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5-10 21:19:57
[JIFF 데일리] 침묵하지 않는 카메라는 마침내
영화 <양양> 리뷰
SYNOPSIS.
어느 겨울밤, 주연은 아빠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는다. 아빠는 술에 취해 혀가 꼬인 목소리로 주연에게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날 40년 전 자살한 고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주연은 가족의 수치스러운 비밀이 된 고모의 흔적을 추적한다. 주연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지워져 온 여성들을 기억하며,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모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간다.
PROGRAM NOTE.
양주연 감독의 <양양>은 가족사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양 씨 집 안의 첫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남동생이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익숙한 만큼, 가족 안에서 자기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가족의 풍경’이다. 그런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누나가 있음을 고백했고, 그렇게 40년 전에 사라진 고모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1975년, 대학교 4학년이었던 감독의 고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할머니가 남겨 놓은 고모의 사진을 발견한 뒤,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고모가 자살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고모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사라진 고모의 자리‘뿐 아니라, 가족 안에서 늘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던 ‘양주연 감독의 자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진수)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박형규 역, 문학동네 버전) 문학사 안팎에서 길이길이 회자되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처음 들을 땐 그렇지 뭐,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이 문장이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과연 그러한가? 정말 그러한가?
세월을 머금은 색감의 홈 비디오에서 부드럽게, 고화질의 결혼식 영상으로 넘어가며 시작하는 이 영화 또한 그렇다. 내레이션 속 감독도 스스로 인정할 만큼 화목한 가정, 부족한 것 없이 딸과 아들을 길러낸 집. 90년대에 홈 비디오로 풍성한 일상을 담을 만큼, 그 영상 안에서 생일 파티를 즐기는 아이의 웃음만큼, 밝고 환해 보이는 집.
이런 집들만 보다 보니까 가정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왜 우리 집만 이렇지? 왜 나만 이렇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 전,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남긴, 딱히 내게 던진 것도 아니었던 한 마디가 내겐 잊히지 않는다. "모든 가정에는 다 문제가 있어요. 문제 없는 집은 없고, 그러니까 상처 없는 가정도 없어요."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문장인데 우리는 그 말을 잊고 산다. 슬픈 일은 가슴에 묻고, 남부끄러운 일은 적당히 묻어 두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단란한 일상을 바지런히 꾸린다. 그러나 문제 없는 집도 없고 상처 없는 집도 없으니, 감독이 어느 날 알게 된 사실, 이미 오래 전 세상을 떠난 고모의 이야기도 그렇다.

감독은 고모 주변 사람들에게 고모의 이야기를 묻고, 고모의 죽음을 파헤친다. 그간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 왔던, 보고 듣고 이야기해 온 것들이 고모의 이야기와 공명한다. 다만 이번에는 그 '고모 주변 사람들'에 감독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포함될 뿐이다.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게, 하지만 자식의 작품 앞에 최선을 다해,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마찬가지로 조금 어색한 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감독의 목소리. 어쩐지 사랑스러워서 조금 웃음도 나왔다. 그러나 이내 이야기가 나아가면서 감독의 목소리는 점차 진중해진다.
힘들다고 덮어둔 기억을 감독은 부감한다. 자기 가족의 일을, 극화하지도 않고 민낯 그대로 인터뷰를 하면서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카메라는 끝내 침묵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두라는 말에도 꿋꿋하게, 고모의 죽음을 따라간다. 그건 탐정의 자세나 경찰의 태도와도 다른 그 누군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누군가의 자세와 태도다.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죽음.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불확실한 정황. 오래 전의 아픈 일에 대해 바래고 조각난 기억들. 그 안에서 감독은 사회에 끊임없이 익숙하게 찍히는 사건들의 발자취를 본다. 그리고 그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자신이 가족 안에서 겪어왔던 일들이나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들도 길어 올린다. 아무 악의 없이 부드럽게 놓인 말들, 어쩌면 감독 스스로에게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런 말들. 그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일상의 작은 말 한 마디에서 누군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모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낼 수는 없다. 이 영화는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감독이 찍은 작품이니까. 고모의 죽음이 타살이었는지 자살이었는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알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각조각 드러난 진실 속에서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보면서 어쩌면 감독의 고모의 죽음과 아주 닮아 있었을 어떤 죽음들을 생각했다. 몇 시간에 하나 꼴로 새로운 기사가 뜨는 그런 사건들. 요즘 또 부쩍 많이 보이는 사건들. 피해자의 생명보다 가해자의 수능 점수 같은 것이나 주워섬기고 있는, 악의 없이도 충분히 악독해지는 얄팍한 담론들.

