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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기 직전의 수박같은 사람
  • 이 글은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마 후에 과일을 사면 맛이 없다고들 한다.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을 주고 수박 한 통을 기어이 집으로 들였다. 식칼의 끝에서 작은 파열음과 함께 쪼개진 수박의 속은 여름의 더위만큼이나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둥그런 여름 속의 한쪽에 시선이 간 것은 그 순간이었다. 타오르다 못해 녹아버리기 시작한 과육에서 들큼한 냄새가 풍겨왔으니까. 절정의 단맛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순간이자 이제는 썩는다 라는 표현이 더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겠지. 영화는 딱 그런 냄새를 풍긴다. 축축하고 질척거리는 경계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해야 할지 등을 돌려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다. 그 통에 영화가 밟고 서있는 희미한 경계선마저 지저분하게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그렇게 넓어졌다 불러야 할지, 혹은 영역침범 되었다 해야 할지 머뭇거리기 딱 좋은 장소가 된다. 그리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 기후에 알맞게 익어 각자의 매력을 뽐내지만, 어딘가 퀴퀴하게 골아드는 부분도 품고 있다. 과연 어디부터 도려내야 할 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찬찬히 들여다봐도 그 시작점을 찾을 수가 없다. 손에 든 칼날의 행방은 정처 없이 허공에서 맴돌고, 눈은 다시 한번 바삐 인물들을 쫓아보지만 겨눈 칼날은 단 한 조각도 들어내지 못한다. 그때치고 들어오는 감정은 허탈함이 아닌 동질감이다. 사람이란 게 이토록 복잡한 존재이며, 과연 쩍 갈라진 단면만을 보았을 때 내가 평가해도 될 것인가.라는 생각도 함께 밀려온다. 내가 품고 있을 뭉그러진 부분에 대한 연민이 밀려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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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이 걷자 난 다 궁금해 • <태풍 클럽>
  • 영화 초반부가 졸려서 난감했지만 결말부로 갈수록 엄청난 영화였다. 남학생(켄)이 자기가 다치게 한 여학생(미츠키)을 육체적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롱테이크 씬이 있다. 이 씬은 두 가지의 경로로 해석해 볼 수 있다. 1)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켄이 미츠키의 상처 를 확인하려는 시도였으며, 그녀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려고 한 것이다. 혹은 2) 켄이 미츠키를 강간하려고 한 것이다. 보는 내내 '강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크고 두꺼운 볼드체로. 그러나 전자 쪽에 더 설득이 된다. <태풍 클럽>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래서 시적으로까지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리에가 자기 혼자 등교하는 남자친구를 놓치고 아무도 없(어 보이)는 집안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엄마'를 외치며 꺼이꺼이 우는 장면이 그랬다. 관객이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장면들을 길게 잡아준다. 상처받고 놀란 순간 여자아이는 내면으로 침잠하고, 남자아이는 바깥을 공격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의도였을까 싶었다. 나는 중간에 조금 졸다가 이 롱테이크 씬부터 입을 쩍 벌리고 봤고, 졸지 않게 되었다. 어쨌거나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이동진은 '원시적인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평식은 '푸른 독을 품고 몸부림치는 날에'라고 썼고, 김철홍은 '오래오래 힘을 잃지 않을 시대의 저기압'이라고 썼다. 오진우는 '태풍으로 세계의 치부를 발가벗겨버'린다고 했다. 문제의 장면에서 내가 본 것은 미츠키와 켄 둘 다 펄떡펄떡 널뛰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청소년기란 감시다. <태풍 클럽>은 방임이다. 어른들이 완전히 부재한다. 학교에 연극부실이 있는 것. 종이학을 주렁주렁 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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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숙해서 더 찬란했던 우리의 초록 시절
  • * 이 글은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참석한 시사회를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복을 입어 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벌써 십 수 년은 되었으니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교복하면 또 소위 학창시절이라 불리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때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동북아시아 청소년들이 공유하는 트라우마적 기억, 입시 공부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던 시절, '그때로 돌아갈테면 그러겠느냐?'는 말에는 선뜻 예,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인생 최대의 경쟁에 뛰어들어 이른바 보이지 않는 계급차를 경험한 최초의 시기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경쟁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이 끔찍하기만 했냐면 그건 아니다. 내겐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우린 서로가 가장 힘들 때 위로를 건네는 상담가였으며, 때때로 '노는 토요일'에 배달 음식을 시켜먹기, 야자 째고 나가 닭꼬치 사 오기, 선생님 몰래 교실 뒤편에서 화투치기 같은 소소한 일탈을 즐길 동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절이 마냥 우울하지 않았다. 