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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마주할 나의 상처에 붙이는 마블식 반창고 한 장
  • 갈 수록 높아져만 가는 전체 시리즈의 진입장벽, 반복되는 히어로물 특유의 클리셰들과 서사로 지쳐가던 관객들의 흥미도는 마블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크나큰 숙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를 풀기 위해 채택한 방법은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실망한 관객들은 마블에서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 수많은 선택과 그 선택이 낳은 실패와 실망에 맞아보고 나서야 드디어 마블은 무언가 깨달은 듯, 영화 <썬더볼츠>를 개봉시켰다. 꽤 비장하게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영화가 지난 몇 편의 작품들과는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 작품을 모두 관람한 후 마블이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해나갈지 결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썬더볼츠>는 특이하게도 액션이 주(主)인 작품이 아니다. 어쩌면 액션 보다는 감정, 위로, 용서, 후회와 같은 인간의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액션씬들이 유달리 흥미롭게 여겨질 정도로 매력 있었다고 보기란 어렵다. 또한 이런 액션씬들 만큼이나 전반적인 소품과 각종 의상들,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몇몇 개의 유머씬들 또한 충분히 재미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의 본 작품의 특출난 장점 내지는 특징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화 <썬더볼츠>를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여 더욱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감정의 영화'라는 마블이 이전에 사용한 적 없는 장르를 감행했음에도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인상 깊게 다가왔을까? 최근 히어로물 관련 텐츠들을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공통으로 포착되는 점은 바로 영웅의 불완전성이다. 요즘은 슈퍼맨처럼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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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을 관통해 이어지는 음식 레시피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
  • **스포일러 포함 리뷰** 2007년 개봉한 <라따뚜이>는 서로 양립이 불가해 보이는 ‘쥐’와 ‘요리’라는 두 가지 소재를 픽사 만의 상상력을 더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참신한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전달한 이 영화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각본상, 음악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쥐가 요리를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많은 동물들 중, 왜 쥐를 주인공을 설정하였을까. 영화 속에서도 쥐 떼들이 부엌을 점령하여 요리하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해도) 설정이 과하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주인공 레미를 쥐로 설정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쥐라는 사실은 레미가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하는 태생적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미는 요리사를 꿈 꾸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쥐라는 신분에서 기인한 다양한 편견, 혐오, 위협을 마주한다. 극의 초반 부터 레미는 집 주인 할머니에게 무리의 보금자리가 발각되자 총을 피해 하수구 아래로 흘러들어간다. 이후 파리에 도착한 레미는 낭만적 풍경을 느끼는 것도 잠시, 곧 구스토의 레스토랑 부엌으로 잘못 들어가 죽을 뻔한 위험에 처한다. 극의 초반부에서, 레미의 우선순위는 쥐라는 태생적 특성에 기인한 자신의 생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링귀니를 제안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요리할 기회를 얻은 레미는 비로소 자신의 꿈을 마음껏 실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감춰진 주인공의 운명이 그렇듯, 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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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지에서 연대로, 삶을 치유하는 복합 처방전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소수자를 혐오하던 남자가 에이즈에 걸린 후 나라에서 불법인 약물을 얻기 위한 여정이다. 자신이 혐오하던 것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다면 어떨까.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혐오하게 되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무지'해서 이다. 내가 속하지 않은 준거집단을 비난·비판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타 집단을 혐오하며 내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혐오에 쉽게 편승하고 동조하며 집단 속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결집한다. 주인공 론도 성 소수자의 혐오를 집단의 스포츠로 즐겼다. 론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건 대부분 성 소수자들이 걸리는 에이즈에 걸리면서부터다.  론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한 기점이라고 한다면, 이 기점 전에는 론은 술·마약 등 당장 현재의 쾌락만 추구하며 미래도 목적도 없이 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살 수 있는 날이 3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론은 에이즈를 공부하고 삶의 목적이 생기며 도리어 활력을 찾았다. 또 론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 레이언도 생긴다. 론은 성 소수자인 레이언과 손을 잡는 것마저 기피하다가 종국에는 끌어안으며 온기와 위로를 나눈다. 이와 같이 삶의 목표와 사람 간의 온기가 론의 인생을 30일에서 2,557일 7년으로 연장한 것 아닐까. 론의 노력으로 '복합 약물 요법'이 상용화되면서 에이즈 걸린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게 해줬다. 복합적 약물 복용뿐 아니라 복합적인 삶의 의미와 목적과 당위가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해준다고 느꼈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도 삶이 다채롭기 때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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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된 꿈의 자유: ‘미몽’ 속 신여성의 비극