또 하나, 그저 사망한 존재로서만이 아닌, 삶을 영위하던 순간들의 고모를 감독은 그려낸다. 그렇게 단지 죽은 사람, 마음 아프니 덮어둘 사람만이 아닌, 살아 있었고 살아가고 있었던 존재로. 피해 대상으로서만 피해자를 묘사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예를 들어 피해자가 수능 만점의 의대생이었으니 그 죽음이 얼마나 아깝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피해자로서도 지워지는 경우가 허다해 더 끔찍한, 그래서 가끔 어떤 유가족들이 사진을 공개한다는 선택지를 끄집어 들게 만드는 이 사회의 서술 방식을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의 서술 방식 앞에 감독의 말하는 방식은 경종을 울리는 바가 크다. 나직나직한 감독의 내레이션이 더 많은 상영관에서 울려퍼지면 좋겠다.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되면 좋겠다. 이 감독의 시간이 쌓이고 또 쌓여,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침묵하지 않는 카메라는 마침내 부감에 성공하고 마니까. 더 많은 이야기가 그 부감의 시선에 밝히 드러나길.
어떤 죽음으로 떠나간 사람들, 어쩌면 나였을 수도 내 친구였을 수도 있는 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2024. 05. 03.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29)
2024. 05. 05.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411)
2024. 05. 07. 21: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652)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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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리들리 스콧. 거장이죠
이 글은 영화 [글래디에이터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결혼이나 승진 같은 이벤트일 수도 있고, 인생의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얻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순간이 만약 배우에게 다가온다면. 당연히 자신의 존재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역할을 만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러셀 크로우라는 배우에게는 극 중에서 그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원수인 황제 앞에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내뱉는 순간이 바로 그렇게도 기다리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검투사들 앞을 스쳐 지나가는 그의 모습은, 화면상에서 봤을 때 상대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압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의 극 중 이름에도. 그리고 배우로서의 이름에도 남다른 무게감이 생긴 뒤에 느낄 수 있는 후광효과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후광 효과를 만들어 낸 위대한 감독 리들리 스콧에게도 [글래디에이터]는 매우 특별한 영화다. 24년이 지난 지금에도 막시무스의 이름을 들으면 전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속편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값뿐만 아니라 영화의 이름값도. 게다가 불세출의 영웅 막시무스에게도 톡톡이 값을 치러줘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님 개연성 어디 갔어요
사진출처:다음 영화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겨우 본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그 우려(?)는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되어버렸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들은 1편에서 따왔지만 안타깝게도 개연성과 임팩트는 24년 전 영화에서 신나게 써 버려 이미 멸종한 것처럼 느껴진다.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는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눈에 분노가 있다고 말한다. 전쟁 중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시민들을 잃었으니 분노의 계기는 명확하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과 깊이는 애처로울 정도로 얕아서 영화 상에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힘들다. 그나마 쌓아 올린 나노단위의 분노조차도 결국 마르쿠스(페드로 파스칼)를 경기장에서 만나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덕분에 영화의 초반부에는 이렇게 말 잘 듣는 전쟁노예가 있었던가.라는 어이없는 생각마저 하게 한다.