참 어렸지. 참 바보 같았지. 하고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소리다. 이러한 학창 시절의 정서는 꽤나 보편적이다. 적어도 입시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라면 어느 나라든 그럴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처럼 입시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지속되어 온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추억하는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다. 1. 내 나이 17세, 인생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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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입한 것을 묻혀가며 배설하기
  • <발코니의 여자들(Les Femmes au balcon)>(2024, 노에미 메를랑) * 영화의 장면과 결말 포함 <발코니의 여자들>에는 어지러운 클로즈업으로 가득하던 섹슈얼 코미디의 톤이 돌연 끊기는 순간이 있다. 어두운 화면, 정적 속에서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음만 터지는 숏. 이 연출이 서늘하게 와닿으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까닭은 단지 분위기 전환으로 고요한 쇼크를 주어서가 아니다. 실제와 흡사한, 누군가는 겪어 알고 있을 공포를 불러일으켜 관객을 단숨에 현실로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영화 밖 현실, 구체적으론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됐고 현실에 닿으려 하는 영화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과감하고 지저분하고 터무니없어지기’다. 로맨틱코미디에 범죄스릴러, 코미디호러까지 넘보며 이 영화는 일부러 온갖 분비물 속에서 나뒹군다. 엘리즈는 자주 방귀를 뀐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물론 그날 처음 보는 마냐니나 의사 앞에서도 가스를 내보낸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가스만이 아니다. 시체를 보고 토하고, 임신중절 약을 먹고 낙태를 한다. 배우인 엘리즈에겐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요구되는 외형에 끼워맞춰야 하는 일이 자주 있다. 남편은 사랑을 속삭이며 시도때도 없이 성관계를 요구하지만, 매번 동의 없이 엘리즈의 몸을 만지고 콘돔을 끼우지 않고 삽입하는 그의 관심은 자신의 만족에만 있다. 엘리즈의 낙태는 그러한 원치 않는 관계에서 이루어진 임신을 중지하는 것, 그동안 몸에 강제로 주입되어 쌓인 것들을 해독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마침내 남편에게 쏟아내는 말과 루비와 나란히 의자 팔걸이 위에 앉아서 하는 자위, 꼭 맞는 드레스에 욱여넣었던 가슴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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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하지 않고 소통하는 것 • <퀴어>
  •  Chapter 1. How Do You Like Mexico? Chapter 2. Travelling Companions Chapter 3. The Botanists in Jungle '구아다니노스러움'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다. 그의 영화를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17년도의 <콜바넴>과 18년도의 <서스페리아> 후 <본즈 앤 올>을 건너뛰었고 작년에 <챌린저스>를 봤지만 이건 구아다니노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구아다니노스러움'이란 남부 이탈리아의 나른한 환경과 저녁에 추는 정신 놓은 춤, 끈적끈적하지만 끝내 이뤄지진 않는 사랑과 부르주아적인 생활 양식을 가진 인물들을 의미한다. <챌린저스>는 뭐랄까 그런 것들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챌린저스>는 강력하고 똑 떨어지고 도발적이고 경솔하며, 인물들이 힘 자랑을 하고 정말 스트레스를 받아서 욕을 내뱉으며 속도감이 있어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자극적이고 감칠맛이 있어서 자꾸 생각난다. <챌린저스>가 오스카 레이스에서 무관하자 울부짖었던 팬들의 외침을 기억한다. <퀴어>는 원작 소설을 가져온 만큼 영화에서도 시적이고 문학적인 시도를 하려고 한 것 같다. 리가 유진에게 뻗는 손 즉 몸이 반투명한 것, 야헤를 먹고 나서는 아예 둘 다 몸이 사라지는 것, 여자(리의 아내?)의 흉상이 나오는 것, 유진의 머리 위 물컵을 리가 총으로 쏘았는데 유진의 몸에 맞은 것 등... 졸다가 깨니 리가 병원에 가고 있었다. 아편 중독으로. 그리고 챕터 3가 시작되고 둘은 정글로 간다. 야헤를 구하기 위해서다. 야헤의 행방을 안다는 코테 박사의 집앞에는 독사가 있다. 말하지 않고 소통하는 것 리는 텔레파시, 말하지 않고 소통하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왜 그걸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것인가? 영화의 첫 장면은 "너 퀴어 아니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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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믹의 지름길> (2010)
