 거잖아요. 처음과 비교해 또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혼자 쓰는 느낌이 강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여러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악플을 받아봤어요. 그때 실감한 것 같아요.
‘내 글을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정보가 필요한 이야기가 있을 때, 그리고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조금 더 신경쓰게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다보면 감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서 유’님은 어떤 편이신가요?
네, 글을 쓰면서 아무래도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약간 영화를 볼 때는 뚜렷하지 않고 이런 느낌인 것 같다는 추상적인 감각만 있다면, 글을 쓰면서 그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고, 생각이 정립되는 것 같아요.
(사서유 님의 추천작, <귀를 기울이면>(1995))
영화 질문으로 넘어가볼까 하는데요. ‘사서 유’님에게 삶의 이정표처럼 힘들거나 지칠 때 나를 이끌어주는 영화가 있을까요?
저는 <라라랜드>를 되게 좋아해서 <라라랜드> 촬영지를 직접 다 가 보았거든요.
그 영화가 사실 꿈을 좇고, 현실적으로 주인공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하잖아요. 내가 언젠가 출판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언젠가 내 글을 조금 더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우울할 때 <라라랜드>를 보면, 또 ‘맞다 이렇게 각자 열심히 각자의 꿈을 찾아서 가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볼 때, 이 영화가 좋다고 느껴지는 포인트, 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저는 일단 오프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프닝, 처음에 강렬하게 이끌리면, 그 영화가 대체로 끝까지 잘 가는 것 같더라구요. 같은 평점의 영화더라도 오프닝이 강렬한 영화랑 결말의 여운이 강렬한 영화는 느낌이 굉장히 다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대체로 오프닝이 강렬하면 결말도 좋더라고요.
영화를 볼 때 주목해서 보는 지점도 오프닝일까요?
영화를 볼 때 주목해서 보는 건. 영화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지예요.
예를 들어, 영화 <클로저>같은 작품에서도 유명한 대사가 있잖아요. ‘사랑이 어디있어?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어!’
근데 그게 그 영화의 관점을 관통하는 대사이잖아요. 그렇게 대사나, 어떤 시퀀스 자체로도 영화를 관통할 수 있는 시퀀스가 있는지 그걸 좀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남들이 잘 안 봤을 것 같은데 봐줬으면 하는, 숨겨둔 애착 영화를 공개해 주세요!
<비커밍 제인>이요. 오만과 편견을 쓰기 전 ‘제인 오스틴’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건데 그게 제임스 매커보이가 지금처럼 엄청나게 유명해지기 전에 찍었던 영화예요. 그때 제임스 메커보이를 처음 알게 됐는데, 그때가 제임스 매커보이의 가장 리즈 시절이었거든요. (웃음)
그리고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을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 ‘제인 오스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고, 작가가 쓴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작품이예요.
(사서유 님의 추천작, <시니어 이어>(2022))
이렇듯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서 유’님이 씨네랩과 계속 함께 해 주시는 이유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일단 영화 잡지 자체가 오프라인이든 웹진이든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영화 자체를 다루는 전문적인 이런 플랫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반가운 마음이라서, 언젠가 저도 거기에 글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혹시 씨네랩을 통해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네, 기획 기사를 올려보고 싶은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서들 이야기를 모아서 한번 기획 기사로 써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웃음) 씨네랩에 와 주시는 유저분들이 ‘사서 유’님의 글을 읽고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을 떠올려 주시면 좋을 것 같은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그냥 제가 쓴 영화에 관련된 글을 읽으시면서, 단순히 이런 생각도 있구나 그 정도로만 오히려 저는 얕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는 마음이에요.
‘나 말고 다른 생각이 있네, 이런 생각/관점도 있네.’ 이정도로요.
또, 저는 영화에 제 이야기를 많이 쓰는 편이라서, ‘나도 이랬었는데, 이 사람도 이랬더라’ 그렇게 공감되는 부분에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정도로 같이 봐주시면 저는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서 유’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면서 이야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사실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가 ‘바빌론(2022)’이예요.
영화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이 영화처럼,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영화’라는 매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물론 사서 이기는 하지만, 텍스트라는 것은 사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잖아요. 바뀌어도, 시대상이나 문법적인 부분이 조금 변화할 뿐이지 텍스트라는 것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는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 천차만별로 바뀌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 바벨론의 마지막 시퀀스 영화가 무성 영화일 때부터 최근까지 변화한 과정을 보면서,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되게 뜻깊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런 것 때문에 그냥 내가 어떤 영화의 한 시대에 같이 살고 있고, 같이 진화하고 있고 이런 점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어서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크리에이터 사서 유님과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귀가 풍족해지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사서 유님이 걷는 모든 길을 응원하며, 출판 작가가 되는 그 날까지, 씨네랩이 열심히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에이터 사서 유의 ‘책’과 관련된 추천 영화 3편!
1. 그 남자의 책 198쪽
- 공공도서관 사서와 도서관 이용자인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주기적으로 같은 책의 패이지를 찾는 남자의 사랑을 함께 쫓는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도서관을 배경으로한 가장 로맨틱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 귀를 기울이면
- 학교도서관이 배경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같은 책을 빌리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내용으로 책 마지막에 대출카드에 기입하던 그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시니어 이어
-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가 여주인공의 모교 사서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여주인공이 잃어버렸던 자신의 과거를 남자가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로맨틱하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사서 유님의 더 많은 글을 확인 하고싶다면, 씨네랩 글 보러가기
‘사서 유’님 개인 SNS 페이지 https://brunch.co.kr/magazine/movieyoo
- 1
- 200
- 13.1K
- 123
- 1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