초반부에서 자신의 뿌리를 다시 한번 알게 된 각성한 주인공이 후반부에는 독자적으로 "로마황제 프로듀스 101"을 찍고 있는 마크리누스에게로 칼끝을 겨누는 과정도 그다지 인상적이라거나 매끄럽지 않다.
그 연결고리로 선택한 것은 쌍둥이 황제의 존재이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들이 잘못한 것이라 해봐야 화장을 무당처럼 하는 바람에 밤에 마주치면 무섭게 보이겠다 정도일 뿐. 인간성의 잔인함을 강조하는 것 외에 주인공과 크게 관련된 이벤트는 없어 보인다. 그러니 황제의 존재 이유는 마크리누스의 귀걸이보다도 작고 하찮게 보이고, 그로 인해 과연 그만큼의 품을 들여서 이들을 없앨 이유가 있었던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진출처:다음 영화
또한 2편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의 태생적인 한계에서부터 온다.
주인공에게 고유함과 더불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막시무스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루시우스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버지의 이름 덕에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등장하는 극초반부의 장면은 정말 많은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것도 전장을 둘러보는 막시무스를 향해 인사하는 동료 병사들의 표정으로. 그를 향한 믿음과 존경. 전우애와 의지를 꽉꽉 채운 눈빛으로 말이다.
막시무스는 촉망받는 장군이었으며 분노를 장착한 정치게임의 패배자였고. 죽음이 그를 덮친다 해도 무릎 꿇기는커녕 어서 나를 갈기갈기 찢어보라며 포효할 인물이었다. 잔인한 전투 장면이 없이도 그의 걸음걸음마다 위엄이 느껴졌다.
그러나 루시우스에게 주어진 서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너무도 옅은 데다 유약했고. 그 덕분에 루시우스는 아버지에게 그저 만담실력을 물려받은 호탕한 사람 정도로만 느껴진다.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다. 그는 로마 제국의 단 하나 남은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핏줄을 아무리 영화라지만 살해할 리는 없다.
우리는 막시무스가 그토록 살아남기를 원했고. 화면 속에서 시간이 흐를 때마다 죽어가는 그를 보며 눈물과 안타까움을 삼켰지만. 아들은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온 세상 인물이 다 죽는다 해도 자신은 절대 죽지 않을 테니. 믿는 구석이 애초에 있는 사람의 전투가 간절해 보일 리가 없다.
거장의 장기자랑 타임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장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십분 살려내 화면과 남은 시간 가득 채워내는 것.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운 초반부가 지나고 나면 후반부에는 우리가 감독에게 기대했던 모든 장면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관객의 눈에 안긴다. 소위 "큰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가진 요소들인 거대한 스케일과 장엄한 장면에서 갖추어야 할 카타르시스들을 모조리 느낄 수 있다. 기존의 검투 장면들 역시도 작정한 듯 화려하게 준비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거의 장면들은 아름답다 못해 심장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런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독은 지구상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 밖에 없을 것이며. 그의 존재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후반부 덕에 앞부분의 불쾌함이 조금은 날아간다.
물론 영화가 주는 장대함과 압도당하는 힘이 스토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장면 자체가 주는 웅장 함이라는 것은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보상은 완벽히 가능하고. 정해진 결말로 가는 그 길마저도 조금은 기대로 채울 수 있다.
마치면서
내가 존 스노우 시절(대충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뜻) 두려움이 너를 구할 것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꽤 오랫동안 내겐 미스터리와도 같았다.
한낱 평범한 사람인 나 조차도 두려움을 이토록 피하고 싶은데. 자신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버린 작품의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얼마나 피하고 싶은 과제였을까.
두려움에서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 거장은 스스로가 가진 모든 "치트키"를 활용했다. 주어진 두려움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한 덕에. 이 두려움의 바다에 빠졌을(?) 거장은 뭍까지는 떠밀려 올 수 있었다.