  •  왜 제목이 '믹의 지름길'인가 하면 우리가 여태껏 믹의 지름길을 따라왔는데 과연 그것이 맞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려고 한 것 같다. 믹은 비호감이지만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랬던 사람이 결말 즈음에는 에밀리 부부에게 결정권을 돌린다. 역사는 이래 왔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에게 턴이 주어진다. 러닝타임이 1시간 44분인 영화인데, 오,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황야에서 세 마차가 걷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어지는 것은 마차 바퀴의 끼익 끼익 하는 소리다. 처음에는 말들의 신음 소리인 줄 알았다. 물과 식량이 바닥나고 사람들은 황무지에서 말을 아낀다. 그저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시간들 속에서 세 그룹은 동물들의 부담을 줄이려 자신들은 옆에서 걷는다. 믹은 시종일관 자기 말 한 필 위에 앉아서 이동한다. 그 모습이 얄밉다. 믹 외의 남자들은 동물들을 끌고, 여자들은 몇 걸음 떨어져서 걷는 형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걷는 여자들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여자들이 불만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도 생각했다. 젊은 부부 중 아내인 밀리는 히스테리를 터트린다. 여기서 히스테리란 가부장에게 자기 존재를 의지하고 맡긴 채 자신은 사태에 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 혼란스러움이 폭발하는 것이다. 믹은 여자들과 대화할 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여자들은 카오스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파괴로부터 왔죠.' 영화 속 여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식구가 정착할 만한 '기회의 땅'을 찾는 것이다. 식수를 찾고, 금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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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
  • 우리는 왜 다시 슈퍼맨을 이야기해야 할까. 이미 수많은 리부트와 재해석을 거쳐온 영웅이다. 하늘을 날고, 빛보다 빠르며, 강철보다 강한 존재. 과거의 슈퍼맨은 신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을 지키려 애쓰는, 일종의 윤리적 상징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결을 명확히 그려내며 우리가 숭배하는 신은 왜 필요한가, 인간이 신을 통해 어떤 위로를 받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동시에 히어로물의 원형으로서, 절대악을 쓰러뜨리는 통쾌함과 정의의 구현이라는 틀 안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세상은 더 복잡해졌고, 절대적인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이번 제임스 건 감독의 <슈퍼맨>은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초인적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불완전하고 감정적으로도 흔들리는, 평범에 가까운 인간 클락 켄트를 중심에 세운다. 이제 그는 혼자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수하며, 때로는 반박을 듣고 상처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말이다. [첫 번째 감정] 클락의 긍정 순수하지만 아직 여린 마음 클락(데이빗 코런스웻)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긍정이 진짜 내면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응원에 맞춰 억지로 긍정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는 늘 미소를 지으려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 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순간적으로 욱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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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통이라는 꿈
  • * 이 글은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참석한 시사회를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포함 성장통이라는 꿈 ‘우리 그때 참 좋았었는데……’ 렌코에게 엄마(나즈나)와 아빠(켄이치)와 함께 한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갑자기 아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는 둘만의 규칙을 만들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만 렌코는 이 변화가 싫다. 왜 예전처럼 지내면 안되는 거야? 렌코는 달린다. 자전거를 끌고 힘들게 올라 온 오르막길을 뛰어 내려가고, 엄마와 선생을 피해 달리고, 렌코를 발견한 아빠를 피해 또 달린다. 렌코가 달리는 이유는 변화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이다. 렌코는 변화를 막기 위해 시위를 계획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즈나가 일찍 집에 돌아오면서 계획이 틀어진다. 렌코를 잡으려하는 나즈나를 피해 화장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다. 소식을 듣고 켄이치가 집으로 온다. 이때 렌코의 상태를 두고 둘 사이 말싸움이 오간다. 나즈나는 켄이치와의 생활에서 존중받지 못했다. 그녀는 피를 보면서까지 유리창을 깨뜨리며 울부짓는다. 렌코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지만 엄마와 아빠 사이 발생한 균열을 확실히 목격한다. 렌코의 시위 이후 나즈나와 켄이치는 일주일에 한 번 셋이 모이는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다. 둘의 관계는 짧은 만남에서조차 평화롭지 않다. 과연 렌코의 가족은 화목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렌코는 나즈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예전에 셋이 놀러 갔던 펜션을 예약한다. 그리고 그곳에 켄이치를 부른다. 켄이치는 렌코를 이유로 재결합을 제안하지만 그때 렌코는 자리를 벗어나 도망친다. 이혼은 아이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또래집단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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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KY 데일리] 차가운 것이 좋아!