  • 억압과 통제로 얼룩진 시대 속, 한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게 삶의 방향을 선택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자유가 아닌 사회적 낙인이었다. 영화 미몽은 그러한 여정을 그린다.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모색하려는 애순의 모습은 당시 사회에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 소위 ‘신여성’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명칭은 환호가 아닌 불편함과 경계의 시선 속에 만들어진 낙인이었음을 알게된다. 제목 미몽(迷夢)은 ‘헛된 꿈’이라는 뜻으로, 애순의 자율적인 삶의 추구가 사회에 의해 ‘잘못된 욕망’으로 규정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그리고 부제 ‘죽음의 자장가’는 신여성의 가능성과 희망을 품은 이 이야기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될 것임을 암시한다. 애순은 사랑을 좇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도덕'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너머로 규정되고, '자유'는 곧 '방탕'으로 해석된다. 사회는 그녀를 이상과 비난 사이의 어딘가, 정의되지 않은 자리에 밀어 넣어 자유를 향한 그녀의 몸짓은 곧 사회적 틀에 다시금 갇혀버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영화 속 ‘새장 속의 새’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날고자 했지만, 어디론가 갈 수 없었던 그녀와 새는 결국 다시 철창 속에 안긴다. 겉으로는 보호받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유를 빼앗긴 채 갇혀 있는 존재. 이는 곧 애순의 처지이자 당시 신여성으로 일컬어졌던 수많은 여성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새장 속에 갇힌 순간, 그 자유는 존재하되 도달할 수 없는 이상으로 전락하는 새와 같이 애순 역시 자율적인 삶을 꿈꾸며 사회의 벽을 넘어서려 하나, 그녀를 둘러싼 도덕과 규범이라는 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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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롭고 불안한 우리가 90년대의 낭만으로 회귀하고 싶을 때
  • **스포일러 포함 리뷰** 여름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뜨거운 열기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진 사랑을 담아낸 <콜미바이유어네임>, 청량한 그리스의 배경이 담긴 <맘마미아>, 푸르른 녹음을 비롯한 사계절의 풍경이 오롯이 담긴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나에게는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경삼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중경삼림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사실 영화의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박한 내용을 보고 실망을 좀 했었다. 당시에는 영화의 영상미보다는 서사에 좀 더 집중하고 봤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도시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함이 공허한 사랑 타령으로 점철된 느낌을 받았달까. 하지만 내가 중경삼림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된 건, 두 번째 감상부터 시작되었다. 늦은 여름 밤에 약간의 감수성에 젖어있던 나는 이 영화가 불현듯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여름밤의 선선한 공기와 함께 영화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중경삼림에는 네온사인이 빛나는 화려한 도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군중들과 대비되는 개인의 고독함이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다. 왕가위 감독은 이러한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을 헨드헬드 촬영 및 슬로우모션, 리듬감있는 편집, 다채로운 색감 등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이러한 중경삼림 특유의 센티멘탈리즘과 촬영 스타일은 현대에도 유효해서 왕가위 영화의 마니아들을 아직도 끊임없이 양산 중이다. 중경삼림은 모든 장면이 아름답지만,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경찰 663과 메이가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저 멀리서부터 페이가 일하는 가게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경찰 663의 모습은 그가 음식을 주문할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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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전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우주전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하류층 반영웅 참 이상한 결말이다. 외계인의 습격을 받은 듯 잔해와 낙엽만이 가득한 보스턴 거리에 레이가 딸을 안은 채 쓸쓸히 걷고 있다. 그런데 그의 처량한 모습과는 달리 그가 그토록 찾았던 전처는 집에서 평안히 걸어 나온다. 외계인과 싸우겠다며 달려나가 화염 속에 자취를 감춘 아들 로비도 그곳에서 별안간 튀어나온다. 외계인과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레이의 처절한 생존기는 그들의 알 수 없는 평안 앞에서 참으로 허망하고 우스운 일이 돼버린다. 말하자면 스필버그는 이 대목에서 영화의 근간을 형성하던 사실성을 느닷없이 전복시킨다. 여기엔 어떠한 현실적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조도다. 