머금은 모래를 내뱉고 따끔거리는 바닷물이 코에서 흐르는 걸 느끼며 진절머리를 쳤겠지만. 비로소 폐 한가득 신선한 공기를 마실 때는 안심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결과 또한 아마도 조금은 매콤하지만 다행인 평이될 것이다.
또한 다음번에 두려움의 바다에 빠졌을 때 무사할 행운이 다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의 TMI]
1. 베이글 그만 먹고 싶은데 그게 안 됨
2. 아침 운동 너무 힘들다.
3. 너무 추워서 난로를 사고 싶은데 전기세가 걱정된다.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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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 어린이와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바로 씨네키즈 플러스 입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뒤에 붙은 번호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서 5,10,14 로 나누어져 구성됩니다.
제가 본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예술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상영 영화는 "피벗" 입니다.
*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지양해야 하는 표현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주제 상 구분하여 적겠습니다.
영화 피벗의 주인공은 농구를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옷들 (드레스나 원피스) 보다는 캐쥬얼한 옷들을 좋아합니다. 화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꾸 화장품과 원피스들을 건네주는데요,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할 것인지 갈등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원피스의 꽃들이 눈을 달린 몬스터처럼 변하는 연출 방식이 좋았습니다!
두번째 상영 영화는 "여름눈"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여름눈인 이유는 여름과 눈은 공존할 수 없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이 벌어나질 않기 위해서 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녀가 돌고래를 만나 구해주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눈이 즐거웠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영화는 "돼지공은주" 입니다.
돼지공은주는 보면서 동화책을 토대로 제작되었다는게 느껴졌다. 어린이 동화에서 느껴질만한 상상력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놉시스는 평범한 5학년 공은주가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애로부터 돼지공주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후,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받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반지라는 소재는 좋았지만, 반지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도 개연성이 높지는 않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다른 영상들에서 많이 나왔던 반전요소이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대사를 통해서 모든 설정과 얘기를 말해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하려는 메세지는 좋았습니다!
네번째 영화는 하회, 허! 이다.
이 작품은 중간에 랩이 들어가서 신선하다고 느껴졌던 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느낌과 노래를 섞어서 신명나게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다섯번째 영화는 "내 이름은 말룸" 입니다.
말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말룸이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후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노래와 함께 너무 아름답게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들이었는데요! 다양한 영화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장편과 달리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영화제가 아니면 따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제에 오시면 단편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어요!!! 아이들과 손잡고 와서 보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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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다가왔네요
9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1주 개봉영화 5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마블 페이즈 4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을 합니다.
마블의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아이언맨', '앤트맨' 등
기존 마블 작품 속에서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전설적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루는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펼칩니다.
넷플릭스의 '김씨네 편의점'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시무 리우가 '샹치' 역을 맡았고
양조위, 아콰피나, 양자경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춥니다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익스트림 액션과
현대와 고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비주얼!
첫번째 추천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켈리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 2019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영문 소설 TOP100이자 21세기 최고의 책 TOP100으로 꼽힌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전설적인 영웅이자 범죄자로 이름을 떨친 ‘네드 켈리’의 실화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세기의 소설입니다.
탁월한 원작 소설에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매력적인 연출력과 밀도 있는 시나리오가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 영화 "켈리 갱"이 개봉을 합니다.
"켈리 갱"은 전설적인 존재 ‘네드 켈리’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주인공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저스틴 커젤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네드 켈리’를 찾았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1917'의 조지 맥케이가 낙점됐습니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의 이야기
두번째 추천영화 "켈리갱"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코다 CODA , 2021
선댄스 영화제 역대 최초 US 드라마틱 부문 4관왕 석권!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가
어느 여름날, 우연히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감동 가득한 뮤직 드라마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농인 가족 캐릭터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의 엄마 '재키' 역을 맡은 배우 '말리 매트린'이 농인 배우로,
그는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을 통해 오스카의 트로피를 거머쥔 최초의 농인 배우죠
또한 청인배우는 코다인 주인공 '루비' 역에 캐스팅된 배우 '에밀리아 존스'와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놀라운 가창력으로 화제가 된 배우
'퍼디아 월시 필로'가 맡아 환상적인 뮤직 케미를 선보입니다.