  • <차가운 것이 좋아!> 시놉시스 좀비 병이 범람하는 좀비 엔데믹 시대지만 상황은 역전되어 좀비들이 인간을 피해 도망쳐 다닌다. 좀비 소탕팀에서 일하는 계약직 공무원 나희는 말하는 좀비인 은비를 돕게 되고, 알래스카로 피신시키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약자들의 연대의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를 좀비물로 은유하는 작품. B급 감성을 앞세워 기성의 아포칼립스 좀비물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현실이다. (출처: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감독 및 출연진 감독: 홍성은 출연: 박유림, 방원규, 김대건, 손예원 대국민 좀비 종식선언! 영화는 브리핑룸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대국민 좀비 종식선언’이 이어지고, 계약직 공무원 ’나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좀비를 소탕하는’ 업무에 충실히 임한다. 좀비바이러스는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었고 ‘좀비토탈원케어서비스’와 같은 산업군까지 생기는 무렵이었다. 이 영화는 위와 같이 ’일상의 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비를 죽이는 일이 곧 업무인 나희와 공무원들, ‘사랑하는 연인이 좀비가 된다면?‘이 대화 주제가 되는 상황들, ’은닉좀비신고‘ 캠페인, 나뒹구는 좀비 관련 서비스 홍보물들 등…그런데 이러한 일상들이 좀비가 되지 않은 인간 중심의, 편향된 관점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꼬집는다. 좀비의 인권에 대해 외치는 ’저온인간해방단‘은 좀비를 저온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한 인간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인간과 좀비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구분이 가능한 것일까? 만약 인간을 ‘이성’의 유무로 구분하자면, 영화에서의 ‘은비’처럼 인간과 대화할 수 있고 인간의 생명까지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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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 알 수 있었던 당신의 몸짓 그 모든 것
  • 봄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경(한예리)과 수환(김설진)이다. 친구의 결혼식, 외로운 영경의 눈에 누군가 들어온다. 과묵한 남자 수환. 둘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지만, 깊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이미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국어교사였던 영경, 사업에 실패한 수환. 두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흉터가 있고, 몸은 이미 망가지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사는 길은 있는 걸까? 거리의 나뭇잎과 꽃은 환하지만, 두 사람은 시들어간다. 더 시들기 전에,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죽음으로 향하듯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있다. 이 거리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 영화의 첫 시작부터 잘 드러난다. 기본적인 설정 중 하나는 두 사람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영화 역시 새롭게 시작한다. 영경과 수환의 첫 만남. 운명처럼 만났다. 대화가 통하는 두 사람. 글쓴이가 어제 본 <슈퍼맨>처럼 대화가 통하는 남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검은 옷을 입고 엎드려있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검은 옷을 입고 누워있다는 건 자연스럽게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대화하는 남녀가 엎드려있는 군중 속에 있다.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고의적으로 생기를 없애버렸다. 심지어 결혼식에서도 죽음에 가까운 두 사람. 세상과의 거리감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들 중 가장 죽음에 가까운 남녀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후에 이어지는 장면. 두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만난다.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는 수환과 영경. 영경은 국어교사였다. 남편과 헤어진 영경. 영경에겐 아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권을 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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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퀴어>, 사랑은 죽어야 끝난다
  • <퀴어>, 사랑은 죽어야 끝난다 퀴어 영화의 핵심에는 주로 성 정체성에 대한 탐문이 있었다. 특별한 계기를 통해 그간 눈치채지 못했거나 애써 감춰왔던 성 정체성의 발현을 감지하는 장면은 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들의 정당한 클리셰처럼 형상화되곤 했다. 또한,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개인적 고뇌의 시간을 담아내는 장면이,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의 필수적으로 제시되곤 했다. 그런데 <퀴어>에는 그런 장면들이 없다. 영화의 첫 대사가 “너 퀴어 아니지?”라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퀴어>의 세계는 마치 퀴어가 아닌 사람이 더 이상하고 낯설게 여겨지는 특별한 시공간처럼 세공되어 있다. 