스필버그는 사물의 하이라이트가 하얗게 떠서 없어질 정도로 과다한 광량을 사용함으로써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면 이 비현실적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장면의 주인공이며 영화 전체의 주인공인 레이의 비극적 상상 혹은 악몽을 의미하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무엇이 그에게 비극적 상상과 악몽을 떠올리게 한 걸까. <우주 전쟁>에는 보통의 재난영화와 달리 영웅이 없다. 서사를 견인하는 주체인 레이는 스필버그 영화의 모든 주인공을 통틀어서 가장 마음을 주기 어려운 비호감 캐릭터다. 어린 소년처럼 자식을 이겨 먹으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들에게 지나치게 무심하다. 그렇다고 천재 과학자라거나 고위 관직에 있는 상류층 인물도 아니라서 관객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이러한 반영웅적 면모와 하층민이라는 초라한 지위는 그가 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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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 DIRECTOR. 네오 소라 CAST.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외 SYNOPSIS.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POINT. ✔️ <사카모토 류이치: 오퍼스>를 연출한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 극영화 첫 연출작.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다운 감각이 돋보입니다. 음악, 미술 모두 아름다워요. ✔️ 최근 일본 영화의 경향성에서 현실과 공명하는 부분들을 봅니다. 솔직히 한국 영화가 이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한국 사회의 맥락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어요. ✔️ 얘들아 너희 우정 정말 너무... (울컥) ✔️ 연기가 처음이라는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는 그냥 유타와 코우로 태어나서 자란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블루 하와이 역할을 맡았던 이노리 키라라, 다양한 일본 영화에서 봐온 나카지마 아유무의 얼굴도 반갑습니다. 근미래라는 단어는 분명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라고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지만, 나는 일상에서 이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한국어의 어미는 시제보다 다른 것들을 더 중시하는 느낌이고, (예컨대 “하다”와 “했다”의 차이보다, “하다”와 “한 것 같다”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서양의 언어를 배우면 오히려 시제가 명확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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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 알고리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
  •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다룰 작품은 웨스 엔더슨, 기예르모 델토로, 팀 버튼, 헬리 셀릭이라는 네 명의 거장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네 편이다. 공포와 코미디, 슬픔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그들의 영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부터 그 영화들에 담긴 연결고리를 알아보자. 길을 지나다가 발견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 포스터를 본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진행되자, 아이는 영화의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그리고 잔인한 현실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린다. 엄마, 아빠에게 영화관에서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엄마와 아빠는 영화에 몰입했고, 그들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아이들의 눈물과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어른들을 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나보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top-Motion Animation)’이란? 영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스톱모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스톱모션은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으로, “물체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매 프레임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이처럼 프레임을 연결하면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톱모션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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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 알고리즘] ‘여행과 사랑’, 낯선 곳에서의 당신
  •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온더플로어’만의 컨텐츠,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여행’과 ‘사랑’이다. 지금부터 여행과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영화들을 살펴보자. 여행 가기 전날 밤 잠에 들기전의 설렘, 여행지에 도착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떠나온 땅들을 바라볼 때의 아쉬움. 이처럼 여행이 만드는 설렘과 행복, 그리고 아쉬움은 사랑이 가진 그것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우리들. 우리가 여행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이 있겠지만, 이것들 중에 가장 특별한 감정은 단연 사랑일 것이다. 낯선 이가 느낄 차가운 공기, 그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그 둘만의 시간을 소개한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 영화: 비포 선라이즈 (1995)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진: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레아 에커트 外 ‘단 하루를 위해’ 달리는 기차 안, 싸우는 독일인 커플을 보며 똑같은 감정을 느낀 ‘제시 (에단 호크 分)’와 ‘셀린 (줄리 델피 分)’.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서 온 그들은 같은 기차를 타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는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대화를 나누게 된 그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한 기차, 원래라면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셀린은 함께 내리자는 제시의 제안에 그들은 함께 비엔나를 여행하게 된다. 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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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도시 여성의 세 갈래 삶