'라라랜드'로 그래미상 2관왕을 수상하고 '물랑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2관왕을 달성한 음악 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자신의 음악적인 역량을 총동원하여 탄생시킨 뮤직 드라마!
세번째 추천영화 "코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습도다소높음 The rain comes soon , 2020
대한민국 최초 코로나19 소재 영화의 탄생!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에어컨을 꺼버린 극장에서 벌어지는 현실공감 땀샘개방 코미디입니다
너도 나도 힘든 코로나19 시대,
존폐 위기에 놓인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통해 웃음 폭탄은 물론 공감까지 보여주는데요
출입명부 기재 거부, 마스크 착용 거부 등 코시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빌런들의
기상천외한 진상 행태와 이에 맞서 꿋꿋하게 방역 수칙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하는 극장 직원의 안타까운 모습 등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디선가 꼭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격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코미디 장인 고봉수 감독과 이희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개성 넘치는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챠유미, 고주환 까지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고 합니다.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로 관객들의 웃음을 개방시킬
네번째 추천영화 "습도다소높음"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최선의 삶 Snowball , 2021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부터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 수상 쾌거
영화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원작으로
'송한나', '옷 젖는 건 괜찮아', '애드벌룬',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
단편 영화를 통해 주목 받은 이우정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열여덟 세 친구 ‘강이’, ‘소영‘, 아람’ 싱크로율 200% 최선의 캐스팅인데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이렇게 세주인공입니다.
"최선의 삶"은 일찌감치 각종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어 단연 기대해도 좋을 올해의 데뷔작 탄생을 알렸습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 CGK&삼양XEEN상 2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선택상을 수상하고
지난 8월 6일부터 열린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2021 New York Asian Film Festival)에서
방민아 배우가 국제 라이징스타상(Rising Star Asia Award)을 수상하는 영예를 더했습니다.
열여덟, 그때가 최악이었던 나로부터! 2021, 그때는 최선이었던 우리에게!
그 시절을 소환할 우리의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최선의 삶"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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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다> 한국영화 최초! 2020 미국 넷플릭스 최다시청 외국영화 TOP 4 기록!
출처: (왼쪽부터) 넷플릭스, Deadline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 시너지, 신선한 볼거리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모은 영화 <#살아있다>가 2020년 미국 넷플릭스 회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외국영화 4위를 기록했다.
조일형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로 배우 유아인이 오준우 역을 박신혜가 김유빈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미국 유명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살아있다>는 2020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외국영화 TOP 10 중 4위를 기록, 아시아권 영화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9월 넷플릭스 공개 이후 전 세계 35개국 무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영화 최초로 글로벌 무비 차트 1위까지 석권한 이후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룬 것으로 <#살아있다>를 향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이에 넷플릭스 관계자는 “글로벌 대중문화로서의 신한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현 시점에 <#살아있다>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넷플릭스 회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매우 기쁘다.”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유명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불확실함, 외로움 등 코로나19 시대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올해를 장식한 10편의 넷플릭스 콘텐츠 중 한국영화 <#살아있다>를 추천해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살아있다>는 해외 언론 매체로부터 “한국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한다."(Geek Culture, 미국), “좀비 영화가 독창적이면서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The Straits Times, 싱가포르), “넷플릭스에서 좀비 영화 팬들이 사랑에 빠질 영화”(Looper, 미국) 등 호평 세례는 물론 “훌륭한 좀비 영화. 긴장감과 똑똑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최고의 배우들. 한국영화에 대한 호감 상승 중이다.”, “더 이상 볼만한 좀비 영화가 없다고 느낄 때 다시 심장 뛰게 한 영화” 등 해외 관객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이렇듯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생존 스릴러로 국내에 이어 전 세계 관객들까지 완벽하게 매료시킨 <#살아있다>는 K-콘텐츠의 신드롬을 이어나가고 있다.