이 독특하고도 뻔뻔한 이질감이 퀴어를 상대로 갖기 마련인 반사적인 편견과 차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퀴어를 바라보는 어떤 특별한 정동, 예컨대 연민과 혐오 따위의 일차원적 감정 상태를 무화시킨다. 퀴어이기에 부득이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불편과 차별이 전무한 것처럼 그려지는 <퀴어>에서 성 정체성은 오직 사랑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일종의 판별기 정도로 축소된다. 퀴어면 가능하고, 퀴어가 아니면 불가능한 세계. 마치 여기서 사랑은 퀴어에게만 허락된 신성하고도 속된 특권처럼 비친다. 퀴어는 사랑할 수 있지만 퀴어가 아닌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는 전제. 그러나 문제는 그 전제가 그들만의 전제라는 점이다. 단숨에 중년의 주인공 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청년 유진은 퀴어가 아님에도 사랑을 나눈다. 그것이 정신적 교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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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여성, 침묵을 끝내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의 평범한 한 가족을 내세워 신권 정치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가부장적 아버지 이만이 아내와 두 딸에게 휘두르는 억압과 폭력은 이란 사회의 권위주의적 정치 구조를 상징한다. 이만은 이란 정부의 얼굴을, 그에 맞서거나 타협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이란 국민들의 양상을 대변한다. 이 가족은 이란 사회를 압축해놓은 작은 세계다. 그리고 동시에 신권 정치가 일상 깊숙이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까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만 –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권력, 신권정치의 은유 초반의 이만은 양심과 권력 사이에서 흔들린다. 정부의 사형 명령 앞에서 주저하던 그의 손에 권력이 쥐어지자 또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승진과 함께 지급받은 총 한 자루가 사라진 일로 그는 가족을 의심하고, 딸과 아내를 강압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권력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극이 끝날 무렵 우리는 이만을 통해 이란 정부의 얼굴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점점 자국민, 특히 여성과 청년을 폭력으로 억누르려는 국가 권력의 전형으로 변모한다. 사다프 - 억압받는 이란의 현실 이야기의 전환점은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가 시위에 휘말려 산탄총에 맞는 사건이다. 2022년 이란에서 일어난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과 그에 따른 히잡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고, 젊은 세대는 분노한다. TV 뉴스는 사건을 왜곡하지만, SNS 영상으로 시위의 실상을 목격한 레즈반과 사나는 각성한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진실을 기록하고, SNS를 통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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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 속에 목을 내건 그 밤이여
  • 이 글은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마이클 B.조던, 마일스 케이턴, 잭 오코넬 환상적인 밤이었다. 노인이 된 새미(마일스 케이턴)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할 최고의 날로 기억한다. 그 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씨너스 : 죄인들>(이하 <씨너스>)은 <블랙팬서>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흥행에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입소문을 타고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르의 콜라주 <씨너스>의 초반부는 서부극과 유사하다. 시카고에서 큰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스모크와 스택. 그들은 술집을 운영하고자 조카 새미와 함께 술집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닌다. 이 과정에선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코미디를 곁들인 드라마 장르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중간중간 벌어지는 오컬트적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실제로 중후반부 술집에서는 여러 장르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마치 여러 재료를 사용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콜라주 기법과 유사하다. 서부극, 음악, 액션, 오컬트, 사랑 등의 개성 있는 장르들을 하나로 어울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들에서 장르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하다가 밋밋해질 수 있는 장르의 융합을 <씨너스>에서는 되려 시너지 효과를 낼 만큼 잘 활용하였다. 규칙을 활용한 서스펜스 히치콕을 통해 유명해진 ‘서스펜스’란 관객과 인물 사이의 정보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씨너스>의 중반부, 인종차별주의자 부부의 집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몸에 화상을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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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기를 위반하는 '낙오자 연대'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모든 혁명가가 감옥에 갇힌 사회에서는 감옥에서 가장 날카로운 사유가 피어오른다. 