  • 7★/10★ 세 여성의 삶과 생활로 대도시 뭄바이에 입체적, 구체적 질감을 부여하는 이 영화의 전반부는 정말 최고다. 뭄바이에 대한 단순하고 건조한 설명과 해설을 넘어 그 공간의 근본적인 특징을 결정짓는 아주 미세한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달해내는 것이다. 영화는 대도시 뭄바이로 몰리는 사람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도시의 풍경과 더해져 펼쳐진다. 그 연장에서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사람은 모두 병원에서 일한다. 프라바와 아누는 간호사고, 파르바티는 조리사다. 그들은 각자의 문제를 대면하고 있다. 프라바는 얼굴도 모르고 결혼한 남편이 어느 날 독일로 떠난 후 1년 넘게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다정한 의사가 프라바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어찌 되었든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프라바는 그를 밀어낼 수밖에 없다. 발랄하고 솔직한 성격의 아누는 이슬람교도 남성 시아즈와 연애 중인데 서로 다른 종교 문화권에 속한 두 사람은 긴장을 품은 채로 만남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파르바티는 남편 사망 후 살던 집이 재개발로 헐려 쫓겨날 위기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지만 자기 집이라는 걸 입증할 서류가 없어서다. 세 사람의 문제는 동시대 뭄바이가 어떤 공간인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프라바는 전근대적 결혼 풍습과 근대적 친밀성 경험의 충돌이 여성에게 어떤 혼란을 야기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누는 도시 내 종교적으로 구획된 생활, 문화의 경계가 굳건하며 이를 넘는 것이 하나의 금기라는 점을 일러준다. 파르바티의 고난은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는 재개발이 어떻게 그곳에 먼저 살던 사람들의 삶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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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라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 〈올파의 딸들〉은 재현과 정치적 호명의 문제에 관한 놀랍고 적확한 통찰과 질문을 남긴다. 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게는 네 딸이 있다. 그중 두 딸이 IS에 가담했다. 자발적으로. 첫째는 IS의 수장과 결혼해 딸을 낳았고, 미군의 공습으로 남편이 죽은 후에는 15년 형을 받고 동생과 함께 수감 중이다. 모든 게 실화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영화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까. 〈올파의 딸들〉의 카메라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극영화다. 감독은 올파와 남은 두 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한다. 그들은 직접 배우가 되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연기한다. IS로 떠난 두 딸 역에는 배우를 섭외한다. 올파가 감정이 너무 격해져 촬영이 어려울 때는 그를 대신하는 배우가 연기한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진짜 가족과 배우가 연기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대면하고, 상처를 마주한다. 세 가족과 세 배우는 수시로 모여 대화하며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그 결과물을 재현한다. 이 영화의 카메라 사용법은 그 자체로 영화적 효과를 낸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영화 촬영 과정을 통해 자기 객관화의 계기를 마주한다. 과거를 복기하고, 연기를 통해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혼자 삭히고 슬퍼할 때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성찰이 샘솟는다. 이 성찰은 집단적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올파와 네 딸이 겪은 고난은 개별 고통이 아닌 집단적 기억으로 재탄생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을 몰아붙인 권력관계의 구체적 양상이 드러난다. 부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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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사랑의 간극
  • 만약 동물로 살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동물을 선택하게 될까. 데이비드(콜린 파렐)가 변하고 싶어 한 동물은 ‘랍스터’이다. 그는 랍스터를 설명할 때 100년 넘게 살며, 평생 번식을 하고, 귀족 같은 푸른 피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한 랍스터의 특징들은 모두 ‘살아가는 것’과 연관된다. 즉, 데이비드는 살고 싶은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되어서도 최대한 오랫동안.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어야 하거나, 혹은 솔로로 남아야 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영화 속의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삶의 최종 목표는 이성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처럼. 이렇듯 커플이 되어야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인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에 그는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다. 