참신하고 신선한 소재, 예측불가한 전개와 매력적인 배우들의 거침없는 에너지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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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호
📮 5월 5주차 2번째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 HBO <해리 포터> 시리즈, 드디어 해리·론·헤르미온느 주인공이 확정됐습니다!
30,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배우가 전 세계 팬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어요.
🔹 해리 포터 – 도미닉 맥러플린
🔹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 아라벨라 스탠턴
🔹 론 위즐리 – 앨러스터 스타우트
오는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시리즈는 원작의 책 한 권씩을 한 시즌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해요.
새로운 시대의 마법사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호그와트의 이야기,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기대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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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해리 포터’가 HBO 시리즈로 새로운 주연 배우와 돌아온다.
❷ 마틴 스코세이지, 차기작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재회할까?
❸ 조쉬 오코너, 조엘 코엔 신작‘잭 오브 스페이드’ 주연 확정
❹ 대니 보일의 영화 ‘28년 후 ’6월 19일 국내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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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 오길
* <괴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괴물 (202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가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다나카 유코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 시간: 127분
개봉일: 2023.11.29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미나토(쿠로가와 소야)'는 동네 걸스 바 건물이 화재로 활활 불타는 장면을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함께 뜬금없는 질문을 내뱉는다. 엄마는 아들이 기이한 질문을 하게 된 저의나 아이의 생각보다 이런 말을 어디서 듣고 왔는지가 더 궁금하다. 학교에서 배웠다는 미나토의 대답. 사오리는 요즘 학교는 별 걸 다 가르친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만다.
그 물음은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징후였을까. 어느 날부터 아들 미나토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상처가 난 채로 집에 돌아오기도 하고, 물통에는 새까만 흙이 담겨 있을 때도 있고, 집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기까지 한다. 미나토는 번번이 핑계를 대며 상황을 무마시키지만, 결국 엄마는 아들의 학교에서 벌어진 진실을 직면하게 된다.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이라는 폭언을 듣고, 교사에게 폭행까지 당한 아이가 바로 자신의 하나 뿐인 아들이었다는 것을.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홀로 세탁소 일을 하며 미나토를 키우던 싱글맘 사오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곧장 학교로 향한다.
미나토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뒤틀려 있었다.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젊은 남자 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마주하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남편의 실수로 손녀를 잃었다는 교장은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짜여진 각본을 감정 없이 읊을 뿐이다. 왜 아이에게 폭언을 했냐는 사오리의 다그침을 무시하듯 과자나 씹어대는 호리 선생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 없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대화를 거부하는 간부 교사들은 분노 유발자나 다름 없다.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괴물은 이렇게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이었던 것일까? 사오리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전반부는 마치 호리 선생과 그를 비호하는 학교의 교사들을 두고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려고 할 즈음, 극의 시선은 사오리가 아닌 다른 인물으로 자연스럽게 뒤바뀌며 차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행동을 조금씩 이해하게끔 만든다. 호색한에 파렴치한일 줄만 알았던 '호리'는 사실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할 줄 아는 신임 교사였고, 퇴근 후에도 학생들의 일을 걱정할 정도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했다. 하지만 겹겹이 쌓여버린 여러 오해가 그를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내몰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모두가 그를 괴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데는 '미나토'의 거짓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학생을 상대로 어떠한 폭언과 폭행도 일삼지 않았던 그를 왜 가해자로 낙인찍어야만 했을까. 자신을 비난하는 미나토의 엄마 앞에 앉아 할 말은 많지만, 차마 할 수 없었던 호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사태의 원흉과도 같은 미나토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물론 극의 초반부터 기행을 일삼던 미나토의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궁금했지만, 그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때 비로소 미나토의 진짜 속마음이 펼쳐진다.