이 영화에서 감옥에 갇힌 음악가들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합창하는 것처럼. ‘샤라비’는 음악이 금지된 사회다. 완전한 금지는 아니다. 모든 곰은 단 하나의 음으로만 연주할 수 있다. ‘도’ 이외의 음계를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곰은 모두 경찰에 체포된다. 다른 음계는 모두 반역이다. 당연히 감옥은 미어터질 것이다. 그러나 ‘반란 분자’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는 종종 통치자의 의지를 거스르는 사건이 발생하고는 한다. 법과 경찰력을 주요 통치 수단으로 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모순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모든 불순분자가 모여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모를 장을 제공한다는 데 말이다. 곰 어네스트와 쥐 셀레스틴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이들은 어네스트가 거리에서 연주하고 받은 돈으로 생계를 해결하는데, 셀레스틴이 실수로 어네스트의 바이올린을 망가뜨리고 만다. 어네스트의 고향 샤라비에 있는 바이올린 장인만이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칠 수 있다. 그래서 두 동물은 샤라비로 향한다. 그러나 샤라비는 어네스트의 기억과 많이 달라진 상태다. 음악을 자유롭게 즐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음악하는 자들을 모두 체포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네스트는 이내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자신이 가정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샤라비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까지는 음악을 즐겼더라도, 오늘부터 법이 음악을 금지한다면 음악을 멈춰야만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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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고통과 비극, 그 속에 남겨진 사랑을 건져올리며
  • * 이 리뷰는 영화 <그을린 사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을린 사랑>은 쌍둥이 남매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시작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나왈 마르완. 쌍둥이 시몬과 잔느의 어머니다. 나왈 마르완이 최근 유명을 달리하며 쌍둥이에게 유서를 남긴 것이다. 유서에는 자신의 시신을 엎어달라, 비석에 비문도 새기지 말라는 충격적인 부탁이 단호하지만 간결한 어투로 쓰여있다. 나왈은 쌍둥이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더 남긴다. 두 통의 편지를 주인에게 전해주라는 것. 한 통의 편지는 쌍둥이의 형이자 오빠, 또 다른 한 통은 쌍둥이의 아버지에게 남긴 것이다. 쌍둥이는 어머니로부터 생전에 자신들에게 이부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기에 이 부탁을 다소 황당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공증인은 쌍둥이가 어머니의 유언대로 편지를 전달하고 나면 제대로 장례를 치러도 된다는 이야기를 마저 전해준다. 시몬은 분노한다. 시몬은 나왈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남들처럼 장례도 치르고 비석도 새길 것이라 하지만, 잔느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한다. 그렇게 잔느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의 편지와 여권을 받아, 어머니가 살았던 고향으로 떠난다. 어머니가 아닌 나왈 마르완을 찾아 쌍둥이를 낳고 기른 어머니의 이름은 나왈 마르완. 쌍둥이는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잔느는 어머니 나왈 마르완의 고향에 도착해 어머니가 남긴 흔적들을 차츰 찾아간다. 영화는 잔느의 발걸음과 오래 전 나왈의 발걸음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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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을 되감기 하고 싶은 사람들
  • 대니와 마이클 필리포 감독들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공포영화 감독이 된 것 같다. 전 작품인 <톡투미>에 이어 <브링허백>으로 2연타를 치며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호러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선한 공포의 비쥬얼을 놓치지 않으면서 샐리 호킨스의 연기력에 도움을 받은 서정적인 감성 한스푼을 얹고 가는 공포영화, <브링허백>이다. <브링허백> 줄거리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이복남매 파이퍼와 앤디. 두 사람은 오빠 앤디가 성인이 될 때까지 3개월간 위탁모 로라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로라는 첫만남부터 시각장애가 있는 파이퍼를 극별히 아끼는데, 앤디는 묘하게 자신을 배척하는 듯한 그녀가 불편하다. 게다가 마치 유령처럼 그녀의 집안을 돌아다니는 올리라는 소년의 존재 역시 수상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파이퍼는 자신에게 온 마음을 표현하는 로라에게 마치 엄마가 생긴 듯한 애정을 느끼고, 두 남매의 사이에는 조금씩 간극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자 로라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의식을 행하고자 한다. 그것은 죽은 딸의 영혼을 파이퍼의 몸에 되돌리는 것. 사실 로라에게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딸이 있었고, 자신의 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딸의 영혼을 옮겨줄 매개자(올리)와 딸과 닮은 아이(파이퍼)가 필요했기에 그녀는 15년차 사회복지사이자 위탁모 일을 하며 오랫동안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를 기다려왔던 것. 로라의 의식이 준비되어갈 때쯤 앤디는 로라가 사촌이라고 말했던 '올리'가 실종된 소년 '코너'라는 것을 알아채고 로라로부터 파이퍼를 구하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브링허백>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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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우화,