반면 절대 커플이 되어서는 안 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그는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레이첼 바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데이비드의 행동은 어떤 것을 통제하려고 드는 순간 우리는 그 통제 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만난 데이비드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통제된 환경이 그를 사랑의 유혹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순간에 꼭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에 빠져야 하는 순간에 꼭 사랑에서 멀어지게 된다. 더 랍스터(2015)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굴레를 신박한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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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 스윙하고 있습니까?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낭만을 이루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령 여름, 학창 시절, 밴드부, 눈싸움, 기차여행 ... 이는 분명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20년 만에 다시 극장가에 찾아온 <스윙걸즈>가 그러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 저편의 추억 그 자체인 영화. 하지만 이 영화가 숱한 고교시절 청춘물과 비했을 때 단연 독보적인 이유는 모든 인물들이 '즐거움' 그 자체를 쫓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즐거움을 잊게 되었나.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사회적 기준을 위해 어쩌면 내가 그닥 원하지도 않았던 목표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나. <스윙걸즈>는 마치 이에서 잠시 탈피하라는 것처럼 밴드라는 순수 즐거움을 위한 소녀들의 반짝거리는 열의를 착실하게 그려내준다. 부채 없이는 버티지도 못할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수학 보충 수업이 마냥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다 미처 챙기지 못한 밴드부의 도시락을 보고 토모코는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잔꾀를 생각해내게 된다. 수업을 뒤로 한 채 밴드부에게 도시락을 무사히 가져다 주는 것. 그렇게 일시적으로 보충 수업반에 모인 여학생들은 야구장으로 짧은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때의 시퀀스는 마치 여름 휴가 같기도 하다. 잠시 얻어낸 뜻밖의 여정에 그들은 도시락을 훔쳐 먹기도, 곯아 떨어지기도, 진흙탕에 빠지기도 심지어는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것 마저 그 여정 중 벌어진 또 다른 뜻밖의 일일 뿐이다. 이렇게 관객은 초반부터 한 가지 사실을 강하게 직감할 수 있다. ' 괜찮아! 즐거우면 됐지 ! ' 땡볕의 더위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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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은 ‘계몽’될 수 있을까
  • 주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소년의 시간〉에 관한 요란한 상찬이 이어졌다. 원래 인기 있는 드라마는 나중에(심지어는 몇 년 후에) 시차를 두고 보는 걸 좋아하는 터라 버텼다. 그러나 도저히 미룰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느낌에 뒤늦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작품에 쏟아진 엄청난 반응에 과장이나 부풀림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글 〈내 아들을 극우 유튜버에서 구출해왔다〉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전 세계가 청소년 남성의 극우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총 4회로 구성된 이 작품은 모든 회차가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실제 원테이크로 촬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원테이크의 강점은 화면 속 인물들의 경험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접해 몰입감을 높인다는 점이다. 축약된 시간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과 ‘함께’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청(소)년 남성의 극우화라는 시급한 주제에 걸맞는 연출 기법이다. 열세 살 난 청년 제이미가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경찰 조사를 받는다(1화). CCTV 등은 확보되었지만 범죄에 쓰인 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건의 동기가 오리무중이다. 이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가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담당 형사가 단서를 찾기 위해 제이미의 학교로 가서 그와 피해자 케이티의 친구들을 만난다(2화). 드라마가 학교를 그려내는 방식을 눈여겨보자. 학교는 처참하고 황량하며 절망적이다. 학교에서는 구토, 양배추, 정액 냄새가 난다. 학생들은 통제 불능이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을 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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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상상했던 빛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흔히 '발리우드'라는, 인도 영화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와, 뮤지컬식 구성 등등... 흔히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그러한 선입견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하: 우빛상모)>의 예술적인 가치와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소개해주고 싶다. *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대 인도의 뭄바이와 작은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인도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 영화를 충분히 깊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인도는 아직도 신분제가 작동하는 나라이며 결혼 제도 또한 초기의 대한민국 내지는 조선의 제도와 닮아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가족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즉, '결혼은 어떠해야 한다'를 두고 그 관습이 강하게 적용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 규범은 여성들에게 더 심하다. 