미나토는 왜 그랬을까. 극이 미나토의 시선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실마리는 전부 풀린다. 미나토에겐 쉽게 수용할 수 없지만,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마음 하나가 생겼다. 그의 마음은 동급생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에게로 향했다. 요리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남자애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가정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 즉 '괴물'은 요리의 친부가 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아이. 미나토는 그런 '요리'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고, 그 감정은 열두 살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혼돈으로 변모한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애가 있어요.
그걸 말할 수 없어서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게 들통날까봐 말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미나토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요리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모른 체 해야 했다. 그 마음은 자신을 홀로 힘겹게 키우는 엄마에게 들켜서도 안 됐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들의 미래를 기대하는 엄마 앞에서 괴물 같은 자신의 모습을 꺼내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요리와 엮인 사건들을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나토는 거짓말을 하며 호리 선생을 괴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 앞에서 덤덤하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미나토를 보면, 거짓말로 여러 사람을 곤혹에 빠뜨린 그의 행동을 무작정 비난할 수가 없게 된다. 호리 선생 또한 아이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미나토를 오해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학교를 수차례 들락거리게 된 엄마 또한 악의 없이 뱉은 말이 아이의 여린 마음을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나.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고, 그 누구도 괴물이라 불려서는 안됐다. 그것은 단지 관점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만큼 사회가 만든 편견과 단편적인 외양만을 보고 이면을 판단하려는 사람들의 경솔하고 오만한 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지를 일깨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인 우리도 어떤 인물이 과연 괴물인 지를 찾게 되지 않던가. 극중 한번이라도 괴물로 인식되었던 캐릭터들 모두 그들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기기만 하면 선한 면도 존재하고,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어떠한 관점에서 그 캐릭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있었을 뿐이다. 인위적인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극을 진행하는 연출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아주 탁월했다. 이러한 전개 때문에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에 혈안이 되고 말았지만, 그로 인해 후반부 극의 메시지가 주는 충격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애초에 누군가의 이면을 멋대로 생각하려 하지 않은 채 인물 한 명 한 명을 대하려고 했다면, 특정 캐릭터를 괴물일 것이라고 속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 교장, 엄마, 남자 등 각 인물들을 지칭하는 수식어를 모두 떼어 놓고 본다면 이들은 모두 그저 소중한 하나의 개인이었을 뿐인데. 감독이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본다면, 비록 자신의 미숙함이나 잠깐의 실수로 인해 '괴물'로 불릴 상황에 처했다 할지라도 이에 무력화되지 말고 나만의 모습을 잃지 말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교사다움을 요구 받던 호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나토를 찾아가는 것처럼. 미나토가 요리에게 솔직해지는 것처럼. 학교를 지켜야 하는 본분에 충실했던 교장이 미나토에게 진실을 고백하는 것처럼. 학생다움, 남자다움, 부모다움, 교사다움 등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를 빼앗기지 말고 나만의 모습을 아껴주자는 게 아닐까.
극의 결말부, 소용돌이 같던 태풍이 지나가고 맑게 갠 세상 밖으로 나온 미나토와 요리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에 치이고, 온갖 풍파에 지쳐 나만의 모습을 지켜내는 데 실패한 어른들과 달리 이 아이들(혹은 이 아이들과 같은 후세의 모든 어린 아이들)만큼은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 다시 태어날 필요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결말을 택한 게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소중한 나 자신을 절대 잃지 말라는 뜻에서 말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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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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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
제작: 맷 리브스, 딜런 클라크, 월터 하마다 (기획)
각본: 맷 리브스, 피터 크레이그
원작: DC 코믹스 밥 케인, 빌 핑거
출연: 로버트 패틴슨, 조이 크래비츠, 폴 다노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추리물, 스릴러, 느와르, 범죄, 드라마, 액션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마이클 지아키노
촬영 기간: 2020년 1월 28일 ~ 2021년 3월 13일
제작사: DC Films logo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2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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