  • * 더 촘촘해진 스토리 분명 ‘사람’ 모습의 주인공으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데도 옛 우화와도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동화 같은 그래픽 덕분일까, 아니면 스토리의 독특한 진행 형식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자'의 터무니 없는 사업 계획의 자본, 일명 ‘갭’을 대줄 만한 사람을 찾아 나가는 게 작품의 주요 사건이다.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고, 초기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며, 마지막 한 사람에게 50%가 갈 정도로 엉터리가 되어버린 계획표가 챕터의 끝과 시작에 나올 때마다 얼핏 웃음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작정하고 우스운 행실을 일삼는 건 아니다. 실제 사업가와 종교적인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 수녀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진지함 속에 코미디가 심겨 있다. 현대 사업가의 보편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종교인의 이상적인 덕망을 담으면서도, 묘하게 뚝딱이는 헐렁한 모습들이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동화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 더 정갈해진 미장센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4:3 비율의 꽉 찬 미장센에 화려함까지 더해져, 간혹 카메라 무빙까지 화려하게 겹치는 장면에서는 다소 어지러울 정도였으나, 이번 <페니키안 스킴>은 보다 깔끔한 진행에 미장센의 완벽함이 더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소품과 그래픽에 웨스 앤더슨의 색깔이 담겨 있지만 여느 작품에서나 흔하게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직 <페니키안 스킴>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하나의 샷으로 구성되는 오프닝 크레딧 씬은 언제나의 웨스 앤더슨 만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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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1 더 무비 | 가장 상업적으로 빚어낸 질주의 낭만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로 F1®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해야만 했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그 후 30년이 지나도록 온갖 레이싱 대회를 섭렵하며 트랙을 떠나지 않았던 소니를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신생 F1팀이자 최하위 팀인 APXGP의 구단주인 루벤은 소니에게 그가 이루지 못한 꿈, F1 드라이버 자리를 제안한다. F1에 복귀한 소니에게는 남은 9번의 그랑프리에서 한 번은 우승해야 한다는 임무 주어진다. 그러지 못하면 루벤은 팀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 소니는 어떻게든 팀의 전력을 끌어올려서 승리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천재적인 신이자 팀 동료인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거듭 갈등을 빚는다. 타 팀으로 이적할 생각으로 가득한 그는 소니의 전략에 협조하지 않고, 그렇게 루벤과 소니의 도박은 실패할 위기에 처한다. 돈과 낭만 사이에서 최근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전이 치열하다. OTT 입장에서는 중간 광고를 도입하고, 고정 시청자층의 이탈 우려도 적으며, 매년 안정적으로 수급할 콘텐츠 중 스포츠만큼 적절한 대상이 없기 때문. 스포츠 입장에서도 게임을 비롯한 경쟁자에 맞서서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기에는 OTT만큼 확장력과 접근성이 좋은 수단이 없다. 이에 여러 스포츠 종목 중계권이 케이블 방송사로부터 OTT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다만 스포츠와 OTT의 밀월은 스포츠만의 가치를 위협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4,785. That's How Much It Costs to Be a Sports Fan Now'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 따르면 미국인 한 명당 주요 스포츠 경기 시청에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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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은 나아간다 새로운 세계로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8년 후, 영국은 고립되었고 그것들은 진화했다. 영화 제목 그대로 23년만에 관객을 찾아온 <28일 후>의 속편 <28년 후>는 보다 방대해진 스케일과 서사로 극장을 찾아오게 되었다. (감독이 다른 <28주 후>는 해당 글에서 배제)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감염자 커뮤니티이다. 