여성들의 결혼은 마치 '인생의 역전'처럼 인식되고, 남편이 무엇을 하든 여성은 남자를 서포트해주어야 한다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다. 또한, 인도의 종교적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인도는 힌두교가 약 80%, 이슬람교가 약 15%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출처 : 위키백과). 특히나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인 '뭄바이'에서는 여러 종교들이 한데 모여 (물론 힌두교가 비율상으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도시이다. 특히 결혼과 연애에 대해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인도 내에서 힌두교와 무슬림교 신자들 간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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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엔드 (2024)
  •  근미래의 도쿄,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시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피엔드>의 배경이 된 일본은 겉보기에 현재와 크게 다른 사회처럼 비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서 얼굴 인식으로 신원을 파악하는 경찰이라던가, AI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벌점을 매기는 학교 등 사회적 요인들을 통해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발전을 이룬 미래를 무대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끔 한다. 초반부까지만 해도, 극의 주축인 학생들의 삶 또한 현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소꿉친구인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친구들과 함께 약간의 일탈을 일삼으며 한밤중 학교에서 음악을 즐기는 십 대들일 뿐이고,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자유롭게 낭만을 만끽하며 학교생활을 보내는 게 전부일 듯했다. 하지만, 학교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유타'와 '코우'가 살아가던 세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하고, 학교는 일종의 작은 판옵티콘 사회가 되어버리고 만다.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며 수시로 벌점이 매겨지고, 주인공들의 아지트와 같던 동아리실마저 빼앗긴다. 그제서야 '코우'는 재일 교포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신분을 증명해야만 했던 일본 사회 나 자신의 위치를, 그리고 권력의 부조리함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세상이 뒤바뀐 게 아니었다. 눈앞에 있음에도 보지 못했던 현실에 눈을 뜬, 철없던 10대 소년의 시야가 한 발짝 넓게 확장되었을 뿐이었다. 극중 정권을 잡기 위한 극우 세력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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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경계'에 의문을 던지다
  •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못생긴 게 재수없게 말 섞지 말아야지 "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는 남들과 유난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티나의 외모를 못생겼다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끼며 신기하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티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수치심, 죄책감, 분노와 같은 인간의 감정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티나는 아동 포르노범을 검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외모를 지녔고 정체불명의 냄새를 풍기는 인물 ‘보레’가 나타난다. 티나는 그의 냄새를 계속 맡아보지만, 쉽사리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얼마 뒤, 출입국 수속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두 사람. 티나는 직감적으로 보레에게 뭔가 있다고 느껴 동료에게 몸수색을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는 보레가 과학적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며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보레는 티나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 남들과 다르다며, 기형이라며 " 티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염색체에 결함이 있는 ‘못난 인간’이라 여겨왔다. 어릴 적부터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살아온 티나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보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티나는 점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여성의 외형을 가진 티나는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남성의 외형을 가진 보레는 여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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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을 말한다는 것, 진실을 믿는다는 것