통칭 '알파' 라고 불리는 대장 감염자를 필두로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침입자들을 사냥하며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공고히 한다. 이들이 주로 경계하는 것은 비감염자 커뮤니티인 '홀리 아일랜드 연합'으로 이들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본토를 넘나들며 물자를 확보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어떻게 보면 늘 비감염자의 일방적인 생존기로 그려지던 대다수의 좀비물과 달리 <28년 후>는 위와 같이 두 세력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이며 세계관을 이끈다. 아픈 어머니와 다수의 사냥 경험이 있는 아버지를 둔 소년 '스파이크'는 분노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세대이다. 영화 중 침몰한 감시선 해병 '에리크'와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핸드폰도 필러도 택배의 존재도 모른다. 그가 익혀야 하는 것은 오로지 감염자는 심장과 머리를 쏘아야만 죽는다는 것, 그리고 알파를 상대하지 말 것이 전부이다. <28년 후>의 세계관은 섬나라인 영국을 유럽연합으로부터 격리시켜 전세계적인 팬데믹을 막고자함을 그 배경으로 한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수렵과 채집을 익히는 반면 바로 옆나라에서는 여전히 택배를 배달하고 현대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정된 곳에만 찾아온 멸망에 이질적인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12살 소년 스파이크에는 과업이 존재하기에 도리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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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오 | 픽사라서 평가절하될 우주 탐험기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고모 '올가'(조 샐다나)에게 맡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고모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잠깐 맡겨진 캠프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엘리오는 차라리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올가 사무실에서 고모를 기다리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과 연락이 닿는다.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접시를 본 외계인들이 지구로 보낸 통신이 올가가 근무하는 공군 기지에 도착한 것. 이에 엘리오는 지구 대표를 자칭하며 외계인들의 모임인 '커뮤니버스'로 소환된다. 엘리오는 마음을 나눌 친구 '글로든'(레미 에드걸리)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의 앞에는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위기가 닥친다. ‘픽사다움'의 두 얼굴 "픽사답다" 혹은 "픽사가 픽사했다." 지난 30여 년간 픽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평가할 때 통용된 대표적인 찬사다. 애니메이션 영화인데도 유별나게 성인 관객을 울리는 데 특화된 픽사 고유의 미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픽사의 첫 장편 영화인 <토이 스토리>부터 가장 최근의 10억 달러 돌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에 이르기까지 '픽사다움'은 순간순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픽사다움'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보편적으로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을 발견하는 관찰력.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법한 그림과 보편적인 경험을 하나로 엮는 상상력. 익숙한 감정을 시류에 맞는 현대적인 소재와 관점으로 풀어내면 창의력. 이 모든 것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술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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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railers

Awesome trailers from cinLab
    • 영화 <주토피아 2> 2차 예고편
    • ⭐주토피아의 최강콤비⭐ 🐰주디와 닉🦊이 돌아왔다! 한층 더 짜릿해진 모험! [주토피아 2] 2차 티저 예고편 공개! 11월, 주토피아에서 만나💙 [주토피아 2] 11월 극장 대개봉 #디즈니 #주토피아2 #Zootopia2 #11월극장대개봉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차 예고편
    • 천재 감독의 첫 액션 블록버스터!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차 예고편 공개 #원배틀애프터어나더 #9월대개봉 #폴토마스앤더슨 감독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숀펜 #베니시오델토로 #레지나홀 #테야나테일러 #체이스인피니티
    •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예고편
    • [아바타: 불과 재] 예고편 공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선사하는 새로운 판도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불과 재로 뒤덮인 판도라의 저편, 12월, 오직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아바타: 불과 재] 12월 극장 대개봉 #아바타 #아바타불과재 #avatar #avatarfireand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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