  • 얼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불안이었다. 진실이란 언제나 명백한 것일 줄 알았다. 어딘가에는 분명 확실한 답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명확한 사실보다 누가 무엇을 말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1976년 텍사스에서 벌어진 경찰관 살인 사건, 랜들 아담스라는 청년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가 범인이라는 결론은, 경찰의 조사와 증인의 증언, 그리고 법정의 판결이라는 그럴듯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결정들이 얼마나 허술한 기억과 편향된 시선 위에서 이루어졌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감독은 수많은 인터뷰와 재판 기록을 차분히 들추며, 표면 너머에 숨은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는다. 관객은 그 잔해 속에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되짚어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실을 재구성하는 방법 자체를 이야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치는 재연 장면의 반복이다.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의 증언을 따라 반복해서 재연함으로써, 영화는 하나의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총이 발사된 순간, 자동차의 위치, 인물의 움직임까지도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그 차이들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그것은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가서게 만드는 미세한 흔들림이자,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조형되는가를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 반복이 혼란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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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는 걸까
  •  지난 3월 - 화창하지만 약속 없는 토요일에, 모처럼 일찍 눈이 떠졌다. 당당히 나와 놀아주는 날을 오랜만에 시전 했다. 평온한 요가 타임을 거쳐,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서점으로 갔다가 내 아지트인 한글 책 서점이 공간 재정비 중임을 깨닫고 근처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에드리언 브로디 배우 주연의 '브루탈리스트 : The Brutalist'. 아카데미 시즌이기도 해서 봤던 콘클라베 (Conclave :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보기 전에는 콘클라베의 랄프 파인즈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를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봤고, 데미 무어의 화제작 서브스탄스(Substance)도 출장 중에 비행기 안에서 봤던 터라 시간도 맞고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송구한 러닝 타임의 (총 3시간 35분, 인터미션이 15분 정도 포함되어 있고 이 마저도 영화의 일부다) 긴 장편 영화를 선택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건축 사조를 일컫는 말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남자 주연배우가 연기했던 2003년작 영화 '피아니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전쟁 배경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었다. 위키피디아에는 이 영화를 다음 단락의 인용문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는 흔히들 잘 아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사용하는 빛, 물, 콘크리트 등을 전반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가 만든 북해도의 교회는 못 가봤지만, 최근 서울 마곡나루에 생긴 LG 아트센터는 가 봤다. 지하철에서 센터로 연결되는 동굴 같은 구조를 그가 설계한 것이라고 하던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도 그러하다. 헝가리에서 취조를 받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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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가?<레이디 맥베스>
  • * 본 리뷰는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Lady Macbeth, 2016 영국 | 드라마 | 2017.08.03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 89분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가? <레이디 맥베스> 경건하게 울리는 찬송가와 고풍이 흘러넘치는 교회 안. 그런데 어린 신부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자신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눈치 보기 바쁜 신부 캐서린. 세상 모든 이에게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장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4면이 돌로 세워진 교회 안에서 캐서린이 느낄 수 있는 건 차디찬 냉기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러운 바람소리뿐이다. 그래서 캐서린은 자꾸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려 애쓴다. 두 눈을 열심히 굴려가며 상황을 관찰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이는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남편의 옆모습에 철저한 무관심을 느끼고, 아무 감정 없이 입을 벌려가며 찬송가를 부르는 시아버지와 목사에게서 어떠한 인간적인 면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의 숨통을 쥐고 흔들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만다. 이 단 한 장면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정되어 버린다. 인물들의 비열하고 저속한 속내는 어김없이 카메라 사각틀에 드러나고, 진행될 사건들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확신과 함께. 따라서 한동안 허공을 맴돌던 신부의 시선이 최종적으로 남편에게로 향할 때, 우린 단번에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예상한다. 남편의 무관심은 결혼식 첫날밤을 기점으로 경멸과 조롱으로 얼룩진다. 한 침대에 몸을 뉘어 함께 자지만, 그들은 부부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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